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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편 아빠 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사람들은 흔히 애들을 앞에 놓고 이렇게 장난들을 한다. 별 뜻 없이 재롱 삼아 묻는 말이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그냥 웃어넘길 것이 못된다. 애들은 우선 부모의 눈치를 본다. 어느 편을 더 좋다고 해야할까? 이러한 결단은 어린 마음에 상처를 준다.
그러다가 습관이 된다. 철이 들기 전에 벌써 분파 심리라는 이상한 편견을 갖게된다. 이러한 재롱 속에서 큰 아이들은 자진해서 『나는 엄마 편! 너는 아빠 편!』하고 갈라선다. 어는 집엘 가나 애들이 많은 집엔 으레 아빠·엄마의 양파로 갈라져있는 수가 많은 것이다.
한국의 분파심은 이렇게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 학교에 들어가도 「내 짝」으로 싸움을 한다, 어른이 되어 직장엘 들어가면 이번에는 또 사장 파니 전무 파니 하는 파벌 속에 휘몰린다. 파벌을 만들지 않고는 몸살이라도 날 사람들이다. 누가 감히 정당의 분파작용만을 나무랄 수 없을 것인가? 그래서 독일 사람들은 모일수록 강하고 한국인들은 모일수록 약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신당이 생기기도 전부터 양파로 갈려 으르렁댄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관연 한국인의 생리는「나눗셈」에 밝다. 어릴 때부터 「엄마 편」「아빠 편」의 재롱을 떨며 자란 사람들이라, 당을 만들어도 늘 편싸움이다. 운동경기를 봐도 「팀 워크」를 필요로 하는 구기보다는 역도나 「복싱」같은 개인기 종목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인 일당주의가 한국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정당일는지도 모른다. 정당과 마찬가지로 회사를 봐도 동업은 어렵다.
외국의 상사 명을 보면 「스미드·앤드·브라운·컴퍼니」식으로 이름이 두개 붙은 동업회사가 많은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선 동업이다 싶으면 으레 칼부림으로 끝을 맺는다.
나라 전체가 그렇다. 그렇게 전쟁을 많이 치렀어도 국외에 나가 싸운 것은 고구려 때 한번뿐이었다. 나머지는 전부가 국내에서 저희들끼리 다투었던 내전들이었다. 아이들에게만 이라도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는 재롱을 시키지 말자. 그 애들이 커서 정당을 만들면 또 신당 꼴이 될 것이다. 정말! 정말! 농으로라도 엄마 편 아빠 편 놀이를 하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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