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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마을-오영수 원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바닷가의 갯마을을 무대로 펄쳐지는 삶과 섹스에 대한 인간의 강한 집념을 시정 속에 엮은 로컬·컬러 짙은 문예영화. 원작은 오영수씨의 동명 단편이다. 감독은 김수용. 결혼한지 열흘만에 남편을 바다에 묻은 청상과부 해순(고은아 분)은 착한 시어머니 (황정순 분)와 시동생(이낙훈 분)의 따뜻한 손길 밑에서도 고독을 씹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뜨내기 어부인 상수(신형균 분)의 열렬한 구애를 뿌리치지 못한다. 온마을 과부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참으며 그녀는 결국 상수를 따라 갯마을을 등진다. 아기자기한 그와의 산 생활이지만, 해순은 바다 내음을 못내 잊지 못한다. 상수의 불행으로 그녀는 다시 정든 갯마을로 돌아온다. 여인네의 숙명인 것이다.
소박하면서도 강한 생활에의 의지를 보여주는 갯가의 풍경을 거의 결벽이랄 만큼 순수하게 승화시킨 이 영화는 문예작품의 영화화(어느 의미에선 대중화)에 새로운 문을 열어준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은아의 성장과 김소희의 창을 도입한 것 등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도 적지 않고-. 한가지 눈에 거슬린다면 후반부 산 마을로 축 처지는 장면이랄까. 신영균·황정순·이민자·이낙훈이 모두 열연한다. 흑백 시네스코 1시간35분.<상>-명보서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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