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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요금 결정은 공개원칙에 서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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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공요금 결정에 있어서 국회의 사전동의 여부를 에워싸고 국회 동의를 주장하는 야당과, 그것을 부정하는 여당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5인 소위가 예산안의 심의 전 까지 처리할 모양인데 문제의 해결이 결코 간단치 않음을 말하고 싶다.
공공요금은 정부사업체의 가격 결정의 규준이라는 면에서뿐만 아니라, 그것이 국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숙려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철도요금, 통신요금, 연초가격 등은 직접세입과 관련이 있으며 석탄·전력 등의 가격은 또한 기업회계와 독립채산제의 측면에서도 새로운 문제점을 던지고 있다. 문제를 다루는 각도는 사람과 정책적 목적여하에 따라 여러 시점에서 제시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가격 또는 가격수준의 특색은 정부사업에 의한 독점가격이라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결코 국제 가격수준과의 비교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는데 있다. 더욱이 여기에 우리나라의 특수 조건으로서 이들의 가격 결정이 정부의 특수한 목적만을 위하여 방만하게 인상된 관례가 많다는 점에 상도한다면 어떤 억제수단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러나 반면 5.16전에 재정법에 의거하여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였던 시기의 경험은 이권과 관련된 추잡한 흥정이 개입되는 등 그 실속이 만족스럽지 못 하였고, 또 그러한 불미스러운 악습이 현재 또는 미래에 개선되리라는 보증도 없다. 이점은 정부에 대하여서도 똑같이 말 할 수 있다. 정부에는 공공요금 심사위원회가 있지만, 거개의 위원회의 존재와 같이 그것은 다만 정부의 책임을 분산시키는데 역용 된 예가 많다.
그 결과, 공공요금은 수용자의 부담에 관한 깊은 고려가 없는 채로 결정되었으며, 그에 따라 일반 민간 기업의 독점 내지 과점 가격도 거의 제멋대로 인상되어 소비자 주권이 등한시되어 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명정대한 요율 결정의 제 여건은 무슨 제도하에서나 결코 충분한 것 일수가 없을 터이지만, 역시 그것은 다수자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보다 나으리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철도·통신·전매 요금은 세입 예산심의 시에 요율을 확정하게 마련이므로 국회의 동의를 얻는 결과가 되며 따라서 회계법상 국회의 동의를 얻게 하는 방법과 그 실효는 동일할 것인 즉 동의 여부를 가지고 크게 논란 할 필요는 없다고도 할 수 있다.
문제는 오히려 전력·석탄 등 국영사업의 요율 그 자체에 있는 것이다. 이것을 일일이 국회 동의를 얻게 한다면 사업진척에 큰 지장이 일어난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반면에 기업회계상의 독립채산제의 진의를 살리지 않고 시설 확대를 명분 삼아 끊임없이 요율 인상을 들고 나오는 타성도 용허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공공요금 결정에 있어서의 국회동의의 당부를 단정할 수 있는 확신을 오늘의 시점에서는 가지기 어려운 형편에 있다. 그러나 다수자의 결정 방법에 의해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또 요금 결정의 경위를 구명할 수 있는 기회가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버릴 수는 없다. 우리는 차제에 수용자의 부담이나 시장조건에 관계없이 일방적으로만 진행되는 일절의 「관리가격」의 경직성의 시정을 주장하면서 공공요율도 그 시정의 일환으로서 결정되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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