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 스토리] "진정한 일류 되려면 존경받는 기업 돼야"

중앙일보

입력

"단순히 '크고 강한' (Big & Strong) 기업에서 '이익을 내는' (Profitable) 기업으로까지는 변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일류가 되려면 '존경받는' (Admired) 기업이 돼야 합니다. "

삼성그룹 한 금융계열사 대표는 "이번 테러 사건의 바탕에는 세계 최고를 자부해온 미국에 대한 도전이란 측면이 담겨 있다" 며 "우리도 국내 최대라는 자만심을 갖기 전에 깨끗한 경영.따뜻한 경영.겸손한 경영을 하는 '좋은 기업' 이 돼야 한다는 게 이번 사건에서 배운 하나의 교훈" 이라고 말했다.

삼성(http://www.samsung.com)이 21일 미국 테러 사태를 계기로 전 계열사 사장단 등 50여명이 모여 위기관리체제 마련을 위한 특별사장단 회의를 연다.

매주 수요일 정례회의 외에 특별한 이슈로 삼성 사장단이 모이기는 올 들어 처음이다.

그만큼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회의에선 지난 11일 미 테러 사건 발발 후 숨돌릴 틈 없이 돌아간 열흘간, 삼성의 간판급 전문경영인들이 보고 느낀 내용과 대응방안을 녹여낼 예정.

◇ 숨가빴던 계열사들=서울 태평로.테헤란로 등에 흩어져 있는 삼성 본사들은 사건 발생 직후 인원.자금.물류 등 경영 현안에 긴박하게 대응했다.

계열 연구소들은 하루 만에 상황 변수와 대응 지침을 내놓는 등 발빠르게 지원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사건 발생 한시간반 만인 11일 오전 10시20분(현지시간)에 미 뉴저지 삼성 북미총괄 법인에 비상대책반을 구성했다.

다시 두시간여 만인 낮 12시30분에 미국 주요 삼성 현지법인 대표.간부 20여명을 다자간 전화회의로 묶어 직원 안전조치 등 긴급 대책을 수립했다.

배종렬 삼성물산 사장은 미 현지 직원들의 안위를 파악하도록 밤새 독려해 사건발생 네시간 만에 '전 직원이 무사하다' 는 낭보를 받아냈다.

김홍기 삼성SDS 대표는 일본 출장 중이었지만 인터넷으로 위기 관리를 지휘해 경기도 과천.경북 구미 등지에 있는 삼성데이터센터의 보안 점검을 마무리했다.

미국 전화가 불통이자 '에이큐브' 라는 그룹웨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현지 사무소와 정보를 주고 받았다.

삼성은 사건 직후 '중동 변수' 에도 주목했다. 12일 여러 계열사가 중동대책반을 구성해 임직원 철수 등을 검토했다.

◇ 특별 사장단 회의=전자.정보통신 4개사(전자.전기.SDI.SDS)와 금융 3개사(생명.화재.증권) 및 물산.중공업의 대표가 10분씩 각사의 과거 위기관리 실패 사례(증권은 대우채 편입 손실, 생명은 저금리 역마진 사례 등)를 발표하고, 재발 방지 대책도 제시한다.

오전 9시에 시작해 도시락으로 점심을 들며 오후 2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여러 위기의 유형을 상정하고 유형별로 사전 감지 및 사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번 테러 같은 돌발 사태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의 판단 착오, 외국의 법규와 관행을 몰라 빚어지는 경영상 실수 등을 포괄적 위기상황으로 규정해 이를 관리할 시스템을 강구할 계획이다.

민병관.김동섭.홍승일.김종윤 기자 minbk@joongang.co.kr>

<삼성 계열사들의 긴박했던 10일>

▶9월 11일(한국시간 밤 9시45분 테러 발발)

<삼성물산> 뉴욕지사 등 현지상황 파악

<삼성전자> 미 뉴저지 총괄법인, 비상대책반 구성, 국내 본사와 다자간 전화회의

<삼성sds> 재해복구시스템 24시간 정밀 점검체제 가동

▶9월 12일

<그룹> 오전 7시 전 계열사 사장단 회의

<각 계열사> 해외주재원 안전 확인(미국 출장 중인 직원 1백55명 무사 확인)

<각 계열사> 중동 대책반 구성, 내년 경영계획 수정작업 시작

<각 계열사> 미국 출장 및 미국에서의 기업설명회 연기

<금융계열사> 기획.상품개발.투자사업팀장으로 비상(TF)팀 구성

<에스원.삼성sds> 그룹내 전산시스템(백업 시스템) 재확인 및 점검

<삼성경제연구소> TF팀 구성, '테러 영향' 1차 보고서 작성

<삼성금융연구소> TF팀 구성, '경제.금융시장 영향' 보고서작성

<삼성물산> 미국.중동에 비상대책반 구성, 배종렬사장 명의의 긴급 CEO메시지를 국내외 임직원에 발송. 중남미 지역 전략회의(18~19일 예정)연기

<삼성중공업> 이란 유전설비사업에 투입한 32명의 임직원 철수 준비

▶9월 13일

<각 계열사> 삼성 주재원.연수자, 테러관련 뉴스.화상을 서울 본사에 인터넷 전송

<삼성물산> 중동 주재원 가족 우선 철수 지시. 미국 출장 중인 주택부문 이상대 사장 육로로 캐나다 통해 귀국토록 조치

▶9월 14일

<삼성경제연구소> '테러 영향' 2차 보고서 작성

<삼성sds> 김홍기 대표 일본에서 귀국,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점검

<삼성전기> 미국 출장 안전지침 마련

<삼성물산> 파키스탄 카라치 주재원 및 가족 철수 결정

▶9월 15일

<삼성전기> 미국 수출부품 항공기에 선적 재개

▶9월 17일(월요일)

<각 계열사> 21일 특별 사장단회의에서 발표할 위기관리대책 준비(20일까지), 불요불급한 사내행사 연기 결정

▶9월 18일

<삼성경제연구소> '테러 영향' 3차 보고서 작성

▶9월 19일

<삼성그룹> 사장단 회의 개최. 경제연구소, '기업차원의 대응전략' 발표

<삼성sds> 미국시장 대책 관련 임원회의

<삼성물산> 파키스탄 카라치 지사장 귀국. 중동지역 주재원 철수대책 마련. 긴급한 비즈니스 관련 출장직원 3명, 두바이.카타르로 출국

▶9월 21일

<삼성그룹> 특별사장단회의 개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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