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향방을 묻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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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홍재무부장관이 돌연히 제출한 사표가 수리되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홍재무의 당초 방침대로 되지 않은 금리현실화 조처의 전망이 흐리다는 것과 특히 현재의 여건에서는 국제통화기금당국과 협약한 8백55억원의 총여신 증가한도를 지키기 어렵게 되었고, 이에 따라 4·4분기 재정안정계획을 아직까지도 짜지 못하고 있다는 것 등이 사태표명의 주요이유인 듯하다.
국제통화기금당국과의 협약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일국의 재무장관이 책임을 져야 마땅한 것인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연말이 임박하였는데도 현분기의 재정안정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도 우리의 더 큰 관심사는 이것이 62년도이래 안정중심으로 전환되었던 경제정책에 큰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금후의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시련이 닥쳐 올 것을 예고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첫째 지난 9월말 현재로 통화량은 5백30억원으로 9개월동안에 백억원이 증가하였다. 이 증가는 실로 경이적인 것이다. 한국은행 숫자에 의하면 그 동안 도매물가 등귀율은 10%미만으로 통화량의 증가추세와는 동떨어진 움직임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통화량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는 한 물가의 폭등이 조만간 반드시 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는 이와 같이 팽창된 통화량 수축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또는 수축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그 구실의 역할을 할 것으로서 금리현실화가 실시되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금리현실화가 실시된 이후 정기예금이 대폭 증가된 것으로 크게 훤전되었다. 그러나 금리현실화가 연말까기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몇가지 이점이 있을 듯하다.
이미 자금성수기에 들어선 연말이 닥친 후에야 실시되었다는 것, 자금수요를 억제하기에는 초발적인 균형금리로서는 적정하였는가 하는 의문. 정기예금기간으로서 1년내지 1년반이상은 너무나 길다는 것. 그리고 정책금리에 대하여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도피구가 온존되어있다는 점, 대출이 무질서했다는 것, 예비조처가 미약했었다는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예금의 증가추세는 이미 둔화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서 대출재원이 고갈되어가는데 반해서 지금으로부터 연말년초까지 자금수요는 격증할 것이므로 일반에게는 금리가 올라갔을 따름이지 은행의 문턱은 여전히 높은 채로 남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 은행을 매개로한 자금순환이 원활하지 못할 때에는 지금까지 증가되었던 정기예금마저 인출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므로 금리현실화정책이 연말년초를 어떻게 순조롭게 넘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시련을 우선 겪게 될 것이다.
이에 겹친 연말재정자금의 불가피한 방출은 통화량수축은 고사하고 오히려 그 증가요인을 형성케 될 것이 예상되며 공공요금인상 [붐]등과 더불어 심리적 영향까지 겹쳐질 때에 안정기조는 크게 구멍이 뚫릴 것 이 우려된다.
찬·반 양논이 있었다고 하나 이미 실시한 [금리]현실화는 반드시 그 애초의 의도대로 [금융]현실화로 성공시키지 않으면 안될 중대사이며, 허다한 대가를 치른 안정기조는 무너뜨려서는 안된다. 이유와 구실을 찾는 것보다도 먼저 이 경제의 행로를 꿋꿋이 정립하고 이에 대한 현명하고도 확고한 시책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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