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구 활약 꿈꾸는가, 유엔평화대학 노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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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마레스카 유엔평화대학 총장은 3일 “한국 젊은이들이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인턴십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안성식 기자]

“유엔평화대학은 국제기구에서 활약하려는 한국 젊은이들의 꿈 실현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전 세계의 전쟁과 폭력을 추방하기 위해 1980년 유엔 총회 의결로 세워진 유엔평화대학(University for Peace). UPEACE로 불리는 이 대학을 6년째 이끌어온 존 마레스카(75) 총장이 지난 3일 방한했다. 2010년 서울에 세워진 이 대학 부설 아시아태평양센터의 시 건물 입주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미국 고위외교관 출신인 마레스카 총장은 이날 “한국에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UPEACE는 전 세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설립된 후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인 교육기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걸친 캠퍼스와 프로그램 센터에서 국제법·경제개발·도시문제 등 12개 분야 석·박사 과정을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UPEACE의 탄생에는 사연이 있다. 80년 중남미의 평화로운 코스타리카에 인근 분쟁국에서 갑자기 괴비행기가 날아들었다. 이 비행기는 행인들을 무차별 사격했고 수 명이 중상을 입었다. 그러자 당시 로드리고 카라조 대통령은 “폭력에 폭력이 아닌 평화로 대응하겠다”며 뉴욕 유엔 본부로 가 코스타리카에 UPEACE를 세우겠다고 제안해 총회 승인을 얻었다는 거다. 이후 20년간 UPEACE는 스페인어로 교육이 이뤄지는 자그마한 중남미의 특수 교육기관으로 유지된다. 그러다 21세기 들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UPEACE를 본격 지원하면서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게다가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문명간 이해와 화평이 전 세계 화두로 떠오르며 평화 연구는 더욱 활성화됐다.

 마레스카 총장은 “코스타리카의 본부 캠퍼스와 미국·유럽·아시아의 연구센터에서 각각 150여 명씩 모두 300여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처음에는 UPEACE 특유의 교육 방식으로 석·박사 자격에 논란이 있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통적인 학위 이수 방식을 채택한다”고 해명했다. 요즘엔 미국의 UC 버클리, 코네티컷대,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대 등 대학들과 연계한 교육이 실시되면서 외부 시선도 달라졌다 .

 그는 UPEACE의 강점으로 ‘전 세계에 걸친 국제적 교육기관’이란 점을 꼽았다. “UPEACE는 유엔이 인정한 전 세계적 교육기관이라 각종 국제기구에서 일하려는 젊은이들에게 유용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서 이 대학 출신의 절반 정도가 유엔·유네스코와 같은 국제기구 및 세계적인 비정부기구(NGO)에 진출한다. 마레스카 총장은 서울에 아시아태평양센터가 들어선 것을 계기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여러 국제기구에서 일할 수 있는 다양한 인턴십프로그램을 제공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 남북한으로 분단된 한반도야말로 평화 연구에 최적지”라며 “ 북한 학생들도 초청해 평화문제를 깊이 다뤄보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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