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코끼리 남중국해서 충돌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용과 코끼리의 싸움(龍象之爭)’.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중국과 인도의 충돌을 이렇게 비유했다. 아시아의 두 대국은 끊임없이 영토를 두고 마찰을 빚어 왔다. 과거엔 히말라야 국경을 사이에 둔 육지였다면 지금은 바다가 중심이다.

 D K 조시 인도 해군 참모총장은 3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 해군이 남중국해에 군함을 파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남중국해는 인도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가 베트남과 공동으로 유전 시추사업을 벌이기로 지난해 10월 계약을 체결한 지역이다. 베트남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중국은 ‘시추사업을 추진하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군함 파견과 군사훈련 등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시 총장은 “ONGC는 해당 구역에 특정 이익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그 지역은 인도 해군의 작전지역”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국의 해군력 증강은 커다란 우려 사항”이라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훈련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인도는 남중국해와 인도양의 제해권을 두고 끊임없이 ‘샅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신형 군함과 잠수함을 대거 배치할 계획이다. 2008년 12월 아덴만과 소말리아의 해적 퇴치를 위해 군함 2척을 처음으로 인도양에 파견했고, 현재 지부티·오만·예멘의 항구를 중국 군함의 보급· 수리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파키스탄 과다르, 미얀마 시트웨, 스리랑카 함반토타, 방글라데시 치타공에는 자국 군함·잠수함이 정박할 수 있는 항구 건설에 투자하고 있다. 인도 주위를 중국 군함들이 포위하는 형국이다. 인도양 믈라카 해협을 통해 석유 수입 물량의 80% 이상을 들여오는 중국은 인도양 진출을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도는 이에 대항해 항공모함을 확충할 계획이다. 1957년 영국에서 항공모함 1척을 구입해 보유해 온 인도는 내년 러시아에서 두 번째 항공모함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세 번째 항공모함은 자체 건조한다. 사정거리 5000㎞의 장거리 미사일 ‘아그니5’도 2014년 실전 배치된다. 지난 4월 첫 실험발사에 성공했을 때 외신들은 ‘중국 주요 도시를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인도는 ‘중국 견제’라는 같은 이해관계를 가진 미국과 손을 잡고 있다.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을 수립한 미국은 지난 5~6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잇따라 인도를 방문해 양국 안보관계 강화를 강조했다. 중국은 인도의 적대국인 파키스탄에 무기 기술과 경제 지원을 해주며 인도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62년 전쟁 까지 치렀던 육지 국경 분쟁도 여전히 긴장 요소다. 양국은 3일 베이징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고 국경분쟁 해결을 위한 사전 절차로 국경지역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인도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중국명 장난·藏南)의 영토 분쟁과 이 지역을 자국 영토로 표시한 중국 여권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수사적 합의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의 타왕 부근 지역 28㎢가량을 26년째 점령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