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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진짜 일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제부터 진짜 일을 해야겠는데 벌써 회갑이라니 허전합니다. 나이먹는 게 자랑될 것도 없는데…" 오는 19일에 환갑맞는 우리 신극운동의 지도자 유치진씨는 무대장치, 선전까지 혼자 도맡아 해야했던 초창기를 되새기면서 모든 일이 분화하고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연극이 부진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일제때는 우리말로 연극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저항이었기 때문에 대중이 공감했고, 적극 성원했던 것입니다. 특히 우리역사를 알길 없던때 사극은 민족의식을 불러일으키는데 크게 공헌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달라진 형편에서 그런건 값싼 감상주의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게끔 되었어요"
연극이 다시 대중에 뿌리박으려면 기본자세를 새로 가다듬고 기초부터 연구해서 재출발해야 한다고 그는 역설한다. 연간 2천만원의 국가예산으로 운영되는 국립극장이 연극을 매일 하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야기가 열을 띠자 담배를 꺼꾸로 물고 [필터]에 연거푸 불을 붙이는 [연극의 산역사]-. 연극운동의 중추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세웠던 [드라머·센터]마저 연극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을 못내 서운해하며 말을 잇는다. "처음엔 무대가 없어 집만 지어놓으면 모든 일이 잘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큰 오산이었읍니다" 그래서 그는 사재까지 털고 한동안 무대를 지켰지만 이젠 빚만 남았다고 쓸쓸히 웃는다. "우선 돈부터 좀 벌어야 연극이고 뭐고 일이 되겠습니다" [드라머·센터]에서 영화를 돌리고 소극장을 예식장으로 쓰게된 쓰라린 가슴을 달래며 그는 3년뒤에 보자고 했다. 그때쯤은 재정문제도 완화될 것이라는 그의 염원은 개관 당시의 의욕에 다시 불을 붙여 본격적으로 연극을 해보겠다는 것이다.
짧게 깎은 머리, 소탈한 옷차림의 그는 아직 40대의 장년으로 보인다. 그의 소망과 함께…. [사진=회갑을 맞는 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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