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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의 분당과 정치도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중당강경파당원 2천5백여명은 1일 민중당을 집단탈당, 민중당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강경파 [서클]인 [정화동지회]를 해체, 신당에 참여키로 결정했다한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서 "민중당 온건파가 매국적인 한·일 협정비준과정에서 열화같은 국민의 반대의사를 뒷거래로 팔아먹은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변절된 민중당에서 부득이 자구적 수단을 취하여 민중당을 뗘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 탈당자 가운데는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인사 수명을 비롯하여 중앙위원급 5백여명이 들어있는데 이로써 민중당은 사실상 분당과정에 들어선 것이라고 할 것이다. 지난 6월 주로 국민여론의 압력을 받아 원내에서의 통합단일야당으로서 발족했던 동당은 발족당시부터 당내 영도권 다툼때문에 그 지도체계조차 확립하지 못한채로 한·일 협정비준반대 투쟁이 결정적인 고비에 이르자 투쟁방법을 둘러싸고 강·온 양파간에 불가화해의 대립이 노출되었던 것이다. 이제 양파가 사실에 있어 결별하고 분당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것은 동당으로서는 불가피하고도 당연한 [코스]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민중당의 분당이 시국에 편승하기 위한 정치세력의 이합·취산에 그치지 않고 한국민주정치에 다소라도 전진적인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다음 두가지 사항이 실천에 옮겨져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양파가 결별하는데 있어서 서로 상대방을 핥고 뜯어 가뜩이나 미약해진 야당세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전적으로 잃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강경파는 온건파를 가리켜 [민족정신의 파산선고자, 인간양심의 파렴치범]이라 비난하고 있고, 또 온건파는 강경파를 가리켜 [정치적 저능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양파가 서로 극한적인 질시를 노골화하면서 비난과 응수만을 되풀이한다는 것은 아마도 저마다 대의명분을 내세움으로써 국민대중의 지원을 얻어보려는 속셈인 것 같다.
그렇지만 같은 당에서 동지로서, 지내오던 정치인들이 비록 시국관과 대여정치투쟁 노선의 차때문에 결별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서로 욕설만으로 길항한다는 것은 쌍방모두의 위신과 이익을 깎아 내릴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집권당에 어부지리를 줄 따름인 것이다. 양파의 지도자는 이점을 깊이 자각하여 분당에 있어서는 깨끗이 헤어져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를 취함이 옳을 것이다.
원내에 복귀한 강경파의원들이 탈당하고 나온 강경파와 행동을 같이 할 것인지 의문이지만 이들이 그러한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에는 온건파가 정당법의 맹점을 악용하여 그들을 억지로 매어놓을 것이 아니라 [파인·플레이]의 정신을 살려 합법적으로 갈려나갈 수 있는 문호를 개방해주도록 해야할 것이다.
둘째는 강경파의 집단탈당이 국민이 갈망하고있는 순수선명한 신당운동을 전개하는데 좋은 촉진제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민중당을 탈당한 인사들은 거개가 신당운동에 참여할 뜻을 밝히고 있지만 신당운동의 주축으로 간주되는 민중당강경파와 민주구락부 그리고 신인 [클럽]사이에는 반드시 호흡이 일치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사실일 것이다. 따라서 민중당강경파는 일절의 파벌의식을 버리고 신당운동, 새로운 민족운동의 거름이 되겠다는 마음의 자세부터 갖춰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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