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출판]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7면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백기완 지음, 청년사, 1만5천원

"문득 나는 요즈음 자라나는 어린 것들과 젊은이들이 떠올랐다. 그 알뜰한 것들이 우리의 통일 문제를 잘못 알기 차름(시작)할 것이면 어더렇게(어떻게)하나. 그래서 무딘 붓일망정 칼날처럼 들어…."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는 '붓을 칼날처럼 들어' 쏟아낸 글이다. 맞춤법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백기완만이 구사하는 토박이 언어들을 종횡무진으로 구사해 토해낸 아우성이다.

그리 살집없는 몸이지만 약간 쉰듯 하면서도 우렁우렁한 그의 목소리를 여기서 떠올려도 좋으리라. 따라서 무엇보다 속이 후련해지는 그의 글이 낭만적 분위기, 혹은 백기완 만의 허장성세 속에서 정교한 사회과학적 인식을 놓치고 있더라도 그게 크게 흠결(欠缺)요소는 아닐 것이다.

모두가 잘아지고 비슷비슷해진 이 시대 백기완 만이 토해낼 수 있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숫제 행운에 속하니까. 책의 내용은 그가 생각하는 "진짜 통일의 알짜(실체)"를 담았다.

통일의 알짜란 그의 말을 그대로 빌리면 이런 것이다. "우리의 통일은 우리들만의 통일 만이 아니라 오늘의 잘못된 세계질서를 깨뜨리는 일이요, 나아가 올바른 세상을 새롭게 빚어내는 문명사적 한판 뒤집기요, 세계 해방의 알짜, 노나메기 세상을 빚고자 하는 작업"이다.

백기완의 통일이란 이토록 스케일이 크다. 그런 요소는 1970년대 선보인 그의 책 '자주고름 입에 물고 옥색치마 휘날리며' 등에서도 선보인 바 있다.

33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혼자서 공부했고, 농민운동과 빈민운동까지 겸했던 '야인(野人)'의 분위기가 2000년대 지금까지 일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기완은 우리 시대 천연기념물인 셈이다.

눈여겨 볼 것은 책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 '노나메기'다. 노나메기란 "노나서(함께) 일하고 잘 사는 올바르게 사는 세상"을 뜻하는 백기완 식 토박이 용어다. 매해 신년 중앙일보 지면에 선보이는 '새뚝이'역시 그가 만든 용어이기도 하다.

조우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