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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산업 강국이 되자] 4. 동북아 물류의 중심이 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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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동북아 물류 중심기지로 클 수 있다는 잠재력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그러나 그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미래의 국가 생존을 위한 전략, 시기를 놓치지 않는 과감한 투자, 국제 규범에 맞는 제도, 세계를 끌어안는다는 인식 등이 절실하다.

◇ 시설 확충과 배후지 개발=인천국제공항이 단일 공항 건물로는 세계 최대라지만 이미 주요 여객 시설은 피크 시간대에 포화 상태다.

화물터미널도 2~3년 안에, 그에 이어 활주로도 부족할 전망이다. 지금부터 시설 확충에 나서지 않으면 동북아 거점공항 확보 경쟁에서 다른 나라에 뒤진다.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배후지 개발은 더 시급하다.

영종도 주변 지역 개발이 시급하다는 인식은 공항건설을 시작하던 1995년부터 있었지만 아직까지 중앙정부 계획 따로, 인천시 계획따로, 분명한 청사진이 없다.

막대한 세금을 들여 지은 인천국제공항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항공사들이 싸게 이용하도록 남좋은 일만 하는 셈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부산.광양항도 배후지 부족으로 부가가치를 놓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추정으로는 광양만 배후부지 67만평을 개발해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했을 때 예상되는 부가가치 창출액은 2조8천5백72억원, 고용창출효과는 1만7천9백여명이다. 그러나 아직 계획 단계로 진행은 더디다.

전국 물류터미널도 부족하다. 한국의 물류터미널 수는 일본의 2.7%, 창고면적은 9.1%다.

◇ 부산.광양.인천항을 묶는 남.서해안 지역의 복합기능화=단순한 항만.공항.배후지개발로도 부족하다.

보관.포장.재고관리등 고부가가치 물류부가산업을 위한 배후단지와 종사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관광상품 개발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또 중국과 일본 서부지방으로의 항로도 개발돼야 한다. 중국 해안은 수심이 낮아 큰배 접근이 어렵다.

이들 지역으로 소규모 연계선이 인천.부산.광양으로 부터 화물을 실어 가도록 하면 그만큼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김재철 무역협회장)

경의.경원선이 복구되면 부산.광양은 TSR(시베리아횡단철도).TCR(중국횡단철도)을 통해 유라시아 대륙으로 이어지는 관문의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북한의 태도가 불분명하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이에 대비한 계획적 개발이 필요하다(송희연 인천대학 국제통상대학장)

◇ 비지니스.금융.컨벤션을 엮는 거점의 전략적 육성=최승담(한양대 관광학과)교수는 "금융.비지니스.컨벤션은 산업 특성상 대도시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개발되고 있는 베이징.오사카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복합적 시설집약형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최교수는 "이들 산업과 관련, 수도권.부산권의 집중 육성이 필요하며 따라서 수도권개발억제등의 규제도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따져보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

◇ 영종도.제주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영종도는 교통.정보.물류.비지니스.관광의 5가지 복합기능을 겸비한 펜타포트(Penta-port:airport, seaport, teleport, businessport, leisureport)로의 개발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설교통부 함대영 항공국장은 "공항주변지역의 개발상황이 장기적으로 허브공항으로 발전하는데 주요 변수" 라고 지적했다.

공항주변이 국제자유도시로 개발돼 무비자.무관세 등으로 인적.물적 국제교류가 활발해야 항공수요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태평양 항공시장은 98년 세계 항공수요의 24%를 차지했으나 2010년이면 32.5%까지 늘어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제주도는 현재 금융등 각종 산업을 나열한 관세자유지역 개념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관광지로의 집중개발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많다.

◇ 각 지방을 특화된 관광지로 개발=지난해 문경지역은 TV드라머 '왕건' 촬영장을 유치해 폐광지역에서 한 해에 3백32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테마가 있는 관광자원 개발의 성공사례다.

특히 국제적인 테마형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외국투자유치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경의 디즈니월드나 오사카의 유니버설스투디오 유치가 좋은 예다.

국토연구원의 박양호 연구위원은 "경주.부여등 역사관광지도 유물 자체보다 이를 어떻게 주제를 잡아 관광자원화 하는가가 중요하다" 고 지적하면서 "동아시아 관광벨트.오리엔탈 크루즈등 국가경계를 넘어서는 관광상품 개발을 선도해야 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음성직.신혜경 전문위원, 이재광.정경민.신예리 기자 eumsj@joongang.co.kr>

*** 영종도 · 제주 '국제자유시' 구상은…

영종도 국제자유도시 구상은 1994년부터,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은 98년부터 추진됐다.

그러나 영종도 구상은 아예 보류된 상태며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은 건설교통부에서 민주당으로, 또 총리실로 이관되면서 확정이 늦어지고 있다.

◇ 영종도 국제자유도시=우리 경제가 노동집약형 중국과 기술 및 자본집약국 일본 사이에서 표류할 것을 우려해 동북아 지역의 허브기능을 유치함으로써 경제발전의 견인차로 삼고자 94년 계획됐다.

인천공항 계획부지에 포함된 매립지 50만평을 포함해 용유도 4백50만평과 무의도 3백40만평을 단계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으로 세워졌다.

공항의 배후지역은 공항종사자를 위한 주거기능 및 항공관련 산업을 유치하고 용유.무의도지역은 물류.금융.정보의 국제적 집산지 기능을 수행하는 세계도시로 개방해 개발한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수요가 불분명하다는 반대와 수도권에 가깝고 접근 교통체계가 불편한 것등이 문제가 되면서 계획이 무산됐다.

◇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제주도를 관광.교육.1차산업 및 그와 연관된 바이오산업을 기본으로 첨단지식산업.물류.금융이 복합된 국제자유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으로 98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관계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각종 반대에 부닥쳐 주관부처가 건설교통부에서 새천년민주당 제주국제자유도시 정책기획단으로 넘어가는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쟁점은 ▶무비자 입국에 대한 우려 ▶영어 공용화에 대한 반대 ▶국제자유도시로서의 차별화된 교육제도에 대한 문제점 ▶관세자유지역육성 관련법 특례인정 불가 ▶골프장 입장료등 관광에 관련된 특소세 등 세금면제에 따른 세수감소 및 지역형평성 문제 등이다.

*** 잘나가는 네덜란드 ·싱가포르

네덜란드와 싱가포르는 물류중추국가로 성공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두 국가는 국토가 좁고 자원이 빈약하다는 공통점을 극복하고 교역과 물류중추 역할에 성공함으로써 높은 경제성장율을 보이고 있다.

◇ 싱가포르=내쇼날 반도체(NSC)는 싱가포르에 전세계를 총괄하는 유통센타를 세웠다. NSC는 그 결과 운송시간은 47%, 운송비는 2.5% 절감했으며 판매는 34% 증가했다.

이밖에도 싱가포르에는 컴팩, IBM, 휴렛 패커드 등의 공급관리망(Supply Chain Management)을 총괄하는 UPS 지역사업본부가 있다. DHL은 3천4백만달러를 창이공항의 물류센터에 투자했다.

싱가포르는 이와 같이 아시아 지역 다국적기업 유통기지로 급부상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자유무역항으로 도시전역에 대한 투자를 개방했으며 덧붙여 ▶5~10년간 법인세(27%)를 감면하는 선도기업지원 ▶소요액의 50~70%까지 지원, 또는 공동사업 추진을 위한 자문에 대해 지원하는 등 강력한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했다.

물류산업은 97년 싱가포르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했으며, 6천2백개 물류관련 기업에 약 9만7천명이 종사하고 있다.

◇ 네덜란드=유럽지역 물류센터의 56%가 네덜란드에 입지해 있다. 네덜란드는 60년대 초반 컨테이너 시대가 시작될 때부터 로테르담항을 컨테이너를 옮겨싣기에 적합한 항만으로 개발하기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로테르담을 물류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96년까지 1단계 38만평의 단지를 조성했으며, 2005년이면 2단계 45만평의 유통단지가 완공된다.

뛰어난 항만과 유통단지 및 스키폴공항은 네덜란드를 물류중심국가로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항구와 공항 두 축을 중심으로 부가가치 창출에 성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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