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순지- 박목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I
순지 같은 인간을 생각한다.
구수하게 풍기는 인간미.
그런 사람이 오늘날
쉽지 않지만.
어수룩한 나무를 생각한다.
나무야 다 어수룩하지만.
하다못해 넉넉한 신발을
생각한다.
그런 신발이 쉽지 않지만.
큼직한 그릇을 생각한다.
흙으로 주물러 멋없이 넉넉한.
요즘 세상에
그런 그릇이야 쓸모 없지만.
순지를 생각한다.
두툼하고 푸근한 순지로
내벽을 환하게 밝힌
사람을 생각한다.
묵 향기 확 풍기는
그런 사람이 오늘날
쉽지 않지만.
II
한국적인 물목.
一, 황촉 한 갑
一, 건어포 한축
一, 비취 쌍 가락지에
환한 달밤.
환한 달밤의 은은한 장지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