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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온천부터 찜질방까지 … 겨울 물놀이의 모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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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추위는 날이 서 있다. 아직 무방비인 목덜미를 서슬퍼런 칼바람이 사정없이 파고든다. 늦은 밤,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한 줌 온기가 간절해진다. 성냥 대신 추억 한 개비를 켠다. 치익, 하고 타오르는 한겨울 밤 할머니댁의 기억.

 “옛날 옛적 하늘에서 백로가 날아와 샘물에 미역을 감는 거라…” 김이 모락모락 솟는 샘물이 신기해서 주민들이 그 물에 목욕을 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어느 온천의 전설을 할머니는 어린 손녀에게 자분자분 들려주셨다.

충북 충주 수안보 온천은 조선 태조 이성계와 숙종이 병을 고쳤다 하여 ‘왕의 온천’으로 불린다. 수안보 파크 호텔 노천탕에서 모델들이 수백 년 이어져 온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있다. 와인을 마시며 여왕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한다.

 오래 전 돌아가신 할머니 얼굴이 어느새 아득해진다. 그 인자한 얼굴을 잃기 싫어 황급히 두 번째 추억을 켠다. 그러나 성냥팔이 소녀의 성냥처럼 떠오르는 건 또 다른 날의 기억이다.

 예닐곱 살 때였나, 외할아버지 생신을 맞아 으리으리한 온천장에 갔다. 매년 외할아버지 생신마다 외갓집 식구와 다 같이 목욕을 가던 시절이었다. 1년에 하루 온 가족이 모두 모이는 나들이 같은 거였다. 온천이거나 말거나, 오랜만에 이모들과 살 비비는 게 마냥 좋았다.

 추운 거리에서 늦은 후회를 한다. 외할머니 모시고 목욕을 간 게 언제 적 일이던가. 아니, 엄마와 함께 갔던 것도 이미 까마득한 과거다.

 이런 회한 갖지 말자고 이번 주 week&은 겨울 물놀이 특집을 준비했다. 충북 충주 수안보나 경북 울진의 백암온천 등은 예부터 물 좋다고 소문난 전통 온천이고, 강원도 속초의 설악워터피아와 충남 예산의 리솜스파캐슬 등은 물도 좋고 시설도 좋아 정부가 ‘보양온천’이라고 특별 지정한 온천이다. 반면에 젊은이들은 온천에 연연하지 않는다. 한겨울에도 경기도 용인의 캐리비안 베이 등 첨단 물놀이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를 찾는다.

‘보양온천’에서는 온천과 물놀이를 함께 즐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찜질방은 이제 겨울철 도심 레저로 자리를 잡았다. 각양각색의 여흥거리와 멋들어진 전망을 갖춘 찜질방은 가족·연인·친구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1만원 안팎으로 목욕과 휴식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요즘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찜질방의 매력에 빠졌다. 뭉친 몸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호텔·리조트 스파는 요즘 가장 잘나가는 명품으로만 골랐다. 모녀 데이트 코스로 손색이 없다.

 겨울을 나기에는 혼자보다 여럿이 낫다. 그게 가족이면 더할 나위 없다. 올해가 가기 전에 몸과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여행을 떠나보자.

글=나원정 기자
사진=신동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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