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위 나이팅게일’백영심씨, 이태석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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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간호사 백영심씨가 첫 의료선교를 떠난 아프리카 케냐에서 마사이족을 치료하던 모습. 백씨는 스물여덟 살부터 20년간 헌신적인 봉사를 지속했다. [사진 외교부]

“막막했다. 100년이 지나도 이 사람들의 삶이 뭐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도 다짐했다. 한 사람만이라도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오늘 하루 내가 산 이유와 가치는 충분하지 않겠냐고.”

 ‘말라위의 나이팅게일’. 20여 년간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백영심(50) 간호사는 27일 외교통상부가 주는 제2회 ‘이태석상’을 수상한 뒤 이렇게 말했다.

제주 출신으로 고려대 부속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그는 ‘더 어려운 환자를 위해 일하고 싶다’며 1990년 아프리카 케냐로 첫 의료 선교를 떠났다. 당시 스물여덟이었다. 케냐 마사이 부족에 섞여 ‘소똥’집을 짓고 봉사한 지 4년째 되는 때, 케냐보다 의료 환경이 더 열악한 말라위 치무왈라로 떠났다. 하루가 멀다하고 환자가 죽어 나가던 이곳에서 그는 기적을 꽃피웠다.

 “아침부터 약 한 알 타겠다고 기다리던 환자들이 그림자가 길어질 무렵 빈 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2008년 우연히 소개받은 대양상선 정유근 회장의 기부를 받아 수도 릴롱궤에 대양누가병원을 설립했다. 2010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백씨는 치료차 6개월마다 한국을 찾아서도, 릴롱궤의 병원을 위한 일을 했다.

외교부는 “20년간 홀로 의료봉사를 하면서도 현지에 초등학교와 4년제 간호대학까지 설립하는 등 헌신했다”며 “백씨의 봉사를 위해 이동진료 차량 등을 전폭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석상은 외교통상부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숨진 고(故)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해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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