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개혁과 검찰 길들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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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검찰 개혁이 새 정부의 핵심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동안의 국민적 불신과 비난으로 미루어 검찰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주요 과제다. 여러 차례 시도됐던 검찰 개혁이 번번이 실패했던 과거를 교훈삼아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국민이 신뢰하는 최고 권위의 국가 사정기관'이 검찰 개혁의 초점이다. 검찰권 독립이나 정치적 중립, 적재적소의 검찰인사, 불편부당한 사건 처리는 이를 위한 기본 요소다.

법무부와 검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주변에 어지러울 정도로 나도는 갖가지 개혁안도 모두 같은 목적이다.

문제는 검찰 개혁 필요성이나 총론 부분에는 대부분 이론이 없지만 각론에서는 입장에 따라 상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개혁안으로 제시된 검찰 인사위원회 설치, 상설 특별검사제 도입, 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 폐지, 검사동일체 원칙이나 상명하복 조항 개정 등은 이미 여러 차례 나온 내용들이다. 장단점이 있는 데다 기관별로 의견이 달라 실현되지 못했었다.

개혁을 위해서는 당사자인 법무부.검찰부터 바뀌어야 한다. 내부 희생도 감수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라는 의미다.

보다 몸을 낮추고 갖고 있는 힘도 줄일 수 있다는 겸손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이다. 또 검찰 개혁에는 제도개선과 별도로 정치검사 퇴출 등 분위기 쇄신을 위한 인적 청산, 자정 작업도 필수적이다.

아울러 정치권력은 검찰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구습(舊習)을 버려야 한다. 정치권 실세로 떠오른 인사가 느닷없이 임기직인 검찰총장의 퇴임을 공개 요구한 것이 좋은 예다.

인수위 측의 임기 보장 해명이 있었지만 이 같은 발언은 정치권력의 검찰 길들이기라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검찰권 독립을 위해서는 어떤 제도 개혁보다 대통령과 주변 정치권력의 의지가 훨씬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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