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학 병원들 의료장비 UP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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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방암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대구 모 외과원장 임재양(50)씨는 요즘 환자들에게 굳이 서울에 가지 말 것을 권한다. 유방암의 재발 확인과 수술 뒤의 치료방법 결정 등은 지역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임 원장은 "지역 병원이 서울의 대형 병원에서 주로 이용하던 첨단 고가장비를 잇따라 도입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1일 PET-CT센터를 개소했다. PET-CT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기(PET)와 컴퓨터단층촬영기(CT)가 결합된 의료영상기기로, 암과 중추신경계 및 심장질환 등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

경북대병원은 PET-CT 가동에 필요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장비인 사이클로트론 2대도 도입했다. 이들 2종의 장비 구입에만 70억원을 들였다.

이 병원은 또 지난 11일 34억원을 들여 감마나이프센터를 열었다. 감마나이프는 외과적 수술없이 뇌에 201개의 방사선을 쪼여 뇌종양.뇌혈관 질환 등을 치료하는 장비다. 감마나이프 도입으로 뇌종양은 외과적 수술때 입원기간 일주일, 수술비 700여만원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암 환자인 최모(63.경남 마산시)씨는 "교통.숙박비를 따지면 서울보다 진료비가 적게 들 수 있어 대구지역 병원을 찾는다"고 말했다.

영남대의료원은 지난 15일 디지털 혈관조영촬영장치와 CINE-ANGIO를 각각 도입했다. 이 중 혈관조영촬영장치는 심장을 제외한 모든 혈관, CINE-ANGIO는 심장부위 혈관을 3차원으로 촬영할 수 있는 고가(총 35억원) 장비다. 이를 이용하면 피부 절개없이 바늘이나 1~2mm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관으로 혈관질환.간암.담도폐쇄 등을 치료할 수 있다.

이 병원은 앞서 지난해 8월에는 PET-CT를 도입했다. 지금까지 이 기기를 이용해 1200명을 대상으로 각종 암의 전이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에는 기존 1대 외에 암의 방사선 치료에 필요한 선형가속기 1대를 추가 도입, 설치 중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지난해 9월부터 PET-CT를 운영중이다.

지역 병원들이 첨단장비를 잇따라 도입하는 것은 서울이나 다른 병원에 환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고속철 개통 등에 따른 환자 유출을 막고, 장기적으로 관련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고가장비를 도입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자로서는 이용 권유 등으로 불필요하게 검진비가 추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생겨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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