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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장 화제] "전통예절 시대에 맞게 재정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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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 전통예절교육원 신입생들이 지난 26일 도산서원 상덕사 앞에서 사당참배 의식을 하고 있다. [전통예절교육원 제공]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시작이 반 아닙니까. 예절은 간 곳 없고 자식이 부모를 해치려 드는 세상입니다."

지난 26일 오후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 퇴계종택. 퇴계 이황 선생의 16대 주손인 이근필(74)씨는 이날 사랑방에서 단체 손님을 반가이 맞았다.

도산서원이 올 들어 설립한 전통예절교육원(원장 이동후)의 첫 신입생 40명이 이날 입교식을 마친 뒤 퇴계 선생의 옛집을 찾은 것이다.

이씨는 신입생들에게 "전통예절을 복고시키기 보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예절을 정립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상견례를 마친 뒤 그는 종택에 전해지는 덕담을 적은 휘호 한점씩을 신입생들에게 일일이 나눠 주었다.

안동 도산서원이 전통예절의 재정립에 나섰다. 산업화와 함께 사라지고 헝클어진 전통예절을 더는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다.

이날 입교한 신입생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미 전통예절 등을 가르치고 있거나 관심을 가진 3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계층이다.

이들은 오는 12월까지 전통 관혼상제를 비롯해 존칭.호칭 등 언어예절, 옛 시 감상 등과 전통예절 실천 현장 견학 등 35주간(매주 토요일 오후 2~5시)의 교육을 거쳐 전통예절 지도자로 육성된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입교식에서 "전통예절 교육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임을 내세운 안동시정과 방향을 같이 한다"며 격려와 함께 지원을 약속했다.

신입생들은 입교식을 마친 뒤 첫 수업으로 퇴계 선생의 위패가 있는 도산서원 상덕사(尙德祠)에서 유건과 제복을 입고 사당을 참배하는 알묘(謁廟)의식을 익혔다.

신입생들은 특히 조촐한 모습을 한 퇴계 묘소에서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 정면이 아닌 측면으로 비껴 서 있는 비석의 내력 등을 들으며 겸양 정신을 배우기도 했다.

상주에서 온 교육생 박재용씨는 "전통예절에 관심있는 분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 든든하다"며 "바쁜 일과지만 어떻게든 수업에 빠지지 않도록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동후 원장은 "전통예절의 형식이 아닌 그 뒤에 담긴 정신을 같이 공부할 계획"이라며 "이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교육생들이 많아 강의진이 긴장하고 있다"며 반가워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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