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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부」의 소임완수|앞날의「비전」밝히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신문을 창간한다는 것은 선진사회 일수록 어렵고 후진사회 일수록 쉽다. 별로 제약도 없는 선진사회에서 신문의 창간이 어려운 것은 이미 각종의 신문이 그 지반과 세력을 굳게 마련하고 있어서 풋나기 신문으로서는 도저히 어깨를 겨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진사회에서는 집권층의 대소의 간섭 및 제약은 있어도 아직 미개척지라는 매력과 성공가능성이 짙은 점에서 새 신문은 육속 나타난다.
지금의 한국사회는 물론 선진사회라고는 할 수 없겠으니 그렇다해서 후진사회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사회구조상 아직도 미숙한 점이 많으나 일찍부터 발전해온 한국의 언론계는 어느 선진사회에 비교해도 별로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민족의 식민통치아래서 한국의 겨레를 대변하는 무겁고 커다란, 책무를 도맡아왔으며, 오늘날에 있어서는 제사부의 소임을 훌륭히 이룩하고 있으므로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사회에 새로운 신문이 나타났다는 것을 후진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나의 현상으로 가볍게 넘겨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보겠다.
한국의 신문은 지난날 너무나 쓰라린 가시밭길을 밟아 왔다. 그것은 나라의 왕권을 잃은 겨레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신문은 이에 굴치 않고 싸워왔다. 마치 온 겨레를 대표한 듯이 투쟁하였다. 사실 한국의 신문은 이를 자처하였고 또 온 겨레도 이를 자인하였다. 이러한 긴 세월에 걸친 투쟁과정에서 한국의 신문은 하나의 전통을 세웠다. 그것은 저항정신이었다. 이러한 저항정신은 그대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계승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은 오늘날에 있어서 야당정신으로 변모되어 있다. 야당정신이란 어느 특정한 야당의 그것을 가리킴이 아니라 야당을 포함한 온갖 사상에 대하여 독립불기의 정신으로 이를 보도 평론함을 말함은 다시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이러한 한국신문의 전통은 누구의 강요나 억제로 좌우될 성질의 것도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자고로 한국의 신문은 유달리 허다한 사명과 임무를 짊어지고 있다. 민주사회의 올바른 육성을 비롯하여 온갖 사회악의 온상을 파헤쳐 그 뿌리를 뽑아야 하며 또한 문화발전에 이바지해야 된다. 특히 이점에 대하여 전국지의 소임은 실로 크다하겠다. 신문이 그 시대의 집약적인 반영에 충실해야 할 것은 말할 것도 없겠으나 한 걸음 나아가서 앞날의 밝은 「비전」을 비춰주는 데에도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신문에 대한 평소의 느낀 바를 이 기회에 털어 놓아보면
첫째, 문교부가 제정한 상용한자를 충실히 실행하여야 할 것.
둘째, 각종의 자사 주최물에 대한 사고를 될 수 있는 대로 조그맣게 다뤄야 할 것.
셋째, 수습기자모집 및 동 합격자의 명단과 자사의 인사발령등을 기사난에서 다루지 않도록 할 것.
넷째, 정치면이건 사회면이건 간에 기사문체를 하나로 통일해야 할 것.
다섯째, 외신보도 기사를 대폭 늘릴 것. 대소기사를 막론하고 가짓수를 많이 수록해 줄 것을 특히 전국지에 대하여 바란다.
여섯째, 명랑한 화제를 많이 쓰는 반면 어두컴컴한 기사는 되도록 작게 다룰 것.
일곱째, 국민의 시력보건을 위해 활자 개조에 주력할 것.
대충 위와 같은 몇 가지의 주문을 하는 바이나 이는 비단 새로 나오는 신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히 새 술은 새 부대에 넣으라는 말도 있듯이 새로 나오는 신문에 기대되는 바 큼도 사실이다. 더구나 모든 신문은 신문자본의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주력해야 될 것이다. <중앙대학교수·신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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