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킹] 배추의 역사란, 배추김치를 먹고 말겠다는 욕망의 서사.

    [쿠킹] 배추의 역사란, 배추김치를 먹고 말겠다는 욕망의 서사.

      요즘 배추는 배추김치를 잘 만들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 태어났다. 사진 세계김치연구소 장보기에 레벨이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예를 들면 매의 눈으로 이거다 싶은 채소를 거침없이 골라내는 손놀림을 볼 때다. 딱 봐도 주부 경력이 많은, 고수의 포스를 풍기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다. 뭐, 진짜 좋은 채소를 골랐는지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점은 나의 엄마도 비슷하다. 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먹고 자란 엄마는 채소를 까다롭게 고르는데, 그 까다로움이 최고조가 되는 때가 김장배추를 고르는 11월이다. 엄마가 찾는 배추는 늘씬하며 크기가 작다. 배추 뿌리까지 간식처럼 먹었다는 옛날 옛적 이야기도 종종 해주시는데, 뿌리는 고사하고 크기가 작은 배추를 찾는 것만도 여의치가 않다.   그러던 차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김진희 박사가 해준 말은 반갑기까지 했다. “저희 부모님 세대만 해도 배추 뿌리가 달아서 간식으로 드셨다고 한다”는 말이다. 존재가 의심되던 배추를 증명받은 기분이었달까. 김진희 박사는 “우리나라 초기의 배추는 지금보다 뿌리가 더 발달했고 지상부(지표면에 있는 식물체의 부분)가 작았다”고 말한다. 새 품종을 만들어내는 육종을 거치며 지상부가 발달해 ‘엽수’가 많아지고 뿌리는 퇴화한 품종이 나왔다는 것이다.     엽수는 식물체 잎의 수를 말한다. 엽수, 그러니까 배춧잎이 많아야 결구도 잘 된다. ‘결구’는 배춧잎이 여러 겹으로 겹쳐서 속이 둥글게 꽉 찬 것을 말한다. 잎이 꽉꽉 들어차서 옆으로 통통한 요즘 배추는 결구배추다. 이에 비해 잎이 적고 속이 덜 차서 윗부분이 벌어진 것은 반결구배추다.     배추는 비결구에서 시작해 결구품종인 반결구와 결구로 발달했다고 하는데, 얘기가 너무 길어지지 않게 반결구의 역사부터 살펴보겠다. 반결구배추는 1800년대 중국에서 도입돼 1800년대 중반에 국내에 토착화했다고 알려진다. 19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는 김장김치로 만들 수 있는 배추의 가을 재배가 시작됐다 하며, 대표적인 재래배추로는 ‘개성배추’와 ‘서울배추(경성배추)가 있다. 개성배추는 개성을 중심으로, 서울배추는 서울을 기준으로 남쪽에서 많이 재배했다.     대표적인 재래배추인 개성배추 모양과 종자. 사진 농촌진흥청 재래배추는 맛이 좋았다는 기록이 남아있지만, 단점도 있었다. 추위에 약해 수확량이 적고 가격이 비쌌다. 그런데 당시 화교들이 중국에서 가져온 종자로 키운 호배추는 속이 꽉 차서 추위에 강했다고 한다. 호배추는 1930년대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인기는 재래종이 더 좋았던 모양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의 주영하 교수는 『식탁 위의 한국사』에서 “조선배추에 비해 호배추는 감칠맛이 적고 우거지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적고 있다.   해방 후에는 배추 산업에 위기가 찾아왔다. 김진희 박사는 “우리나라 채소 종자 산업은 1945년 해방이 될 때까지 일본산 종묘에 의존해왔는데, 해방 후 수년 동안 채소 종자의 부족으로 심한 혼란을 겪었다”고 설명한다. 이때 채소 육종의 기틀을 마련한 사람이 우장춘 박사다. 우장춘 박사는 1954년 배추와 무의 종자를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 최초 일대잡종 배추품종인 ‘원예 1호’다.     원예 1호는 수확량이 많고 추위에 강한 호배추의 장점은 가져가되 크기와 모양이 균일하지 않은 재래종의 단점을 보완해 만든 결구종이다. 김진희 박사는 “재래종은 발아가 되지 않는 씨가 많아 수확이 들쭉날쭉하고 병충해 피해도 컸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아가 잘되고 엽수가 많으며 수확량을 늘리도록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얼핏 복잡해 보이지만, 요약해보면 이렇다. 조상들은 잎이 많은 배추를 줄곧 바랐다. 왜냐면 김치를 만들어야 하니까. 김진희 박사는 “50년이 넘는 배추품종의 역사는 기본적으로 맛이나 재배가 더 용이한 방향으로 개량됐는데, 한마디로 김장하기 좋게끔 바뀌었다”고 한다. 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 책임연구원인 박채린 박사도 같은 말을 한다. “우리는 김치를 만들기 위한 배추에 진심이었다. 모든 품종 개량이 그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배추에 그렇게까지 진심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배추의 흰 줄기 부분의 맛을 선호했을 것이라고 짐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 박채린 박사의 설명이다. “배추의 하얗고 노란 부분은 맛이 달고 고소하다. 푸른 잎만 있는 다른 채소에서 느끼기 어려운 맛이라, 당시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배추의 결구를 이뤄내려고 더 노력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 찬거리로 활용이 높은 배추김치를 담기위해 전국이 들썩였다. 사진 국가기록원 재미있는 건 노동의 강도가 세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배추를 고집했다는 점이다. 박채린 박사는 “배추가 대중화되기 전에 주로 먹던 무김치는 양념을 만들어 섞어버리면 끝인데, 배추는 소금에 절여서 물로 씻은 다음 물기를 빼야 한다”고 말한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과정이 생각보다 어렵다. 소금에 너무 절여도 안 되고 덜 절여도 곤란하다. 물기를 오래 빼면 배추의 숨이 살아난다. 게다가 배추의 흰 줄기 부위는 결구 형성이 많을수록 비중이 높다. 줄기까지 양념이 잘 배려면, 소금에 절여 배추 숨을 죽이는 과정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그래도 중노동의 대가는 달콤하다. 김치에 갓 지은 밥만 있으면 언제든 든든한 한 끼가 가능하니까. 또 “다른 김치에 비해 배추김치는 활용도가 높다”고 박채린 박사는 말한다. 갖은 찌개로 끓여 먹을 수 있고 볶아서도 먹으며 국에도 넣어도 맛있다. 만두를 만들 수도 있고 볶음밥에도 잘 어울리며 보쌈이나 전으로도 최고다. 그뿐인가, 김치는 서양 요리에 곁들여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배추의 역사를 짧게나마 훑었음에도,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은 궁금증은 재래배추와 요즘 배추의 맛의 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둘을 비교할 근거 있는 데이터가 없다. 재래배추를 먹어본 사람의 경험담만 남아있다. 맛도 궁금하지만 일단 재래배추를 구하기가 어려우니 아쉬운 부분이다. 사실 ‘요즘 배추’라고 통칭하지만, 같은 결구종이라도 품종마다 미세하게 맛과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또 재배환경에 따라서도 맛은 달라진다. 하여간 구매할 때는 품종을 알 수 없다. 이것도 아쉬운 점이다.   전남 해남 '냔냐니 농원' 가을 배추 수확 모습. 김경빈 기자 다만 알게 모르게 여러 품종을 먹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봄에 먹는 봄배추, 여름의 고랭지배추 모두 육종과 재배기술의 발달로 등장한 품종들이다. 김진희 박사는 “우리보다 먼저 배추를 재배하기 시작한 중국도 개발하지 못한 것이 바로 봄배추”라고 말한다.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일 년 내내 작물을 재배해 생산하는 걸 ‘주년 생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주년 생산 체계를 달성했다. 덕분에 사시사철 배추를 먹고 있다.     흥미로운 새 품종도 있다. 주로 기능 성분이 많은 배추다. 예를 들면 글루코시놀레이트 함량이 다른 배추보다 더 높은 반결구 배추품종이 있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배추에 많은 항암물질이다. 배추와 양배추, 무, 순무 같은 배춧과 식물에 함유돼 있으며 항균과 살충 작용도 한다. 이 밖에도 속잎이 귤색인 배추, 지구온난화와 과잉 생산으로 생기는 가격하락을 막기 위해 개발한 재배 기간이 짧은 배추도 있다. 어쨌든 결론은, 우리가 잘 모를 뿐 육종은 계속되며 배추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움말=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농업연구사 김진희·세계김치연구소 문화진흥연구단 책임연구원 박채린 참고서적=『조선시대 김치의 탄생』 『통김치, 탄생의 역사』 『식탁 위의 한국사』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초조하고 우울한 기분 ‘멸치견과류볶음’으로 털어내세요.[쿠킹] 26년차 요리선생님의 원칙…“변화를 거부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쿠킹]칼칼한 돼지고기 김치찌개, 고기 냄새 잡고 깊은 맛 내려면[쿠킹] “우엉은 약”…환절기, 뜨끈한 우엉들깨탕 어때요

    2021.11.13 09:00

  • [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닥터 라이블리의〈부엌에서 찾은 건강〉 ②뒷끝 심한 악당, 과당을 조심하세요 한 해가 가기 전에 해야할 일 중 하나가 건강검진이다. 사진 unsplash “요산 수치가 높아요. 통풍 아시죠? 요산 수치가 높으면 통풍 같은 병이 올 수 있어요. 고기를 줄여보세요.”  “지방간이 있으시네요. 술도 안 드시는데 지방간이 있으니, 기름진 음식을 줄여보세요.”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본 경험이, 여러분에게도 꽤 있지 않을까 싶다. 굳이 내 일이 아니어도 가족이나 지인의 건강검진이 끝나면 자주 나올 법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높은 요산 수치와 지방간은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이 일어나기 전 초기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몸이 “살려주세요!”하고 보내는 SOS 신호다. 이 같은 신호를 받으면 먼저 ‘고기와 기름진 음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그것 말고도 정말 중요하게 필요한 생활습관 교정이 있다. 바로 주로 과일 속에 포함된 ‘과당’을 줄이는 것이다.   과당을 줄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일은 보통 몸에 좋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일은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독’이 된다.     과일엔 과당이 들어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는 건 좋지 않다. 사진 pixabay 과일이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이유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과일에 포함된 식이섬유와 다양한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한 영양소들 때문이다. 어느 정도는 충분히 타당한 말이다. 두 번째는 과일의 GI 지수가 낮기 때문이다. GI 지수는 해당 음식이 혈당을 얼마나 올리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다. 당뇨 환자들의 식단에서는 GI 지수가 높은, 즉 혈당을 많이 올리는 음식은 최대한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물론 과일의 과당은 혈당을 ‘덜’ 올린다. 혈당측정기에 기록되는 혈당 상승효과도 적다. 때문에, 혈당을 올리는 다른 음식에 비해 과일이 몸에 좋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공공연히 몸에 나쁘다고 알려져 있는 설탕은 어떨까.     설탕은 포도당 1분자와 과당 1분자가 결합한 물질이다. 우리 몸에 들어오면 포도당과 과당으로 분해된다. 설탕은 포도당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이유로 과당에 비해 대역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설탕에 들어있는 과당은 나서기 좋아하는 친구 포도당을 함께 데리고 다니기 때문이다. 포도당은 앞에 나서기 좋아하지만 뒤끝 없는 친구, 이에 비해 과당은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데 뒤끝 심한 악당으로 생각하면 쉽다.   포도당은 나서기 좋아하는 탓에 혈당을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높여 혈당 측정기에 아주 쉽게 감지된다. 반면, 과당은 혈당은 높이지 않고 포도당 뒤에 숨어서 몰래 들어온다. 모두의 시선이 혈당을 올리는 것에 집중된 사이, 과당은 조용히 몸을 망가뜨리기 시작한다. 혈당을 올리는 것을 제외하면, 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8할은 과당의 몫이다. 설탕이 나쁘다고 알려진 원인은 과당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이 이야기를 들으면 “과당이 그렇게나 나쁜데 왜 우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과거 비만과 당뇨를 비롯한 대사 질환 연구의 초점이 대부분 측정 가능한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과당의 영향은 측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측정 가능한 부분에서 시작해 대사 질환의 원인을 점점 더 파고들다 보니, 그 핵심에 여태까지 잘 파악되지 않았던 ‘과당’의 작용이 있었다. 덕분에 최근 들어서는 과당이 당뇨, 비만, 고지혈증 등의 대사질환의 시발점이 되고 있다는 연구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과당은 우리 몸에 다양한 악영향을 미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악영향이 ‘지방간’과 ‘요산’이다. 과당이 이러한 악영향을 유발하는 기전에는 과당만의 아주 특이한 점이 있다. 보통 포도당의 경우에는, 우리가 먹은 후 온몸의 세포들이 이것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과당은 대부분 ‘간’에서만 대사된다. 간으로 흡수된 과당은 대사 과정에서 대표적으로 두 가지를 만드는데 바로 ‘요산과 지방’이다. 즉, 요산 수치를 올리고 간에 지방을 쌓아 지방간을 만든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과당과 요산·지방간과의 관계가 놀랍지 않은가?   자, 이제 우리는 “요산 수치가 높아요”하는 사람에게, 특히 고기를 아무리 줄여도 요산 수치가 꿈쩍도 하지 않는 분들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과일이나 달콤한 디저트류를 좋아하진 않나요?”라고 말이다. 대답이 “예”라면 당연히 ‘과당’을 줄여야 한다.     지방간도 마찬가지다. 지방간과 당뇨가 있어서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자연식을 한다고 과일을 한 아름씩 먹는 분을 보면 정말 마음이 아프다. 과당은 혈당 안 오르는 설탕을 먹는 것과 똑같기 때문이다. 간에서 대사되는 과당은 간에서 지방을 만들고, 그것이 에너지로 쓰이지 못하면 간에 쌓여 지방간을 만든다. 지방간은 당뇨 악화의 핵심인 ‘인슐린 저항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당 줄이기’는 혈당이 높은 환자, 당뇨 환자, 지방간 환자들에게 정말 중요한 생활습관 교정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일은 히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이면 충분하다. 사진 pixabay 몸이 SOS 신호를 보낼 때, 그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원인을 모르면 애써 생활습관을 바꿔도 달라지는 게 없다. 달라지는 게 없으면 노력도 허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정확하게 아는 게 힘이다. 과일을 아예 먹지 말란 소리는 아니다. 분명 과일에는 좋은 성분들이 많다. 제철 과일이 주는 즐거움은 일 년을 살아내는 즐거운 기쁨이기도 하다. 단, 양을 조절하면 된다. 하루에 사과 반쪽, 블루베리 한 움큼 정도면 충분하다.     가장 좋은 것은 병이 오기 전에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아직 “당뇨는 아니지만, 지방간이 있네요”라든가 “다행히 증상은 없으신 것 같지만, 요산이 높네요” 같은 말을 들었다면, 혈당 안 올리는 설탕인 ‘과당’을 많이 섭취한 게 아닌가 한 번쯤 돌이켜볼 차례다. 너무 많은 과당은 우리 건강의 적신호를 켜는, 뒤끝 심한 악당임을 잊지 말자.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구독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됩니다.     관련기사[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쿠킹] 제철 물오른 홍게, 중국식 홍게 수프로 맛보세요.[쿠킹] 제철이라 더 쫄깃해요. 자연산 백골뱅이로 만든 술안주[쿠킹] 고소한 금태 통째로 넣은 솥밥, 더 맛있게 짓는 비법은

    2021.11.03 09:00

  • [쿠킹] 코로나19 예방하려면 우유·생선·버섯·새우로 '이것' 보충해요.

    [쿠킹] 코로나19 예방하려면 우유·생선·버섯·새우로 '이것' 보충해요.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⑤ 비타민D   ‘우유·달걀·요거트·시리얼·간·생선·버섯·효모, 그리고 햇빛’. 서로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우리 몸의 비타민D를 채워줄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럼 다음 질환과 증상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코로나19·인플루엔자·당뇨·비만·우울·골다공증·심혈관질환·암 그리고 면역 저하’. 바로 비타민D가 결핍되면 이런 증상이나 질환이 더 악화하기 쉽다는 것이다.     몸속 비타민D를 보충해주는 음식으로는 달걀과 우유, 버섯 등이 있다. 사진 pixabay.   당뇨와 암 같은 중증 질환도 놀랍지만,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역시 ‘코로나19’다. 실제로 최근 해외에서는 코로나19와 비타민D의 연관성에 관한 논문이 많이 나오고 있다. 이 두 가지를 설명하는 영상도 유튜브에 쏟아지는 중이다. 이쯤 되면 자연스레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비타민D가 대체 뭐라고?’ 같은 궁금증이다. 이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비타민D가 몸 안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간단히라도 알아야 한다.     비타민D는 지방에 흡수되는 지용성 비타민이다. 음식으로 섭취하면 지방과 만나 흡수돼 혈액으로 이동한다. 또 다른 경로는 햇빛이다. 우리 피부 속의 비타민 전구물질(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 태양의 자외선 중 UVB와 만나면 합성된다. 이렇게 해서 혈액으로 이동한 비타민D는 다시 특정 단백질과 만나 간으로 이동한다. 간에서 효소와 합성되면 비활성형 비타민D가 되는데, 비활성형 비타민D를 활성형 비타민D로 만들어주는 것은 콩팥의 효소다. 콩팥의 효소로 완성된 활성화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를 촉진해 혈중 칼슘농도를 높여준다.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칼슘과 더불어 비타민D의 섭취가 함께 필요한 이유다.    비타민D를 보충하는 또 다른 방법은 햇빛을 쬐는 것이다. 사진 pixabay.   흥미로운 점은 콩팥과 마찬가지로 대식세포(마크로파지)에도 비타민D를 활성화하는 효소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는 세포 찌꺼기나 이물질, 미생물, 바이러스 등을 먹어 삼켜 분해하는 포식작용 기능과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을 촉발하는 기능을 한다. 즉, 면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세포다.      대식세포의 효소로 완성된 활성형 비타민D는 면역세포의 유전자 발현에 관여한다. 이때 대표적으로 두 가지 단백질이 생성된다. 그중 하나는 우리 몸에 침투한 호흡기 바이러스(인플루엔자, 코로나19 등)를 공격해 말살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단백질은 항체를 형성하거나 바이러스를 공격해 면역 과잉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일으키는 기전에 관여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인체에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면역반응이 과다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을 말한다. 과잉 염증반응을 일으켜 오히려 인체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이때 비타민D는 항체가 형성하는 기전이 활성화되도록 촉진해 사이토카인 스톰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항체를 형성해 바이러스를 퇴치하는 최적화 상태가 되도록 돕는 것이다.     연어는 지방의 약은 적은 반면, 비타민D가 들어있어 추천하는 음식이다. 사진 pixabay. 호흡기와 인체 순환에도 중요한 도움을 준다. 비티민D는 콩팥에서 나오는 ‘레닌’이라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데, 이는 폐혈관이 수축하고 염증반응이 가속화되며 섬유화가 진행돼 폐에 상처를 주는 순환 자체가 일어나는 것을 초기에 줄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됐을 때 폐의 상처를 줄여주는 반응도 유도한다. 쉽게 설명하면, 비타민D는 바이러스 퇴치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라 호흡기 바이러스가 침투한 이후에도 폐의 상처를 줄이는데도 기여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타민D가 작용하는 원리를 알고 나면, 왜 비타민D가 풍부한 집단이 결핍인 집단에 비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이 적고, 감염되더라도 심각성이 낮은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비타민의 정의는 ‘우리 몸에서 충분한 양을 생산할 수 없으며 음식에서 섭취하여야 하는 필수 영양소’다. 그런데 유독 비타민D는 비타민의 특성만이 아닌 호르몬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비타민D는 호르몬’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실제로 면역은 물론이고 호흡기와 뼈 건강에도 관여하는 비타민D는 중요한 호르몬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서 비타민D 수치를 검사했을 때 정상으로 나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비타민D의 혈중농도는 피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이상적인 농도는 50ng/㎖ 전후다. 20ng/㎖ 미만은 결핍, 20~30ng/㎖은 불충분, 30~100ng/㎖은 정상치(충분)다. 최근엔 건강검진에서 비타민D 농도를 검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 10ng/㎖ 전후인 결핍 환자를 가장 많이 보았고, 30ng/㎖ 이상인 환자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비타민D 결핍은 현재 전 세계적인 유행병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타민D 결핍으로 인한 진료는 2010년 3118명에서 2014년 31225명으로 4년 만에 10배가량 증가했다.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성인남자 74.5%, 성인여자 80.9%는 비타민D 부족이다. 음식으로 권장량을 섭취하기에 한계가 있고, 주로 실내생활을 해 햇빛(UVB)을 쬐는 시간이 적어서다. 유리창을 넘어 실내에 들어오는 자외선은 UVA만이다. 결국, 꾸준히 영양제를 먹어주거나 3개월에 한 번씩 엉덩이 주사로 보충하지 않으면 결핍인 경우가 흔할 수밖에 없다.   우유에 시리얼을 섞어 달걀과 함께 먹으면 비타민D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진 pixabay.   비타민D는 생선, 특히 대구의 간유, 연어, 다랑어, 정어리 등의 기름진 생선에 들어있는데, 연어는 지방의 양은 적으면서 손쉽게 구해 조리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그 밖에 새우, 달걀 노른자, 치즈, 소의 간, 표고버섯, 시금치, 우유, 요거트, 시리얼 등에도 들어있어 아침 식사로 우유에 시리얼을 섞어 달걀과 함께 먹는다면 비타민D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상 혈중 농도를 충족시키려면 음식만으로는 부족하여 영양제로 따를 먹는 것이 좋으며, 종합비타민에는 비타민D의 함량을 많이 넣지 못하므로 (크기가 너무 커진다) 단일제제로 따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참고 논문: Femke Baeke 『Vitamin D: modulator of the immune system』, John P Bilezikian 『MECHANISMS IN ENDOCRINOLOGY: Vitamin D and COVID-19』, Joseph Mercola 『Evidence Regarding Vitamin D and Risk of COVID-19 and Its Severity』   윤수정 가정의학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빨간 맛이 궁금해, 위장 보호하고 다이어트에 좋은 ‘비트’ 식물성 단백질이 백미 2배↑…다이어트엔 슈퍼푸드 ‘귀리’코로나·스트레스·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바나나 꿀차 한잔 어때요 한반도 토양에 부족한 셀레늄, 이것으로 채워요

    2021.10.20 12:58

  • [쿠킹] 26년차 요리선생님의 원칙…“변화를 거부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

    [쿠킹] 26년차 요리선생님의 원칙…“변화를 거부하면 발전할 수 없어요”

    많이 경험하고, 소통해야죠. 요즘처럼 변화가 빠른 시대에 내 고집만 내세우며 변화를 거부해선 안 돼요.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다른 셰프의 매장도 찾아가고, 유행하는 맛집도 가요. 직접 먹어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다 보면 배우는 게 많거든요. 특히 젊은 친구들과도 어울리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추진력도 강하고 트렌드에도 빠르다 보니 많이 배울 수 있어요.   현대 서울의 음식을 소개하는 ‘수퍼판’을 운영하는 우정욱 셰프는 인터뷰 내내, 다른 셰프의 레스토랑이나 새로 나온 가정간편식 이야기가 나오면 눈을 반짝였다. 요리선생님으로 20년을 살며 ‘명문가 며느리의 요리 선생님’,‘대치동 요리 선생님’으로 사랑을 받았고 이어 수퍼판을 열고 셰프로 6년을 일했다. 요리를 업으로 삼은 경력만 26년. 다른 레스토랑 셰프도, 레스토랑 고객도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배울 게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주방에 오래 머물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만의 요리 세계에 빠지기 쉽지만, 그는 이처럼 매일 변화를 경험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실 이런 태도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미식가로 주말마다 가족을 새로운 식당으로 데리고 가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여기에 2대째 서울 토박이로 단아하고 정갈한 상차림에 능숙했던 친정어머니의 요리를 맛보고 자랐으니 말이다. 게다가 결혼 후엔 대가족 집안에서 요리 수행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집들이만 15번 치르고, 30명을 초대해 상 차리는 게 일상이었다.    손님 초대와 요리를 가르치는 건 다른 일이잖아요. 어떻게 요리 수업을 하게 되셨어요.   집에 초대해서 온 지인들이 요리를 맛보고 “요리 수업을 하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렇게 1995년 대치동 집에서 젊은 주부를 대상으로 요리 수업을 시작했죠. 이후 요리 교실을 이촌동으로 옮겼어요. 꼬박 20년을 요리 선생님으로 살다가, 2015년, 이촌동에 다국적 가정식 레스토랑 ‘수퍼판’을 열었어요. 요리 수업이나 컨설팅할때와는 달라서, 우여곡절을 겪었어요. 그래도, 제 요리를 맛보고 좋아하는 분들을 보면 오늘도 주방을 지키죠.      레시피 책도 여러권 내셨고, 수퍼판 메뉴도 자주 바뀌어요. 레시피는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세요.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은 가정식 메뉴를 담은 레시피 책 '우정욱의 밥' 출간을 기념해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수퍼판 인스타그램.   다른 분들의 레시피를 많이 봐요. 그걸 그대로 하지 않고, 제 방식대로 바꿔보며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죠. 많은 식당을 다니며 두루 맛보고, 모든 분야를 배우기도 하고요. 레시피는 고정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재료나 양념을 바꿔가면서 계속 발전시켜야죠. 예를 들어, 가지찜은 처음에 고기를 넣었는데, 이후에 바지락으로, 최근엔 반건조 새우를 넣어요. 마른 새우와 달리, 풍미가 살아나더라고요. 가지찜처럼 다른 메뉴도 계속 다른 재료로 바꾸고, 소스도 바꿔가면서 더 맛있는 레시피를 만들어가요.     음식 재료는 어디에서 사세요. 아무래도 오래 요리를 해 온 만큼, 믿고 주문하는 곳들이 있죠. 참기름과 들기름은 지리산, 더덕은 횡성, 어묵은 부산에서 주문해요. 고기나 손두부 등은 이촌동 시절부터 꾸준히 거래해온 동네 가게에서 계속 주문해요. 최고급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좋은 것’을 사용하겠다는 철칙이 있는데, 그동안 신뢰가 쌓인 만큼 좋은 재료를 공급해주세요. 청담동 이전 후, 정식으로 오픈하기 전, 식자재를 공급하시는 사장님과 그 가족들을 초대해서 식사 대접을 했어요. 보내주시는 식재료가, 이렇게 요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드린 거죠. 정말 기뻐하셨고, 저도 보람을 느꼈어요.     제철에만 맛볼 수 있는 재료로 계절의 맛을 담아낸다. 사진은 가을 버섯을 넣은 안초비 버섯볶음. 사진 송미성.   계절에 따라 특별히 즐겨 찾는 재료가 있으세요.   제철 식재료는, 그만의 매력이 분명히 있어요. 요즘은 양식 기술이 좋아져서 대부분 식재료를 사시사철 구할 수 있지만, 여름 민어처럼 딱 그 시기에만 즐길 수 있는 식재료들은 꼭 사용하려고 해요. 요즘 같은 가을엔 송이버섯과 더덕을 많이 쓰죠. 겨울엔 굴을 쓰고요. 굴을 튀겨서, 다양한 버섯과 볶아내면 정말 맛있거든요.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 궁금해요. 건강이죠. 짜거나, 양념이 강하면 건강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을 해치잖아요. 그렇다고 원재료만 넣으면 맛이 부족하죠. 감칠맛을 내기 위해선 들어가는 재료가 많은데, 보통 소스에 열 가지 넘는 재료를 넣어요.     요즘 집밥의 정의가 많이 달라졌는데요. 옛날 우리는 반찬을 여러 개 골고루 차려서 먹었다면, 요즘은 채소나 고기를 함께 먹는 스키야키나, 김밥 등 일품요리나 간단하게 먹는 걸 선호하는 거 같아요. 힘들이지 않고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요. 사실 매끼 직접 요리하고 차려내는 게 요즘은 쉽지 않은데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밥 먹는 횟수는 늘고, 그러니 테이크아웃과 가정간편식을 적절히 섞어가면서 먹는 게 요즘 집밥 같아요.     수퍼판이 신사동으로 이전한 지 1년이 됐는데요. 1년 만에 와보니까, 컨셉이 더 명확해진 것 같아요.  이촌동의 수퍼판은 ‘엄마 집밥’ 컨셉이었다면 지금의 수퍼판은 ‘지금 서울의 음식’을 선보여요.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소개하죠. 제가 본래 술을 잘 못 마셨는데 수퍼판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식과 와인을 페어링 하며,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더라고요. 게다가 와인 고유의 다양한 풍미와 산도에 따라 요리 맛이 배가되다 보니, 요즘은 내추럴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와인을 즐기고, 소개하고 있어요.     와인에 어울리는 안주를 추천해주세요. 어떤 와인과 내어도 잘 어울리는 게 부라타 치즈예요. 제철 과일이나 바질 페스토만 함께 내어도 최고의 안주가 되죠. 의외로, 한국 음식이 와인이랑 무척 잘 어울려요. 특히 한식 밑반찬은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는데, 맛깔스러운 밑반찬 몇 종을 담으면, 안주 플레이트로 손색이 없죠.     나만의 소울푸드를 꼽는다면요.   우정욱 셰프는 소울푸드로 떡국을 꼽았다. 멸치육수와 한우로 맛을 낸 그의 떡국은 지인들도 가장 기억에 남는 요리로 꼽는다. 사진 우정욱 인스타그램. 떡국이요. 365일 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우리 부부의 소울푸드예요. 멸치 육수를 잘 내고, 한우 업진살을 쫑쫑 썰어 참기름, 국간장에 달달 볶아 섞어요. 거품을 완전히 걷어내면서 끓이다 쌀떡을 넣고 달걀을 거칠게 풀어 넣는 서울식 떡국인데요. 모두가 좋아하는 맛이에요.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여러 가지 요리를 차리고, 마지막으로 떡국과 김치냉장고에서 김장 김치를 내는데요.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내도, 다들 이 떡국과 김치만 기억하더라고요(웃음). 수퍼판에서도 오마카세의 마지막 코스로 떡국을 내는데, 다들 빈 그릇을 들어 보여줘요.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우정욱 셰프의 레시피 중 가을·겨울에 추천하는 요리들을 ‘쿠킹’에서 만나보세요. 안초비로 맛을 낸 버섯볶음부터 데리야끼 소스와 쫄깃한 닭다리살, 꽈리고추로 맛을 낸 요리 등 이 계절에 어울리는 요리를 만나보세요.    관련기사[쿠킹] 안초비로 맛을 낸, 표고·양송이·만가닥 버섯 3종 볶음     

    2021.10.18 11:41

  • [쿠킹] 대하 vs 흰다리 새우 당신의 선택은?

    [쿠킹] 대하 vs 흰다리 새우 당신의 선택은?

    가을이 되니 위장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여름 더위에 지치고 환절기 일교차에 쇠한 기력을 충전할 무언가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하지만 부지런 떨며 보양식을 만들 기운은 또 없다. 손질하고 요리할 에너지를 최소로 하되, 최대의 맛을 낼 수 있는, 뭐 맛있는 거 없을까.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쉽게 먹고 싶다는 얄팍함에 머리를 굴리다 운명처럼 새우를 떠올렸다. 혈액 내의 유해 콜레스테롤을 배출해준다는 키토산과 자양강장에 효과적이라는 타우린이 풍부하다는 그 새우다! 옛날 사람들에게 새우는 신장을 강화해 양기를 더해주는 강장식품이었다고 한다. 칼슘과 단백질도 많다. 피로인지 노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시들한 몸을 보강하기에 딱 그만이다.   심지어 새우는 맛도 좋다. 해산물은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갑각류는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많다. 특별히 거창하게 조리하지 않아도, 간단히 굽고 찌는 것만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구하기도 쉽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거의 언제든 살 수 있다. 실제로 새우는 가장 흔히 구할 수 있는 갑각류 중 하나다. 전 세계 2500여 종, 한반도에는 90여 종이 서식할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한다.   위가 대하, 아래가 흰다리새우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이맘때 생각나는 새우로는 대하가 있다. 대하는 산란 직전인 3~4월과 10~11월이 제철이다. 그런데 포털에 ‘대하’를 검색하면 ‘흰다리새우’가 동시에 뜬다. 대하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주로 서식하는 토종 새우이고, 흰다리새우는 중남미가 원산지인 대형새우다. 품종도 원산지도 다르지만, 어쩌다 보니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흰다리새우가 대하의 대체품종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양식한 흰다리새우다. 사실 양식은 대하가 먼저 시작했다. 1900년대에 대하가 많이 나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양식장이 발달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생산량은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흰반점바이러스(WSSV)에 의한 대량폐사 때문이다. 이에 반해 흰다리새우는 환경 적응력이 강하고 질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바이오플락(Biofloc Technology)이라는 새로운 양식기술도 큰 몫을 했다. 2003년 국립수산과학원은 바이오플락 기술을 국내 도입해 양식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쉽게 설명하면 미생물을 이용한 새로운 양식기술이다.     양식은 생물의 성장과 수질 관리를 위해 사육용 물을 바꿔주는 것이 필수다. 바이오플락 양식도 수질 관리가 성과를 좌우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다름 아닌 미생물이 수질을 관리한다. 새우의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에서 발생하는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 아질산을 미생물이 제거해준다. 이로 인한 장점은 사육수 교환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사육수를 교환하며 생길 수 있는 질병 유입도 예방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김수경 연구사는 “그 결과, 배출수는 양식을 종료할 때만 발생한다. 바이오플락이 친환경 양식으로 알려진 이유다.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물이 잘 소독 처리되어야 양식을 하는 동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바이오플락 방식으로 양식한 흰다리새우. 사진 대한민국농수산제공   바이오플락은 새우의 보조 먹이도 된다. 또, 바이오플락 자체가 미생물을 키우는 양식이기 때문에 항생제 같은 약물은 쓸 수 없다. 한마디로 새우의 성장과 면역력 향상을 돕는 양식법이다. 이렇게 키운 새우는 스트레스를 덜 받아 살이 더 단단하고 맛있다고 한다. 생산량도 늘었다. 김수경 연구사는 “새우 양식생산량은 2006년 661톤에서 2020년 8000톤으로 증가했다. 생산금액으로 보면, 흰다리새우는 2019년 우리나라 천억 수산물 중 하나다. 참고로 우리나라 천억 수산물은 7개 품목으로 넙치·조피볼락·미역·김·굴·전복 그리고 흰다리새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흰다리새우는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양식이지만, 흰다리새우의 제철 역시 가을로 봐도 무방하다. 자연 수온이 20도 정도로 올라가는 5월 중순께가 되면 축제식(해면 일부를 제방으로 막고 수문을 만들어 바닷물을 교환하면서 생물을 기르는 양식법) 양식장에 치하(어린 새우)를 입식해 키운 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해서다. 암컷 대하가 5~6월에 산란하면, 유생이 빠르게 성장해 8~10월에 제철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요즘 흰다리새우는 연간 2~3번 출하가 가능해졌다. 온도조절이 가능한 실내 양식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6년, 해수 대신 지하수를 이용한 저염분 새우 양식기술이 성공하며 실내수조에서 온도만 맞추면 1년 내내 새우 출하가 가능하다고도 한다. 물론 저염분 새우양식은 전체 바이오플락 양식장 중 2%에 해당한다. 또 그렇다고 해서 가을이 새우의 계절이라는 이미지가 특별히 바뀌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새우에는 키토산과 타우린이 풍부하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맛은 어떨까. 역시 대하랑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작가는 책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에서 “대하는 육질이 치밀해 씹는 맛이 좋은 게 특징이다. 단맛의 풍미가 흰다리새우보다 미묘하게 높다”면서도 “굽거나 쪘을 때는 이 둘의 맛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온라인마켓 대한민국농수산의 고유정 팀장도 비슷한 말을 한다. “대하는 살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이에 비해 흰다리새우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있다. 머리와 함께 먹으면 녹진한 느낌이 있어 더 고소하다”고 설명한다. 김수경 연구사 역시 “흰다리새우와 대하의 성분분석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면서 “생물이나 냉장 등의 조건이 같다면, 맛을 구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쯤 되면 흰다리새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아쉬운 건 대하다. 토종 새우 대하를 예전처럼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쓸쓸하다. 요즘 대하는 어획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2015년~2019년 평균 대하 어획량은 370톤 내외다. 또, 대하는 잡히자마자 죽어서 활어가 아닌 선어나 급랭한 냉동 상태로 유통하는데, 자연산이라 가격은 더 비싸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대하를 양식종으로 복원하는 바이오플락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경 연구사는 “중간 육성(어린 새우~1g 내외)까지 실내수조에서 70% 생존율을 보였다”면서 “앞으로 어미 관리 및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질병으로 인해 중단된 대하 양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언젠간 대하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긴 올 모양이다.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김수경 연구사, 대한민국농수산 고유정 팀장.   참고자료= 국립수산과학원 『바이오플락을 이용한 흰다리새우 양식의 경제성 비교분석』,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신산업과 『해산 새우류 BFT 다변화 연구』, 해양수산부 『2020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 ,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이세라 쿠킹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2021.10.16 10:00

  • [쿠킹팁]1㎏에 27미, 10월은 새우 먹기 가장 좋은 계절

    [쿠킹팁]1㎏에 27미, 10월은 새우 먹기 가장 좋은 계절

    10월은 ‘새우’를 먹기 최적의 계절이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살 수도 있지만, 온라인마켓을 통해 생산지에서 바로 보내는 싱싱한 새우를 하루 만에 받을 수도 있다. ‘대한민국농수산’의 고유정 팀장에게 흰다리새우 고르는 법부터 택배로 받은 새우 상태를 확인하는 법, 그리고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간단한 새우 요리 방법을 물어봤다.     전국 각지의 새우 양식장에서 최고의 새우를 찾아 유통하는 대한민국농수산. 올해는 전남 신안군 장산도 흰다리 새우를 선택했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1. 새우 고르기   크기도 중요하지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새우의 통통함이다. 살이 오를 대로 오른 통통함에 따라 두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고유정 팀장은 “철이 아닐 때는 1㎏에 35~40미(마리) 정도다. 올해는 9월 말부터 제철이 시작됐는데, 현재 흰다리새우는 1㎏에 27미”라며 “지금이 새우를 먹기 가장 좋은 때”라고 덧붙였다.    2. 새우 상태 확인하기 싱싱한 새우는 속이 비칠 정도로 투명하다. 다만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기 때문에, 빙장 포장을 한다 해도 생산지에서 본 것만큼 투명한 색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또 냄새를 맡아봐야 한다. 고 팀장은 “간혹 머리에서 검은 물이 흘러나온다며 문의하는 고객들이 있는데, 이게 곧 상했다는 뜻은 아니다. 이때는 잘 씻어주면 된다. 상했을 때 흐르는 검은 물은 색이 탁하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설명했다.   3. 제철에 사서 냉동보관으로 오래오래    어떤 수산물이든 살아 있는 게 최고지만, 새우는 제철일 때 냉동을 많이 하는 수산물 중 하나다. 고유정 팀장은 “다른 갑각류에 비해 냉동과 활새우의 품질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편이다. 단지 한 달이 넘으면 새우의 수분이 빠져 맛이 없어진다. 활새우를 주문해 당장 먹을 만큼을 뺀 나머지를 냉동한 후 한 달 안으로 먹을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4. 요리 초보자도 손쉽게 만드는 새우구이와 찜  새우 손질은 어렵지 않다. 깨끗이 씻은 후, 새우 내장은 등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마디 사이를 이쑤시개로 찔러 위로 당겨 빼면 된다. 따로 조리법이랄 것도 없다. 싱싱한 새우를 꽃소금 위에 올려 구워도 맛있고, 찜통에 찌는 것만으로도 맛은 훌륭하다. 참고로 찜통에 새우를 찔 때는, 뚜껑을 자주 열면 비린내가 날 수 있다.     새우구이는 초보자도 쉽게 요리할 수 있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5. 캠퍼들에게 인기 좋은 새우 머리 구이 새우는 캠핑 음식으로도 애용되는 식재료인데, 야외활동이 많은 이 시기에 가장 주문이 많다. 최근엔 새우 머리만 따로 모아 버터를 넣고 튀기듯 구워 먹는, 일명 ’새우깡‘ 레시피가 캠퍼들 사이에 인기다. 새우 머리에 튀김 가루를 묻혀 튀겨 먹는 방법도 있다. 머리 안에 든 내장이 새우의 고소한 맛을 한껏 올려준다. 또, 콜레스테롤을 배출해준다는 키토산은 갑각류 껍질에 많으니, 머리와 껍질을 함께 먹는 게 건강에는 더 좋다.     이세라 쿠킹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제철 꽃게, 꽃게탕 말고 색다른 이색요리를 찾고 있다면

    2021.10.13 10:00

  • [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

    [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

    닥터 라이블리의〈부엌에서 찾은 건강〉 ① 노릇하고 바삭한 맛을 경계하라.    토스트. 사진 pixabay. 여기 갓 구운 말랑말랑한 식빵이 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이 식빵 한 조각을 오븐에 넣고 구워보자. ‘땡’하는 소리에 오븐을 열면, 갈색으로 잘 구워진 토스트가 눈앞에 등장한다. 한 입 먹으면 바사삭하는 소리와 함께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말랑말랑한 식빵과 잘 구운 토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드럽거나 바사삭한 식감의 차이? 물론 그것도 정답이다. 그럼 이번에는 식빵에서 토스트로 변하며 생긴 질감과 색깔의 변화를 살펴보자. 말랑했던 식빵은 뻣뻣하게 변했다. 희고 뽀얗던 색깔은 갈색으로 바뀌었다. 많은 물리 화학적 변화를 겪으며 식빵은 토스트로 노화한 것이다.   식빵이 토스트가 되는 것처럼, 우리 몸 역시 노화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겪는 대표적인 조직이 있다. 다름 아닌 피부와 혈관이다. 말랑말랑하고 탱탱하던 아기 피부가 쭈글쭈글하고 뻣뻣하며 주름진 피부가 되고, 탄력 넘치던 혈관들은 딱딱한 플라크(plaque: 혈관 속에 쌓이는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로 이뤄진 퇴적물)가 쌓인 늙은 혈관이 돼 고혈압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피부와 혈관은 왜 노화할까.   피부와 혈관이 변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당독소(정식 명칭은 최종당화산물)’를 알아야 한다. 당독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핵산, 지방 등의 성분에 당분이 결합하면서 형성되는 물질이다. 이 당독소가 형성되는 화학반응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하는데, 고기와 빵을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울 때 일어나는 반응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으로는 ‘열’에 의해 촉진된다. 열을 가해 굽는 동안 식빵 내의 단백질에 당분이 달라붙어 말랑말랑하던 빵을 딱딱한 토스트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당독소가 형성되는 화학반응은, 고기나 식빵을 구울 때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이다. 사진 pixabay.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레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다. "음식과 달리 높은 열을 가할 일이 없는 우리 몸에서는 어떻게 당독소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우리 몸에 당독소가 쌓이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음식에 있는 당독소가 몸 안에 들어와 쌓이거나, 몸 안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경우다. 다시 말해, 토스트와 같은 당독소가 많은 음식을 먹어서 몸에 쌓이는 과정, 그리고 높은 혈당, 노화 등의 이유로 체내에 당 독소가 생기는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이 있다.   당독소가 노화를 촉진하는 이유는  당독소는 대표적으로 단백질, 지방의 특성을 변화시킨다. 단백질과 지방의 특성이 변하면, 조직이 딱딱해지고 분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당분이 유달리 잘 결합하여 분해되지 않는 단백질이 있는데, 바로 피부와 혈관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콜라겐’이다. 당독소에 의해 콜라겐이 본래의 모양을 잃고 서로 끈적한 결합을 형성하면, 피부와 혈관이 탄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몸에는 당독소를 인지하는 수용체 (RAGE)가 있는데, 이 수용체에 당독소가 결합하면 우리 몸은 이를 위협으로 인지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염증이 일어나면 이로 인해 더 많은 당독소가 생기고, 다시 당독소는 염증을 일으키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또, 당독소는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손상시켜 다양한 질환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당 독소가 당뇨·심혈관질환·신장질환·비만·골다공증·암·치매·파킨슨·간질환 등의 질환과 연관성이 많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심혈관질환·당뇨·암·치매와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의 치료에서 당독소를 줄이는 치료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당독소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아주 간단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고자 한다. 바로 외부에서 공급되는 당독소 양을 줄이는 것이다. 앞서 몸에 당 독소가 많아지면, 염증에 의해 더 많은 당독소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외부에서 공급되는 당독소 양을 줄여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당독소를 줄이려면 조리법부터 바꿔야  당독소를 줄이는 조리법의 원칙은 간단하다. 음식을 조리할 때 굽기와 튀기기 대신 삶기와 찌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굽고 튀기는 조리법은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 고온의 열을 직접 가하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음식의 온도가 120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식 겉면이 노릇하게 구워지는 과정 (브라우닝) 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아주 빠르게 일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당독소가 생긴다.   삶거나 찌는 조리법으로 바꾸면 체내에 쌓이는 당독소를 줄일 수 있다. 사진 pixabay   반면 삶고 찌는 조리법은, 수분이 충분한 상태에서 조리하기 때문에 온도가 100도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당 독소가 덜 생긴다. 조리법만 살짝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당독소를 훨씬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불판에서 지글지글 잘 구워진 삼겹살과 노릇노릇한 치킨의 튀김옷을 참아야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럴 때는 떠올려보자. '당독소가 생기는 온도 120도, 맛있게 생긴 갈색 당독소를 먹으면 내 피부와 혈관도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 보송보송하고 탄력 있는 피부와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혈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자.    관련기사[쿠킹] 콜리플라워·오트밀…건강한데 맛있는 주말 하루 식단[쿠킹] “우엉은 약”…환절기, 뜨끈한 우엉들깨탕 어때요[쿠킹] 빨간 맛이 궁금해, 위장 보호하고 다이어트에 좋은 ‘비트’

    2021.09.23 09:30

  •  [쿠킹] 가을 꽃게 고를 땐, 짝짓기 앞두고 살 오른 수게

    [쿠킹] 가을 꽃게 고를 땐, 짝짓기 앞두고 살 오른 수게

    꽃게를 먹을 때는 언제나 진지하다. 딱딱한 껍질을 자르고 그 속에 든 살을 깨끗이 발라 먹으려면, 의도하지 않아도 진지해지고 만다. 특히 다리는 몸통보다 난이도가 높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순간인데, 그때 ‘이 다리’를 만나면 어쩐지 김새는 기분이 든다. 열심히 발라먹을 살이 없어서다. 그나저나 이 다리는 왜 이렇게 둥글납작한 걸까. 대체 어떤 쓰임새가 있는 걸까.   꽃게의 다섯 번째 다리는 헤엄을 치는데 사용하는 유영각이다. 중앙포토 힌트는 꽃게의 영어 이름에 있었다. ‘스위밍 크랩(Swimming crab) 또는 블루 크랩(Blue crab)’이다. 그렇게 궁금해했던 ‘이 다리’는 꽃게의 다섯 번째 다리로, 헤엄을 치는데 사용하는 유영각이다. 꽃겟과에 속하는 게의 특징이라고 한다. 헤엄을 치면 얼마나 칠까 싶어 영상을 찾아봤다. 몸통을 눕힌 꽃게가 양쪽 유영각을 위로 세워 좌우로 흔들며 물 위에서 아래로 헤엄쳐 내려온다. 착지할 무렵 몸을 일으키는데, 유영하는 동안 접어둔 나머지 다리를 하나둘 펼쳐 옆으로 걷기 시작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참 신기하다. 갑자기 궁금증이 폭증해 갑각류를 연구해온 국립수산과학원 연구기획조정부의 김정년 박사에게 꽃게가 헤엄치게 된 이유를 물어봤다. 김정년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꽃게의 유영은 산란하거나 먹이를 찾기 위해 이동하는 ‘회유’”라고 한다. 헤엄치게 된 진화학적 이유를 정확히 알 순 없으나, 그로 인한 장점은 확실하다. 일단 포식자를 피하기 쉽다. 다른 게들이 땅에 구멍을 파거나 바위 밑으로 숨기밖에 할 수 없는 것에 비한다면 말이다. 빨리 이동해서 원하는 곳에 갈 수도 있고, 먹이를 찾는 활동 범위도 넓다.    그렇다면 속도는 얼마나 될까. 김 박사는 “유영 속도에 관해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가 있지만, 역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대신 하루 이동 거리를 계산한 적이 있다”면서 “연구소에서 태그를 단 꽃게를 방류한 다음 며칠 후 다시 잡아 이동 거리를 계산해본 결과, 하루에 최소 40㎞를 이동하더라”고 답했다. 아마도 직선 이동은 안 할 것이고, 온전히 자력으로 이동하기보다 조류를 따라 헤엄치는 최소 거리라는 점이 전제다. 사리(밀물과 썰물의 차가 최대가 되는 때) 물때에 꽃게가 잘 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내친김에 수게에 관해 더 찾아보기 시작했다. 가을 꽃게의 주인공은 수컷이니까 말이다. 수컷은 여름부터 몸집을 키우며 성장한다. 알다시피 갑각류는 딱딱한 외골격으로 둘러싸여 있다. 갑각류인 꽃게는 점차적인 성장을 하는 대신 껍데기를 벗어(탈피) 성장하는데, 이를 계단식 성장이라고 한다. 말은 간단해 보이지만, 게로서는 목숨을 건 일이다. 탈피한 직후에는 갑각이 물렁하다. 갑각이 다시 단단해지기 전인 ‘물렁게’ 상태라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기 쉽다.     위험에 처한 꽃게는 자기 다리를 끊어버리기도 한다. 끊어버린 부위가 생존에 꼭 필요하면 다시 탈피해야 한다. 당연히 영양도 많이 필요하다. 영양이 결핍되면 기형이 되기도 한다. 기형은 곧 죽음을 뜻한다. 어떤 게는 탈피한 자기 껍데기를 먹거나, 물렁게가 된 옆의 게나 어린 새끼를 먹기도 한다. 동족 공식(共食)하는 습성 때문에, 꽃게는 양식이 어렵다.     어쨌든, 수컷은 목숨 건 탈피를 하며 여름부터 몸을 키운다. 여름은 꽃게 금어기다. 6월 21일~8월 20일(서해5도 일부 해역은 7월 1일~8월 31일이 금어기)인데, 암컷의 산란(이때 산란하는 알은 그 전해부터 품어 성숙한 것이다)을 보호하기 위해 정했다. 수게 역시 금어기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살을 찌운다. 10월 즈음 짝짓기를 앞두고 있어서다. 짝짓기를 앞두고 열심히 살을 찌워서 ‘제철’인 셈이다.     가을 꽃게는 9~11월까지 맛볼 수 있다. 중앙포토. 가을 꽃게 어기는 9월~11월이다. 이때를 지나면 꽃게는 월동에 들어간다. 월동에 들어가기 전까지 꽃게는 계속 살을 찌워 나간다. 당연히 금어기가 막 풀렸을 때보다 달이 지날수록 살이 많아진다. 유생 때 탈피를 자주 하던 꽃게는 2년생부터 일 년에 한 번 탈피하는데, 따라서 2년생은 몸집이 더 크고 껍질도 단단하며 살도 가득 찬다고 한다. 수산물 정보 커뮤니티 ‘입질의 추억’을 운영하는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작가는 “이런 게를 ‘묵은 게’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묵은 게는 백색 껍질이 누렇게 돼 황백색이 되고 털도 나 있다. 보통 1년생 꽃게 3~4마리가 1㎏인데, 묵은 게 한 마리는 1㎏까지도 나간다고 한다.     맛은 어떻냐면, 당연히 클수록 살이 꽉꽉 차서 맛이 좋다고 한다. 김정년 박사의 설명은 이렇다. “대게 중에 속이 꽉 찬 것을 박달게라고 부른다. 암컷은 산란을 위해 계속 탈피를 해야 하지만, 더는 몸집을 키울 필요가 없는 수컷은 먹은 대로 몸 안에 영양이 쌓여 살이 꽉 차고 집게발이 부풀어 있다. 이런 게를 두고 최종탈피를 마친 게라고 한다. 손으로 들면 묵직하다. 꽃게 역시 마찬가지다. 껍질에 이물질이 많이 붙고 집게발이 유난히 커지는데, 단지 꽃게는 그렇게 되기 전에 많이 잡힌다.”   김지민 작가의 이야기도 비슷하다. “서해는 꽃게 조업이 가장 활발하고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다. 꽃게가 1년생 이상으로 클 때까지 두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꽃게의 수명은 3년인데, 우리 밥상에 오르는 꽃게는 주로 1년생이다. 서해와 달리 고흥, 여수 앞바다 같은 서남해에서는 묵은 게가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런 묵은 게는 해산물 소비가 많은 일본으로 대부분 수출된다.     여담이지만 크기가 크고 살이 많은 특등급 수산물이 주로 수출되는 것은 비단 꽃게만의 일은 아니라고 한다. 김지민 작가는 “예를 들면 병어와 부세 조기는 중국이 좋아하고, 학꽁치나 전갱이는 일본이 선호한다. 아무래도 제값을 쳐주니, 어민들 입장으로는 수출하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수출이 아니면 어민들이 직접 소비하거나, 알음알음 사고파는 정도다. 요즘은 그나마 많이 잡히지도 않지만, 국내에서 묵은 게를 보기가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1년생 꽃게를 먹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꽃게는 갑장(입에서 갑각 아래까지의 세로 길이)이 6.4㎝ 이상으로 자라면 산란이 가능하다. 반대로 6.4㎝ 이하는 포획금지체장이다. 때를 불문하고 포획할 수 없다. 김정년 박사는 “개체를 보호하면서 먹기 위함인데, 결국 한 번이라도 성숙에 참여해 새끼를 놓을 수 있는 크기로 자라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민 작가 역시 “꽃게는 번식력이 좋다. 1년만 관리해도 잘 성장해서 식탁에 오른다. 7~8년은 커야 알을 낳는 대게와 다른 점이다. 중국의 불법 어선 조업을 단속하고 금어기만 잘 지켜도 씨가 마를 일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묵은 게를 먹을 기회가 온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1년생 꽃게도 제철에 신선한 것을 고른다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신선한 것의 조건은 살아있는 꽃게다. 그런데 살아있다고 모두 싱싱한 건 또 아니다. 김지민 작가는 “일단 손으로 들었을 때 묵직하게 무거워야 하고, 배딱지를 눌렀을 때 껍질이 단단하며 색은 하얗고 윤기 나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반면 색이 거뭇하거나 불그스름한 것, 투명한 것은 좋지 않다. 만약 넓적다리가 투명해서 속이 붉게 비치면 탈피한 지 얼마 안 돼 살이 덜 여물었다는 뜻이다. 투명한 껍질은 시간이 지나야 단단하고 하얗게 된다. 또 살이 꽉 찰수록 다리 껍질도 하얗다.     갑각류는 움직임이 많으수록 자가소비를 하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 사진 pixabay. 갑작스럽지만, 문제를 하나 내볼까 한다. 사실 김지민 작가가 던진 문제인데, 독자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내보려 한다. 크기가 같고 무게도 똑같이 달아 놓은 꽃게 박스 두 개가 나란히 있다고 치자. 한 박스는 3만5000원짜리고, 그 옆은 4만5000원짜리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걸 가져가겠는가.      김지민 작가는 “저라면 비싼 걸 산다”며 “꽃게 요리에는 팁이 없다. 무조건 원물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격이 비싼 이유는 오늘 새벽에 잡혔기 때문이다. 갑각류는 움직임이 많을수록 자가소비를 한다. 에너지를 쓴다는 뜻인데, 에너지를 쓸수록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진다. 하루만 지나도 재고가 되는 것은 대게, 킹크랩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만간 꽃게를 먹을 예정이라면 이것만은 꼭 기억해두자. ‘하루 먼저 잡힌 게가 먼저 살이 빠진다.’      ■ 못다 한 꽃게 이야기 「 ① 단맛과 감칠맛이 터지는 꽃게 요리   게는 종류마다 맛이 다르지만, 공통점은 단맛과 감칠맛이 좋다는 것이다. 갑각류가 다양한 아미노산을 풍부하게 보유한 덕이다. 아미노산의 맛 역시 단맛과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으로 나뉘는데, 각 맛을 대표하는 아미노산이 따로 있다. 그중 꽃게에는 단맛이 나는 글리신과 감칠맛이 나는 글루탐산염이 많다. 성장에 필요한 아미노산인 라이신도 풍부하다. 또, 꽃게에 든 아미노산의 일종인 타우린은 콜레스테롤이 상승하는 걸 억제하고 당뇨 예방에 도움을 준다.     꽃게를 요리할 때는 삶기보다 찌는 편이 좋다. 물에 삶으면 고유의 감칠맛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찔 때는 껍질째 익히는 게 풍미가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 살 속에 든 맛 화합물이 밖으로 빠지는 현상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구워 먹는 것도 방법이다. 역시 감칠맛 성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맛이 강하고 살의 식감이 좋아진다. 탕이나 국으로 만들면 게살 자체의 맛은 떨어지지만, 국물에 감칠맛이 우러나서 국물맛이 좋아진다.     만약 탕 요리를 할 예정이라면 마트에서 파는 톱밥 꽃게도 무난하지만, 간장게장이나 찜 요리를 할 때는 무조건 당일에 잡힌 크고 살이 많은, 살아있는 꽃게를 고르는 게 좋다.      ② 꽃게의 짝짓기   꽃게는 페로몬이라 부르는 화학물질을 수용하는, 짧은 수염처럼 생긴 신경들을 가지고 있다. 이 신경들이 움직이면서 화학물질을 분비해 짝을 찾아간다. 짝이 정해지면 수컷은 암컷이 탈피하길 기다린다. 암컷이 정포를 받을 수 있는 유연한 몸(물렁게)이 되면 짝짓기를 한다.     사실 갯벌에 사는 농게가 자기 몸만 한 집게발을 흔들며 구애춤을 춘다는 뉴스를 보고 꽃게의 구애춤을 은근 기대했는데, 꽃게는 춤 같은 건 추진 않는 모양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김정년 박사는 “갯벌에 사는 농게와 달리 바닷속의 꽃게를 정확히 관찰하기란 어렵다. 아마도 물속에 있어서 시각적인 구애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게다가 서해는 물이 흐려서 구애춤을 춰도 잘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가을 수게로 끓이는 꽃게탕, 속 확 풀리는 국물 비결은[쿠킹] 한 겨울 산속에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더 깊어진 국물[쿠킹] “우엉은 약”…환절기, 뜨끈한 우엉들깨탕 어때요[쿠킹] 주말 하루, 나를 위한 비건…마라샹궈·당근라페로 시작해요

    2021.09.14 09:30

  •  식물성 단백질이 백미 2배↑…다이어트엔 슈퍼푸드 ‘귀리’

    식물성 단백질이 백미 2배↑…다이어트엔 슈퍼푸드 ‘귀리’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별로 먹지도 않는데 살이 쪄요.” 비만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살이 찌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정작 본인은 이유를 몰라 답답할 수 있다. 이때 의외로 식단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살을 빼려면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후식으로도 과일이나 떡, 케이크 같은 탄수화물을 먹는다. 즉, 탄수화물이 초과하기 쉬운 밥상이다.   밥을 먹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신 환자들에게 백미보다 다른 곡식을 섞어 밥을 짓도록 권한다. 너무 많은 곡식을 섞을 필요도 없는데, 이때 현미와 함께 꼭 추천하는 곡식이 바로 ‘귀리’다. 귀리는 대표적인 슈퍼푸드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베타글루칸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식이섬유와 칼슘도 풍부해 곡물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앙일보. ‘귀리’는 슈퍼푸드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슈퍼푸드는 영양학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 박사가 2004년 쓴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라는 책이 유명해지면서 널리 쓰기 시작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장수 지역 그리스와 오키나와의 식단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먹을거리 14가지를 선정해 섭취를 권장한 게 시작이다.   사실 슈퍼푸드를 정하는 별다른 기준은 없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료들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슈퍼푸드는 정의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그중에서도 귀리는 자주 포함되는 식품이다.   귀리의 핵심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베타글루칸은 식이섬유이자 수용성 다당류 탄수화물로, 대식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감소, 혈압강하, 항염, 항균, 암세포 증식 억제 등의 효과가 있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을 앓는 분들, 그리고 암 환자들의 식탁에 자주 오른다.   또한 귀리의 식이섬유는 현미의 3배, 백미의 22배다. 배변을 촉진하고 장 건강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100g당 300~370kcal로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비타민과 마그네슘, 라이신, 칼륨, 아연, 트립토판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현미의 4배에 달하는 칼슘은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곡물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귀리는 소량만 섭취해도 포만감을 준다. 귀리를 분쇄한 가루를 우유에 타서 먹으면 바쁜 아침이나 늦은 저녁, 건강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귀리는 소량 섭취해도 포만감을 준다. 식물성 단백질이 백미의 2배 이상 들어있어서다. 사실 비만 환자들은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야식이 잦거나, 바쁘면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보통은 다음 끼니에서 폭식하게 된다. 차라리 이럴 때는 귀리를 분쇄한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으면 좋다. 공복감을 채워줘 간편하게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귀리의 영어 명칭은 ‘오트(aots)’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트는 귀리의 껍질을 벗겨 볶아서 납작하게 만든 것이다. 물이나 우유에 섞어 죽처럼 만든 오트밀(oatmeal), 즉 귀리 죽 형태로 서양에서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다. 가공된 오트에 비해 껍질을 벗기기 전 상태인 통귀리가 식이섬유 함량은 월등히 높다. 다만 통귀리는 식감이 다소 거칠어서 빵과 시리얼, 과자 등으로 만들어 먹는 편이다. 가공된 오트를 구입해 우유나 요거트, 샐러드 등에 넣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가공 전 귀리를 고를 때는 모양이 길쭉하고 통통한 것이 좋으며, 이물질이 섞이지 않고 잘 건조된 것이 좋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몸에도 좋은 귀리지만, 한때는 홀대받은 역사가 있다. 한반도에 귀리가 유입된 것은 고려 시대로 추정된다. 당시 귀리는 말의 사료라는 인식이 있어서, 인기가 없었다. 논밭의 잡초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조선 후기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는 간혹 귀리를 재배했다고 전해진다. 필수작물을 수확하고 난 후 다음 재배를 하기 전까지 남은 기간에 기호작물을 재배했는데, 그중 하나가 귀리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기가 없어서 재배량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현대에 들어 웰빙 식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국내 재배지가 늘었다. 하찮게 여겼던 귀리가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푸드 10위 안에 든 것이다. 흔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묻혀 있는 훌륭한 인물을 ‘창해유주(滄海遺珠)’라고 하는데 귀리의 역사가 바로 그렇다. 또 귀리의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피부 발진을 줄이고 보습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귀리가 포함된 화장품 등이 줄지어 출시됐다. 재미있는 점은 기원전 2000년부터 아라비아인과 이집트인들은 귀리를 피부관리를 위해 사용해왔다는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도 목욕할 때 귀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2019년 국내에서는 귀리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귀리의 ‘아베난쓰라마이드(AVN)’ 물질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저녁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아베난쓰라마이드는 곡물 중에는 유일하게 귀리에만 들어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치매 예방 효과가 큰 아베난쓰라마이드 C type (AVN-C)가 수입산보다 국산 귀리에 1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느 정도를 먹어야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귀리는 임신성 변비에 도움을 주지만, 과량 섭취 시 조산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pixabay. 마지막으로 귀리의 풍부한 섬유질은 임신성 변비에 도움을 준다. 풍부한 영양분은 태아의 성장 발육에도 좋다. 귀리는 당 지수(GI)가 낮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의 위험도 낮춰줄 수 있다. 다만 임산부의 귀리 섭취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과량 섭취 시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논란이다.   이에 관한 정확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과량 복용은 주의하는 편이 좋겠다. 임산부가 아니어도 과량 섭취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귀리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으로 20g이다. 귀리에는 퓨린(purine) 성분이 들어있어 과량 복용 시 통풍이나 신장결석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무리한 섭취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귀리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섭취를 금하는 것이 좋다.    윤수정 가정의학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코로나·스트레스·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바나나 꿀차 한잔 어때요한반도 토양에 부족한 셀레늄, 이것으로 채워요

    2021.08.11 10:30

  • 코로나·스트레스·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바나나 꿀차 한잔 어때요

    코로나·스트레스·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바나나 꿀차 한잔 어때요

    벌써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여름을 맞게 되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이 줄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어서 감기나 장염 같은 질환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병을 얻을까 두려운 사람들이 내원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성황을 이루는 진료과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다. 초유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관한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기를 꺼리거나, 다니고 있는 정신과가 멀어 단기간 약을 처방받기 위해 가정의학과를 찾는 분들도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장기 처방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도록 안내해드리지만 당장 급한 경우에는 단기 처방을 해드린다. 이때 가장 많이 접하는 환자들의 호소 증상이 바로 ‘불면’이다. 여름철 열대야와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불면의 원인이 된다. 사진 픽사베이   사실 불면증을 병으로만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은 흔하고, 이들이 전부 환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열대야로 잠을 못 자기도 하고, 근심이 있거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또 직업적으로 밤낮이 바뀌거나, 야근이 잦은 것도 불면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보통 생활 습관이 불규칙한 경우, 그리고 우울한 기분이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불면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코로나 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불면을 부른다. 코로나 19와 불면증(Insomnia)을 합쳐 ‘코로나섬니아(Coronasomnia)’란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잠’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생리현상이다. 평소 잠을 잘 자던 사람도 하루 이틀 잠을 설치면 컨디션이 바로 떨어진다. 수면 부족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인지 기능을 저하하며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잠이 보약이다” “잘 먹고 잘 자고 화장실 잘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옛 어른들 말에 틀린 게 하나 없다. 불변의 진리다.   숙면을 돕는 음식인 상추는 줄기를 꺽으면 나오는 우윳빛 유액에 숙면을 돕는 성분이 있다. 사진 픽사베이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숙면을 돕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알려진 음식 중에는 ‘상추’가 있다. 상추의 줄기 부분을 꺾으면 나오는 우윳빛 유액에는 ‘락투카리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쓴맛이 나는 이 성분은 최면과 진통, 진정과 수면 유도 효과가 있어 실제로 수면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저녁밥으로 상추쌈을 먹었다면 모르겠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갑자기 상추를 찾아서 한두 장 씻어 먹자니 어쩐지 생뚱맞다. 그럴 땐 ‘바나나’를 추천한다. 바나나에는 수면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호르몬 ‘멜라토닌(melatonin)’이 들어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뇌 속 호르몬이다. 빛이 없는 저녁에 분비가 늘고, 아침에 해가 뜨면 억제되며 잠에서 깬다. 또한, 멜라토닌은 항산화 및 면역을 자극하는 효능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바나나를 먹으면 숙면을 돕는다. 사진 픽사베이 바나나에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빛이 있는 낮 동안 만들어지는 세로토닌의 전구물질(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인 트립토판도 들어있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합성에 관여하는 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로, 반드시 음식을 통해 흡수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바나나에는 근육 이완을 돕는 마그네슘도 들어있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먹으면 수면을 돕는다.   칼륨도 풍부하다. 칼륨은 숙면에도 도움이 되며 몸속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혈압을 낮추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도 한다. 따라서 바나나는 칼륨 부족으로 인한 두통이나 근육 경련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경기에서 많은 선수가 쉬는 시간에 바나나를 먹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바나나를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늦은 저녁 부담스럽지 않게 ‘바나나 꿀차’로 마시면 더 좋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검은 반점이 생긴, 잘 익은 바나나를 고른다. 껍질을 벗겨 낸 바나나를 1㎝ 정도의 간격으로 썰어 병에 담고 적당량의 꿀을 부어 잘 섞은 다음 2~3일 정도 서늘한 곳에서 발효한다. 꿀은 설탕보다 발효를 촉진하고 생리활성 물질을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 이후 건더기는 걸러내고 액체만 따로 냉장 보관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따뜻한 물 200㎖에 발효한 액체를 두 스푼 정도 넣고 섞으면 바나나 꿀차가 완성된다. 계핏가루를 더하면 풍미가 깊어지고 숙면에도 더 도움이 된다. 계피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나나를 껍질째 끓여 만드는 방법도 있으나 나는 발효시키는 방법을 선호한다. 바나나 껍질을 그대로 끓이려면 유기농 바나나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발효하면 바나나의 트립토판 성분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어 좋다.     숙면을 위해서는 수면위생을 잘 지키는 방법도 중요하다. 수면위생이란 수면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말한다. 수면위생만 잘 지켜도 불면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면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반드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불면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컨디션이 저하돼 면역이 떨어지면 질병에 걸릴 위험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으니 충분한 숙면으로 여름철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 숙면을 위한 생활 습관들 「 숙면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진 픽사베이 1. 낮잠을 피하고 잘 때만 눕기 2. 졸리지 않으면 눕지 않고, 졸릴 때 눕기 3.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4. 카페인을 피하고 술, 담배 끊기 5. 늘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기(주말에도 유지) 6. 아침에 깨면 바로 일어나서 밝은 빛을 쬐기 7. 낮에 규칙적인 운동하기 8. 저녁에 과식, 자극적인 음식, 음주, 심한 운동, 다량의 물 섭취 피하기 9. 침대는 수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책을 보거나 TV를 보지 않기) 10. 수면제나 진정제를 장기간 복용하지 않기 11. 잠자리에 누워 10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다른 장소에서 독서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 비교적 자극이 적은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가서 눕기 12. 조용하고 매우 어둡고 시원한 수면 환경을 마련하기   출처=〈신경정신의학〉대한신경정신의학회, 〈Kaplan &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Sadock, Benjamin J.        」      관련기사한반도 토양에 부족한 셀레늄, 이것으로 채워요

    2021.07.14 11:46

  • 주부 10년차 옥주부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는 레시피 소개합니다"

    주부 10년차 옥주부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는 레시피 소개합니다"

    요리는 무조건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고, 맛이 있어야죠. 가족이 밥그릇 싹 비우는 걸 보면 기쁘고, 그게 원동력이 돼 다시 주방으로 향하게 되거든요. 주부들이 얼마나 바쁜데요. 구하기 어려운 재료에, 복잡한 레시피면 요리하는 게 스트레스죠.”     주말 저녁 ‘옥동자’와 ‘골목대장 마빡이’로 웃음을 선물했던 개그맨 정종철은 요즘 개그맨이 아닌, 옥동자와 주부를 합친 ‘옥주부’로 불린다. 그는 ‘오늘 뭐 먹지’를 고민하는 동료 주부들을 위해 매일 SNS에 레시피를 올리며 “오늘 뭐 먹을지 정해줄 테니 저를 따라오라”며 자신 있게 외친다. ‘소금을 언제 넣냐’는 사소한 질문도 지나치지 않고 댓글을 달며 소통한다. 그의 레시피를 믿고 따르며, ‘내사람’이라고 불리는 팔로어수만 37만명이다.     최근엔 인스타그램에 올린 레시피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장한 메뉴와 가장 높은 ‘좋아요’ 수를 기록한 메뉴 100개를 엄선해, 책 『맛있게 쓴 옥주부 레시피 100』를 냈다. 출간 한 달 만에 1만부가 팔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옥주부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직장(?)인 집으로 향했다. 이날도 원격수업 중인 세 자녀를 위한 점심을 차려낸 후였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개그맨 보다 주부로 불리는 게 익숙해진 정종철. 옥주부는 "요리를 못하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사진 중앙북스.   정씨가 개그맨이 아닌, 주부로서 산 세월이 10년이 넘었다. 2011년 세 자녀를 출산한 후, 산후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던 아내는 어느날 출근하는 정씨의 가방에 편지를 넣어놨다. 죽을 만큼 힘들어하는 마음이 담긴 편지에, 비로소 아내가 느끼는 고통의 깊이를 깨달았다고. 그는 그길로 활동을 접었다. 그렇다고, 주부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아니었다. 그저 ‘힘든 아내 옆에 있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일만 좇던 무정한 가장은 그렇게 주부가 됐다.     “당연히 그때도 아내를 사랑했죠. 그런데 제가 먼저였어요. 나는 일을 하니, 더 쉬어야 하고 나를 위한 보상이 먼저였죠. 돈만 잘 벌어오면 일등 가장이라고 생각했죠. 표현을 안 해도 아내가 저를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종일 아내와 함께 있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잠들기 전 아내와 먹고 싶은 음식 얘기를 했거든요.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장을 봐와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했던 돼지등갈비김치찌개를 끓였죠. 그걸 먹고 아내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요리가 소통의 채널이 된 거네요. 그렇죠.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도, 아내가 뭘 좋아하는지 몰랐어요. 아내에 대해 모르니, 대화할 수가 없었죠. 그러다 자기 전에 “내일 뭐 먹지”라고 물어본 게 대화의 시작이 됐어요. 요리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 채널이라는 점이죠. 누구와도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잖아요. 긴장을 풀어줄 수도 있고 즐거움을 줄 수도 있죠.     옥주부의 레시피의 인기 비결은 만들기 쉽고 바닥을 긁어먹을 만큼 맛있다는 점이다. 사진 중앙북스.   원래 요리에 소질이 있었나요.   개그맨이 되기 전, 냉면집에서 주방보조로 일했어요. 그러다 주방장이 허리가 아파서 그만두면서 제가 주방을 맡았었죠. 그렇다고 집밥을 잘하는 건 아니었어요. 식당과 집은 계량부터 다르잖아요. 게다가 요리 하나 한다고 주방을 잔뜩 어질러놓으니, 아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래서 “다 먹고 내가 치우고 설거지하겠다”고 말했죠. 하다 보니 요령도 깨닫고, 중간중간 정리하는 여유도 생기더라고요. 혹시 요리를 안 하던 남편이나 아내가 요리하겠다고 하면 기회를 주세요.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은 없어요. 실패할 수 있는데, 실패가 무서워서 안 하면 발전할 수 없죠. 누구나 계속하면 늘어요.     레시피를 소개하게 된 계기는요.  인스타그램에 처음부터 레시피를 올린 건 아니에요. 힘든 시기를 지나 가족이 주는 행복을 깨달은 만큼, 과거의 저처럼 힘든 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일상, 특히 우리 가족의 밥상을 올렸어요. 갈수록 요리법을 묻는 사람이 많아졌죠. 그래서 사람들에게 레시피를 알려주려면 일단 제가 먼저 연습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노트를 펴서 왼쪽엔 처음 생각한 레시피를 적고, 요리하면서 맛을 보면 수정해서 오른쪽에 최종 레시피를 적었어요. 타이핑하기 힘들어서, 최종 레시피를 사진으로 찍어 올렸죠. 그걸 본 ‘내사람들’이 ‘족보보는 것 같다’ 찐 레시피 느낌이다’고 해주셨죠. 책을 준비하면서 원고를 손으로 써서 출판사에 넘길 수 없더라고요. 이제는 직접 쓰지 않고 손글씨체 폰트를 사용해서 올려요.     옥주부 레시피는 손글씨로 적어, 이웃에게 보여주는 친근함이 특징이다. 사진 중앙북스   팔로어를 ‘내사람’이라고 부르시네요.  인스타그램에서 요리로 소통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어요. 온라인으로 만났지만, 진짜 이웃 같아요. 마빡이로 많은 사랑을 받을 때도 팬클럽이 없었거든요. 한번은 제가 만든 냄비 받침을 팔라는 요청에 판매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설정을 잘못해서 가격에 택배비가 포함됐어요. 팔릴수록 손해인데, 내 실수니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근데 갑자기 취소 알림이 계속 울리는 거예요. 사람들이 ‘옥주부가 실수한 거니까 취소하자’는 댓글을 올리고 자발적으로 취소한 거예요. 그때 감동하여서 ‘여러분, 진심으로 내사람 맞군요, 그렇게 불러도 되겠냐’고 물었죠. 레시피를 올릴 때도, 제품을 판매할 때도 내사람들이 원하면 한다는 게 철칙이에요. 최근엔 아내에게 해준 겉절이 김치를 보고 판매해달라는 내사람들의 요청에, 겉절이 밀키트를 만들어서 팔았어요.     옥주부가 즐겨 사용하는 식재료는 뭔가요.   돼지고기요. 삼겹살, 목살, 앞다리, 뒷다리 부위에 따라 조리법도 다양하고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요. 저는 뒷다리로는 기사식당 제육볶음을 만들고 앞다리로는 가정식 제육볶음을 만들어요. 똑같은 제육볶음 같지만 기사식당 제육볶음은 조금 퍽퍽하지만, 불맛이 나서 맛있고, 가정식은 부드럽죠.      옥주부의 냉장고엔 어떤 음식이 비상식량으로 준비돼있나요.   냉동실에 꽉 찬 비상식량은 곧 주부의 행복이고 가정의 평화라고 생각해요. 우리 집도 마찬가지죠. 저는 갈비탕을 자주 해요. 갈비만 4~5㎏ 정도 사서 핏물을 뺀 후 물 15ℓ 정도 넣고 푹 끓여요. 이걸 식히고 소분해 냉동실에 넣어 얼려요.      데우기만 하면 되는 완성된 갈비탕이 아니네요.    요리의 맛을 끌어내기 위해 조미료를 종종 쓰는데요. 조미료는 요리 맨 마지막 단계에 넣어야 맛있어요. 조미료 넣고 오래되면 특유의 풍미가 나서 먹기 전에 넣는 걸 추천해요.     조미료 사용도 솔직하게 공개하는 게 인상적인데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조미료 사용을 꺼리는 인식이 있잖아요.     뭐든 솔직하게 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책에도 솔직하게 제가 사용하는 제품을 다 적었어요. 맛의 오차를 줄이고 싶거든요. 제 레시피를 따라 하면 제가 한 것처럼 똑같이 맛있어야 또 따라 하고 싶잖아요. 요리는 쉬워야 해요. 실제로 제 레시피는 대체로 15분, 길어야 30분 정도예요. 이보다 오래 걸리면 배달 앱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죠. 그런데 배달시켜봤자, 집에서 갓 만든 음식 맛 못하죠. 집에서 내가 하는 요리는 식재료 좋은 걸 푸짐하게 쓸 수 있잖아요. 여기에 맛을 내는 조미료를 더하면 맛이 더 좋아지니까 굳이 숨길 필요가 없죠.     조미료 사용 노하우가 있나요. 제품마다 역할이 달라요. 예를 들어, 미원은 향미증진제여서, 재료가 가진 향과 맛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해요. 예를 들어 미역국을 끓였는데, 맛이 밍밍하면 미원을 넣으면 풍미가 올라오죠. 반면 다시다는 육수를 낼 때 사용하면 좋아요. 멸치·소고기·해물 육수 등을 내고 싶은데 시간이 없을 때 넣으면 돼요. 그래서 제품의 특징을 잘 알고 함께 사용하면 더 효과적이에요. 예를 들어 소고기와 조개 다시다를 함께 사용하면 완전히 다른 차별화된 맛이 나요.     옥주부는 내사람들이 따라할 수 있도록 사용하는 제품부터 조리법까지 솔직하게 공개한다. [중앙북스]   메뉴는 주부들의 평생 고민인데, 어떻게 정하세요.   저도 그게 괴로워요(웃음). 내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줘야 하잖아요. 날씨도 보고, 요일도 보고 제철인 식재료도 찾아보고 그러죠. 요즘은 요리 관련 책과 영상을 보면서 틈틈이 공부해요. 저를 보며 요리를 배우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줘야 하니까요.     책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잘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준다면요. 레시피책이 이번이 두번째인데요. 그래서 더 꼼꼼하게 준비했어요. 따라했을 때 제가 한 요리와 같은 맛이 날 수 있도록요. 일단 따라 해보세요. 처음엔 제 레시피를 그냥 따라 하지만 하나하나 만들면 어떤 식으로 맛이 난다는 것을 깨닫게 되실 거예요. 간장 양념은 간장과 물, 설탕의 비율이 있고, 고추장 양념도 마찬가지죠. 요리가 익숙해지면 요리마다 가감해가며 활용할 수 있게 돼요.      ■ 옥주부의 '돼지불고기' 「 재료 : 돼지고기 앞다리살 600g, 양배추 150g, 양파 1/2개, 진간장·미림 3숟가락씩, 파채 50g, 식용유 2숟가락 양념장 : 진간장 50mL, 물 200mL, 설탕 5숟가락씩, 간마늘·소고기다시다 1숟가락씩, 혼다시·미원 1/3숟가락씩    만드는 법 1. 양배추와 양파는 깍둑 썬 후 식용유를 둘러 달군 웍에 볶는다. 2. 1의 양파가 투명해지기 시작하면 진간장과 미림을 넣고 좀 더 볶는다. 3. 2의 채소가 숨이 죽으면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섞어둔 양념장을 넣고 끓인다. 4. 3의 고기가 익으면 파채를 올린다.   ▶옥주부의 쿠킹 팁 · 정육점에 가서 '돼지고기 앞다리살, 지방 있는 모으로 한 근 주세요~ 돼지고기 불고기 할 거예요. 얇게 썰어주세요"라고 하세요. · 스토브에 약불로 데우면서 드세요. 기사식당에서 먹는 기분을 낼 수 있다니까요.    」 

    2021.07.07 11:15

  • 스페인 현지보다 내가 만든 파에야가 맛있는 이유는

    스페인 현지보다 내가 만든 파에야가 맛있는 이유는

        결혼 준비를 할 때만 해도 회사를 그만두고 일 년이나 세계여행을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랬기에 신혼여행지로 스페인을 선택했었다. 당시 스페인 요리책에 푹 빠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 책을 보고 있으면 여행 내내 먹기만 해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 분명했다. 하는 수 없이 나를 유혹하는 많은 요리 앞에서 순위를 정했다. 그중 ‘파에야’가 들어있었다.    파에야는 신선한 재료가 제일 중요하다. 일러스트 명유미   신혼여행 동안 스페인 요리의 맛을 알고 나니 궁금한 것이 더 많아진 나는 스페인 요리 강좌에 등록했고 파에야를 배웠다. 배운 걸 복습할 겸 친구들을 초대할 때마다 듣는 말이 “우와 맛있다. 스페인 가서 먹어봤어? 진짜 이 맛이야?”였다. 나는 너스레를 떨며 “당연히 내 요리가 더 맛있지 않겠냐?”했는데, 속으로는 떨떠름한 기분이 남아 있었다.    실제로 내 요리, 아니 선생님의 레시피에 비교하면 신혼여행 때 먹어본 파에야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훌륭한 레시피 때문인지, 아니면 엉터리 레스토랑 때문인지 궁금해졌다. 제대로 된 스페인 파에야는 뭐지? 이번 세계여행 일정에 스페인을 또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열심히 배운 스페인 요리를 본토에서 제대로 찾아 먹겠다는 것. 그중 파에야는 1순위였다. 일단 전 세계 미식가들의 성서라고 할 수 있는 미쉐린가이드가 유난히 별을 많이 내려 반짝인다는 바스크 지역으로 갔다.    바스크는 끊임없이 스페인에서 분리 독립하려는 지역으로 현재는 자치구다. 바스크에는 맛없는 것이 없다더니, 길에서 무엇을 사 먹든 손가락에 묻은 양념까지 쪽쪽 빨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핀쵸스(스페인의 대표 메뉴인 타파스를 스페인 북쪽 지방에서 부르는 이름. 대개 빵 위에 재료를 얹어 핀쵸스라 부르는 꼬챙이로 꽂아놓았다)는 매일 다른 맛을 먹을 정도로 다양했고 창의적이었다.   스페인 여행을 하면서 제대로 된 파에야를 맛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그럴 기회가 없었다. 사진 채승우    이 지역은 바다와 접해 있고 땅도 비옥해서 질 좋은 해산물·육류·채소를 다양하게 이용한 요리가 발전해왔다고 한다. 스페인이 세계 최고의 맛있는 나라가 되는 데엔 바스크가 큰 몫을 했다. 이런 곳이니 스페인 대표 음식인 파에야는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를 갖고 레스토랑마다 파에야를 찾았으나 허사였다.    일단 바스크는 스페인으로 불리는 걸 싫어하는 데다 심지어 파에야라는 단어를 못 알아듣기까지 했다. 그래서 마드리드에 기대를 걸었다. 수도니까 스페인답다는 건 다 있겠지. 그런데 마드리드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정통 스페인식 식당에는 파에야가 없다. 반면에 관광객 상대 레스토랑은 파에야 사진까지 프린트한 메뉴를 외부에 걸어놓았다. 주문해보면 실물은 초라하다. 양도 빛깔도 재료도 정성도 부족해 보인다. 한국에서 만들어 먹은 것에 비교하니 오히려 스페인 관광식당의 것은 마트에서 반조리 식품을 사다가 데워서 내온 것 같았다.    파에야는 한국식으로는 철판 볶음밥에 가깝다. 우리가 이름에 ‘철판’을 붙인 것처럼, 파에야도 이 음식을 요리할 때 쓰는 특유의 원형 철판 팬을 파에야라고 부르는 데서 비롯되었다. 재료에 따라 해물·초리소(소시지)·야채·먹물(오징어먹물) 파에야 등으로 불리는데 대부분 재료를 철판에서 볶다가 쌀을 넣고 비빈 후 불에 올려 쌀이 익으면 먹는 식이다. 그런데 팬이 크다. 1인용 팬도 나오지만 적어도 4인분은 해야 맛이 제대로 든다. 재료의 수와 양도 많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파에야에는 사프란이 들어간다. 사프란은 사프란 꽃의 암술대를 말린 것으로 음식에 특유의 향과 노란빛을 내게 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다. 게다가 생쌀을 팬에 넣고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요리 시간이 길고 손이 많이 간다.   결론은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엔간히 비싸게 받지 않으면 수지를 맞추기 힘든 요리라는 거다. 스페인 친구들은 파에야는 보통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기 때문에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식당에서나 팔지만 대부분 질은 형편없다. 아마 철판 위에 올려 구색만 맞추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비싼 사프란 대신 강황(카레가루)을 사용해 특유의 노란색을 흉내만 낸단다. 관광객은 어차피 모를 거라고 생각하나 보다. 관광객이 체험하는 파에야의 맛은 이렇게 변질되고 있었다.    스페인에서 제대로 된 파에야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다. 내가 만든 파에야도 충분히 맛있다. 사진 명유미   한 스페인 친구는 발렌시아라는 도시로 가보길 권했다. 파에야가 원래 스페인 동쪽 끝 도시인 발렌시아의 음식인데, 스페인이 워낙 지역색이 강해서 제대로 된 파에야를 먹으려면 발렌시아에 가야 한단다. 유럽 비자 만기가 다가오고 유레일패스 기한 또한 거의 다 차서 발렌시아는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쉽지는 않다. 아무리 봐도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레시피가 훌륭하므로! 자, 제대로 된 파에야를 드시고 싶다면 레시피를 따라 해 보시라. 단, 이 요리는 꼭 파에야 팬에 해야 한다.         ■ 그때 그 요리! 스페인 파에야  「   재료  왕새우 8개, 닭고기살, 얇게 썬 초리소 소시지 150~200 g, 손질한 홍합 8개, 양파 1개 반토마토 3개, 파프리카 1개, 쌀 2컵, 레몬 반 개, 파슬리 1컵, 올리브오일 3 큰술, 다진 마늘 2쪽, 사프란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파에야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소금·후추를 뿌린 닭고기를 각 면당 2분 정도 굽는다. 닭을 꺼내두고 뿔을 제거한 새우를 팬에 올려 굽는다. ② 새우가 붉어지면 꺼내놓고 잘게 썬 초리소 소시지·양파·토마토·파프리카와 다진 마늘을 볶으며 소금·후추를 넣는다. ③ 간을 본 후 여기에 쌀을 넣고 잠시 볶다가 파슬리·육수를 자작하게 붓고 꺼내둔 새우·닭고기·홍합을 올린다.중불에서 끓이다가 육수가 끓으면 약불로 줄인다. ④ 쌀이 익으면 뚜껑이나 종이타월로 덮어 10분간 뜸을 들인 후 레몬을 슬라이스해 얹어 낸다. 」    ▶ 명유미 작가는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2013년, 1년 동안 남편과 세계여행을 했다. 지금은 이 여행이 삶의 가장 중요한 양분이 되었음을 체감하며 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아동 청소년 책을 소개하는 ‘달걀책방'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   관련기사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는 달콤 고소한 맛…먹자마자 이게 '할바'구나       쿠킹

    2021.07.07 09:44

  • 한반도 토양에 부족한 셀레늄, 이것으로 채워요

    한반도 토양에 부족한 셀레늄, 이것으로 채워요

    ‘숲의 천장’이라 불리는 나무가 있다. 브라질 아마존강 유역에서 자라는데 높이가 무려 40~60m, 직경은 1~3m에 달한다. 이 나무는 최소 40년 이상 자라야 열매를 맺는다. 불혹을 넘어 결실을 맺는 것이 인간의 삶과 닮은 듯하지만 사실 이 나무는 무려 500년에서 1000년을 산다. 인간의 이해 너머에 있는 자연의 삶이다. 비와 더위를 이겨내고, 해충을 물리치는 고된 작업을 40년이나 한 후에야 만들어지는 열매는 대체 얼마나 귀할까.   브라질너트에는 인체 방어 물질이라고 불리는 셀레늄이 풍부하다. 하지만 하루 4알 이상 먹으면 셀레늄 독성으로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나무의 열매는 오리코(ourico)라고 한다. 오리코는 450여 일간 나무에 달려있다 떨어진다. 단단한 껍질에 둘러싸여 있어 땅에 떨어져도 짐승이 쉽게 열지 못한다고 한다. 또 인위적인 재배나 경작도 어렵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자연의 선물을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나무는 베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아마존 원주민들은 수백 년 전부터 이 귀한 자연의 선물을 먹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아마존에서 약 18000㎞나 떨어져 있는 우리도 이 열매를 구할 수 있게 됐다. 바로 '브라질너트'이다. 그런데, 내가 브라질너트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따로 있다. 1000년을 산다는 나무의 특별함도, 재배할 수 없어 더 귀하다는 희귀성도 아니다. 원자번호 34번의 원소인 셀레늄(selenium, Se)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는 셀레늄 때문도 아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진료를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만나게 되는 감기나 구내염, 포진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 때문이었다.   감기나 구내염, 포진 같은 질환은 스트레스가 많거나 피곤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온다. 인체의 방어력, 즉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질환이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감기나 몸살도 괴롭지만, 대상포진의 고통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다. 상대적으로 덜 심각한 구내염이나 입술 포진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한 번 생기면 밥을 먹기가 어렵고, 재발도 잦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치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감기나 구내염은 약을 먹으면 불편함을 줄이거나 경과를 단축할 수 있다. 포진은 약을 쓰지 않으면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니 신속히 의원을 찾아야 한다. 처방 약을 먹으면 질환으로 인한 합병증을 막을 수 있고 점차 증세가 호전된다. 하지만 매일 출근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약을 먹으며 낫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진다. 며칠 끙끙 앓으며 푹 쉴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조차 사치일 수 있으니 더 빨리 나을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런 환자들을 보며 나 역시 경과를 조금이라도 단축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찾은 게 바로 ‘셀레늄’이었다. 감기나 구내염 환자, 또는 포진 환자들에게 셀레늄이 들어있는 영양제나 주사를 추가로 처방하니 회복이 좀 더 빠르고,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브라질너트. 40~60m까지 자란다. [사진=픽사베이]   셀레늄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57년의 일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의 K.슈바르츠 박사가 ‘쥐를 대상으로 한 간경화 방지를 위한 실험’에서 셀레늄이 사람과 동물의 성장과 번식에 필수 영양소라는 사실을 밝혀내면서부터다. 그전까지는 유해 미량원소 정도로 취급됐던 셀레늄이 슈바르츠 박사의 실험을 통해 재조명되었다. 셀레늄은 항염, 항암 효능이 있다. 셀레늄의 항산화 작용은 세포막을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해 신체 조직의 노화와 변성을 막아 주거나, 그 속도를 지연시키는 데 도움을 주며, 인체의 면역 기능을 증진하여 암, 간 질환, 신장병, 관절염 등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해독 기능도 있어 중금속 해독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2015년 발행된 미국 영양학회지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셀레늄이 부족하면 바이러스나 세균의 감염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감염됐을 때 셀레늄을 보충 요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도움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2021년 호주의 한 저널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셀레늄 결핍은 세포와 조직에 대한 산화 스트레스와 관련된 질병을 악화시킨다는 내용이다. 반면 셀레늄을 충분히 보충하면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면역력이 향상되고 항산화 방어력이 증가한다고 보고하였다.   실제로 인체의 방어 물질이라고 할 수 있는 셀레늄이 결핍되면 활성 산소의 피해를 받아 내장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며, 근육통이나 심장질환의 일종인 심근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임신 말기에 셀레늄이 결핍되면 유산, 조산, 사산의 우려가 있다. 신생아는 셀레늄을 모체에서 공급받지 못하면 성장과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한국인은 특히 서양인보다 셀레늄 섭취량이 부족하다. 한반도의 토양에 셀레늄 함량이 적기 때문에 식물을 통한 섭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셀레늄을 보충하기 위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방법밖에 없을까? 음식으로 섭취할 수는 없을까? 이런 의문으로 셀레늄이 함유된 음식을 찾다가 만난 것이 바로 브라질너트였다. 셀레늄은 동물의 간(肝)과 육류, 생선, 곡류, 달걀 등에도 들어있지만, 그 함량이 가장 많은 식품 1위는 단연 브라질너트다. 미국 농무부(USDA)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음식 100g당 셀레늄 함량은 굴이 77㎍(마이크로그램), 참치 90.6㎍, 브라질너트가 무려 1817㎍인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방법은 다른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생으로 씹어 먹거나 잘게 부숴서 샐러드나 요거트에 뿌려 먹으면 된다. 브라질너트에는 셀레늄뿐만 아니라 식이섬유도 풍부해 변비 예방에 좋다. 비타민B와 C가 들어있어 시력 회복, 피부 개선, 면역력 강화, 염증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다른 견과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심심풀이 땅콩처럼 자주 먹거나 한 줌씩 먹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셀레늄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으로 50~200㎍이다. 브라질너트 한 알(4g)에는 무려 약 76.68㎍의 셀레늄이 들어있다. 한두 알만 먹어도 하루 권장량에 해당한다.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셀레늄 독성의 가장 흔한 증상은 머리카락과 손톱이 부스러지거나 복통, 설사, 구토 등 위장 장애, 피부 발진, 피로감, 탈모, 정신 불안 등의 신경계 증상이다. 또한 브라질너트는 칼로리가 높은 편이라 과량복용 시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루 4알 이상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윤수정 가정의학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2021.06.24 19:22

  • 프라이팬 길들이기

    프라이팬 길들이기

    요리는 장비발이다. 도구가 많을수록 요리하는 즐거움과 편리함이 더해지는 법이다. 그렇다고 좁은 주방에, 언제 사용할지도 모를 조리 도구를 쌓아놓을 순 없다. 꼭 필요한 도구를 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조리 도구별 활용법을 소개하는 조리도구 활용팁, 첫 번째로 프라이팬의 사용법을 알아봤다.  주방의 필수품 프라이팬은 정확한 사용법만 알고 있어도 더 오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사진 휘슬러]   코팅 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라이팬은 단연 코팅 팬이다. 팬에 코팅이 돼 있어, 음식이 잘 눌어붙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팅 팬은 코팅이 벗겨지면 바로 교체해야 한다. 코팅이 벗겨지지 않도록 나무나 실리콘 소재의 조리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세척할 때도 부드러운 재질의 수세미를 사용한다. 코팅 팬을 포함한 모든 팬은 겹쳐 보관할 경우 표면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팬 사이에 종이 타올이나 헝겊 등을 넣어주는 게 좋다.     스테인레스 팬  스테인리스 팬은 예열을 잘 하면, 음식이 눌어붙지 않고 위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휘슬러] 스테인리스 팬은 코팅이 벗겨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식이 쉽게 눌어붙어 요리 고수 중에서도 쉽게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사용법만 익숙해지면, 안전하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등 장점이 확실한 만큼 도전해볼 만하다. 새로 산 스테인리스 팬은 사용하기 전에 팬의 2분의 1이 찰 정도로 물을 붓고 식초 1~2스푼을 넣은 후 센 불에서 3~5분 정도 끓인 후 물을 따라낸다. 이렇게 하면 불순물이나 냄새를 없앨 수 있는 것은 물론 음식을 만들 때 팬이 변색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스테인레스 사용할 땐 예열이 중요하다. 중불에 팬을 올리고 기다리면 되는데, 물을 떨어뜨렸을 때 물방울이 끊어져 튀어 오르지 않고 한 데 뭉쳐 모양대로 굴러다니면 예열이 잘 된 것이다. 다만, 예열 시 화력이나 시간은 팬의 바닥 면 두께에 따라 달라지므로 연습이 필요하다.  사용한 팬은 깨끗하게 세척해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만약 음식물이 심하게 눌어붙었다면 충분한 양의 물을 붓고 식초를 넣어 한참 끓이다 물을 버리고 수세미로 탄 자국을 말끔히 없앨 수 있다.      주물팬 무쇠주물팬은 사용 전 표면에 오일을 발라 구워내는 시즈닝이 필수다.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할 뿐 아니라 음식이 눌어붙지 않는다. [사진 스켑슐트] 최근 인기가 많은 무쇠주물 팬은 사용 전 길들이기(시즈닝)가 필수다. 이는 표면에 오일을 입혀 구워내는 과정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 얇은 오일막을 형성시켜, 표면을 매끄럽게 함으로써 음식이 눌어붙지 않게 해준다. 또한 무쇠의 특성상 수분에 오래 노출되면 녹이 생기기 쉬운데, 오일막이 수분의 노출을 막아 녹이 스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새 주물 팬은 따뜻한 물로 헹군 후 시즈닝 과정을 3회 정도 해주는 게 좋다. 다만 시즈닝 할 때 식용 기름을 발라줄 때 오일 전용 솔이나, 올이 풀리지 않는 행주나 헝겊을 사용한다. 주물의 경우 표면이 거칠기 때문에 물기를 닦을 때도 키친타월보다는 행주나 헝겊을 사용하는 게 좋다.  본격적으로 주물 팬으로 요리할 땐, 첫 요리가 중요하다. 길들이기에 도움이 되도록 기름기가 많은 삼겹살이나 베이컨을 굽거나 기름을 풍부하게 사용하는 감바스, 오일 파스타 등을 추천한다. 주물 팬에 양념이 눌어붙거나 녹슬었다면 뜨거운 물에 헹군 후, 베이킹소다나 식물성 기름과 굵은 소금을 듬뿍 뿌려 솔이나 수세미로 꼼꼼히 문질러 준다. 뜨거운 물에 헹군 후 물기를 제거한 다음 기름을 펴 발라 보관하면 된다.    ▶도움말 : 101레시피 문인영 실장, 휘슬러, 스켑슐트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2021.06.24 18:50

  • 보관만 잘해도 일주일은 거뜬한 채소보관법

    보관만 잘해도 일주일은 거뜬한 채소보관법

    채소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채소의 성질에 따라 보관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좋다. [사진 픽사베이] 여름이다. 밭에서 방금 따온 채소도 시들시들해지는 시기. 채소의 성질을 이해하고 보관해야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크게는 자란 환경에 따라 보관법이 달라진다. 땅에서 자란 채소는 땅 같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나무에 매달린 채소는 매달린 모양을 유지해야 한다. 푸른 잎 채소는 씻어서 보관하면 안 된다. 세척 후 12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변질한다. 1주일 이상 보관해야 한다면 비닐에 넣어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이때, 숨구멍은 필수. 2~3개 정도 작은 구멍을 뚫어줘야 채소가 무르지 않는다.   원산지와 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아열대기후 채소는 온도가 너무 낮으면 표면에 주름이 잡히고 맛이 없어진다. 채소 별로 보관법을 정리했다. 보관만 잘해도 일주일은 더 신선하게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다. 물론, 최고의 비법은 먹을 만큼만 구매해 바로바로 먹는 것이다.     당근 낱개로도 팔지만, 대체로 여러 개 묶음을 사야 하는 채소 중 하나다. 단단해 다른 채소에 비해 비교적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 문제라면, 1~2인 기준으로 당근 하나를 다 쓰는 요리가 드물어, 사면 반드시 보관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실온에서 보관할 경우 우선 키친타월로 대충 털어 신문지에 싸서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고, 냉장 보관 시에는 흙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랩으로 싸 밀봉하는 것이 좋다.    감자  대표적인 뿌리채소다. 땅속에서 자라 햇볕에 약하다. 검은 비닐봉지에 숨구멍 2~3개를 뚫어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볕에 노출돼 껍질이 녹색으로 변했거나 싹이 났다면 안 먹는 것이 좋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인 솔라닌(Solanine) 성분이 증가했다는 신호이기 때문. 원래 감자에는 100g에 7mg 이하의 솔라닌이 들어있다. 먹어도 무해할 만큼 극소량이지만, 싹이 나면 달라진다. 80~100mg까지 증가한다. 20mg 이상 섭취하면 구토, 식중독, 현기증을 일으킬 수 있다. 솔라닌은 열에도 강해 익혀도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아까워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이 좋다. 보관할 때, 사과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Ethylene)이 감자가 싹을 틔우지 못하게 한다. 보통 사과 한 개가 감자 10kg 정도의 싹을 억제한다.     아스파라거스  줄기를 잘라 먹는 줄기채소다. 유럽에서부터 먹기 시작했는데 국내 기후에도 잘 맞아 노지에서도 곧잘 자란다. 아스파라거스 보관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분유지. 줄기 아랫부분을 조금 자른 뒤, 길쭉한 밀폐 용기에 물을 충분히 적신 키친타월을 깔고 자른 면이 키친타월에 닿도록 넣어서 냉장 보관한다. 길쭉한 밀폐 용기가 없다면 유리컵을 사용하면 된다. 이때,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봉지를 씌우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1~2주 정도는 신선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2주 이상 보관할 경우에는 아스파라거스를 살짝 데쳐서 물기를 제거하고 지퍼백에 담아서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쌈 채소 쌈 채소는 온도와 수분이 유지 될 수 있도록 키친타월로 감싸 비닐봉지로 밀봉해 끝부분이 아래가 되도록 세워 냉장고에 보관한다. 잎채소는 수확해도 생명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강해 자란 환경과 동일하게 세워 보관하면 3주 정도는 신선함이 유지된다. 세척했다면 동일한 방법으로 보관하되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12시간 안에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토마토  붉은색의 완숙 토마토일수록 항산화 성분인 리코펜(lycopene)이 증가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덜 익어 푸른색을 띠는 토마토는 키친타월로 하나씩 싸서 꼭지가 아래로 향하게 한 후 보관한다. 이때 빨갛게 숙성되도록 상온에 두는 것이 좋고, 빨갛게 익은 완숙 토마토는 더운 여름에는 실온에 장시간 두면 쉽게 상할 수 있으므로 이른 시일 내에 먹지 않는다면 냉장 보관한다. 냉장 보관할 때는 세척해 잔류 농약과 먼지를 제거하고 물기를 닦은 후 꼭지를 제거하고 보관한다. 토마토는 에틸렌(Ethylene)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과·배·오렌지 등(에틸렌 생성 식품)으로부터 분리하면 토마토를 더 오래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   ▶도움말 및 자료 : 김은진 임상영양사, 식약처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2021.06.24 18:47

  • 캠핑장에서 맛있고 편하게 고기 구우려면

    캠핑장에서 맛있고 편하게 고기 구우려면

    본격적인 캠핑 시즌이 시작됐다.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먹는 즐거움이다. 특히 냄새와 기름 튈 걱정에, 집에서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고기 요리는 캠핑장에선 환영받는 메뉴다. 고기를 맛있고 편하게 먹기 위해선 약간의 기술과 준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삼겹살을 그대로 숯불에 굽다 불낼 뻔하거나, 비싼 소고기를 구웠는데 겉은 타고 속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접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캠핑 고수들에게 고기 준비부터 굽기까지의 팁을 들어봤다.      ① 준비 : 소분해 셀프 밀키트 만들기  캠핑 요리, 바베큐 간혹 캠핑 갈 때, 식재료를 배달받거나 장 본 상태 그대로 아이스박스에 넣어서 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하면 포장 용기의 부피 때문에 아이스박스 내부를 활용하기 어려운 데다 필요한 양보다 많은 양의 식재료를 가져가게 돼 음식물 쓰레기가 되기 쉽다. 따라서 필요한 양의 식재료를 손질하고 소분해 담아가는 게 좋다. ‘캠핑에미치다’를 운영하는 홍미진 담당자는 “집에서 필요한 양만큼 포장하고 식재료를 손질해, 요리별로 담아 셀프 밀키트를 만들어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② 굽기 : 얇은 고긴 센 불, 두꺼운 고긴 약한 불  숯불에 고기를 구울 땐 불이 사그란 든 후에 잔잔해진 불 위에서 굽는다. 장진영 기자 타오르는 숯불을 보는 이른바 '불멍'은 캠핑의 하이라이트다. 불멍을 마친 후, 비로소 먹는 즐거움이 시작된다. 불이 사그라들어 잔잔해진 숯불 위에 그릴을 올리고 고기를 구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63 F&B 조리팀 김태규 셰프는 “얇은 고기는 센 불에 구워도 되지만, 최근 인기인 토마호크나 우대 갈비 처럼 두께가 두꺼운 고기는 약한 불에서 오래 익혀야 식감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고기는 굽기 전, 상온에서 30분~1시간 정도 두면 심부 온도가 상온과 비슷해지는데 이때 굽는다. 심부가 차가운 상태로 구우면, 겉은 타고 속은 안 익기 쉽다. 심부 온도가 궁금하다면 이쑤시개나 꼬치를 고기 속으로 깊숙하게 찌른 후 입술 아래에 댔을 때 찬기가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다만 삼겹살 등 기름기가 많거나 양념한 고기는 팬에 구워야 한다. 그릴 위에 구울 경우 포일을 올린 후 굽는다.     ③ 훈연 : 기름 살짝 발라 구우면 바비큐 향 제대로  캠핑장에서 숯불에 LA갈비를 굽고 있는 모습. 고기에서 떨어진 기름이 연기를 피워, 훈연향일 입힌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장진영 기자 숯불 향은 고기를 구울 때 고기에서 나온 기름이 떨어지면서 불에 닿아 연기가 나면서 연기 향이 입혀진다. 따라서 기름기가 적은 부위의 고기는 겉면에 식용유 등 기름을 바른 후 굽는 게 좋다. 기름은 언제 어떻게 발라야 할까. 굽기 1시간 전이 적당한데, 손가락 두 마디 이상의 두께의 고기라면 캠핑 전날 저녁, 혹은 당일 아침이 적당하다. 김 셰프는 “너무 미리 해놓으면 삼투압 때문에 육즙이 빠져나온다”고 조언했다.    ④ 양·닭·립 등은 시즈닝 해서 구우면 풍미 좋아  캠핑 가기 전, 시즈닝한 양갈비. 양고기 특유의 냄새를 잡고 감칠맛을 더하는 효과가 있다. 장진영 기자 뼈째 조리하는 립이나, 손가락 두 마디 이상의 두꺼운 고기류, 양고기처럼 특유의 냄새가 난다면 미리 시즈닝을 하면 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을 수 있다. 시즈닝은 취향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허브 솔트, 마늘가루, 카레 가루, 파프리카 가루 등 다양하다.『나의 캠핑 생활』 저자인 10년 차 캠퍼 장진영씨는 "전날 밤, 허브 솔트나 카레 가루, 올리브유를 골고루 고기에 발라 시즈닝 하면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2021.06.24 18:43

  •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는 달콤 고소한 맛…먹자마자 이게 ‘할바’구나

    입안에 부드럽게 퍼지는 달콤 고소한 맛…먹자마자 이게 ‘할바’구나

    “성님, 시장헐 긴데 이거 잡숫고 하소.” “뭣인데?” “배추뿌린데 삶아서 콩고물을 묻혔소. 묵을 만하요.” “여태 그게 있었나?” “독 안에 감차아둔 것을 아침에 밥 위에 얹어서 쪘다마는, 새끼들이 클라꼬 그라는가 우찌 묵을라 카든지.” 두 아낙은 일감을 밀쳐놓고 삶은 배추 뿌리를 먹는다. 말랑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며, 쌉쌀한 맛을 혀끝에 느끼며, 입가에 콩고물을 묻혀가며 먹는다.     『토지』 1부 2권 중   희한한 일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잘생기고 멋있을수록 선망의 대상이 되건만, 책 속의 음식은 소박할수록 군침을 끌어모은다. 독서를 하면서 가장 배가 고팠던 적은 박경리의 토지를 읽을 때다. 진귀한 반찬이 올라오던 양반집 규수 서희가 깨작거리며 먹는 밥상이 아닌, 짠지를 얹은 뜨거운 보리밥, 참기름을 겨우 구해 무친 나물, 가끔가다 올라오는 삶은 계란 한 알이 등장하는 하인들 밥상이 나올 때다. 그들이 볼이 메어 터지게 밥을 쑤셔 넣는 모습을 읽을 때는 정말 참기 힘든 식탐이 올라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 책을 집에서 읽었다는 것이다. 김치 찢는 소리부터 야무지게 그릇을 비우는 소리까지 들렸던 그 생생한 묘사 덕에 나는 부엌을 들락거리며 배를 채워야만 책을 마저 읽을 수 있었다. 문득, 세계 여행 중에 읽었더라면 저 소박한 시금치나물이니 배추 뿌리니 시래깃국 같은 것을 먹고 싶어서 어찌 견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유미 작가는 터키 여행을 기획하며 할바를 빼놓지 않았다. 우연히 책에서 만난 할바의 맛이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사진 명유미]   이번 여행에서 은근히 기대한 것 중엔 '책에서 읽고 마음에 품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있었다. 이번 여행이야말로 블로거가 알려주는 구체적인 ‘맛집’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만난 나의 로망 음식들을 먹어볼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가장 오래전에 내 마음에 들어온 음식은 단추 수프다. 초등학교 때 읽었던 디즈니 그림책 『단추로 끓인 수프』를 읽고서였다.   단추 한 개로 맛있는 수프를 잔뜩 끓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데이지가 커다란 솥단지를 불 위에 올리고 물과 단추 한 개를 넣고는 자기 키만 한 나무 주걱을 휘휘 저으며 수프를 끓이기 시작한다. 구두쇠 스크루지는 혹하지 않을 수 없다. 데이지는 말한다. “여기에 소금만 있다면 정말 맛있을 텐데.” 스크루지는 “소금쯤이야”라며 자신의 식품 저장고에서 소금을 가져온다. 데이지는 곧 “당근이 조금 있으면 정말 환상적일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스크루지의 식품창고는 비어가고 수프는 맛있게 완성되어 모든 마을 사람들이 나눠 먹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점점 더 걸쭉하고 풍부해지는 솥단지의 수프는 마지막 장에서 거친 나무 볼에 담겨 온 마을 사람들 손에 오를 때 그 먹음직스러움이 절정을 찍는다.   이후 내겐 막연히 유럽에 가서 구식 철제 수프 냄비에 오래 끓인 걸쭉한 수프를 투박한 그릇에 담아 먹어보고 싶은 동경이 생겼다. 이 바람은 이번 여행에서 제대로 이루지는 못했다. 그나마 맛으로 가장 근사치에 가까웠던 수프는 뉴욕의 식품점 ‘딘 앤 델루카’에서 비가 오는 날 플라스틱 컵에 받아먹은 감자 당근 수프였고, 비주얼로 유사했던 것은 헝가리의 한 골목 식당에서 먹은 ‘굴라쉬’였다. 작은 철제 팟에 담긴 걸쭉한 스튜에는 고깃덩어리·당근·감자·양파가 섞여 있었다.   로망 음식을 먹기 위해 여행 일정을 조정한 적도 있었다. 일본 작가 요네하라 마리가 쓴 『미식 견문록』에 등장하는 터키 과자 ‘할바(helva)’에 대한 묘사를 읽은 후에는 우리의 일정에 터키를 포함시켰다. 이 책은 제목이 말해주듯 각종 먹거리에 대한 예찬으로 가득한데, 그중 할바에 얽힌 이야기는 안타까울 정도다. 작가는 초등학생 때 친구가 외국에서 사다 준 이 과자를 딱 한입 먹어본 이후 그 맛에 반했는데, 작가가 성인이 될 때까지 온 가족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찾아 헤맸지만 다시 못 찾았다고 했다.   할바는 터키 과자점에서 찾기 어렵다. 꿀과 치즈, 견과류를 파는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명유미]   책을 읽은 후 그 한이 내게 전달되어 나 또한 서울 이태원의 모스크 주변 터키 과자점을 뒤지기도 했다. 가게에는 터키 과자의 대명사인 터키쉬 딜라이트(Turkish delight)뿐이었다. 터키쉬 딜라이트는 일종의 젤리인데 만드는 방법부터 할바와는 다르다. 혹시나 해서 사본 터키쉬 딜라이트는 너무 달기만 하고 감흥이 없었다.   터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스탄불의 화려한 과자점 점원들은 관광객인 나에게 하나같이 터키쉬 딜라이트를 권했다. 가끔 다른 종류의 과자도 있었지만, 요네하라마리가 묘사하는 부드러운 질감에 고소한 땅콩 맛이 나는 할바와는 달랐다. 우리가 할바를 만난 것은 저녁 식사를 하러 간 터키 전통 음식점의 디저트 순서에서였다. 접시에 황토색 두부를 얇게 한 조각 썰어 놓은 듯한 것이 나왔다. 위에는 땅콩이 뿌려져 있었고 오븐에 구웠는지 그릇까지 따뜻했다. 티스푼으로 떠먹는데 달콤하고 고소한 땅콩 맛과 크림 향이 퍼진다. 순간 이게 할바라는 것을 알았다.   할바는 원하는 만큼 잘라서 판매한다. [사진 명유미]   할바는 관광객들이 찾는 터키 과자 가게보다는 터키 사람들이 가는 꿀과 치즈, 견과류를 모아놓고 파는 가게에서 찾을 수 있었다. 큰 덩어리에서 손님이 원하는 만큼을 썰어 종이에 포장해 준다. 우리는 터키 서쪽 끝인 이스탄불에서 버스를 타고 터키의 동쪽 끝까지 갔는데 관광지에서 벗어날수록 더 싸고 투박하고 다양하고 맛난 할바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날이 선선해져서일까. 부쩍 할바가 생각났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할바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인터넷에 소개된 간단한 버전의 레시피로 ‘무모한 도전’을 하기로 했다. 할바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대로 만들려면 전문가의 손길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재료는 대단치 않지만 끓이고 식히는 과정에서 농도와 점성을 맞추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절망. 제대로 망해버렸다. 일단 만들면서 내내 의아했던 것이, 아무리 꿀과 타히니를 열심히 섞어도 식히는 과정에서 분리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루를 기다려서 냉장고에서 꺼낸 내가 만든 할바는 정확히 두 층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일층은 꿀, 이층은 타히니. 이렇게 된 할바는 냉장고에서 꺼내면 10분 안에 점차 주저앉아 녹은 외계생명체처럼 되어버린다. 혹시 누구 할바 만드는 것 성공하신 분?     ■ 그때 그 요리!|터키 할바  「 재료 꿀 2컵, 바닐라 익스트렉트 1ts, 구운 피스타치오(혹은 아몬드) 한 컵 반(무염), 참깨 1컵 반, 올리브유 1컵   만드는 법 ① 참깨와 올리브유를 믹서에 넣고 갈아 ‘타히니’라는 이름의 중동 참깨소스를 만든 후 팬에 올려 따뜻하게 데워 둔다. ② 잘 코팅된 팬에 꿀을 넣고 데운다. 찬 물 컵에 데우던 꿀을 한 방울 떨어뜨렸을 때 꿀이 볼 모양(구형)이 된다면 알맞은 온도로 데워진 것이다. 불을 끄고 한 김 식힌 후 여기에 바닐라와 견과류를 넣고 섞는다. 그 후 타히니를 넣고 잘 섞는다.③ 케익팬이나 도자기 그릇에 오일이나 버터를 발라 들러붙지 않게 한 후 2번을 붓는다. 식으면 랩을 씌워 냉장고에 넣고 하루 정도 굳힌다.④ 칼로 썰어서 차와 함께 먹는다. 」  ▶ 명유미 작가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며 2013년, 1년 동안 남편과 세계여행을 했다. 지금은 이 여행이 삶의 가장 중요한 양분이 되었음을 체감하며 살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아동 청소년책을 소개하는 ‘달걀책방'을 열고 운영하고 있다.               

    2021.06.24 18:30

  • "볕 가득 좋은 흙에서 자란 채소맛, 바로 먹어야 알 수 있죠."

    "볕 가득 좋은 흙에서 자란 채소맛, 바로 먹어야 알 수 있죠."

    채소와 고기. 이 둘을 둘러싼 대화나 논의는 주로 이런 식이다. 고기만 먹고 채소는 먹지 않는다든가, 고기를 끊고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든가, 아니면 건강을 위해 채소를 더 먹자는 정도다. 아, 하나가 더 있긴 하다. 드물지만 고기보다 채소를 잘 먹는 사람들이다. 순전히 취향의 문제이고 개인의 선택이다. 그리고 육즙이 흐르고 감칠맛이 휘몰아치는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고기의 강한 감칠맛에 비한다면 채소는 더 자연스러운 맛이니까. 은은한 쓴맛과 적당한 매운맛, 자연스러운 시큼함과 단맛 같은 거다. 발효카페 큔의 공동 창업자 정성은(왼쪽)과 김수향 대표. 황정옥 기자   그러니 타고나길 채소가 좋다면 모를까, 강렬한 고기를 은은한 채소가 어떻게 쉽사리 이길 수 있겠는가. 그런데, 발효카페 큔의 김수향 대표는 이런 전제를 모두 엎어버릴 말을 했다. 생각지 못한 질문을 던졌다.     밭에서 막 뽑은 채소, 먹어본 적 있으세요?” 농부가 정성 들여 키운 채소를 밭에서 막 뽑아 먹은 그 순간, 그는 채소에 반해버렸다. 고기를 싫어하는 것도,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다. 채소가 정말 진심으로 맛있어서다. 채소가 맛없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햇볕을 잔뜩 받고 좋은 흙에서 자란 채소를 바로 그 자리에서 먹어본 경험이 없어서일 확률이 높다.   요즘 말로 김수향 대표를 소개하자면, ‘채소에 진심인 사람’ 정도가 아닐까. 그가 걸어온 길만 봐도 얼추 짐작이 간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1년 어학연수로 한국에 왔다가 일본 매체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게 됐고 그 결과 일본에 한국을 소개하는 잡지 수카라를 2005년 창간했다. 편집장부터 시작한 그는 2006년 8월 산울림소극장 1층에 카페 수카라를 열었다.     김수향 대표는 "햇볕을 잔뜩 받고 좋은 흙에서 자란 채소를 바로 그 자리에서 먹어본다면, 그 맛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진 큔인스타그램] 채소 음식이 맛있는 카페로 유명했던 곳이다. 2012년에는 생산자가 보이는 농부시장 마르쉐@를 공동기획했고 2019년 12월 서촌에 채소를 맛있게 먹기 위한 발효식품과 발효요리를 선보이는 발효카페 큔을 오픈했다. 큔에서 김수향 대표를 만나 채소에 진심이 된 사연, 그리고 요리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다.   15년을 운영한 카페 수카라가 2021년 2월 7일에 문을 닫았죠. 수카라는 지난해 코로나 19의 타격을 많이 받았어요.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크게 터졌거든요. 두세 달 정도 동네에 사람이 없었는데 그때 그 주변의 가게 대부분이 사라졌어요. 큔은 2019년 12월에 오픈했어요. 11월에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했는데, 주변에 시위가 끊이질 않았어요. 느긋하게 밥을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요. 덕분이라고 말하면 좀 이상하지만, 코로나 19가 터지고 고즈넉해졌어요.     수카라부터 큔까지, 대표님을 이 자리에 있게 한 근간은 ‘채소’ 아닌가요? 채소에 꽂히게 된 이유가 있나요. 잡지 수카라의 편집장을 할 때, 정신없이 마감하고 밤에 밥을 먹으러 주변을 둘러보면 대부분이 치킨집, 고깃집, 술집이었어요. 매일 치킨에 고기를 먹을 수는 없어서 편의점에서 끼니를 때우곤 했어요.   당시 출장으로 일본을 오가는 일이 많았는데, 일본에는 오가닉이나 페어 트레이드 같은 개념이 생기고 있었어요. 그런 공간에서 위로를 받곤 했죠. 그러던 중에 잡지사가 있던 산울림소극장 건물 1층을 카페로 운영해보라는 제안을 받고 자연스럽게 ‘저녁에도 채소를 먹을 수 있는 가게’를 떠올렸어요. 기왕이면 안전하고 맛있는 채소요.     발효카페 큔은 낮과 밤의 메뉴가 다르다. 사진은 낮큔의 구운채소와 비건발효버터 커리. [사진 큔 인스타그램]   2012년에는 마르쉐@를 공동기획하셨죠. 2011년, 아는 일본 분의 책을 같이 제작한 적이 있어요. 도쿄에서 열린 책 출간 토크 이벤트에 참석한 후에 요코하마 집으로 가던 지하철 안에서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어요. 원전에서 250㎞ 거리 안에 제가 있었어요. 공기가 오염됐고, 일주일 뒤에는 물에서 세슘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후 가까운 지역의 농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죠. 따지고 따져보니, 사고의 원인은 저에게 있었어요. 요코하마에서 쓰는 전기 100%가 후쿠시마에서 생산되는 것을, 제가 먹던 음식이 그 주변에서 생산된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았어요. 그 사실이 충격이었고, 명백한 제 책임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생산자가 보이는 시장 마르쉐@를 기획하신 거군요. 고민 끝에 생산을 확인할 수 있는 소비만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 현장을 보여주지 않아요. 농약은 얼마나 쓰는지, 어떻게 키우는지 보여주지 않은 채 제품을 광고하고 유통해요. 저 역시 그 굴레 안에 있었고요. 제가 내린 답은 ‘시장’이었어요. 제가 시장 마니아예요. 한국의 오일장을 쫓아다니다 잡지 수카라도 만들었거든요. 확신이 서자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다행히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 있었고, 마르쉐@를 만들게 됐죠. 옥상 텃밭도 같이 시작했어요. 옥상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수카라에서 받기 시작했고요.     농장에서 바로 식탁으로 가는,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의 시작이네요. 해를 잘 받고 자란 채소를 뽑아 바로 먹는 일은, 정말이지 맛의 차원도 다르고 향의 차원도 달라요. “정말 맛있다”고 말할 때의 모든 요소가 압축된 맛의 지점이 거기에 있어요. 입과 몸이 놀라는 충격, 음식에 관한 충격이었죠.     채소에 진심이 되셨군요. 그 맛을 알아버리면, 헤어나오기란 쉽지 않아요(웃음). 모든 사람이 이 채소를 먹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채소의 맛을 안 것 외에도, 마르쉐@를 하면서 배운 세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다양성’이에요. 마르쉐@는 다품종 소량생산 농부를 키우는 시스템이에요. 물론 초반에는 대부분 텃밭 수준이었지만요. 그랬던 농부들이 점차 성장했고, 지금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부가 적어도 열 몇 팀은 됐어요.   채소 하나로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완성형 당근만 받았다면, 지금은 여러 단계가 있어요. 먼저 싹이 났을 때 솎아낸 어린 당근의 잎이 와요. 그다음에는 조그만 아기 당근이 오고요. 더 지나서는 이파리가 억세지고 즙이 풍부해진 중간 크기의 당근이 오죠. 그다음이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완성형 당근이에요. 마지막으로 당근에 꽃이 피는데, 이것도 재료로 써요. 쓰려면 씨앗도 요리로 쓸 수 있어요. 각 단계의 맛이 전부 달라요. ‘다양성’은 식재료의 다양성이면서 맛의 다양성이기도 하죠.     채소의 세계가 깊어지네요. 네, 채소가 너무 재밌어요. 마르쉐@라는 시장 덕분이죠. 마르셰@에서 이룬 큰 변화 중 하나로 한국 토종 벼의 부활도 있어요. 한때 1451종에 달하던 토종 벼는, 일제식민지에 일제가 식량 수탈을 위해 농법이 까다로운 토종 벼 대신 개량종을 대규모 보급하며 30%만 남게 됐죠. 그 후에는 월등한 수확량을 자랑하는 개량종 통일벼가 1971년부터 전국 농가에 보급되며 토종 벼가 자취를 감췄어요. 어쩌다 어디 지방에서 한 분 정도 토종 벼를 키운다고 해도, 그건 판매용이 아니라 자급용이었어요.   ‘우보농장’은 마르쉐@를 매개로 토종 벼를 선보여 품종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지금은 250여 개 토종 벼 품종을 재배하고 있어요. 마르쉐@에서는 토종 쌀 맛을 테스트하는 워크숍도 꾸준히 해왔어요. 아마 저희가 토종 쌀을 가장 많이 지어본 사람들이 아닐까 싶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의 쌀과 한국 쌀의 맛의 차이에 관한 이유도 조금은 알게 됐어요. 글로 써서 일본 매체에 싣기도 했죠.   두 번째 중요한 점은 무엇인가요. 씨앗의 다양성이에요. 우리가 먹는 채소 대부분은 세계 5대 씨앗 회사에서 키운 것들이에요. 회사가 값을 올리면, 비싼 채소를 먹어야만 하죠. 하지만 저는 채소 맛을 알아버렸고 맛있게 먹을 권리를 빼앗기는 게 싫었어요. 평생 채소를 맛있게 먹으려면, 씨앗을 스스로 이어가는 농부가 있어야 해요. 실제로 농부 중에는 토종 씨앗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팀이 있어요.     돈 주고 산 씨앗은 1세대에서 끝이라고 알고 있어요. 씨앗의 형질이 유전되지 않는 F1 종자(first filial generation)예요. 크기와 맛을 바꾸고 많이 수확할 수 있도록 형질을 조작한 씨앗이죠. 2세대에 싹이 나지 않는 건 아닌데 보통 상품성이 없는 채소나 과일이 나와요. 계속 씨앗을 받으면 언젠가는 돌아온다고도 해요. 문제는 원래 자연이 주던 씨앗까지도 산업화한 시스템 안에 있다는 점이에요. 다품종 소량생산 농부라고 해서 씨앗을 사지 않는 건 아니지만, 동시에 씨를 이어가는 방법도 가능하죠.   세 번째는 무엇인가요. 농법의 다양성이에요. 농법에 따라서 채소 맛이 변하거든요. 농약을 안 쓰는 농법으로 키운 채소로 음식을 차린 워크숍을 한 적이 있어요. 밥을 먹고 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턱이 아프다는 거였어요(웃음). 천천히 미생물을 키우는 이 농법은 별도의 영양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작물이 천천히 자라요. 그래서 섬유질이 강해져요. 맛도 당연히 다르고요. 농법의 다양성은 흙의 다양성이기도 해요. 흙 속에 어떤 미생물을 키우느냐에 관한 이야기죠. 흙을 키우는 것 자체도 발효예요. 잘 발효된 흙에서 자란 채소를 맛본 후에는 제 기준도 좀 달라졌어요. 종종 “어떤 채소를 먹어야 하나요?”라거나 “유기농이 나은지 무농약이 나은지”를 묻는 분들이 있는데, 요즘 저는 이렇게 말해요. “제대로 발효한 흙에서 자란 채소가 먹고 싶다”라고요.    흙을 발효하고 채소를 키워 수확하고 발효에 요리까지, 쉽지 않아 보이네요(웃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제가 하는 일들은 철저히 저 자신을 위한 일이거든요(웃음). 무엇보다 저희는 엄청난 채소의 맛을 알게 됐잖아요. 기술을 논하기 이전에 정말 좋은 채소는 굽거나 찌기만 해도 맛있어요. 소스 몇 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게 먹을 수 있죠. 좋은 채소에 의존하면서부터, 저는 요리하는 즐거움이 생겼어요.   김수향 대표는 "좋은 흙에서 잘 자란 채소를 발효시키면 또 다른 채소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 큔 인스타그램] 언젠가는 집 옆에 밭과 가게를 두고 가까운 거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는, 그런 삶을 살고 싶으신 건가요. 맞아요! 저는 도쿄에서 태어났고, 오사카와 요코하마에서 자라서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잖아요. 도시에서만 살고 시골 생활은 해보지 않았으니 준비하는 거죠. 카페 수카라는 살고 싶은 미래로 가는 시작이었고, 제가 가는 길이 더 명확해진 게 큔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발효 작업은 큔에서 하지만, 채소를 말리는 건 할 수 없어요. 얼마 전에는 매실 100㎏을 차에 싣고 지방을 다녀왔어요. 그렇게 삼척이든 보성이든 채소를 말리러 가요. 서울에는 말릴 공간도 없고 공기도 좋지 않으니까요. 이런 일들이 자연에서 한꺼번에 이뤄지면 더 좋죠.   마을 안이나 내 집 앞에서 텃밭을 가꾸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일본은 400~500년부터 분업화가 돼서 간장이든 술이든 기업의 제품이 유통된 반면, 한국은 저희 어머니 세대까지만 해도 집에서 채소를 기르고 발효 식품을 만드는 문화에서 자랐잖아요. 이런 문화가 남아 있는 나라가 많지 않아요. 지금으로써는 한국도 아슬아슬하지만, 그래도 술을 직접 빚거나 김치와 장을 담글 수 있는 개인이 존재한다는 건 다행이죠.     조만간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목표라기보다, 영원한 과제가 하나 있어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흙을 닦는 일부터 시작해요. 그렇게 키운 채소를 손질하고 발효하고 요리하죠. 다 인건비예요. 유지가 쉽지 않죠. 재료의 질을 유지하면서 이 일을 계속하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한지 끝없이 고민하고 있어요. 제가 그리는 미래는 고용이라는 형태를 떠나서 관계 맺을 수 있는 팀으로 공간을 꾸리는 것이에요. 지금의 고용이라는 형태가 미래에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수카라는 개인사업자였어요. 제가 그만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가게와 일이 사라지죠. 공동사업자는 달라요. 사람에 따라 형태가 바뀔 수 있지만,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성은 존재하니까요. 큔을 시작할 때 수카라의 매니저였던 정성은씨에게 공동사업자로서 운영하는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지속가능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요. 우리가 음식을 계속할 수 있는 키워드이자 가까운 미래의 목표죠.   ■ 김수향의 소울푸드 '콜리플라워 국' 🥣 「 좋아하는 이파리 채소와 좋은 조선간장만 넣어도 깊은 맛을 낼 수 있어요. 조선 시대 음식문화를 정리한 책 『정조지』에는 고구마잎을 넣고 조선간장으로 끓인 요리법이 나오죠. 근대 잎이나 고수를 넣고 끓여도 맛있어요."   재료 콜리플라워 잎과 대, 조선간장, 백후추   만드는 법 1. 콜리플라워의 잎과 대, 조선간장을 넣고 끓인다. 2. 끓어 오르면 백후추를 넣어 간을 맞춘 후 푹 끓인다. 오래 끓이면 감칠맛이 더 좋아진다.    」  이세라 쿠킹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2021.06.24 17:50

  • 니 진짜배기 커피 무봤나… 3시간 걸려도 끄덕여지는 맛

    니 진짜배기 커피 무봤나… 3시간 걸려도 끄덕여지는 맛

    강릉에 이어 신흥 커피 도시로 떠오르는 곳을 꼽는다면, 부산이 아닐까. 산지에서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온 생두가 한국에서 처음 닿는 땅인 부산 곳곳엔 매력적인 카페들이 들어서며, 커피 여행객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전포동 카페거리는 늘 커피 여행객으로북적이는데, 2018년 문을 연 베르크로스터스(이하 베르크)는 이중에서도 꼭 다녀가야 할 곳으로 꼽힌다. 실제로 베르크의 커피 한 잔을 맛보기 위해 서울에서 편도 3시간 이상의 먼 거리를 마다치 않고 찾아가는 사람도 많다.      베르크는 부산 출신의 김석봉·박현동·이상용·송찬희 네명이 의기투합해 2018년 전포동에 문을 열었다. 베르크라는 지붕 아래 모였지만,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있다. 김 대표는 재무와 운영을, 박 대표는 생두 수입부터 로스팅, 판매 등 커피 비즈니스 전반을, 이 대표는 공간 기획과 운영을, 송 대표는 브랜딩을 맡고 있다. 베르크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석봉, 박현동 대표를 인터뷰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 베르크로스터스의 김석봉, 이상용, 송찬희, 박현동 공동대표. [사진 베르크]    베르크 커피의 맛을 만드는 건 박 대표다. 스무살 아르바이트로 커피와 연을 맺은 그는 이후 15년간 바리스타와 로스터, 생두 바이어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국가대표 바리스타 선발전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김 대표를 커피의 길로 이끈 것도 박 대표다. 두 사람은 두 사람은 ROTC 동기로, 김 대표는 박 대표와 함께 학교 앞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던 순간을 ‘삶에 커피가 각인된 순간’으로 꼽는다.     부산까지 베르크를 찾게 하는 비결은 누가 뭐래도 커피 맛일 것 같은데요, 어떤 커피 맛을 지향하나요.      (박)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 전문가부터 대중까지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도 편안한 맛’이요. 예를 들어 구하기 힘들고 값이 비싸, 소수의 마니아층이 즐겨 찾는 생두는 저희의 몫이 아니죠. 요리에서 재료가 중요하듯, 커피에서 생두가 중요하니까, 생두를 고를 때부터 이 기준에 따라 선택해요. 산지와 다이렉트로 거래할 때 충분히 품질이 뛰어난 스페셜티 커피 중에서 단맛이 충분하고 가격은 합리적이어서 소비자에게 소개하면 좋겠다 싶은 것을 구매하는 식이죠.   베르크는 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합리적이고 편안한 커피를 지향한다. [사진 베르크]   전국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어떤가요.  (박) 매장을 찾아주는 분도 많고, 원두 납품을 요청하는 곳도 많아요. 늘 감사하죠. 현재 전국 100여 곳의 카페에 원두를 납품하고, 이 중 30%가 서울에 있어요. 매달 생산하는 원두 양도 큰 폭으로 늘었어요. 처음엔 수십 킬로그램이었는데 2019년엔 1톤, 2020년엔 3톤을 기록했죠. 꾸준히 생산량을 늘렸는데도, 납품 요청을 더 받지 못했어요. 하지만 올해 4월 생두를 로스팅하는 로스터리를 사상구로 확장 이전하면서 보다 안정적으로 추가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더 많은 곳에서 베르크의 커피를 만나실 수 있게 됐죠. 기존의 공간보다 넓기도 하고 로스터리 내 환경 제어가 더욱 편리해져서, 원두의 퀄리티와 양을 모두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요.   전포동 쇼룸 1층에 있던 로스터리를 올 4월 사상구로 확장 이전했다. [베르크]   내부에서 꼽는 성장 비결은요.   (김) 공동대표 4명이 모인 게 2017년이에요. 6개월 동안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했죠. 당시 모두 지쳐 있었어요. 조금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사는 길을 고하다가 ‘내 것을 해야겠다’는 답을 찾았어요. 더 열정적으로,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었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각자 전문성이 있는 네 명이 모였으니, 오픈하고 고쳐 나가기보다 완성된 브랜드 형태로 보여주고 싶어서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그 과정에서 함께 일하는 방법도 정했죠. ‘의사결정은 만장일치여야 통과한다’ ‘각자 맡은 영역은 존중하자’ ‘매일 업무 내용을 정리해 공유한다’ 는 식으로요.   집에서 커피를 즐기는, 홈카페족이 증가했는데 베르크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느껴지나요.   (박) 올 1월 소매 원두 판매율을 보면, 지난해 12월 대비 2배 늘었어요. 베르크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로스터리도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코로나로 카페는 가기 어렵지만, 집에서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기계나 도구는 손쉽게 구할 수 있죠. 특히 산지의 다양한 원두들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넓어졌어요. 산지의 좋은 원두들이 많이 들어오니, 원재료의 좋은 맛과 향을 보여주기 위해 배전도가 낮은 원두도 다양해졌죠. 예전에는 해외에서 생산 된 커피를 마시며 정말 맛있다고 말했는데 이제는 한국에도 좋은 커피를 많이 만날 수 있게 됐죠.   그동안 마신 커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커피를 꼽는다면요.   (박) 며칠 전, 블렌딩에 넣은 에티오피아를 싱글로 로스팅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이렇게 뇌리에 남을 만큼 맛있는 커피는 1년에 한두 번 나와요. 커피 맛은 주변 환경, 예를 들어 기온과 습도, 함께 하는 사람 등의 분위기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정말 맛있는 커피는 매일 로스팅을 하는 저도 만나기 어려워요. 비싼 원두라고 맛있는 건 아니에요.     베르크로스터스 2층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 직접 공수한 교회 의자와 격벽, 간접 조명을 설치해 수도원 컨셉으로 꾸며 커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사진 베르크로스터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요소가 다양하네요.   (김) 그렇죠. 마시는 온도나 같이 마시는 사람, 그날의 기분 등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죠. 베르크의 공간이 저희를 알리는 데 도움이 된 것도 같은 이유죠. 실제로 많은 분이 오래된 수도원 컨셉의 2층 매장을 좋아해 주세요. 공사할 때 매장이 원룸촌 사이에 있고 개발이 난립하여 예스러운 느낌이 없었는데 여기에 격벽을 넣어 시선을 분산시키고 간접 조명을 설치해 분위기를 톤다운 시켜서 베르크만의 분위기를 표현했어요. 여기에 실험적인 음악을 틀어 색다른 경험을 더 했죠. 매장에서 커피를 맛본 분은 단순히 커피 맛이 아니라 분위기, 음악, 바리스타와의 교감 등이 어우러져 커피를 기억하실 거예요. 만약 저희가 ‘우리는 커피로만 승부할 겁니다. 맛있으니까 드셔보세요’라는 태도였다면, 지금의 베르크는 없었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김) 올해 로스팅 시설을 고도화해 이전한만큼, 원두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에요. 월 원두 생산 및 판매량 목표를 10톤으로 정했어요. 그만큼 더 많은 분들이 베르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고요. 올 하반기에는 쇼룸이 위치한 전포동 공간을 좀 더 재미있게 꾸밀 계획이고요. 무엇보다 베르크를 설립할 때의 초심, ‘삶의 방식을 긍정적으로 움직여보자’고 했던 다짐이 베르크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박현동의 힐링 커피 ☕ 「 시럽을 조금 넣은 라떼를 좋아해요. 시럽을 조금만 넣어도 커피의 풍미가 올라오거든요. 사실 바리스타나 로스터라고 하면 커피를 향으로 접근하고 그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런, 일부만 아는 커피보다 누구나 좋아하는 레시피가 선호하죠. 지인들에게 시럽 넣은 라떼를 주면 다들 좋아하더라고요(웃음) 레시피는 간단해요.     시럽을 넣은 라떼. [사진 베르크] 만드는 방법 1. 설탕과 물을 1대1로 섞어 시럽을 만든다. 2. 우유(150mL), 에스프레소 2 샷(원두 40g 추출), 시럽(10g)을 넣어 잘 섞는다.   」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2021.06.24 17:46

  • 오늘도 '수고했어' 토닥이는 나를 위한 요리

    오늘도 '수고했어' 토닥이는 나를 위한 요리

    “고기를 먹어요.”   ‘특별히 고단한 날에는 무슨 요리를 해 먹나요?’라는 질문에 의사 이재호에게 돌아온 대답이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애쓴 날, 고기가 생각나는 건 자연스럽다. 해 먹기에 고기 굽기만큼 간편한 요리도 없다. 하지만 이어 돌아온 답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고기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센 불로 볶아요. 고기가 익으면 잘게 썰어 놓은 당근, 양파, 마늘을 넣고 볶다가 닭 육수를 넣고, 육수가 1/4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에서 1시간가량 졸이면 감칠맛 나는 소스가 만들어지죠. 그리고, 전날 저녁에 시어링한 후 수비드 기계에 넣어 24시간 조리한 스테이크를 꺼내 접시에 올리고 소스를 사선으로 리듬감 있게 흘려주면, 완성되죠.”   시어링, 수비드 같은 전문 용어는 그렇다 치고, 저녁 한 끼를 먹기 위해 전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더욱이 그는 머리만 닿으면 곯아떨어진다는, 밥보다 잠이 더 고플 인턴이 아니던가.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해 먹는 걸까. 그것도 혼자 먹는 밥을 말이다.   저에게 저녁은 오늘 하루도 고생한 나에게 주는 최고의 대접이거든요.”   최고의 대접. 맞는 말이다. 사실 그는 요리사다. 의대를 휴학하고 프랑스 요리학교에 들어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복학해 의대를 다니면서도 틈틈이 유명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했다. 지금도 새로운 요리법을 찾아보고, 자취방 주방에서 요리를 연구한다. 이런 그가 그를 위해 차린 만찬이니 이만한 대접도 없을 터.   의사이자 셰프인 이재호   대접의 사전적 정의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마땅한 예로써 대우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음식을 차려 손님을 모시는 것’이다. 그의 저녁 식사에는 두 가지가 다 담긴다. 요리와 어울리는 음악을 선정하고, 맛을 배가시킬 와인을 고른다. 이 과정 모두가 나를 위해 최고의 예를 다하는 행위다. ‘잘했다’, ‘수고했다’ 누군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내가 나를 알아주고 토닥여주면 그만이다.   강릉으로 파견 나가 한동안 요리를 못 해 먹었다며, 요리가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하다는 그를 상암동에서 만났다. 마침 두 달여간의 파견을 끝내고 서울 자취방, 그의 레스토랑으로 복귀를 앞둔 차였다.     레시피가 상당한데(웃음),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세요. 많은 분이 프랑스 요리가 오래 걸리고 어렵다고 생각하시는데요. 프랑스 주방 용어에 미즈 앙 플라스(mise en place)라는 표현이 있어요. 줄여서 ‘미장’이라고 부르는데 요리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로 재료를 준비해두는 것을 말하죠. 이렇게 준비를 미리 해두면 실질적으로 요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15분. 플레이팅까지 고민한 시간 포함해서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맛있게 먹어도 1시간 정도면 식사가 끝나요.   재료 준비 시간은 미포함이라는 말이죠? 그럼 미장은 어떻게 하나요. 일주일 단위로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요. 그리고 주말에 재료를 사와 손질하고 사용할 만큼 소분해 놓죠. 고기·해산물 등은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하고 진공으로 포장해 날짜와 재료명을 적어두고요. 대파는 흰 부분과 초록 부분을 분리해 통에 담아요. 요리 용도가 다르거든요. TV를 보면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나, 포도 등은 꼭지를 떼어서 먹을 만큼 나눠 보관해요. 과자 대신 먹으면 나를 호강시킨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어떤 의식을 하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잘 먹겠다는.  행복하겠다는 의미가 맞는 것 같아요. 저는 제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을 원하는 환경에서 먹을 때 가장 행복하거든요. 그래서 무엇을 먹을지 계획하고 장을 보고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하는 모든 과정이 저에게는 행복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어떻게 하면 행복할지 알고 그걸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안전하다는 생각도 들죠. 잠시뿐이라도 말이죠.   의사·요리사 두 가지 공부를 다 하셨어요. 저도 두 가지 공부를 다 하게 될지는 몰랐어요. 처음 들어간 대학에서 졸업하고도 무얼 먹고 살지 고민하는 선배를 보고 다시 공부해 삼수 끝에 의대를 갔어요. 열심히 공부하면 예상되는 미래가 있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죠. 그런데 유급을 당한 거예요. 물론, 당시 프랑스 요리에 빠져 미식 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라 공부에 소홀하긴 했지만, 유급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갑자기 뜻하지 않은 방학이 생겼고 집에 있기는 민망해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유럽여행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 프랑스로 떠났어요. 파리부터 쭉 돌아볼 생각이었죠. 그런데 첫 여정부터 삐걱거렸어요. 처음 도착한 마을이 너무 낯선 거예요. 한국 사람은 처음 본다고 하고요. 음식으로나마 위로 삼아보려고 초밥집에 갔는데, 너무 맛이 없더라고요. 그 순간 갑자기 서러움이 확 밀려왔어요. 숙소로 돌아와 다시 짐을 꾸려 파리로 돌아왔어요.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이더라고요. 안도감이 느껴졌어요. 눈물도 조금 났던 것 같고요. (웃음) 그렇게 파리에서 사람들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빈둥빈둥 놀다가 다시 학교에 복학했는데, 이게 내가 원했던 삶인가에 대한 회의가 매일 찾아왔어요. 인정받는 삶보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의대 그만두고 요리 공부를 하겠다고 선언했죠.   쉽지 않은 선언이네요. 그런데, 지금은 의사죠? 인생이 그래요. 뜻대로 되지 않더라고요. 큰소리쳤으니 유학비를 달라는 말은 못 하겠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준비를 하는데 영장이 날라왔어요.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싶어서 입대했어요. 의대를 다니다 입대해서 의무병 보직을 받았고, 한미군사훈련 같은 큰 훈련에 차출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의무병으로 복무하며 누군가를 치료하는 일이 즐겁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꽤 재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 다시 의사가 되고 싶은 거예요. 하하(웃음)     그럼 요리 공부는 언제 하신 거예요. 제대를 앞두고 복학 시점을 체크해보니 6개월가량 남더라고요. 그 기간에 다닐 수 있는 프랑스 요리학교를 찾다가 요리학교 에꼴 르노트르를 발견했죠. 5개월을 주5일 온종일 수업받는 집중 코스인데, 일정이 딱 맞더라고요. 어학은 전부터 틈틈이 준비해두었던 터라 제대와 함께 프랑스로 떠났어요. 이재호는 프랑스 요리학교 에꼴 르노뜨르의 단기 집중 코스로 학위를 받았다. [사진 이재호]   보기에는 안정적인 삶 같은데, 들여다보니 파란만장해요. 안전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인데, 인생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복학하고 심지어 마지막엔 의사국가고시도 한번 낙방했거든요.   그 무렵『프랑스식 자취 요리 :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는 책을 쓰신 거죠. 맞아요. 의사국가고시에 떨어지리라고는 사실 상상도 못 했어요. 결과적으로 봤을 땐 저의 공부가 많이 부족했던 것 같긴 하지만요. 한편으론 다른 걸 해볼 좋은 기회였어요. 평소 요리에 관한 책을 쓰고 싶었는데 운 좋게 집필 제안이 들어왔어요. 에세이인데, 요리와 사람, 관계에 관한 저의 생각을 정리한 책이죠.   자취의 사전적 의미는 ‘손수 밥을 지어 먹으면서 생활함’이다. 손수 밥을 지어 먹는다는 것은 삼시 세끼 매일 돌아오는 행복할 기회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며. 내가 나를 스스로 대접하고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삶은 늘 내가 뜻하는 대로 되지 않지만, 적어도 오늘 먹을 내 한 끼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해 먹을 것이다. 이 집에서 이 주방에서 나는 안전하게 행복하다.  『프랑스식 자취 요리 : 모쪼록 최선이었으면 하는 마음』첫 구절에서   책의 첫 구절이 인상적이었어요. 자취 요리의 본질은 끝없는 귀찮음과의 싸움이죠. 저 역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도 있어요.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이 떠오르듯 나를 떠올려 보면 귀찮음이 사라지죠.   자취방에서만 실력을 발휘하기엔 요리 솜씨가 아까워요. 주변에서 종종 비싼 돈 들여 괜한 짓을 했다는 말을 해요. 그런데, 저는 언제나 자신을 대접하는 일이 쓸모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더 멋진 일이라고 믿어요. 또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는 기쁨도 좋아요. 한 달에 한 번은 가족들과 정찬을 하려고 해요. 가족 정찬이 6시간 정도 걸리는데, 그만큼 이야기를 나누게 되죠. 저는 살면서 부모님과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거의 없었어요. 필요한 말만 하니까 말 뒤에 숨은 마음을 읽을 수가 없었죠. 지금은 마음도 보이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요리사로는 요즘 로컬 푸드에 관심이 커졌어요. 아무리 맛있게 요리해도 결국 원재료의 맛을 따라올 수는 없거든요. 지금은 바빠서 엄두가 안 나지만, 로컬 푸드에 대한 생각이 비슷한 젊은 셰프들과 연대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해보고 싶어요. 의사로는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되었으면 해요. 병에 걸린 이후보다 건강할 때 건강을 잘 지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싶거든요. 요리사로서의 전문성과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잘 연결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 이재호의 요리 기본, 닭 육수  「 주말에 닭 육수를 만들어 보관해요. 떡볶이도 이 육수로 만들면 아주 훌륭한 요리가 되죠. 닭 뼈만 사용해도 되지만, 살까지 넣으면 더 맛있어요. 감칠맛을 내는 성분이 살코기에 더 많거든요." 닭 육수는 어떤 요리에도 풍미를 더해주는 육수다. [사진 이재호]   재료 닭 한 마리, 당근(100g), 양파(80g), 대파 (한 줄기), 셀러리 (한 줄기), 마늘(1개), 정향(1개), 월계수(2잎), 소금, 후추,타임, 파슬리 조금     만드는 법 1. 닭 한 마리를 토막 내 끓이기 좋게 손질한다. 2. 당근·양파·대파·셀러리·마늘·정향·타임·월계수·파슬리잎 등 향미 채소를 준비한다. 3. 냄비에 찬물 1L와 손질한 닭과 채소를 넣고 소금·후추를 조금 넣고 4시간 이상 우려내어 500mL가 될 때까지 졸인다. ※끓이면서 거품을 제거하면 더 깔끔한 맛이 난다. 4. 육수를 조각 얼음통에 넣어 큐브 얼음 형태로 보관한다. 」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2021.06.24 1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