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대하 vs 흰다리 새우 당신의 선택은?

중앙일보

입력 2021.10.16 10:00

가을이 되니 위장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한여름 더위에 지치고 환절기 일교차에 쇠한 기력을 충전할 무언가를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하지만 부지런 떨며 보양식을 만들 기운은 또 없다. 손질하고 요리할 에너지를 최소로 하되, 최대의 맛을 낼 수 있는, 뭐 맛있는 거 없을까.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을 쉽게 먹고 싶다는 얄팍함에 머리를 굴리다 운명처럼 새우를 떠올렸다. 혈액 내의 유해 콜레스테롤을 배출해준다는 키토산과 자양강장에 효과적이라는 타우린이 풍부하다는 그 새우다! 옛날 사람들에게 새우는 신장을 강화해 양기를 더해주는 강장식품이었다고 한다. 칼슘과 단백질도 많다. 피로인지 노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시들한 몸을 보강하기에 딱 그만이다.

심지어 새우는 맛도 좋다. 해산물은 아미노산 함량이 높은데, 그중에서도 갑각류는 단맛과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많다. 특별히 거창하게 조리하지 않아도, 간단히 굽고 찌는 것만으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구하기도 쉽다. 마트나 시장에 가면 거의 언제든 살 수 있다. 실제로 새우는 가장 흔히 구할 수 있는 갑각류 중 하나다. 전 세계 2500여 종, 한반도에는 90여 종이 서식할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한다.

위가 대하, 아래가 흰다리새우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위가 대하, 아래가 흰다리새우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이맘때 생각나는 새우로는 대하가 있다. 대하는 산란 직전인 3~4월과 10~11월이 제철이다. 그런데 포털에 ‘대하’를 검색하면 ‘흰다리새우’가 동시에 뜬다. 대하는 우리나라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주로 서식하는 토종 새우이고, 흰다리새우는 중남미가 원산지인 대형새우다. 품종도 원산지도 다르지만, 어쩌다 보니 대하와 흰다리새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흰다리새우가 대하의 대체품종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양식한 흰다리새우다. 사실 양식은 대하가 먼저 시작했다. 1900년대에 대하가 많이 나는 서해안을 중심으로 양식장이 발달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며 생산량은 해마다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흰반점바이러스(WSSV)에 의한 대량폐사 때문이다. 이에 반해 흰다리새우는 환경 적응력이 강하고 질병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바이오플락(Biofloc Technology)이라는 새로운 양식기술도 큰 몫을 했다. 2003년 국립수산과학원은 바이오플락 기술을 국내 도입해 양식기술 연구를 시작했다. 쉽게 설명하면 미생물을 이용한 새로운 양식기술이다.

양식은 생물의 성장과 수질 관리를 위해 사육용 물을 바꿔주는 것이 필수다. 바이오플락 양식도 수질 관리가 성과를 좌우하는 건 마찬가지인데, 다름 아닌 미생물이 수질을 관리한다. 새우의 배설물과 사료 찌꺼기에서 발생하는 독성이 있는 암모니아, 아질산을 미생물이 제거해준다. 이로 인한 장점은 사육수 교환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사육수를 교환하며 생길 수 있는 질병 유입도 예방할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김수경 연구사는 “그 결과, 배출수는 양식을 종료할 때만 발생한다. 바이오플락이 친환경 양식으로 알려진 이유다. 때문에, 처음 사용하는 물이 잘 소독 처리되어야 양식을 하는 동안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바이오플락 방식으로 양식한 흰다리새우. 사진 대한민국농수산제공

바이오플락 방식으로 양식한 흰다리새우. 사진 대한민국농수산제공

바이오플락은 새우의 보조 먹이도 된다. 또, 바이오플락 자체가 미생물을 키우는 양식이기 때문에 항생제 같은 약물은 쓸 수 없다. 한마디로 새우의 성장과 면역력 향상을 돕는 양식법이다. 이렇게 키운 새우는 스트레스를 덜 받아 살이 더 단단하고 맛있다고 한다. 생산량도 늘었다. 김수경 연구사는 “새우 양식생산량은 2006년 661톤에서 2020년 8000톤으로 증가했다. 생산금액으로 보면, 흰다리새우는 2019년 우리나라 천억 수산물 중 하나다. 참고로 우리나라 천억 수산물은 7개 품목으로 넙치·조피볼락·미역·김·굴·전복 그리고 흰다리새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흰다리새우는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흰다리새우는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한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양식이지만, 흰다리새우의 제철 역시 가을로 봐도 무방하다. 자연 수온이 20도 정도로 올라가는 5월 중순께가 되면 축제식(해면 일부를 제방으로 막고 수문을 만들어 바닷물을 교환하면서 생물을 기르는 양식법) 양식장에 치하(어린 새우)를 입식해 키운 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출하해서다. 암컷 대하가 5~6월에 산란하면, 유생이 빠르게 성장해 8~10월에 제철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요즘 흰다리새우는 연간 2~3번 출하가 가능해졌다. 온도조절이 가능한 실내 양식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6년, 해수 대신 지하수를 이용한 저염분 새우 양식기술이 성공하며 실내수조에서 온도만 맞추면 1년 내내 새우 출하가 가능하다고도 한다. 물론 저염분 새우양식은 전체 바이오플락 양식장 중 2%에 해당한다. 또 그렇다고 해서 가을이 새우의 계절이라는 이미지가 특별히 바뀌지는 않을 것 같지만 말이다.

 새우에는 키토산과 타우린이 풍부하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새우에는 키토산과 타우린이 풍부하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맛은 어떨까. 역시 대하랑 비교할 수밖에 없는데, 어류 칼럼니스트 김지민 작가는 책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에서 “대하는 육질이 치밀해 씹는 맛이 좋은 게 특징이다. 단맛의 풍미가 흰다리새우보다 미묘하게 높다”면서도 “굽거나 쪘을 때는 이 둘의 맛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온라인마켓 대한민국농수산의 고유정 팀장도 비슷한 말을 한다. “대하는 살이 탱탱하고 쫄깃하다. 이에 비해 흰다리새우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있다. 머리와 함께 먹으면 녹진한 느낌이 있어 더 고소하다”고 설명한다. 김수경 연구사 역시 “흰다리새우와 대하의 성분분석을 보면 큰 차이가 없다”면서 “생물이나 냉장 등의 조건이 같다면, 맛을 구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쯤 되면 흰다리새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아쉬운 건 대하다. 토종 새우 대하를 예전처럼 먹을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쓸쓸하다. 요즘 대하는 어획되는 것이 대부분인데, 2015년~2019년 평균 대하 어획량은 370톤 내외다. 또, 대하는 잡히자마자 죽어서 활어가 아닌 선어나 급랭한 냉동 상태로 유통하는데, 자연산이라 가격은 더 비싸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대하를 양식종으로 복원하는 바이오플락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경 연구사는 “중간 육성(어린 새우~1g 내외)까지 실내수조에서 70% 생존율을 보였다”면서 “앞으로 어미 관리 및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질병으로 인해 중단된 대하 양식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언젠간 대하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긴 올 모양이다.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식산업과 김수경 연구사, 대한민국농수산 고유정 팀장.

참고자료= 국립수산과학원 『바이오플락을 이용한 흰다리새우 양식의 경제성 비교분석』,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양신산업과 『해산 새우류 BFT 다변화 연구』, 해양수산부 『2020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 , 『친애하는 인간에게 물고기 올림』, 『재미있는 수산물 이야기』

이세라 쿠킹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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