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2021.09.23 09:30

닥터 라이블리의〈부엌에서 찾은 건강〉
① 노릇하고 바삭한 맛을 경계하라. 

토스트. 사진 pixabay.

토스트. 사진 pixabay.

여기 갓 구운 말랑말랑한 식빵이 있다. 씹을수록 고소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이 식빵 한 조각을 오븐에 넣고 구워보자. ‘땡’하는 소리에 오븐을 열면, 갈색으로 잘 구워진 토스트가 눈앞에 등장한다. 한 입 먹으면 바사삭하는 소리와 함께 감칠맛이 입안에 퍼진다.

말랑말랑한 식빵과 잘 구운 토스트의 차이는 무엇일까? 부드럽거나 바사삭한 식감의 차이? 물론 그것도 정답이다. 그럼 이번에는 식빵에서 토스트로 변하며 생긴 질감과 색깔의 변화를 살펴보자. 말랑했던 식빵은 뻣뻣하게 변했다. 희고 뽀얗던 색깔은 갈색으로 바뀌었다. 많은 물리 화학적 변화를 겪으며 식빵은 토스트로 노화한 것이다.

식빵이 토스트가 되는 것처럼, 우리 몸 역시 노화 과정에서 이러한 변화를 겪는 대표적인 조직이 있다. 다름 아닌 피부와 혈관이다. 말랑말랑하고 탱탱하던 아기 피부가 쭈글쭈글하고 뻣뻣하며 주름진 피부가 되고, 탄력 넘치던 혈관들은 딱딱한 플라크(plaque: 혈관 속에 쌓이는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질로 이뤄진 퇴적물)가 쌓인 늙은 혈관이 돼 고혈압을 비롯한 갖가지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피부와 혈관은 왜 노화할까.  
피부와 혈관이 변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당독소(정식 명칭은 최종당화산물)’를 알아야 한다. 당독소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핵산, 지방 등의 성분에 당분이 결합하면서 형성되는 물질이다. 이 당독소가 형성되는 화학반응을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라고 하는데, 고기와 빵을 노릇하고 바삭하게 구울 때 일어나는 반응이 바로 마이야르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 가지지만, 대표적으로는 ‘열’에 의해 촉진된다. 열을 가해 굽는 동안 식빵 내의 단백질에 당분이 달라붙어 말랑말랑하던 빵을 딱딱한 토스트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당독소가 형성되는 화학반응은, 고기나 식빵을 구울 때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이다. 사진 pixabay.

당독소가 형성되는 화학반응은, 고기나 식빵을 구울 때 일어나는 마이야르 반응이다. 사진 pixabay.

여기까지 읽으면 자연스레 궁금한 점이 생길 수 있다. "음식과 달리 높은 열을 가할 일이 없는 우리 몸에서는 어떻게 당독소가 생기게 되는 것일까?"라는 질문이다. 우리 몸에 당독소가 쌓이는 기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음식에 있는 당독소가 몸 안에 들어와 쌓이거나, 몸 안에서 직접 만들어지는 경우다. 다시 말해, 토스트와 같은 당독소가 많은 음식을 먹어서 몸에 쌓이는 과정, 그리고 높은 혈당, 노화 등의 이유로 체내에 당 독소가 생기는 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이 있다.

당독소가 노화를 촉진하는 이유는 
당독소는 대표적으로 단백질, 지방의 특성을 변화시킨다. 단백질과 지방의 특성이 변하면, 조직이 딱딱해지고 분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당분이 유달리 잘 결합하여 분해되지 않는 단백질이 있는데, 바로 피부와 혈관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인 ‘콜라겐’이다. 당독소에 의해 콜라겐이 본래의 모양을 잃고 서로 끈적한 결합을 형성하면, 피부와 혈관이 탄력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 몸에는 당독소를 인지하는 수용체 (RAGE)가 있는데, 이 수용체에 당독소가 결합하면 우리 몸은 이를 위협으로 인지해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염증이 일어나면 이로 인해 더 많은 당독소가 생기고, 다시 당독소는 염증을 일으키는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또, 당독소는 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손상시켜 다양한 질환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당 독소가 당뇨·심혈관질환·신장질환·비만·골다공증·암·치매·파킨슨·간질환 등의 질환과 연관성이 많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을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때문에, 최근 심혈관질환·당뇨·암·치매와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의 치료에서 당독소를 줄이는 치료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당독소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아주 간단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고자 한다. 바로 외부에서 공급되는 당독소 양을 줄이는 것이다. 앞서 몸에 당 독소가 많아지면, 염증에 의해 더 많은 당독소가 만들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우리는 일단 외부에서 공급되는 당독소 양을 줄여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조리법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당독소를 줄이려면 조리법부터 바꿔야 
당독소를 줄이는 조리법의 원칙은 간단하다. 음식을 조리할 때 굽기와 튀기기 대신 삶기와 찌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굽고 튀기는 조리법은 수분이 없는 상태에서 고온의 열을 직접 가하기 때문에, 조리 과정에서 음식의 온도가 120도 이상으로 올라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음식 겉면이 노릇하게 구워지는 과정 (브라우닝) 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아주 빠르게 일어나면서 엄청난 양의 당독소가 생긴다.

삶거나 찌는 조리법으로 바꾸면 체내에 쌓이는 당독소를 줄일 수 있다. 사진 pixabay

삶거나 찌는 조리법으로 바꾸면 체내에 쌓이는 당독소를 줄일 수 있다. 사진 pixabay

반면 삶고 찌는 조리법은, 수분이 충분한 상태에서 조리하기 때문에 온도가 100도 부근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즉, 당 독소가 덜 생긴다. 조리법만 살짝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당독소를 훨씬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불판에서 지글지글 잘 구워진 삼겹살과 노릇노릇한 치킨의 튀김옷을 참아야 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럴 때는 떠올려보자. '당독소가 생기는 온도 120도, 맛있게 생긴 갈색 당독소를 먹으면 내 피부와 혈관도 저렇게 되겠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 보송보송하고 탄력 있는 피부와 말랑말랑하고 유연한 혈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자.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