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평양냉면 닮았구나…뇨키 완성시킨 영국맥주

    너, 평양냉면 닮았구나…뇨키 완성시킨 영국맥주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손봉균의 코멘터리: 감자의 고소한 맛과 치즈의 감칠맛이 더해지고 부드럽게 빚어진 뇨키를 한입 물고, 과하지 않은 매력의 넛 브라운 에일을 한 모금 마셔 보세요. 그 순간, 자연스러운 조화가 어떤 맛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감자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의 뇨키. 사진 송미성   ‘그노치? 그노시시히? 뭐라고 읽어야 하는 거야?’ 대학 수업 중 이탈리안 요리 시간에 ‘GNOCCHI(뇨키)’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후에 들었던 생각입니다. ‘나만 모르는 걸까’ 조금 창피했는데, 다행히(?) 뇨키를 모르는 동기가 많아서 안도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뇨키를 설명할 때 흔히 감자 수제비나 감자옹심이와 유사하다고 하는데, 두 요리는 식감과 조리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우리의 감자 수제비나 옹심이는 쫄깃함을 부각해서 만들지만, 뇨키는 감자 본연의 부드러운 식감을 추구합니다. 그 때문에 뇨키에는 쫄깃한 반죽을 위한 전분이나 밀가루를 섞기보다는 감칠맛을 더하는 치즈나 계란 정도만 약간 첨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뇨키는 감자 수제비나 옹심이처럼 국물에 넣어서 함께 끓이지 않고, 뇨키만 따로 익힌 후 소스에 버무리거나, 기름에 살짝 튀긴 후 소스 위에 담아냅니다. 뇨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자를 찌거나 구운 후에 감자를 으깨고, 부재료를 섞어서 반죽하고, 뇨키 모양을 잡아서 물에 삶아냅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소스와 함께 끓이거나 튀겨서 소스에 올리는데, 그 과정이 다소 번잡하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일수록 맛은 더 깊어진다’는 요리계의 정설이 뇨키에 딱 적용되는 말입니다. 그래도 부드러운 감자 요리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바로 이 뇨키를 만들어 보세요. 사실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요리는 사 먹는 게 정답일 수 있지만요.     ━  🍳요리 팁   ① 감자 껍질 쉽게 벗기기  감자를 굽기 전에 가운데 쪽에 돌려가며 칼집을 넣고 구워 주세요. 구운 후에 껍질을 잡아당기면 한 번에 쏙 벗겨집니다. 고구마를 구울 때도 똑같이 해주며 아주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습니다.   ② 색·맛 다양하게 즐기기 뇨키를 만들 때 다양한 가루를 이용하면 색도, 맛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흑임자 가루, 단호박 가루, 양파 가루, 마늘 가루 등 취향에 따라 가루를 넣어 보세요. 또한 토마토소스, 크림소스, 카레소스까지 어느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는 점도 뇨키의 매력입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소스를 골라 보세요.    ③ 삶은 뇨키에 기름 두르기  뇨키는 소금물에 데쳐서 살짝 간을 해준 후 바로 얼음물에 식혀야 원하는 식감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건져낸 뇨키엔 기름을 둘러줘야 서로 달라붙지 않아요.     ━  🍳페어링 팁   자연스러운 맛과 감칠맛으로 평양냉면 같은 매력의 영국 맥주, 브라운 에일. 사진 송미성   톡 쏘는 탄산감과 얼음같이 시원한 라거 맥주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영국 맥주가 밍밍하고 맛없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영국 맥주는 분명 평양냉면과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접하면 민숭민숭,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오래된 영국 펍에서 맥주를 시켜 보면 엄청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아니고, 탄산감도 거의 없는 맥주가 나옵니다. 이런 맥주를 캐스크 에일(Cask Ale)이나 리얼 에일(Real Ale)이라고 하는데, 맥주를 발효시킬 때 나무통에 넣어서 발효시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산 이외에 인위적으로 탄산을 주입하지 않고 만듭니다. 또한 맥주를 따를 때도 이산화탄소의 도움 없이 자연적으로 실온에서 약간 낮은 온도의 맥주를 통에서 뽑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원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살아남은 이유가 있죠. 본연의 자연스러움과 감칠맛입니다. 영국 북부 요크셔지방 인구 6000명의 작은 마을에 있는 새뮤얼 스미스(Samuel Smith) 양조장은 1758년에 설립해 영국 맥주의 맥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양조장 규모도 작지만 영국 맥주가 보여줄 수 있는 본연의 자연스러운 맛을 아주 잘 재현해 내며 지속해서 양조하고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잘 알려진 양조장입니다.   새뮤얼 스미스 양조장의 넛 브라운 에일이 주는 감동은 마치 평양냉면이 주는 감흥과 닮았습니다. 첫입에는 민숭민숭한 것 같지만 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 가득하면서 또 생각이 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거든요. 맥주 이름이 넛 브라운 에일이지만 따로 견과류는 넣지 않습니다.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싹 틔운 보리)를 볶는 정도에 따라 견과류의 맛과 향이 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의 맥아를 양조장의 특별한 기술로 양조하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그 고소함이 자연스럽게 맥주에 스며듭니다.   넛 브라운 에일은 고소함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굽거나 튀긴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아몬드, 호두, 피칸과 같은 견과류의 맛이 나지만 텁텁함도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고, 홉이 주는 쓴맛이나 과일 향도 거의 없어 개운하게 마칠 수 있는 것이 넛 브라운 에일을 음식과 페어링해서 마시는 즐거움입니다.    ■ 🍳뇨키 레시피  「 뇨끼의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4인분) : 감자 400g, 파마지아노레지아노 100g, 소금 1큰술, 중력분(덧가루용) 1/4컵 치즈 크림 : 버터 1/4컵, 밀가루 1/4컵, 크림 1/2컵, 고다치즈 3장, 체다치즈 3장 가니시 : 견과류 1큰술, 옥수수 1큰술, 파슬리잎 3~4장   📌만드는 법    ① 감자를 잘 씻어서 껍질째로 180도 오븐에서 1시간 굽는다. ② 감자가 뜨거울 때 껍질을 벗겨서 으깬 후 수분을 날려낸다. ③ 감자와 소금, 파마지아노레지아노 치즈를 함께 넣고 덧가루를 뿌리면서 한 덩어리로 반죽한다.   ④ 반죽을 두 덩어리로 나눈 후 가래떡 모양으로 길게 살살 밀어준다. ⑤ 10~12g의 크기로 잘라준 후 동그랗게 모양을 잡는다. ⑥ 소금물에 뇨키를 1분 정도 데친 후 얼음물에 식히고 기름을 둘러준다. ⑦ 버터를 녹인 팬 밀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갈색이 날 정도로 3분 정도 살짝 볶은 후 크림과 치즈가 녹을 정도까지만 5분 정도 잘 저으면서 치즈 소스를 완성한다. ⑧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서 뇨키를 앞뒤로 2분씩 굽는다. ⑨ 접시에 치즈 소스를 아래에 깔고 뇨키를 올린 후 견과류, 파슬리, 옥수수를 담는다.  」 

    2023.03.15 15:33

  • 집에서는 왜 그 맛 안 나지? 호텔식 프렌치토스트 비법

    집에서는 왜 그 맛 안 나지? 호텔식 프렌치토스트 비법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정리나의 코멘터리 : 달걀과 크림물에 담갔다 버터에 구워낸 프렌치토스트는 바삭한 식감 뒤에 사르르 녹아내리는 그 맛이 매력이다. 여기에 달콤한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나 소테른(Sauternes) 와인 한잔 곁들이면 맛의 밸런스를 맞춰주면서 풍부한 과실향까지 더해 풍요로운 한 끼를 완성할 수 있다.   대표적인 브런치 메뉴인 프렌치토스트는 달콤한 와인과 잘 어울린다. 사진 정리나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호텔 조식이다. 야행성이라 아침잠이 많은 편이지만, 여행지에서는 조식을 먹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가볍게 눈을 뜬다. 여행지의 주요 요리들을 한번에 맛볼 수 있고 스크램블 에그나 오믈렛, 프렌치토스트 등 브런치 메뉴를 마음껏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겉바속촉의 프렌치토스트(French Toast)를 너무 좋아한다.    고급 레스토랑이나 호텔 브런치의 단골 메뉴, 프렌치토스트. 재밌게도 프랑스에서는 프렌치 토스트를 ‘못 쓰게 된 빵’이라는 뜻의 ‘팡 페흐뒤(Pain Perdu)’라고 부른다. 과거 오래돼 버리기 직전인 빵을 달걀·우유를 입혀 재활용해 만들던 요리이기 때문. 요리사 입장에서는 식재료도 아낄 수 있고 새로운 요리도 만들 수 있으니 참 고마운 조리법이다.   호텔식 조리법이 궁금해 친한 호텔 셰프에게 레시피를 물어본 적 있다. 호텔식 프렌치토스트와 집에서 만드는 달걀 토스트의 차이는 바로 ‘크림’과 ‘시간’에 있다. 우선 프렌치토스트에 사용하는 액상 크림은 우유보다 유지방 함량이 높다. 촉촉함의 비법이 바로 이 액상 크림이다. 크림과 달걀을 섞어 푸석해진 빵을 10~15분간 담가 놓으면 금세 질감이 부드러워진다. 다만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구울 때 빵이 부서지기 쉬우니 20분 이상 넘기지 않는 게 좋다. 만약 집에 크림이 없다면? 버터를 살짝 녹여 우유에 섞어 크림 대신 사용해보자.      ━  🍳 요리 팁   ① 풍미 더해줄 바닐라 파우더 디저트에 많이 활용되는 바닐라 빈은 소량으로 음식의 맛과 향을 풍요롭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말린 형태의 바닐라 빈은 갈라서 안에 씨를 긁어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바닐라 빈을 말려 가루로 만든 바닐라 파우더를 추천한다. 보관도 쉽고 바로 재료에 섞어 활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바닐라 파우더는 소량만 사용해도 프렌치토스트의 맛과 향을 업그레이드해 준다. 그릭 요거트나 아이스크림·라테 등에도 넣어 먹으면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     ② 과일 본연의 맛 끌어내주는 소금  딸기와 블루베리는 프렌치토스트에 새콤한 맛을 더하면서도 예쁜 플레이팅을 완성해 주는 고마운 재료다. 또 부드러운 토스트에 아삭한 식감의 포인트를 주기에도 좋다. 딸기와 블루베리를 활용할 경우 소량의 소금을 넣고 버무려보자. 과일 자체의 맛과 향, 달콤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신선한 애플 민트를 다져 넣으면 기분 좋은 허브 향까지 더할 수 있다.      ③ 녹진한 달콤한, 메이플 시럽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은 북미에서 자생하는 설탕단풍나무에서 얻은 수액을 졸여 만든 시럽이다. 단풍의 은은한 풍미와 자연스러운 달콤함을 지니고 있어 설탕 대신 많이 활용한다. 프렌치토스트를 만들 때 설탕을 넣기는 하지만 살짝 덜 달게 만든 뒤 녹진한 맛의 메이플 시럽을 뿌려 함께 즐겨보길. 설탕과는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메이플 시럽이 없는 경우 꿀을 활용해도 좋다.   ④ 마지막엔 슈가 파우더 잘 구워진 빵이나 케이크 위에 하얀 슈가 파우더를 뿌리면 눈 내리는 순간처럼 로맨틱한 플레이트를 완성할 수 있다. 다만 슈가 파우더는 물기를 잘 흡수하는 편이라서 마지막 단계에 뿌려줘야 한다. 최근에는 물기에도 잘 녹지 않는 장식용 데코 화이트, 데코 스노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  🍳 페어링 팁   프렌치토스트에는 주로 달콤한 재료를 곁들이기 때문에 단 맛이 적은 드라이한 와인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음식의 단맛이 와인의 맛과 향을 압도하고 더 시고 떫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렌치토스트와 밸런스를 맞춰 늦게 수확한 리슬링이나 모스카토 다스티, 소테른 등 달콤한 와인과 페어링 할 것을 추천한다.     프렌치토스트에 어울리는 와인. 왼쪽부터, 모스카토, 피노누아, 소테른, 리슬링. 사진 정리나   먼저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다.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에서 생산ㅏㄴ 달콤하고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이다. 알코올 도수가 5~6%로 낮은 편이라 브런치 메뉴와 가볍게 즐기기 좋다. 늦게 수확한 리슬링(Riesling)도 추천한다. 생산 방식에 따라 드라이한 와인부터 달콤한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늦게 수확한 포도로 만든 리슬링은 높은 당도와 살구, 열대 과일, 꿀 향 등 진한 과실 향을 지니고 있어 달콤한 디저트류와 잘 어울린다. 다음은 소테른(Sauternes)이다. 프랑스 보르도 소테른 지방에서 생산한 달콤한 화이트 와인으로, 농축된 달콤함과 강렬한 산미가 균형을 이뤄 리치한 풍미의 프렌치토스트와 조화롭게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레드와인을 페어링하고 싶다면 가벼운 보디의 피노누아나 가메이 품종을 추천한다. 떫고 쓴맛의 타닌이 적어 디저트 맛을 해치지 않고 즐길 수 있다.   ■ 🍳 프렌치토스트 레시피 「 프렌치토스트의 재료. 사진 정리나 📌 재료: 식빵 4장, 달걀 4개, 액상 크림 1컵, 설탕 2큰술, 바닐라 파우더(옵션) 1/8작은술, 딸기 6~8개, 블루베리 20g, 애플 민트 5g, 소금 한 꼬집, 버터 20g, 슈가 파우더 약간, 메이플 시럽 약간     📌만드는 법  ① 달걀, 액상 크림, 설탕, 바닐라 파우더를 잘 섞는다.   ② 빵을 반죽에 담가 10~15분 둔다. 중간에 잘 흡수되도록 뒤집어 준다. ③ 딸기·블루베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④ 애플 민트는 장식용으로 몇 개 빼고 잘게 다진다. ⑤ 딸기와 블루베리에 다진 애플 민트, 소금 한 꼬집을 넣고 버무려 놓는다. ⑥ 팬에 버터를 녹이고 중불로 토스트를 노릇하게 익힌다. ⑦ 접시에 프렌치토스트를 올리고 딸기와 블루베리, 애플 민트를 올린다. ⑧ 슈가 파우더를 체 쳐서 솔솔 뿌려준다. ⑨ 메이플 시럽 또는 꿀과 함께 낸다.  」 

    2023.03.08 16:06

  • 간재미 무침엔 막걸리가 딱? 소주 먹어보니 착각이었다

    간재미 무침엔 막걸리가 딱? 소주 먹어보니 착각이었다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이승훈, 조성주의 코멘터리 : 미식의 고장 전라도에 수많은 음식 중에서도 3월엔 간재미무침을 빼놓을 수 없다. 여름 산란기를 앞두고 쫄깃쫄깃 살이 푸짐한 간재미살을 발라내어 ‘새콤x달콤x매콤’한 양념과 갖은 채소를 함께 버무려 내 입맛을 돋운다. 여기에 고흥산 유자로 빚은 고흥유자주나 부안쌀로 증류한 백제소주와 함께한다면 어찌 동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독오독한 식감이 일품인 간재미. 사진 송미성   간재미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서해안에서는 갱개미로, 때론 가오리의 일종이라고도 말한다. 간재미는 바닷속 상황에 따라 겉모습이 바뀌는데, 그 모습이 참홍어나 가오리를 닮아 오해를 산다. 2008~2010년 국립생물자원관의 국가 생물종 목록 구축 사업을 통해 홍어, 상어가오리, 간재미, 묵가오리 등은 모두 동일 종으로 판명났다. 이에 따라 홍어목 가오릿과의 홍어로 명칭이 통일됐다. 물론 가오리의 새끼를 말하는 간자미와도 다르다. 참고로 우리가 보통 홍어라고 알고 있는 흑산도 홍어의 정확한 이름은 참홍어다. 간재미의 정식 명칭인 홍어와 닮았으나 사실 다른 어종인 것이다.    아무튼 이 간재미는 서해안에서 주로 그물로 잡는 반면, 진도를 비롯한 전라도에서는 주낙으로 잡는다. 바닷속 갯벌에 바싹 붙어 자생하는 간재미의 습성을 고려해 주낙을 갯벌 바닥까지 늘어뜨려 낚싯바늘로 유인해 잡는 것이다. 그물에 비해 개체의 손상이 적어 신선하게 유통할 수 있어 제 가격을 받기 좋다. 지난달 소개한 은갈치와 먹갈치의 조업 방식 차이와 비슷하다.   각종 채소와 간재미를 매콤새콤달콤한 양념에 무쳐낸 간재미무침. 사진 송미성   간재미의 맛은 연골의 단단함이 결정한다. 산란기를 기점으로 부드럽던 연골이 비교적 단단해지는데, 맛은 연골이 부드러울 때 오독오독한 식감이 좋아 더욱 인기다. 암수 성별 여부로도 나뉜다. 보통 수컷에 비해 암컷의 경매가가 확연히 높고 역시 연골이 부드러운 편인데 외관상 수컷은 꼬리 좌우로 두 개의 생식기가 길게 늘어져 있어 암수가 확연히 구분된다. 오죽하면 일부 업자들은 이 생식기를 제거해 수컷을 암컷으로 변모시킨다고 하니 그만큼 암컷의 맛이 더 좋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이 전남 진도 간재미를 남도 지방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인 회무침으로 조리했다. 내장과 껍질 그리고 뼈를 제거한 간재미살에 제철인 미나리와 양파, 당근, 오이, 알배추 등 채소를 푸짐하게 준비하고 고춧가루, 매실청으로 만든 양념을 넣고 잘 버무리면 끝이다. 쉬워 보이지만 소스와 버무리는 손맛이 요리의 핵심이다.    ━  🍳요리 팁   ① 비린내 잡기 간재미는 홍어처럼 물이 닿으면 비린내가 올라온다. 따라서 물이 닿게 않게 키친타월로 물기와 피를 깨끗하게 제거한다. 또한 내장 및 아가미를 제거한 후 껍질을 벗기는데 이때 키친타월이나 양파망, 소금을 활용하면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다.   간재미는 막걸리에 담가두면 식감이 부드러워진다. 사진 송미성 ② 식감 살리기 앞서 언급한 대로 간재미는 연골이 부드러울 때 오독오독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봄철 간재미는 뼈가 연하기 때문에 막걸리가 필요없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연골이 단단할 수 있는데, 이때는 간재미를 막걸리에 하루 정도 담가두면 뼈가 연하게 물러진다.   ③ 양념 숙성하기 간재미무침 양념은 오징어나 황태, 골뱅이무침 등 다른 무침에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게 양념을 미리 만들어 숙성시키는 것이다. 숙성하는 동안 고춧가루 특유의 풋내가 사라지고 마늘 등의 재료가 어우러지면서 맛이 좋아진다. 숙성 기간은 3일 정도가 적당하다. 냉장실에선 최대 3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  🍳이승훈의 페어링 팁   간재미무침에 어울리는 전통주 고흥유자주(사진 왼쪽)와 백제소주. 사진 송미성   전라도에는 쌀보리를 베이스로 다양한 농산물을 활용한 막걸리가 많다. 사실 ‘간재미 무침에는 어떤 술?’이라고 묻는다면 열에 아홉은 막걸리라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당연하기도 하고 또 쉽기도 한 페어링인데 ‘그럼, 어떤 막걸리가 잘 어울릴까?’라고 바꿔 질문한다면 어떨까. 아마 각자의 취향대로 추천하며, 모든 막걸리가 어울리는 것으로 결론 날 것이다. 그래서 다소 뻔한 결론인 ‘간재미무침과 막걸리’라는 도식에서 벗어나 약주와 증류식 소주를 꼽았다.    첫 번째 술인 ‘고흥유자주’는 유자가 들어가는 전통 청주, 즉 약주다. 보통의 유자주라고 하면 과일만으로 빚은 과실주나 달달한 리큐어를 떠올린다. 하지만 고흥유자주는 고흥쌀을 베이스로 한 약주에 고흥에서 재배한 유자를 넣은 특이한 술이다. 물론 주세법상 약주에서 과채류가 허용되는 용량 범위 내에서 유자를 넣었다. 쌀을 베이스로 술을 빚은지라 곡물의 은은하고 담백한 맛으로 시작해 유자의 달짝지근하고 상큼한 맛으로 이어진다. 두 번째 술인 ‘백제소주’는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에 위치한 양조장에서 만드는 증류식 쌀 소주다. 부안 쌀로 만든 발효주를 증류해 충북 충주의 술 숙성 전용 항아리에서 8개월 이상을 숙성해 증류식 쌀 소주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요즘 뜨고 있는 수작이다.   이제 드디어 음식과 함께 술을 맛볼 차례. 뼈가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워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매력적인 간재미살에 매콤새콤달콤한 특제 소스와 제철 채소들을 다양하게 넣어 잘 버무린 간재미무침은 바다와 들판의 맛과 향을 잘 섞은 결정체다. 각각의 재료를 젓가락으로 고르게 집어내 입에 넣는다. 오독오독, 쫄깃쫄깃, 찰진 느낌이 배가될 때까지 잘 씹어주며 맛을 보고 꿀떡 넘기고, 바로 고흥유자주를 쭉 들이켜며 잠시 머금어 본다. 간재미무침의 상큼함과 달콤함이 술에서도 모두 느껴지는데, 특히 베이스가 되는 쌀로 만든 약주는 이를 다소 중화시키며 은근함의 매력을 완성한다. 안주와 술의 공통점이 재미를 주면서도 매콤함은 중화시켜 주는 맛난 관계랄까. 다시 간재미무침을 한 젓가락, 두 젓가락 더 맛본다. 찰짐을 느끼며 씹다 보면 필시 한국인이라면 밥이 당길 듯.    이때쯤 너무 차갑지 않으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10도 정도로 온도를 맞춘 백제소주를 맛본다. 쌀의 곡물 향을 온전히 느낄 수 있으며 다소는 강한 편에 속하는 간재미무침의 양념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이것이 증류주의 매력이 아닐까. 이후로는 각자 주량대로 무한반복…. 전라도의 생선, 채소, 과일, 쌀 등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지는 지역의 맛을 즐겁게 누리며 오늘의 술자리를 마무리한다.   ■  「 🍳간재미무침 레시피 간재미무침의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간재미 1마리(400g 내외), 미나리 50g, 양파 50g, 당근 50g, 오이 50g, 알배추 50g 무침 소스: 고춧가루 70g, 3배 사과식초 60g, 마늘 13g, 대파 25g, 양파 25g, 황매청100g(매실청 대체 가능), 물엿 120g, 미림 50g, 고추장 400g, 참기름 40g, 통깨 25g   📌만드는 법 ① 간재미의 내장을 제거하고 껍질을 벗긴다. ② 손질한 간재미를 4cm 크기의 사이즈로 썬다. ③ 미나리는 간재미처럼 4cm 길이로 자르고 양파는 채썬다. ④ 당근, 알배추는 4cm 길이로 채썬다. 오이는 속을 제거한 후 4cm 길이로 채썬다. ⑤ 무침 소스 재료를 섞는다. ⑥ 분량의 재료와 무침 소스 80g을 넣어 무친다. 이때 무침 소스는 취향에 따라 가감한다. 」 

    2023.03.01 15:04

  • 교황 와인을 만든 로베르토 치프레소의 와인 25종 맛봤습니다

    교황 와인을 만든 로베르토 치프레소의 와인 25종 맛봤습니다

    유명한 와인 뒤에는 와인 메이커가 있다. 프랑스 와인 페트뤼스(Petrus)를 전설로 만든 건 장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다. 많은 와인 메이커의 멘토로도 알려진 사람이다. 유럽이 제패한 세계 무대에 와인 불모지 미국을 화려하게 데뷔시킨 씨네 쿼넌(Sine Qua Non)은 만프레드 크랑클(Manfred Krankl)의 손에서 탄생했다. 변덕스러운 기후에서도 상징적인 와인을 만들어낸 천재로 통한다.     전통적으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조건은 떼루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품종과 토질, 태양의 삼박자가 만들어내는 신의 영역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람의 감각, 그리고 새로운 재배방식과 양조기술을 더하는 와인 메이커의 활약이 돋보이는 추세다.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즌4’ 역시 와인 메이커에 주목했다. 시즌4에서 주목한 와인 메이커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로베르토 치프레소(Roberto Cipresso)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플라잉 와인 메이커 로베르토 치프레소. 사진 와인소풍 로베르토 치프레소는 교황 바오로 2세의 즉위 25주년 기념 와인과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 기념 와인을 만든 와인 메이커다. 그는 ‘플라잉 와인 메이커(Flying Winemaker)’로도 불린다. 세계의 와인 산지를 다니며 요청받은 와이너리의 컨설팅을 해주는 컨설턴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로베르토가 컨설팅한 와인 산지만 30여 곳에 달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물도 바로 로베르토 치프레소다.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즌4’의 1차 평가에서는 로베르토 치프레소의 와인 21종을 평가했다. 로베르토 치프레소가 직접 생산한 와인 7종과 그가 컨설팅한 와인 14종 등 총 21종이다. 가격대는 현지가 최소 12유로(1만6천 원)부터 100유로(13만 원)까지 다양했다. 평가에는 와인 전문가 14명과 애호가 68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평가에 나온 21종이 모두 실버 이상의 점수(그랑골드 2개, 골드 17개, 실버 2개, 브론즈 없음)를 받았다. 전문가와 애호가 모두 공통으로 그랑골드를 준 와인도 2종이나 나왔다. ‘치프레소 43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Cipresso 43 La Quadratura del Cerchio IGT Toscana 2018 14,5%)’와 ‘산타 카타리나 Sta 만토 네그로(Santa Catarina Sta MANTO NEGRO 2020, 14.5%)’다.   전문가 96점, 애호가 95점으로 그랑골드 1위에 오른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Toscana), 움브리아(Umbria), 마르케(Marche) 3개 주의 토착 품종을 블렌딩한 치프레소의 와인 프로젝트(치프레소 43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3개 주가 모두 북위 43도 지역에 위치해 치프레소 43이라 부른다. 프로젝트에서 총 5개의 와인을 생산했는데, 그중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는 출시하자마자 평론가들로부터 92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았다. 유명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James Suckling)은 93점을 줬다.   2위는 전문가와 애호가 모두 95점을 준 ‘산타 카타리나 Sta 만토 네그로’다. 스페인의 말로르카(Mallorca) 지역의 토착 포도 품종으로 만들었는데 검은 망토라 부릴 정도로 짙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아르헨티나 말벡(Malbec) 와인은 나란히 3~4위를 차지했다. 농도 짙은 맛으로 유명한 말벡은 남프랑스 쿠아 보르도(Bordeux)에서 재배되던 토착 품종인데, 1853년 아르헨티나에서 재배를 시작하면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와인이 됐다.    다만 선택은 갈렸다. 애호가는 말벡 와인 중에서도 ‘보데가 도밍고 몰리나 파차마마(Bodega Domingo Molina Pachamama Malbec 2016, 14.5%)’를, 전문가는 ‘마테르비니 핀카 페르드리엘(Matervini Finca Perdriel Malbec 2018, 14.4%)’을 선택했다. 점수 차는 1점 차의 박빙 승부. 하지만 가격 차이는 크다. 애호가가 선호한 와인보다 전문가가 꼽은 와인이 두 배는 비쌌다.   와인컨슈머리포트를 공동주관하고 있는 와인소풍 이철형 대표는 “국내 와인 소비가 늘며 소비자가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하며 “와인컨슈머리포트 전문 평가단의 실력이 해외 전문가나 전문잡지의 평과 상당히 유사한 점도 이번 품평회의 수확이다. 이제 생산량이 많지 않은 개성 강한 와인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달라진 와인컨슈머리포트 시즌 4 '이렇게 달라집니다'  「 '국내 미수입된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 데뷔전' '격월, 전문가와 소비자가 조를 이뤄 평가하는 격월 품평회 개최'   2013년 국내 주요 언론사 중에 처음으로 와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와인 컨슈머 리포트는 그동안 와인 전문가 20명과 애호가 30명이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을 모아서 평가하고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발표한 시즌1, 2014년 음식과 와인의 궁합 문화를 소개한 시즌2, 2016년 일반 소비자 판정단 수를 100명으로 확대해 진행한 시즌3을 선보였습니다.     시즌4는 새로운 와인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국내에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미수입 와인을 위주로 소개합니다. 평가 와인은 국제 품평회에서 입상한 와인, 플라잉 와인 메이커의 와인, 그리스·루마니아·몰도바·포르투갈·남아공 등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정 지역의 와인, 강소 부티크 와이너리나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타 와이너리를 위주로 선정할 계획입니다.     평가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세계 유명 품평회가 전문가 7~8명이 한 팀을 이루어 평가하는 것처럼 와인전문가 1명과 소비자 8명이 한 팀을 이뤄 평가하는 품평회를 개최합니다. 국내 첫 선을 보이는 와인인 만큼, 간접적으로 테이스팅 교육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평가는 최고와 최하점을 제외하고 평균 점수를 계산해, 소수점 이하를 절상하는데, 이 중 95점 이상을 그랑 골드, 90점 이상을 골드, 85점 이상을 실버, 80점 이상을 브론즈 등급으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 와인 평가에 참여하려면…   3월 품평 와인은 동유럽 와인 강국 루마니아 와인이다. 루마니아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할 정도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가 많다.평가는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와 조를 이뤄 진행한다. 일시는 23년3월18일 2시, 중앙일보 상암사옥. 신청자에게는 더중앙 플러스 무료 구독 혜택도 제공된다. 와인컨슈머리포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     황정옥·송정·안혜진 기자                 

    2023.02.17 08:00

  • 국물과 맥주는 안 어울린다? 그 편견 깨줄 ‘새우 차우더’

    국물과 맥주는 안 어울린다? 그 편견 깨줄 ‘새우 차우더’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손봉균의 코멘터리: 새우 차우더의 시원하고 묵직한 국물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잔이 생각납니다. 이때 최고의 궁합은, 코끝을 자극하는 홉향을 지닌 미국 IPA죠. 쌀쌀한 겨울이 지나기 전에 따뜻한 새우 차우더와 향긋한 미국 IPA의 조화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미국 유학 시절, 숙취로 인한 괴로움을 잊게 해주고 다시 술을 생각나게 해준 새우 차우더. 사진 송미성   우리나라만큼 확실하게 해장을 위한 국물 음식이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숙취로 괴로워하다 해장하러 간 식당에서 마주한 시원하고 따끈한 국물은 다시 음주 모드로 진입하게 하죠. 양식에는 국물이 주인공으로, 그 국물을 떠먹기 위한 요리가 거의 없습니다. 흔히 우리나라의 국은 수프에, 찌개는 스튜에 비교합니다. 하지만 수프나 스튜는 국물이 주가 아니라 안에 들어 있는 고기나 채소 같은 재료가 중심으로, 국물은 다른 재료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로 하죠.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워낙 술을 좋아했기에 주말이면 과음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때 가장 어려운 일은 해장용 국물 음식을 찾는 것이었죠. 요리해 먹을 기운도 없이 ‘골골’대는 저를 위해 보스턴 출신의 동기가 끓여준 차우더는 최고의 해장국이었습니다. 국물이 묵직하면서도 시원하고 재료도 풍성해 음주로 망가지고 허기진 장을 달래주기에 아주 좋았거든요.    차우더는 생선이나 갑각류를 우려낸 육수에 갖은 채소와 감자, 크림 등을 더해 개운하면서 묵직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원래 보스턴에서는 조개를 사용해 차우더를 끓이는데, 요리학교 동기는 조개 대신 새우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냈습니다. 따끈한 새우 차우더에 핫소스를 톡톡 뿌려서 매콤하게 먹으며 아주 만족했던 해장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진정한 ‘술 사랑꾼’의 면모가 발휘되는 순간은 해장과 동시에 또 술이 생각나는 순간이겠죠.      ━  🍳요리 팁   ① 냉털로 업그레이드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는 해산물이나 생선 살이 있다면 함께 넣어주세요. 그럼 바로 피시 차우더(Fish Chowder)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차우더는 다양한 재료를 넣을수록 더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거든요.   ② 맨해튼식으로 즐기기 차우더 레시피에 토마토를 넣으면 맨해튼 스타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토마토의 달콤함과 새콤함이 차우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생토마토나 토마토 홀 같은 소스를 넣어줘도 좋아요.   ③ 샌프란시스코식으로 즐기기 빵을 파내서 그릇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빠네와 같이 빵의 속을 파낸 ‘빵 그릇’에 차우더를 넣어서 먹어보세요. 파낸 빵을 살짝 구워서 차우더와 함께 즐기면 샌프란시스코의 힙스터 모드로 변신입니다.    ━  🍳페어링 팁   ‘따뜻한 국물이랑 맥주가 어울릴까?’ 의심되나요. 그것은 편견입니다. 맥주도 은근히 국물이랑 잘 어울립니다. 맑고 개운한 지리나 깔끔하고 칼칼한 김치찌개는 맛과 향이 덜한 라거 맥주가 제격입니다. 되직하게 끓여서 묵직한 맛을 가진 국물 요리일수록 맛과 향이 강한 맥주가 더 좋습니다. 따끈한 국물로 장을 달래고, 시원한 맥주로 식도를 적시며 온탕, 냉탕을 오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새우 차우더는 크림과 감자 때문에 국물이 아주 걸쭉합니다. 이 때문에 바디감이 약간 있는 맥주가 잘 어울리는데, IPA는 알코올 도수가 6% 이상으로 양조해야 해서 몰트(싹틔운 보리)를 많이 넣어 당분을 넉넉하게 뽑아냅니다. 그래서 가볍지 않은 바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스타일 IPA 양조를 대표하는 스톤 브루잉의 맥주. 사진 송미성   특히 미국 IPA는 홉이 주는 다양한 맛과 향이 매력입니다. 유럽에서 재배되는 홉은 허브, 나무, 흙, 후추 등 땅에서 가까운 재료의 향이 많이 나는데, 미국에서 재배하는 홉에서는 오렌지, 솔, 파인애플, 망고 등 나무 위에 자라는 열매의 맛과 향이 많이 나기 때문에 더 경쾌하고 상쾌한 IPA를 만들 수 있죠. 특히 1996년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스톤 브루잉(Stone Brewing Co.)은 홉향 가득한 미국 서부 스타일 IPA 양조를 대표하는 남부 캘리포니아 최대의 ‘월클(월드 클래스) 양조장’입니다.    이곳의 스톤 IPA는 새우 차우더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스톤 IPA를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기분 좋은 솔향이 코끝을 자극하는데, 한 모금 마시면 파인애플, 오렌지와 달짝지근한 열대과일의 풍성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때 새우 차우더를 한입 크게 호로록 마시고, 고소한 빵을 차우더 국물에 듬뿍 적셔서 입에 쏙 넣으면 IPA가 지닌 쌉쌀한 맛이 그리워집니다. 한번 맛본 후엔 새우 차우더와 IPA의 무한루프에 빠져버릴 거예요.    ■  「 🍳새우 차우더 레시피   새우 차우더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4인분) : 양파 1개, 당근 1/2개, 셀러리 1줄기, 베이컨 2줄, 새우(소) 800g, 감자 2개, 물(또는 치킨 스톡) 750g, 생크림 500g 가니쉬 : 숏파스타(로텔레) 20g, 새우(소) 150g, 스위트콘 20g, 표고버섯 2개, 식빵 8쪽, 핫소스 약간     📌만드는 법 ① 양파·당근·셀러리는 다진 것보다 큰 정도로 잘게 자른다. ②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채를 썬 베이컨을 넣고 약불에서 베이컨 기름이 빠져나와 베이컨이 노릇하게 튀겨지듯이 익을 때까지 볶는다. ③ 껍질을 벗겨 깍둑썰기한 감자와 ①의 재료를②에 같이 넣고 채소와 감자가 노릇해질 때까지 5분 정도 볶는다.   ④ 새우 800g을 넣고 1분 정도 더 볶는다.   ⑤ 물 또는 치킨 스톡을 넣고 센 불로 물이 끓을 때까지 끓인 후 중불로 낮춰 재료가 뭉글해질 때까지 30분 정도 끓인다. ⑥ 생크림을 넣고 불을 끈 후 핸드블렌더로 재료를 간다. ⑦ 가니쉬용 삶은 짧은 파스타, 옥수수, 표고버섯, 새우를 기름에 한 번 볶는다. ⑧ 식빵은 버터를 발라서 노릇하게 굽는다. ⑨ 차우더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7의 가니쉬를 올리고, 구운 식빵을 함께 플레이팅 한다. 」 

    2023.02.15 15:12

  • 국물용으로만 쓰긴 아깝다…2월 바지락이 특별한 이유

    국물용으로만 쓰긴 아깝다…2월 바지락이 특별한 이유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와인바 ‘비놀로지’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정리나 대표가 보내왔다. 버터에 볶아 풍미를 끌어올린 바지락 버터 볶음과 이에 어울리는 와인이다.   ☝ 정리나의 코멘터리: 갯벌을 걸을 때 껍질 무더기가 쉽게 밟혀 바지락 바지락 소리가 난다는 바지락. 이름의 유래가 사실인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연중 내내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산란기 직전인 2월 중순부터 5월까지의 바지락은 꽤 특별하다. 통통하게 올라온 살과 풍부한 영양, 달큰한 맛까지! 이 시기의 바지락을 국이나 찌개로만 즐기기는 무언가 아쉽다. 버터에 살짝 볶아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을 온전히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오크 숙성한 샤르도네(샤도네이)를 곁들인다면 토스트, 바닐라, 열대과실의 리치한 뉘앙스가 고소한 버터 소스에 더해져 특별하게 바지락을 즐길 수 있다.   바지락의 매력을 알게 해준 바지락 버터 볶음과 샤르도네. 사진 정리나 어린 시절 나에게 바지락은 곤혹이었다. 아파트 단지 앞 빨간 대야를 놓고 바지락을 까서 파시던 할머니 덕분에 일주일에 두세 번은 식탁에 바지락 메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지락 된장찌개, 바지락 순두부찌개, 바지락 달걀찜, 바지락 칼국수 등. 생각해 보면 그때 엄마 요리에서 바지락은 주인공이기보다 조연이었다. 해장이 필요한 아빠를 위한 국물 내기용 재료였다. 아직 바지락의 감칠맛을 모르던 시기라 바지락만 나오면 나는 빼놓고 먹기 바빴다.   바지락의 진가를 알게 된 것은 회사생활을 하면서다. 회식으로 조개구이집을 종종 찾았는데 잘 익은 바지락의 쫄깃하면서도 달큰한 육즙을 맛본 후 크고 화려한 키조개나 가리비보다 조연처럼 곁들여 나오는 바지락만 골라 먹었다. 그렇게 바지락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든 메뉴가 바지락 버터 볶음이다. 약한 불로 마늘 버터를 만들고 바지락을 넣고 휘리릭 볶아 내면 끝. 바지락은 너무 오래 익히면 살이 질겨지기 때문에 입을 모두 벌리면 바로 불에서 빼주는 것이 포인트다.   바지락은 종류에 따라 맛과 풍미가 다른데, 크게 참바지락과 물바지락으로 나뉜다. 서해의 갯벌에서 채취하는 참바지락은 크기가 작은 대신 진한 풍미가 있고 남해 속에서 다이버들이 채집한 물바지락은 알이 크다. 충남 보령의 홍명완 선장은 “서해 참바지락은 3월 중순에서 5월까지, 남해 물바지락은 2월 중순부터 5월까지 제철”로 “이때 맛보는 바지락이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물바지락은 볶음 요리처럼 조갯살이 중요한 요리에, 참바지락은 봉골레 소스나 조개 육수를 낼 때처럼 풍미가 중요한 요리에 활용하는 것을 추천했다.     ━  🍳 요리 팁     ① 바지락 해감하기 바지락을 고를 때는 껍데기가 온전하고 입을 꼭 다문 것이 좋다. 또한 들었을 때 묵직하고 껍질이 볼록한 것이 살이 통통하게 차 있어 맛있다. 신선한 바지락도 해감을 잘 해야 하는데, 먼저 흐르는 물에 바지락을 잘 씻는다. 다음으로 물(1L) 기준, 소금을 2큰술 넣어 소금물을 만든 후 바지락을 넣고 냉장고에서 2~3시간 해감한다. 이때 체에 받쳐두면 바지락이 해감하면서 자신이 뱉은 이물질을 다시 흡수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바지락을 해감할 때는 체를 활용하는 것이 좋은데, 바지락이 뱉어낸 이물질을 다시 흡수하지 않는다. 사진 정리나 ② 남은 바지락 보관하기  남은 바지락은 소금물에 담가두면 냉장고에서 2-3일 정도 보관 가능하며 매일 소금물을 갈아주면 더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다. 바지락을 장기간 보관하고 싶으면 껍질을 제거한 후 소금물에 담가 냉동하거나 살짝 데쳐 냉동 보관하면 좋다. 얼었던 바지락은 해동하지 않고 언 상태 그대로 조리한다. 냉동 바지락은 한 달 정도 보관할 수 있다.    ③ 바지락 특별하게 즐기기  바지락 버터 볶음을 할 땐 조개에서 육수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따로 물을 붓지 않아도 된다. 또한 해감할 때 바지락에 간이 배기 때문에 소금을 추가하지 않고, 바지락이 입을 모두 벌리면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완성한 바지락 버터 볶음은 구운 바게트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바지락 버터 볶음은 해감하며 간이 배기 때문에 따로 소금을 넣지 않는다. 사진 정리나  ━  🍳 페어링 팁   바지락 버터 볶음엔 토스트, 바닐라, 캐러멜 향이 버터 소스의 풍미를 더해주는 샤르도네가 잘 어울린다. 사진 정리나   와인과 페어링할 음식을 만들 때에는 소스나 조리법도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바지락을 찌거나 살짝 데쳤다면 산도가 높고 바디감이 가벼운 스타일의 소비뇽블랑이나 피노그리지오가 잘 어울린다. 바지락의 섬세한 맛은 해치지 않으면서 비릿한 맛은 잡아주기 때문이다. 바지락을 버터에 볶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버터의 맛과 향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미디엄 바디에 오크 숙성한 신대륙 스타일의 샤르도네(샤도네이)가 잘 어울린다. 오크 숙성 과정에서 얻어지는 토스트, 바닐라, 캐러멜 향이 버터 소스의 풍미를 더해주며 크림과 같은 질감이 버터를 입힌 바지락 살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 🍳 바지락 버터 볶음 레시피 「 바지락 버터 볶음의 재료. 사진 정리나   📌 재료: 바지락 500g, 마늘 4개, 무염 버터 30g, 파슬리 가루 1작은술, 크러쉬드 페퍼 1작은술, 소금, 후추, 바게트 슬라이스     📌만드는 법 ① 흐르는 물에 바지락을 씻어 준비한다.   ② 바닷물처럼 짭조름한 정도로 간을 맞춘 소금물(2~3%농도)에 바지락을 담가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해감한다. ③ 다시 한번 흐르는 물에 바지락을 바락 바락 문질러 씻는다. ④ 마늘은 곱게 다진다.   ⑤ 팬에 버터와 다진 마늘, 파슬리 가루, 크러쉬드 페퍼를 넣고 약불에서 서서히 향을 낸다. ⑥ 바지락을 넣고 강불에서 2~3분 정도 볶다 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 

    2023.02.08 15:13

  • 만두소가 갈치 아닙니다…고소함 극치, 은갈치만두

    만두소가 갈치 아닙니다…고소함 극치, 은갈치만두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백곰막걸리 이승훈·조성주 대표가 제주도 지역의 음식과 이에 어울리는 우리 술 이야기를 보내왔다. 노릇하게 구운 갈치살에 돼지고기와 채소로 만든 소를 채운 은갈치만두와 이에 어울리는 제주도의 전통주다.   ☝이승훈·조성주의 코멘터리 :은갈치만두는 첫인상부터 치명적이다. 노릇노릇 구워낸 은갈치 특유의 먹음직스러운 모양새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만큼 맛있는 냄새가 난다. 여기에 제주산 고사리나물, 좁쌀로 빚은 오메기술과 이를 증류한 고소리술을 함께 곁들이면 제주도의 바다와 산, 들판의 식재료가 한 상에 담긴다. 맛도 좋지만, 그 구성이 특히 좋다.   고소한 은갈치만두와 제주오메기맑은술과 제주고소리술. 사진 송미성   제주도의 먹거리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해산물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 앞바다는 일본과 중국 방향에서 오는 난류와 동해 방향의 한류가 계절별로 겹치며, 평균적으로 서쪽은 수심이 높고 동쪽은 수심이 낮다. 아울러 해류와 함께 다양한 어종들이 회유하며 일부에게는 월동장 역할을 하게 돼 방어·갈치·옥돔 등과 같은 고급 어종부터 고등어·멸치·오징어·조기 등과 같은 대중적인 어종까지 매우 다양하게 분포한다. 이렇게 매우 다양한 어종이 일 년 내내 풍족하게 잡히다 보니 제주 음식의 특징 중 하나는 복잡한 조리보다 최소한의 가공과 과하지 않은 양념을 통한 재료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다.   이 중에서도 갈치는 제주를 대표하는 생선으로, 구이나 조림 등으로 즐겨 먹는다. 사실 갈치의 제철은 어획량이 가장 많은 여름이지만 맛을 좀 아는 사람들에겐 알음알음 2월 갈치가 최고라고 알려져 있다. 2월이 수온이 가장 낮아 갈치 맛이 좋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 은갈치는 목포의 먹갈치와 같은 어종이다. 하지만 이름도 외양도 다른데 이 차이는 잡는 방법에 따라 나뉜다. 제주도에서는 주로 채낚기 조업으로 잡아 갈치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은빛 외관이 잘 유지돼 은갈치라 부르지만, 목포로 들어오는 갈치는 그물 조업으로 잡다 보니 그물 안에서 갈치끼리 많이 부대껴 은빛 비늘이 벗겨져 상대적으로 짙은 색을 띠어 먹갈치로 불리다.   오늘은 이 제주 은갈치로 만든 은갈치만두를 소개한다. 이름만 들으면 보통 갈치살을 만두소로 사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갈치의 순살 사이에 만두소를 넣어 만든, 조성주 셰프의 창작 요리로 백곰막걸리의 인기 안주다. 여기에 제주 고사리를 나물로 만들어 곁들이면 지역색 짙은 제주도 안주가 완성된다.  ━  🍳요리 팁   갈치의 순살만 바르고 이안에 만두소를 넣어 구워낸 은갈치만두. 사진 송미성 ① 갈치 맛을 완성하는 밑간 갈치와 소의 맛이 조화를 이루려면 갈치에 밑간해 수분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갈치에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10~20분 정도 두면 표면에 송골송골 방울이 맺히는데 키친타월로 닦아낸다.   ② 만두피 대신 갈치살 은갈치만두에 사용할 갈치는 뼈와 내장을 제거해야 한다. 뼈를 제거할 때는 갈치의 등 쪽 방향에서 칼을 넣으면 제거하기 쉽다. 갈치는 팬에 노릇하게 굽는다. 만약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가 있을 경우 150도 온도에서 10분 정도 기름을 빼듯 구워도 된다.   ③ 고사리가 쓸 때는 설탕 고사리는 시즌에 따라 맛이 다른데 쓴맛이 강할 때는 설탕을 넣어주면 쓴맛을 어느 정도 잡아준다. 양념은 멸치액젓을 추천한다. 가장 무난하고 호불호가 없는데다 소금보다 감칠맛이 강하기 때문이다.  ━  🍳이승훈의 페어링 팁   제주도를 대표하는 전통주, 좁쌀로 빚은 제주오메기맑은술과 이를 증류한 제주고소리술. 사진 송미성   최근 제주도에서는 감귤·키위·메밀·커피 등 현지의 농산물을 사용한 다양한 전통주들이 생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제주도에는 좁쌀로 술을 빚었다. 이 좁쌀을 제주어로 오메기라고 하는데, 구멍 떡으로 만들어 누룩과 같이 술을 빚어내어 오메기술이라 불렀다. 이 오메기술을 고소리, 육지 말로 소줏고리로 끓여 그 이슬을 받아낸 것을 고소리술이라고 불렀다.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은 좁쌀이 주식인 제주도에서는 가장 일반적인 술의 형태였다. 오늘 제주 은갈치만두에 어울리는 술로 오메기술과 고소리술을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음식과 함께 술을 맛볼 차례. 젓가락으로 먹기 좋게 갈치만두를 가르면 속에서 살짝 김이 올라온다. 바로 입에 넣어 맛을 본다. 갈치만두는 따뜻해야 맛이 배가된다. 갈치살 특유의 감칠맛까지 천천히 씹어 삼키며 온전히 느껴본다. 매우 맛나지만 기름에 튀기듯 구워낸 생선요리다 보니 입안에 살짝 느끼함이 남는다. 이때 차갑게 온도를 내려놓은 오메기맑은술을 혀 위에 살짝 얹듯 부어주고 음미하며 숨을 들이켜본다. 오메기맑은술은 적당한 단맛과 제주술 특유의 산미가 매우 매력적인데 이 조합은 은갈치만두의 뒷맛을 깔끔하게 씻어 줄뿐더러 쌀 술과는 또 다른 좁쌀 술 특유의 향을 느낄 수 있다. ‘아, 이것이 제주도의 술맛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거다.   이어서 곁들여진 고사리나물을 먹어본다. 매우 익숙한 맛이지만 제주산 고사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특히 좋다. 역시 뒷맛을 씻어주듯 고소리술을 맛본다. 소줏고리에 제대로 끓여서 만든 전통 방식 소주 특유의 다소 투박하지만 구수한 고소리술의 알싸하면서도 풍부한 맛이 서로 어울려 묘한 궁합을 이룬다.   ■ 🍳은갈치만두 레시피 「 은갈치만두와 고사리나물의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제주 은갈치 한 마리(400g), 밀가루 적당량. 제주 건고사리 15g,  다진 파 2g, 마늘 1g, 들기름 5g, 젓갈 0.8g, 설탕 0.5g(고사리 따라 가감)   만두소 재료 : 돼지고기 다짐육 100g, 채썬 배추 70g, 채썬양파25g, 다진 마늘 4g,  다진 생강 1g, 다진 대파 8g, 으깬 두부 50g, 식용유 15cc, 간장 10g, 굴소스 40g, 미림 2g, 청주 2g, 후추 약간, 자염 1g   📌만드는 법 ① 갈치는 5~6cm 길이로 토막을 낸 후 뼈를 제거하고 소금을 뿌려 밑간을 한다. ② 밑간이 드는 동안 만두소를 준비한다.   ③ 팬에 채썬 양파를 넣고 약한 불에서 볶아 수분을 날리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은 후 그릇에 담아놓는다.   ④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대파, 생강, 배추를 넣고 볶아 수분을 날리고 간장을 넣어 밑간하며 계속 볶는다. 배추가 숨이 죽을 때까지 볶는다.   ⑤ 양파와 볶은 채소들이 식으면, 으깬 두부, 돼지고기 다짐육, 굴소스, 미림, 청주, 자염, 후추를 넣고 잘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⑥ 갈치 표면의 물기를 제거한 후 밀가루를 묻히고 만두소를 넣어 붙인다. ⑦ 말린 고사리 15g에 물을 넉넉히 넣고 6~7시간 정도 불리면 100g 정도 무게가 된다. ⑧ 고사리의 물기를 짜고 분량의 젓갈, 파, 마늘, 들기름을 넣고 간을 한다. 약한 불에 덖듯이 볶아 낸다. ⑨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에갈치만두를 넣고 양면이 색이 나면, 물을 50~100cc가량 붓고 뚜껑을 덮고 약불로 지진다.   ⑩ 고사리나물과갈치만두를 그릇에 내어낸다. 」 

    2023.02.01 15:42

  • 달달한 브라우니엔 와인? 웬걸, 트라피스트 맥주 강추!

    달달한 브라우니엔 와인? 웬걸, 트라피스트 맥주 강추! 유료 전용

    음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강한 해산물은 산도가 있는 음료와 함께하면 위를 한없이 늘려주는 것처럼.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셰프이자 맥주 전문가인 손봉균 셰프가 보내왔다.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좋은 맥주 페어링이다.    ━  브라우니와 트라피스트 맥주   ☝ 손봉균의 코멘터리: 트리펠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면 묵직한 바디감과 함께 진한 알코올 향이 느껴진다. 이때 녹진한 초코 브라우니를 한입 베어 문다. 알코올이 브라우니 속으로 사르르 녹아들며 달콤한 페어링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브라우니와 맥주 페어링. 사진 송미성   내가 나온 미국의 요리학교는 입학할 때 전공이 컬리너리(Culinary)와 베이킹 앤드 페이스트리(Baking & Pastry)로 나뉜다. 컬리너리가 일반적인 음식과 요리를 다루는 과정이라면 베이킹 앤드 페이스트리는 제과와 제빵을 배우는 과정이다. 컬리너리 과정에도 짧게나마 제과제빵 수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제과제빵 셰프들이 컬리너리 과정의 학생에게 바라는 점은 하나다. 그저 시키는 것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며 무탈하게, 수업을 마치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제빵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과제빵은 정확한 계량과 조리 시간이 생명이다. 그래야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요리에도 정확한 중량과 조리법, 조리시간이 있지만 제빵보다 융통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당시 제과제빵 수업은 힘들고 지루했다. 그때 만난 브라우니는 꽤 흥미로운 메뉴였다. 상상의 나래를 펴서 멋대로 만들어도 괜찮기 때문이다. 초등학생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쉬워, 셰프도 이때만큼은 학생들에게 자유를 허락한다.   실제로 브라우니는 다른 메뉴에 비해 다소 적은 가짓수의 재료로 한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곁들이는 토핑이나 가니쉬에 따라 또 다른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매력적이다. 그래서일까. 제과제빵 수업에서 배운 것 중 지금까지 요긴하게 활용하는 유일한 메뉴다. 물론 기본 레시피가 아닌 나만의 레시피다. 재료를 따로 녹이거나, 섞어서 합치지 않고, 번거로운 과정을 하나로 합쳐버린 원 볼 레시피다.  브라우니는 재료나 가니시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가 가능한 매력만점의 디저트다. 사진 송미성   🍳요리팁 ① 시간 없을 땐 전자레인지 베이킹에서 중요한 건 재료의 온도다. 그중 버터는 실온에 둔 것을 주로 사용한다. 시간이 없다면 전자레인지에 30초씩 2번 나눠 돌려 사용하면 된다.    ② 비주얼의 완성은 타이밍 브라우니는 오븐에서 꺼낸 후 식힘망에서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뜨거운 상태 그대로 자르면 칼에 묻어날 뿐만 아니라 원하는 대로 잘리지 않는다. 식혀서 어느 정도 굳은 후에 잘라야 단면이 깔끔하게 잘린다.    ③ 맛을 풍성하게 만드는 가니쉬 브라우니는 기본 레시피로도 아주 맛있다. 하지만 추가하는 재료에 따라 무궁무진하게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특히 곁들이는 토핑이나 가니쉬에 따라 변주가 가능하다, 견과류를 넣으면 고소함을 생크림을 얹으면 부드러움을 더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원 양조장인 베트말레의 트라피스트 맥주. 사진 송미성   🍳페어링팁 달달한 디저트엔 와인을 떠올리는데, 정말 잘 어울리는 맥주가 있다. 바로 베스트말레 트라피스트(Westmalle Trappist) 맥주다. 황금빛의 외관과 높은 도수 때문에 벨지안 골든 스트롱 에일(Belgian Golden Strong Ale)이라고도 불린다. 무엇보다 오래된 전통에 걸맞은 풍성한 맛과 향으로 죽기 전에 무조건 마셔봐야 할 맥주로 꼽힌다.   트라피스트 맥주라는 칭호는 국제 수도원 연합(International Trappist Association, ITA)에서 공인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칭호로, 그 관리가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공인받은 양조장은 세계적으로 14곳에 불과하다. 벨기에 6곳, 네덜란드 2곳, 오스트리아·이탈리아·영국·프랑스·스페인·미국에 1곳씩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 오늘 소개할 1836년 설립된 베스트말레(Westmalle) 수도원 양조장이다.    수도원 맥주는 도수에 따라 구분하는데 싱글(Single)은 약 5%, 더블(Dubbel)은 약 7%, 트리펠(Tripel)은 약 9%, 쿼드러플(Quadrupel)은 약 10% 이상의 맥주를 칭한다. 9.5%의 트리펠과 같이 높은 도수의 맥주를 마실 땐 상온에 가까운 온도를 추천한다. 잔은 입구가 넓고 비교적 작은 크기의 잔이 좋은데, 잔이 넓어야 향을 퍼뜨릴 수 있는 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도수가 높은 만큼 한번에 많은 양을 마시기보다 조금씩 음미하면서 마시는 것이 좋다. 높은 도수의 맥주를 양조하기 위해서는 효모가 먹고 알코올로 변화시킬 당분이 많이 필요하다. 맥주를 양조하고 나서도 당이 풍부하기 마련이라, 달달한 디저트류와 아주 잘 어울린다. 특히 초콜릿과 생크림이 곁들여진 디저트, 브라우니라면 금상첨화다.      ■ 🍳촉촉 달달 브라우니 레시피  「 만들기 쉬운 브라우니 원볼 레시피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버터 1컵(200g), 설탕 1컵, 달걀 4개, 바닐라익스트랙 1큰술, 중력분 1큰술, 코코아파우더 1컵, 소금 1작은술, 초콜릿 칩 1컵, 견과류 1컵    가니시 : 휘핑크림 1/2컵, 견과류 1큰술, 초콜릿 가루 1/2작은술     📌만드는 법   ① 오븐을 175도로 예열한다. ② 믹싱 볼에 버터, 설탕, 계란, 바닐라 익스트랙을 넣고 부드러워질 때까지 잘 섞는다.  ③ 중력분과 코코아 파우더를 체에 걸러서 2에 넣는다.    ④ ③에 초콜릿 칩과 견과류를 함께 넣고 섞는다. ⑤ 버터를 바른 팬에 종이 포일을 깔고 4의 반죽을 골고루 붓는다. ⑥ 오븐에서 12분 익힌 후 앞뒤 방향을 바꿔서 12분 더 익힌다.    ⑦ 30분 정도 실온에서 식힌 후 24등분 해서 소분한다. ⑧ 브라우니 위에 휘핑크림과 견과류를 올려서 장식한다.  」 

    2023.01.18 15:29

  • 프랑스 귀족이 만든 사치스러운 조합, 캐비어와 샴페인

    프랑스 귀족이 만든 사치스러운 조합, 캐비어와 샴페인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와인바 비놀로지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정리나 대표가 보내왔다. 프랑스의 귀족이 만든 미식의 조합, 짭조름하면서고 녹진한 맛의 캐비아, 그리고 여기에 어울리는 청량한 샴페인이다.      ━  캐비아와 샴페인   ☝ 정리나의 코멘터리: 가벼우면서 청량감 있는 샴페인은 짭조름하면서 녹진한 캐비아와 대조적인 맛으로 잘 어울린다. 마치 기름진 치킨과 시원한 맥주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샴페인은 캐비아의 고소한 맛을 배로 느낄 수 있게 하며 마지막에 입안에 남는 비릿함을 한 번에 날려준다.   캐비어(가운데)와 샴페인은 프랑스 귀족들이 만들어낸 미식 조합이다. 사진 김태훈 찬란한 순간의 기억, 샴페인과 어울리는 요리들!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에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을 꼽으라면? 단연코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샴페인이다. 축하와 기쁨을 상징하고 있기에 샴페인만으로 그 자리를 더 빛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와인바 주인장에게 샴페인으로 대표되는 스파클링(발포성) 와인은 참 고마운 존재다. 차가운 전채 요리부터 해산물, 고기, 달콤한 디저트까지 수많은 음식과 페어링하기 좋기 때문. 샴페인과 어울리는 것은 단연 캐비아다.    1700년대 프랑스 귀족들에 의해 탄생한 이 조합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가장 럭셔리한 미식을 상징한다. 좋은 캐비아는 알이 탱글탱글하게 살아 있고 광이 나며, 은은한 바다향과 함께 버터리한 풍미, 헤이즐넛이나 캐슈너트 등 견과류 터치로 여운이 길다. 종류에 따라서는 허브향, 과일향까지 나기도 하며 섬세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 요리 팁     좋은 캐비어는 입안에 넣었을 때 탱글탱글 알이 살아 있어야 한다. 사진 정리나 ① 캐비아는 차갑게, 자개스푼으로 캐비아는 맛이 쉽게 변하는 예민한 식재료다. 오픈하지 않은 상태로는 냉장에서 몇 개월 보관이 가능하지만, 오픈 후에는 3-4일 내로 다 먹어야 한다. 또 은이나 스테인리스와 같은 금속은 캐비아를 산화시켜 풍미에 영향을 미친다. 캐비아를 푸거나 먹을 때는 자개스푼이나 나무, 플라스틱 스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금속은 캐비어 맛에 영향을 미치므로 자개나 나무, 플라스틱 스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사진 김태훈 ② 맛이 강하지 않은 재료와 매칭 캐비아에는 담백한 비스킷이나 블리니, 감자 등을 곁들이는데 캐비아 맛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맛과 향이 강하지 않는 재료라는 공통점이 있다. 또는 같은 계열의 날생선, 굴, 관자 등과도 맛이 일맥상통해 잘 어울린다. 소스로는 주로 사워크림을 곁들이는데 사워크림의 신맛이 캐비아의 짠맛을 중화시키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③ 이색적인 캐비아 조합 캐비아를 조금 특별하게 맛보고 싶다면 딸기나 멜론 같은 과일 위에 올려 먹는 것을 추천한다. 멜론 위의 하몽처럼 짭조름한 캐비아와 달콤한 과일의 ‘단짠’ 조합은 캐비아를 평소 못 먹는 사람들조차도 캐비아를 사랑하게 만든다. 또는 조미된 김에 흰밥을 싸서 캐비아를 올려 먹어도 좋다. 가장 럭셔리한 맛의 김밥이다.   딸기와 멜론 같은 과일에도 캐비어를 올려 즐길 수 있다. 사진 정리나 🍳 페어링 팁 샴페인과 캐비어는 가장 럭셔리한 조합이다. 사진 김태훈   캐비아와 잘 어울리는 술을 꼽으라면 샴페인, 보드카, 화이트 와인이 있다. 특히 샴페인의 거품은 캐비아의 풍미를 극대화시켜주며 마지막에 입안을 상쾌하게 마무리해 준다. 샴페인 중에서는 엑스트라 브뤼(Extra Brut)나 브뤼(Brut) 등 드라이하고 당도가 적은 종류를 추천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간다면 오크 터치가 느껴지는 샴페인은 조금 더 섬세한 캐비아와 잘 어울리며, 미네랄과 과일향이 강한 샴페인은 바다향이 더 느껴지는 캐비아와 잘 어울린다. 반대로 떫은맛을 내는 타닌(Tannin)이 높은 레드 와인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쉬라, 네비올로 등은 캐비아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캐비아의 맛을 압도하고 섬세한 풍미를 해치기 때문이다.   ■ 🍳 캐비어 구절판 레시피 「 조금 더 재밌게 캐비어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본 캐비어 구절판. 운영중인 와인바 비놀로지(VINOLOGY)에서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다. 사진 김태훈   📌 재료: 연근, 감자, 고구마, 샬롯, 달걀, 솔부추, 사워크림   📌만드는 법 ① 연근·감자·고구마는 껍질째 삶아 준비한다. ② 슬라이서로 연근·감자·고구마를 얇게 썰어준다. ③ 달걀을 삶아서 노른자와 흰자를 구분하여 으깬다. ④ 솔부추와 샬롯은 곱게 다진다. ⑤ 준비한 재료들을 캐비어, 사워크림과 함께 낸다. ⑥ 기호에 맞게 재료들을 혼합해서 즐긴다.    」 

    2023.01.11 15:21

  • 매콤한 생태에 메밀주 한 잔…한겨울, 강원의 맛이로구나

    매콤한 생태에 메밀주 한 잔…한겨울, 강원의 맛이로구나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백곰막걸리 이승훈·조성주 대표가 강원도 지역의 음식과 이에 어울리는 우리 술 이야기를 보내왔다. 매콤한 양념을 얹은 생태찜과 여기에 어울리는 우리술이다.     ━  겨울 강원도의 맛, 생태찜   ☝이승훈·조성주의 코멘터리:제철 겨울의 탱글탱글한 육질을 지닌 생태를 연잎 위에 올리고 매콤한 양념을 올려 쪄낸 생태찜은 담백하면서도 매콤한 끝맛을 자랑한다. 먼저 도수가 높은 ‘화전일취 탁주’를 마신다. 다음으로 메밀로 빚은 ‘메밀로 소주’와 함께 맛보길. 생선요리에 발효주와 증류주의 페어링이 각각 어떻게 매력적으로 조화를 이루는지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담백하고 매콤한 끝맛이 매력적인 생태찜. 조성주 대표는 연잎을 활용해 생선 특유의 냄새를 잡았다. 사진 송미성 강원도는 동쪽으로는 길게 바다와 접하고 중앙으로는 태백산맥이 수직 관통하며 영동과 영서로 나뉜다. 태백산맥에서 이어진 산간지역에서 나는 임산물, 송이·능이 등의 버섯부터 곤드레·고사리·곰취·두릅 등의 나물류, 감자와 옥수수 등 구황작물이 주로 난다. 겨울 하면 수산물을 빼놓을 수 없다. 오징어·방어·가자미·붉은 대게가 주류를 이루면서 도루묵·양미리·도치 등 지역색이 강한 어종도 두루 잡히고 이를 요리하는 다양한 조리법들이 발달했다. 하지만 논보다 밭의 면적이 넓고 인구가 적은 척박한 환경으로 인해 수도권이나 삼남 지방보다 식재료가 소박하고, 조리법 또한 격식을 따지기보단 보존성을 높이고 재료의 맛을 살리는 쪽으로 발달했다.    겨울의 제철 식재료로 꼽히는 해산물도 마찬가지. 특히 1990년대 초까지 풍어를 이루며 강원도를 대표했던 명태를 보면 강원도의 식재료, 그리고 음식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가공 형태에 따라 이름도 다르게 불렀다. 바다에서 바로 잡은 명태는 생태라고 불린다. 얼린 명태는 동태라고 부르고, 탕용으로 많이 소비된다. 명태를 반건조 형태로 가공하면 코다리가 되고 찜과 조림 등에 많이 쓰인다. 명태를 덕장에서 말리면 황태 혹은 북어가 되고, 이는 바로 섭취할 수도 있고 다양한 음식에 고루 쓰인다.    한때 저렴한 편에 속했던 명태는 아쉽게도 어획량이 크게 줄면서 가격도 오르고 구하기도 힘든 생선이 됐다. 하지만 겨울 강원도의 맛을 소개하기 위해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수산물이 바로 이 명태다. 이번에 소개하는 요리는 강원도 생태를 구해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정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생태에 매콤한 양념을 얹어낸 찜은 재료의 맛을 돋보이게 하는 강원도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요리 팁 ① 연잎으로 비린 향 잡기 생태찜의 맛을 완성하는 건 연잎이다. 연잎 특유의 향이 생선의 비린 향을 잡아줄 뿐만 아니라 항균 효과까지 있어 수산물과 잘 어울린다. 겨울엔 냉동 상태의 연잎만 파는데, 해동 후 흐르는 물에 흙이나 불순물을 제거해 사용하면 된다.    ② 생태뼈 육수로 깊은 맛 더하기 생태찜엔 생태의 살만 발라서 사용하는데, 남은 뼈로는 육수를 내서 양념장에 더하면 맛이 깊어진다. 생태뼈를 구운 후 물에 넣고 강불에서 끓이기 시작해 물이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15분 정도 더 끓인다. 멸치를 같이 넣고 끓이면 육수의 풍미가 더 진해진다.    ③ 고소한 내장 맛보기   생태는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아가미와 위로는 젓갈을 담그기도 한다. 만약 선도가 좋다면 간·이리·위 등 내장도 다 사용할 수 있다. 내장을 양념장에 버무린 후 생태살 위에 올려 5분 정도 쪄낸다. 생태찜과 강원도의 전통주. 사진 송미성 🍳이승훈의 페어링 팁 영동지방에서 나는 생태로 맛난 안주를 만들었으니 이에 어울리는 술은 영서지방에서 찾았다. 근래 들어 춘천과 홍천, 두 도시에 프리미엄 전통주 양조장이 여럿 새로 생겨나거나 이전하며 다소 심심했던 강원도의 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첫 번째 술은 춘천 지시울 양조장의 ‘화전일취 탁주’를 골랐다. 아직 2년여밖에 안 된 신생 양조장으로, 화전일취라는 이름엔 ‘꽃 앞에서 우리 모두 취하세’라는 낭만적인 뜻을 담고 있다. 쌀과 물, 누룩만 사용하는 막걸리인데 100일 이상 발효를 거치며 쌀의 농밀한 단맛이 부드럽게 묻어나고 넣지도 않은 꽃향기가 살금살금 다가온다. 두 번째 술은 홍천 두루 양조장의 ‘메밀로 소주’다. 부부가 농사지은 메밀과 쌀로 빚은 메밀 소주다. 안동소주·화요 등 대부분 증류식 소주가 쌀 소주인데, 이 메밀로는 귀한 국산 메밀을 사용한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술이다.    이제 음식과 함께 맛볼 순서다. 먼저 잘 쪄낸 생태연잎찜의 살과 위에 얹어진 양념은 과하지 않게 조금만 얹어서 호호 불어 맛본다. 생태 특유의 꼬릿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양념을 조금만 얹어 다소 심심할 수도 있지만, 그 담백한 맛과 ‘화전일취 탁주’의 조화가 포인트다. 음식을 삼킨 후 술을 맛본다. 막걸리지만 알코올 도수가 12도로 높은 게 특징이다. 감미료가 아닌 쌀에서 유래한 자연스럽고 절제된 단맛과 적당한 알코올이 담백한 생태찜 맛에 이어 입속에서 다양한 맛을 선물한다. 이를 몇 번 반복해도 좋다. 다음으로는 조금 식은 생태살에 양념장을 더 많이 얹어 맛보길. 식으면서 더 탱탱해진 생태살에 다소 자극적인 양념이 더해져 아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입술에 묻은 양념까지 핥아 조곤조곤 씹고 상온의 ‘메밀로 소주’를 원샷한다. 자신도 모르게 “크으!”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반 쌀 소주에 비해 구수한 메밀이 들어간 ‘메밀로 소주’의 맛과 향은 이전에 다른 곳에서는 접해보지 못한 경험이 될 것이다.       ■ 🍳생태찜 레시피  「 생태찜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2인) : 생태 2kg, 연잎, 다시마 5g, 무 10g 양념장 : 간장 3큰술, 고춧가루 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홍고추·청양고추 20g씩, 깨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생태를 뼈를 분리해, 무게의 0.05% 소금으로 밑간한다. ② 뼈는 살짝 구운 후 물 200cc와 다시마, 무를 넣어 끓여 육수를 만든다. ③ 양념장 재료를 섞고 여기에 ②의 육수를 붓는다. 고춧가루로 농도를 조절한다.   ④ 연잎을 밑에 깔고 생태살을 얹어 8분 정도 찐다.   ⑤ 양념장을 얹고 3분 정도 더 찐다. 마지막으로 다진 청양고추와 홍고추, 깨를 뿌려 완성한다. 」 

    2023.01.04 14:27

  • 축제는 코끝에서 시작됐다…황홀한 짝, 미트볼·바질맥주

    축제는 코끝에서 시작됐다…황홀한 짝, 미트볼·바질맥주 유료 전용

    음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강한 해산물은 산도가 있는 음료와 함께하면 위를 한없이 늘려주는 것처럼.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셰프이자 맥주 전문가인 손봉균 셰프가 보내왔다. 허브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탈리안 미트볼과 바질 맥주 페어링이다.   이탈리안 미트볼과 바질 맥주   ☝손봉균의 코멘터리 :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탈리안 미트볼’과 맥주 ‘스포탄 바질(이하 바질 맥주)’의 페어링은 코끝에서부터 축제가 시작된다. 미트볼의 고소한 육향이 바질 맥주에서 풍기는 펑키함과 상쾌한 향이 만나 입에 침을 고이게 하기 때문이다. 육즙이 팡팡 터지면서 부드러운 미트볼의 질감을 느끼며 바질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바질의 향이 다른 향신료의 맛과 어우러져 이질감이 전혀 없이 음식과 하나가 된다. 봄날에 느꼈던 화사함이 추위로 잊혀버린 겨울날에 다시 찾아온 듯하다. 향긋한 허브향과 촉촉한 식감이 매력적인 이탈리안 미트볼. 사진 송미성   세계는 넓고 맛있는 음식은 많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건 분명 사용하는 재료는 다른데 비슷한 형태로 완성된 세계 각지의 음식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런 식이다. 둥글 ‘환(丸)’자를 쓰는 ‘완자(丸子)’는 다진 고기에 여러 가지 양념을 더 해 뭉친 후 삶거나 굽거나 튀기는 등의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형태의 음식이다. 같은 결의 음식을 서양에서는 미트볼(Meat Ball)이라고 부른다. 한국엔 떡갈비나 동그랑땡, 굴림 만두, 일본에는 쓰쿠네나 멘치가츠, 중국엔 난자완스가 있다. 좀 더 멀리 가볼까. 중동의 코프타, 아랍권의 팔라펠, 아메리카의 미트로프, 미국의 햄버거, 유럽의 패티나 프리카델레 등도 결이 같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더 자세하게 각 나라의 ‘미트볼(완자)’에 대한 이름과 설명을 수다맨같이 쌍수(雙手)를 들어 늘어놓으면, 10분 정도는 거뜬하게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들어가는 재료와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그중 이탈리안 미트볼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 5대 장인 바질·타임·로즈마리·오레가노·마늘을 넣는다. 이탈리안 허브 믹스라고도 불리는 이 향신료들 덕분에 고기의 잡내가 있을 틈이 없다. 또한 우유와 빵가루로 부드러움과 촉촉함까지 더해 한번 맛보면 계속 생각날 만큼 매력적이다. 향긋한 미트볼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맥주가 필수다. ‘허브의 왕’으로 불리는 바질. 중앙포토 🍳요리팁 ① 허브향 제대로 내기 이탈리안 미트볼의 킥은 허브다. 오레가노·로즈마리·타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특유의 상쾌한 향은 흔히 먹던 미트볼을 잊게 한다. 다만 이 향을 제대로 살리려면 반죽할 때 허브 가루가 뭉치지 않게 흩뿌리면서 잘 섞어야 한다.   ② 생허브 활용법 오늘은 말린 허브를 갈아낸 분말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만약 생 허브가 있다면 활용해도 좋다. 이때 허브 가루 1큰술은 생 허브 1/4컵으로 대체하면 된다.   ③ 촉촉한 식감 살리기 미트볼은 촉촉함이 생명이다. 그리고 그 생명을 살리는 건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쓰느냐에 달렸다. 가장 부드러운 안심을 주로 쓰는데, 안심만 넣으면 다소 퍽퍽할 수 있으므로 지방 부위를 함께 넣는 게 좋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다면 안심과 지방을 섞어 달라고 주문하고, 포장된 제품으로 구매할 때는 돼지 지방 대신 소 다짐육을 사면 된다.   🍳페어링팁 상쾌한 바질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스폰탄 바질 맥주’. 사진 송미성   맥주 하면 독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커다란 광장을 꽉 채운 사람들이 머그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눈여겨볼 나라가 한 곳 더 있다. 독일과 국경을 맞닿은 벨기에다. 독일보다 자유로운 스타일의 다양한 맥주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과거 맥주 순수령으로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재료를 제한했지만, 벨기에는 ‘일단 맛이 좋으면 좋은 거야! (If it taste good, it is good)’라는 기조 아래 자유롭게 여러 가지 재료를 맥주에 넣어 만들어 왔다.   자유로운 벨기에 맥주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함 그 ‘잡채’(자체를 대신해서 사용하는 유행어)다. 야생의 효모를 이용, 자연발효를 통해 만들어내는 ‘람빅(Lambic)’ 맥주도 그중 하나다. 두 종류 이상의 맥주와 1년에서 10년까지 숙성한 맥주를 블렌드하기도 하고 과일이나 설탕류 혹은 다른 음료까지 섞어서 ‘맛있게’ 만들어 내는 것이 람빅 맥주의 핵심이다. ‘스폰탄 바질’은 벨기에 람빅 맥주 양조의 최고라 할 수 있는 린데만스 양조장과 덴마크의 집시 양조장이 협업으로 만들어낸 맥주다. 시큼하면서 쿰쿰한 매력이 가득한 람빅 맥주에 스며든 상쾌한 바질 향으로 시작해 입안에 가득 퍼지는 바질의 향, 그리고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바질의 맛과 향으로 미각을 깨워주는 마법을 보여주는 맥주라 할 수 있다.   ■ 🍳이탈리안 미트볼 레시피  「 이탈리안 미트볼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4인) : 돼지고기 안심 750g, 돼지고기 지방 250g, 마늘 2알, 양파 1/2개, 우스터소스 1/2큰술, 굴소스 1/2큰술, 우유 1/2컵, 빵가루 1컵, 파마산가루 1/4컵, 오레가노가루 1큰술, 로즈마리 가루 1큰술, 타임 가루 1큰술   가니쉬 : 토마토소스 1컵, 바질 1뿌리, 토마토 1/4개, 파마산치즈 1큰술     📌만드는 법   ① 돼지고기 안심과 지방은 함께 섞어서 갈아 구입한다.   ② 마늘·양파·굴소스·우스터소스를 믹서기에 넣어 간다.   ③ 우유와 빵가루를 뻑뻑할 정도로 섞는다. ④ 그릇에 ①②③과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는다. (허브가루가 뭉치지 않게 흩뿌리면서 잘 섞어준다) ⑤ 반죽을 한개당 120g 정도로 나눠 동그란 모양으로 빚는다. ⑥ 기름을 두른 팬에서 ⑤를 올리고 노릇하게 굽는다. ⑦ 180도로 예열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서 7분 더 구워서 속까지 익힌다. ⑧ 따뜻하게 데운 토마토 소스를 아래 깔고, 미트볼을 올린 후 토마토와 바질을 가니쉬로 올리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  ◦ 다음 편엔 큐어링한 연어와 무화과 크림치즈, 이에 어울리는 티를 소개합니다. 

    2022.12.21 14:01

  • 이탈리아에도 ‘치맥’ 있다…레드 와인과 카치아토레

    이탈리아에도 ‘치맥’ 있다…레드 와인과 카치아토레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강한 해산물은 산도가 있는 음료와 함께하면 위를 한없이 늘려주는 것처럼.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전통주와 와인·맥주 같은 주류부터 차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보석 같은 조합만 골라 소개한다. 이번 주는 와인바 비놀로지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정리나 대표가 보내왔다. 사냥꾼도 요리했을 만큼 쉬운 조리법에 고급스러운 맛, 여기에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까지, 멋진 연말 홈파티를 만들어줄 완벽한 조합이다.    ━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 정리나의 코멘터리: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이탈리아엔 와인과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이하 카치아토레)가 있다. 닭고기에 와인을 넣고 오래 끓여내 부드러우며 풍미가 최고다. 한동안 카치아토레의 매력에 푹 빠져 자주 만들곤 했는데, 이탈리아 현지 친구도 엄지를 들며 ‘Buono! Buono!(좋다! 맛있다!)’를 연발했다. 이탈리아에서 사냥꾼들이 먹었던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사진 김태훈   이탈리아 미식의 수도라 불리는 볼로냐(Bologna)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다. 워낙 작고 조용한 도시라 이웃 분들과 금세 친해져 홈파티를 자주 했다. 한번은 홈파티를 주최했는데 이웃이 만들어온 자줏빛의 닭요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와인을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요리라고 했는데 그 맛과 향이 기가 막혔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식감에 체리·딸기 등의 과실 향과 토마토소스의 산미까지! 닭요리가 이렇게 고급지다고? 이름을 물어보니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Pollo alla Cacciatora)라고 했다.   반전은 이름에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사냥꾼식 닭요리’를 뜻한다. 본래 사냥꾼들이 야생에서 사냥한 꿩·닭·토끼 등을 먹다 남은 와인을 넣고 푹 익혀 만드는 요리라고 한다. 메인 재료가 닭과 와인인지라 프랑스 코코뱅(Coq au Vin)과도 유사하지만, 사냥꾼들이 즐긴 음식인 만큼 재료와 조리법이 훨씬 간단하다. 닭고기는 1~2시간 마리네이드 하면 닭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제거되고 식감은 더 부드럽다. 사진 김태훈   🍳 요리 팁 ① 맛있게 만들어주는 닭고기 마리네이드 닭은 볽음탕용 닭을 준비한다. 뼈가 있는 닭으로 요리하는 것이 오리지널 레시피지만 뼈가 없는 닭다리살을 활용해도 좋다. 단, 닭가슴살은 오래 익히는 과정에서 퍽퍽해지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닭고기는 깨끗하게 씻은 후 다진 로즈마리, 마늘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려 버무려 냉장고에서 1~2시간 마리네이드한다. 이렇게 하면 닭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제거되고 더 부드러워진다.   ② 가성비 좋은 와인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사진 김태훈 이 요리의 포인트는 와인이다. 닭고기에 와인을 붓고 뭉근하게 끓여낸다. 이 과정에서 와인의 알코올은 날아가고 특유의 향과 맛이 닭고기에 스며든다. 와인은 단맛이 없는 레드 와인이면 뭐든 좋다. 편의점의 가성비 좋은 와인도 충분하다. 조금 더 화사한 색상을 원한다면 화이트 와인을 활용해도 괜찮다.   ③ 풍미 더하는 올리브 감칠맛을 더하는 조연들도 있다. 먼저 토마토는 홀토마토를 추천하는데, 없다면 토마토 퓨레나 파스타용 토마토 소스를 활용해도 좋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양파·당근·셀러리·버섯 등 다양한 재료를 더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체리뇰라 품종의 올리브를 주로 넣는다. 큰 고육과 아삭한 식감을 자랑하는 치레뇰라는 닭고기만큼 와인을 부른다.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와 페어링하면 좋은 이탈리아 와인 키안티 클라시코. 사진 김태훈   🍳 페어링 팁 와인으로 만든 요리인 만큼 와인과 페어링해 많이 즐긴다. 한 가지 팁은 레드 와인 한 병을 준비해 반은 요리에 활용하고, 반은 요리와 함께 즐기는 것이다. 토마토가 들어갔기 때문에 산도가 있는 와인을 추천한다. 산도가 없는 와인을 매칭할 경우 토마토의 신맛 때문에 와인이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요리와 와인 페어링에는 ‘신토불이’가 성립되는데, 그 지역의 와인과 전통 요리를 함께 페어링하면 가장 좋다.   카치아토레는 이탈리아 전통 요리인 만큼 이탈리아 지역의 와인과 잘 어울린다. 산도가 높은 산지오베제를 주 품종으로 만드는 이탈리아 토스카나 키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를 추천한다. 산지오베제가 주 품종이다 보니 체리·딸기·라즈베리 등 붉은 과실향이 두드러지며 미디엄 바디에 탄탄한 구조감을 가지고 있다. 특히 키안티 클라시코 와인 병에는 예외 없이 검은 수탉을 상징으로 라벨링돼 있어 ‘닭’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레시피  「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재료. 사진 김태훈   📌재료(2~3인) : 닭 1마리, 와인 1/2병, 홀토마토 1캔(400g), 방울토마토 20개, 올리브 20개, 로즈마리 2줄기, 마늘 6알,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적당량   📌만드는 법   ① 로즈마리의 줄기를 제거하고 잘게 다진다. 마늘도 다진다.  ② 닭고기에 다진 로즈마리, 마늘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듬뿍 뿌려 버무려 냉장고에서 1-2시간 마리네이드 한다.   ③ 냄비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닭고기의 겉면을 익혀준다. ④ 닭고기 표면이 갈색으로 익으면 모든 재료를 넣고 중약불에서 30분~1시간 뭉근히 끓여준다. 필요 시, 중간에 닭육수나 물을 보충하며 익힌다.   ⑤ 소금·후추를 뿌려 마무리한다. 파슬리나 남은 로즈마리로 장식해도 좋다. 」  ◦ 다음 편엔 미트로프와 맥주 페어링을 소개합니다. 

    2022.12.14 15:19

  • “45도 독주가 이리 달구나” 너비아니와 대하의 앙상블

    “45도 독주가 이리 달구나” 너비아니와 대하의 앙상블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 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백곰막걸리 이승훈·조성주 대표가 서울·경기 지역의 음식과 이에 어울리는 우리 술 이야기를 보내왔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연말 모임에도 잘 어울리는 메뉴와 술이다.     ━  너비아니와 대하잣즙 무침       ☝이승훈·조성주의 코멘터리 : 서울·경기는 예로부터 전국에서 난 귀한 식재료가 올라와 화려한 식문화를 향유했다. 바다의 새우, 산의 잣, 죽순, 들판의 소고기 등 갖은 재료가 들어가는 대하잣즙무침은 조선시대 상류층의 식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여기에 잣과 쌀로 만든 약주 잣진주를 곁들이면, 한식 페어링의 모범이다. 이뿐인가. 소고기를 잘 손질하고 양념해 구워낸 너비아니와 함께하는 쑥이 들어간 보리소주 양조학당 ‘애’는 ‘45도 독주가 이리 달고 맛나구나’ 찬탄하게 한다.    조성주 대표가 서울과경기 지역의 메뉴료 꼽은 너비아니, 파만두구이를 함께 내 다양한 식감을 살렸다. 사진 송미성   서울·경기는 고려와 조선 두 왕조가 모두 수도로 삼았던 지역이다. 자연스레 전국의 다양한 물산과 식재료가 모였고, 이를 조리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교류하며 매우 다양한 음식문화를 꽃피웠다. 서울·경기에서 맛볼 수 있는 고기 요리나 김치에서는 이 지역만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너비아니나 불고기 등 고기 음식은 다른 곳에 비해 고추장이나 고춧가루, 간장 같은 양념을 과하게 쓰지 않는다. 너무 짜거나 맵지 않은 적당한 간을 선호한다. 김치 스타일 역시 마찬가지. 영호남 지역의 김치는 고춧가루를 비롯한 부재료가 꽤 많이 들어가고 묵직한 데 비해 서울·경기 지역의 김치는 고춧가루가 적게 들어가며 간이 적당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다. 서울·경기의 대표 음식으로 너비아니를 고른 것도 이 때문이다. 양념이 과하지 않은 담백한 너비아니, 여기에 만두피 대신 대파로 만든 파만두구이를 더해 다양한 식감과 맛을 완성했다.    서울·경기의 음식문화의 또 다른 특징은 푸짐함이 아닌 섬세함이다. 전국에서 올라온 식재료가 풍부한 데다 경제적인 부까지 점유했던 지배층인 궁중·양반가가 식문화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풍성했던 이들은 양을 많이 내기보다 양은 적지만 손이 많이 가고 매우 섬세하고 격식을 따지는 가짓수 많은 음식 차림새를 선호했다. 대하잣즙무침이 대표적이다. 새우·잣·죽순·소고기를 모두 넣은, 그야말로 사치스러운 음식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 특징을 빼놓을 수 없으리라.    새우, 잣, 죽순, 소고기를 넣은 대하잣즙무침. 사진 송미성   🍳요리팁 ① 비주얼·맛도 좋은 고기 손질법 너비아니용 고기는 너무 얇으면 구울 때 조각이 떨어져 맛이 덜하므로 약간 두껍게 썬다. 고기에 잔 칼집을 내면 양념이 고루 잘 밴다.    ② 대하 손질법   대하잣즙무침의 주재료인 대하는 손질할 때 내장을 제거한다. 대하를 살짝 구부리면 새우 머리에서 바로 뒷부분 또는 두 번째 마디에 검은색 선이 보이는데, 이게 내장이다. 뾰족한 이쑤시개나 포크를 넣어 당기면 내장이 따라 올라온다. 올라온 내장을 손으로 잡아당기면 한 번에 제거할 수 있다.       ③ 고소한 잣즙 만드는 팁 대하잣즙무침의 또 다른 주인공인 잣은 백잣보다는 더 고소한 맛이 나는 황잣이 좋다. 잣즙을 만들 땐 잣의 고깔 부분을 떼어 절구에 넣고 양지 국물을 부어 만드는데, 이때 잣의 건조 상태에 따라 양지 국물을 가감하면 된다. 양지 국물을 내기 번거로울 땐 대하를 쪄낸 물에 대하 껍질을 넣어 삶아 대신 사용해도 좋다.     이승훈 대표가 엄선한 서울과 경기지역의 우리술 4종, 사진 왼쪽부터 오마이갓 탁주, 양조학당 ‘애’, 아리아리, 잣진주. 사진 송미성   🍳이승훈의 페어링팁   전통주는 또한 지역의 술이다 보니 양조장이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해 있다. 어느 지방을 가더라도 인근에 양조장 하나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다. 서울을 포함한 대도시는 오히려 지가가 높고 좋은 물을 찾기 힘들다 보니 양조장이 위치하기엔 적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리하여 2021년 전국 주류출고금액 대비 수도권 비중은 무려 29.6%인데, 그중 경기도 비중이 94.3%나 된다. 수도권 양조장 대부분이 경기도에 있고 전국에서 가장 술 생산이 많은 지역이 경기도라는 얘기다. 경기도는 수도권이라는 가장 큰 소비시장을 가짐과 동시에 매우 다양한 농산물이 경작되는 곳이라는 큰 장점이 있다. 그렇다 보니 이 지역의 대표하는 술을 고르기가 매우 어려웠다.   4종의 술을 소개하기 위해 주종별, 지역별로 안배했다. 막걸리 오마이갓 탁주, 약주 잣진주와 아리아리, 증류식 소주 양조학당 ‘애’다. 먼저 오마이갓은 인천 최초 지역특산주 양조장 송도향과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에빗(EVETT)이 협업해 만든 모과청이 들어간 탁주다. 다음 잣진주는 가평 전통주연구개발원에서 삼양주 기법으로 만든 약주에 지역 특산물 잣을 넣은 술이다. 아리아리는 용인의 제이앤제인브루어리(J&J BREWERY)에서 만든 약주로 쌀과 누룩으로만 빚은 술임에도 마치 화이트 와인이 아니냔 평을 듣는 술이다. 마지막으로 광명 한국양조연구소의 양조학당 ‘애’는 쑥이 들어가는 보리소주로 구수함과 포근함이 입안 가득 느껴지는 잘 만들어진 증류식 소주다.    이제 술과 음식을 함께 맛볼 순서. 시작은 인천 송도향의 오마이갓 탁주다. 막걸리임에도 한국의 모과를 청으로 만들어 넣고 여기에 페퍼베리를 함께 넣은 달콤하고 시트러스하면서도 복잡미묘한 향이 나 식전주로 잘 어울린다. 이어서 대하잣즙무침을 가능한 한 젓가락에 새우·죽순 등 재료를 골고루 집어 잣즙을 듬뿍 묻혀 입에 넣는다. 고급스러운 음식의 맛을 느끼며 이어서 가평잣을 넣은 약주 잣진주를 천천히 음미하며 입 안을 씻어 내본다. 미세한 단맛과 산미가 조화를 이룬다. 다음으로 파만두구이를 ‘서걱’ 소리가 나도록 씹는다. 알싸한 대파의 맛과 돼지고기, 배추 등 만두소의 묵직한 맛이 느껴지는 별미다. 이어서 용인의 약주 아리아리를 가능한 한 차갑게 해  와인잔에 따라 음미한다. 마치 화이트 와인 같은 느낌으로 입안을 씻어내는 듯하면서도 신기하게 조화를 이룬다.     마지막으로는 너비아니와 함께 보리 증류식 소주 양조학당 ‘애’를 한잔 마신다. 희석식 소주를 마시듯 한번에 삼키지 말고 너비아니를 큼지막하게 씹어 천천히 맛보고 목구멍으로 다 넘긴 다음 이어서 코냑을 음미하듯 살짝 혀 위에 올리듯 마신다. 증류식 소주 특유의 알싸하면서도 강한 곡물 향이 느껴지고 피니쉬는 은은하게 하강 곡선을 그리며 구운 고기의 느끼함을 담백하게 마무리해 준다.     ■ 🍳 너비아니와 대하잣즙무침 레시피  「 너비아니와 파만두구이 너비아니와 파만두구이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등심 1kg, 진간장 3큰술, 다진파 1과 1/2큰술, 다진마늘 1과 1/2큰술, 설탕 1큰술, 꿀 1큰술, 후춧가루 1/2작은술 , 참기름 1큰술, 배즙 100cc,  생강즙 1큰술 파만두구이 재료: 대파50g, 돼지고기 다짐육 200g, 배추 300g, 당근50g, 양파200g, 애호박50g, 부추50g, 숙주50g, 두부1모, 간장 1큰술, 다진파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생강 1/2큰술, 참기름 1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추 약간   📌너비아니 만드는 법   ① 소고기는 0.4~0.5 cm 정도로 두툼하게 썬 다음 기름기를 잘라 내고, 핏물을 닦는다. ② 소고기 앞뒤면에 잔칼질을 해 설탕을 뿌리고 20분정도 재워 둔다. ③ 양념장을 만들어 ②의 고기에 칼집 사이사이 양념이 고루 배도록 바르고 주물러준다. ④ 중간불에서 고기를 굽고 그릇에 담은 뒤 잣가루를 뿌려낸다.     📌파만두구이 만드는 법. ① 돼지고기 다짐육에 간장·파·마늘·생강·참기름·후춧가루를 넣어 밑간한다. ② 팬에 채썬 양파를 넣고 기름을 살짝 두른 뒤 수분을 날려 갈색이 될 때까지 덖는다. ③ 채썬 애호박은 소금·참기름을 뿌려 밑간한 후 볶는다. ④ 부추·당근은 쫑쫑 썰어 준비한다.   ⑤ 두부는 꼭 짜서 수분을 제거한다. ⑥ 숙주는 데쳐서 자르고, 참기름·소금으로 간을 한다. ⑦ 배추는 데쳐 잘게 썬다.   ⑧ 모든 재료를 섞어 만두소를 만든다. ⑨ 파의 소를 빼고, 여기에 8의 만두소를 채워 기름 두른 팬에 굽는다.    대하잣즙무침 대하잣즙무침 재료. 사진 송미성 📌 재료 : 대하 5마리, 사태 100g, 오이 100g, 죽순 70g, 잣 4큰술, 양지국물 3큰술, 소금1/2작은술, 후추가루 1/4작은술, 참기름 1/2큰술, 간장·다진파·다진마늘 조금씩,     📌 만드는 법 ① 대하는 껍질째 씻어 등쪽의 내장을 제거하고, 이쑤시개로 고정해 뜸이 오른 찜기에 넣어 3분 정도 찐다. ② 익은 대하의 껍질을 제거하고 2등분으로 어슷썬다. ③ 사태는 가볍게 데쳐 누린내 및 이물질을 제거하고 푹 삶아 차게 식힌다. ④ 식힌 사태를 네모나게 썬다. ⑤ 오이는 반을 갈라 속을 제거하고 어슷썰어, 소금에 살짝 절여 물기를 짜고, 다진파, 마늘로 양념하여 볶는다.   ⑥ 삶은 죽순은 빗살 모양을 살려 자르고, 간장,다진파 마늘로 양념하여 볶는다. ⑦ 잣은 곱게 갈아 잣즙을 만든다.   ⑧ 재료를 고루 섞어 잣즙으로 살살 버무리고 소금·후추로 간을 맞춘다. 」  ◦ 다음 편엔 이탈리아 사냥꾼이 즐겨 먹던 닭요리와 와인 페어링을 소개합니다.

    2022.12.07 14:20

  • 늦가을 홈파티 유혹 ‘반각굴’…이때 옆에 두면 안되는 와인

    늦가을 홈파티 유혹 ‘반각굴’…이때 옆에 두면 안되는 와인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전통주와 와인, 맥주 같은 주류부터 차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보석 같은 조합만 골라 소개한다. 이번 주 레시피는 리나스테이블의 정리나 대표가 소개한다. 맛과 멋을 동시에 잡은 와인 페어링의 정석이다.   지금이 제철! 석화를 더 그럴싸하게 즐기는 방법 ☝ 정리나의 코멘터리 : 석화 철이 되면 한국에 사는 것이 더 뿌듯해진다. 경남 통영, 거제 등 유명 산지에서 빠르면 하루, 이틀이면 배송이라니! 한국의 배송업체들에 상을 주고 싶을 정도다. 물론 과거와 달리 이제는 사시사철 양식 굴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찬바람이 불수록 굴 맛이 좋아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제철 석화에 풍미를 올린 소스를 살짝 뿌렸다. 소스는 강하지 않고 은은해야 석화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요리 정리나, 사진 김태훈   오래전, 껍질 상태로 판매하는 석화를 대량 구매해 친구들을 초대한 적이 있다. 친구들 앞에서 석화를 자랑하고 기뻐한 것도 잠시. 아뿔싸! 석화를 까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굴의 모양도 가지각색이고 집에 있는 칼로는 잘 열리지 않았다. 알고 보니 굴을 까는 칼까지 따로 있단다. 그래도 비주얼이 중요한데? 포기해야 하나 하고 생각할 때쯤 한쪽만 껍질을 붙여 파는 하프쉘, 반각굴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홈파티에 최적화된 굴이라고 할까? 온라인에 ‘반각굴’ 혹은 ‘하프셸’이라고 검색하면 산지에서 직송해 주는 업체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굴 시즌이면 업체를 찾아 택배로 굴을 주문했는데, 올해는 산지 거래처를 찾는다는 핑계로 경남 통영을 찾았다. 그런데 웬일!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2022년 햇굴초매식(첫 경매)이 있었다. 굴 풍작을 기원하는 풍물패의 공연을 시작으로 정말 끝없이 펼쳐진 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국내 굴의 60~70%를 통영에서 생산한다고 한다. 전 세계 굴 생산국 2위가 한국임을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놀라운 수치다. 내친김에 굴 양식장까지 찾았다. 이곳에서 50여 년 굴 양식 경력의 고수인 김재은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는데, 굴을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을 묻자 “제철에 즐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요리팁 굴산지인 통영에서 만난 석화. 사진 정리나   ① 근사한 비주얼의 반각굴, 깨끗하게 씻기 폼 나는 비주얼을 만들어 주는 반각굴을 샀더라도 약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배송 과정에서 서로 부대끼다 부스러기가 생길 수 있는 데다 껍데기가 속살에 들어갔을 수도 있다. 흐르는 물에 앞뒤로 깨끗이 씻어내야 하는데, 이때 속살을 살짝 들어서 씻으면 사이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껍데기까지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② 반각굴의 짝꿍 돌얼음 조금 더 신선하고 멋지게 반각굴을 즐기기 위해 아래 얼음을 까는 것은 필수다. 그런데 이때는 집에서 만든 얼음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파는 돌얼음을 추천한다. 집 얼음보다 훨씬 단단하고 천천히 녹아 굴을 즐기는 동안 얼음이 녹은 물을 버려줘야 하는 수고로움을 줄일 수 있다.    ③ 즐기고 남은 굴 활용법   다음 날 해장라면을 끓여 보자. 라면을 끊이다 생굴 그리고 소스를 만들고 남은 고수 한 줌, 타바스코 1스푼을 뿌려 끓이면 완성! 석화부터 해장 굴라면까지. 제철 굴을 온전히 즐긴 기분이 든다.      🍳 페어링 팁. 굴 맛을 올려주는 와인   부드러운 질감의 굴은 반대로 입안을 깔끔하게 만들어 주는 샴페인과 많이 페어링된다. 굴을 즐길 때 가장 피해야 할 와인이 있다면 타닌이 강한 레드와인이다. 굴의 섬세한 맛과 향을 해치고 불쾌한 비릿함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샴페인 이외에 굴과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인은 뭘까.    석화와 잘 어울리는 와인. 사진 왼쪽부터 쇼비뇽블랑, 샤블리, 로제 와인. 사진 김태훈   굴과 잘 어울리는 대표적인 와인은 쇼비뇽블랑이다. 가볍고 산미가 강한 쇼비뇽블랑은 어떠한 해산물과도 잘 어울린다. 생선을 먹을 때 레몬을 뿌려 비릿한 맛을 잡는 것처럼 생굴에 쇼비뇽블랑을 곁들이면 시트러스한 아로마와 신선함을 더해 준다. 오크 숙성을 덜 한 샤르도네, 특히 샤블리(Chablis)도 좋다. 프랑스 부르고뉴 최북단에 위치한 샤블리. 원래 바다였던 곳이 융기하면서 형성된 키메르지안 점토(Kimmeridgian Clay)에서는 산호나 조개, 굴 화석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생굴과 샤블리 지역의 샤르도네 품종은 최고의 마리아주로 손꼽힌다. 단 오크통 숙성이 과하지 않고 산도를 잘 살린 샤르도네에 한해서다. 샤블리 특유의 바닷가와 은은한 부싯돌 향, 미네랄리티가 굴과 매우 잘 어울린다. 로제 와인도 잘 어울린다. 산도가 높은 화이트 와인을 선호하지 않는다면 로제 와인을 준비해 보자. 스틸 로제 와인이든 스파클링 로제 와인이든 상관없다. 로제 와인은 일종의 옅은 색의 레드와인이다. 레드와인보다 타닌이 적고 과일의 맛이 두드러져 와인 초보자들도 마시기 편하다. 핑크 빛으로 보기만 해도 설레이는 것은 덤!   ■ 🍳 굴을 업그레이드 시켜줄 소스 3가지 레시피 「 생굴에 어울리는 클래식 미뇨네뜨. 사진 김태훈  ━ 📌소스1. 레몬즙,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가장 심플한 소스는 레몬즙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 오일이다. 자신의 취향에 맡게 뿌려 먹으면 된다. 이때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매운맛이나 쓴맛, 풀 향이 너무 강한 타입은 피하는 것이 좋다. 굴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기 때문. 이탈리아 타자스카(Taggiasca)나 미국 미션(Mission) 품종으로 만드는 올리브오일처럼 섬세한 풍미의 올리브오일을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소스2. 클래식 미뇨네뜨(Mignonette)  생굴하면 우리에게 초고추장이 있다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서는 미뇨네트가 있다. 와인 식초, 샬롯, 후추가 기본인 소스로 사과, 매실 등을 넣어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 미니 양파로 불리는 샬롯이 없으면 양파를 곱게 다져 준비한다. 와인 식초가 아니더라도 집에 있는 식초를 활용하면 괜찮다.      재료 : 샬롯 1큰술, 화이트와인 식초(or 레드와인 식초) 1큰술, 후추 1/2작은술, 설탕 한꼬집, 소금 한꼬집 ① 샬롯을 곱게 다진다. ② 모든 재료를 잘 섞는다.    ━ 📌소스3. 타바스코 고수 소스  처음 누가 시도했는지는 몰라도 타바스코 소스와 굴은 정말 완벽한 조합이다. 생굴에 타바스코를 살짝만 뿌려도 맛있지만 신선한 라임 즙, 고수를 곁들이면 더 이국적인 풍미로 굴을 즐길 수 있다. 고수 마니아를 위해 고수잎을 따로 곁들여내 보길.   재료 : 타바스코 소스 2큰술, 라임즙 1큰술, 샬롯 1큰술, 마늘 1작은술, 고수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라임은 즙을 낸다.   ② 샬롯·마늘·고수를 곱게 다져 잘 섞어준다. 」  ◦ 다음 편엔 스패니시 오믈렛과 맥주 페어링을 소개합니다.   

    2022.11.16 14:20

  • 인삼향 가득한 매콤 닭찜…충청의 여유와 한 모금

    인삼향 가득한 매콤 닭찜…충청의 여유와 한 모금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전통주와 와인·맥주 같은 주류부터 차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보석 같은 조합만 골라 소개한다.    ━  전어구이와 인삼닭찜    ☝ 이승훈·조성주의 코멘터리 : 충청도는 예부터 바다·평야·산악지대가 고루 있어 먹거리가 풍성하고, 저마다 개성 강한 다채로운 술을 빚어왔다. 미식으로 따지자면 이만큼 완벽한 곳이 있을까. 인삼향이 나는 매콤한 닭고기를 먹고 논산 지역의 쌀을 듬뿍 사용해 만든 소주 여유를 들이켜면 입안에 가득 퍼지는 풍미와 깔끔함. 기름진 전어구이에 짭조름한 우렁쌈장을 얹어 입 안에 넣고 씹다가 여기에 도수 높은 약수 느티를 마시면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충청도의 맛을 담은 먹거리와 술을 골랐다.    돌아보면 본격적으로 요리하기 전부터, 나(조성주)는 유독 식재료에 예민했다. 그 원인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대전이 떠올랐다. 대전이 있는 충청도는 다른 도와 마찬가지로 행정구역상 남과 북으로 나뉜다. 하지만 식재료와 음식만 따지자면 동서로 나눠봐야 한다. 서해안의 바다와 갯벌에 근접한 서쪽, 내륙 평야 지대와 노령·소백산맥과 맞닿은 산악지역이 자리한 동쪽으로 말이다. 실제로 서산·태안 등과 같이 서해안 갯벌을 끼고 있는 곳은 제철 해산물이 풍부해 자연스레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다.   반면 청주·충주 등 내륙 평야 지대의 도시에선 건어물과 민물고기, 축산물, 농산물 관련 음식을 즐겨 먹는다. 산악 지역에 접해 있는 곳에선 임산물이 많이 채취돼 다양한 버섯류와 고사리·산채·도토리 등을 활용한 요리가 발전해왔다. 풍부하고 다양한 식재료 덕분일까. 전반적으로 음식의 간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하지 않다. 게다가 양념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주로 된장을 선호해 재료의 맛을 살려 담백한 음식을 내는 게 특징이다. 충청도를 맛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요리가 있을까, 내겐 서쪽은 전어구이, 동쪽은 인삼닭찜이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기름기가 돌면서 더욱 맛있어 지는 가을 전어. 사진 송미성 충청의 가을을 이야기할 때 바닷가에선 전어를 빼놓을 수 없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기름기가 돌면서 더욱 맛있어진다. 물론 신선한 전어는 비늘을 손질하고 소금을 친 후 통째로 구워내는 걸 가장 좋아한다. 기름진 내장의 맛이 살에 배어들어 그야말로 가을 최고의 맛이라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모두가 먹기 편하면서 근사해 보이는 조리법을 골랐다. 내장과 뼈를 제거하고 포를 뜨고 잔가시를 끊어내기 위해 칼집을 넣었다. 여기에 씹는 식감을 살린 우렁쌈장을 곁들였다. 닭도 충청도 전역에서 즐겨 먹는 음식인데, 흔한 닭백숙이나 닭볶음 대신 금산 인삼과 제천의 감초 등 지역 재료를 더했다. 고추장을 넣어 푹 쪄낸 닭찜은 적당히 매콤하면서 식감이 부드럽다. 여기에 인삼향이 은은하게 배어 식사뿐 아니라 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인삼향과 촉촉한 닭고기의 식감을 즐길 수 있는 인삼닭찜. 사진 송미성     🍳요리팁  ① 쫄깃한 우렁이살  전어구이에 곁들일 우렁쌈장의 우렁이는 삶은 것을 사용하면 편리하다. 오래 끓이면 질겨지기 때문에 육수를 끓이다 마지막에 넣어 살짝 끓이는 게 좋다. 육수는 다시마 육수를 주로 쓰는데, 다시마 육수나 고기 육수를 사용해도 괜찮다.    ② 닭 누린내 제거하기  닭찜에 사용할 닭은 소금과 청주로 밑간하고 30분 정도 재어 둔다. 이때 소금과 청주의 양은 닭 무게의 0.5%가 적당하다. 밑간한 닭은 끓는 물에 데치면 닭 특유의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③ 인삼의 영양 지키기  인삼은 물에 오래 담가 씻는 대신 흐르는 물에 살살 씻어 사용한다. 인삼 속 사포닌이 수용성이어서 물에 오래 담가두면 주요 성분이 용해되기 쉽다.   🍳이승훈의 페어링팁  이승훈 대표가 고른 충청의 술. 사진 왼쪽부터 석장리꿀술, 신선주탁주, 느티, 여유. 사진 송미성 좋은 전통주를 찾아 하루가 멀다 하게 전국을 찾아다니는 내게도 충청도는 특별한 곳이다. 국내 전체 주류 제조 면허의 27%(2021년)가 밀집해 있을 정도로 양조장이 가장 많다. 게다가 출고량으로 보면 수도권과 전라도에 이어 3위를 차지한다. 이 말은 양조장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그 대신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우리 술을 빚는 곳이 많음을 뜻한다. 그렇다 보니 충청도를 대표하는 술을 고르려니, 정말 쉽지 않았다.    고심해서 고르다 보니 술이 네 종으로 늘었다. 증류식 소주 여유, 약주 느티, 막걸리 신선주탁주, 미드 석장리꿀술이다. 먼저 여유는 충남 논산의 양촌양조장이 66년 전 출시했던 옛술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개발한 소주다. 다음 느티는 충북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괴산의 목도양조장에서 만드는 약주로 3무(무감미,무여과,무후수) 방식으로 만든다. 신선주탁주는 충청의 대표적 명인주인 신선주 소주의 탁주 버전으로, 국화·쇠무릅·당귀·하수오·구기자·맥문동 등 10여 가지가 넘는 약재를 넣어 빚는다. 석장리꿀술은 세계적으로 관심받는 술인 미드(꿀에 효모를 넣어 발효한 술)로, 공주산 배와 충청도산 벌꿀을 넣어 만든다.    자 그럼, 이 술과 음식을 맛볼 차례. 시작은 석장리꿀술이다. 꿀의 단맛과 배의 상큼함과 산미가 서로 조화를 이뤄 식전주로 잘 어울린다. 이어서 기름기가 오른 가을 전어구이 위에 우렁쌈장의 소스만 살짝 묻혀 맛보길. 담백한 가운데 느껴지는 기름짐과 우렁쌈장의 풍부한 간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리고 신선주를 꿀꺽 들이켜면 전어구이의 풍미가 입안에서 도드라지는 동시에 술의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이번엔 전어구이 위에 우렁쌈장의 우렁을 포함한 소스를 담뿍 얹는다. 바다와 육지의 조화가 느껴지는 맛이다. 이어 느티를 음미한다. 신선주에 비해 두 배가량 높은 알코올 도수의 순곡 약주인 느티는 깔끔하면서 고급스러운 맛으로 이 요리와 조화를 이루면서 개운한 마무리를 선사한다.    다음으로는 인삼닭찜을 맛볼 차례. 먼저 느티를 한 잔 음미한다. 살짝 매콤하게 조리한 고기와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앞서 전어구이와의 페어링과 비교해보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증류식 소주인 여유의 뚜껑을 연다. 앞서 맛본 음식과 술이 남긴 입안의 잔향을 단번에 싹 씻어 줄 것이다. 소스를 잔뜩 묻힌 인삼과 감자를 베어 물며 여유 또 한 잔. 닭찜과 맛난 소주의 조화,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맛이다.      ■ 🍳전어구이와 인삼닭찜 레시피 「 전어구이와 우럭쌈장 전어구이와 우렁쌈장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전어 2마리, 소금 약간   우럭쌈장 재료 : 우렁이 300g 배추김치 50g 된장 5큰술다시마육수100ml다진마늘 1/2큰술, 다진파1/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통깨 약간   📌만드는 법 ① 다시마육수에 쫑쫑 썬 배추김치를 넣고 자박하게 끓인다. ② 1에 다진마늘, 다진파, 고춧가루 된장을 넣고 국물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끓이다 마지막에 우렁이살을 넣고 살짝 끓인다.  ③ 전어는 비늘을 손질하고 배를 갈라 내장 및 아가미를 제거한다.   ④ 3의 전어를 포를 뜨고 소금을 뿌려 굽는다.   인삼닭찜 인삼닭찜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닭(9호) 1마리. 인삼 5뿌리, 감자300g, 감초 3개, 대파 35g, 부추50g, 물 1리터, 소금·청주 약간씩 양념장 재료 : 고추장 2큰술, 고춧가루 2큰술, 다진마늘 2큰술, 간장 2큰술, 설탕 1큰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 닭의 내장·기름·뼈 등을 제거하고 소금과 청주로 밑간을 한다.    ② 물 1리터에 대파·감초·인삼·닭을 넣고 센불로 끓인다.   ③ 2의 불이 끓으면 중불로 줄이고 30분 정도 끓인다. ④ 모서리를 둥글게 자른 감자와 양념장을 넣고 약불로 줄여 끓인다. 이때 양념장을 계속 얹으면서 조린다.   ⑤ 마지막으로 부추를 올려 마무리한다.  」  ◦ 다음 편엔 제철 석화와 와인 페어링을 소개합니다.  

    2022.11.09 15:40

  • [쿠킹] 가을비가 내리는 뉴욕과 어울리는 코냑은

    [쿠킹] 가을비가 내리는 뉴욕과 어울리는 코냑은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속 개츠비. 사진 네이버 영화 3년 만에 떠나는 휴가의 목적지는 뉴욕이었다. 뉴욕의 가을은 동명의 재즈곡과 영화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떠날 수 있는 날이 마침 가을의 한복판이었다. 출국 전날, 넷플릭스에서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Rainy Day in New York)’을 다운받았다. 어떤 나라로 떠날 때마다 그 나라의 영화나 소설을 비행기에서 미리 챙겨보는데, 그렇게 하면 낯설기만 한 나라와 내적 친밀감이 생겨 정서적인 시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9)’은 우디 앨런 감독에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 그리고 셀레나 고메즈가 출연한 영화다. 우디 앨런은 가히 뉴욕 전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루클린 출생에 뉴욕대에서 공부했고 이미 ‘맨하탄(1979)’,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1996)’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만든 바 있다. 그가 최근의 시선으로 담은 뉴욕이 보고 싶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개츠비(뉴욕 배경인데 무려 이름이 개츠비다!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 터지게 만드는 우디 앨런의 능력이란)는 뉴욕 근교의 야들리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여자친구는 애리조나 투손의 거물 은행가 딸인 애슐리(엘르 패닝). 애슐리는 교내 영화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평소 좋아하는 감독인 롤런드 폴러드를 맨해튼에서 인터뷰할 기회를 얻게 된다. 개츠비는 애슐리에게 자신의 고향인 뉴욕 구경을 시켜줄 생각에, 애슐리는 인터뷰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맨해튼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애슐리(엘르 패닝). 사진 네이버 영화 애슐리가 롤런드 폴러드를 인터뷰하는 동안 개츠비는 맨해튼 시내를 거닌다. 마침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친구가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니치 빌리지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재즈바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와 ‘블루노트(Blue note)’뿐만 아니라,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과 갖가지 맛집들이 즐비한 동네다. 개츠비는 영화 촬영 중인 친구를 직접 만나게 되고, 그 친구는 개츠비에게 엑스트라로 출연할 것을 권한다. 하필이면 역할은 키스신 당사자 중 한 명이고, 상대는 전 여자친구의 동생인 챈(셀레나 고메즈)이다. 말이 되는 전개일까 싶지만, 이곳은 자유의 도시 뉴욕이고 더군다나 우디 앨런의 영화 아닌가.     그동안 애슐리는 롤런드 폴러드에게 푹 빠진 상태였다. 그가 자신의 작품에 열정적으로 관심 보이는 애슐리에게 특종을 알려주고, 신작 테스트 상영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테스트 상영을 본 뒤 자기 혐오에 빠져 자리를 급히 뜬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장면인데, 나 역시 신나게 초고를 쓰다가 몇 시간 뒤에 퇴고하게 되면 셀프 비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곤 한다. 그가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자 애슐리는 당황한다. 테스트 상영을 함께 보던 각본가 테드 다비도프(주드 로)는 태연하게 애슐리에게 말한다.     “그는 자기 혐오에 빠져 어디선가에서 코냑을 마시며 우리의 일을 망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나폴레옹의 꼬냑이라고도 불리는 쿠르부아지에. 병목 부분에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로고가 있다. 사진 Courvoisier 홈페이지 번역한 자막에는 ‘코냑(프랑스 코냑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의 종류)’이라고 등장했지만, 그가 실제로 말한 술은 코냑의 브랜드인 ‘쿠르부아지에’였다. 헤네시, 까뮤, 레미 마틴 같은 메이저 브랜드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쿠르부아지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디다. 특히 나폴레옹에게 사랑받아 ‘나폴레옹의 코냑’이라고도 불린다. 쿠르부아지에 역시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라벨에 그를 형상화한 로고를 새겨놓았다.     쿠르부아지에의 특징은 다른 메이저 브랜드와 달리 직접 소유한 포도밭이 없다는 점인데, 대신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와인 생산자와 증류소로부터 구매한 다양한 원액을 블렌딩해 코냑을 만든다. 그렇다면 롤런드 폴러드는 왜 ‘쿠르부아지에’를 마셨을까. 영화 속에서 그는 상업적인 타협을 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으로 묘사되고 있다. 대중적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아니기에, 메이저에서 조금은 비켜난 쿠르부아지에를 좋아하는 취향이 사뭇 어울린다.     뉴욕의 브랜디 라이브러리에서 마신 쿠르부아지에 한 잔. 사진 정인성 뉴욕에 도착한 뒤 첫 번째 술로 쿠르부아지에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소호 남쪽에 있는 바 ‘브랜디 라이브러리(Brandy Library)’. 그야말로 코냑 마시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역시나 쿠르부아지에는 있었고 VSOP 등급으로 한 잔 주문했다(XO를 마시기에는 뉴욕의 물가와 환율이 엄청났다). 그날은 영화 속 배경처럼 비가 내렸는데, 움츠러들었던 몸이 나른해질 정도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한 잔이었다. 코냑은 가을과 잘 어울리는 술이다. 날씨가 한결 추워졌을 때는 따뜻하게 데워 마시기도 한다. 손에서 전달되는 온기로 천천히 데우기도 하는데, 이에 적합한 디자인의 글라스를 ‘스니프터(Snifter)’라고 부른다. 비록 브랜디 라이브러리의 글라스는 스니프터가 아니었지만, 손바닥 위에 놓으며 데우기에는 충분했다.   비 내리는 맨해튼에서 챈과 개츠비. 사진 네이버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뉴욕의 곳곳을 감상하기에 훌륭한 영화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센트럴 파크와 같은 명소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풍경 자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재즈가 가득한 OST는 낭만적인데, 그중에서도 티모시 샬라메가 부르는 ‘Everything happens to me’는 제목 그대로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 도시만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언젠가 뉴욕에 방문할 예정이시라면 그 전에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한다. 그때 술 한 잔을 할 수 있다면 손에 ‘쿠르부아지에’가 쥐어져 있길.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고뇌를 담은 영화 '더 퀸'과 애주가로서의 엘리자베스 2세 [쿠킹] [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2022.10.27 09:00

  • [쿠킹] 인생 커피 맛을 갱신해줄,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쿠킹] 인생 커피 맛을 갱신해줄,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 묽고 가볍게 떨어진다. 사진 김다정   “오늘 싱글 에스프레소는 뭐예요?” “‘케냐 야라 피베리(KENYA YARA PB)’입니다. 라즈베리 톤의 산미와 매끈한 마우스필(Mouthfeel, 음료를 입에 넣었을 때 느낌)이 참 좋습니다.”   “오, 그럼 블렌드 에스프레소 주시고, 케냐 싱글도 한 잔 주세요.” “일행분이 계신가요?” “아뇨. 제가 두 잔 다 마시려고요.” “그럼 블렌드 에스프레소를 먼저 드릴게요. 다 드신 후에 케냐 싱글 에스프레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주셔도 되는데요.” “순서대로 드시는 게 더 맛있어서요.” “아, 네. 그럼 그렇게 부탁드려요.”   주문을 받고 머신 앞으로 오니, 우리 직원 ‘다운’ 님이 블렌드용 에스프레소 잔을 이미 세팅해 두었네요. 메뉴를 만들고 서빙하는 과정까지 바리스타들 간에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3년 넘게 함께 커피를 만들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일이기도 하죠. 그건 그렇고, 제가 블렌드 에스프레소를 마신 다음 ‘케냐 야라 피베리’라는 라이트 로스팅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마실 것을 권한 이유가 궁금하시겠죠. 이제 곧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자. 순서대로 먹어봐요.” 직원들 앞에는 다크 로스팅 에스프레소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가 각각 놓여있습니다. 첫 번째 다크 로스팅, 두 번째 라이트 로스팅, 그리고 다시 다크 로스팅 순서입니다. 즉, 처음과 마지막 커피는 같습니다. 같은 커피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한번 살펴보는 거죠.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순서대로 맛을 보더니 미묘한 웃음을 짓습니다.     “아니 왜 다르지? 왜 달라요, 사장님?”   “어떻게 다르죠?”   “처음과 두 번째까진 다 맛있어요. 특히 두 번째 먹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는 평소보다 더 맛있는 거 같은데요?” “세 번째는 어땠어요?” “훨씬 다크해요. 첫 번째로 맛본 커피인데도 굉장히 다르게 느껴져요.”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는 다크 로스팅 에스프레소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사진)로 나뉜다. 사진 김다정   왜 그럴까요? 바로 ‘역치’ 때문입니다. 우리 감각은 모든 자극에 공평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감각은 예민하고 불필요한 감각에는 둔해집니다. 그리고 같은 자극이 반복되어도 감각이 무뎌집니다. 다크 로스팅의 블렌드 에스프레소가 입속으로 들어오면 초콜릿 톤의 진한 향미가, 체리 톤의 산미가, 설탕 같은 단맛이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에스프레소는 보통 농밀하고, 그로 인해 우리를 완벽히 커피에 몰입하게 합니다. 일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농도와 강도와 밀도의 음료이죠. 다크 로스팅한 에스프레소의 플레이버(flavor)에 장악된 우리의 감각은 불균형한 상태가 됩니다. 다크 로스팅의 맛에는 무뎌지고 그 외에는 예민해지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가 입속으로 들어옵니다. 다크 로스팅 에스프레소와는 교집합이 적은, 새로운 에스프레소입니다. 이 순간 우리의 감각은 새로운 자극에 집중합니다. 네, 화사한 꽃향기와 섬세한 과일 향들을 하나하나 짚어낼 수 있죠. 내 감각이 원래 이렇게 좋았던가, 아니면 오늘따라 커피가 더 맛있게 된 건가, 생각할 정도로 말입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커피의 맛에 새삼 놀라게 되는 거죠.   ‘역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외부 자극에 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라고 나옵니다. 역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자극에도 반응한다는 뜻이고, 무뎌졌다는 말은 역치가 높아졌다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역치에 자극을 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맛본 황홀했던 커피 한 잔, 혹은 첫사랑의 경험처럼 말입니다.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는 그대로 마시다가 절반 정도 남았을 때 설탕을 넣어서 마시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김다정   “그때 맛본 그 커피 맛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커피가 아름다운 액체라는 것을 처음 느꼈던 순간의 이야기죠. 그런데 그 순간 이후로 커피의 아름다움에 관한 역치가 무한히 높아졌을지도 모릅니다. 더는 어떤 자극에도 반응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저는 이런 분들께 라이트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권하고 싶습니다.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가 커피에 관한 이전의 기억을 갱신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는 조금 다르게 추출합니다. 에스프레소라고 하면 끈적하게 떨어지는 장면을 연상하지만, 라이트 로스팅 커피는 그보다 묽고 경쾌하게 떨어집니다. 다크 로스팅과 같은 방식으로 추출하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텁텁한 커피가 만들어지죠. 추출법이란 재료인 원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오늘은 19.5g의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아 비교적 빠른 시간인 20초 동안 42g을 추출합니다. 밝고 매끈한 에스프레소의 표면이 아름답습니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장면을 같이 지켜보던 다운 님이 스푼과 설탕을 챙겨 손님께 커피를 내갑니다. 커피가 가진 향미와 특징을 차분히 설명하고서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저는, 커피를 만드는 우리의 일상이 커피처럼 꽤 아름답다고 새삼 생각해봅니다.       ■  「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마신 후 잔에 남은 달콤한 향까지 즐겨보자. 사진 김다정 ① 먼저 눈으로 매끈한 크레마를 감상합니다.   ② 잠시 사진을 찍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엔 향을 맡아 봅니다.   ③ 커피의 정보가 적힌 카드를 같이 서브해 주었다면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푼으로 커피를 저어줍니다.   ④ 네 번째로 한 모금 입에 머금습니다. 그 순간 비강을 가득 채우는 향을 느껴봅니다. 한 모금 더 머금어 봅니다. 이번에는 혀를 자극하며 커피의 맛을 느껴봅니다. ⑤ 커피가 절반 정도 남았을 때 설탕을 넣어도 좋습니다. 과일 주스처럼 변한 에스프레소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⑥ 마지막으로 비운 잔에 남아 있는 달콤한 향을 맡아 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를 즐겁게 맞이합니다.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커피집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카푸치노’를 주문하세요 [쿠킹] 멍하니 쉬고 싶을 날, 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이유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2022.10.14 07:00

  • 가을엔 여기 어때요, 우리술과 단풍 즐기는 국내 양조장 투어 [쿠킹]

    가을엔 여기 어때요, 우리술과 단풍 즐기는 국내 양조장 투어 [쿠킹]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의 ‘한국술 카운슬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답답함은 해소하고 취향에 맞는 한잔 술까지 추천받을 수 있답니다. 우리 술을 ‘힙’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이 대표가 알려주는 전통주에 얽힌 ‘썰’과 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덤입니다.   안동 맹개마을 전경.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야 마을로 진입할 수 있다. 손민호 기자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에 빠졌습니다. 이제 대도시나 이름난 관광 명소는 어지간히 섭렵한 것 같고, 요즘은 테마 여행에 꽂혀있어요. 평소 음식과 술을 좋아해서 식도락 여행을 최고로 치는데, 예전 유럽 여행 때 맥주나 와인 양조장을 찾아간 것이 인상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나라 역시 전통주 양조장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꽤 있던데 어디가 어떻게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가족과 함께 가기 좋은 전국 전통주 양조장 여행지를 추천해주세요.”    사연을 읽자마자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놓고 지역별로 죽- 스캔해봅니다. 당장 가고 싶은 양조장들이 눈에 띄네요. 가을은 양조장으로 여행을 떠나기에 최적의 계절입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아름답게 물든 단풍은 야외 활동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니까요. 잘 익은 과실을 직접 따서 맛보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고, 맛있는 음식에 좋은 술이 더해지면 만족도가 배가 된답니다. 전통주 테라피 마지막 칼럼에는, 필살기를 꺼내 드는 마음으로 ‘지금 꼭 가봐야 할 양조장’ 3곳을 소개합니다.   ① 대한민국 양조장 투어의 끝판왕 ‘맹개마을 & 맹개술도가’   맹개마을로 들어가는 모습. 멀리 소목화당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 대동여주도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가 생각납니다. “한국에 이런 양조장이?”라는 감탄사를 끊임없이 내뱉었던 곳이에요. 그동안 방문했던 수많은 양조장 중에서 가히 ‘끝판왕’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곳입니다.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의 맹개마을은 ‘해가 잘 드는 외딴 강마을’이라는 의미로,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청량산과 낙동강으로 둘러싸여 있는 천혜의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입니다. 마을로 들어가려면 트랙터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야 하는데, 외부와 단절된 만큼 마음껏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6월이면 밀밭, 9월에는 메밀밭의 아름다운 전경을 볼 수 있죠. 바쁜 일상을 잊고 쉬어 갈 수 있는 펜션 ‘소목화당’과 술을 숙성하는 토굴 ‘술 그리다’, 음악회가 열리는 돔하우스도 주목해야 합니다.   양조장 ‘맹개술도가’는 맹개마을 인근 예끼마을에 있습니다. 양조는 예끼마을에서, 숙성은 맹개마을 토굴 ‘술 그리다’에서 이뤄지죠. 아름다운 맹개마을을 일군 장본인은 박성호 씨와 김선영 씨 부부입니다. 대표 술인 진맥소주는 안동의 선비 김유가 집필한 국내 최고(最古) 조리서 『수운잡방』에 등장하는 밀 소주 제조법으로 만듭니다. 여기에서 ‘진맥’은 밀을 뜻하는 한자어. 안동소주를 제조하는 다른 양조장들이 모두 쌀을 재료로 하지만, 100% 유기농 통밀로 만드는 안동소주는 맹개술도가의 진맥소주가 유일합니다. 맹개마을의 청정한 밤하늘에 펼쳐지는 별들을 감상하며 진맥소주 한 모금 머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답니다. 대한민국 양조장 투어의 최고봉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은 필히 다녀오시면 좋겠습니다.   꼭 맛봐야 할 술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 진맥소주 원액을 오크통에 넣고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명품주다. 사진 대동여주도 지난 4월 진맥소주 53도와 오크 숙성 진맥소주인 ‘진맥소주 시인의 바위’가 ‘2022 샌프란시스코 세계주류품평회(SFWSC)’에서 가장 높은 ‘더블골드’ 메달을 수상했습니다. 특히 ‘시인의 바위 54.5%’는 지난 6월 개최한 ‘서울 국제주류 & 와인 박람회’에서 20만 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매진될 정도로 마니아들이 열광하는 제품입니다. 단점은 생산량이 적다는 점이죠. 현재 40도와 54.5도 2종류가 생산되고 있는데, 맹개마을에 가신다면 꼭 이 술을 맛보시길 권합니다.   ② 그림과 음악이 함께 하는 산막골의 와이너리 ‘산막 와이너리’   산막와이너리의 와인 시음장. 사진 대동여주도 한국의 ‘보르도’라 불리는 영동에는 무려 40여 곳이 넘는 와이너리가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소백산맥 언저리에 있는 영동읍 산막골의 ‘산막 와이너리’는 이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리는 곳이에요. 와이너리 1층의 시음장은 아름다운 샹들리에와 피아노, 재즈 음악과 함께 산막 와이너리 안성분 대표의 그림 작품들이 한데 어우러져 근사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안 대표는 와이너리의 대표인 동시에 그림을 그리기 위해 2009년에 귀촌한 서양화가인데, 산막 와이너리 제품의 라벨에는 그의 작품들이 담겨 있습니다.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음악회도 수시로 개최되는데, 딸 김영 씨, 사위 윤영준 씨가 직접 피아노와 기타 연주를 합니다.     산막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은 캠벨과 산머루를 블렌딩한 레드와인 ‘비원’입니다. ‘비밀의 화원’의 준말이죠. 캠벨로 만든 레드와인 ‘화몽’도 있습니다. 꽃향기와 달콤한 과일 향이 많이 나서 한자 ‘꽃화(華)’자와 ‘꿈몽(夢)’을 조합해 이름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국산 포도 ‘청수’로 만든 화이트와인 ‘라라’는 마치 라라라 콧노래를 부르는 것 같은 즐거움을 제품명에 담았다고 합니다. 와인과 작품, 음악이 있는 공간을 찾으신다면 ‘산막 와이너리’를 꼭 방문해보세요.   꼭 맛봐야 할 술 산막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 '비원'과 안성분 대표의 작품. 사진 대동여주도 안성분 대표의 작품이 라벨에 담긴 ‘비원’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캠벨과 산머루를 섞어 만든 ‘비원’은 과실의 싱그러움과 적절한 산미의 밸런스가 돋보이는 레드 와인입니다. 산머루 100%로 만든 ‘비원 퓨어’는 진한 풍미, 기분 좋은 산미와 타닌, 그리고 검붉은 열매의 향이 풍성하게 담겨 있는 와인이죠. 둘을 비교해서 테이스팅하는 재미도 쏠쏠한데요. 산막 와이너리 와인은 드라이한 맛이 특징이라 단맛이 적은 한국 와인을 찾으신 분들에게 더욱 추천합니다.   ③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와이너리 ‘예산사과와인’   예산사과와인 와이너리 모습. 많은 외국인들이 국내 와이너리 체험을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 사진 대동여주도 주한 미군에는 대대로 후임에게 전해지는 일종의 족보(정보 책자)가 있는데, 이 책자에 소개된 한국의 와이너리가 있습니다. 주한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그 핫플레이스는 바로 충청남도 예산에 있는 ‘예산사과와인’입니다. 유럽식 농장 체험형 와이너리인 ‘예산사과와인’은 6천 그루의 사과나무에서 60여 톤의 사과가 생산되는 곳입니다. 예산이 추사 김정희 선생이 태어난 곳이라 그의 호를 제품명으로 담아낸 사과 와인과 증류주 등을 맛볼 수 있죠.     무엇보다 좋은 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기기 좋은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는 점입니다.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드넓은 사과 농장에서 직접 사과 수확도 할 수 있어요. 또 사과 파이와 잼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습니다. 근처 관광지가 많은 것도 장점입니다. 특히 차로 10분 거리에 큰 스파 시설(덕산리솜스파캐슬)이 있어 와이너리와 함께 묶어 코스로 다녀오기 좋습니다.     꼭 맛봐야 할 술 예산사과와인이 만든 고급 사과 증류주, 추사 40. 오크통에서 3년 이상 숙성해 오크 향이 강하다. 사진 대동여주도 한국형 칼바도스로 불리는 사과 증류주 ‘추사 40’은 순수한 사과 과즙만을 발효한 뒤 두 번 증류해 완성하며, 오크통에 3년 넘게 숙성해 깊은 풍미를 자랑합니다. 500㎖ 한 병 가격이 6만 원에 달하지만, 찾는 분들이 많이 늘어 요즘은 물량이 달릴 정도라고 하네요. 퇴근 후 한잔씩 음미해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생굴과의 궁합이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와이너리 방문하실 때 한 병 구매해 놓으셨다가 꼭 굴과 함께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  「 DRINK TIP 양조장 여행을 떠날 때 알아야 할 팁     우리나라 전국 각지에 800여 곳이 넘는 양조장이 존재합니다. 검색해보면 지역의 다양한 양조장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농림부와 aT에서 선정·운영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을 방문해도 좋고,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연한 분들은 대동여주도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 문의 글을 남기셔도 됩니다. 원하는 양조장을 찾았다면, 방문 전에 꼭 미리 전화로 문의를 해주세요. 술 빚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이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한 뒤 방문하시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가 쓰는 방법인데, 방문한 양조장 근처의 맛집이 궁금할 때는 해당 양조장 대표님에게 문의하시면 됩니다. 근처 맛집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려주실 겁니다. 」  이지민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요즘 핫한 전통주, 추석에 환영받을 우리술 추천 [쿠킹] 여름휴가를 더 시원하고 즐겁게 만들어 줄 ‘여름 전통주’ [쿠킹]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줄 우리 술, ‘꽃잠’과 ‘지란지교’ [쿠킹] 17년 쉬지 않고 달려온 아빠를 위한 막걸리 한 잔 [쿠킹] 인생을 바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우리 술

    2022.10.07 09:00

  • 고뇌를 담은 영화 '더 퀸'과 애주가로서의 엘리자베스 2세 [쿠킹]

    고뇌를 담은 영화 '더 퀸'과 애주가로서의 엘리자베스 2세 [쿠킹]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내가 응원하는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인 아스널은 소셜 미디어를 부지런하게 운영한다. 경기가 끝나면 최종 점수와 득점자 명단은 물론이고, 통계적으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도 공유할 정도다. 최근에는 15세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던 어떤 선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아스널 소셜 미디어가 얼마 전에 있었던 유로파 리그 승리 직후에는 어떤 포스팅도 하지 않았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문 사진에는 기존의 새빨간 로고가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소식이 막 퍼지던 날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부터 70년 동안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의 군주 자리에 있었다. 그동안 영국 총리는 열다섯 명이 바뀌었고, 종신 임기가 보장된 교황 역시 여섯 차례 변경됐다. 자국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독재자들조차 여왕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는 집권 기간이었다. 그야말로 한 시대가 저문 셈이다.     2007년 국내 개봉한 영화 '더 퀸'. 사진 네이버 영화 평민 중의 평민이어서 한 톨의 연관성도 없는 나조차도 그날만큼은 먹먹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무언가가 변하고 사라진다는 것은 언제나 생경한 일이다. 여운이 짙은 마음에 손길이 향하던 것은 여왕의 일생을 직접 다룬 거의 유일한 영화 ‘더 퀸’(2007)이었다. (물론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이 더 심도 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더 퀸’은 엘리자베스 2세의 고뇌를 비추는 영화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문구처럼, 군주에게는 드높은 명예와 권력만큼 모든 행동에 큰 책임이 따른다. 긴 집권 동안 아마도 여왕이 가장 신경 썼을 일은 자신의 왕관을 이어받을 후보인 맏아들 찰스 3세(찰스 왕세자)였을 것이다. 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찰스 3세 역시 엄마의 속을 썩이는 인물이었다.     왕세자였던 찰스 3세는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다이애나 스펜서(다이애나 왕세자 비)와 결혼했지만, 순탄하지 못한 왕실 생활과 불화 끝에 이혼하게 된다. 원인은 찰스 3세의 불륜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이애나 스펜서는 이혼 다음 해에 파리에서 파파라치들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다이애나를 사랑했던 영국 국민은 충격에 휩싸이고, 온 국가는 애도의 물결로 슬픔에 잠긴다. 영화는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영화 '더 퀸'의 한 장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엘리자베스 2세가 만나는 장면이다. 사진 네이버 영화 처음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왕실의 반응은 충격이었지만 슬픔과는 거리가 멀었다. 슬퍼하는 것은 찰스였을 뿐, 이들은 다이애나의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 왕세자 형제들에 대한 걱정이 더 컸을 뿐이었다. 바로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가겠다는 찰스에게, 왕족의 죽음도 아닌데 웬 수선이냐는 반응도 보인다. 마침 이들은 스코틀랜드 발모럴 성에서 휴가 중이었다. 조기를 걸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런던으로 돌아오지도 않자 영국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생전에 다이애나 스펜서와 엘리자베스 2세의 관계는 일반적인 고부 갈등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다소 보수적이었던 여왕과 달리, 다이애나는 대중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며 국민과 정서적으로 가까웠고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있었다. 이런 그의 죽음을 왕실이 등한시하려 하자, 왕실 존폐에 대한 여론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 엘리자베스 2세는 결심해야만 했다. 왕실의 전통적인 규율을 고수할 것인가, 한발 물러서며 소통할 것인가.     영화 ‘더 퀸’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과거의 실제 영상을 곳곳에 삽입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여왕의 고뇌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럴 때 술 한 잔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 공식 석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엘리자베스 2세는 애주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2006년 엘리자베스 2세의 모습. 여왕의 손에 들린 술이 진 앤 듀보넷으로 추정된다. 사진 Telegraph 엘리자베스 2세의 개인 요리사로 10년 이상 일했던 ‘대런 맥그레이디’, 동생인 ‘마가렛 로즈’ 등의 인용에 따르면, 여왕은 다양한 술을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술 취향이 자신의 가족과 유사한 점이 흥미로웠다.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는 성향은 아들 찰스와 같았고,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로 알려진 ‘진 앤 듀보넷(Gin and Dubonnet)’은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듀보넷은 프랑스의 아페리티프(식전주, Apéritif)로, 주정강화와인에 블랙커런트와 퀴닌 등을 포함한 각종 허브와 향신료를 인퓨징 및 블렌딩해 만든 술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식전주 역할을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는 진과 듀보넷을 1:2 비율로 섞고 슬라이스한 레몬을 넣어 마시는 걸 즐겼다고 한다.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추모하는 마음으로 한잔 만들어서 마셔보고 싶었지만, 듀보넷이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한편, 2020년 7월 버킹엄 궁은 여왕의 정원에서 수확한 재료들로 자체 브랜드 진을 출시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판매됐던 이 진은 8시간 만에 매진되었다.   버킹엄 궁에서 출시한 자체 브랜드 진. 사진 Reuters 여왕이 점심 식전주로 진 앤 듀보넷을 마셨다면, 저녁에는 달콤한 독일 와인 또는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독일 와인은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로 추정된다. 샴페인으로는 로열 워런트(왕실 납품 인증) 브랜드인 멈(MUMM), 크룩(KRUG), 랑송(LANSON),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모엣 샹동(MOET & CHANDON),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폴 로저(POL ROGER) 그리고 볼랭저(BOLLINGER)를 마셨을 것이다. 이 중에서 볼랭저는 아들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손자인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만찬주로 대대로 사용될 만큼 영국 왕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2년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로이터=연합뉴스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는 고심 끝에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전통을 고수했을까, 현대를 따랐을까. 앞으로는 여왕의 삶을 조명하는 여러 콘텐트가 나올 것이다. 여왕의 다채로운 면모 중에서 술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영화도 등장하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관련기사 [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2022.09.30 09:00

  • [쿠킹]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쿠킹]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 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1920년대 이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칵테일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진 해리스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 대표 술이라고 하면, 보통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하는 브랜디 ‘코냑’이나 와인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코냑과 와인은 프랑스에서 많이 소비되는 술이죠. 그럼 프랑스 칵테일은 어떨까요? 현업에 종사하시는 바텐더 혹은 믹솔로지스트(칵테일 전문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칵테일을 바로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들이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의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칵테일을 파는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파리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는 물론이고 프랑스풍의 식당 ‘브라셀리(brasserie)’에서도 칵테일을 많이 판매하니까요. 물론 훌륭한 술집과 클럽도 많이 있답니다.   1920년대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인에게 칵테일은 조금 낯선 술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칵테일이 언급된 것은 1889년 에밀 르프브르(Emile Lefeuvre)가 출판한 『미국, 영국, 이탈리안 술을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Méthode pour composer soi-mème les boissons américaines, anglaises, italiennes)』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이 나온 후 얼마간은 칵테일에 관해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듯합니다. 왜냐면 프랑스는 칵테일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술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특히 와인이 대세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큰 이슈가 발생하면서, 프랑스 파리의 칵테일 문화도 바뀌게 되죠. 바로 금주법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며 주류 업계의 여러 종사자, 그러니까 바텐더와 바 소유주 그리고 술을 원하는 소비자 같은 사람들이 유럽으로 넘어갔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음주문화가 성황이었다고 해요. 이렇게 칵테일 붐이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칵테일 문화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자리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의 몇몇 호사가들은 “칵테일의 발전은 프랑스 파리의 카페가 만들어 낸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미국의 금주법 같은 상황들이 겹쳐 있었고 다른 나라들도 칵테일이 발전하던 시기라 100%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많은 종류의 클래식 칵테일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건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재료를 이용해 프랑스에 있는 술집에서 탄생한 여러 종류의 클래식 칵테일들은 미국인, 아일랜드인, 영국인 바텐더들이 만들어 낸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파리에 위치한 해리스 뉴욕바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진 해리스 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그중에서 특히 유명했던 바텐더와 바가 있습니다. 파리에 있는 ‘해리스 뉴욕바(Harry’s New York Bar)’에서 근무하던 밥 카드(Bob Card)와 해리 맥켈혼(Harry Macelhone), ‘라 정글(La Jungle)’에서 근무하던 지미 차터스(Jimmy Charters)입니다. 그들 중 밥 카드는 해리스 뉴욕바에서 일하며 ‘터널(Tunnel)’이라는 칵테일을 개발해 1929년 국제 프로 바텐더 챔피언십에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     파리는 물론 프랑스 남부 해변 도시까지 칵테일 붐이 일어나면서 반작용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프랑스 와인 회사들은 19세기 후반까지 인기를 끌던 압생트(여러 식물의 추출물을 섞어 증류한 술입니다. 일명 ‘악마의 술’이라 불렸으며 향정신성 약물 및 환각제로 묘사되어 판매가 금지됐다가 1990년대에 일부 술의 레시피를 수정 보완해 재판매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 칵테일 불매운동, 반 칵테일 광고 캠페인 등을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상품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며 반대 운동을 한 것이죠.     그 와중에 몇몇 주류회사들은 오히려 칵테일의 유행을 기회로 삼아 각자 회사에서 판매하는 주류를 홍보했습니다. 노일리 프랏(Noilly Prat), 페르노(Pernod), 쿠앵트로(Cointreau) 등, 여러 회사가 자사 제품을 이용해 칵테일을 개발하고 홍보하면서 회사 매출을 올렸죠. 당시에 등장한 칵테일 중에는 ‘사이드카(The Side Car)’, ‘칵테일 프랑스(The Cocktail France)’, ‘알래스카(Alaska)’가 대표적입니다. 요즘은 클래식 칵테일 또는 빈티지 칵테일로 분류되고 있죠.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독하게 깔끔한 맛을 표현해내는 남자다운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The Boulevardier)’   프랑스를 대표하는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도수는 32.43%이다. 사진 김형규 “이탈리아에 네그로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블러바디에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네그로니와 흡사한 레시피의 칵테일이죠. 많은 미국 기자들이 1920년대에 파리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던 술집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외국 기자들이 자주 마시던 칵테일이 바로 ‘블러바디에’입니다. 블러바디에는 ‘큰 대로를 걸어 다니는 행인’이라는 뜻으로 Boulevard(대로)+ier(접미사)가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버번위스키의 독함이 느껴지고, 뒤에 깔끔하고 달콤함이 따라오는 술입니다.     재료 준비 라이 버번위스키 45mL, 캄파리 30mL, 스위트 베르무트 30mL, 오렌지 트위스트(가니시용),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가니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는다.   2. ➀에 얼음을 반쯤 채우고 20초 정도 잘 저어준다.   3.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에 완성한 칵테일을 넣은 후 가니시를 얹는다.     ② 브랜디의 섬세함과 상큼한 시트러스가 매력적인 ‘더 사이드카(The Side Car)’   더사이드카는 시트러스한 맛과 향이 가미된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이다. 도수는 24%. 사진 김형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즐겨 만드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사이드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얽혀 있습니다. ‘해리스 뉴욕바(Harry’s New York Bar)‘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더 리츠(The Ritz)‘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죠. 바를 찾는 단골손님이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술집을 찾아, 이 술을 자주 주문하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브랜디의 맛 뒤에 따라오는 오렌지와 레몬의 맛이 특징입니다.     재료 준비 브랜디 45ml, 오렌지 리큐르 30mL, 레몬주스 30mL, 오렌지 또는 레몬 껍질(가니시용), 칵테일 글라스 만드는 법   1. 가니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칵테일 셰이커 안에 넣은 후 얼음을 2/3 정도 채우고 뚜껑을 닫는다.   2. 내용물이 차가워지면서 잘 섞일 수 있도록 셰이커를 잘 흔들어준다.   3. 칵테일 글라스 안에 얼음을 제외한 칵테일만 조심스럽게 따르고 가니시로 마무리한다.         ■  「 DRINK TIP 맛있게 즐기는 법  ▪ 파리지앵 칵테일과 어울릴 1920~1930년대 플레이리스트 Jelly Roll Morton ‘Black Bottom Stomp’(1926) Louis Prima ‘Sing It Way Down Low’(1934) Miff Mole ‘The New Twister’(1927) ▪ 파리지앵 칵테일과 어울릴 영화 제목 :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감독 : 우디 앨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1920년대의 프랑스를 재현했는데요. 당신의 분위기를 화면으로 보면서 파리지앵 칵테일을 마셔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금주법 시대를 추억하며, 은밀한 칵테일 한 잔 [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 미각을 깨우는 식전 칵테일 한 잔!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문화 [쿠킹] 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2022.09.23 09:00

  • [쿠킹] 여름이 라거라면, 가을에는 풍성한 맛의 '이' 맥주

    [쿠킹] 여름이 라거라면, 가을에는 풍성한 맛의 '이' 맥주

    손봉균의 〈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맥주의 색이 어두울수록 맛과 향은 더 진해진다. 사진 Pixabay ‘맥아’는 싹틔운 보리를 말합니다.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맥아는 보리 싹을 틔운 후 말리거나, 볶거나 태우는 등의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거나 강할수록 맥아는 구운 향이나 색이 진해지고, 그것이 맥주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죠. 즉, 맥주의 색은 그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한 맥아의 색과 동일합니다.   맥아는 볏짚 색입니다. 열을 가하면 살짝 붉은색이 돌죠. 더 센 열을 가하면 갈색, 그보다 더하면 까만색까지 낼 수 있습니다. 밝은 황금색을 띠는 라거 맥주는 싹틔운 보리를 가볍게 말리기만 한 맥아를 사용합니다. 색이 진한 흑맥주는 커피 원두를 볶을 때처럼 강한 열을 맥아에 가해 나온 결과이죠. 따라서, 맥주의 색이 진해질수록 맥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 또한 기본적으로 진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마시는 ‘맥주’라 하면, 톡톡 터지는 청량함과 탄산 가득한 라거가 자연스레 떠오르죠. 반면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은 맛이 더 진한, 그러니까 색도 조금 더 진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끽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색이 진한 맥주는 술 자체에 담긴 맛도 풍부해서, 다양한 음식과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더위에 양보했던 미각도 되돌릴 겸, 풍성한 맥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다크 맥주를 추천해보겠습니다.     ① 단풍과 똑 닮은 붉은색의 맥주 ‘레드라거’   색이 붉어 가을과 더 잘 어울리는 레드라거. 사진 생활맥주 공식 인스타그램 레드라거는 ‘생활맥주’ 펍과 ‘제주맥주’의 협업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진한 빨간색 캔에 브랜드와 맥주 이름을 간결하게 적은 심플한 디자인이 눈에 쏙 들어오죠. ‘레드라거’라는 이름에 맞게 붉은 맥주 색이 가을 단풍과 똑 닮은 맥주입니다. 맥아를 살짝 볶을 때 나오는 붉은색은 과하지 않은 구운 향과 고소함을 맥주에 불어 넣어줍니다. 라거보다는 묵직한 향을 가지고 있고, 청량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죠. 구수한 견과류와 캐러멜 향이 살짝 나고, 조금 남아있는 단맛과 은은한 홉 향이 입맛을 자극해 안주를 부릅니다. 맥주가 안주를 부르니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 될 조합이지만, 가을에 안주와 즐기기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 맥주에 고소함이 있을수록 맵싸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떡볶이의 매콤함은 레드라거가 잡아주고, 맥주의 깔끔한 탄산은 떡볶이 맛을 더 올려줍니다. 튀김과 순대에 떡볶이 소스 듬뿍 묻혀서 레드라거와 한잔하는 ‘깔맞춤’ 페어링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②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는 ‘바이스비어 둔켈’   파울라너 바이스비어 둔켈은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진 파울라너 공식 인스타그램 맥주로 유명한 독일의 파울라너 양조장에서 만든 어두운색의 밀맥주입니다. 바이스비어는 밀맥주를 뜻하고, 둔켈은 어둡다(Dark)는 뜻입니다. 맥주를 어둡게 만들기 위해서 맥아를 태우듯이 열을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운 맥아의 맛이 풍성하게 남겨지죠. 파울라너 바이스 둔켈이 놀라운 이유는 밀맥주 특유의 부드러운 바디감은 유지하면서 구운 맥아의 향까지 풍부하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마시는 순간 바나나, 정향, 후추 같은 밀맥주 특유의 향이 코로 넘어오고, 동시에 입으로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곡물의 향이 조화롭게 밀려듭니다.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밸런스가 완벽한 바이스비어 둔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마시기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탕짜면(탕수육+짜장면) 바삭한 튀김이 가진 밀가루 향은 밀맥주를 당기게 합니다. 또 짜장면의 달콤한 맛은 흑맥주를 떠오르게 하죠. 밀맥주와 흑맥주의 밸런스를 잘 갖춘 흑밀 맥주 ‘바이스비어 둔켈’의 조화로움과 탕짜면의 조화로움을 동시에 느껴보세요.     ③ 깊고 진한 맛에 탄산까지 갖춘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부드럽게 즐기기 좋은 흑맥주다. 사진 기네스 공식 인스타그램 어두운색의 맥주를 ‘스타우트’라는 대명사로 만들어낸 맥주회사 기네스의 흑맥주입니다.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기네스 맥주로는 ‘기네스 드래프트’와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가 있죠. 흑맥주를 양조할 때 사용하는 맥아는 쓴맛이 날 정도로 강하게 볶아서 색도 검고 맛도 진합니다. 기네스 드래프트는 스타우트의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질소를 넣어 만든 버전이라 부드럽게 마실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소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흑맥주 본연의 다크초콜릿과 커피 향이 나며 쓴맛에 탄산까지 갖춰, ‘스타우트’의 맛을 확 살려줍니다. 기분 좋은 탄산에 다크한 맥주의 깊고 진한 맛까지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숯불에 구운 쪽갈비 불에 노출된 강도가 센 흑맥주일수록 불에 직접 구운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숯 향이 가득 스며든 쪽갈비 한 점에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한 잔을 곁들여보세요. 음식과 맥주의 맛 모두 증폭되어 “아, 이게 바로 페어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알싸한 데킬라부터 상큼한 배까지, 풍부한 향으로 치장한 맥주 [쿠킹] [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 "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

    2022.09.16 09:00

  • [쿠킹] 커피집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카푸치노’를 주문하세요

    [쿠킹] 커피집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카푸치노’를 주문하세요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카푸치노는 커피집의 기술이 집약된 메뉴다. 사진 김다정 “왜 카푸치노를 추천하셨어요?”   “사장님이 커피집의 실력을 한잔의 커피로 알고 싶을 땐 카푸치노를 먹어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모님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연재씨의 이모님과 사촌 오빠가 카페를 찾아왔습니다. 가족에게 어떤 커피를 추천하는지 궁금해 멀리서 지켜보니 카푸치노를 권하더군요. 연재씨의 말대로, 카푸치노는 커피집의 기술이 집약된 메뉴입니다. 카푸치노 한 잔을 제대로 만드는 집이라면 다른 메뉴 역시 맛있을 확률이 매우 높지요. 저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연재씨는 우유를 준비합니다. 카푸치노에 사용할 에스프레소는 가능한 한 농밀하게 추출합니다. 빈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죠. 이때 빈틈은 ‘물’입니다. 필요 이상의 물이 섞인, 농도가 낮은 에스프레소로는 맛있는 카푸치노를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카푸치노에 들어갈 에스프레소는 매우 농밀하게 추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김다정   아주 차갑게 보관한 우유를 스팀 피처에 190g 정도 담습니다. 커피머신의 스팀 봉에 맺혀있는 물은 빼줍니다. 우유에 물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요. 스팀 봉을 당겨 스팀 피처 속으로 넣습니다. 우유의 수면에 스팀 팁이 살짝 잠기게 한 뒤 레버를 당깁니다. 뜨겁고 강한 공기가 우유 속으로 분사됩니다. 스팀 팁을 재빠르게 우유 수면으로 올려 우유 속으로 공기를 주입합니다. 공기는 우유 속으로 들어가 거품이 됩니다. 이때 스팀 팁과 우유 수면 사이의 공간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최대한 고운 거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품이 커질수록 입에 닿는 촉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죠.     우유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충분한 거품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뜨거운 우유에서 만들어진 거품은 거칩니다. 목표는 처음 스팀 피처에 담았던 우유 높이의 절반, 그러니까 부피가 150%가 될 때까지 거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거품을 충분히 만든 후 스팀 봉을 다시 수면 아래로 넣습니다. 스팀 봉의 방향을, 우유와 거품이 뒤섞인 이 액체 비슷한 물질이 스팀 피처 내에서 크게 회전할 수 있는 무게 중심으로 고정합니다. 이때 우유의 표면은 반짝이듯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 좋습니다. 푸석한 상태라면 실패죠. 스티밍을 멈추는 시점은 우유 온도가 65도를 넘기 전, 바로 지금입니다.     “스팀 잘 됐어요.” “에스프레소도 딱 좋아요. 그럼 부어 볼까요.”   진득한 에스프레소 위에 잘 쳐진 스팀 우유를 부어 카푸치노를 만든다. 사진 김다정   이 순간이 가장 극적입니다. 하루의 노고를 모두 잊게 하는 순간이죠.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일에는 고됨과 귀찮음이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커피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인데, 고된 육체노동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정신노동이 동시에 진행돼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하게 만들어요. 좋아서 시작한 일임에도 처음에는 하루를 오롯이 버텨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이 순간, 매우 잘 쳐진 스팀 우유를 진득한 에스프레소 위에 붓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도 100%의 즐거움만 가득합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의 에스프레소 사이로 하얀 스팀 우유가 침투합니다. ‘침투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이때의 에스프레소와 스팀 우유는 어떤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고밀도의 액체(유동성 고체라 해도 어울릴 정도의) 상태니까요. 커피잔에 우유가 70% 이상이 차오르면 스팀 피처를 잔에 붙여 하얀 우유 거품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잔이 넘칠 듯 스팀 우유를 붓습니다. 넘칠 것 같지만 넘치지 않는 것은 액체의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잔 받침에 티스푼을 얹어 바로 손님에게 서빙합니다.   웻 타입의 카푸치노는 층 분리가 되기 전에 다 마시는 것이 좋다. 사진 김다정   카푸치노는 만든 즉시 먹어야 가장 맛있습니다. 그래서 카푸치노는 한 잔씩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간혹 일행인 손님 두 명이 모두 카푸치노를 주문할 때가 있습니다. 먼저 카푸치노를 받은 손님은 혼자 마시기 미안해 상대의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죠. 그러는 사이 공기보다 가벼운 거품은 커피의 수면으로 떠오르고, 무거운 액체는 중력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가라앉죠. 소위 층이 분리되고 맙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 속은 타들어 갑니다.    “사장님, 아이스 카푸치노 만드셔야 합니다.”   거품기에 140g의 우유를 계량하던 연재 씨가 이모님의 얼굴을 연신 살피는 저를 채근합니다. “맛있다고 하시니까, 걱정하지 말고 샷 뽑으시죠”라면서요. 다시 에스프레소를 추출합니다. 필터 바스켓에서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를 면밀히 관찰합니다. 압력이 지나치면 에스프레소의 색이 탁하고, 부족하면 금세 노란색으로 옅어집니다. 붉은빛이 도는 진한 갈색의 에스프레소가 반짝거리며 떨어질 때가 가장 좋죠.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드는 과정. 사진 김다정   얼음이 들어가는 커피 메뉴는 쉽게 농도가 연해집니다. 가급적 더 진하게 추출하려는 이유죠. 특히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가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추출한 에스프레소도 만족스럽네요.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우유가 들어있는 거품기에 넣어줍니다. 이제 거품을 만들 차례이죠. 원리는 우유를 스티밍할 때와 흡사합니다. 단지 기계의 힘 대신 사람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카푸치노는 향보다 식감이 먼저 느껴지는 커피입니다. 꽉 차 있는 밀도가 주는 포만감 때문인지 허기를 채워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카푸치노는 ‘마신다’는 표현보다 ‘먹는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커피의 향은 카푸치노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삼키는 동안 고소하게 전해지기 시작하죠. 그러는 사이에도 거품과 거품이 아닌 것들은 조금씩 분리되어 버립니다. 그러고 보면 카푸치노란 ‘어떤 상태’에 해당하는 듯합니다. 완성한 후 아주 잠시만 허락되는 특별한 순간의 상태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층이 분리됩니다. 빨리 드시는 게 맛있습니다.”   카푸치노를 손님에게 드릴 때 빼놓지 않는 말이죠. “이건 좀 다르게 생겼네요. 카푸치노는 보통 하얀 우유 거품이 올라가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가 올라가지 않나요?” 그렇게 만드는 방식을 ‘드라이(dry) 타입’이라고 합니다. 거품을 따로 올려주죠. 그래서 거품층이 더 두껍게 올라갑니다. 거품층이 얇고 스팀 우유가 더 들어간 것을 ‘웻(wet) 타입’이라고 합니다. “아, 이거 진짜 맛있네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즐거워 보이는 손님의 표정에 안도합니다. 확신에 확신을 더해 만들지만, 커피가 우리 손을 떠난 뒤의 평가는 우리 몫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  「 DRINK TIP 카푸치노를 즐기는 법 드라이 카푸치노를 주로 먹어왔다면, 한 번쯤 “시나몬 빼고, 웻 타입으로. 뜨겁지 않게”라고 주문해보세요. 카푸치노는 완성되어서 나오자마자 마셔야 합니다. 커피를 모두 비울 때까지 손에서 컵을 내려놓지 않고 한 모금 두 모금 이어서 마셔보세요. 다 마셨다면 컵은 내려놓고 잠시 여운을 즐깁니다. 마지막으로 컵을 돌려주며 “잘 먹었다”고 말해보세요. 이때 바리스타와 눈을 맞추며 가볍게 웃어주면 더 좋습니다.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 [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쿠킹] 멍하니 쉬고 싶을 날, 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이유    

    2022.09.02 07:00

  • [쿠킹] 요즘 핫한 전통주, 추석에 환영받을 우리술 추천

    [쿠킹] 요즘 핫한 전통주, 추석에 환영받을 우리술 추천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 전통주 전문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의 ‘한국술 카운슬링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답답함은 해소하고 취향에 맞는 한잔 술까지 추천받을 수 있답니다. 우리 술을 ‘힙’하게 알리는 일에 앞장서는 이 대표가 알려주는 전통주에 얽힌 ‘썰’과 술을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은 덤입니다.   명절 선물로 전통주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추석 명절에 온 가족이 모일 예정이라 함께 마실 수 있는 전통주를 고민 중이에요. 우리 가족 모임은 종일 술을 마시거나 강권하지 않는 분위기예요. 지난 설날엔 독특한 풍미를 지닌 이탈리아 와인 한 병을 챙겨갔더니 어른들도 은근히 한 잔씩 즐기시더라고요! 이번엔 또 어떤 술을 가져가 볼까, 고민하고 있답니다. 음식은 간결하게, 술자리는 가볍게 이어지는 요즘 명절 풍경에 어울릴 멋스러운 전통주를 추천해주세요”     요즘 전통주가 참 핫하죠. 다양한 전통주가 많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전통주를 온라인에서도 쉽게 살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막상 사려고 하면 고민에 빠져버리고 맙니다. “어떤 술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라거나 “어떤 술이 맛있는 건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더군요. 전통주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건 큰 장점이지만, 제품 판매 페이지에는 대부분 생산자와 원재료 그리고 맛에 관한 간단한 내용만 명기하고 있어서, 어떤 기준으로 술을 골라야 할지 혼란스러워지는 것이죠.     이 같은 고민을 덜기 위해 대동여주도에서는 ‘한국술 테이스팅 리포트’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통주 전문가들과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가 직접 발굴하고 엄선한 술을 소개하며, 전문가들의 관능 평가와 점수를 매주 발행하고 있죠. 이 데이터를 토대로, 아주 내공 있는 양조 전문가들의 전통주 2종을 준비해봤습니다. 명절 가족 모임에 어떤 전통주를 고를지 고민 중이라는 독자의 요청에 딱 부합할 그런 전통주입니다. 우리 전통주에 관해 맛 경험이 꽤 있는, 또는 술의 가치를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술입니다.     ① 술빚기의 고수 ‘내올담’ 안담윤 대표의 ‘담 시리즈’   전통주 업계에도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고수가 많은데, 그중 한 명이 바로 ‘내올담’의 안담윤 대표입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삼해약주 보유자인 권희자 선생에게 사사했으며, 각종 술 빚기 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른바 술빚기의 고수입니다. 농식품부 장관상, 식약처장상, 서울시장상 등 수상 이력도 화려하죠. 특히 그는 고조리서에 나온 술을 직접 빚어보며 연구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쌀의 전처리 과정과 물과 누룩 등의 함량을 달리한 64종의 술로 박사 학위를 받았죠. 여담이지만 이때 저도 술 평가에 참여했는데, 64종의 술을 하나씩 맛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담 골드(사진 왼쪽), 약주, 도수 12%, 용량 500mL, 4만 원대. 담 진주, 탁주, 도수 9%, 용량 500mL, 3만 원대. 사진 대동여주도   이 64종의 술 중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총 3종의 술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습니다. 탁주인 ‘담 진주’, 약주인 ‘담 골드’, 소주인 ‘담 다이아몬드’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보석을 컨셉으로 했죠. ‘담 진주’는 ‘백하주’ 제법을 바탕으로 탄생했습니다. 빛깔이 흰 아지랑이 같다고 해서 ‘백하주’라고 하죠. 멥쌀과 찹쌀을 사용해 삼양주(3번 나눠 발효한 술)로 빚었으며, 5주간의 발효와 4주간의 숙성 기간을 거칩니다. 진주처럼 깨끗하면서도 담백한 맛을 지녔습니다.     ‘담 골드’는 황금주 제법으로 만듭니다. 역시 술이 황금처럼 맑은 노란색을 띠어서 황금주입니다. 순 멥쌀 범벅과 고두밥으로 전처리하고, 5주간의 발효, 10주간의 숙성을 거쳐 완성합니다. 드라이하면서 깔끔하고 산뜻한 산미가 특징이죠. ‘담 다이아몬드’는 ‘푸른 빛이 감돌며 향이 좋은 술’이라는 뜻을 가진 벽향주를 발효해 상압증류(대기의 압력과 동일한 상태에서 증류)했습니다. 그리고 항아리에서 1년 이상 숙성합니다. 곡류의 향, 그리고 아카시아꽃 향, 잘 익은 과일 향이 느껴지며, 마셨을 때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는 소주입니다.     무엇보다 ‘내올담’의 술은 달지 않은 게 매력입니다. 안담윤 대표가 추구하는 술이 ‘달지 않아 식사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술’이기 때문입니다. 맛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단맛이 적어 마시고 난 뒤에 잡맛이 남지 않죠. 단맛을 좋아한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음식과 함께 먹는다면 한 병을 금세 비울 정도로 마성의 매력을 갖춘 술입니다. 다만, 3가지 술 모두 생산량이 적습니다. 명절 선물로 구매를 원하신다면, 양조장에 서둘러 문의할 것을 권해봅니다.   푸드페어링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밥처럼, ‘담 진주’는 마실수록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깔끔하면서도 드라이한 맛으로 옥돔이나 민어 같은 담백한 생선구이, 또는 육전과 잘 어울립니다. 명절 밥상에 올라오는 각종 나물과 같이 먹어도 좋습니다. ‘담 골드’는 깔끔하고 단맛이 적어 신선한 생선회부터 육회, 전골 요리 등 다양한 음식과 두루 잘 어울립니다. ‘담 다이아몬드’는 한우 등심구이나 사태찜 같은 요리를 추천합니다.     ② 누룩 명인의 수제 누룩으로 빚은 술, 한영석 명인의 ‘청명주’ 술을 만드는 재료로 보통 쌀, 물, 누룩을 꼽습니다. 각각의 요소가 모두 중요하지만, 술이 발효하려면 무엇보다 누룩의 역할이 큽니다. 어떤 누룩을 쓰느냐에 따라 술맛이 달라지고, 품질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때문에, 자가 누룩을 만드는 양조장에서는 누룩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합니다. 하지만 현재 전통 누룩을 사용해 술을 빚는 양조장은 많지 않습니다. ‘송학곡자’와 같은 몇 남지 않은 누룩 공장에서 생산하는 누룩을 쓰는 곳도 있지만, 일본식 발효제인 입국을 쓰는 곳들이 많죠.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누룩 명인’으로 불리는 한영석 대표의 존재는 반갑기만 합니다.     이분의 첫 번째 술 ‘청명주’가 처음 출시됐을 때 SNS에서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맛있다”는 극찬과 함께 순식간에 3000병이 팔렸으니까요. 결국, 청명주를 구하지 못한 많은 사람이 다음 배치를 기다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죠. 척수염을 앓으면서 발효 식품에 관심을 가진 한영석 대표는 식초 만들기, 술빚기, 누룩 제조 등을 두루 익히고 2020년 7월 누룩 명인으로 지정됐습니다. 그리고 올 초 첫 번째 술인 ‘청명주’를 선보였습니다.   청명주. 약주, 도수 13.8%, 용량 375mL, 2만 원대. 사진 대동여주도 ‘청명주’는 1600년대 말~1700년대 초에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고조리서 『주방문(酒方文)』에 제조법이 소개된 술입니다. 24절기의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일’에 담가 마신 술이죠. 100% 찹쌀을 쓰며, 60일간 직접 띄운 누룩을 써서 90일간의 발효와 숙성을 거쳐 완성합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2차 배치(두 번째 누룩으로 빚어낸 술)에는 찹쌀과 녹두를 8:2로 한 ‘향미주국’ 누룩을 썼는데, 입안 가득 잘 숙성한 약주의 감칠맛과 농축미가 가득 담겼습니다. 적당한 단맛과 산미가 있어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죠.     1차 배치(첫 번째 누룩으로 빚어낸 술)에서는 새콤달콤함이 포인트였다면 2차 배치에서는 농밀한 풍미와 숙성미가 더 깊이 있게 다가옵니다. 명절 음식이나 고기류와도 잘 어울려서 가족이 모이는 술자리에 제격이고, 과일이나 디저트와 가볍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언제 한 병을 비웠나? 싶을 정도로 음용감이 좋습니다. 누룩의 가치를 이어가는 술, 누룩 명인의 술이라는 다소 묵직한 사명감이 꼬리표처럼 달려 있으나, 청명주는 그 사명감에 걸맞은 술입니다. 또한 “나도 한영석 명인 술을 맛보았다”고 인증 포스팅을 날릴 만한 술이죠. ‘청명주’ 역시 배치 별로 한정 물량만을 출하합니다. 수량이 많지 않은 점을 꼭 참고해주세요.   푸드페어링  약주인 ‘청명주’는 명절에 차례주로 올리고, 온 가족이 함께 음복하기에 좋습니다. 명절 음식 중에서는 전채요리, 잡채 등의 음식에서부터 생선찜이나 고기 요리와 두루 잘 어울립니다. 감칠맛이 상당히 좋아서 간장 양념으로 요리한 음식과도 페어링이 좋습니다. LA갈비나 갈비찜 같은 음식도 추천합니다.   ※이지민의 〈전통주 테라피〉에서는 고민 중인 사연과 평소 즐기는 술 취향을 보내주시면 개인별 맞춤 술 카운슬링을 해드립니다. 고민이 채택되신 분께는 술 추천과 함께 기사에 소개된 전통주 중 하나를 보내드립니다.   이지민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여름휴가를 더 시원하고 즐겁게 만들어 줄 ‘여름 전통주’ [쿠킹]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줄 우리 술, ‘꽃잠’과 ‘지란지교’ [쿠킹] 17년 쉬지 않고 달려온 아빠를 위한 막걸리 한 잔 [쿠킹] 인생을 바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우리 술

    2022.08.25 09:00

  • [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2주 만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다시 봤다.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재차 보는 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TENET)’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극장으로 발걸음이 향했던 ‘테넷’과 달리, ‘헤어질 결심’은 온몸 구석구석에 스며든 여운이 옅어진 후에서야 다시 보고 싶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 영화다. 그의 영화 중에는 인상적으로 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아직까지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있다. 충성심으로 몇 차례 관람하는 팬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계속 생각나도록 이끌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영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 박해일과 탕웨이.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인공은 장해준(박해일)과 송서래(탕웨이)다. 장해준은 형사, 송서래는 중국 출신 출장 간병인으로 그녀의 남편 기도수(유승목)가 실족사하는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다. 서래는 사망자의 아내지만 동시에 용의자이기에, 해준은 그녀를 취조하고 집 앞에서 밤새 감시하기도 한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기도수가 소유욕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래의 몸을 포함해 자신이 소유하는 모든 것에 KDS라는 이니셜을 새겼다.     뿐만 아니라 기도수는 눈에 안 보이는 곳만 골라 가정폭력까지 가하는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명백한 알리바이가 존재했지만, 살인 동기 역시 충분했다. 심지어 과거에 엄마까지 사망에 이르도록 만든 기록이 발견됐고, 답답해진 해준은 서래의 집에 찾아간다. 그때 카메라는 서래의 집을 훑으며 술 한 병을 잠시 비춘다.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Kavalan Solist Oloroso Sherry Cask)’다. 수많은 술 중에서 왜 하필 싱글몰트 위스키가, 그것도 카발란이 그녀의 집에서 등장했을까.   카발란은 대만을 대표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다. 사진 카발란 공식 홈페이지 카발란은 편견을 뒤집은 위스키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는 몰팅-당화-발효-증류-숙성-병입의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 ‘숙성’은 술을 오크통에 담아 몇 년에 걸쳐 풍미가 서서히 스며들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오크통은 이름 그대로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내부에 담긴 술은 조금씩 증발한다. 이 현상을 엔젤스 쉐어(Angel's share)라고 부르는데, 천사의 몫으로 나눠준다는 낭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증발 속도는 환경에 따라 다르다. 기온이 낮은 고위도 지역에서는 1년에 약 2~3%가 증발하지만, 기온이 높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10%에 이르기도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대부분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일본과 미국의 고위도 지역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카발란은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서 탄생했다. 저위도 지역 생산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뛰어난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브랜드다. 2005년 양조장이 만들어진 이후로 세계 유수의 주류 품평회에서 500여 개가 넘는 상을 받았으며, 2017년에는 위스키 신생국 중 최초로 런던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올해의 디스틸러를 수상했다.     카발란 이야기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하지만, 술을 못 마시거나 소주와 맥주만을 사랑하는 애주가에게는 아마도 낯설 것이다. 즉, 카발란이 집에 있다는 것은 기도수가 뚜렷한 취향을 가지고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겼던 사람이란 사실을 내포한다. 고상함을 지향하는 그의 취향은 평소에 롤렉스 데이데이트를 착용하고, 말러의 5번 교향곡을 들으며 등산하는 습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물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라는 직업을 이용해서 3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위스키를 뇌물로 받았을 것이라는 점도 유추해볼 수 있겠다.   영화 속 송서래(탕웨이)의 남편 기도수(유승목)는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을 즐겨 마신다. 사진 모호필름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제작사인 모호필름에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했다. 역시나 기도수라는 캐릭터는 대중적인 스카치 위스키가 아닌 대만 위스키를 찾아 마실 정도로 위스키에 진심이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라는 사실도 알게 됐는데, 이러한 점이 연결되었는지 카발란을 정식 수입하는 골든블루에서 협찬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카발란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속에서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는 두 차례 더 등장한다.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버릇이 있는 해준이 회식 장소에서 기도수처럼 플라스크째로 마셨던 장면에서 한 번, 유서 발견 후 사건 종결을 알리러 서래의 집에 방문했을 때 한 번이다.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는 카발란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 이름 그대로 셰리 와인(스페인의 주정강화 와인)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위스키다. 증류 작업 후 스페인 헤레스 지역의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넣어 숙성한다. ‘올로로소(Oloroso)’는 스페인어로 향기롭다는 뜻으로 셰리 와인의 여러 스타일 중에서 진하고 묵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는 한 모금 머금으면 통후추를 어금니로 쪼개서 먹는듯한 스파이시함이 퍼지고, 입안에서 천천히 굴리면 오일리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셰리 캐스크의 말린 과일 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피어오른다. 생전에 기도수는 계단 높이로 138층에 해당하는 구소산 정상에 올라간 뒤, 말러 교향곡 5번의 5악장을 들으며 플라스크로 한 모금 마셨을 것이다. 분명 땀 흘린 노력을 보상받는 맛이었으리라.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카발란에 비해 덜 회자됐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술도 유의미하게 등장했다. 대학 시절 엠티나 중국집에서 이루어진 뒤풀이에서 종종 마셨던 이과두주다. 이과두주는 고량주의 일종으로, 두 번 솥으로 걸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워낙 저렴한 가격이지만 증류주인 만큼 도수는 40도에서 60도에 이른다. 중국인들에게는 가장 서민적인 술이라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과두주를 마시며 향수를 느낀다고도 한다. 마치 우리가 외국에서 소주를 마시는 느낌과 유사하겠다. 영화 속에서 이과두주를 마시는 인물은 누구였을까? 당연하게도 송서래였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새로운 집에서 해준의 고백이 담긴 녹음 파일을 들으며 마시던 술이었고, 마지막 장면에서 구덩이 안에 들어갔을 때 마셨던 술이기도 했다. 브랜드를 알아볼 순 없었지만 마트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는 이과두주였을 것이다. 송서래에게 이과두주는 그리움과 어떤 결심의 술이었다.    ‘헤어질 결심’은 이렇게 사소한 장치인 술에서조차도 의미와 은유가 촘촘히 담긴 영화다. 하물며 인물들의 대사, 행동 하나하나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겼을 것인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생각나는 영화다. 카발란은 영화 덕분인지 2022년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7%나 증가했다고 한다. 마침 책바에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가 한 병만 남아 거래처에 연락해보니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아쉽지만 이렇게 카발란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 이과두주는 웬만한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다.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바닐라 향, 맑은 황금색 위스키…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쿠킹]

    2022.08.19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