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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가을비가 내리는 뉴욕과 어울리는 코냑은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속 개츠비. 사진 네이버 영화 3년 만에 떠나는 휴가의 목적지는 뉴욕이었다. 뉴욕의 가을은 동명의 재즈곡과 영화가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데, 떠날 수 있는 날이 마침 가을의 한복판이었다. 출국 전날, 넷플릭스에서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Rainy Day in New York)’을 다운받았다. 어떤 나라로 떠날 때마다 그 나라의 영화나 소설을 비행기에서 미리 챙겨보는데, 그렇게 하면 낯설기만 한 나라와 내적 친밀감이 생겨 정서적인 시차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2019)’은 우디 앨런 감독에 티모시 샬라메와 엘르 패닝 그리고 셀레나 고메즈가 출연한 영화다. 우디 앨런은 가히 뉴욕 전문 감독이라고 할 수 있는데, 브루클린 출생에 뉴욕대에서 공부했고 이미 ‘맨하탄(1979)’,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1996)’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만든 바 있다. 그가 최근의 시선으로 담은 뉴욕이 보고 싶었다.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개츠비(뉴욕 배경인데 무려 이름이 개츠비다!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 터지게 만드는 우디 앨런의 능력이란)는 뉴욕 근교의 야들리 대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여자친구는 애리조나 투손의 거물 은행가 딸인 애슐리(엘르 패닝). 애슐리는 교내 영화 기자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평소 좋아하는 감독인 롤런드 폴러드를 맨해튼에서 인터뷰할 기회를 얻게 된다. 개츠비는 애슐리에게 자신의 고향인 뉴욕 구경을 시켜줄 생각에, 애슐리는 인터뷰할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맨해튼으로 향한다. 영화에서 연인으로 등장한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애슐리(엘르 패닝). 사진 네이버 영화 애슐리가 롤런드 폴러드를 인터뷰하는 동안 개츠비는 맨해튼 시내를 거닌다. 마침 고등학교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또 다른 친구가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영화를 찍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리니치 빌리지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재즈바 ‘빌리지 뱅가드(Village Vanguard)’와 ‘블루노트(Blue note)’뿐만 아니라,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과 갖가지 맛집들이 즐비한 동네다. 개츠비는 영화 촬영 중인 친구를 직접 만나게 되고, 그 친구는 개츠비에게 엑스트라로 출연할 것을 권한다. 하필이면 역할은 키스신 당사자 중 한 명이고, 상대는 전 여자친구의 동생인 챈(셀레나 고메즈)이다. 말이 되는 전개일까 싶지만, 이곳은 자유의 도시 뉴욕이고 더군다나 우디 앨런의 영화 아닌가. 그동안 애슐리는 롤런드 폴러드에게 푹 빠진 상태였다. 그가 자신의 작품에 열정적으로 관심 보이는 애슐리에게 특종을 알려주고, 신작 테스트 상영에 초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테스트 상영을 본 뒤 자기 혐오에 빠져 자리를 급히 뜬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은 충분히 공감할 만한 장면인데, 나 역시 신나게 초고를 쓰다가 몇 시간 뒤에 퇴고하게 되면 셀프 비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곤 한다. 그가 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자 애슐리는 당황한다. 테스트 상영을 함께 보던 각본가 테드 다비도프(주드 로)는 태연하게 애슐리에게 말한다. “그는 자기 혐오에 빠져 어디선가에서 코냑을 마시며 우리의 일을 망칠 새로운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거야.” 나폴레옹의 꼬냑이라고도 불리는 쿠르부아지에. 병목 부분에 나폴레옹을 상징하는 로고가 있다. 사진 Courvoisier 홈페이지 번역한 자막에는 ‘코냑(프랑스 코냑 지역에서 생산되는 브랜디의 종류)’이라고 등장했지만, 그가 실제로 말한 술은 코냑의 브랜드인 ‘쿠르부아지에’였다. 헤네시, 까뮤, 레미 마틴 같은 메이저 브랜드에 비하면 덜 알려졌지만 쿠르부아지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디다. 특히 나폴레옹에게 사랑받아 ‘나폴레옹의 코냑’이라고도 불린다. 쿠르부아지에 역시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 라벨에 그를 형상화한 로고를 새겨놓았다. 쿠르부아지에의 특징은 다른 메이저 브랜드와 달리 직접 소유한 포도밭이 없다는 점인데, 대신 오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와인 생산자와 증류소로부터 구매한 다양한 원액을 블렌딩해 코냑을 만든다. 그렇다면 롤런드 폴러드는 왜 ‘쿠르부아지에’를 마셨을까. 영화 속에서 그는 상업적인 타협을 하지 않는 독특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감독으로 묘사되고 있다. 대중적인 작품을 만드는 감독이 아니기에, 메이저에서 조금은 비켜난 쿠르부아지에를 좋아하는 취향이 사뭇 어울린다. 뉴욕의 브랜디 라이브러리에서 마신 쿠르부아지에 한 잔. 사진 정인성 뉴욕에 도착한 뒤 첫 번째 술로 쿠르부아지에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이 향한 곳은 소호 남쪽에 있는 바 ‘브랜디 라이브러리(Brandy Library)’. 그야말로 코냑 마시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역시나 쿠르부아지에는 있었고 VSOP 등급으로 한 잔 주문했다(XO를 마시기에는 뉴욕의 물가와 환율이 엄청났다). 그날은 영화 속 배경처럼 비가 내렸는데, 움츠러들었던 몸이 나른해질 정도로 달콤하고 부드러운 한 잔이었다. 코냑은 가을과 잘 어울리는 술이다. 날씨가 한결 추워졌을 때는 따뜻하게 데워 마시기도 한다. 손에서 전달되는 온기로 천천히 데우기도 하는데, 이에 적합한 디자인의 글라스를 ‘스니프터(Snifter)’라고 부른다. 비록 브랜디 라이브러리의 글라스는 스니프터가 아니었지만, 손바닥 위에 놓으며 데우기에는 충분했다. 비 내리는 맨해튼에서 챈과 개츠비. 사진 네이버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뉴욕의 곳곳을 감상하기에 훌륭한 영화였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과 센트럴 파크와 같은 명소뿐만 아니라, 길거리의 풍경 자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재즈가 가득한 OST는 낭만적인데, 그중에서도 티모시 샬라메가 부르는 ‘Everything happens to me’는 제목 그대로 모든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이 도시만의 분위기가 전달된다. 언젠가 뉴욕에 방문할 예정이시라면 그 전에 한 번 보시는 걸 추천한다. 그때 술 한 잔을 할 수 있다면 손에 ‘쿠르부아지에’가 쥐어져 있길.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고뇌를 담은 영화 '더 퀸'과 애주가로서의 엘리자베스 2세 [쿠킹] [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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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를 담은 영화 '더 퀸'과 애주가로서의 엘리자베스 2세 [쿠킹]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내가 응원하는 프리미어리그 축구팀인 아스널은 소셜 미디어를 부지런하게 운영한다. 경기가 끝나면 최종 점수와 득점자 명단은 물론이고, 통계적으로 어떤 결과가 있었는지도 공유할 정도다. 최근에는 15세의 나이에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웠던 어떤 선수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런 아스널 소셜 미디어가 얼마 전에 있었던 유로파 리그 승리 직후에는 어떤 포스팅도 하지 않았다.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문 사진에는 기존의 새빨간 로고가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의 서거 소식이 막 퍼지던 날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952년부터 70년 동안 영국을 포함한 영연방의 군주 자리에 있었다. 그동안 영국 총리는 열다섯 명이 바뀌었고, 종신 임기가 보장된 교황 역시 여섯 차례 변경됐다. 자국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는 독재자들조차 여왕에 비하면 비교가 안 되는 집권 기간이었다. 그야말로 한 시대가 저문 셈이다. 2007년 국내 개봉한 영화 '더 퀸'. 사진 네이버 영화 평민 중의 평민이어서 한 톨의 연관성도 없는 나조차도 그날만큼은 먹먹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무언가가 변하고 사라진다는 것은 언제나 생경한 일이다. 여운이 짙은 마음에 손길이 향하던 것은 여왕의 일생을 직접 다룬 거의 유일한 영화 ‘더 퀸’(2007)이었다. (물론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이 더 심도 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넘어가기로 한다.) ‘더 퀸’은 엘리자베스 2세의 고뇌를 비추는 영화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문구처럼, 군주에게는 드높은 명예와 권력만큼 모든 행동에 큰 책임이 따른다. 긴 집권 동안 아마도 여왕이 가장 신경 썼을 일은 자신의 왕관을 이어받을 후보인 맏아들 찰스 3세(찰스 왕세자)였을 것이다. 아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찰스 3세 역시 엄마의 속을 썩이는 인물이었다. 왕세자였던 찰스 3세는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다이애나 스펜서(다이애나 왕세자 비)와 결혼했지만, 순탄하지 못한 왕실 생활과 불화 끝에 이혼하게 된다. 원인은 찰스 3세의 불륜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이애나 스펜서는 이혼 다음 해에 파리에서 파파라치들의 추격을 피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인간적인 면모를 가진 다이애나를 사랑했던 영국 국민은 충격에 휩싸이고, 온 국가는 애도의 물결로 슬픔에 잠긴다. 영화는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영화 '더 퀸'의 한 장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엘리자베스 2세가 만나는 장면이다. 사진 네이버 영화 처음 사망 소식을 접했을 때 왕실의 반응은 충격이었지만 슬픔과는 거리가 멀었다. 슬퍼하는 것은 찰스였을 뿐, 이들은 다이애나의 아들인 윌리엄과 해리 왕세자 형제들에 대한 걱정이 더 컸을 뿐이었다. 바로 비행기를 타고 파리에 가겠다는 찰스에게, 왕족의 죽음도 아닌데 웬 수선이냐는 반응도 보인다. 마침 이들은 스코틀랜드 발모럴 성에서 휴가 중이었다. 조기를 걸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런던으로 돌아오지도 않자 영국인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생전에 다이애나 스펜서와 엘리자베스 2세의 관계는 일반적인 고부 갈등으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했다. 다소 보수적이었던 여왕과 달리, 다이애나는 대중적인 모습을 자주 노출하며 국민과 정서적으로 가까웠고 세계적으로도 인기가 있었다. 이런 그의 죽음을 왕실이 등한시하려 하자, 왕실 존폐에 대한 여론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 엘리자베스 2세는 결심해야만 했다. 왕실의 전통적인 규율을 고수할 것인가, 한발 물러서며 소통할 것인가. 영화 ‘더 퀸’은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과거의 실제 영상을 곳곳에 삽입해 영화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여왕의 고뇌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럴 때 술 한 잔 마시는 장면이 등장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아 아쉬웠다. 공식 석상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엘리자베스 2세는 애주가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2006년 엘리자베스 2세의 모습. 여왕의 손에 들린 술이 진 앤 듀보넷으로 추정된다. 사진 Telegraph 엘리자베스 2세의 개인 요리사로 10년 이상 일했던 ‘대런 맥그레이디’, 동생인 ‘마가렛 로즈’ 등의 인용에 따르면, 여왕은 다양한 술을 좋아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술 취향이 자신의 가족과 유사한 점이 흥미로웠다. ‘드라이 마티니’를 마시는 성향은 아들 찰스와 같았고,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로 알려진 ‘진 앤 듀보넷(Gin and Dubonnet)’은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보우스라이언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듀보넷은 프랑스의 아페리티프(식전주, Apéritif)로, 주정강화와인에 블랙커런트와 퀴닌 등을 포함한 각종 허브와 향신료를 인퓨징 및 블렌딩해 만든 술이다. 그 자체로도 충분히 식전주 역할을 하지만, 엘리자베스 2세는 진과 듀보넷을 1:2 비율로 섞고 슬라이스한 레몬을 넣어 마시는 걸 즐겼다고 한다.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추모하는 마음으로 한잔 만들어서 마셔보고 싶었지만, 듀보넷이 한국에 정식 수입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이 컸다. 한편, 2020년 7월 버킹엄 궁은 여왕의 정원에서 수확한 재료들로 자체 브랜드 진을 출시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판매됐던 이 진은 8시간 만에 매진되었다. 버킹엄 궁에서 출시한 자체 브랜드 진. 사진 Reuters 여왕이 점심 식전주로 진 앤 듀보넷을 마셨다면, 저녁에는 달콤한 독일 와인 또는 샴페인을 마셨다고 한다. 독일 와인은 게뷔르츠트라미너(Gewürztraminer)로 추정된다. 샴페인으로는 로열 워런트(왕실 납품 인증) 브랜드인 멈(MUMM), 크룩(KRUG), 랑송(LANSON), 로랑 페리에(LAURENT-PERRIER), 루이 로드레(LOUIS ROEDERER), 모엣 샹동(MOET & CHANDON),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폴 로저(POL ROGER) 그리고 볼랭저(BOLLINGER)를 마셨을 것이다. 이 중에서 볼랭저는 아들 찰스와 다이애나의 결혼식, 손자인 윌리엄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 만찬주로 대대로 사용될 만큼 영국 왕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2년 9월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로이터=연합뉴스 ‘더 퀸’에서 엘리자베스 2세는 고심 끝에 어떤 선택을 내렸을까. 전통을 고수했을까, 현대를 따랐을까. 앞으로는 여왕의 삶을 조명하는 여러 콘텐트가 나올 것이다. 여왕의 다채로운 면모 중에서 술에 대한 사랑을 엿볼 수 있는 영화도 등장하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 관련기사 [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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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카발란은 ‘헤어질 결심’에서 왜 등장했을까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2주 만에 영화 ‘헤어질 결심’을 다시 봤다. 영화관에서 같은 영화를 재차 보는 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던 크리스토퍼 놀란의 ‘테넷(TENET)’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극장으로 발걸음이 향했던 ‘테넷’과 달리, ‘헤어질 결심’은 온몸 구석구석에 스며든 여운이 옅어진 후에서야 다시 보고 싶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의 열한 번째 장편 영화다. 그의 영화 중에는 인상적으로 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아직까지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도 있다. 충성심으로 몇 차례 관람하는 팬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계속 생각나도록 이끌던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 영화 '헤어질 결심'의 두 주인공, 박해일과 탕웨이. 사진 네이버 영화 영화의 주인공은 장해준(박해일)과 송서래(탕웨이)다. 장해준은 형사, 송서래는 중국 출신 출장 간병인으로 그녀의 남편 기도수(유승목)가 실족사하는 사건을 통해 만나게 된다. 서래는 사망자의 아내지만 동시에 용의자이기에, 해준은 그녀를 취조하고 집 앞에서 밤새 감시하기도 한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기도수가 소유욕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서래의 몸을 포함해 자신이 소유하는 모든 것에 KDS라는 이니셜을 새겼다. 뿐만 아니라 기도수는 눈에 안 보이는 곳만 골라 가정폭력까지 가하는 인물이다. 그녀에게는 명백한 알리바이가 존재했지만, 살인 동기 역시 충분했다. 심지어 과거에 엄마까지 사망에 이르도록 만든 기록이 발견됐고, 답답해진 해준은 서래의 집에 찾아간다. 그때 카메라는 서래의 집을 훑으며 술 한 병을 잠시 비춘다.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Kavalan Solist Oloroso Sherry Cask)’다. 수많은 술 중에서 왜 하필 싱글몰트 위스키가, 그것도 카발란이 그녀의 집에서 등장했을까. 카발란은 대만을 대표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다. 사진 카발란 공식 홈페이지 카발란은 편견을 뒤집은 위스키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싱글몰트 위스키는 몰팅-당화-발효-증류-숙성-병입의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이 중에서 ‘숙성’은 술을 오크통에 담아 몇 년에 걸쳐 풍미가 서서히 스며들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오크통은 이름 그대로 나무로 만들어졌기에 내부에 담긴 술은 조금씩 증발한다. 이 현상을 엔젤스 쉐어(Angel's share)라고 부르는데, 천사의 몫으로 나눠준다는 낭만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증발 속도는 환경에 따라 다르다. 기온이 낮은 고위도 지역에서는 1년에 약 2~3%가 증발하지만, 기온이 높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10%에 이르기도 한다. 싱글몰트 위스키 대부분이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일본과 미국의 고위도 지역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카발란은 아열대 기후인 대만에서 탄생했다. 저위도 지역 생산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뛰어난 품질의 위스키를 만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브랜드다. 2005년 양조장이 만들어진 이후로 세계 유수의 주류 품평회에서 500여 개가 넘는 상을 받았으며, 2017년에는 위스키 신생국 중 최초로 런던 국제주류품평회(IWSC)에서 올해의 디스틸러를 수상했다. 카발란 이야기는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하지만, 술을 못 마시거나 소주와 맥주만을 사랑하는 애주가에게는 아마도 낯설 것이다. 즉, 카발란이 집에 있다는 것은 기도수가 뚜렷한 취향을 가지고 싱글몰트 위스키를 즐겼던 사람이란 사실을 내포한다. 고상함을 지향하는 그의 취향은 평소에 롤렉스 데이데이트를 착용하고, 말러의 5번 교향곡을 들으며 등산하는 습관에서도 엿볼 수 있다. 물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라는 직업을 이용해서 30만 원에 달하는 고가의 위스키를 뇌물로 받았을 것이라는 점도 유추해볼 수 있겠다. 영화 속 송서래(탕웨이)의 남편 기도수(유승목)는 대만 위스키인 카발란을 즐겨 마신다. 사진 모호필름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제작사인 모호필름에 연락해서 사실을 확인했다. 역시나 기도수라는 캐릭터는 대중적인 스카치 위스키가 아닌 대만 위스키를 찾아 마실 정도로 위스키에 진심이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박찬욱 감독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라는 사실도 알게 됐는데, 이러한 점이 연결되었는지 카발란을 정식 수입하는 골든블루에서 협찬했다고 한다. 여러모로 카발란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 속에서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는 두 차례 더 등장한다. 피해자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버릇이 있는 해준이 회식 장소에서 기도수처럼 플라스크째로 마셨던 장면에서 한 번, 유서 발견 후 사건 종결을 알리러 서래의 집에 방문했을 때 한 번이다. 카발란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는 카발란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서 이름 그대로 셰리 와인(스페인의 주정강화 와인)의 뉘앙스를 전달하는 위스키다. 증류 작업 후 스페인 헤레스 지역의 올로로소 셰리 캐스크에 넣어 숙성한다. ‘올로로소(Oloroso)’는 스페인어로 향기롭다는 뜻으로 셰리 와인의 여러 스타일 중에서 진하고 묵직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는 한 모금 머금으면 통후추를 어금니로 쪼개서 먹는듯한 스파이시함이 퍼지고, 입안에서 천천히 굴리면 오일리한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일반적인 셰리 캐스크의 말린 과일 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에 본격적으로 피어오른다. 생전에 기도수는 계단 높이로 138층에 해당하는 구소산 정상에 올라간 뒤, 말러 교향곡 5번의 5악장을 들으며 플라스크로 한 모금 마셨을 것이다. 분명 땀 흘린 노력을 보상받는 맛이었으리라.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 속 한 장면. 사진 네이버 영화 카발란에 비해 덜 회자됐지만, 중국을 대표하는 술도 유의미하게 등장했다. 대학 시절 엠티나 중국집에서 이루어진 뒤풀이에서 종종 마셨던 이과두주다. 이과두주는 고량주의 일종으로, 두 번 솥으로 걸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워낙 저렴한 가격이지만 증류주인 만큼 도수는 40도에서 60도에 이른다. 중국인들에게는 가장 서민적인 술이라 외국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과두주를 마시며 향수를 느낀다고도 한다. 마치 우리가 외국에서 소주를 마시는 느낌과 유사하겠다. 영화 속에서 이과두주를 마시는 인물은 누구였을까? 당연하게도 송서래였다. 광안대교가 보이는 새로운 집에서 해준의 고백이 담긴 녹음 파일을 들으며 마시던 술이었고, 마지막 장면에서 구덩이 안에 들어갔을 때 마셨던 술이기도 했다. 브랜드를 알아볼 순 없었지만 마트 어디에서든 구할 수 있는 이과두주였을 것이다. 송서래에게 이과두주는 그리움과 어떤 결심의 술이었다. ‘헤어질 결심’은 이렇게 사소한 장치인 술에서조차도 의미와 은유가 촘촘히 담긴 영화다. 하물며 인물들의 대사, 행동 하나하나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담겼을 것인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생각나는 영화다. 카발란은 영화 덕분인지 2022년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427%나 증가했다고 한다. 마침 책바에 솔리스트 올로로소 셰리가 한 병만 남아 거래처에 연락해보니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아쉽지만 이렇게 카발란과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다행히 이과두주는 웬만한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다.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바닐라 향, 맑은 황금색 위스키…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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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한 잔 마시면, 꼭 두 잔을 시키게 되는 ‘위스키 사워’
정인성의〈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아버지가 은퇴하셨다. 몇 년 전의 정식 퇴임 후 일종의 계약직처럼 일하시는 것으로 알았는데, 며칠 전 어머니와의 통화를 통해 공식적인 변화를 알게 됐다. “너희 아빠, 요즘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더라.” 오랫동안 사회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맞이한 이들은 노쇠함이 현저히 드러난다고 한다.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일꾼으로서 기여하는 바가 적어졌다는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니 최근 아버지의 연락이 잦았다. 일을 핑계로 모든 연락을 다 받진 못했고, 때로는 퉁명스럽게 받았던 날들을 반성하게 됐다. 새치미(츤데레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단어로 대체할 것을 추천하였다)한 아들로서 언젠가 이 글을 읽을 아버지를 떠올리며 영화 한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헌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2019’다. 영화 초반부터 칵테일 블러디 메리와 위스키 사워가 등장한다. 사진 The New Yorker.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출연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이미 발걸음이 극장 문 앞까지 향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을 각색해 만들었다니 도저히 안 볼 수 없는 영화다. 사건의 배경은 1960년대 후반의 미국 캘리포니아. 당시 미국은 한창 베트남전이 진행 중이었고, 이에 회의를 느낀 젊은이들 사이에서 미국의 주류 사고방식에 상반되는 히피 문화를 추종하는 흐름이 늘어났다. 기존 사회의 질서를 부정하던 그들은 자유와 평화를 사랑했으며 이성보다 감정을 우선시했고, 그 수단으로 각종 약물을 탐닉하기도 했다. 그리고, 극단적인 히피들로부터 추앙받았던 사람 중 한 명이 찰스 맨슨이다. 이송 중인 찰스 맨슨의 모습. 사진 Time. 찰스 맨슨은 폴란스키가(家) 살인사건으로 악명을 떨친 범죄자다. 원래 그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던 비틀즈 같은 뮤지션이 되고자 했다. 하지만 음반 제작자인 테리 멜처가 자신의 데모 테이프를 혹평했다는 이유로 다른 네 명의 동료와 함께 살해를 공모한다. 그런데 하필 테리 멜처는 이미 이사를 했고, 그들이 들이닥친 집에는 영문도 모르는 다섯 사람이 있었다. 당시 가장 주목받았던 영화감독인 로만 폴란스키의 부인 샤론 테이트와 지인 네 명이었다. 이들은 잔인무도하게 살해당한다. 모두 자신의 생에서 제대로 꽃 피지 못한 청춘이었다. 영화 속 클리프 부스와 릭 달튼. 사진 Esquire. 반면, 영화에서는 살해를 공모한 맨슨 패밀리가 샤론 테이트가 아닌 이웃 릭 달튼(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역)의 집으로 향한다. 릭 달튼은 누구인가. 당시로부터 십여 년 전인 1950년대를 주름잡던 배우다. (가상의 인물이다) 그가 출연했던 서부극 ‘바운틴 로’는 길을 걷다 옷깃을 스치는 모든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현재는 풋풋한 신인 배우에게 얻어맞는 악역으로 간신히 배우의 삶을 유지하는 한물간 인물이다. 클리프 부스(브래드 피트 역)는 릭 달튼의 스턴트 대역을 오랫동안 맡았다. 릭의 커리어가 내리막을 향하자 클리프 역시 직업의 안정성이 불투명해졌다. 이런 릭이 오랜만에 괜찮은 배역을 맡게 됐다. 주연급 조연이다. 촬영 당일 릭은 대사를 반복해서 틀리고 만다. 그는 트레일러로 돌아와 분노를 동반한 자책(이라기엔 현란한 욕)을 하다가 대사 한 구절을 나직이 내뱉는다. “그러게 왜 밤새 술을 처마셔. 위스키 사워를 여덟 잔이나 처마셨어. 넌 구제불능 술꾼이야.” 릭 달튼은 우울해하고 있었지만, 그 장면을 본 나는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세상에, 위스키 사워가 이렇게 멋진 대사로 등장하다니. 여덟 잔이나 처마실 정도로 매력적으로 등장하다니. 위스키 사워(좌). 달걀흰자가 추가된 위스키 사워(우). 사진 Times food, Simply recipes. ‘책바’에서 주문받았던 경험으로 미뤄보면, 위스키 사워(Whiskey Sour)는 손님들이 종종 잘못 발음하는 칵테일 중 하나다. 대부분 ‘위스키 샤워’라고 발음한다(자매품으로 미도리 샤워, 아마레또 샤워가 있다). ‘사워(Sour)’는 베이스가 되는 술에 레몬과 당을 더해서 만든 칵테일을 일컫는다. 신맛이 있기에 사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이자카야에서 종종 주문하는 ‘사와’라는 술의 오리지널이 ‘사워’다. 위스키 사워는 1870년 1월 4일 위스콘신주의 신문 ‘와우케샤 플레인 딜러(Waukesha Plain Dealer)’에서 처음 언급됐다. 추측해보자면 위스키라는 독한 술을 마시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당시에도 있었을 것이고, 그들이 위스키에 당을 섞었을 것이며 상큼한 풍미를 가미하고자 레몬이나 라임도 넣기 시작했을 것이다. 덕분에 위스키의 중후함에 신맛과 단맛의 조화로움이 더해진 칵테일이 탄생했다. 이후에는 부드러운 풍미를 추가하기 위해 달걀흰자를 넣고 격렬하게 셰이킹해 하얀 포밍을 만들어내는 버전도 생겼다. 셰이킹이 잘 된 위스키 사워는 카푸치노 이상의 부드러움을 맛볼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위스키 사워는 알코올 도수가 20도 정도긴 하지만 칵테일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충분히 도전할 만한 맛이다. 만약 술이 정말 약한 분이라면 자매품인 엘더플라워 사워를 권장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는 피트한 위스키 사워를 마셔볼 것을 추천한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 사진 booksonthewall. 책바에서는 가끔 손님들이 칵테일을 한입에 마시고 같은 잔을 연달아 주문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연달아 주문하게 만드는 단골 범인 중 하나가 ‘위스키 사워’다. 마치 여덟 잔을 연달아 마신 릭 달튼처럼 말이다. 릭 달튼 말고도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소설가 스콧 피츠제럴드다. 헤밍웨이는 파리에 살았던 20대 시절, 가까이 지냈던 피츠제럴드와 함께 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의 에세이 『파리는 날마다 축제』에는 피츠제럴드가 위스키 사워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 수 있는 문장이 등장한다. “결혼 후 처음 떨어져 자는 밤이 부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바로 전날 밤에 그와 젤다가 어떻게 함께 잠을 잘 수 있었을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둘이 논쟁할 문제가 아니었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위스키 사워를 단번에 들이켜고는 한 잔을 더 주문해 달라고 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이숲)』 중에서. 위스키 사워는 영화뿐만 아니라, 에세이에서도 한 잔으로 끝낼 수 없는 칵테일이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타란티노식의 유혈이 낭자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저물어가는 인물과 꽃 피기 시작하는 인물이 만나며 마무리된다. 역사 속 실제 상황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으로, 쿠엔틴 타란티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들을 향한 헌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아냈다. 나 역시 그동안 고생 많으셨던 아버지에게 박수를 보내며, 인생의 새로운 막을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쿠킹]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줄 우리 술, ‘꽃잠’과 ‘지란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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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향, 맑은 황금색 위스키…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쿠킹]
장만진의〈랜선 위스키 바〉 세상에는 참 많은 술이 있지만, 위스키만큼 홈술에 제격인 술이 또 있을까요. ‘홈술’은 양보다 질입니다. 취하는 것보다 음미하는 행위에 가깝죠. 위스키는 단 한 잔만으로도 깊이 있는 맛과 적당한 취기를 느낄 수 있고 그런 면에서 홈술에 제격입니다. 새로운 홈술 취향을 찾고 있는 초보 애주가를 위해, 25년 경력의 바텐더 장만진이 알기 쉬운 위스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위스키와 관련한 모든 것을 글로 풀어드립니다. 언제든 들려 마음껏 ‘음미’해주세요. 싱글몰트 위스키란 100% 보리를 재료로, 한 곳의 증류소에서 생산한 위스키를 말한다. 사진 pexels ‘싱글몰트 위스키(Single malt, 이하 싱글몰트)’란 100% 보리를 재료로, 한 곳의 증류소에서 생산한 것을 말합니다. 반면, 여러 증류소의 싱글몰트와 그레인 위스키(보리 외에 다른 곡물을 함께 원료로 사용한 위스키)를 블렌딩한 것은 블렌디드 위스키라고 합니다. 예전에 싱글몰트는 블렌디드 스카치위스키의 키 몰트(Key Malts, 블렌디드 속 싱글몰트 중 가장 메인이 되는 위스키)로 많이 사용했지만, 이제는 싱글몰트 그 자체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싱글몰트를 생산하지만, 그중에서도 스코틀랜드산(스카치)이 가장 유명합니다.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는 사실상 물과 보리, 오크통이 전부입니다. 이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발효‧증류‧숙성의 과정을 거치죠. 그중에서도 ‘오크통(Oak Cask)’은 위스키 맛의 60% 이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랜선 위스키 바’의 두 번째 주제는, 위스키 맛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오크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크통은 크게 ‘셰리 캐스크(Sherry Cask)’와 ‘버번 캐스크(Bourbon Cask)’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스키 시장에서는 이 두 가지가 오크통의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셰리 캐스크는 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이라 엑스 셰리(EX-Sherry)라고도 하죠. 역시 버번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은 엑스 버번(EX-Bourbon)이라고 부릅니다. 셰리 와인은,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스페인 와인입니다. 지난 1화에도 설명했듯, 버번위스키는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미국 위스키입니다. 위스키에 막 입문한 분들은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싱글몰트 스카치위스키를 만들 때는 새 오크통을 거의 쓰지 않습니다. 위스키를 숙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오크통은 나무의 향과 알코올 향이 적절하게 나야 하는데, 새 오크통을 쓰면 나무 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오크통 향과 알코올 향이 5:5 정도일 때 맛이 잘 배어나죠. 즉, 오크통에 담겼던 예전 내용물이 위스키의 풍미에 영향을 끼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셰리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숙성시킨 위스키는 건포도나 살구, 무화과 같은 풍미를 가진다. 사진 unsplash 원래는 셰리 캐스크를 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스페인 내전(1936~1939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을 거치며 점차 셰리 와인의 수요가 줄어들게 됩니다. 단맛이 강한 디저트 와인을 찾는 수요(셰리 캐스크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화에 자세히 쓸 예정입니다)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셰리 와인 생산이 줄자 그 대안으로 쓰게 된 것이 버번 캐스크입니다. 미국에서는 버번위스키를 만든 후 오크통을 재사용할 수 없도록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헌(?) 오크통이 필요한 사람들과 이해관계가 맞았다고 볼 수 있죠. 버번 캐스크에 숙성한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바닐라 향이 있고 맑은 황금색을 띠는 편입니다. 반면 셰리 캐스크에 숙성한 위스키는 버번 캐스크보다 색이 진한 특징이 있죠. 아무래도 짙고 달콤한 셰리 와인이 담겼던 통이라, 건포도나 살구, 무화과 같은 풍미가 위스키에 담긴다고 보면 됩니다. 위스키의 풍미는 오크통의 크기, 그리고 몇 번 재사용했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오크통이 작을수록 맛은 디테일하고 섬세해지는 편이며, 오크통을 재사용할수록 나무가 가진 고유의 향은 증발하게 됩니다. 오크통은 크기에 따라서 이름이 달라집니다. 가장 사용 많이 하는 것 위주로 짚어보면, 셰리 캐스크로는 500ℓ 용량의 ‘버트(Butt)’, 버번 캐스크 중에는 250ℓ 용량의 ‘혹스헤드(Hogsheads)’와 200ℓ 용량의 ‘배럴(Barrels)’, 이렇게 세 종류가 있습니다. 재사용 횟수에 따라서도 이름을 달리 부릅니다. 처음 재사용한 것은 ‘퍼스트 필(First fill)’이라고 합니다. 버번이나 셰리 와인을 만드는 데 한번 사용하고 스카치위스키를 담은 건 처음이라는 의미입니다. 버번 캐스크에 숙성한 위스키는 일반적으로 바닐라 향에 맑은 황금색을 띤다. 사진 글렌모렌지 인스타그램 캡처 ‘리필(Refill)’은 한 번 스카치위스키를 생산한 통을 재분해해서, 두 번째 위스키를 숙성한 오크통입니다. ‘리주베네이티드(Rejuvenated)’는 위스키를 여러 번 숙성한 오크통을 분해해서 속을 깎아내고 새것처럼 재사용한 통입니다. 사이즈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버번 캐스크 중에 250ℓ 용량의 ‘혹스헤드’ 퍼스트 필에서 숙성한 위스키는 단맛이 나는 바닐라 향, 농익은 과일 향, 버번, 코코넛 향 위주로 결과물이 나옵니다. 혹스헤드 리필에서 생산한 위스키는 단맛, 그리고 가벼운 바닐라 향이 납니다. 그리고 혹스헤드 리주베네이트에서 생산한 위스키는 바닐라 향과 단맛, 스파이시한 향이 특징이죠. 맛집 방송을 보면, 들어가는 재료들의 조합만으로도 저 음식이 어떤 맛일지 상상할 수 있을 때가 있죠. 흔히 접한 식재료일 때, 그리고 역시 자주 먹어본 음식일 때가 특히 그렇습니다. 위스키도 비슷합니다. 오크통을 알면, 마시기 전이라 해도 어느 정도 위스키의 맛과 향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위스키 라벨에 캐스크 종류를 대부분 기재하는 이유이죠. 마지막으로 버번 캐스크에 숙성한 스카치 싱글몰트 세 가지를 소개합니다. 어떤 오크통을 썼는지 확인하며 맛을 음미하면, 더 즐거운 홈술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① 글렌모렌지 오리지널(Glenmorangie Original) 100% 버번 캐스크에 10년 동안 숙성한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사진 글렌모렌지 인스타그램 캡처 숙성 기간은 10년, 100% 버번 캐스크에 숙성한 제품입니다. 글렌모렌지 위스키의 가장 큰 특징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긴 목을 가진 증류기를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글렌모렌지의 위스키병 역시 목이 긴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병의 목이 긴 것은 증류기의 목도 길다는 뜻입니다.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긴 목을 가진 증류소죠. 목이 길다는 것은, 환류 작용(증기를 응축하기 전에 다시 액체로 만들어 또 한 번 증류하는 과정)이 더 길어져 가볍고 산뜻한 스타일의 위스키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목이 짧고 두꺼우면 더 크리미하며 맛이 강렬해집니다. 또한, 글렌모렌지는 ‘피트(Peat)’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피트란 쉽게 설명하면 풀뿌리 같은 자연 퇴적물입니다. 습하고 넓은 들판의 토양에서 만들어지죠. 피트를 태울 때 나는 연기로 맥아를 건조하는데, 우리가 아는 병원 냄새(요오드 향)를 내는 것이 바로 피트입니다. 향이 강렬해서 위스키 마니아들은 좋아하지만, 입문자는 즐기기 힘든 향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징들 때문에 글렌모렌지는 싱글몰트 입문자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위스키이기도 합니다. 시음 노트는 신선한 과일, 버터 스카치, 토피의 향이 있습니다. 여운으로는 과일 맛이 나는데. 마지막에는 생강 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 공식적인 평입니다. ② 브룩라디 더 클래식 라디 스코티쉬 발리(Bruichladdich The Classic Laddie Scottish Barley) 스코틀랜드산과 아일라산 보리만으로 생산한 브룩라디 더 클래식 라디 스코티쉬 발리. 사진 장만진 하늘색 병 색깔이 시선을 집중시키는 제품입니다. 날씨 좋은 날, 브룩라디가 있는 아일라섬의 바다색이라고 합니다. 아일라섬에 있는 브룩라디 증류소는 ‘해안가의 언덕’이란 뜻입니다. 1881년 하비 삼 형제가 유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바닷가 앞에 증류소를 만들었다고 하죠. 브룩라디의 위스키 중에서, 더 클래식 라디 스코티쉬 발리는 와인처럼 떼루아를 강조하는 위스키입니다. 떼루아는 포도를 생산하는 데 영향을 주는 토양, 기후, 같은 조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죠. 더 클래식 라디 스코티쉬 발리 역시 아일라섬의 토양과 물, 기후를 중요시하며 스코틀랜드산과 아일라산 보리만으로 위스키를 생산합니다. 더 클래식 라디 스코티쉬 발리는 스코틀랜드산 보리를 썼으며, 피트 훈연을 하지 않습니다. 또 버번 캐스크에 숙성하며, 연산(숙성 연도) 없이 출시합니다. 옅은 황금빛의 이 위스키는 몰트와 프루티, 플로럴, 약간의 민트향, 꿀, 시트러스 향이 특징이며 달콤한 맛이 크림처럼 녹아드는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③ 글렌 그란트(The GLEN GRANT) 18년 풍부한 과일향이 특징인 글렌 그란트 18년 위스키. 사진 글렌 그란트 페이스북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글렌 그란트 증류소의 위스키입니다. ‘글렌 그란트 18년’은 제임스 그란트(James Grant)와 존 그란트(John Grant) 형제가 1840년에 만든 위스키입니다. 보통 싱글몰트는 ‘글렌(Glen)’ 다음에 동물이나 지역을 붙이기 마련인데, 이 형제는 과감히 자신들의 이름을 넣어 제품에 관한 보증을 나타내는 전략을 택했죠. ‘글렌’은 스크틀랜드 게일어로 계곡, 골짜기라는 뜻입니다. 싱글몰트에는 유독 글렌이란 단어가 붙은 게 많습니다. 증류소들이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그런데, ‘글렌 그란트’라는 이름이 보증하는 맛이란 무엇일까요? 바로 최고로 정제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글렌 그란트는 긴 목을 가진 증류기와 정화 장치를 고안했죠. 숙성까지만 증류소에서 작업하고 병입은 다른 곳에서 하는 다른 위스키들과는 달리, 글렌 그란트는 숙성과 병입, 포장까지 증류소 안에서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중에서 오늘은 2016년 처음 출시한 글렌 그란트 18년을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위스키 평론가 짐 머레이가 매년 발간하는 ‘위스키 바이블(2016)’에서 97점을 받았습니다. 그 해부터 4년 연속 싱글몰트 위스키 부문 2위를 차지했죠. 다른 위스키와 달리 이 술은 오픈하고 에어링(원액을 공기와 접하게 하는 것) 없이 바로 마셔도 알코올 냄새 없이 풍부한 과일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 「 DRINK TIP 위스키 맛있게 마시는 법 ▪ 싱글몰트 즐기는 법 위스키를 원액 그대로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을 ‘니트(neat)’라고 합니다. 니트로 마실 때는 꼭 싱글몰트 전용 잔(글렌 캐런)을 사용하세요. 일단 위스키를 잔에 따른 후 첫 향을 느껴보세요. 이때 잔을 돌리며 향을 맡기 전에, 잔 안에 바람을 한번 날리면 알코올 향이 먼저 올라옵니다. 알코올 향을 날려버린 다음에는 아로마 향을 더 잘 즐길 수 있습니다. 첫 모금은 입안에 머금고 잠시 가만히 있어 보세요. 머금는 동안 침샘이 나와서 위스키를 더 맛있게 마실 수 있습니다. 그냥 목으로 넘겨버리면, 알코올 맛만 느껴지기 때문이죠. 그다음, 잔에 물 몇 방울을 넣어주면, 더 많은 아로마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안주로는 초콜릿 또는 말린 과일과 잘 어울립니다. 」 장만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한국인이 소주 찾을 때 미국인은 버번위스키 마신다[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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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
정인성의 〈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심야 서점 컨셉의 '책바'에서는 책과 술을 같이 즐길 수 있다. 사진 정인성 내가 운영하는 ‘책바’에서는 마감 전에 신청곡을 받는다. 이 시스템은 손님의 취향이 담긴 좋은 음악을 발견하는 기회이자, 동시에 이들이 기분 좋게 공간을 나서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누군가와 함께 듣는 경험은 소중한 사람이든 우연히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든 관계없이 특별하니까. 한가하던 어느 평일 밤, 바 끝에 앉은 남자 손님이 쓴 신청곡 리스트에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이시바시 에이코(石橋英子, Eiko Ishibashi)의 ‘드라이브 마이 카(Drive My Car)’가 적혀있었다. 손님의 손에 쥐어져 있던 책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혼자 방문한 남자가 읽는 모습을 볼 때마다 왠지 기본 안주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어지는 책이다. 공간을 잔잔히 울리는 이시바시 에이코의 곡을 들으며, 한밤중에 주황색 불빛으로 가득한 터널을 달리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예매했다. 잠들기 전에는 영화를 상상하며, 영화의 원작인 ‘드라이브 마이 카’가 있는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을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영화 애호가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씨네필(Cinephile) 사이에서 '명씨네'라고 불리는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는 관객들이 드문드문 앉아있었다. 그야말로 영화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자, 독립영화 전용관의 묘미다. 세 시간이라는 긴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크레딧 도중에 나온 건 약속 시간이 빠듯했던 내가 유일했다.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2초 정도 신경 썼던 것 같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한 장면.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는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고, 얼마 전 열린 2022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지만, 손님이 노래를 신청할 당시에는 하루키의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가 작년에 개봉했고 칸에서 상을 받은 줄도 몰랐다. 팬데믹으로 인해 먹고사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관심사에 대한 채도가 옅어진 것일까. 신청곡을 듣지 않았더라면 영화를 보는 일도 책을 다시 읽는 일도 없었을 것 같다. 책과 영화는 세부적인 스토리가 다르지만 두 남자의 상실을 다룬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한 남자는 아내를, 한 남자는 내연녀를 잃었다. 각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깊이 사랑했던 한 명의 여자를 그리워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주인공 가후쿠는 연극배우다. 아내가 바람피우는 것을 알지만 마치 연기하듯 괜찮은 척하며 사는 인물이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후쿠는 아내의 불륜 상대였던 다카쓰키에 술을 마시자고 제안한다. 반대로 영화에서는 다카쓰키가 주인공 가후쿠에게 만남을 제안한다. 누가 먼저 제안했든, 둘의 사적인 만남은 이뤄진다. 장소는 내밀한 대화가 오고 가는 ‘바(bar)’다. 두 사람은 긴자의 어느 바와 아오야마의 네즈미술관 뒤편에 있는 바(하루키가 좋아하는 바인 ‘라디오(Radio)’를 염두에 두고 썼을 가능성이 높다)에서 만나 술을 마신다.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중 바(bar)에서 대화를 나누는 가후쿠와 다카쓰키의 모습.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바의 조용한 박스석에서 몰트위스키 잔을 기울이며 가후쿠는 한 가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건 다카쓰키의 마음이 아직도 아내에게 깊이 빠져 있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드라이브 마이 카』, p.42 한 여자를 그리워하는 두 남자는 바에서 어떤 술을 마셨을까? 다카쓰키는 어쩌다 맥주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싱글몰트를 주로 마시는 사람이다. 아마 가후쿠는 상대의 취향을 고려해 몰트위스키를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두 남자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두 회사가 있다. 바로 ‘산토리(Suntory)’와 ‘닛카(Nikka)’다. 산토리를 대표하는 싱글몰트 위스키, 야마자키 12년. 사진 suntorywhisky 인스타그램 캡처 산토리와 닛카는 일본 싱글몰트위스키의 양대산맥인 회사다. 산토리를 대표하는 싱글몰트 위스키는 야마자키(山崎)와 하쿠슈(白州)가 있고, 닛카에는 요이치(余市)와 미야기쿄(宮城峡)라는 싱글몰트가 있다. 위스키 이름은 각 증류소가 있는 동네에서 가져왔으며,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시작됐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 타케츠루 마사타카다. 타케츠루는 히로시마의 양조장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나 오사카고등공업학교(현 오사카대학교) 양조학과에서 공부했다. 이후에 당시 가장 잘나가던 오사카의 양주제조 셋츠주조에 입사했는데, 그의 능력을 알아본 사장이 스코틀랜드 유학을 권한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전인 1918년의 이야기다. 타케츠루는 스코틀랜드로 건너가 글래스고 대학에서 양조를 공부하고 글렌리벳 같은 유수의 증류소에서 일한 뒤 일본으로 돌아오지만, 셋츠주조는 회사 사정으로 위스키를 만드는 계획을 철수한다. 그후 코토부키야(훗날 산토리)의 대표인 토리이 신지로가 삼고초려까지 하며 타케츠루에게 일본만의 싱글몰트위스키를 만들 것을 요청한다. 당시 일본은 이름만 위스키인, 소위 가짜 위스키가 지배하던 시기였다. 산토리의 첫 증류소는 교토 근방의 야마자키에 세워졌다. 야마자키에 증류소를 세우는 건 토리이 신지로의 의사결정이었는데, 사실 타케츠루는 교토보다 스코틀랜드의 환경과 유사한 홋카이도에 증류소를 세우고 싶어 했다. 10년의 계약 기간이 지나고 독립한 타케츠루는 자신의 염원대로 홋카이도 요이치에 증류소를 세운다. 회사 이름은 ‘대일본과즙(大日本果汁株式会社)’이다. 이후 줄여서 ‘닛카(日果)’가 되었다. 이렇게 이름을 지은 이유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한때 매출이 회사 이름처럼 과일주스를 통해 발생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산토리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타케츠루의 자서전인 『위스키와 나』에 따르면 토리이에게 존경을 표하고 원만하게 퇴사한 것으로 보이나,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과 달리 이들은 서로 원액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또 다른 위스키, 닛카의 요이치 싱글몰트는 거친 풍미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사진 nikkawhiskyusa 인스타그램 캡처 산토리와 닛카의 싱글몰트위스키는 풍미의 결이 서로 사뭇 다르다. 둘 다 스카치 스타일인 것은 맞지만, 닛카의 위스키가 산토리에 비해 조금 더 거칠고 ‘피트’의 풍미가 도드라진다. 반대로 부드러운 스타일을 선호하는 이들은 산토리의 야마자키와 하쿠슈를 찾는다. 피트란 습지 식물이 죽어서 썩은 땅속 퇴적층을 말한다. 시간이 오래되지 않은, 탄화가 덜 된 석탄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석탄이 부족해 피트를 태운 열로 몰트를 건조했다고 한다. 이때 피트의 비율에 따라 몰트의 훈연 풍미도 달라진다. 개인적으로는 피트의 풍미를 좋아한다. 닛카의 위스키 중에서는 요이치 증류소에 방문했을 때 구매했던 ‘요이치 피티 앤드 솔티(PEATY&SALTY)’가 기억에 남는다. 책바에서 이 위스키를 맛본 사람들은 아일라(혹은 아일레이) 위스키보다 깔끔한 풍미가 인상적이라고 했다. 그 의견에 나도 동의한다. 참고로, 아일라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서쪽 해안에 있는 작은 섬 아일라(Islay)에서 만든 위스키를 말한다. 작은 섬이지만 위스키 증류소가 8곳이나 있는, 스카치위스키 중에서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다시 가후쿠와 다카쓰키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그 둘은 과연 어떤 싱글몰트위스키를 마셨을까? 똑같은 술을 시켰을 것 같진 않다. 순전히 상상이지만, 두 사람이 애주가이며 자국의 위스키를 마셨다는 것을 전제한다면, 아내를 잃은 가후쿠는 부드러운 산토리를, 연인을 떠나보낸 다카쓰키는 거친 풍미의 닛카를 마시지 않았을까. 서로 같은 것을 공유하는 일은 한 여자에 대한 그리움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정인성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 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쿠킹] 두릅·달래 바삭하게 튀겨 뜨끈한 밥 위에 얹어 먹어볼까[쿠킹] 한국인이 소주 찾을 때 미국인은 버번위스키 마신다[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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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한국인이 소주 찾을 때 미국인은 버번위스키 마신다
장만진의〈랜선 위스키 바〉 세상에는 참 많은 술이 있지만, 위스키만큼 홈술에 제격인 술이 또 있을까요. ‘홈술’은 양보다 질입니다. 취하는 것보다 음미하는 행위에 가깝죠. 위스키는 단 한 잔만으로도 깊이 있는 맛과 적당한 취기를 느낄 수 있고 그런 면에서 홈술에 제격입니다. 새로운 홈술 취향을 찾고 있는 초보 애주가를 위해, 25년 경력의 바텐더 장만진이 알기 쉬운 위스키 가이드를 준비했습니다. 위스키와 관련한 모든 것을 글로 풀어드립니다. 언제든 들려 마음껏 ‘음미’해주세요. '랜선 위스키 바'에서는 집에서 단 한 잔만으로도 즐기기 좋은 술, 위스키와 관련한 모든 것을 전달한다. 사진 pexels “버번위스키 한잔 추천해주세요” 제가 운영하는 바에 어느 날 미국인 손님이 찾아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당시 한국에 프리미엄으로 들어온 위스키를 소개했는데, 손님은 그 술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죠. 대신 바의 뒤편에 있는 술 중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저 술이 진짜 버번위스키”라고 말이죠. 사실 ‘위스키’하면 보통 스코틀랜드산인 스카치위스키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더 달콤하고 오크(참나무)향이 나는, 미국에서 생산하는 아메리칸위스키의 인기도 스카치위스키 못지않답니다. 그리고 대표적인 아메리칸위스키가 바로 버번위스키(Bourbon Whisky)입니다. 스카치위스키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곁들이는 술이라면 아메리칸위스키는 길가의 친근한 식당에서 마시는 격식 없는 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품질이 낮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메리칸위스키의 기술력과 생산력은 스카치위스키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습니다. 장점이 많음에도 세계화가 늦어진 이유는 자국 내 소비가 충분해 수출할 물량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아메리칸위스키의 역사는 17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종교 박해와 가난을 피해 미국 펜실베이니아로 이주한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인들이 고향을 떠올리며 만들기 시작했죠. 처음에는 당밀을 주재료로 만들다가 1790년대에 주세법이 제정되며 증류업자들이 세금을 피해 켄터키주로 이전하면서 이곳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와 호밀을 이용해 만든 게 바로 버번위스키입니다. 버번위스키는 옥수수를 51~79% 정도 포함해 발효하는데 옥수수 대신 ‘호밀(rye)’을 주원료로 하면 라이위스키, 옥수수(corn) 함량이 80% 이상이면 콘위스키라고 하죠. 켄터키 바즈타운에 위치한 '바톤 1792 증류소'의 배럴 하우스. 사진 Barton 1792 distillery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주원료에 따라 구분하기도 하지만 지역에 따라 켄터키주의 ‘버번위스키’와 테네시주에서 생산하는 ‘테네시위스키’로도 나뉩니다. 사실 두 가지 다 법적인 제조 규정은 거의 같습니다. 규정만 지킨다면 버번위스키는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 생산 가능합니다. 반면 테네시위스키는 테네시 지역에서 생산한 원료로 만든 것만 인정합니다. 또 숙성 전 은행나무 숯에 꼭 여과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두 가지 위스키의 맛과 향 차이를 구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도 사실상 어려운 일이죠. 어쨌든 핵심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메리칸위스키 대부분이 버번이라는 점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인 손님이 가리킨 술은 ‘버팔로 트레이스’입니다. 미국인이 가장 많이 마시고, 인정하는 버번위스키 중 하나입니다. 즉 미국인이 한국에서 버번위스키를 찾는다는 것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참이슬 소주를 찾는 것과 비슷한 일이죠. 당시 버팔로 트레이스는, 제가 미국인 손님께 추천한 술의 1/3 가격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손님을 위해 프리미엄 버번위스키를 추천하고 싶었고, 버팔로 트레이스는 그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 일이 있고 나서 스코틀랜드로 위스키 투어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방문했던 한 현지 마트에서 제가 미처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마트 진열장에 제가 추천했던 그 ‘프리미엄’ 위스키가 있었고. 가격이 버팔로 트레이스와 똑같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어떠한 연유로 한국에서의 가격이 3배나 비쌌는지 알 수 없지만, 저도 모르게 가격으로 제품을 평가했다는 사실을 뉘우치게 해준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련한 옛일을 떠올리며 특별한 아메리칸위스키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물론 버팔로 트레이스도 포함했습니다. ① 미국인이 인정하는 버번위스키 ‘버팔로 트레이스’ 버팔로 트레이스는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버번위스키 중 하나로, 시큼한 호밀맛이 느껴지는 거친 느낌이 특징이다. 사진 pixabay 미국 개척정신의 상징과도 같은 술입니다. 200년의 전통과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탄생한, 가장 대표적인 버번위스키 중 하나이죠. 증류주 생산자를 뜻하는 마스터 디스틸러(Distiller)의 관리 아래 8년 이상 숙성된 원액으로만 만듭니다. 51% 이상의 옥수수와 10% 미만의 호밀, 10% 미만의 엿기름(맥아 보리),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재료 하나를 더해 완성된다고 합니다. 위스키에서 향은 중요한 역할을 하죠. 버팔로 트레이스는 바닐라 향과 민트의 아로마 향, 그리고 알싸한 향신료, 태운 참나무(오크)의 잔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맛은 시큼한 호밀 맛이 느껴지는 거친 느낌이 특징이죠. ② 켄터키주를 상징하는 프리미엄 버번 ‘1792 스몰배치’ '1792 스몰배치'는 너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바닐라 향이 매력적이다. 사진 장만진 켄터키주가 미국에 정식으로 포함된 1792년을 기념해 만들었습니다. 버번위스키의 정신적 고향이기도 한 켄터키주를 상징하는 ‘프리미엄 버번위스키’입니다. 1879년 설립한 ‘바톤 1792’ 증류소에서 생산하며, 다른 버번위스키에 비해 호밀 함유량이 많아 스파이시한 향이 많이 느껴집니다. 에어링(위스키에 공기를 접촉해 맛과 향이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하면 향신료의 향이 나면서도 버번 특유의 바닐라 향이 제법 올라오는데 너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느낌이 납니다. 맛을 설명하면 혀끝에 호밀 맛이 나면서도 버번 특유의 바닐라 맛은 유지되는 느낌입니다. 기존의 버번처럼 단맛이 강하진 않습니다. ③ ‘버번위스키의 아버지’를 기리는 ‘콜로넬 에드먼드 헤인즈 테일러 스몰배치’ '콜로넬 에드먼드 헤인즈 테일러 스몰 배치'는 버번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과 시나몬, 타바코 향을 느낄 수 있다. 사진 장만진 현대 버번위스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드먼드 헤인즈 테일러 주니어(Edmund Haynes Taylor, Jr.) 대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술입니다. 1700년대 후반 증류주 공장 ‘O.F.C. 디스틸러’를 인수해, 구리를 이용한 발효 및 증류법을 최초로 개발해 버번위스키에 적용한 사람이죠. 또 당시에는 혁신적이었던, 버번위스키의 품질을 보장하는 법률 규정을 담은 ‘보틀 인 본드 액트(Bottled-in-Bond Act)’를 시행하는 등 버번위스키 산업에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 규정을 지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콜로넬 에드먼드 헤인즈 테일러 스몰배치’이죠. 버터 스카치와 캐러멜의 달콤함, 후추의 알싸함 뒤로 버번 특유의 스파이시한 맛이 느껴집니다. 또, 시나몬과 타바코 향이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는 프리미엄 위스키입니다. ■ 「 DRINK TIP 위스키 맛있게 마시는 법 ▪ 버번위스키 즐기는 법 온더록 잔에 얼음 없이 위스키 원액을 그대로 마셔보세요. 버번위스키가 가진 개성 있는 향과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위스키의 독한 향이 부담스러운 분은 잔에 물 몇 방울 떨어뜨려 보세요. 위스키가 희석되면서 향과 맛이 더 도드라지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답니다. 솔트 초콜릿과 함께하면 기분까지 좋아질 거예요. 」 장만진 cooking@joongang.co.kr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에세이,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쿠킹] 인생을 바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우리 술[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쿠킹] 와인과 치즈는 언제나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