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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째 이어온 '가족요리 대회', 엄마 보조하던 아빠가 이젠 메인 셰프 [쿠킹]
국내 최대 요리축제인 오뚜기 '가족요리 페스티벌' 현장.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요리 대회로, 올해는 100가족이 참가했다. 사진 오뚜기 질끈 동여맨 앞치마와 머릿수건, 흐트러짐 없이 정리된 조리도구, 아빠·엄마·아들·딸 이름이 적힌 가족 유니폼까지 한 치의 오차도 용서하지 않겠다는 비장함마저 감도는 여기는 오뚜기 가족요리 페스티벌 현장입니다. 올해로 26년째, 3000여 가족, 1만 2500여명이 참여한 국내 최대규모 가족 요리대회죠. 코로나 19 여파로 규모를 축소했다가 지난 13일 과천 서울랜드 피크닉장에서 100 가족이 참여하는 행사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오랜만에 열리는 가족 행사인 만큼, 가족 모두가 함께 밥 먹는 날이 손에 꼽힌다는 군인가족부터 얼마 전 자취생활을 청산하고 주방을 합쳤다는 신혼부부까지 진한 사연을 가진 가족들이 대거 참가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을 6살 터울 동생에게도 전하고 싶어 신청했다는 고등학교 2학년 이석규 군은 “우연히 14년 전쯤 참여했던 가족 요리대회 사진을 봤다. 가족 모두가 즐겁게 웃고 있는 사진에 동생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신청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죠. 가족 사랑으로 똘똘 뭉친 참가들은 2시간 동안 열띤 요리 경연을 펼쳤습니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한복선 한복선식문화연구원 원장은 “20년 넘게 심사를 해왔는데, 올해는 특히 전문가 못지않게 수준이 높아졌다. 과거 보조 역할에 지나지 않았던 아빠가 요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도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평했습니다. 이 밖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로 여러 나라의 이색 메뉴를 꼽았는데요, 실제로 경연에는 이탈리아·프랑스·태국·아르헨티나 등 다채로운 요리가 등장했습니다. 오히려 한식 메뉴가 손에 꼽힐 정도였죠. 한 원장은 “이런 변화는 한국인 입맛이 세계화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처음 해보는 요리라도 누구나 쉽게 유사한 맛을 낼 수 있게 만든 소스가 많아지면서 한국인의 밥상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자, 그럼 어떤 요리가 수상의 기쁨을 안겨줬을까요. 수상한 열 가족 중에 오뚜기가족상, 스위트홈상을 받은 세 가족의 특별한 레시피를 소개합니다. ━ 오뚜기가족상 박범균 가족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만든 마라 부야베스, 비빔봉초밥을 소개합니다. 1. 마라 부야베스(프랑스식 해물탕) 마라맛을 살린 프랑스식 해물요리인 마라 부야베스. 사진 박범균 재료 : 마라소스, 토마토소스, 올리브유, 마늘, 양파, 모시조개, 홍합, 랍스터, 청양고추 만드는 법 ①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편마늘, 양파찹, 모시조개, 홍합, 손질한 랍스터를 넣고 볶는다. ② ①번의 팬에 토마토소스 300g, 물 300g, 마라소스 20g, 편썰은 청양고추를 넣고 끓인다. ③ ②번의 냄비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하고 접시에 담아 마무리한다. 2. 비빔봉초밥과 와사비마요네스 딥소스 와사비 마요네스로 만든 딥소스를 곁들인 비빔봉초밥. 사진 박범균 재료 : 비빔장, 와사비마요네스, 고등어초절임, 즉석밥, 미나리, 쪽파, 감태, 초생강, 딜, 우유 만드는 법 ① 초절임한 고등어의 껍질을 벗기고, 미나리와 쪽파는 잘 씻어 송송 썬다. ② 즉석 밥을 데운 뒤 비빔장소스 35g, 송송 썬 미나리를 넣어 잘 비빈다. ③ 김발에 고등어초절임을 올린 뒤 ②번의 비빔장으로 비빈 밥을 올리고, 그 위에 감태를 두른다. ④ 김밥 말듯 예쁘게 말아 알맞은 크기로 썰어준다. ⑤ 와사비 마요네스에 우유, 딜을 넣고 잘 섞어 딥소스를 만들어 접시 위에 올린다. ⑥ ⑤번 접시 위에 알맞은 크기로 썬 비빔봉초밥을 담은 뒤, 토치로 고등어 겉면을 익힌다. ⑦ 그 위에 초생강, 딜, 쪽파를 올려 마무리한다. ━ [스위트홈 상] 이석규 가족 즉석 제품을 활용하면 13개국의 아란치니도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요. 제품을 활용해,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아란치니. 사진 오뚜기 재료 : 즉석밥, 카레밥, 짜장밥, 컵밥 차돌강된장보리와 김치톡톡알밥, 오뚜기 맥앤치즈볼, 헝가리안 비프굴라쉬, 리얼 프렌치 크로크무슈, 트러플 크림뇨끼, 생낫또, 피쉬앤칩스, 렌지에 돌려먹는 연어구이, 푸팟퐁카레, 컵누들 베트남 쌀국수와 팟타이 쌀국수, 부침가루, 계란, 빵가루 만드는 법 ① 즉석밥, 카레밥, 짜장밥, 컵밥을 전자레인지에 2분간 조리한다. ② ①의 밥을 식힌 후 밥 안에 각국의 특색이 담긴 제품을 넣어 동그랗게 밥볼을 만든다. 한국: 차돌강된장보리밥에 치즈를 넣은 밥볼 일본: 김치톡톡알밥에 생낫또를 넣은 밥볼 중국: 짜장밥으로 만든 밥볼 미국: 카레밥에 맥앤치즈볼을 넣은 밥볼 헝가리: 헝가리안 비프굴라쉬를 얹은 밥볼 노르웨이: 카레밥에 연어구이를 넣은 밥볼 영국: 카레밥에 피쉬앤칩스를 넣은 밥볼 멕시코: 카레밥에 리얼 멕시칸 브리또를 넣은 밥볼 프랑스: 카레밥에 리얼 프렌치 크로크무슈를 넣은 밥볼 이탈리아: 즉석밥에 트러플크림뇨끼를 넣은 밥볼 인도: 즉석밥에 오즈키친 푸팟퐁카레를 넣은 밥볼 태국: 즉석밥에 팟타이쌀국수(컵누들) 소스를 넣은 밥볼 베트남: 즉석밥에 베트남쌀국수(컵누들) 소스를 넣은 밥볼 ③ ②를 부침가루, 계란물,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힌다. ④ 기름에 노르스름해질 때까지 튀긴다. ⑤ 잘 튀겨진 밥볼은 접시에 담고, 나라별 국기 깃발을 꽂아 완성한다. ━ [스위트홈 상] 김수진 가족 감칠맛이 물씬 나는 갈치속젓 주꾸미 파스타와 라따뚜이 비주얼이 근사한 라따뚜이(사진 왼쪽)와 감칠맛이 뛰어난 갈치속젓 주꾸미파스타. 사진 오뚜기 1. 갈치속젓 주꾸미 파스타 재료 : 스파게티면, 갈치속젓, 주꾸미, 애호박, 편마늘, 페퍼론치노, 올리브유, 화이트 와인, 파마산 or 슈레드 치즈 만드는 법 ① 호박은 반달로 썰고, 주꾸미는 손질한다. ② 팬에 올리브유를 넣고, 편마늘과 페퍼론치노를 넣어 향을 내고, 준비한 ①의 재료를 넣고 볶는다. ③ 어느 정도 볶아지면 갈치속젓 한 큰술, 화이트 와인 한 큰술을 넣고 볶는다. ④ 스파게티 면을 7분 동안 삶는다. ⑤ ③의 팬에 알맞게 익은 스파게티 면을 넣고 면수로 농도와 간을 맞추고 파마산 혹은 슈레드 치즈를 올린다. 2. 라따뚜이 재료 : 양파, 파프리카, 호박, 가지, 토마토, 다진 마늘, 올리브유, 토마토 페이스트 만드는 법 ① 양파와 파프리카를 잘게 썬다. 호박과 가지, 토마토는 1cm 크기로 둥글게 썬다. ② 코팅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 잘게 썬 양파와 파프리카를 넣고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끓인다. ③ 팬에 둥글게 썬 호박과 가지, 토마토를 넣고 굽는다. ④ ②에 구운 호박, 가지, 토마토 순으로 가지런히 넣고 뚜껑을 덮고 자작하게 끓인다. *오븐 사용 시 재료를 따로 굽지 않고 ②소스 위에 가지런히 올려 200도에서 15분 굽는다. 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관련기사 쫄깃한 쫄면의 발견…실수일까? 연구일까? [쿠킹] 출시 111년 기념 생일 파티 여는 쿠키, 국가별 한정판 다른 이유 [쿠킹] 밥보다 소중한 디저트…약게팅·반갈샷 ‘SNS’ 인증은 필수 [쿠킹] 카이막부터 푸딩·결약과·파이까지, 요즘 뜨는 디저트 맛보고 싶다면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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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쫄면의 발견…실수일까? 연구일까? [쿠킹]
[식재료 탐구 쫄면편] 장하준은 자신이 쓴 책 『경제학 레시피』에서 쫄면 맛을 이렇게 표현한다. “엄청난 쫄깃함과 눈물을 쏙 빼는 매운맛의 조합 덕분에 쫄면을 먹는 경험은 철인 3종 경기에 비견할만하다. 극도로 어렵지만, 극도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운맛과 쫄깃함. 그중에 매운맛은 쫄면만의 특징은 아니다. 그러니 가장 큰 매력은 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면만 놓고 보자면, 쫄면의 매력은 쉽게 끊어지지 않아 자꾸 씹게 하는 쫄깃함에 있다. 『국수는 돈이다』를 쓴 제면 전문가 차욱진 식품공학자는 쫄면의 매력을 “잘근잘근 씹는 어금니의 압박에서 오는 쾌감”이라고 표현한다. 잘근잘근 씹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분도 좋아진다는 것이다. 쫄면은 ‘압출면’에 속한다. 압출성형으로 만든 면인데 압착면 또는 사출면착면이라고도 한다. 반죽에 물리적인 압력이나 열을 가해 일정한 모양을 가진 출구로 면을 뽑는 방법을 말한다. 면이 나오는 출구, 즉 분창(die) 구멍은 면의 종류에 따라 크기와 모양을 다르게 쓴다. 쫄면은 1.5㎜ 내외의 구멍을 사용하는데, 이 작은 구멍으로 반죽을 밀어내기 위해 높은 압력을 가한다. 차욱진 식품공학자는 “반죽이 익을 정도의 압력이다. 면의 온도 역시 85도 정도로 높다”고 설명한다. 고압과 고온으로 밀어낸 쫄면은 밀도가 높다. 조직이 조밀해 탄력이 있고 쫄깃하다. 그래서 잘 불지도 않는다. 면 속으로 수분이 침투할 공간이 적어서다. 면의 겉과 속의 수분함량이 같아진 순간 우리는 “면이 불었다”고 말한다. 빨리 불어버리는 대표적인 면은 라면이다. 튀겨서 만드는 라면은 스펀지처럼 구멍이 많은 다공성 조직이다. 끓이는 순간부터 물이 흡수되기 시작한다. 1970년대 분식 열풍, 쫄면도 그 때 탄생했다. 쫄면은 1970년 인천 광신제면에서 탄생했다. 사진 광신제면 쫄깃한 쫄면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70년대 ‘광신제면’이라는 인천의 제면소에서 만들어졌다. 여기까진 확실한데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호하다. 두 가지 설이 인터넷을 떠돈다. 첫 번째는 냉면을 만들던 제면소 직원이 바쁘게 일하던 중에 분창을 잘못 써서 두껍고 탱탱한 면이 나왔다는 ‘실수설’이다. 두 번째는 실수설을 반박하는 ‘연구설’이다. 독특한 면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는 설이다. 냉면과 쫄면의 재료가 다르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든다. 쫄면이 탄생한 1970년대는 밀가루로 만든 분식 열풍이 불었던 때이기도 하다. 1950년대의 한국은 쌀이 부족했고 정부의 주도 아래 혼분식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밥을 지을 때는 잡곡을 섞거나 밥 대신 분식을 먹으라는 ‘혼분식’이다. 2000년대 초반 남편과 함께 광신제면을 인수한 이영조씨는 “그때는 제면소가 아주 바빴다고 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국수를 샀다고 창업자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은 책『식탁 위의 한국사』에 자세히 쓰여 있다. “(1955년 이후)미국의 잉여농산물이 들어오면서 밀가루・설탕・면직물의 삼백작업이 한국 경제의 중심축이 되었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식품산업도 제분업과 제당업을 통해서 그 기반을 다졌다.” 이어 1963년에 라면, 1969년 인스턴트 칼국수가 출시됐고 1972년부터는 본격적인 분식의 시대가 열렸다. 쌀이 부족한 시대에 쫄면이 탄생한 셈이다. 분식집 단골 메뉴 쫄면, 우리집 별미가 될까 쫄면을 포함한 국수의 3대 주재료는 곡물가루・물・소금이다. 재료는 간단해도 공정은 간단하지 않다. 차욱진 식품공학자는 “아주 작은 차이가 전혀 다른 면을 만든다”고 강조한다. 분창 구멍은 물론이고 뒤에서 면을 밀어주는 압력을 잘못 조절해도, 압출의 횟수에 따라서도 식감이 달라진다. 재료 배합과 반죽도 중요하다. 광신제면에서 특별히 제작한 면으로 국수를 만드는 인천 중구 개항로의 국숫집 ‘개항면’ 한진구 오너셰프 역시“똑같은 밀가루를 사용해도 공정에 따라 식감과 맛의 차이가 크다”고 말한다. “밀가루와 소금의 양, 물과 전분의 배합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다르다. 또 숙성도 중요하고 날씨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기온의 변화나 면을 만드는 손 온도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건면보다 생면이 특히 환경에 예민한데 약간의 편차도 용납되지 않는 작업이다.” 농심은 지난 2월 배홍동쫄쫄면을 출시했다. 지난달 10일 기준 누적매출은 45억. 비빔면이 55억인 것을 감안하고 보면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사진 농심 ‘작은 차이도 용납하지 않는 예민한 작업’ 그렇다면, 라면 제조방식으로 배홍동쫄쫄면을 만들고 있는 농심은 어떻게 맛을 구현했을까. 농심 면개발팀 고재민 선임 연구원은 "라면 제조 방식으로는 쫄면의 식감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수만번 시도 끝에 반죽과 면 건조 과정에서 면의 밀도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냈다. 방법을 찾아내니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라면의 장점이 눈에 들어왔다. 라면과 쫄면 각기 다른 면의 장점을 접목해 농심만의 쫄면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차욱진 식품공학자는 "아주 작은 차이로 전혀 다른 새로운 면을 만들 수도 있다. 면 뽑는 방법에 따라 국수의 종류는 무한대가 된다. 우연히 만든 면이라 해도 꾸준히 같은 식감을 내도록 제품화하려면 연구는 필수"라고 강조한다. 결국 ‘실수’도 ‘연구’도 모두 맞는 말이 아닐까. 도움말=차욱진 식품공학자(삼립식품(현 SPC)에서 24년 동안 제빵·제면 연구 및 제품을 개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위원과 연성대학교 식품과학부 교수를 거쳤다), ‘개항면’ 한진구 오너셰프, 농심 면개발팀 고재민 선임 연구원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밥보다 소중한 디저트…약게팅·반갈샷 ‘SNS’ 인증은 필수 [쿠킹] 카이막부터 푸딩·결약과·파이까지, 요즘 뜨는 디저트 맛보고 싶다면 [쿠킹] 도쿄 직장인 퇴근 후 찾는 '이곳'...첫 주문 무조건 '맥주'인 이유 [쿠킹] 냉장고 뒤져 후다닥 요리…피크닉 도시락에 딱, 콜드 파스타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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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111년 기념 생일 파티 여는 쿠키, 국가별 한정판 다른 이유 [쿠킹]
[요즘 뜨는 이곳] 다음은 어떤 과자일까. 힌트 하나, 1912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둘,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샌드위치 쿠키로, 1년 동안 생산되는 이 쿠키를 한 줄로 세우면 지구를 다섯 바퀴 돌 수 있는 양이다. 셋, 케이크부터 아이스크림까지 이 쿠키를 활용한 다양한 DIY 레시피가 있다. 마지막 힌트, 맛있게 먹고 싶다면 비틀어(Twist) 크림을 맛보고(Lick), 우유에 퐁당(Dunk) 찍어 먹어보길. ‘오레오(OREO)’가 떠오른다면 정답. 출시 111년을 기념해 문을 연 오레오 팝업스토어에 다녀왔다. 오레오 상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팝업스토어 외관. 사진 쿠킹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며 ‘팝업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레오도 이곳을 택했다. 18일 오전, 성수역 3번 출구 인근 골목에 들어서자,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오레오 모형과 이른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시원하게 느껴지는 파란색 벽의 팝업스토어가 나온다. 개장 시간인 11시가 다가오자, 입구 앞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대기 시스템에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니 대기 인원과 예상 대기 시간 알림 메시지가 도착했다. 입구에 자리한 웰컴존의 포토존. 생일 파티 콘셉트대로 파티 분위기가 물씬 난다. 사진 동서식품 팝업스토어는 웰컴존·커넥트존·플레이존으로 구성돼 있는데, 입구에 자리한 웰컴존은 ‘111번째 생일 파티’라는 콘셉트대로 풍선과 선물상자 등으로 꾸며져 초입부터 파티 분위기가 물씬 났다. 특히 가운데 자리한 3단의 초대형 케이크는 계단으로 올라가 사진촬영을 할 수 있어서 인증샷을 찍는 사람들로 붐볐다. 사진을 찍었다면, 본격적으로 파티를 즐길 차례. 커넥트존으로 옮기니 미니 골프, 대형 젠가, 바운스 등 다양한 놀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3번의 퍼팅으로 우유 잔 안에 공을 넣는 미니 골프를 시작으로, 기다란 스틱에 모형 오레오를 올리고 미로 같은 레이스를 30초 안에 통과하는 레이스, 우유를 연상시키는 풀장에서 공을 던지며 놀 수 있는 대형 LED 볼풀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신나게 놀 수 있는 놀이 시설이 곳곳에 있다. 현장에서 만난 대학생 이지원(22)씨는 “팝업스토어가 열리면 일부러 찾아가는데, 보통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보는 정도로 정적인 분위긴데 이곳에서는 어린 시절 친구와 생일 파티하듯, 신나게 놀 수 있어 무척 즐겁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국내에서 판매 중인 다양한 오레오를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 동서식품 팝업스토어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굿즈다. 오레오가 친근함을 더하는 유리컵과 그릇, 그립톡,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무적키링, 파우치 등 다양한 굿즈가 준비돼 있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이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오레오를 살 수 있는 코너였다. 오레오는 국가마다 매해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고 트렌드나 계절이나 부활절 등 시즌에 따라 라인업을 변경해, 그 종류를 모두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게 특징이다. 지금까지 블루베리 맛, 녹차 아이스크림 맛, 수박 맛, 코코넛 딜라이트 맛, 스파이시 치킨 맛, 메이플 시럽 맛 등이 출시됐고 지금도 새로운 맛을 연구 중이다. 유명 아티스트와의 콜라보 제품도 인기다. 올해 초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6개 국가에서 선보인 블랙핑크와 함께한 한정판과 레이디 가가와 진행한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대표적이다. 한정판 제품 중 폭발적 인기를 끈 제품은 공식 출시되기도 한다. 기존 오레오 대비 크림 양을 1.5배 늘려, 더욱 진한 풍미의 레드벨벳은 2017년 한정판으로 출시됐는데 100만개가 완판되며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이어져 2019년 정식 출시됐다. 한국에선 현재 샌드위치 쿠키 7종, 씬즈 3종, 웨하스 1종 등 11종이 판매 중인데, 팝업스토에선 11종의 오레오를 모두 판매한다. 직장인 최주영씨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선 다양한 오레오를 한 번에 사기 힘든데, 궁금했던 맛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동서식품이 수입판매를 시작한 2002년 공식적으로 오레오가 소개됐다. 이후 2010년부터 국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나라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다른 나라에 비해 단맛을 선호하지 않아 조금 덜 달다고. 팝업스토어엔 다양한 놀이 공간이 있다. 사진은 공을 바닥에 튕겨 우유잔 안에 넣는 바운스 게임. 사진 동서식품 MZ세대에겐 만남의 필수 코스가 된 즉석 사진 촬영을 위한 포토 부스도 그냥 지나치기 아쉽다. 플레이존에 자리한 포토 부스엔 귀여운 촛불 모양의 머리띠, 선글라스, 모자 등 파티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품이 있어, 이를 활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한 색색의 초콜릿 펜을 이용해 나만의 오레오를 만들 수 있는 꾸며볼 수 있는 코너는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다. 생일 축하 메시지, 인증샷 촬영, 퀴즈 등 정해진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종이에 스탬프를 찍어주는데, 4개의 스탬프를 모두 받으면 선물로 오레오를 준다. 오레오 모양의 대형 젠가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 사진 동서식품 5월 25일 오레오데이를 기념해 열리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5월 18일부터 6월 18일까지 한 달간 문을 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동서식품 이수아 마케팅 매니저는 “이번 팝업스토어는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쿠키이자 즐거움의 상징인 오레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담았다”며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인 만큼 모든 연령의 사람들이 찾아, 행복한 추억을 만드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밥보다 소중한 디저트…약게팅·반갈샷 ‘SNS’ 인증은 필수 [쿠킹] 카이막부터 푸딩·결약과·파이까지, 요즘 뜨는 디저트 맛보고 싶다면 [쿠킹] 출시 111년 기념 생일 파티 여는 쿠키, 국가별 한정판 다른 이유 [쿠킹] 스시각 1도만 달라도 안 나간다…서울 온 日미쉐린 3스타 출신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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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소중한 디저트…약게팅·반갈샷 ‘SNS’ 인증은 필수 [쿠킹]
# 오전 8시 59분, 원격 줄서기 앱을 열고 쉴 새 없이 새로 고침을 누른다. 9시 정각, 활성화된 ‘대기’ 버튼을 눌렀다. 성공? 설레는 마음도 잠시. 결제 수단을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뜬다. 우여곡절 끝에 9시 2분 원격 줄서기에 성공했다. 대기번호 185번. # 9시 40분 기필코 맛보겠다는 일념으로 베이글 가게를 찾았다. 이미 스무 명 넘는 대기자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함께 줄 선 22살 여대생은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지난번에 늦게 와 두 시간 반 넘게 기다렸다고, 그래서 이번에 문 열기 전에 왔다고 설명했다. # 10시 40분, 드디어 대기 순번이 다섯 손가락 안으로 들어왔다. 입구 근처를 서성이던 중 가게 직원의 목소리가 들린다. “지금 접수하시면 포장은 3시간, 매장 취식은 4시간 이상 기다리셔야 합니다.” 바야흐로 디저트 전성시대다. 오픈런 해야 먹을 수 있는 스콘 맛집으로 유명한 더현대서울의 카페레이어드. 사진 현대백화점 명품 백도 아닌데, 오픈런 하는 이유는 밥도 아닌 한 입 거리 디저트를 위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 MZ의 심리는 무엇일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자기만족 추구와 SNS 인증을 놀이처럼 여기는 MZ세대의 문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Z 세대는 이슈가 되고 있는 상품이나 현장을 직접 체험해봤다는 경험 자체를 높이 산다는 것이다. 맛집을 찾아가고, 기다리고, 맛보는 일련의 과정이 MZ에게는 놀이가 된다. 맛집 약과 구하기가 아이돌 공연 티케팅(Ticketing) 방불케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약게팅'도, MZ에게는 일종의 보물찾기 같은 놀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 괜찮다. 구하기 위해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수록 만족감과 성취감도 올라간다. 그리고 이것은 곧 ‘SNS 인증’으로 이어진다. 남들이 구하지 못하는, 희소성과 차별성이 높은 아이템일수록 SNS에 올렸을 때 더 많은 '좋아요'와 타인의 주목을 받게 된다. 디저트라는 특수성도 있다. 이 교수는 “디저트의 맛뿐 아니라 모양새나 가게의 인테리어도 일상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꿈 같이 예쁘거나 이색적인 공간과 분위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일상의 고됨을 위로받고, 힐링한다.”고 덧붙였다. 할머니 입맛에 사로잡힌 MZ세대 요즘 디저트 대세는 ‘레트로’다. 정확히는 ‘할매니얼’이다. 할매니얼이란 할매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신조어로 약과나 떡, 미숫가루 등 할머니가 좋아할 법한 취향에 MZ세대가 열광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말한다. 약과대란의 시초 장인한과와 제주도 명물이 된 거북이한과는 문을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판매 사이트에 제품이 뜨자마자 순식간에 매진이다. 이렇다 보니 작은 카페부터 기업까지 앞다투어 약과나 인절미, 흑임자 등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거나 모티브로 한 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편의점 CU에서 내놓은 약과 쿠키는 두툼한 쿠키 위에 약과 하나를 통째로 올린 제품이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는 인기 카페와 협업해 출시한 디저트로, 품귀 현상을 반복하며 판매 시작 5일 만에 10만 개가 팔렸다. 할매니얼 트렌드에 가장 진심인 회사는 SPC그룹이다. 던킨은 지난 1월 도넛 모양의 약과 위에 허니 글레이징을 입혀 약과를 새롭게 재해석한 허니 글레이즈드 약과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당초 설 한정 제품이었으나 열흘간 20만 개가 팔리며 현재는 상시 판매로 전환되었다. 이번 달에는 달고나 츄이스티 약과까지 출시했다. 대한과자점의 조청 모약과.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사진 SPC 새로운 브랜드도 론칭했다. SPC삼립은 지난달 프리미엄 전통 디저트 브랜드 ‘대한과자점’을 론칭하고 ‘조청 모약과’를 출시했다. 모약과란 일반 약과와 달리 반죽을 밀고 접기를 반복해 만들어 페이스트리처럼 결이 생기는 것이 특징인 약과다. 여기에 즙청(한과를 만들 때 꿀이나 조청에 재워 맛을 내는 것) 공정을 늘려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으로 약과 마니아를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일단, 찍고 싶어야 뜬다. SNS 인증을 즐기는 MZ에게 선택 받으려면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비주얼'은 필수다. 못생겨도, 과해도 콘셉트가 뚜렷하면 먹힌다. SNS에서 바이럴 되기 시작하면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서도 제품 모양새를 좀 더 화려하고, 개성 있게 만드는 데 공을 들이는 추세다. 편의점 CU의 연세우유 크림빵이 이걸로 떴다. 요즘 디저트계에 떠오르는 태그는 ‘#반갈샷’이다. 반갈샷이란 빵을 반으로 갈라서 인증하는 사진을 말하는데, 빵 전체 중량의 80% 크림으로 채운 연세우유 크림빵은 반으로 가르는 순간 찍고 자랑하고 싶은 모양새가 만들어진다. 연세우유 크림빵은 새로운 맛이 출시될 때마다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누적 판매량 3000만 개를 돌파했다. MZ를 겨냥한 파리바게뜨의 캐릭터 케이크 '어메이징 벨리곰 케이크'. 사진 SPC 인기 캐릭터와의 협업 제품도 눈에 띈다. 유명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한 상품은 더는 어린이의 전유물이 아니다.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145만 SNS 팬덤을 보유한 인기 캐릭터 ‘벨리곰’과 협업해 ‘어메이징 벨리곰 케이크’를 선보였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이 2018년 MZ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분홍색 털의 곰 캐릭터다. MZ를 겨냥한 만큼 분홍색 크림과 핑크 코코넛 가루를 이용해 캐릭터를 입체적이고,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MZ 마음을 사로잡을 다음 디저트는 F&B 트렌드 전문가들은 ‘할매니얼’ 트렌드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레트로 열풍과 건강을 생각하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엄민우 더현대 서울 F&B 바이어는 “엔데믹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여행객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일본이나 홍콩 등 해외에서 맛본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 해외 디저트 브랜드를 찾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달콤한 유혹은 강력하지만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혜성같이 등장했던 와플과 크로플의 인기는 시들해졌고, 전문점까지 등장했던 컵케이크도 MZ 세대 마음에서 멀어졌다. SPC 관계자는 “디저트 간의 새로운 조합이 중요해졌다” 며 “시장이 고급화되고 세분화 되면서 차별화된 제품을 찾는 소비자의 선호가 강해졌다. 파리바게뜨가 출시한 타르트 케이크는 이런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혜진 쿠킹 기자 an.hyejin@joongang.co.kr 관련기사 카이막부터 푸딩·결약과·파이까지, 요즘 뜨는 디저트 맛보고 싶다면 [쿠킹] 출시 111년 기념 생일 파티 여는 쿠키, 국가별 한정판 다른 이유 [쿠킹] 쫄깃한 쫄면의 발견…실수일까? 연구일까? [쿠킹] 26년째 이어온 '가족요리 대회', 엄마 보조하던 아빠가 이젠 메인 셰프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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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앞두고 체중관리? MZ는 챌린지로 함께 습관 만든다 [쿠킹]
최근 가장 주목받는 영양소를 꼽는다면 단백질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코로나 19를 거치며 단백질은 건강 관리를 위한 필수 영양소로 자리 잡았다. 3대 필수영양소인 단백질은 근육의 핵심 성분이다. 근육은 지방의 분해를 돕고 면역 세포 분비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근육이 감소하면 각종 질병에 취약해지므로 충분한 양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단백질은 건강 관리를 위한 필수 영양소다. 중앙포토 단백질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성인 기준, 남성은 50~55g, 여성은 45~50g이다. 고기·생선·콩·유제품·견과류에 들어있다. 하지만 하루 세끼 영양소를 고려해 챙겨 먹는 일이 쉽지 않은 만큼, 일상에서 식사만으로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것이 단백질 제품이다. 글로벌리서치가 20대 이상 남녀 780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21년)에 따르면 단백질 제품에 기대하는 주요 효능·효과는 근력 강화와 근육 생성, 영양·에너지 보충, 면역력 증진, 체중조절, 다이어트 등이다. 소비자의 니즈만큼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단백질 식품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18년 813억원에서 2021년 3364억원, 지난해 3400억 원으로 4배 이상 커졌다. 올해엔 4000억 원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파우더 형태의 보충제 위주였던 단백질 제품이 바·음료·스낵 등을 넘어 식사대용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해졌다. 식습관, 인증하며 즐기기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체중조절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단백질 식품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체형 관리를 위해 단백질을 찾는 만큼 MZ세대의 관심이 높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소비 방법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물 한 잔 마시기, 매일 필요 없는 물건 하나씩 버리기 등 바른 습관을 만들며 하루의 일상을 잘 살아내는 힘, 일상력을 키워온 MZ세대는 단백질 섭취를 할 때도 인증과 루틴 만들기가 필수다. 오운완(오늘운동완료) 후 섭취한 단백질이나 저녁 식단을 SNS에 인증하고 하루하루를 기록하며 습관을 만들어간다. 브랜드도 이러한 트렌드에 맞춰 챌린지 프로그램을 선보여 호응을 이끌었다. 빙그레는 단백질 전문 브랜드 '더:단백' 드링크 제품의 챌린저스를 선발해, 소비자가 제품을 체험하며 자신만의 운동 계획과 미션을 세우고 이를 수행하는 챌린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종근당건강은 지글지글클럽과 함께 테이스틴 '단백질 두부리또'를 먹으며 체중 관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진 지글지글클럽 종근당건강의 ‘테이스틴’은 체중 관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여름을 앞두고 식문화 소셜서비스 ‘지글지글클럽’과 단백질 챌린지 프로그램을 열고, 참가자를 모집한다. 테이스틴의 대표 제품인 단백질 두부리또를 5일간 매일 한끼 식사 대신 먹으며 단백질도 섭취하고 체중 관리도 할 수 있는 챌린지다. 단백질 두부리또는 국내 최초로 두부 100% 또띠아를 사용해 단백질 함량은 23g 이상으로 높고, 칼로리는 낮아, 체중 관리를 위한 한 끼 식사로 제격이다. 칠리살사치킨, 트러플불고기, 콰트로치즈콤비네이션, 트리플치즈피자, 마라치킨 등 5가지로 맛도 다양하다. 참가자는 매일 두부리또로 한 끼 식사를 하고, 지글지글클럽내 미뢰연구소 페이지에서 설문을 참여하면 된다. 미뢰연구소는 맛을 연구하는 커뮤니티로, 궁금한 식재료부터 요리, 식품회사의 신제품, 대표 제품을 체험하고 함께 연구하는 서베이 서비스다. 단백질 챌리지 참가자는 18일부터 24일까지 지글지글클럽내 미뢰연구소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자 중 200명을 선발해 진행할 예정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몸 보양할 땐 닭고기, ‘이것’으로 비타민‧무기질도 챙겨야 [하루 한 끼, 혈당관리식] [쿠킹] '오운완 인기', 득근 위해선 단백질 잘 챙겨먹어야 "누가 계란 5개 먹겠나"…유산균 회사, 미쉐린 셰프 부른 까닭 [쿠킹] 헬시플레저 인기…식단 관리는 놀이하듯, 간편식도 건강하게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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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직장인 퇴근 후 찾는 '이곳'...첫 주문 무조건 '맥주'인 이유 [쿠킹]
낯선 곳에서 맛보는 색다른 음식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한 끼도 허투루 먹을 수 없죠. 미식 여행을 즐긴다면 매주 금요일을 주목하세요. 도쿄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와 요리 이야기를 담은 책『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의 에피소드 중 네 가지를 골라 미리 연재합니다. 도쿄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이야기를 중앙일보 COOKING에서 만나보세요. 다치노미야의 단골메뉴, 구시야키(꼬치구이). 사진 게티이미지 서서 먹고 마시는 술집을 가리키는 ‘다치노미야(立ち飲み屋)’는 에도 시대에 처음 생겼습니다. 서민들이 저렴하게 먹고 마시는 공간으로 에도 거리에 확산되다가 1940년대 초 주류 배급제, 1960년대 고도 성장기 등을 거치며 인기가 잦아들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전후 시작된 ‘쇼와 붐(쇼와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분위기)’으로 다시 인기에 불이 붙은 이후 계속 확산 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자카야(居酒屋, 선술집)의 인기를 추월한 지도 오래입니다. 다치노미야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구시야키(串焼き, 꼬치구이), 어묵 등 가벼운 안주만을 파는 곳부터 와쇼쿠(일본식 식사) 전반을 파는 곳, 프렌치·이탈리안·중국·중동·지중해 요리 등 다국적 요리를 내놓는 곳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요리 종류를 망라합니다. 사시미 전문 다치노미야에서 리버무스(Liver Mousse, 소·닭 등의 간을 삶아 곱게 체로 거르고 생크림 등과 섞어 굳힌 요리), 리예트(Rillettes, 다진 돼지고기·거위 고기 등을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삶아 틀에 넣고 굳힌 후 빵 등에 발라 먹는 요리)를 팔기도 하고, 프렌치 전문 다치노미야에서 오코노미야키(お好み焼き)나 오므라이스를 팔기도 합니다. ‘뎀뿌라&와인’ 다치노미야, ‘교자&샴페인’ 다치노미야, ‘훈제 요리&위스키’ 다치노미야 등 특정 음식의 조합을 테마로 한 치노미야도 있습니다. 어느 다치노미야든 밝고 활기찬 분위기에서 합리적인 가격대의 요리를 즐기려는 ‘다치노미스트(タチノミスト, 다치노미야에서 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것이 공통점입니다. 다치노미스트들이 가장 먼저 주문하는 것은 맥주입니다. 다치노미야가 밀집한 곳이 대부분 신바시, 긴자, 신주쿠 등 오피스 상권이다 보니 일이 끝난 후 상사나 동료, 혹은 지인들과 여럿이서 그룹으로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본에는 이렇게 여럿이 모였을 때 첫 잔을 서로 부딪치며 “간파이(乾杯, 건배)!”를 외치는 문화가 있습니다. 이 건배를 빨리해야 안주도 먹고 수다도 떨기 시작할 수 있는데, 많은 인원이 각기 다른 술을 주문하면 술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첫 잔만큼은 맥주로 메뉴를 통일하는 겁니다. 내 음식이 늦게 나와서 남을 기다리게 하는 일이 폐라고 생각하는 일본인 특유의 오모이야리(思いやり, 배려)가 작동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여럿이 찾는 경우가 많지만, 홀로 찾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주류 회사 마보로시노사케(幻の酒)의 2018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다치노미야를 선택하는 이유로 ‘혼자 마음 편히 마시고 싶을 때’를 택한 사람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다음이 ‘직장 동료가 아닌 친구나 지인과 편히 마시고 싶을 때’였습니다. 이처럼 다치노미야는 일본인이 부담 없이 한잔하고 싶을 때 가장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차나 2차로 잠시 들르는 곳이고 다음 날 출근을 위해 가볍게 마시다 보니, 머무는 시간도 평균 40분에서 2시간 미만입니다. 에도 시대부터 서민의 공간이었던 다치노미야는 대로변보다는 뒷골목, 임대료가 저렴한 철로나 고가 아래 공간이 주 무대. 이런 공간이 궁색해 보일 수 있지만, 애주가에게는 지나가는 전철의 소음을 안주 삼아 술 한잔하는 것이 낭만이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크래프트 비어, 와인 등 다양한 주류와 프렌치, 이탈리안 등 다국적 요리들을 썩 괜찮은 가격으로 맛볼 수 있으니, 도쿄의 귀한 미식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치노미야에서는 첫 잔을 맥주로 통일하는 경우가 많다. 사진 셔터스톡 [추천 도쿄 다치노미야] 비스트로 알리고(ビストロ アリゴ) 명문 대학이 모여 있어 ‘일본의 라탱 지구(Quartier latin, 파리의 대학가)’라고도 불리는 진보초(神保町) 일대는 온통 출판사와 출판 도매점, 130년 역사를 가진 고서점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런 지성의 거리 뒤쪽에 자리한 비스트로 알리고는 동네 주당들에게 사랑받는 다치노미야 중 하나입니다. 1950년대에 지어진 2층짜리 목조 고옥 외벽에 걸려 있는 이전 가게의 빛바랜 간판, 오래된 나무 문틀, 철 지난 구식 온도계 등 마치 반세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곳입니다. 예스러운 공간에서 와인과 프랑스 시골 요리를 파는 반전 매력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미닫이문을 열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오픈 주방부터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얼음 가게였던 시절 얼음을 두고 장사하던 공간인 1층이 지금의 다치노미야가 되었고, 노부부가 주거용으로 사용하던 2층은 현재 다다미방에 앉아서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투박하지만 정성 가득한 프랑스 시골 요리를 먹음직스럽게 담아서 내줍니다. 모두 산지 직송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데요. 최고 인기 메뉴는 오베르뉴(Auvergne) 지방의 향토 요리 알리고(アリゴ, Aligot, 치즈와 감자 퓌레를 섞은 요리)와 랑그도크(Languedoc) 지방 스타일의 스튜 카술레(カスレ, Cassoulet)입니다. 특히 이 카술레에 들어간 큼지막한 소시지 맛이 일품입니다. 이 외에 남성 애주가들에게 인기인 주먹만 한 크기의 햄버그(煮込みハンバーグ)도 아주 맛있고, 연어 아보카도 타르타르(サーモンアボカドタルタル), 돼지 곱창으로 만든 크로켓(豚ホルモンのコロッケ)도 인기 메뉴. 간판조차 없지만, 이미 다녀간 애주가들의 입소문만으로 승승장구 중인 지역밀착형 다치노미야입니다. 이정선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도쿄 식당 중 30%가 중식당, 일본식 중화요리가 사랑받는 이유 [쿠킹] 종류부터 가격까지 무궁무진한 일본 카레라이스의 세계 [쿠킹] 담배냄새 배어도 간다…'출근전 한끼' 낭만 떨어지는 도쿄 이 곳 [쿠킹] 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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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식당 중 30%가 중식당, 일본식 중화요리가 사랑받는 이유 [쿠킹]
낯선 곳에서 맛보는 색다른 음식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한 끼도 허투루 먹을 수 없죠. 미식 여행을 즐긴다면 매주 금요일을 주목하세요. 도쿄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와 요리 이야기를 담은 책『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의 에피소드 중 네 가지를 골라 미리 연재합니다. 도쿄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이야기를 중앙일보 COOKING에서 만나보세요. 먹음직스럽게 노릇하게 구워진 일본식 만두, 교자. 사진 게티이미지 최근 일본 총무성 데이터(경제 컨센서스)에 따르면, ‘도쿄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 1위는 와쇼쿠(일본식 식사), 그다음은 이탈리안, 중식, 프렌치 순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식당 수로만 본다면 3만 곳이 넘는 도쿄의 식당 중 약 3할을 중식당이 차지합니다. 일상 가까이에서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외국 요리는 동네 중식당의 중화 요리라는 뜻입니다. 일본의 중화 요리는 에도 시대에 나가사키, 고베, 요코하마 등의 차이나타운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청나라 말기 요코하마에 온 중국인 대부분이 광둥 출신이었는데, 해산물을 많이 쓰고, 강한 양념을 쓰기보다는 재료의 맛을 살리는 광둥 요리가 일본인의 입맛에 맞아 오랫동안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후 1950~60대에는 천젠민이 주도한 쓰촨 요리가 세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1980년대는 유독 상하이 요리 셰프가 대거 건너와 상하이 요리가 득세했던 시기입니다. 최근에는 중국 소수민족의 요리, 즉 변방의 향토 요리들이 ‘도쿄 차이니스’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 요리들은 ‘매니악 추카(マニアック中華, maniac, 중화)’라고 불리며 지금도 세를 늘려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 중화 요리 시장은 남방계(광둥)요리와 서방계(쓰촨)요리가 대세지만, 북방계(베이징)요리, 동방계(상하이)요리도 고루 포진되어 있고, 중국 본토의 8대 요리(산둥, 장쑤, 저장, 안후이, 푸젠, 광둥, 후난, 쓰촨) 중 일부와 소수민족의 향토 요리가 가세 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식당은 분위기나 가격에 따라, 마치추카(町中華, 편안한 가격대의 동네 중식당), 이보다 정돈된 메뉴와 공간을 지닌 도심의 중식 레스토랑, 고급 중화 요리 전문점 등으로 구분됩니다. 알싸하면서도 얼얼한 맛이 일품인 마파두부. 사진 게티이미지 마치추카의 대표 메뉴에는 마파두부, 교자(우리로 치면 만두), 차항(炒飯, 중식 볶음밥) 등이 있습니다. 특이한 것은 마치추카에서 카츠동, 오야코동,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등의 와쇼쿠를 팔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도쿄의 중화 요리는 대부분 도쿄인의 입맛에 맞게 현지화되었지만, 화교가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 대부분이라 중국 본토의 맛을 기본으로 하여 우리에게도 익숙한 맛이 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중화 요리와 재료나 양념, 조리법이 완전히 다른 요리들도 많습니다. 일본인 입맛에 맞게 진화를 거듭하다 아예 와쇼쿠로 정착한 중화 요리도 많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 처음 들어왔지만 일본인들 사이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와쇼쿠로 통하는 ‘라멘’이 가장 대표적인 예입니다. 어찌 되었든 도쿄의 중화 요리는 그 어느 도시의 중화 요리보다 맛이 훌륭한 곳으로 꼽힙니다. [추천 도쿄 차이니즈 맛집] 밍밍(珉珉) 편안한 가격대의 동네 중식당을 뜻하는 마치추카는 차항, 교자, 덴신항(天津飯, 게살을 듬뿍 넣은 야채와 달걀볶음 위에 걸쭉한 소스를 끼얹은 일본 독자적인 요리), 마파가지(麻婆茄子), 호이코로(回鍋肉, 회과육. 양배추, 돈육 등의 춘장 볶음), 야키소바 등 주로 일본에서 고안된 중국 요리를 팝니다. 이처럼 도쿄 사람들이 평소 가장 즐겨 찾고 가장 좋아하는 중식 메뉴를 모아 놓은 마치추카는 잘만 골라 들어가면 저렴한 가격대에 푸짐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보배로운 곳입니다. 1965년 문을 연 밍밍(みんみん, 珉珉)은 메뉴로 보나 소박한 분위기로 보나 영락없는 마치추카. 하지만 명성이 자자한 노포이다 보니 동네 사람뿐 아니라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옵니다. 대표 메뉴는 ‘드레곤차항(ドラゴン炒飯, 드레곤 중화 볶음밥)’과 교자입니다. 어느 마치추카에나 있는 평범한 메뉴지만, 다른 가게보다 크기도 크고 맛도 훌륭합니다. 바싹 구워내 갈색빛이 도는 야키교자는 간장 대신 특제 식초(스고쇼, 酢コショウ)와 함께 나오는데, 식초에 후추만 듬뿍 뿌렸을 뿐인 이 식초가 만두 맛을 확 끌어 올려줍니다. 부추와 마늘을 불맛 나게 볶아낸 차항의 맛도 아주 좋습니다. 니쿠미소(肉味噌, 다진 고기를 미소로 볶아낸 소스)를 끼얹은 ‘미소교자(ミソギョウザ)’와 차항을 함께 먹기도 하는데, 교자에 토핑된 니쿠미소를 차항에 얹어 먹는 것이 이 집에서 권하는 방식입니다. 구수한 니쿠미소의 맛과 마늘 향과 불맛이 제대로 밴 차항의 맛, 입안에서 농후한 육즙이 터지는 교자의 맛을 번갈아 즐기다 보면 금세 접시의 바닥이 드러납니다. 한 유명 여배우가 여러번 반복해서 주문하여 더욱 유명해졌다는 ‘가지카레(なすカレー)’도 꼭 맛보아야 할 이 집의 명물. 시멘트 질감을 살린 외벽에 음각으로 상호를 새긴 외관에서 예사롭지 않은 맛의 기운이 전해지는 식당입니다. 화려하거나 깔끔하진 않지만 마치 홍콩의 뒷골목 식당 같은 느낌도 듭니다. 소박하지만 맛이 훌륭한 한 끼를 누릴 수 있는 맛집입니다. 이정선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종류부터 가격까지 무궁무진한 일본 카레라이스의 세계 [쿠킹] 담배냄새 배어도 간다…'출근전 한끼' 낭만 떨어지는 도쿄 이 곳 [쿠킹] 일상에 특별한 순간이 필요할 땐 소고기 스튜와 타코, 그리고 맥주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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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 판매하는 소고기 듬뿍 넣은 카레와 비빔면 맛보세요 [쿠킹]
지난 28일 서울 논현동의 주택가,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골목을 오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붉은색 벽돌 건물로 향했다. 이곳은 오뚜기의 복합식문화 공간 롤리폴리 꼬또 1층에 자리한 음식점 ‘케이브’다. 12시를 조금 넘기자 매장 안 테이블엔 빈자리가 없었고, 키오스크 앞엔 주문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던 순간, 다른 테이블에 놓인 카레와 비빔면이 보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메뉴지만 카레엔 큼직한 소고기가, 비빔면 위엔 육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실제로 많은 테이블 위엔 사과 카레와 비빔면이 놓여 있었다. 사실 두 메뉴는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가 육우를 알리기 위해 오뚜기와 협업해, 개발한 메뉴다. 육우와 오뚜기의 협업으로 탄생한 메뉴, 왼쪽부터 소고기 사과 카레와 육우 육회 진비빔면. 사진 쿠킹 육우 듬뿍 넣은 카레와 비빔면 인기 비결 육우 사과 카레와 육우 육회 비빔면, 두 메뉴를 직접 먹어봤다. 먼저 카레는 육우(목등심)와 사과, 당근 등을 넣고 푹 끓여내, 뭉근하게 익은 채소의 부드러운 단맛과 진한 소고기 향이 잘 어우러졌다. 익숙한 오뚜기 카레를 활용해서인지,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이었다. 다음 한낮 기온이 20도를 웃도는 날씨 때문인지, 많은 사람이 주문한 비빔면을 맛봤다. 오뚜기 진비빔면을 베이스 삼아 육회, 배, 미나리, 달걀노른자를 올려냈는데, 쫀득하고 찰진 육회를 더하니 비빔면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직장인 홍정은(38) 씨는 “평소 육회를 좋아하지 않는데 비빔면과 함께 먹으니 먹기 좋았고, 특히 레시피가 쉬어 보여 집에서도 만들어 봐야겠다”고 말했다. 두 메뉴의 인기 비결로는 가격도 빼놓을 수 없다. 고물가 시대에 소고기와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간 카레는 9800원, 육우 육회를 올린 비빔면은 1만3800원이다. 직장인 최민지(25) 씨는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회 초년생에게 만 원 이하로 사 먹을 수 있는 괜찮은 한 끼 식사였다”고 했다. 이는 육우의 합리적인 가격 덕분이다. 육우는 고기 생산을 목적으로 사육된 얼룩소(홀스타인)로, 우리 땅에서 자란 국내산 소고기다.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기간이 20~24개월이면 충분한데, 사육 기간이 짧다 보니 육질이 연하고 맛이 담백하다. 또한 도축 즉시 냉장 유통되기 때문에 신선하다. 속을 든든히 채우고 나서는 길, 입구 쪽 전시 공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앞치마, 에코백, 컵 받침, 테이블 매트, 펜, 레시피 노트 등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굿즈가 시선을 끌었다. 한편, 육우 사과 카레와 육우 육회 비빔면은 5월 9일까지만 판매한다. 쿠킹클래스 첫 시간은 요리 연구가 윤지아씨가 육우를 활용한 한식 메뉴를 소개했다. 오프라인과 함께 지글지글클럽을 통해 온라인 라이브로도 진행됐다. 사진 쿠킹 육우 쿠킹클래스, 온라인으로 즐기다 한편, 롤리폴리 꼬또 4층 오키친 스튜디오에서는 육우를 활용한 쿠킹 클래스가 진행 중이다. 요리연구가 윤지아, 손봉균 셰프, 요리 선생님 나카가와 히데코, 황진선 셰프가 각각 한식·양식·일식·중식 요리를 알려준다. 쿠킹클래스 현장은 식문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지글지글클럽’을 통해 온라인으로 참여할 수 있다. 실제로, 온라인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조리 키트는 판매 시작 3시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였다. 윤지아씨가 소개한 간장 겨자 소스를 곁들인 육우 채끝구이. 사진 쿠킹 27일 진행한 첫 수업은 건강식 요리연구가 윤지아씨가 ‘간장 겨자 소스를 곁들인 육우 채끝구이’와 ‘육우 골동면’을 소개했다. 윤씨는 “육우는 기름이 적고 담백해서 건강식에 활용하기 좋은 데다 육질이 부드러워서 구이 요리에도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참가자 모두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한 덕분에 2시간 내내 활기가 넘쳤다. 직접 만든 요리를 그릇에 멋스럽게 담아내는 것으로 수업은 끝났다. 온라인 클래스에 참가한 배현주씨는 “구운 채끝등심을 먹기 좋게 잘라 그릇에 담고 여기에 연겨자를 넣은 소스를 곁들였는데, 서양식 스테이크와는 다른 한식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며 “특히 고기의 구움 정도를 화면을 통해 선생님이 확인해줘서 실패 없이 맛있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혜린 쿠킹 에디터 son.hyelin@joongang.co.kr 관련기사 당신이 몰랐던 국내산 소고기의 비밀, 육우의 재발견 [쿠킹] 종류부터 가격까지 무궁무진한 일본 카레라이스의 세계 [쿠킹] 된장으로 찌개·무침만? 감칠맛 일품인 볶음밥 어때요 [하루 한 끼, 혈당관리식] 아삭아삭 씹히는 마늘종 식감이 일품, 돼지고기 덮밥 [하루 한 끼, 혈당관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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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부터 가격까지 무궁무진한 일본 카레라이스의 세계 [쿠킹]
낯선 곳에 맛보는 색다른 음식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한 끼도 허투루 먹을 수 없죠. 미식 여행을 즐긴다면 매주 금요일을 주목하세요. 도쿄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와 요리 이야기를 담은 책『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의 에피소드 중 네 가지를 골라 미리 연재합니다. 도쿄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이야기를 중앙일보 COOKING에서 만나보세요. 일본인은 주 1회 카레를 먹는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카레라이스는 일본의 대표 가정식으로 꼽힌다. 사진 셔터스톡 일본의 유명 식품회사 S&B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은 주 평균 1회 이상 카레를 먹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카레는 일본인에게 아주 일상적인 먹거리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카레’는 카레의 본고장인 인도의 ‘커리’와 다릅니다. 한 인도인이 일본에 와서 카레라이스를 먹고는 “이 맛있는 요리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만큼 일본식 카레는 맛도 형태도 본토인 인도의 커리와는 차이가 있는데요. 카레가 일본으로 건너온 지 1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 일본만의 조리법이 생겼고, 이제 카레라이스는 일본 사람 그 누구도 외국 음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와쇼쿠(일본식 식사)가 되었습니다. 카레라이스를 처음 일본으로 전한 나라는 인도가 아닌 영국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인도가 영국령이었던 메이지 시대(明治, 1868~1912)에 인도 요리를 기반으로 한 영국의 ‘커리드라이스(Curried Rice)’ 혹은 ‘커리 앤 라이스(Curry&Rice)’가 일본으로 전해지며 일본 카레라이스의 원형이 되었다는 것이죠. 일본 카레라이스는 대개 며칠간 뭉근하게 끓이는 방식으로 조리하여, 인도 커리와는 달리 상당히 걸쭉합니다. 예전 영국 해군함 식당에서 배의 흔들림에 대비해 카레를 덜 흘리게끔 조리한 방법이 그대로 일본에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본식 카레라이스의 역사는 영국 식품회사 크로스&블랙웰(Crosse&Blackwell)이 개발한 ‘커리파우더’가 일본에 들어오면서 시작됐습니다. 1877년 도쿄의 요네즈후게츠도(米津風月堂)라는 프렌치 식당에서 대중에게 첫선을 보였고, 1889년 고베(神戸)의 오리엔탈 호텔(オリエンタルホテル)의 메뉴에 올랐습니다. 이후 1903년 일본판 ‘카레 파우더’를 처음으로 팔기 시작했고, 1906년 고형 ‘카레 루(Curry Roux)’가 등장했는데요. 고형 카레 루의 등장이야말로 카레라이스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식당에서나 가정에서나 직접 양념을 조합하여 자체적으로 카레를 끓이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전에는 고형 ‘카레 루’로 카레라이스를 만들었습니다. 카레라이스가 식당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의 식탁에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카레 루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50년대 발매된 하우스식품(ハウス食品)의 바몬드카레(バーモンドカレー)와 에스비식품(ヱスビー食品)의 골든카레(ゴールデンカレー) 등이 카레라이스의 대중화에 기여한 카레 루 1기 제품들입니다. 카레 루 1기는 순한 맛이 주류였지만, 1960년대 후반 카레 루 2기부터는 매운맛이 추가되는 등 다채로운 제품이 시장을 리드해 나갔습니다. 그리고 1970~80년대에는 플레이크 혹은 건더기 타입 등 고품질 재료로 깊은 맛을 낸 프리미엄 제품군이 등장했습니다. 일본의 카레는 맛과 가격이 다양하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도쿄의 카레라이스는 종류도 무궁무진하고 가격도 몇백 엔에서 몇천 엔까지 다양합니다. 고급 프렌치 식당에서는 코스의 시메(締め, 마무리 식사 메뉴)로 주방장 특제 카레를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쿄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 카레는 역시 그들 생활반경 내에 있는 카레라이스일 터. 그러니 도쿄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는 인기 카레라이스 집 위주로 드셔 보셨으면 합니다. [추천 도쿄 카레라이스 맛집] 세븐즈 하우스(セブンズハウス, The Seven’s House) 세븐즈 하우스는 대학교와 출판사가 밀집해 있는 간다진보초(神田神保町)의 가쿠시카이칸(学士会館, 학사회관) 안에 있는 식당입니다. 파스타나 햄버그스테이크 등을 파는 양식당인데, ‘크라크 카레(クラークカレー)’라는 카레라이스가 현지인 사이에서 맛있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크라크 카레라는 이름의 유래는 근대화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근대화 시기 삿포로농학교(札幌農学校, 현 홋카이도대학의 전신) 창시자였던 윌리엄 스미스 클라크(William Smith Clark) 교수가 당시 제자들에게 영양식으로 카레라이스를 적극적으로 권했고, 이후 학교 구내식당에서 팔던 카레라이스가 크라크 카레로 불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홋카이도 대학 구내식당에는 지금도 이 메뉴가 있습니다. 크라크 카레를 주문하면 잡곡밥과 얇게 슬라이스 한 스테이크, 당근, 감자, 가지, 피망 등의 향미 진한 유기종 야채를 올린 접시가 나오고, 카레는 다른 그릇에 따로 담겨 나옵니다. 오랜 시간 공들여 끓인 카레는 구수한 맛과 단맛, 신맛, 살짝 매운맛이 한데 어우러져 깊은 맛을 냅니다. 점심시간에는 카레와 샐러드, 커피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고, 디너타임에는 토핑 종류가 추가되어 맛이 더 풍성해진 카레를 즐길 수 있습니다. 애프터눈티 타임에 파는 디저트도 인기 메뉴입니다. 쇼트케이크, 푸딩, 가토 쇼콜라만을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습니다. 1928년에 지어져 높은 천장과 클래식한 가구, 조명들로 중후한 멋을 풍기는 식당 건물은 니혼바시타카시마야(日本橋高島屋)와 데이코쿠호텔 신관(帝国ホテル新館) 등을 설계한 일본 건축계의 거장 다카하시 데타로(高橋貞太郎)의 걸작 중 하나로, 언제 가더라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는 것도 커다란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이정선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담배냄새 배어도 간다…'출근전 한끼' 낭만 떨어지는 도쿄 이 곳 [쿠킹]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지난해 30만명 다녀갔다...자연 생태 경험하는 ‘이곳’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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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채부터 와인 안주까지, 쉽고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 [쿠킹]
세계의 수많은 국가의 요리 중에서 한국에서 사랑받는 나라를 꼽는다면 이탈리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피자와 파스타 같은 메뉴는 세계 어느 나라 요리보다 친근하게 느껴지고, 치즈·올리브오일·프로슈토·발사믹 같은 식재료도 즐겨 먹는다. 특히 샐러드부터 파스타까지, 요리의 풍미를 한껏 올려주는 올리브오일은 집집이 하나씩 구비해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3일 ‘전채요리의 여왕, 브루스케타’를 주제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이스트리트 이탈리아에서 열린 ‘Bello Bravo Buono’(아름답고 훌륭하고 맛있고)에서 이탈리아관광청 김보영 대표는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인 이탈리아에선 올리브가 식단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다. 특히 올리브 산지가 집중된 남부 지역은 특히 올리브에 대한 애정이 깊은데 와인 소믈리에처럼 올리브오일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홍신애 셰프가 브루스케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 다이어리알 ‘Bello Bravo Buono’는 이탈리아무역공사가 매년 이탈리아의 미식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하는 행사로 올해는 4월 12일부터 21일까지, 지역별 치즈 테이스팅, 전채요리의 여왕 브루스케타,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 디저트 등 4가지 주제별 쿠킹클래스를 진행했다. 이중 빵 위에 과일인 치즈, 토마토, 소스 등을 얹어 먹는 요리인 브루스케타는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데다 비주얼도 근사해,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메뉴로 쿠킹클래스 현장도 어느 때보다 활기가 넘쳤다. 프로슈토를 올린 브루스케타. 사진 다이어리알 장화처럼 기다란 모양의 반도 국가인 이탈리아는 지역별로 식문화의 차이가 두드러지는데 부르스케타도 마찬가지다. 쿠킹 클래스를 맡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솔트’의 홍신애 셰프는 바게트를 얇게 자른 후 마늘을 문질러서 향과 맛을 입힌 후 재료를 얹어 부르스케타를 만들었다. 북부인 피에몬테를 시작으로 토스카타, 풀리아, 캄파냐, 마지막으로 남부인 시칠리아&칼라브리아까지, 총 5개 지역을 대표하는 브루스케타를 소개했는데 지역별로 다른 재료를 활용했다. 먼저 피에몬테는 초콜릿으로 유명한 누텔라를, 토스카나는 프로슈토를, 풀리아는 올리브오일과 올리브 타프나드, 캄파냐는 토마토와 바질을, 시칠리아는 안초비와 바질페스토로 각 지역의 특색을 살렸다. 홍신애 셰프는 “브루스케타는 본래 이탈리아에서 올리브 농사를 지을 때 간식으로 즐겨 먹는 새참으로 올리브오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지역의 재료를 쌓아 만들어 먹었는데 갈수록 토핑이 다양해지면서 요즘은 아주 화려해졌다”고 설명했다. Recipe 이탈리아 지역별 브루스케타 지역별 식재료를 올려낸 브루스케타. 사진 다이어리알 피에몬테 : 누텔라,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견과류 토스카나 : 마늘, 올리브오일, 프로슈토, 올리브절임 풀리아 : 미늘, 올리브오일, 올리브 타프나드 캄파냐 : 마늘, 올리브오일, 토마토, 소금, 후추, 바질 시칠리아&칼라브리아 : 마늘, 올리브오일, 안초비, 바질페스토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아삭아삭 씹히는 마늘종 식감이 일품, 돼지고기 덮밥 [하루 한 끼, 혈당관리식] 담배냄새 배어도 간다…'출근전 한끼' 낭만 떨어지는 도쿄 이 곳 [쿠킹] 녹두가 낳은 계란, 콩으로 만든 참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대체육 탐구 [쿠킹] 피로한 육신을 깨워주는 봄의 제왕 ‘두릅 차돌말이’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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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냄새 배어도 간다…'출근전 한끼' 낭만 떨어지는 도쿄 이 곳 [쿠킹]
낯선 곳에 맛보는 색다른 음식은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선물합니다. 한 끼도 허투루 먹을 수 없죠. 미식 여행을 즐긴다면 매주 금요일을 주목하세요. 도쿄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와 요리 이야기를 담은 책『도쿄에선 단 한 끼도 대충 먹을 수 없어』의 에피소드 중 네 가지를 골라 미리 연재합니다. 미식의 도시, 도쿄 곳곳에 숨겨진 맛있는 이야기를 중앙일보 COOKING에서 만나보세요. 도쿄 곳곳엔 숨겨진 맛집이 많다. 사진 Pixabay 도쿄는 이른 아침 가볍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참 많은 도시입니다. 그중 조금 느긋하고 분위기 있게 아침 끼니를 해결할 곳으로는 단연 깃사텐(喫茶店, 한자 그대로의 뜻은 음식, 음료, 흡연을 즐기는 공간. 음료 및 식사류를 파는 일본 전통 다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깃사텐은 얼핏 우리나라 카페와 비슷해 보이지만, 영업시간, 메뉴, 주 고객층 모두 우리가 아는 카페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이르면 아침 7시부터 문을 여는 곳이 많고, 대개 아주 공을 들인 강배전(원두를 오래 로스팅한) 커피와 토스트를 제공합니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깃사텐에는 여전히 도쿄의 근대적 낭만이 흐르고 있다는 것. 집기와 인테리어 모두 근대부터 유래된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깃사텐은 원래 오스트리아 빈과 프랑스 파리 등 서구의 카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인테리어, 가구, 조명 등을 일본풍으로 재해석하고, 일본 고유의 메뉴와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마음을 다하는 극진한 대접)를 더해 지금의 깃사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1800년대 후반, 문호가 활짝 열린 개화의 시대에 서양에서 들어온 카페를 일본식으로 변주하여 문을 열었던 것이 깃사텐의 시작입니다. 1888년 일본 최초의 깃사텐이 도쿄 북쪽의 우에노(上野)에 깃발을 꽂은 이후 깃사텐은 급속도로 전국에 퍼졌습니다. 특히 도심의 깃사텐들은 당시 문화 발신자 역할을 하던 문인과 문화계 인사들이 모이는 아지트로 부상했습니다. 모던 보이와 모던 걸들의 주요 출입처였던 깃사텐은 시간이 흘러 서민의 휴식처로 자리매김하게 됐습니다. 가게 숫자가 일본 전체 편의점 수에 버금가니, 어쩌면 가장 대표적인 일본식 식공간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깃사텐을 가장 깃사텐답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깃사메시(喫茶メシ, 깃사텐에서 파는 간단한 식사 메뉴)입니다. 깃사메시는 카레라이스(カレーライス), 오므라이스(オムライス), 나포리탄(ナポリタン), 햄버그스테이크(ハンバーグステーキ), 카츠 산도(カツサンド, 돈카츠샌드위치) 등 외국에서 들어왔지만 일본식으로 변형되어 이제는 와쇼쿠로 정착된 메뉴들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중 아침에만 제공되는 모닝 서비스(モーニングサービス, 깃사텐 모닝 세트메뉴를 가리키는 일본식 영어)는 깃사텐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팥소를 올린 버터 토스트, 낫토를 올린 낫토 토스트, 피자 토스트, 다마고산도(たまごのサンド, 달걀 샌드위치) 등의 메뉴로 구성되곤 합니다. 대체로 커피와 삶은 달걀, 수프 정도가 곁들여지는 단조로운 구성이지만, 대부분의 깃사텐이 이 모닝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아침 일찍 도쿄 직장가의 깃사텐에 가면 이 모닝 서비스를 먹으려고 찾아온 직장인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의 절반 이상이 모닝 서비스를 주문합니다. 특히 역전에 자리한 깃사텐에서는, 출근을 앞둔 7~8시 사이 주변 직장인들이 줄을 섰다가 개점 직후 우르르 들어가는 진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단 하나 달갑지 않은 점은, 흡연에 너그러운 깃사텐에는 남녀 불문 애연가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입니다. 식사 중 담배 냄새를 맡아야 하는 것이 고역이지만, 이런 단점을 상쇄할 만큼 매력 넘치는 공간인 것도 사실. 첨단의 유행과는 동떨어진 탁자와 의자, 클래식하고 정갈한 제복 차림의 종업원 등 언제나 최신 모드와는 등진 낭만과 거부할 수 없는 ‘올드 패션’의 매력이 충만하기에 지금까지 오랜 세월 견고하게 자리를 지켜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추천 도쿄 깃사텐] 르노와르(ルノワール) 주로 역 근처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있는 깃사텐 프랜차이즈 체인으로, 정식 상호는 ‘깃사시츠 르노와르(喫茶室ルノワール, ’끽다실 르노와르’라는 뜻. 이하 ‘르노와르’)’입니다. 협소하게 기획된 일부 미니 매장을 제외하곤 대체로 공간이 널찍하고, 여느 깃사텐보다 풍성한 아침 메뉴를 가지고 있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주로 유동 인구가 많은 역 근처, 번화한 도심에 위치해서 고객층이 다채롭습니다. 댄디한 중견 회사원, 은근하게 멋을 낸 중년 여성, 노년의 신사 등 연령대가 높은 손님도 많고, 젊은 남녀나 커리어우먼과 비즈니스맨, 연신 노트북을 두드리며 자리를 떠나지 않는 ‘엉덩이 무거운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천장이 높고 삼삼오오 모여 회의할 수 있는 테이블이 많아, 늘 웅성거리는 소음으로도 가득한 곳입니다. 르노와르의 모닝 서비스는 아침 7시부터 정오까지로, 다른 깃사텐에 비해 긴 편입니다. 모닝 서비스에는 버터 토스트+삶은 달걀+수프, 햄 치즈 포카차 샌드위치+삶은 달걀+수프, 햄&오이 샌드위치+삶은 달걀+수프, 스페셜 샌드위치(삶은 달걀, 베이컨, 감자 샐러드, 양상추를 넣은)+요구르트+수프 등 네 종류가 있습니다. 메뉴판에 실물 사진이 있어 처음 방문한 사람도 쉽게 주문할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르누아르의 커피 맛은 보통입니다. 그런데도 르누아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넉넉한 공간도 한몫하지만, 한편에 비즈니스 미팅 전용 공간을 둔 매장도 있을 만큼 직장인에 대한 배려가 각별하기 때문입니다. 일본 카페는 매장에 따라 인터넷 사용 요금을 따로 받기도 하는데, 르누아르에선 무료입니다. 도쿄에는 일정 시간 이상 체류하면 퇴장을 요청하는 카페도 많지만, 르누아르에선 그런 일도 없습니다. 오히려 ‘천천히 계시다 가라’는 듯이 직원이 돌아다니며 음료가 떨어진 테이블에 따뜻한 오차(お茶, 일본 전통차)를 두고 갑니다. 그래선지 노트북으로 작업하거나 장시간 미팅을 하는 손님이 유독 많습니다. 이처럼 철저히 고객 띄우기 위주의 공간이다 보니, 아침뿐만 아니라 일과 중 고단해졌을 때 쉬었다 갈 곳으로도 안성맞춤입니다. 이정선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다찌집 얼굴 벌건 美교수님…7년째 韓노포 찾아다니는 이유[쿠킹] 전세계 미식가를 사로잡을 모던 한식의 시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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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채소부터 플라스틱 다이어트까지, 환경 구하는 MZ 잡아라 [쿠킹]
지속가능성을 넘은 ‘생존 가능성’. 환경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나와 우리의 생존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MZ세대는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가 세계 46개국 MZ세대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음식 포장으로 발생하는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자는 취지로 시작한 용기 내 챌린지를 하며, SNS에 비닐이나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에 음식을 담은 모습을 인증한다. 환경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식품 기업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환경을 위해서라면 지갑을 여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IBM이 발표한 ‘2020 글로벌 소비자 동향 연구’에서 가치 중심 소비자 70%는 재활용 제품, 친환경 상품 등 환경을 보호하는 브랜드의 구매를 위해 일반 가격보다 35%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그중 57%는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해 구매 습관을 바꿀 의향도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의 변화는 기업을 바꾼다. 실제로 식품 기업들은 소비자의 목소리, 사회에 변화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한 권으로 끝내는 ESG수업』의 저자 신지현씨는 “식품기업이 친환경 활동을 고려하는 방법은 식품재료를 생산하는 것부터, 공급망 상의 운송, 가공, 패키지(포장), 배송, 음식물 폐기물 처리까지 비즈니스 밸류 체인 전체에서 가능하다”고 말했다. 생수병의 라벨을 없애고 용기의 무게는 줄였다.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먹거리로 대체육을 출시했다. 편리함은 유지하면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제품으로 선보이며 생산과 소비의 친환경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뜨거운 친환경 먹거리, 대체육 대체육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연구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베지가든의 떡갈비. 사진 농심 환경에 대한 관심은 먹거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있다. 신지현 작가는 “식품기업의 친환경 활동 중 바람직한 것으로는 생산과정에서 온실가스를 줄 일 수 있는 친환경 농법 등을 써서 식품의 재료를 재배하는 것을 꼽을 수 있는데 특히 축산업보다는 대체육이나 식물성 식품으로의 전환이 있다”고 말했다. 대체육은 말 그대로 고기를 대신해서 먹을 수 있도록 비동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다. 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식물성 대체식품의 시장 규모가 2026년 약 2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커지는 시장 규모에, 국내 식품 기업들은 어느 때보다 공격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노력은 결과로 이어진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뿐 아니라, 닭고기, 참치까지 대체육의 종류도 다양해지며 선택의 폭도 넓어졌다. 특히 대체육의 맛과 식감이 제법 고기와 유사해지고 있다. 질기고 콩 특유의 비린 맛이 아닌 육즙까지 재현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농심의 ‘베지가든’이 대표적이다. 대체육의 핵심 소재와 공법을 직접 개발했는데, 콩 단백질 분말을 고온고압으로 성형 틀을 통과시켜 뻥튀기처럼 뽑아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 특유의 육즙까지 재현했다. 환경 지키는 못생긴 농산물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지던 농산물은 환경 파괴의 원인이다. 사진은 못난이 농산물의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어글리어스의 박스. 사진 어글리어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말은 옛말이다. 적어도 환경을 생각한다면 ‘못생겨서’ 버리는 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된다. 하지만 울퉁불퉁한 당근, 흠집이 난 토마토, 작은 파프리카 등 식탁에 오르기도 전에 산지에서 버려지는, 이른바 ‘못난이 농산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2019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농산물의 양은 한해 13억 톤으로, 전체 농산물량의 30%에 달한다. 이렇게 버려진 농산물은 환경 오염의 원인이다. 대량으로 버려진 농산물이 썩는 과정에서 폐수 발생은 물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세계 온실가스 발생량의 5~10%를 차지한다. 어글리어스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버려질 상황에 처한 친환경 농산물을 보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회 기준 1만5500원(스탠다드 박스 기준)의 비용을 내면 1~2인이 먹을 수 있는 양의 친환경 못난이 채소 7~10종을 보내준다. 버려지는 부산물? 고단백 식품! 맥주박을 활용해 만든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 사진 오비맥주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시도도 증가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식품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채소와 과일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한국인의 사랑하는 맥주와 커피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기업 리하베스트와 공동 개발해, 맥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맥주박을 업사이클링한 고단백 에너지바, ‘리너지바’를 출시했다. 맥주박은 맥주 양조 중 담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단백질과 섬유질, 비타민, 무기질 함량이 높아 식품으로써 활용 가치가 높다. 맥주박으로 만든 리너지가루는 일반 밀가루 대비 단백질은 약 2.4배, 식이섬유는 약 20배에 달한다. 모두의 관심사, 플라스틱 줄이기 플라스틱 줄이기는 소비자들이 가장 관심이 높은 분야다. 사진은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앤 양반김 에코패키지. 사진 동원F&B 친환경에 관심이 적은 소비자라도 플라스틱 문제는 남의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모든 집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씩 쓰레기 분리수거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의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변화는 ‘용기’다. 재활용이 가능한지, 같은 용기라면 플라스틱 사용이 적은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기업도 빠르게 움직여 왔다. 일상에서 많은 사람이 소비하는 샘물을 담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무게는 가벼워지고 불필요한 플라스틱은 없앴다. 동원F&B는 2013년 환경부와 페트병 경량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동원샘물 500mL 페트병 무게를 19g에서 14g으로 줄인데 이어 2021년 500mL 페트병과 2l 페트병의 무게를 각각 15.7%, 8.4% 경량화했다. 이로써 연간 약 1200톤의 플라스틱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닐 라벨을 없앤 라벨프리 제품도 내놨다. 이뿐이 아니다. 도시락 김의 플라스틱 용기를 없앤 양반김 에코 패키지를 출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플라스틱 용기가 들어있는 조미 김은 한해 6억봉 이상 판매되는데, 여기서 나오는 플라스틱의 무게를 환산하면 2280톤이다. 마지막까지 친환경, 배송 식품기업은 먹거리를 넘어 배송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사진은 hy의 탑승형 냉장 전동 카트 코코. 사진 hy 식품의 생산 만큼 중요한 게 배송이다. 전국을 넘어 해외까지 식품을 안전하게 배달하는 것이 음식이 소비자에게 닿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 회사 중에서도 hy는 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가 유제품뿐 아니라 밀키트를 배달할 때 사용하는 탑승형 냉장 전동 카트 코코를 운영하기 위해 지금까지 총 1500억원을 투자했다. 2022년 기준 1만대의 코코가 운영 중인데, 이들의 월평균 이동 거리는 약 450㎞로, 이를 내연기관으로 전환하면 한 달에 CO2(이산화탄소) 1086톤을 발생시키는 수치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선 16만5000그루의 소나무가 필요하다. 코코는 제품을 냉장 상태로 전달할 수 있어, 배송 과정에서 사용되는 보랭 박스 등의 포장 용기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피로한 육신을 깨워주는 봄의 제왕 ‘두릅 차돌말이’ [쿠킹] 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전당뇨 1500만명 시대…혈당 상승 주범 밥, 제대로 먹는 법 [쿠킹] [알림] 한·중·일·양식, 건강하고 맛있는 육우 요리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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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0만명 다녀갔다...자연 생태 경험하는 ‘이곳’ [쿠킹]
[요즘 뜨는 이곳]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하는 요즘, 느림의 미학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바로 2016년 문을 연 상하농원이다. 코로나 19 이후 방문객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30만 명이 다녀갔다. 상하농원은 1차 산업(농축수산업), 2차 산업(제조가공업), 3차 산업(서비스업)이 결합한 6차 산업형 테마공원이다. 농부에겐 생산의 공간, 방문객에겐 경험의 공간인 셈이다. 청보리가 푸른 들판을 이룬 지난 13일 상하농원을 찾았다. 전북 고창군 상하면,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해 다시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면, 나무로 된 소박한 농가 건물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서면 확 트인 시야 위로 푸른 밭과 멀리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이 보인다. 이맘때 상하농원 앞뜰에는 싱그러운 청보리가 한창이다. 시즌별로 작물이 바뀌는데 봄에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에 맞춰 청보리를 심는다. 옆 텃밭은 농사 체험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4월 말 5월 초 주말에 방문하면 직접 옥수수를 심을 수 있다. 옥수수에는 체험객 이름을 적은 팻말을 달아주고, 이후 옥수수가 얼마나 자랐는지 인증 사진도 보내준다. 수확 철이 되면 다시 농원을 찾아 직접 수확할 수 있다. 방문이 힘들다면 농원에서 대신 수확해 집으로 보내준다. 매표소 앞쪽 자리한 텃밭은 매 계절 작물이 바뀐다. 방문객이 함께 작물을 심는 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사진 매일유업 텃밭의 양옆으로는 공방과 식당들이 있다. 텃밭 가장 가까이에 자리한 과일 공방에서는 지역 농가에서 생산된 과일을 가져와 잼이나 청 같은 가공품을 만든다. 식품첨가제 없이, 설탕과 약간의 레몬즙만 넣어 자연의 맛을 오롯이 담은 것이 특징이다. 과일 공방 옆으로는 전통 장을 담그는 발효 공방과 햄 공방, 빵 공방, 참기름 공방이 있다. 각 공방에서는 장인들이 농산물을 2차 가공품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생산된 제품은 농원 내 파머스마켓이나 온라인 스토어에서 살 수 있다. 직접 체험도 해볼 수 있다. 현재 소시지, 치즈, 빵,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데, 체험을 원한다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공석이 있다면 현장 결제도 가능). 파머스마켓에서는 공방에서 생산된 가공품 외에도 지역 농가에서 재배된 특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매일유업 텃밭과 공방을 둘러봤다면 이제 음식을 맛볼 차례다. 햄 공방에서 만든 수제 소시지 요리와 파스타를 맛볼 수 있는 상하키친, 지리산에서 자란 버크셔K 돼지고기 요리가 일품인 한식 전문 농원식당, 신선한 우유와 원두로 만든 커피와 디저트를 판매하는 파머스 카페가 있다. 세 곳 모두 상하농원과 지역 농가에서 나고 자란 식재료를 활용한다. 상하농원 관계자는 “농원 내 식당과 카페는 주민들도 자주 찾을 정도로 지역에선 맛집으로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농원 내 젖소들이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다. 사진 매일유업 농원의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젖소와 면양, 당나귀 등이 사는 방목 목장이 나온다. 푸른 초지에서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가축들, 저수지 너머 낮은 구릉의 풍경은 도심과는 다른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가만히 앉아 풍경을 즐기거나 사진으로 남기며 추억을 쌓는다. 동물 농장 옆 육성 농장은 염소나 돼지, 토끼 등 작은 가축들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상하농원에서는 유기농 퇴비, 장어 양식에서 나오는 유기물을 통한 딸기 재배 등 친환경 농법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 매일유업 육성 농장을 둘러볼 땐 뒷 건물도 빼놓으면 안 된다. 바로 유기농 퇴비를 만드는 곳이다. 벽면 한가득 퇴비가 쌓여있지만, 신기하게도 특유의 악취가 나지 않는다. 비결은 커피박(커피를 추출하고 남은 원두 찌꺼기). 상하농원 내에서 배출되는 축산 분뇨에 폴바셋 매장에서 버려지는 커피박을 섞어 퇴비를 만든다. 커피박을 섞은 퇴비는 발효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 특유의 악취가 사라진다. 이 퇴비는 다시 상하농원의 토양에 뿌려져 땅을 비옥하게 한다. 상하농원이 자랑하는 자원의 선순환 ‘오가닉 서클’이다. ‘자원은 유한하지만 창의는 무한하다(Resources are limited, Creavity is unlimited)’. 상하농원 가장 안쪽에 자리한 폐컨테이너에 큼지막이 쓰여 있는 글귀다. 30년이 지나 수명이 다한 폐컨테이너는 내부를 개조해 스마트팜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자동 습온도 조절 장치를 통한 무인재배를 실험하며 지속가능한 농법에 대해 연구 중이다. 현재 버섯을 재배 중인데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버섯 역시 농원 내 식당에서 소비된다. 바로 옆 상하베리굿팜은 2021년 고창군딸기연구회와 협약을 맺어 사계절 양질의 딸기를 재배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예약 시 딸기 수확 체험을 할 수 있다. 무인재배방식으로 버섯을 키우는 3R 스마트팜. 3R은 Reduce, Reuse, Recycle의 줄임말이다. 사진 매일유업 상하농원 내 모든 것은 돌고 돈다. 자연에서 얻은 것들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사용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상하농원은 2025년 농원 내 숙박시설인 파머스빌리지와 글램핑장 주변으로 약 2만3140㎡(7000평)에 달하는 ‘상하의 숲’ 조성을 준비 중이다. 최근 환경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탄소 선순환을 위해서다. 상하농원 류영기 대표는 “상하농원은 농촌을 행복하게 하고 여기서 자란 건강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자와 나누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더불어 앞으로도 부지런히 미래 농업을 연구하고 지역 농가에 전파하며 상하농원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해 지역 상생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진 쿠킹 에디터 an.hyejin@joongang.co.kr 관련기사 웨이팅 4개월인데도 줄선다…취미로 대박낸 바비큐 맛집 비결 [쿠킹] 청경채·두부·달걀이면 충분해! 당뇨 잡는 한국인의 밥상 [하루 한 끼, 혈당관리식] [쿠킹] '쉼과 맛'의 즐거움으로 재탄생한 오뚜기 창업주의 자택 [쿠킹] 공유 신드롬, 홈카페에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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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한·중·일·양식, 건강하고 맛있는 육우 요리 배워보세요
4월 말, 신선하고 건강한 육우로 다채로운 식탁을 차릴 수 있는 쿠킹클래스가 열린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조재성)가 준비한 이번 쿠킹클래스는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요리연구가 윤지아, 손봉균 셰프, 요리 선생님 나카가와 히데코, 황진선 셰프가 육우로 차리는 한식·양식·일본가정식·중식 등 4가지 주제에 어울리는 육우 요리를 소개한다. 먼저 27일(목)엔 건강식 요리연구가 윤지아씨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육우로 만든 한식인 ‘간장 겨자 소스를 곁들인 육우 채끝구이’와 ‘육우 골동면’을, 28일(금)엔 맥주 전문가 손봉균 셰프가 맥주와 페어링할 수 있는 다이닝을 주제로 ‘흑맥주 육우 스튜’와 ‘치즈 듬뿍 육우 타코’를, 5월 3일(수)엔 연희동 요리선생님으로 유명한 나카가와 히데코가 일본 가정식 메뉴인 ‘육우 된장조림’과 ‘샤부샤부 미나리 샐러드’를, 5월 4일(목)엔 스타 셰프 황진선씨가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근사한 중식인 ‘중식전우육(중식 스테이크)’과 ‘카이란 육우 볶음’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쿠킹클래스는 서울 논현동의 함하우스 4층 오키친 스튜디오에서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 동안 열리며, 동시에 식문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지글지글클럽’에서 온라인 라이브로 진행된다. 온라인 쿠킹클래스에 참가를 원하면 지글지글클럽에서 육우자조금 쿠킹클래스 상품을 구매하면 된다. 조리 키트는 ‘우리 육우 week’를 기념해 60~7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며, 쿠킹 클래스 전날까지 육우가 들어있는 조리 키트를 집으로 보내준다. 한편, 쿠킹클래스가 열리는 함하우스 1층 롤리폴리 꼬또에서는 4월 26일(수)부터 5월 9일까지 신선한 육우로 만든 ‘소고기 사과 카레와 ‘육회진비빔면’을 판매한다. 우리 육우 콜라보 메뉴를 구매한 사람에겐 육우자조금 스티커를 선물로 준다. 매장 입구 쪽 케이브 존에서는 앞치마·컵받침·테이블매트·펜·레시피 노트 등 육우자조금 굿즈도 만나볼 수 있다.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조재성 위원장은 "지방이 적고 담백한 육우의 장점을 알리고자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육우의 장점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Fresh Meat, 우리 육우 쿠킹 클래스 「 수업 일정: 4월 27일 ~ 5월 4일, 오후 3~5시(※15분 전 입장) 4월 27일(목) 요리연구가 윤지아의 육우 채끝구이, 육우 골동명 4월 28일(금) 손봉균 셰프의 흑맥주 육우 스튜, 치즈 듬뿍 육우 타코 5월 3일(수) 요리연구가 히데코의 육우 된장 조림, 샤브샤브 미나리 샐러드 5월 4일(목) 황진선 중식 셰프의 중식전우육(중식 스테이크), 카이란 육우 볶음 」 쿠킹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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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뇨 1500만명 시대…혈당 상승 주범 밥, 제대로 먹는 법 [쿠킹]
지금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언제든지 병으로 넘어갈 수 있는 30세 이상 당뇨병 전단계 인구가 1500만 명이에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이때, 이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더 위험한 상태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건강과 질병 사이, 그 애매한 상태를 그레이존(Gray zone 회색지대)이라고 부른다. 관리만 잘하면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여지가 있는 상태다. 아주대학교병원 영양팀 이지현 팀장이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다. 대한당뇨병학회가 공개한 〈당뇨병 팩트 시트 2022〉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당뇨병 인구는 570만 명, 당뇨 위험 판정을 받은 당뇨병 전단계(이하 전당뇨) 인구는 1500만명에 달한다. 특히 30세 이상 전당뇨 유병률은 2019년 14.5%에서 1년 만에 2.2% 증가해 16.7%로 치솟는 등 젊은 전당뇨 인구의 상승 추이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고치는 일은 어렵다. 오죽하면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을까. 이 팀장은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하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커피믹스를 먹는다면 블랙커피로 바꿔보는 것, 하루 한 끼 정도 식사 관리를 하는 방식 등 꾸준히 할 수 있는 작은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다음은 이 팀장과 일문일답. 아주대병원 영양팀의 이지현 팀장이 전당뇨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쿠킹팀 전당뇨 인구 중 젊은 층의 상승 폭이 눈에 띈다. 이유가 뭘까. 서구화된 식습관이다. 기름진 음식이나 흰 밀가루 같은 정제 탄수화물 섭취량이 크게 늘었다. 이러한 식품이 비만을 유발하고, 비만은 당뇨에 영향을 미친다. 지방세포가 늘어날수록 인슐린의 작용을 떨어뜨려 포도당 대사를 방해한다. 코로나 19도 빼놓을 수 없다. 신체 활동이 크게 줄고, 생활 패턴이 불규칙해진 사람이 많다. 배달 음식 이용도 늘었고. 코로나 기간 혼밥 하는 사람도 늘었는데, 혼자 식사를 하면 다른 사람과 식사할 때에 비해 식사량을 조절하기 힘들다. 이 점도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당뇨는 식습관과 밀접한 병이다. 습관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진다. 영양 상담을 해보면 ‘평생 식사를 조절해야 한다’며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연령이 낮을수록 이런 불안감이 더 큰데, 그럴 필요가 없다. 다만 변화는 필요하다. 전당뇨일 경우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당뇨로 진행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제 막 관리를 시작한다면 ‘안 좋은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개선하기’부터 추천한다. 커피 믹스를 하루에 8잔씩 마시는 사람이라면 블랙커피로 바꿔 마시거나 양을 줄인다. 흡연자는 금연하고, 불규칙한 생활 습관을 지닌 사람은 규칙적으로 바꾸도록 노력한다. 완벽하게 식사를 조절해야 한다는 강박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부담감이 과하면 오히려 식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대체 감미료가 주목받고 있다.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되나? 대부분의 식이요법은 단기간 내 끝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먹고 싶은 욕구를 무조건 억누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이때 대체 감미료가 도움이 된다. 대체 감미료는 단맛을 내면서도 체내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어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 일종의 설탕 대체품이다. 칼로리가 매우 낮아 비만 환자를 위한 식이요법에도 사용한다. 간혹 대체 감미료 때문에 설사나 복통 등을 겪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 같은 부작용은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상당히 많은 양을 섭취해야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단 구매할 때는 제품명과 원재료를 잘 확인하도록 한다. 제품명이 자일로스 설탕, 알룰로스 설탕 등 ‘○○ 설탕’인 제품들은 백설탕이 섞여 있는 제품이다. 당연하게도 이런 제품들은 혈당에 영향을 준다. 식사 관리할 때 챙겨 먹거나, 반대로 피해야 하는 식재료는. 특정 식재료를 고집하기보다는 고루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버섯류이나 해조류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나 식품을 충분히 먹고, 두부나 지방이 적은 생선, 살코기 등의 단백질 식품 등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혈당을 직접 상승시키는 것은 밥이다. 중요한 건 밥양을 줄이는 것이다. 다만 평소 먹던 양보다 밥을 적게 먹으면 헛헛하거나 공복감이 심할 수 있다. 이때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한 뒤 밥으로 넘어가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섭취하는 탄수화물 총량도 고려해야 한다. 잡채를 먹을 땐 밥을 평소보다 적게 먹는 것이 좋다. 당면이 탄수화물이기 때문이다. 조리할 때 당면 양을 줄이고 버섯이나 채소를 많이 넣는 것도 방법이다. 전당뇨 식단을 준비할 때 알아두면 좋은 팁은. 우선 전당뇨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것은 좋지 않다. 최근 몇 년간 유행하고 있는 저탄고지 식단처럼 탄수화물을 과하게 줄이고 지방이 많은 식품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식단을 오래 유지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너무 줄이면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다만 최근 탄수화물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식사는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권장하는 탄수화물 섭취 비율은 60% 정도다. 이를 25~45%로 줄이고 다른 영양소의 섭취 비율을 늘리면 된다. 식사할 때 채소나 해조류를 먼저 먹어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당질 흡수 속도를 늦추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하루 한 끼 정도 영양학적으로 잘 구성된 관리식을 챙겨 먹는 것도 추천한다. 아주대학교병원 영양팀과 중앙일보가 설계한 '하루 한 끼, 혈당 관리식'은 오는 4월 15일부터 중앙일보 COOKING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쿠킹팀 하루 한 끼만 바꾸는 게 효과가 있을까. 당연히 있다. 대신 제대로 된 한 끼여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직접 식재료를 고르고, 그것을 혈당 관리식으로 요리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한데, 바쁜 일상에 이 같은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이때 전문가가 설계한 레시피를 따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앙일보 COOKING과 함께 하는 ‘하루 한 끼, 혈당 관리식’을 연재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하기 쉬운 재료로, 가정에서도 따라 하기 쉬운 레시피들로 준비했다. 15일부터 8주 동안 연재하는데, 매일 한 끼씩, 꾸준히 챙기다 보면 몸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안혜진 쿠킹 에디터 an.hyejin@joongang.co.kr 관련기사 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피로한 육신을 깨워주는 봄의 제왕 ‘두릅 차돌말이’ [쿠킹] “1인 1된장찌개가 국룰인 고깃집, 봄엔 ‘이것’ 넣어 더 맛있죠” [쿠킹] 음료 시장엔 설탕·알코올·칼로리 '제로' 진행형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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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미쉐린 셰프도 극찬…아침밥 먹으러 가는 제주도 숙소 [쿠킹]
‘밥 먹으러 가는 숙소’, 제주도 동문시장 인근에 자리한 B&B ‘이꼬이앤스테이’를 부르는 말이다. 이곳의 주인, 정지원 셰프는 매일 새벽 솥밥을 짓고 제주도의 제철 식재료로 반찬을 만든다. 시장에서 산 싱싱한 생선을 굽기도 하고, 고사리가 제철일 때는 고사리 피클을, 금귤이 제철일 때는 정과로 만들어 디저트로 낸다. 그렇게 차려낸 밥상엔 제주의 계절이 담긴다. 그래서일까. 조식을 맛본 사람들은 “한 번도 안 온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온 사람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인 김나영부터 개그맨 김영철, ‘한식의 대가’ 조희숙 셰프, 미쉐린 스타 셰프 김대천 등 유명인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그들은 부탁하지 않아도 홍보대사를 자처한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햇수로 10년.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방명록만 5권이 넘는다. 그 속에선 사람들의 추억이 빼곡하게 쌓여있다. 정 셰프는 이달 초 이꼬이의 인기 메뉴를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와 제주의 식재료, 제주 추천 맛집, 그리고 방명록에 담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 『이꼬이에 놀러 왔어요』를 냈다. 마음 맞는 지인을 모아 직접 책을 만들었는데, 출간 일주일 만에 요리분야 베스트 셀러 3위(교보문고)에 올랐다. 제주도에서 이꼬이앤스테이를 운영하는 정지원 셰프가 최근 책 '이꼬이에 놀러왔어요'를 냈다. 사진 이과용 2014년『이꼬이에 놀러오세요』 이후 두 번째 책이다. 다시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방명록 때문이다. 처음에 이꼬이앤스테이를 열었는데 지인이 값비싼 노트를 선물로 보냈다. ‘좋은 구두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는 말처럼 좋은 노트를 보면 사람들이 정성 들여 글을 쓸 거라는 이야기를 했다. 말 그대로였다. 매일 아침 조식을 준비하고 홀로 운영하다 보면 정말 힘든 순간들이 있는데 그때 손님들이 정성껏 쓴 방명록을 보면 저절로 힘이 난다. 사람들은 방명록에 어떤 이야기를 쓰나. 여행을 온 이유부터, 여행하며 느낀 점, 자신이 다녀온 맛집이나 추천 장소 등 제주도 여행에 대한 이야기부터, 현재의 고민까지 다양하다.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은 방명록에 적혀있는 제주의 가볼 만한 곳들이나 팁을 통해 정보를 얻고, 반대로 여행을 마무리하는 사람은 자신의 여행을 기록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으며 여행을 기념하기도 한다. 요리 관련 일을 하다 갑자기 숙박업에 도전했는데. 숙박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시작은 미국에 살 때였는데, 당시 지인들이 정말 많이 찾아왔다. 반가운 마음도 있지만, 갈수록 내 노동에 대한 보상이 없으니 지쳤다. 아마 타국에서 산 경험이 있다면, 대부분 이런 어려움을 겪었을 거다. 내 시간과 노력을 쏟지만, 그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 나중에 숙박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인들은 놀러 와서 편하게 묵고, 나는 내 노동에 대한 보상을 정당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니까. 연고도 없는 제주도를 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지. 처음엔 아버지 고향인 하동을 생각했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2007년 올레길을 걷기 위해 친구와 제주도에 여행을 왔었다. 모처럼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냈지만,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있는데, 숙소였다. 서귀포시장 쪽에 있는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었는데 한방에서 같이 잠을 자야 했다. 잠은 따로 편하게 자고 싶었는데. 그때 이런 불편함을 해결해줄 숙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제주도에 자주 가게 됐는데, 어느 날 문득 더 늦기 전에 숙소 자리를 알아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매주 제주에 와서 발품을 팔며 숙소 자리를 물색했다. 그렇게 8개월쯤 지났을 때 제주 민속오일장 신문에서 지금의 자리를 보고 바로 결정했다. 이꼬이앤스테이는 정지원이라는 사람과 닮았다 모든 업장을 주인을 닮는다. 작은 소품을 고를 때도 내 경험을 돌아보고, 신중하게 고르다 보니 내 취향이나 스타일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작은 옷걸이 하나도 온라인으로 대량 주문하지 않는다. 디자인이나 편리성 등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제품을 골라서 산다거나 여행 갔을 때 액세서리 놓을 곳이 없어 불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바닥 면이 그릇처럼 생긴 거울을 사는 식이다. 종종 이러한 디테일을 알아보는 손님이 있는데, 그땐 무척 뿌듯하다. (웃음) 갓 지은 밥과 잘 구운 생선, 정갈한 반찬을 담은 조식. 사진 이과용 이꼬이앤스테이하면 조식을 빼놓을 수 없다. 매일 아침밥을 하는 게 힘들지 않나. 매일 5시에 일어나야 제때 조식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당연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깨끗하게 비워진 그릇을 보면 힘이 절로 난다. 집에서 당근을 입에도 대지 않는 아이들이 와서 깨끗하게 그릇을 비우기도 한다. 무엇보다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비결 중 하나가 아침이라고 생각한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길을 나서면 힘이 나고 종일 신경 써서 식사와 내 몸을 챙기게 되지만, 반대로 아침을 부실하게 먹으면 지치고 힘들고 다음 끼니도 잘 챙겨 먹지 않게 되더라.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하면 여행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구운 생선을 낼 때 반응이 뜨겁다. 요즘은 집에서 생선을 잘 안 구워 먹는 데다 제주도라는 곳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 제주도는 다양한 생선이 잡히는데, 대표적인 게 제주 황돔이다. 제주와 부산 사이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데 나도 제주에 와서 처음 봤다. 모양도 이쁘고 맛도 담백하다. 물론 나만의 원칙이 있다. 고등어나 갈치, 옥돔처럼 쉽게 먹을 수 있는 생선은 피하고 황돔이나 벵에돔 등 익숙하지 않은 것을 주로 낸다. 제주의 제철 식재료 중 하나인 고사리. 사진 이과용 그가 차려내는 음식은 이촌동 이꼬이 시절부터 유명했다. 술잔을 부르는 안주부터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찾아 먹을 수 있는 일본 가정식 등, 동네주민뿐 아니라 멀리서도 그의 음식을 맛보러 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였다, 오죽하면 2016년 문을 닫고 일 년에 한 번씩 서울의 가게를 빌려 단골 파티를 열면 여전히 한달음에 달려오는 사람들이 백명이 넘는다. 그뿐이 아니다. 이꼬이앤스테이가 쉬는 겨울엔 여의도 작업실 ‘살롱 드 이꼬이’에서 요리 수업을 여는데 SNS를 통해 일정을 알리면 금세 마감이 된다. 요리 수업은 언제 시작했나. 미국에 살 때 사람들을 자주 초대했는데, 음식을 맛본 사람들이 “요리 수업을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2002년 요리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내가 살던 샌디에이고는 한인 요리 선생님이 드물다 보니, 금세 입소문이 났고 멀리서도 찾아왔다. 2007년 한국에 돌아온 후엔 라퀴진에서 밤낮없이 요리 수업을 했다. 숙소를 운영하기도 바쁠 텐데, 요리 수업을 하는 이유는 B&B를 시작하고 첫 겨울을 보냈는데, 가스비가 상상 이상으로 많이 나왔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제주도의 특성상 육지와 난방비의 단위가 달랐다. 그렇다면 내게도 겨울 방학을 주겠다는 생각으로 12월부터 3월까지 숙소 문을 닫았다. 쉬는 동안 여행을 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서울 작업실로 초대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갈수록 이꼬이 음식이 그립다는 사람들이 요리 수업을 해달라고 해서 자연스럽게 쿠킹 클래스를 하게 됐다. 자발적으로 쿠킹클래스 후기를 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비결은. 수업할 때마다 ‘아낌없이 알려주겠다’는 마음이다. 누군가 물건을 사거나 정보를 얻기 위해 10의 노력을 해야 할 때 내가 알려주면 노력을 줄일 수 있으니까. 내가 쓰는 주방용품부터 제주도 시장에 있는 정육점 등 식재료 구입처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또한 이꼬이의 음식을 주로 수업하는데, 대부분 만들기 쉽고 자주 해 먹을만한 요리라서 집에서 해본 후 후기를 올린다. 실제로 수업 내내 복습을 강조한다. 아무리 요리 수업을 자주 들어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복습해야 ‘내 것’이 된다. 다양한 요리 중에서 일본 가정식을 하는 이유는 일본 가정식은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란, 내게 가장 익숙한 음식이다. 외할머니부터 어머니까지 일본 가정식을 자주 해주셨다. 어린 시절, 어머니는 늘 채소를 다져서 함박스테이크를 만드셨고, 집 냉장고엔 늘 우엉조림이 있었다. 이꼬이앤스테이의 음식은 제주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를 주로 쓰는데 계절이나 식재료가 교토와 비슷하다. 그래서 실제로 교토의 가정식 오반자이와 조식이 더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교토는 외할아버지께서 은퇴하시기 전에 교환교수로 계셨던 곳이라 익숙하고 추억도 많다. 바쁜 와중에도 소문난 맛집부터 예약이 힘든 호텔까지 꼭 가보는 이유는. 내가 서비스업을 하고 있으니까 유명한 곳은 찾아가서 보고,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체크하기도 하는데 특히 디테일한 부분을 보려고 노력한다. 남들보다 일 년을 두배, 아니 세배는 바쁘게 사는 원동력이 궁금하다. 호기심인 거 같다.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많았고 직접 보고 해본 후에야 만족했다. 오죽하면 아버지가 "지원인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아서 일찍 못 죽을 거다"라고 하셨다. (웃음) 예를 들어 요즘도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새로운 소스가 보이면 꼭 사서 맛을 본다. 새로운 곳에 가고 수업을 듣고 사람을 만나면 그 시간에 배우는 게 있다. 그래서 다른 호텔이나 숙소, 레스토랑들을 열심히 찾아다니게 된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피로한 육신을 깨워주는 봄의 제왕 ‘두릅 차돌말이’ [쿠킹] 전세계 미식가를 사로잡을 모던 한식의 시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쿠킹] “1인 1된장찌개가 국룰인 고깃집, 봄엔 ‘이것’ 넣어 더 맛있죠” [쿠킹] [쿠킹&푸드] 참돔 한 마리를 통째로 … 오메가3와 타우린 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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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미식가를 사로잡을 모던 한식의 시작, 밍글스 강민구 셰프[쿠킹]
가장 맛있고 귀한 재료를 제대로 다뤄서 손님들께 대접하는 것이 제 기준이에요. 한식 파인다이닝 밍글스, 캐주얼 유로피언 다이닝 페스타 바이 민구, 홍콩에 새로 문을 연 한식 레스토랑 한식구까지 오픈하는 곳마다 미쉐린 선택을 받은 강민구 셰프에게 비법을 물어보니 돌아온 답이다. '제대로 다룬다는 말'의 무게를 아는 듯, 성공한 오너셰프의 포부를 물을 땐 다소 경직되어 있던 얼굴이 ‘장(醬)’ 이야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풀어졌다. 장을 주제로 하는 한식 요리 책을 4년이 넘도록 작업하고 있다는 그를 청담동 밍글스에서 만났다.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이자 8년 연속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으로 선정된 밍글스의 오너셰프, 강민구. 사진 송미성 파인다이닝부터 유로피언 다이닝까지 다양한 F&B 브랜드를 계속 선보인다. 사업 확장을 의도해서 만든 건 아니지만, 공통점은 있다. 내가 고객으로 소비하고 싶은 브랜드라는 점이다. 가끔은 파인다이닝도 즐기고 싶고, 때때로 유로피언도 생각나고, 좀 더 캐주얼한 한식 레스토랑도 빼놓을 수 없었다. 또 사업적으로 밍글스를 서포트할 수 있는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이 두 가지 이유가 적절한 때, 좋은 기회로 합쳐져 여러 브랜드를 낼 수 있었다. 브랜드가 늘어도 셰프로의 나의 정체성은 밍글스에 있다. 간혹 레스토랑이 여러 개이니 자주 자리를 비우지 않을까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밍글스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주방을 지킨다. 다른 곳을 살펴봐야 할 때는 밍글스의 브레이크 타임이나 휴일을 이용해 다녀온다. 2020년엔 미식의 도시 홍콩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었다. 원래는 파리에 한식 레스토랑을 열고 싶었다. 2019년에 파리 진출을 준비했는데, 파리가 제대로 된 한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국 퀴진에 집중도가 높고,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이해가 더뎠다. 그들이 기대하는 한식은 양념 많고, 짜고, 달고, 그런 자극적인 것이었다.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결론에 이르러, 파리 진출 계획을 미뤘다. 근데 마침 홍콩에서 연락이 왔다. 곧바로 파리 진출용으로 준비했던 사업계획서를 보냈고, 2주 만에 계약이 진행되었다. 매장 오픈을 위해 홍콩에 갔더니 전세계에서 식도락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 여기에 있나 싶을 정도로 미식 수준은 높았고, 특히 아시아 음식에 대한 이해가 깊었다. 잔기술이 아닌 정통, 정공법으로 만든 요리가 환영 받는 도시였다. 현지에서도 가감 없는 한식을 원하는 데다가 한국 식재료를 그대로 공수할 수 있어 기존의 레시피를 현지화할 필요가 없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지금도 한식구 주방에는 많은 한국인 셰프들이 제대로 된 한국의 맛을 구현하고 있다. 나라와 상관없이 '맛있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만드는 비법 혹은 기준이 있을까. 기준은 없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은 나라 별로도 차이가 있지만, 시대에 따라서도 계속 변한다. 심지어 식재료도 계속 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딸기는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질이 너무 다르다. 당도도 당도지만 향과 산미 등의 밸런스가 좋아졌다. 아스파라거스는 내가 처음 요리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어졌다. 그러니 그때 그때 좋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고, 그 재료의 매력을 잘 살려 요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맛있고 귀한 재료를 제대로 다뤄서 손님들께 대접하는 것이 기준이라면 기준이다. 서비스 시간에는 항상 밍글스의 주방을 지키고 있는 강민구 셰프. 사진 송미성 그렇다면, 요즘 눈 여겨보는 식재료가 있는지 한식을 기본으로 하다보니, 발효음식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다. 발효음식도 종류가 다양하다. 김치도 있고, 된장, 고추장 같은 장류도 있고, 장아찌도 있다. 그중 특히 장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장이 없으면 한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맛있는 한식의 비결은 늘 장에 있다.하지만 해외에서는 고추장 정도만 인지하고, 한국의 간장, 된장을 일본의 소유, 미소와 비슷하다고 여긴다. 만드는 법부터 다른데 말이다. 한식의 근원이 되는 장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4년 전부터 장을 주제로 한 한식 요리책을 작업 중이다. 발효음식에 대해 공부하다보니, 다른 나라의 전통 발효식품에도 호기심이 생겼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의 템페(Tempeh)에 관심이 많다. 콩은 아시아에서 굉장히 중요한 식재료다. 우리나라의 된장, 청국장, 일본의 낫토, 인도네시아의 템페 등 콩을 발효해 식품을 만든 뒤 그것을 기본으로 만드는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템페는 발효 식품 특유의 향취가 거의 없고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얼마전 종근당건강과 함께 템페가 들어간 단백질 과자를 개발했는데, 이 특징 때문에 호불호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자가 나왔다. 나중엔 밍글스에서도 템페를 활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4년 동안 책을 준비 중이라니, 내용이 궁금하다. 질문 먼저 하겠다. 한국 간장과 일본 쇼유의 차이 점을 알고 있나? 한국 사람들도 대부분 정확한 차이를 모른다. 설명하면, 한국의 전통 장은 우선 메주를 소금물에 담근 뒤 발효시키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건져낸 메주는 된장이 되고, 발효된 소금물은 간장이 된다. 즉, 두 가지 장이 같은 항아리에서 나온다. 일본의 쇼유와 미소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당연하게도 한식에는 한국의 간장과 된장이 잘 어울리고, 일식에는 일본의 쇼유와 미소가 잘 어울린다. 준비하는 책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 장의 특징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한식을 할 때는 한국의 장을 써야하고, 그래야 제대로 된 한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장을 활용한 약 60가지의 레시피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레시피는 외국인들에게 만들어 보게하고 피드백 받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식에 호기심이 생긴 외국인에게 제대로 된 장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이론과 실용을 두루 갖춘 책이길 원한다. 내년 봄쯤 영문판으로 만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해외 투자를 받고 홍콩에 문을 연 한식구가 미쉐린 선택을 받았다. 한국 레스토랑의 새로운 이정표다.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에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실 모던 코리안 레스토랑이 주목 받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다 보니 참고할 만한 선례가 거의 없었다. 밍글스가 차곡차곡 쌓아 온 과정을 보고 후배 셰프들이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할 점이라면 ‘변화’다. 변화는 앞으로도 꾸준히 추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파인다이닝의 어려운 점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매일 다른 손님이 오고, 그 분들에게 좋은 경험과 만족을 드려야 한다. 그래서 늘 달라지려고 한다. 하지만 그 변화가 고객에게 지난 번 방문보다 못한 기쁨을 준다면 그건 실패한 변화다. 늘 새로우면서도, 믿고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을 둘 다 가지고 싶은데, 굉장한 욕심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웃음). 셰프 강민구의 다음은 무엇인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나의 목표는 해외에 한국 음식을 더 많이 알리는 것이다. 곧 나올 책이 그 목표를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밍글스는 앞으로도 부지런히 변할 거다. 고객에게는 늘 새로운 만족을, 젊은 셰프들에게는 좋은 선례가 되도록 노력하면서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주목이 밍글스와 강민구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팀을 이루는 동료들과 그 가족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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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잃은 佛셰프의 제안…韓셰프 등 8명 청담동 모인 이유 [쿠킹]
지난 20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밍글스'에서는 특별한 디너가 열렸다. 프랑스 미쉐린 3스타 셰프이자 세계 8곳의 레스토랑에서 별 15개를 획득한 프랑스 셰프 야닉 알레노와 강민구(밍글스), 임기학(레스쁘아), 김진혁(알라프리마), 윤태균(임프레션), 이충후(제로컴플렉스), 김세경(세스타), 한스 재흐너(스테이) 등 국내외 유명 셰프들이 함께 준비한 자선 갈라디너다. 야닉 알레노(왼쪽에서 네번째) 셰프의 제안에 한국의 유명 셰프들이 힘을 모아 소외된 곳에 기부를 하는 자선행사가 20일 밍글스에서 열렸다. 사진 바앤다이닝 이날의 디너는 알레노 셰프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지난해 5월 자신처럼 셰프의 길을 걷던 아들 앙투안을 뺑소니 사고로 잃고, 아들의 이름을 딴 ‘앙투안 알레노 재단’을 만들었다. 그는 예상치 못한 비극적인 사고를 당하는 사람들과 소중한 이를 한순간에 잃은 가족이 감내해야 할 고통을 나누고자 앙투안 재단을 설립했다”고 말했다. 자선 디너를 제안한 프랑스 셰프 야닉 알레노. 사진 바앤다이닝 알레노의 제안에, 한국 셰프들은 흔쾌히 응답했다. 강민구 셰프는 “셰프들끼리 만나면 봉사나 기부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지만, 각자 레스토랑 업무에 쫓기다 보니 실천하기 어려웠는데 알레노 셰프님의 제안으로 평소에 뜻이 있는 셰프들이 함께하기로 해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총 10가지 코스로 준비된 자선디너는 각 레스토랑에서 메뉴를 맡았다. 사진 바앤다이닝 8명의 셰프들이 함께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지만,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먼저 알레노 셰프와 스테이팀이 상의해서 프랑스팀 메뉴를 선정하고, 한국 셰프들이 미팅을 통해 각자 메뉴를 맡아 10개의 코스를 준비했다. 베테랑들이 모이다 보니, 메뉴를 배려하는 것은 물론이고 재료나 조리법이 겹치지 않게 구성했고 디너 당일엔 각 레스토랑에서 재료 손질 등의 준비해 왔다. 그 결과 코스에 나오는 메뉴를 각각의 레스토랑에서 요리했지만 마치 한 곳의 레스토랑에서 준비한 것처럼 흐름이 매끄러웠다. 김세경 셰프는 “함께한 셰프들이 모두 프로인 만큼 주방에서 음식을 만드는데 굉장히 수월했고, 무엇보다 여러 셰프들과 함께 의미 있는 행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는 각 셰프들이 SNS를 통해 알렸는데, 5분 만에 마감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윤태균 셰프는 “뜻을 함께 해주신 손님들의 호응이 빛났던 행사로, 소풍이 끝난 다음 날처럼 행사를 마친 후에도 설렘이 이어지면서 벌써 다음 행사가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수익금은 앙투안 알레노 재단과 소아암/백혈병 및 난치성 질병으로 등교가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관 '꿈사랑학교'에 기부된다. 이충후 셰프는 “작지만, 나의 재능으로 기부의 기쁨을 깨달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비빔밥과 불고기에 이은, K-푸드 2.0의 주역 ‘떡볶이・치킨・라면’ [쿠킹] 오픈 2년 만에 미쉐린 별 받은 비결은 꽃게와 대파, 두 가지면 돼요…“봄이다” 눈 번쩍할 파스타 견과류 없어도 고소해! 브로콜리와 시금치로 만든 파스타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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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시장엔 설탕·알코올·칼로리 '제로' 진행형 [쿠킹]
낯선 동네를 찾게 하는 힘도, 오픈런을 하는 이유도, 한 시간씩 줄 서서 기다리는 사연 중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있을까. SNS에 인증한 맛집이나 먹거리는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비결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요즘 어떤 것을 먹고, 마실까. 올봄 F&B 업계의 트렌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음료는 제로 음료 시장은 여전히 덜어내기가 진행중이다. 0칼로리, 락토프리, 설탕 제로, 무알코올까지 음료와 주류까지 덜어내기 경쟁 중이다.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따르면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제로 음료를 마시며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인기에, 코로나19 이후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점차 사라진 데다 주류 제품의 열량 표시 대상을 확대하기로 한 정책의 실행으로 주류업계까지 이런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제로 탄산음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칠성음료의 과일향 탄산 음료, 탐스제로. 사진 롯데칠성음료 제로 펩시, 칠성사이다, 탐스제로를 선보이며 제로 탄산음료 시장의 최강자 입지를 점한, 롯데칠성음료는 올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탐스제로는 제로 칼로리로 출시해 기존 과일 향 탄산음료들과 차별화를 꾀했는데, 올해는 주요 타깃인 젊은 층의 입맛에 맞춰 탄산가스 볼륨을 높여 톡 쏘는 청량감을 강화했다. 오렌지향, 레몬향, 사과‧키위향, 파인애플향, 청포도석류향 등 5종에 이어, 이달 말 복숭아패션후르츠향을 출시할 예정이다. 복숭아패션후르츠향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여 복숭아의 부드러움에 패션후르츠의 달콤함을 더해 눈길을 끈다. 매일 바이오 그릭요거트 플레인은 무가당, 무첨가, 고단백을 내세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매일유업 건강 식단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한 그릭요거트도 제로가 인기 비결이다. 매일유업의 매일 바이오 그릭요거트 플레인은 무가당, 무첨가, 고단백을 내세워, 2021년 출시 이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건강을 위해 그릭요거트를 먹는다는 점에 주목해 개발했는데, 설탕 없이 오직 우유 유래 당만 함유해 100g당 당 함량은 4g에 불과하다. 우유 유래 성분으로만 만들어 그릭요거트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공간력 온라인 시대에도 공간은 여전히 사람을 이끄는 힘이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올해의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공간력에 주목하며 ‘매력적인 컨셉과 테마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력은 리테일 최고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멋지다고 소문난 공간은 위치와 상관없이 늘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을 떠올려보길. 캐릭터 두꺼비의 인기로 다양한 협업과 공간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진로. 사진 하이트진로 최근 인기를 끈 ‘두껍상회 강남’도 이러한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하이트진로가 1월 ‘어른이 놀이터’를 콘셉트로 문을 연 ‘두껍상회 강남’은 체험형 콘텐트를 강화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실제로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골프 퍼팅 게임, 고민거리를 날려버리는 스트레스 샌드백, 어린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레트로 게임과 두꺼비 잡기를 비롯해 에어 하키, 풋 볼링, 농구, 룰렛 등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젊은 층의 니즈를 반영해 유쾌하고 재미있는 공간과 다양한 체험 콘텐트를 제공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두껍상회는 특히 자체 캐릭터로 인기있는 두꺼비로 외관을 꾸미고 이름에도 활용했다. 진로의 마케팅 성공 비결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두꺼비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 광고 캠페인에도 두꺼비를 내세워 눈길을 끈다. 실제로 다양한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MZ세대를 공략중인데, 이종 업계와 협업한 두꺼비 캐릭터 상품은 140여종에 달한다. 브랜드 시그니처 컬러인 핑크를 내세운 배스킨라빈스 가로수길점. 사진 SPC 브랜드의 시그니처 컬러로 공간과 메뉴를 구성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SPC 배스킨라빈스는 최근 MZ세대를 타깃해 가로수길 초입에 새롭게 매장을 열었다. 매장은 배스킨라빈스의 시그니처 컬러인 핑크로 꾸미고 가로수길 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정 제품 등을 선보인다. 핑크 컬러를 활용한 이색 시그니처 메뉴인 진한 카페 브리즈 아메리카노 위에 ‘우유 아이스크림 맛’ 핑크 크림을 듬뿍 올린 ‘핑크 슈페너’, 달달한 스페니쉬(연유) 라떼에 부드러운 핑크 크림을 더한 ‘핑크 크림라떼’ 등 핑크 크림커피 2종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다. 수제 디저트 ‘아이스 타코’도 선보인다. 모바일 선물하기 트렌드를 넘어 일상으로 자리한 모바일 선물시장은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2020년 3조원 규모였던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 규모는 2022년 5조원을 넘어섰는데 업계에서는 2027년엔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주도해온 모바일 선물시장엔 네이버, 쿠팡, 컬리 등이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정관장은 모바일 선물하기 시장에 타겟한 상품을 내세워 매출을 높이고 있다. 사진 KGC인삼공사 커피나 음료에 이어 코로나19로 건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건강기능식품이 인기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19년도 43.8%였던 건기식 온라인 채널 판매 비중은 코로나 19가 발생한 20년 56.9%로 성장한 후 지난해 63.1%를 기록했다. 정관장의 맞춤형 제품 앰플형 드링크 ‘정관장 활기력’은 최근 4년간 매출액이 연평균 40%씩 성장했다. 모바일 선물시장에 집중한 것이 비결이다. 코로나 19 이후 모바일로 건강식품을 구매하는 20·30세대가 늘자, 정관장은 ‘활기력 에너지박스’, ‘활기력 JOY’, ‘활기력 부스터박스’ 등 온라인 전용 제품을 전략적으로 선보였다. 최근 액상형 홍삼에 12종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더해 선보인 ‘활기력 부스터박스’는 출시 한 달 만에 카카오톡 선물하기에 1만 세트 판매를 기록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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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비빔밥과 불고기에 이은, K-푸드 2.0의 주역 ‘떡볶이・치킨・라면’
우리는 왜 분식을 좋아할까. 일단 빠르다. 종류도 다양하다. 떡볶이・치킨・라면・김밥・핫도그 등 간식으로 더할 나위 없으며 끼니로도 손색없다. 중독성 있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단짠’의 발란스는 입맛을 돋우고 매운맛은 기분을 좋게 한다. 한국인이라면 싫어하기 어려운 맛의 총집합이다. 그런데, 한국인 한정인 줄 알았던 분식의 인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SNS에는 줄 서서 먹는다는 영국, 프랑스, 미국의 분식집 이야기가 넘쳐난다. TV 예능 프로그램은 저 멀리 멕시코의 바칼라르까지 날아가 한국 분식집을 차렸을 정도다. 지난 1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2년 기준)를 보면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K-콘텐트의 인기와 잠재력을 알 수 있는 브랜드파워 지수(Brand Power Index)는 58.8점인데, 그중에서 음식이 66점으로 뷰티(62.3점), K팝(61.7점) 등을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보였다. 수출 실적도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5.3% 증가한 120억 달러(약 15조 원)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K-푸드의 새로운 서막이 열렸다고 말하는데, K푸드 2.0의 주인공은 ‘분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떡볶이는 한때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의 실패작이었다. 지금은 우수한 제품력과 유통망 등에 힘입어 K-푸드 열풍을 견인하고 있다. 그때는 틀렸고 지금은 맞다, ‘떡볶이’ 2009년 정부는 한식 세계화를 선포하고 대표 음식으로 김치, 비빔밥, 막걸리와 함께 떡볶이를 선정했다. 떡볶이 분야에만 5년간 140억을 투자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으로 떡볶이 연구소까지 열었다. 하지만 연구소는 1년 뒤 문을 닫았고 떡볶이 세계화는 실패했다. 당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에게 낯설 수밖에 없는 떡의 식감, 국가별로 다른 매운맛의 선호도, 인프라 부족, 짧은 유통기한을 문제로 꼽았다. 14년이 지난 지금, 떡볶이는 K-푸드의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즉석조리식품 수출액은 3,493만 달러(약 416억 4,000만 원)다. 2016년 대비 323.1% 증가했다. 특히 떡볶이 수출액이 전년 대비 56.7% 증가했고, 가정간편식 중에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그사이 무엇이 달라졌을까. 지난 3일 미국 NBC의 미국 내 떡볶이 열풍에 관한 보도를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떡볶이는 미국의 대형마트에서 기성품으로 팔리고 있고 인터넷으로도 구입할 수 있으며, 떡볶이 전문점도 등장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이 서울의 식당에서 떡볶이를 즐기는 모습을 SNS에 노출한 것도 확산에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K-콘텐트를 접하다 생긴 호기심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통망이 잘 갖춰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통망의 확장은 제품의 품질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 F&B 기업들은 그동안 짧은 유통기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떡볶이의 신’으로 해외 떡볶이 인기를 주도하고 있는 동원F&B의 경우 글로벌 식품안전시스템인증(FSSC22000) 등의 기준에 맞춰 상온에서도 10개월까지 유통할 수 있게 제품을 개발한 덕에 여러 유통채널에 들어갈 수 있었다. ‘떡볶이의 신’은 2018년 11억 원 규모에서 2021년 200억 원까지 급격히 성장했다.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연교(조여정)가 채끝살 구이를 올린 넣은 짜파구리를 먹고 있다. 사진 CJ ENM 중국? 일본? No! 지금은 ‘한국 라면’이 대세 라면의 원조는 중국이다. 오늘날 인스턴트 라면의 모습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건 ‘한국 라면’이다. 그 시작은 2015년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채널 ‘영국남자’에서 시작된 불닭 볶음면 챌린지가 SNS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덕이 크다. 2019년에는 영화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입어 채끝살 구이를 올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열풍이 불었고, 최근엔 국물 라면까지 두루 사랑받는 추세다. 수출액 또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1900만 달러에서 기생충 열풍이 불었던 2019년에는 4억7000만 달러, 2021년 6억7000만 달러, 지난해에는 7억6543만 달러(9453억 원)를 달성했다. 8년간 3.5배 성장한 셈이다. 이런 성장세라면 일본이 꽉 잡은 미국 라면 시장도 조만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남아 시장에서도 한국 라면은 ‘맛 보장 제품’으로 통하며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시장도 있다.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지역인데 동남아처럼 매운맛에 거부감이 적다. 현재는 일본의 저가 라면이 점령하고 있지만, 맛과 품질이 모두 뛰어난 한국 라면이 진출했을 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미국에 제2공장을 가동하며 북미 시장에서 전년 대비 18% 성장이라는 실적을 거둔 농심은 해당 공장을 거점으로 중남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식 치킨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 Pixabay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을 뜻하는 ‘KFC’ 국내외 한국 음식 먹방 유튜버들 사이에서 한국식 치킨은 조회수를 올리는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조회수나 구독자 증가세가 주춤할 때면, 치트키로 한국식 치킨 먹방을 쓰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국식 치킨의 유명세는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entucky Fried Chicken)’을 뜻하는 약자 KFC의 뜻까지 바꿔버렸다. 바로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Korean Fried Chicken)’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년 해외 주요 16개 도시에서 현지인 8500명을 대상으로 실행한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도 한국식 치킨의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조사에서, 한식 경험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식은 ’한국식 치킨(16.1%)’으로 나왔다. 실제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으로 꼽는 것 중 하나도 한국식 치킨 또는 ‘치맥’이다. 이런 상승세에 힘입은 국내 치킨 브랜드들은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단연 BBQ다. 국내 치킨 브랜드 중 가장 먼저 미국에 진출해 현재 2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BBQ는 전 세계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맥도날드 따라잡기’가 목표다. 또 교촌, bhc 같은 기업들도 후발 주자로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대형 광고판에 한국의 아이콘 '김치' 영상이 올라왔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대상 '종가'와 의기투합해 만든 광고 영상이다. 사진 뉴스1 모든 분식에 달려오는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Smells like f**king kimchi.” 2015년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영화 ‘버드맨’에 나오는 대사다. 번역하면 “×같은 김치 냄새가 난다” 정도가 되겠다. 한때 김치는 한국인을 조롱할 때 비유하던 음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 의하면 2021년 김치 수출액은 약 1억4400만 달러(1632억8160만 원)로, 2016년 대비 80% 넘게 늘었다. 역대 최대규모다. 수출 대상국도 2011년 61개국에서 21년 89개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김치 수출이 크게 늘었다. 면역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알려지면서다.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발효된 배추를 주로 먹는 국가들의 사망자 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발표했다. 장 부스케 교수는 세계 만성 호흡기질환 퇴치 연맹(GARD) 회장을 지낸 호흡기·알레르기 분야의 권위자다. 김치의 위상이 높아진 데에는 역시 국내 기업의 노력이 한몫했다. 전체 김치 수출액의 43%를 차지하는 대상의 ‘종가’는 2022년 미국에 김치공장을 완공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City of Industry, CA)’에 세운 공장은 대지 면적만 10,000㎡(3000평) 규모다. 배추김치는 물론, 미국 식문화를 반영한 비건김치, 백김치, 비트김치, 피클무, 맛김치, 양배추김치도 생산한다. (주) 대상 홍보팀 이석호 차장은 “김치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현지화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김치를 많이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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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쉼과 맛'의 즐거움으로 재탄생한 오뚜기 창업주의 자택
[요즘 뜨는 이곳] 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브랜드 팝업이 열린다. 팝업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험 소비를 즐기는 MZ세대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서다. 식품 회사들도 앞다퉈 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팝업으로 브랜드 진심을 다 설명하긴 어렵다. 3년 넘게 꾸준히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고 있는 오뚜기 복합문화공간 롤리폴리 꼬또를 다녀왔다. 야외정원에서 바라본 브런치 카페. 사진 오뚜기 선정릉역에서 200m가량 걷다 보면, 빨간 벽돌로 시선을 사로잡는 건물이 있다. 언뜻 보면 미술관이나 편집숍 같지만, 맛있는 음식과 여유를 탐닉할 수 있는 오뚜기의 복합 식문화공간 ‘롤리폴리 꼬또(Rolypoly Cotto)’다. 오뚝이를 뜻하는 영어 ‘롤리폴리’와 벽돌집을 뜻이 이탈리어 ‘꼬또’를 붙여 이름 지었다. 이 공간은 원래창업주인 故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의 자택이었다. 직원 연수 시설로 사용하다 옆에 있던 건물과 합쳐 2020년 11월 '쉼과 맛의 즐거움'이라는 기획으로 복합식문화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공간은 총 8개로 롤리폴리 꼬또 이름 아래 7개의 공간과 1개의 베이커리로 구성되어 있다. 시작은 1층 퓨전 음식점. 동굴을 연상케해 ‘케이브(Cave)’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오뚝이 모양의 손잡이 열고 들어가면, 좌측엔 유명인의 사인이 새겨진 오뚝이 장식품과 라인프렌즈와 방탄소년단이 함께 만든 캐릭터 BT21와 콜라보한 진라면, 제주담음 카레, 유기농 파스타면 등 특별한 오뚜기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진라면 매운맛을 사용한 우삼겹&파채 라면. 사진 오뚜기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진라면 매운맛을 사용한 ‘우삼겹파채라면’과 오뚜기 카레 3종에 각종 채소를 그릴에 구워 맛을 더한 ‘소고기사과카레’다. 일부 메뉴는 맛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 수량이 정해져 있다. ‘한우육회 진비빔면’은 매일 아침 마장동에서 신선한 육회고기를 수급해 사용하고, 겨울 시즌 메뉴인 ‘스프카레’는 가장 맛있을 양만큼만 육수를 준비해두기 때문이다. 베이커리 롤리폴리 르 밀 내부. 사진 오뚜기 매장 옆쪽으로 난 작은 쪽문을 통해 나가면 베이커리로 연결된다. 작년 6월 오픈한 베이커리 ‘르 밀(Le Miil)’이다. 식빵, 캄파뉴, 호밀빵 등 밥과 면을 제외하고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사 빵 위주로 판매한다. 대부분 빵에 프랑스산 밀, AOP버터 등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 오뚜기 진라거를 사용해 몰트 향이 매력적인 ‘맥주 캄파뉴’나 강원도 양구군에 위치한 사과농장 ‘애플카인드’의 부사로 만든 ‘사과 캄파뉴’ 등 이색 메뉴도 선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화려한 디저트 빵보다는 수프나 커피와 함께할 수 있는 식사 빵이나 구움 과자류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작은 중앙 정원이 나오는데, 정원을 중심 전시장 큐브,그늘막이 있는 테이블 구역 ‘쉐이드(Shade)', 계단 언덕을 연출한 ‘슬로프(Slope)’, 4800개의 노란색 스팽클이 바람 따라 찰랑거리는 ‘살라(Sala)’로 구분되어 있다. 살라는 현재 응접실로 사용 중이고, 추후 전시 공간으로 개방될 예정이다. 정원의 가장 안쪽에 있는 건물이 브런치 카페 ‘홀(Hall)’이다. 1층과 달리, 확 트인 통창으로 정원을 바라보며 브런치와 음료,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인기 메뉴는 오뚜기 ‘프레스코’ 면을 사용한 ‘명란 부추 페투치네’와 ‘초간편 감자전믹스’로 만든 ‘트러플 크림 감자뇨끼’다. 기성 제품에 대한 편견을 깨기에 충분한 맛으로 오뚜기가 왜 이런 공간을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오뚜기 브랜드경험실 담당자는 "장식품 하나까지 도예 작가들과 콜라보를 했을 정도로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요리도 마찬가지다. 개발하는 데만 최소 2~3개월이 걸렸다. 내부 구성원들의 수차례 시식테스트 등을 거쳐 통과된 요리만 메뉴판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추가로 "정성스레 준비한 공간과 음식을 찾아주시는 모든 분이 맛있는 시간을 보내고, 행복한 추억까지 담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롤리폴리 꼬또 「 · 주소 :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51길 19 · 주차 : 1만원당 1시간 무료. 추가 10분당 1,500원 · 영업시간 Cave & Hall -월~금 11:30~21:00 (15:00~17:00 브레이크타임, hall에서 음료만 가능) -토 11:30~20:00 (브레이크타임 없음) *라스트오더 14:30, 20:30분 Le Miil -월~토 11:00~19:00 (브레이크타임 없음) 」 김경진 쿠킹 에디터 kim.kyeo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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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집 얼굴 벌건 美교수님…7년째 韓노포 찾아다니는 이유[쿠킹]
일본 유튜버 토기모치가 올린 떡볶이 먹방 조회수는 578만, 영국인 유튜버 영국남자가 올린 불닭볶음면은 1801만이다. K푸드의 글로벌 인기비결로 해외먹방 유튜버들의 활약을 꼽는 이유다. 이제 이들은 단순 먹방을 넘어 전통시장, 기사식당, 고속버스터미널 식당가에서 한국인도 잘 모르는 한식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은 왜 한식에 빠졌을까. 주중에 교수로 주말엔 ‘오스틴! 주는대로 먹는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오스틴 기븐스를 만났다. 돼지국밥에 방아잎을 말아 먹고 있는 카이스트 어학원 교수이자 K푸드 먹방 유튜버 오스틴 기븐스. 사진 오스틴 “사장님 방아잎 없어요?” “어찌 방아잎을 안다요. 허허 먹을 줄 아네” 100년 넘은 밀양 돼지국밥집에서 방아잎을 찾고, 굴이 제철이라며 통영수산시장을 헤집고 다니며 다찌집에 앉아 소주로 벌게진 얼굴로 멍게를 논하는 이 남자. 미국인 오스틴 기븐스 카이스트 교수다. 8년 전, KAIST 어학원 교수로 한국을 찾은 오스틴은 한식에 빠졌다. 정확히는 노포맛집이다. 그동안 전국 180개가 넘는 노포맛집을 찾아다녔고 343개의 영상을 제작했다. 인터뷰를 요청한 날도 하동에 가 있었다. 오스틴! 주는대로먹는다 먹방 촬영 맛집 모음 지도 오스틴 제공 한식에 진심인 것 같다. 왜 한식인가? 한식이 무척 다이내믹했다. 한국에서 처음 먹은 냉면이 코다리 냉면이었는데, 빨간 소스를 보고 스파게티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맛을 보니 달랐다. 봐서는 맛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 매력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올해로 8년째 한국에 살고 있지만, 지금도 그렇다. 그게 한식의 매력이다. 7년 동안 전국 구석구석 노포맛집을 찾아다녔다. 대전에 살고 있어 가능했다. 대전에서는 전국 어디든 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도 가능하다. 휴일에는 지도를 펼치고 어디로 여행을 갈지 정하고 네이버에 ‘한글’로 그 지역 노포맛집을 검색했다. 또한 학생들에게 추천을 받는다. 카이스트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아 지역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정보가 많다. 노포 맛집을 주로 찾는 이유가 있나. 노포감성이 좋다. 정 많은 사장님, 손맛 나는 반찬, 연탄 구이 냄새, 장작 타는 소리 이런 것들이다. 정확히 왜 끌리는지 콕 집어 설명하긴 어렵지만, 외국인이 한국 문화를 깊게 경험하고자 할 때 이만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도 먹고, 인연도 만들고 추억도 쌓고. 유튜브 채널이름 ‘오스틴! 주는대로 먹는다’다. 채널 이름을 짓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아내가 지어준 이름인데, 무척 마음에 든다. 미국의 유명 시인, 월트 휘트먼이 쓴 시에서 그런 구절이 있다. ‘문에서 자물쇠를 떼어 버려라! 옆기둥에서 문 그 자체를 떼어 버려라!’ 나의 좌우명인데, 모든 경험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자는 뜻이다. 월트 휘트먼이 마음의 문을 풀어헤치라고 말하는 것처럼, ‘주는대로 먹는다’도 비슷한 생각으로 어떤 음식이든 먹어보자는 생각을 담았다. 한국 사람들도 호불호가 나뉘는 한식을 편견 없이 잘 먹는다.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는지.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에서 자주 놀았다. 함께 소시지를 만들기도 하고, 또래들이 쉽게 먹기 어려운 요리도 종종 먹었다. 간 푸딩(Liver Pudding)이나 소 혀로 만든 수프 같은 요리들이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요리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뉴욕에서 석사 학위를 따는 동안 그린위치 빌리지(Greenwich Village) 머레이 치즈샵에서 일했는데, 그때 맛을 보고 평가하는 방법을 제대로 배웠다. 처음 접하는 음식을 어떻게 맛봐야 하는지 알게 되어 그런지 두려움이 없다. 오스틴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정육점 사진 오스틴 최대 조회수 영상이 굴 먹방이다. 굴철만 돌아오면 통영을 찾던데, 혹시 굴처럼 해마다 찾는 제철 음식이 있나. 조만간 봄나물을 캐러 갈 계획이다. 하동 진교에 미식가 친구가 사는데, 매년 같이 두릅, 다래와 같은 나물을 캤다. 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겨울에 굴처럼 자주 찾는 곳이 있다. 고성군의 도치 알탕이다. 도치라는 못생긴 생선으로 끓이는 탕인데 알이 무척 크고 맛도 담백하다. 탕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봄이 되면 오스틴은 봄나물을 캐러 하동을 찾는다. 사진 오스틴 먹방을 찍다 보면 한식 요리에도 관심이 생길 것 같다. 잘하려고 노력 중이다. 가장 잘하는 요리는 냉이 된장찌개. 여행 중에 우연히 만난 노포맛집에서 직접 담근 된장을 사서 요리할 때 쓴다. 요즘은 오이무침처럼 다양한 밑반찬 요리를 시도하고 있다. 최근에 배운 게 있다면, 간장, 장, 식초, 꿀만 있으면 손쉽게 무침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또 요리까지는 아니지만, 날씨가 좋으면 지금 사는 옥탑방 밖에서 삼겹살도 구워 먹는다. 앞으로 소개하고 싶은 K푸드가 있다면 가끔 한국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들이 한식은 결국 다 고추장, 마늘, 간장으로 끝나는 거 아니냐는 말을 할 때 화가 난다. 한식의 기본인 김치나 장도 지역마다 쓰는 재료가 다르고 당연히 맛도 다른데 말이다. 그래서 지역마다 특색있는 가정식 반찬에 대해 배우고, 관련 먹방을 찍고 싶다. 또 한국 사람들에게 지역마다 다른 반찬을 소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한 번은 수업할 때, 학생들에게 방아를 먹어본 적이 있는지 물어봤다. 경상도에서 온 학생들은 모두 먹어봤다며, 방아로 전도 만들고 국도 끓인다고 설명하는데,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들은 ‘방아가 뭐야? 처음 들어봐’ 그러더라. K푸드 먹방 대표 해외 유튜버 도표 정리 [통계 출처 유튜브] 최민지 쿠킹팀 인턴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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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공유 신드롬, 홈카페에도 통할까.
[따끈한 신상]하루가 멀다하고 신제품들이 쏟아진다. 뭘 사야할까. 무슨 차이가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고객 관점에서 신상을 탈탈 털어볼 리뷰 코너를 마련했다. 이번 달 털어볼 신제품은 캡슐 커피 머신. 해외 브랜드 일색이던 캡슐 커피 머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카누 바리스타 어반(KANU BARISTA URBAN)’이다. 동서식품이 선보인 새로운 캡슐 커피 머신, '카누 바리스타 어반'. 인테리어 오브제로 손색 없는 디자인이 눈에 띈다. 컬러는 블랙과 화이트 두가지이며, 보다 간결하고 가성비 좋은 '카누 바리스타 브리즈' 라인도 출시되었다. 사진 동서식품 가전도 디자인 시대다. 기술이 평준화되면서 브랜드 차별성은 디자인 몫이 되었다. 첫인상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 직선과 곡선의 밸런스가 돋보였다. 누가 디자인 했나 찾아보니 벤자민 휴버트(Benjamin Hubert)다. 영국을 대표하는 젊은 디자이너로 뱅앤올룹슨·나이키· 프리츠 한센 등 유명 브랜드의 프로젝트를 맡았던 인물이다. 최고의 디자인은 최상의 경험이라는 모토로 서비스와 제품의 상호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세계가 주목하는 디자이너다. 그의 세계관이 어떻게 반영되었을까. 다시 보니, 소재가 눈에 들어온다. 전면과 양측면부의 커버가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 마감재인 템바보드를 연상케 했다. 주방, 거실 어디에 놓아도 이질감 없는 디자인이다. 컵을 올리는 공간은 컵의 모양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넉넉하고, 단을 올리는 트레이를 덧대면 에스프레소 잔을 올리기에도 좋았다. 카누 바리스타 전용 캡슐의 경우 캡슐 하나에 약 9.5g의 원두를 담아 캡슐 하나로도 풍부한 양의 아메리카노를 추출할 수 있다. 이제 기능을 속속들이 살펴볼 차례. 출시에 앞서 진행한 동서식품의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캡슐 1개로는 양이 부족해 한 잔의 커피를 위해 2개의 캡슐을 추출한다는 소비자 의견이 상당했다. 또 캡슐 커피 머신 사용자 10명 중 7명은 물을 첨가하기 위해 조작 버튼을 한 번 더 누르는 등의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있었다. 이에 기존 캡슐 커피 용량 대비 약 1.7배가 많은 9.5g의 원두를 담아 캡슐 하나로 풍부한 양의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도록 설계하고, 물의 양도 소비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아메리카노는 160mL, 210mL, 260mL 중 선택할 수 있고, 아이스아메리카노는 얼음 추가를 고려한 3개의 용량 115mL, 165mL, 215mL 중 선택 가능하다. 추출 버튼을 누르면 커피 추출구에서 에스프레소 65mL가 먼저 추출된다. 그런 다음 물 추출구에서 물이 첨가되는 방식이다. 온수 추가 버튼을 누르면 물 추출구에서 맑고 따뜻한 물이 나온다. 커피는 사람을 탄다. 같은 원두라고 누가 내리는지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캡슐 커피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부분이다. 언제나 맛좋은 커피를 안정적이고 균일하게 내리는 기술 말이다. 몇 가지 신경 쓴 부분이 눈에 띈다. 추출구에 ‘듀얼 노즐 바이패스’를 적용했다. 추출구를 두 개로 나눠 커피와 물이 따로 나오게 한 기술인데, 원하는 농도의 커피를 균일하게 추출해준다. 다른 하나는 탬핑이다. 탬핑은 간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아 고르게 압축하는 작업인데, 커피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탬핑이 약하면 추출시간이 빨라지고 커피 농도가 묽어진다. 반대로 너무 강하면 추출시간은 느려지고 쓴맛이 강해진다. 제품에서는 ‘트라이앵글 탬핑(Triangle Tamping)' 기술을 적용해 커피의 ‘골든 에센스’라 불리는 황금 수율(18~22%)로 커피가 추출되게 설계했다. 물통을 가득 채우면 5~6잔의 아메리카노를 추출할 수 있다. 추출 후 캡슐 밑면을 보면 트라이앵글 탬핑 자국을 확인할 수 있다. ■ 커피애호가 3인의 맛평가 「 이름 | 박선영(27세) 직업 | 마케터 써보니 | 모던한 디자인과 적당한 사이즈, 특히 상단의 버튼 네 개가 매우 직관적인 점이 좋았다. 예열 및 추출 시간도 적당했고, 소음도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기기 분리도 간단해 청소가 용이하다. 맛보니 | 로스터리 커피 못지않은 향미에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진할수록 카누 캡슐만의 매력이 잘 느껴졌다. 저마다 입맛에 맞게 추출량과 방식을 조절하면 다양한 커스텀 커피를 만들 수 있을 듯하다. 이름 | 박경란(27세) 직업 | 디자이너 써보니 | 그간 사용한 기기들보다 압도적으로 예쁘다. 기존의 기기들이 에스프레소 잔에 맞춰진 높이라 큰 컵에 커피 가득 마시기에는 불편함이 컸는데 카누의 머신은 큰 컵이 그대로 쏙 들어가 설거짓감이 줄어들 듯하다. 맛보니 | 두 개의 아이스 전용 캡슐에 주목했다. 얼음을 가득 넣고 물의 양은 중간에 맞춰 추출했는데 한참 두어도 쉬이 싱거워지지 않았다. 그만큼 커피의 맛과 향이 충분히 진하다. 다만 에스프레소 먼저, 물이 나중에 추출돼 머들러로 한 번 저어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름 | 한혜선(41세) 직업 | 에디터 써보니 | 한 번만 누르면 넉넉한 물양을 알아서 맞춰주니 상당히 편하다. 물을 첨가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맛이 달라지는데, 이 기기 방식은 일정한 맛을 보장한다. 물통이 커 한꺼번에 4~5잔의 아메리카노를 내릴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맛보니 | 캡슐 8가지가 분명한 차이를 보였고, 이 중 2개가 입맛에 딱 맞았다. 처음엔 별로였던 캡슐도 물의 양을 달리해보니 의외로 맛있게 느껴졌다. 이 정도 맛이라면 N사 기기 호환 캡슐도 기대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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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애호가 설레게 하는 신흥 강자, 루마니아 와인 만나보세요
드라큘라, 체조요정 코마네치, 독재자 차우세우크. 루마니아를 생각하면 흔히 떠올리는 단어다. 하지만 최근 루마니아와 연관시킬 수 있는 한 가지 단어가 더 늘었다. '와인'이다. 놀랍게도 루마니아는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 나올 정도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가 많은 와인 생산지다. 이 고대 와인 생산지가 사람들에게서 잠시 잊혀졌다가 다시 전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드라큘라의 배경으로 유명한 루마니아가 최근 와인 신흥 강국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진 Pixabay 루마니아 와인 역사는 6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와인의 발상지로 인정받고 있는 조지아가 8000년 전(기원전 6000년)부터 와인을 생산했고, 메소포타미아가 3000년 전이라고 하니 루마니아 또한 유서 깊은 와인 생산지인 셈이다. 역사만 긴 것이 아니다. 루마니아 와인은 이미 그리스 시대부터 오디세이에 등장할 정도로 고품질의 와인 생산지로 유명했다. 이때, 루마니아의 지리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루마니아의 위도는 북위 43~49도다. 세계 3대 와인 생산지로 유명한 프랑스 보르도, 스페인 북부, 이탈리아 중부 지방과 유사한 위치에 있다. 토양과 지리적 특성 때문인지 루마니아의 와인은 프랑스나 독일, 이탈리아 등의 명품 와인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 품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루마니아가 와인 생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국의 전쟁으로 정세와 문화 발달이 서유럽 중심으로 전개되었고, 근대에 들어서는 소련 체제의 영향을 받으며 사실상 서방 국가들에게는 잊혀진 나라가 되었다. 특히 소련 체제의 영향은 와인 생산지의 관점으로는 굉장히 치명적이었다. 소련이 주변의 와인 생산국들을 와인 대량 생산 기지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품질보다 생산량이 우선되었고 이는 고품질 와인 시장 형성 자체를 불가능하게 했다. 오히려 이 시기에 와인 생산 기술이 정체되거나 퇴화되었다. 이랬던 루마니아가 다시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에게 주목 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10년 초중반 이후부터다. 정확히는 2007년 EU 가입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 이때 서유럽의 와인 자본과 기술이 대거 유입되었고, 그에 힘입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정치사적 해방과 더불어 또 하나의 운이 루마니아 와인의 부활에 일조한다. 19세기 말까지 루마니아는 토착 품종들을 재배하고 있었다. 그러다 1880년대 전후 당시 서유럽을 휩쓸던 와인 흑사병, 필록세라로 루마니아의 포도밭도 황폐화된다. 이후 루마니아에서도 포도밭을 갈아엎으며 메를로, 카베르네 소비뇽, 시라, 말벡, 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등 세계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국제 품종들을 식재하기 시작한다. 좋은 토질에 저렴한 지대와 인건비라는 매력에 서유럽의 와인 생산자와 판매상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호주,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생산자와 판매상들이 필록세라 극복기에 심은 포도 품종을 기반으로 새 포도 품종을 재배하고, 여러 와인 생산 기술을 접목시켜 짧은 시간 내 테이블급 와인부터 고품질 명품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들을 생산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루마니아는 와인 생산 기술의 각축장이자 박물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게다가 루마니아 와인은 세상과 단절되었다가 다시 세계 와인 시장에 등장한 터라 서유럽처럼 굳이 전통을 고수할 필요가 없었다. 신대륙조차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카베르네 소비뇽과 피노누아의 블렌딩부터,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누아에 토착 품종인 페테아스카 네아그라를 블렌딩하고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 샤르도네와 소비뇽 블랑에 토착 품종인 페테아스카 알바나 페테아스카 레갈라라는 품종을 블렌딩하는 등 혁신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여 기존 시장에는 없던 와인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 결과 루마니아 와인은 기존 세계 와인 소비자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풍미를 선사하며 새로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루마니아 와인은 실험적인 블렌딩을 통해 와인애호가들에게 새로운 풍미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 Pixabay 우리나라 와인 문화 태동기에 사람들이 많이 입문한 프랑스 와인, 이후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이탈리아 품종은 프랑스 품종보다 산미가 강했다. 이후 유행한 칠레 같은 신대륙 와인은 폭탄 같은 과일 향과 꽃 향이 특징이었다. 루마니아 토착 품종 중 주요 품종은 신기하게도 과일 향과 꽃 향이 많이 나면서도 기존 국제 품종과 비교하며 맛이 크게 낯설지 않다. 산도나 탄닌감도 적당하여 국제 품종과 블렌딩 했을 때 잘 융화되면서도 새로운 풍미와 시너지를 준다. 즉 초보자도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애호가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또 다른 맛과 향의 세계를 선사하고 가성비까지 좋으니 각광받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와인 시장은 양과 질적으로 성장하며 2021년 5.3억만 달러를 수입하며 와인 1차 빅뱅을 이뤘다 평가받는다. 지금은 잠시 숨을 고르는 시점이고, 곧 2차 빅뱅이 올 것이다. 그리고 이 2차 빅뱅에는 직간접적으로 구소련 체제에 속해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조지아, 헝가리 등 동중부 유럽국과 포르투갈, 그리스, 마지막으로 프랑스의 알자와 남서부지역, 루아르, 이탈리아 남부 지역, 호주 등에서 지역별로 좀 더 세분화된 와인들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여진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와인 문화의 성숙은 곧 맛과 향의 세분화가 진행되는 것과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3월 와인컨슈머리포트 4.0의 2차 주제로 바로 이 동유럽 신흥 와인 강국 '루마니아 와인'을 준비했다. 이번 행사는 세계 와인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국내에서 맛볼 기회가 없었던 루마니아 와인 20여 종을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와 함께 시음하고 평가할 수 있어 와인 애호가들에게 색다른 경험이 될 것이다. 이번 평가회는 23년 3월 18일 2시부터 5시까지 중앙일보 상암 사옥에서 개최되며, 참가 신청은 와인컨슈머리포트 홈페이지에서 접수할 수 있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신청자에게는 더 중앙 플러스 2개월 무료 구독 혜택도 제공된다. 이철형 와인소풍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교황 와인을 만든 로베르토 치프레소의 와인 25종 맛봤습니다 와인 전문가·애호가도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 극찬 [맛있는 도전] 맛있는 도전, 새달부터 쿠킹&푸드로 개편합니다 [쿠킹] 오픈 2년 만에 미쉐린 별 받은 비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