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과 맥주는 안 어울린다? 그 편견 깨줄 ‘새우 차우더’

  • 카드 발행 일시2023.02.16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손봉균의 코멘터리: 새우 차우더의 시원하고 묵직한 국물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잔이 생각납니다. 이때 최고의 궁합은, 코끝을 자극하는 홉향을 지닌 미국 IPA죠. 쌀쌀한 겨울이 지나기 전에 따뜻한 새우 차우더와 향긋한 미국 IPA의 조화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미국 유학 시절, 숙취로 인한 괴로움을 잊게 해주고 다시 술을 생각나게 해준 새우 차우더. 사진 송미성

미국 유학 시절, 숙취로 인한 괴로움을 잊게 해주고 다시 술을 생각나게 해준 새우 차우더. 사진 송미성

우리나라만큼 확실하게 해장을 위한 국물 음식이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숙취로 괴로워하다 해장하러 간 식당에서 마주한 시원하고 따끈한 국물은 다시 음주 모드로 진입하게 하죠. 양식에는 국물이 주인공으로, 그 국물을 떠먹기 위한 요리가 거의 없습니다. 흔히 우리나라의 국은 수프에, 찌개는 스튜에 비교합니다. 하지만 수프나 스튜는 국물이 주가 아니라 안에 들어 있는 고기나 채소 같은 재료가 중심으로, 국물은 다른 재료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로 하죠.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워낙 술을 좋아했기에 주말이면 과음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때 가장 어려운 일은 해장용 국물 음식을 찾는 것이었죠. 요리해 먹을 기운도 없이 ‘골골’대는 저를 위해 보스턴 출신의 동기가 끓여준 차우더는 최고의 해장국이었습니다. 국물이 묵직하면서도 시원하고 재료도 풍성해 음주로 망가지고 허기진 장을 달래주기에 아주 좋았거든요.

차우더는 생선이나 갑각류를 우려낸 육수에 갖은 채소와 감자, 크림 등을 더해 개운하면서 묵직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원래 보스턴에서는 조개를 사용해 차우더를 끓이는데, 요리학교 동기는 조개 대신 새우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냈습니다. 따끈한 새우 차우더에 핫소스를 톡톡 뿌려서 매콤하게 먹으며 아주 만족했던 해장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진정한 ‘술 사랑꾼’의 면모가 발휘되는 순간은 해장과 동시에 또 술이 생각나는 순간이겠죠.

🍳요리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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