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우 셔” 와인이야, 맥주야?…버섯파스타와 무적의 조합

    “어우 셔” 와인이야, 맥주야?…버섯파스타와 무적의 조합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손봉균의 코멘터리: 단순한 것이야말로 아름답다는 말을 요리 중에 고른다면 콰트로 버섯크림파스타라고 생각합니다. 뛰어난 풍미와 독특한 식감, 감칠맛을 고루 갖춘 버섯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고, 고소한 풍미와 감칠맛은 어떤 요리도 부럽지 않거든요. 여기에 톡 쏘는 매력으로 와인 맥주로 불리는 듀체스 드 브르고뉴를 함께 마셔 보세요. 버섯 크림의 풍미와 맥주의 감칠맛이 만나 입안을 가득 채우는 놀라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고소한 풍미와 감칠맛이 매력적인 손봉균 셰프의 콰트로 버섯크림파스타. 사진 송미성   미국의 요리학교 C.I.A. 재학시절 흥미롭게 들었던 수업을 꼽는다면 ‘재료학(Product Knowledge)’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식재료를 직접 보고 만지고 맛보면서 재료의 특성과 요리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배우는 시간이거든요. 버섯을 테마로한 시간에 30여 가지가 넘는 버섯을 놓고 실습했어요. 그동안 몰랐던 버섯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넘치는 향과 감칠맛, 특유의 식감을 가지고 있어 별다른 기교 없이 훌륭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고마운 식재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재료학의 매력 중 하나는 수업 후 남은 실습 재료를 학생들끼리 나눠 가져가는 것입니다. 표고·양송이·새송이버섯뿐 아니라 송로버섯(Truffle, 트러플)이나 곰보버섯(Morel, 모렐)과 같이 귀한 버섯까지 ‘득템’할 기회였죠. 그 날 저녁 무엇을 해먹을까 고민하다 양을 좀 늘릴 셈으로 버섯을 볶아 고소한 맛을 더 살리고, 크림과 치즈를 듬뿍 넣어 부드러움과 감칠맛을 더해 버섯 소스로 만들었습니다. 소스가 더 잘 뭍을 수 있는 넓적한 파스타를 삶아서 버섯소스에 버무려 먹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가 연신 끄덕여졌습니다.    ━  🍳요리 팁   ① 취향에 따라 면 고르기 버섯 크림은 파케리처럼 넓적한 면과 잘 어울리지만 기호에 따라 면을 바꿔도 괜찮습니다. 긴 파스타 면이나 우동면, 떡볶이까지 모두 잘 어울립니다.   ② 버섯 크림 활용하기 버섯 크림은 한번 만들 때 넉넉히 만들어 뒀다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어요. 파스타는 기본이고 우유를 좀 더 부으면 수프처럼 먹을 수 있고, 반대로 더 졸이면 스테이크 소스로 활용할 수 있어요. 버섯 크림은 식힌 후에 소분한 후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세요.   ③ 무적의 조합, 치즈 버섯과 크림, 이 둘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는 식재료가 치즈입니다. 셋이 만나면 가히 무적이라고 할 수 있거든요. 체다, 모차렐라, 고르곤졸라, 파르미지아노 레지나오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치즈를 넣어서 풍미를 더해 보세요.  ━  🍳페어링 팁   풍부한 탄산과 발사믹 식초를 연상시키는 시큼한 향, 짜릿한 신맛으로 와인 맥주라 불리는 듀체스 드 부르고뉴. 사진 송미성   가끔 누구나 아는 맥주가 아닌, 특별한 맥주를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때 추천하는 것이 와인 맥주라는 별칭을 가진 듀체스 드 부르고뉴입니다. 직역하면 ‘부르고뉴의 공작부인’이라는 뜻을 지닌 이 맥주는 15세기 후반 부르고뉴 공국의 마지막 상속녀인 메리(Mary)를 라벨에 넣어 겉모습부터 오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주를 만드는 방식도 특이합니다. 맥주를 두 번에 걸쳐 발효시킨 후 오크통에서 18개월 숙성시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오크통의 타닌에서 나오는 과일 향의 풍미가 맥주에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같은 방법으로 다시 8개월 숙성시킨 맥주를 블랜딩합니다. 와인만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체리, 건자두, 살구의 달콤함과 잘 익은 포도의 향 등 다소 복잡한 풍미가 듀체스 드 브르고뉴 맥주에도 아주 듬뿍 담겨 있습니다. 풍부한 탄산, 발사믹 식초를 연상시키는 시큼한 향, 그리고 길게 여운을 남기는 짜릿한 신맛은 처음 이 맥주를 마셨을 때 ‘이게 뭐지?’ 하며 눈을 번쩍 뜨이게 합니다. 첫 모금은 다소 충격적일 수 있지만 한번 마시게 되면 또 마셔보고 싶은 것이 듀체스 드 부르고뉴 맥주의 치명적 매력입니다.   콰트로 버섯크림파스타 특유의 감칠맛은 듀체스 드 브루고뉴의 톡 쏘는 산미와 잘 어울린다. 사진 송미성   이 맥주는 콰트로 버섯크림파스타와 함께하면 더욱 진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볶은 버섯의 고소함과 크림의 부드러움이 맥주의 시큼함과 처음 만났을 때는 살짝 부딪쳐 어우러지지 않을 것 같다가도 금세 서로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거든요. 약간 느끼할 수 있는 크림의 맛을 잡아 주는 맥주의 탄산감과 신맛도 페어링의 기쁨을 한껏 올려줍니다. 라거 맥주와 같이 톡톡 쏘는 탄산보다 부드럽게 터지는 탄산감과 부드러운 크림의 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 🍳 콰트로 버섯크림파스타 레시피 「 콰트로 버섯 크림 파스타의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 : 새송이버섯 2송이, 송화고버섯 4송이, 만가닥버섯 200g, 느타리버섯 200g, 버터 1큰술, 올리브오일 1큰술, 소금 1작은술, 후추 1작은술, 크림 300g, 파케리(넓은 숏파스타) 100g가니시 : 파르메산 치즈 1큰술, 트러플오일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송화고버섯과 새송이버섯은 넓적하게 편으로 썬다.  ② 만가닥버섯과 느타리버섯은 뿌리 쪽을 제거하고 낱개로 분리한다.  ③ 파케리는 소금을 넣은 물에 10분 삶아서 꺼낸 후 올리브오일로 코팅해 둔다. ④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가열한 후 센 불에서 버섯을 2~3분 정도 빠르게 볶는다. 이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다. ⑤ 볶은 버섯의 1/4을 가니시로 덜어내고 같은 팬에 크림과 파케리를 넣고 크림이 졸아들 때까지 5분 정도 더 가열한다. ⑥ 크림이 졸아들면 접시에 옮기고 덜어두었던 버섯, 치즈, 파르메산 치즈, 트러플 오일을 올려 마무리한다. 」 

    2023.04.12 13:58

  • 너, 평양냉면 닮았구나…뇨키 완성시킨 영국맥주

    너, 평양냉면 닮았구나…뇨키 완성시킨 영국맥주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손봉균의 코멘터리: 감자의 고소한 맛과 치즈의 감칠맛이 더해지고 부드럽게 빚어진 뇨키를 한입 물고, 과하지 않은 매력의 넛 브라운 에일을 한 모금 마셔 보세요. 그 순간, 자연스러운 조화가 어떤 맛인지 알 수 있습니다.  감자의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의 뇨키. 사진 송미성   ‘그노치? 그노시시히? 뭐라고 읽어야 하는 거야?’ 대학 수업 중 이탈리안 요리 시간에 ‘GNOCCHI(뇨키)’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후에 들었던 생각입니다. ‘나만 모르는 걸까’ 조금 창피했는데, 다행히(?) 뇨키를 모르는 동기가 많아서 안도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뇨키를 설명할 때 흔히 감자 수제비나 감자옹심이와 유사하다고 하는데, 두 요리는 식감과 조리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우리의 감자 수제비나 옹심이는 쫄깃함을 부각해서 만들지만, 뇨키는 감자 본연의 부드러운 식감을 추구합니다. 그 때문에 뇨키에는 쫄깃한 반죽을 위한 전분이나 밀가루를 섞기보다는 감칠맛을 더하는 치즈나 계란 정도만 약간 첨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뇨키는 감자 수제비나 옹심이처럼 국물에 넣어서 함께 끓이지 않고, 뇨키만 따로 익힌 후 소스에 버무리거나, 기름에 살짝 튀긴 후 소스 위에 담아냅니다. 뇨키를 만들기 위해서는 감자를 찌거나 구운 후에 감자를 으깨고, 부재료를 섞어서 반죽하고, 뇨키 모양을 잡아서 물에 삶아냅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소스와 함께 끓이거나 튀겨서 소스에 올리는데, 그 과정이 다소 번잡하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일수록 맛은 더 깊어진다’는 요리계의 정설이 뇨키에 딱 적용되는 말입니다. 그래도 부드러운 감자 요리의 정수를 맛보고 싶다면 바로 이 뇨키를 만들어 보세요. 사실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요리는 사 먹는 게 정답일 수 있지만요.     ━  🍳요리 팁   ① 감자 껍질 쉽게 벗기기  감자를 굽기 전에 가운데 쪽에 돌려가며 칼집을 넣고 구워 주세요. 구운 후에 껍질을 잡아당기면 한 번에 쏙 벗겨집니다. 고구마를 구울 때도 똑같이 해주며 아주 쉽게 껍질을 벗길 수 있습니다.   ② 색·맛 다양하게 즐기기 뇨키를 만들 때 다양한 가루를 이용하면 색도, 맛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흑임자 가루, 단호박 가루, 양파 가루, 마늘 가루 등 취향에 따라 가루를 넣어 보세요. 또한 토마토소스, 크림소스, 카레소스까지 어느 소스와도 잘 어울린다는 점도 뇨키의 매력입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소스를 골라 보세요.    ③ 삶은 뇨키에 기름 두르기  뇨키는 소금물에 데쳐서 살짝 간을 해준 후 바로 얼음물에 식혀야 원하는 식감을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건져낸 뇨키엔 기름을 둘러줘야 서로 달라붙지 않아요.     ━  🍳페어링 팁   자연스러운 맛과 감칠맛으로 평양냉면 같은 매력의 영국 맥주, 브라운 에일. 사진 송미성   톡 쏘는 탄산감과 얼음같이 시원한 라거 맥주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장에서 영국 맥주가 밍밍하고 맛없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죠. 하지만 영국 맥주는 분명 평양냉면과 같은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 접하면 민숭민숭,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그 매력에서 헤어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오래된 영국 펍에서 맥주를 시켜 보면 엄청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아니고, 탄산감도 거의 없는 맥주가 나옵니다. 이런 맥주를 캐스크 에일(Cask Ale)이나 리얼 에일(Real Ale)이라고 하는데, 맥주를 발효시킬 때 나무통에 넣어서 발효시키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탄산 이외에 인위적으로 탄산을 주입하지 않고 만듭니다. 또한 맥주를 따를 때도 이산화탄소의 도움 없이 자연적으로 실온에서 약간 낮은 온도의 맥주를 통에서 뽑는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시원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잊히지 않고 계속 살아남은 이유가 있죠. 본연의 자연스러움과 감칠맛입니다. 영국 북부 요크셔지방 인구 6000명의 작은 마을에 있는 새뮤얼 스미스(Samuel Smith) 양조장은 1758년에 설립해 영국 맥주의 맥을 지켜오고 있습니다. 양조장 규모도 작지만 영국 맥주가 보여줄 수 있는 본연의 자연스러운 맛을 아주 잘 재현해 내며 지속해서 양조하고 있어서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잘 알려진 양조장입니다.   새뮤얼 스미스 양조장의 넛 브라운 에일이 주는 감동은 마치 평양냉면이 주는 감흥과 닮았습니다. 첫입에는 민숭민숭한 것 같지만 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 가득하면서 또 생각이 나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거든요. 맥주 이름이 넛 브라운 에일이지만 따로 견과류는 넣지 않습니다.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싹 틔운 보리)를 볶는 정도에 따라 견과류의 맛과 향이 나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의 맥아를 양조장의 특별한 기술로 양조하고 발효하는 과정에서 그 고소함이 자연스럽게 맥주에 스며듭니다.   넛 브라운 에일은 고소함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굽거나 튀긴 음식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아몬드, 호두, 피칸과 같은 견과류의 맛이 나지만 텁텁함도 없이 깔끔하게 마실 수 있고, 홉이 주는 쓴맛이나 과일 향도 거의 없어 개운하게 마칠 수 있는 것이 넛 브라운 에일을 음식과 페어링해서 마시는 즐거움입니다.    ■ 🍳뇨키 레시피  「 뇨끼의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4인분) : 감자 400g, 파마지아노레지아노 100g, 소금 1큰술, 중력분(덧가루용) 1/4컵 치즈 크림 : 버터 1/4컵, 밀가루 1/4컵, 크림 1/2컵, 고다치즈 3장, 체다치즈 3장 가니시 : 견과류 1큰술, 옥수수 1큰술, 파슬리잎 3~4장   📌만드는 법    ① 감자를 잘 씻어서 껍질째로 180도 오븐에서 1시간 굽는다. ② 감자가 뜨거울 때 껍질을 벗겨서 으깬 후 수분을 날려낸다. ③ 감자와 소금, 파마지아노레지아노 치즈를 함께 넣고 덧가루를 뿌리면서 한 덩어리로 반죽한다.   ④ 반죽을 두 덩어리로 나눈 후 가래떡 모양으로 길게 살살 밀어준다. ⑤ 10~12g의 크기로 잘라준 후 동그랗게 모양을 잡는다. ⑥ 소금물에 뇨키를 1분 정도 데친 후 얼음물에 식히고 기름을 둘러준다. ⑦ 버터를 녹인 팬 밀가루를 넣고 약불에서 갈색이 날 정도로 3분 정도 살짝 볶은 후 크림과 치즈가 녹을 정도까지만 5분 정도 잘 저으면서 치즈 소스를 완성한다. ⑧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서 뇨키를 앞뒤로 2분씩 굽는다. ⑨ 접시에 치즈 소스를 아래에 깔고 뇨키를 올린 후 견과류, 파슬리, 옥수수를 담는다.  」 

    2023.03.15 15:33

  • 국물과 맥주는 안 어울린다? 그 편견 깨줄 ‘새우 차우더’

    국물과 맥주는 안 어울린다? 그 편견 깨줄 ‘새우 차우더’ 유료 전용

    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 〈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매주 “함께해야 더 맛있다”는 철학을 내세운 5명의 전문가가 차·전통주·와인·맥주 등 음료에 따라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 손봉균의 코멘터리: 새우 차우더의 시원하고 묵직한 국물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잔이 생각납니다. 이때 최고의 궁합은, 코끝을 자극하는 홉향을 지닌 미국 IPA죠. 쌀쌀한 겨울이 지나기 전에 따뜻한 새우 차우더와 향긋한 미국 IPA의 조화로움이 주는 즐거움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미국 유학 시절, 숙취로 인한 괴로움을 잊게 해주고 다시 술을 생각나게 해준 새우 차우더. 사진 송미성   우리나라만큼 확실하게 해장을 위한 국물 음식이 있는 나라가 또 있을까요. 숙취로 괴로워하다 해장하러 간 식당에서 마주한 시원하고 따끈한 국물은 다시 음주 모드로 진입하게 하죠. 양식에는 국물이 주인공으로, 그 국물을 떠먹기 위한 요리가 거의 없습니다. 흔히 우리나라의 국은 수프에, 찌개는 스튜에 비교합니다. 하지만 수프나 스튜는 국물이 주가 아니라 안에 들어 있는 고기나 채소 같은 재료가 중심으로, 국물은 다른 재료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주로 하죠.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워낙 술을 좋아했기에 주말이면 과음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때 가장 어려운 일은 해장용 국물 음식을 찾는 것이었죠. 요리해 먹을 기운도 없이 ‘골골’대는 저를 위해 보스턴 출신의 동기가 끓여준 차우더는 최고의 해장국이었습니다. 국물이 묵직하면서도 시원하고 재료도 풍성해 음주로 망가지고 허기진 장을 달래주기에 아주 좋았거든요.    차우더는 생선이나 갑각류를 우려낸 육수에 갖은 채소와 감자, 크림 등을 더해 개운하면서 묵직한 맛과 향을 자랑합니다. 원래 보스턴에서는 조개를 사용해 차우더를 끓이는데, 요리학교 동기는 조개 대신 새우를 듬뿍 넣어서 만들어냈습니다. 따끈한 새우 차우더에 핫소스를 톡톡 뿌려서 매콤하게 먹으며 아주 만족했던 해장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진정한 ‘술 사랑꾼’의 면모가 발휘되는 순간은 해장과 동시에 또 술이 생각나는 순간이겠죠.      ━  🍳요리 팁   ① 냉털로 업그레이드 냉동실에서 잠자고 있는 해산물이나 생선 살이 있다면 함께 넣어주세요. 그럼 바로 피시 차우더(Fish Chowder)로 업그레이드됩니다. 차우더는 다양한 재료를 넣을수록 더 다양한 풍미를 즐길 수 있거든요.   ② 맨해튼식으로 즐기기 차우더 레시피에 토마토를 넣으면 맨해튼 스타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토마토의 달콤함과 새콤함이 차우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줍니다. 생토마토나 토마토 홀 같은 소스를 넣어줘도 좋아요.   ③ 샌프란시스코식으로 즐기기 빵을 파내서 그릇으로 사용할 수도 있는데요. 빠네와 같이 빵의 속을 파낸 ‘빵 그릇’에 차우더를 넣어서 먹어보세요. 파낸 빵을 살짝 구워서 차우더와 함께 즐기면 샌프란시스코의 힙스터 모드로 변신입니다.    ━  🍳페어링 팁   ‘따뜻한 국물이랑 맥주가 어울릴까?’ 의심되나요. 그것은 편견입니다. 맥주도 은근히 국물이랑 잘 어울립니다. 맑고 개운한 지리나 깔끔하고 칼칼한 김치찌개는 맛과 향이 덜한 라거 맥주가 제격입니다. 되직하게 끓여서 묵직한 맛을 가진 국물 요리일수록 맛과 향이 강한 맥주가 더 좋습니다. 따끈한 국물로 장을 달래고, 시원한 맥주로 식도를 적시며 온탕, 냉탕을 오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새우 차우더는 크림과 감자 때문에 국물이 아주 걸쭉합니다. 이 때문에 바디감이 약간 있는 맥주가 잘 어울리는데, IPA는 알코올 도수가 6% 이상으로 양조해야 해서 몰트(싹틔운 보리)를 많이 넣어 당분을 넉넉하게 뽑아냅니다. 그래서 가볍지 않은 바디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 스타일 IPA 양조를 대표하는 스톤 브루잉의 맥주. 사진 송미성   특히 미국 IPA는 홉이 주는 다양한 맛과 향이 매력입니다. 유럽에서 재배되는 홉은 허브, 나무, 흙, 후추 등 땅에서 가까운 재료의 향이 많이 나는데, 미국에서 재배하는 홉에서는 오렌지, 솔, 파인애플, 망고 등 나무 위에 자라는 열매의 맛과 향이 많이 나기 때문에 더 경쾌하고 상쾌한 IPA를 만들 수 있죠. 특히 1996년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스톤 브루잉(Stone Brewing Co.)은 홉향 가득한 미국 서부 스타일 IPA 양조를 대표하는 남부 캘리포니아 최대의 ‘월클(월드 클래스) 양조장’입니다.    이곳의 스톤 IPA는 새우 차우더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스톤 IPA를 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기분 좋은 솔향이 코끝을 자극하는데, 한 모금 마시면 파인애플, 오렌지와 달짝지근한 열대과일의 풍성한 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이때 새우 차우더를 한입 크게 호로록 마시고, 고소한 빵을 차우더 국물에 듬뿍 적셔서 입에 쏙 넣으면 IPA가 지닌 쌉쌀한 맛이 그리워집니다. 한번 맛본 후엔 새우 차우더와 IPA의 무한루프에 빠져버릴 거예요.    ■  「 🍳새우 차우더 레시피   새우 차우더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4인분) : 양파 1개, 당근 1/2개, 셀러리 1줄기, 베이컨 2줄, 새우(소) 800g, 감자 2개, 물(또는 치킨 스톡) 750g, 생크림 500g 가니쉬 : 숏파스타(로텔레) 20g, 새우(소) 150g, 스위트콘 20g, 표고버섯 2개, 식빵 8쪽, 핫소스 약간     📌만드는 법 ① 양파·당근·셀러리는 다진 것보다 큰 정도로 잘게 자른다. ② 기름을 살짝 두른 팬에 채를 썬 베이컨을 넣고 약불에서 베이컨 기름이 빠져나와 베이컨이 노릇하게 튀겨지듯이 익을 때까지 볶는다. ③ 껍질을 벗겨 깍둑썰기한 감자와 ①의 재료를②에 같이 넣고 채소와 감자가 노릇해질 때까지 5분 정도 볶는다.   ④ 새우 800g을 넣고 1분 정도 더 볶는다.   ⑤ 물 또는 치킨 스톡을 넣고 센 불로 물이 끓을 때까지 끓인 후 중불로 낮춰 재료가 뭉글해질 때까지 30분 정도 끓인다. ⑥ 생크림을 넣고 불을 끈 후 핸드블렌더로 재료를 간다. ⑦ 가니쉬용 삶은 짧은 파스타, 옥수수, 표고버섯, 새우를 기름에 한 번 볶는다. ⑧ 식빵은 버터를 발라서 노릇하게 굽는다. ⑨ 차우더를 그릇에 담고 그 위에 7의 가니쉬를 올리고, 구운 식빵을 함께 플레이팅 한다. 」 

    2023.02.15 15:12

  • 축제는 코끝에서 시작됐다…황홀한 짝, 미트볼·바질맥주

    축제는 코끝에서 시작됐다…황홀한 짝, 미트볼·바질맥주 유료 전용

    음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강한 해산물은 산도가 있는 음료와 함께하면 위를 한없이 늘려주는 것처럼.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이번 주는 셰프이자 맥주 전문가인 손봉균 셰프가 보내왔다. 허브향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탈리안 미트볼과 바질 맥주 페어링이다.   이탈리안 미트볼과 바질 맥주   ☝손봉균의 코멘터리 :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이탈리안 미트볼’과 맥주 ‘스포탄 바질(이하 바질 맥주)’의 페어링은 코끝에서부터 축제가 시작된다. 미트볼의 고소한 육향이 바질 맥주에서 풍기는 펑키함과 상쾌한 향이 만나 입에 침을 고이게 하기 때문이다. 육즙이 팡팡 터지면서 부드러운 미트볼의 질감을 느끼며 바질 맥주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바질의 향이 다른 향신료의 맛과 어우러져 이질감이 전혀 없이 음식과 하나가 된다. 봄날에 느꼈던 화사함이 추위로 잊혀버린 겨울날에 다시 찾아온 듯하다. 향긋한 허브향과 촉촉한 식감이 매력적인 이탈리안 미트볼. 사진 송미성   세계는 넓고 맛있는 음식은 많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건 분명 사용하는 재료는 다른데 비슷한 형태로 완성된 세계 각지의 음식을 발견하는 일이다. 이런 식이다. 둥글 ‘환(丸)’자를 쓰는 ‘완자(丸子)’는 다진 고기에 여러 가지 양념을 더 해 뭉친 후 삶거나 굽거나 튀기는 등의 조리 과정을 거쳐 만들어내는 형태의 음식이다. 같은 결의 음식을 서양에서는 미트볼(Meat Ball)이라고 부른다. 한국엔 떡갈비나 동그랑땡, 굴림 만두, 일본에는 쓰쿠네나 멘치가츠, 중국엔 난자완스가 있다. 좀 더 멀리 가볼까. 중동의 코프타, 아랍권의 팔라펠, 아메리카의 미트로프, 미국의 햄버거, 유럽의 패티나 프리카델레 등도 결이 같은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더 자세하게 각 나라의 ‘미트볼(완자)’에 대한 이름과 설명을 수다맨같이 쌍수(雙手)를 들어 늘어놓으면, 10분 정도는 거뜬하게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들어가는 재료와 형태는 아주 다양하다. 그중 이탈리안 미트볼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향신료 5대 장인 바질·타임·로즈마리·오레가노·마늘을 넣는다. 이탈리안 허브 믹스라고도 불리는 이 향신료들 덕분에 고기의 잡내가 있을 틈이 없다. 또한 우유와 빵가루로 부드러움과 촉촉함까지 더해 한번 맛보면 계속 생각날 만큼 매력적이다. 향긋한 미트볼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맥주가 필수다. ‘허브의 왕’으로 불리는 바질. 중앙포토 🍳요리팁 ① 허브향 제대로 내기 이탈리안 미트볼의 킥은 허브다. 오레가노·로즈마리·타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 특유의 상쾌한 향은 흔히 먹던 미트볼을 잊게 한다. 다만 이 향을 제대로 살리려면 반죽할 때 허브 가루가 뭉치지 않게 흩뿌리면서 잘 섞어야 한다.   ② 생허브 활용법 오늘은 말린 허브를 갈아낸 분말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만약 생 허브가 있다면 활용해도 좋다. 이때 허브 가루 1큰술은 생 허브 1/4컵으로 대체하면 된다.   ③ 촉촉한 식감 살리기 미트볼은 촉촉함이 생명이다. 그리고 그 생명을 살리는 건 돼지고기의 어느 부위를 쓰느냐에 달렸다. 가장 부드러운 안심을 주로 쓰는데, 안심만 넣으면 다소 퍽퍽할 수 있으므로 지방 부위를 함께 넣는 게 좋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다면 안심과 지방을 섞어 달라고 주문하고, 포장된 제품으로 구매할 때는 돼지 지방 대신 소 다짐육을 사면 된다.   🍳페어링팁 상쾌한 바질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스폰탄 바질 맥주’. 사진 송미성   맥주 하면 독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커다란 광장을 꽉 채운 사람들이 머그잔을 부딪치며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눈여겨볼 나라가 한 곳 더 있다. 독일과 국경을 맞닿은 벨기에다. 독일보다 자유로운 스타일의 다양한 맥주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과거 맥주 순수령으로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재료를 제한했지만, 벨기에는 ‘일단 맛이 좋으면 좋은 거야! (If it taste good, it is good)’라는 기조 아래 자유롭게 여러 가지 재료를 맥주에 넣어 만들어 왔다.   자유로운 벨기에 맥주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무형유산으로 지정됐을 정도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따라 할 수 없는 고유함 그 ‘잡채’(자체를 대신해서 사용하는 유행어)다. 야생의 효모를 이용, 자연발효를 통해 만들어내는 ‘람빅(Lambic)’ 맥주도 그중 하나다. 두 종류 이상의 맥주와 1년에서 10년까지 숙성한 맥주를 블렌드하기도 하고 과일이나 설탕류 혹은 다른 음료까지 섞어서 ‘맛있게’ 만들어 내는 것이 람빅 맥주의 핵심이다. ‘스폰탄 바질’은 벨기에 람빅 맥주 양조의 최고라 할 수 있는 린데만스 양조장과 덴마크의 집시 양조장이 협업으로 만들어낸 맥주다. 시큼하면서 쿰쿰한 매력이 가득한 람빅 맥주에 스며든 상쾌한 바질 향으로 시작해 입안에 가득 퍼지는 바질의 향, 그리고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바질의 맛과 향으로 미각을 깨워주는 마법을 보여주는 맥주라 할 수 있다.   ■ 🍳이탈리안 미트볼 레시피  「 이탈리안 미트볼 재료. 사진 송미성   📌재료(4인) : 돼지고기 안심 750g, 돼지고기 지방 250g, 마늘 2알, 양파 1/2개, 우스터소스 1/2큰술, 굴소스 1/2큰술, 우유 1/2컵, 빵가루 1컵, 파마산가루 1/4컵, 오레가노가루 1큰술, 로즈마리 가루 1큰술, 타임 가루 1큰술   가니쉬 : 토마토소스 1컵, 바질 1뿌리, 토마토 1/4개, 파마산치즈 1큰술     📌만드는 법   ① 돼지고기 안심과 지방은 함께 섞어서 갈아 구입한다.   ② 마늘·양파·굴소스·우스터소스를 믹서기에 넣어 간다.   ③ 우유와 빵가루를 뻑뻑할 정도로 섞는다. ④ 그릇에 ①②③과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잘 섞는다. (허브가루가 뭉치지 않게 흩뿌리면서 잘 섞어준다) ⑤ 반죽을 한개당 120g 정도로 나눠 동그란 모양으로 빚는다. ⑥ 기름을 두른 팬에서 ⑤를 올리고 노릇하게 굽는다. ⑦ 180도로 예열한 오븐이나 에어프라이어에서 7분 더 구워서 속까지 익힌다. ⑧ 따뜻하게 데운 토마토 소스를 아래 깔고, 미트볼을 올린 후 토마토와 바질을 가니쉬로 올리고 파마산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  ◦ 다음 편엔 큐어링한 연어와 무화과 크림치즈, 이에 어울리는 티를 소개합니다. 

    2022.12.21 14:01

  • [쿠킹] 여름이 라거라면, 가을에는 풍성한 맛의 '이' 맥주

    [쿠킹] 여름이 라거라면, 가을에는 풍성한 맛의 '이' 맥주

    손봉균의 〈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맥주의 색이 어두울수록 맛과 향은 더 진해진다. 사진 Pixabay ‘맥아’는 싹틔운 보리를 말합니다.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맥아는 보리 싹을 틔운 후 말리거나, 볶거나 태우는 등의 열을 가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열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거나 강할수록 맥아는 구운 향이나 색이 진해지고, 그것이 맥주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죠. 즉, 맥주의 색은 그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한 맥아의 색과 동일합니다.   맥아는 볏짚 색입니다. 열을 가하면 살짝 붉은색이 돌죠. 더 센 열을 가하면 갈색, 그보다 더하면 까만색까지 낼 수 있습니다. 밝은 황금색을 띠는 라거 맥주는 싹틔운 보리를 가볍게 말리기만 한 맥아를 사용합니다. 색이 진한 흑맥주는 커피 원두를 볶을 때처럼 강한 열을 맥아에 가해 나온 결과이죠. 따라서, 맥주의 색이 진해질수록 맥주가 가지고 있는 맛과 향 또한 기본적으로 진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 마시는 ‘맥주’라 하면, 톡톡 터지는 청량함과 탄산 가득한 라거가 자연스레 떠오르죠. 반면 시원한 바람이 기분 좋은 가을은 맛이 더 진한, 그러니까 색도 조금 더 진한 스타일의 맥주를 만끽하기 좋은 계절이에요. 색이 진한 맥주는 술 자체에 담긴 맛도 풍부해서, 다양한 음식과 훨씬 더 잘 어울립니다. 더위에 양보했던 미각도 되돌릴 겸, 풍성한 맥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다크 맥주를 추천해보겠습니다.     ① 단풍과 똑 닮은 붉은색의 맥주 ‘레드라거’   색이 붉어 가을과 더 잘 어울리는 레드라거. 사진 생활맥주 공식 인스타그램 레드라거는 ‘생활맥주’ 펍과 ‘제주맥주’의 협업으로 만든 맥주입니다. 진한 빨간색 캔에 브랜드와 맥주 이름을 간결하게 적은 심플한 디자인이 눈에 쏙 들어오죠. ‘레드라거’라는 이름에 맞게 붉은 맥주 색이 가을 단풍과 똑 닮은 맥주입니다. 맥아를 살짝 볶을 때 나오는 붉은색은 과하지 않은 구운 향과 고소함을 맥주에 불어 넣어줍니다. 라거보다는 묵직한 향을 가지고 있고, 청량함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죠. 구수한 견과류와 캐러멜 향이 살짝 나고, 조금 남아있는 단맛과 은은한 홉 향이 입맛을 자극해 안주를 부릅니다. 맥주가 안주를 부르니 다이어트에는 도움이 안 될 조합이지만, 가을에 안주와 즐기기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떡.튀.순(떡볶이+튀김+순대) 맥주에 고소함이 있을수록 맵싸한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떡볶이의 매콤함은 레드라거가 잡아주고, 맥주의 깔끔한 탄산은 떡볶이 맛을 더 올려줍니다. 튀김과 순대에 떡볶이 소스 듬뿍 묻혀서 레드라거와 한잔하는 ‘깔맞춤’ 페어링의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② 여름과 가을의 사이에는 ‘바이스비어 둔켈’   파울라너 바이스비어 둔켈은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사진 파울라너 공식 인스타그램 맥주로 유명한 독일의 파울라너 양조장에서 만든 어두운색의 밀맥주입니다. 바이스비어는 밀맥주를 뜻하고, 둔켈은 어둡다(Dark)는 뜻입니다. 맥주를 어둡게 만들기 위해서 맥아를 태우듯이 열을 가하는데, 이 과정에서 구운 맥아의 맛이 풍성하게 남겨지죠. 파울라너 바이스 둔켈이 놀라운 이유는 밀맥주 특유의 부드러운 바디감은 유지하면서 구운 맥아의 향까지 풍부하게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마시는 순간 바나나, 정향, 후추 같은 밀맥주 특유의 향이 코로 넘어오고, 동시에 입으로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곡물의 향이 조화롭게 밀려듭니다. 밀맥주와 다크 맥주의 밸런스가 완벽한 바이스비어 둔켈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길목에 마시기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탕짜면(탕수육+짜장면) 바삭한 튀김이 가진 밀가루 향은 밀맥주를 당기게 합니다. 또 짜장면의 달콤한 맛은 흑맥주를 떠오르게 하죠. 밀맥주와 흑맥주의 밸런스를 잘 갖춘 흑밀 맥주 ‘바이스비어 둔켈’의 조화로움과 탕짜면의 조화로움을 동시에 느껴보세요.     ③ 깊고 진한 맛에 탄산까지 갖춘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부드럽게 즐기기 좋은 흑맥주다. 사진 기네스 공식 인스타그램 어두운색의 맥주를 ‘스타우트’라는 대명사로 만들어낸 맥주회사 기네스의 흑맥주입니다.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기네스 맥주로는 ‘기네스 드래프트’와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가 있죠. 흑맥주를 양조할 때 사용하는 맥아는 쓴맛이 날 정도로 강하게 볶아서 색도 검고 맛도 진합니다. 기네스 드래프트는 스타우트의 쓴맛을 중화하기 위해 질소를 넣어 만든 버전이라 부드럽게 마실 수 있지만, 사람에 따라 다소 밍밍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반면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는 흑맥주 본연의 다크초콜릿과 커피 향이 나며 쓴맛에 탄산까지 갖춰, ‘스타우트’의 맛을 확 살려줍니다. 기분 좋은 탄산에 다크한 맥주의 깊고 진한 맛까지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딱 좋은 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숯불에 구운 쪽갈비 불에 노출된 강도가 센 흑맥주일수록 불에 직접 구운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숯 향이 가득 스며든 쪽갈비 한 점에 기네스 엑스트라 스타우트 한 잔을 곁들여보세요. 음식과 맥주의 맛 모두 증폭되어 “아, 이게 바로 페어링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알싸한 데킬라부터 상큼한 배까지, 풍부한 향으로 치장한 맥주 [쿠킹] [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 "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

    2022.09.16 09:00

  • 알싸한 데킬라부터 상큼한 배까지, 풍부한 향으로 치장한 맥주 [쿠킹]

    알싸한 데킬라부터 상큼한 배까지, 풍부한 향으로 치장한 맥주 [쿠킹]

    손봉균의 〈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맥아는 보리의 싹을 일컫는 말로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다. 사진 pixabay.   엿기름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단어만으로 추측하면 엿을 쥐어짜서 얻어낸 기름(油)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만, 사실 엿기름은 보리에 물을 부어 싹을 틔운 후에 말려서 만든 것을 말합니다. ‘단맛’을 뜻하는 ‘엿’에 ‘기르다’의 명사인 ‘기름’을 붙인 단어이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엿기름은 보통 식혜를 만들 때 사용합니다. 그런데 엿기름은 보리의 싹을 뜻하는 ‘맥아(麥芽, malt)’와 같은 말입니다. 즉, ‘엿기름’은 식혜만이 아니라 맥주의 주재료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식혜도 맥주도 엿기름을 주재료로 쓰지만, 차이는 있습니다. 싹의 길이가 다릅니다. 보리를 싹 틔우면 아밀라아제라는 당화 효소가 생깁니다. 아밀라아제는 보리 알곡의 전분을 당분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리 싹을 길게 틔우면 보리 알곡의 전분을 모두 당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따라서 식혜에 들어가는 엿기름은 단맛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싹을 다소 길게 틔웁니다. 반면,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엿기름은 당화 효소와 함께 효모의 발효까지 고려해야 해서 전분이 중요합니다. 적절한 양이 전분이 남아 있어야 맥주 양조에 알맞은 맥즙(맥아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싹의 길이가 더 짧은 것을 사용하죠.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우선 엿기름(맥아)에 물을 넣고 열을 가해 당분을 뽑아내 ‘맥즙’을 만듭니다. 이 맥즙에 홉과 효모를 넣고 발효하면 맥주가 되죠. 효모가 맥즙의 당을 먹고 이산화탄소와 알코올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때 맥아에서 나오는 맛과 향이 맥주의 맛에 큰 영향을 끼치죠. 물론 맥주에 맥아의 맛만 있는 건 아닙니다. 맥아가 아닌 ‘그 외의 맥주 맛과 향’은 효모가 발효하는 과정에서 만들어 내는 맛입니다.     최근 인기를 끈 곰표맥주도 과일 향이 나는 가향맥주다. 중앙포토 또, 맥주의 다양성과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첨가하는 부재료들로부터 나오는 ‘맛과 향’도 있습니다. 생과일을 갈아 넣기도 하고 식품용 향료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색다른 향료를 첨가한 맥주를 ‘가향맥주’라고 부릅니다. 최근에 인기를 끈 ‘곰표맥주’도 가향맥주이죠. 곰표맥주는 국산 밀과 함께 패션프루트‧복숭아‧파인애플 추출물을 첨가해서 과일 향이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향맥주는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 잘 어울립니다. 차가운 맥주를 마시면 무엇보다 시원하고, 이때 올라오는 색다른 향이 상쾌함을 주기 때문이죠. 물론, 내가 좋아하는 향인지 아닌지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니 가향맥주를 마시기 전에는 약간의 정보가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편의점에서 만날 수 있는,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 좋은 가향맥주 세 가지를 추천해보겠습니다.     ① 테킬라 향이 물씬 나는 맥주 ‘데스페라도스’ 라임과 데킬라 향이 더해진 가향맥주, 데스페라도스. 사진 데스페라도 인스타그램 데스페라도스는 외관부터 화려합니다. 노랑‧빨강‧초록 등의 알록달록한 색으로 치장하고 있죠. 그래서인지 마치 멕시코 맥주 같은 느낌을 줍니다만, 사실 네덜란드 맥주입니다. 한 모금 마시면 상큼한 라임 향과 함께 은은한 테킬라 향이 느껴지고, 뒤로 갈수록 맥주의 고소한 맛이 여운으로 남습니다. 맥주를 베이스로 만든 맛있는 칵테일을 마시는 느낌이죠. 5.9%의 다소 높은 알코올 함유량을 잊을 정도로 깔끔한 맛을 지닌 맥주이기도 합니다. 시원하게 냉장했다가 갈증 나는 날에 벌컥벌컥 마시기 좋습니다. 민트‧라임‧럼 향까지 첨가한 ‘데스페라도스 모히토’ 버전도 있습니다. 모히토 버전은 데스페라도스에 비하면 호불호가 갈리지만, 무더운 여름밤에 한 번쯤은 마셔 볼 만한 가향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라임’과 ‘테킬라’ 하면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음식이 있죠. 바로 멕시코의 대표 음식인 ‘타코’입니다. 밀이나 옥수수로 만든 토르티야 위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살사(소스)를 올린 후, 생 라임과 고수를 곁들이면 타코의 맛이 배가 되죠. 타코는 대체로 맛과 향이 강해서 맥주도 맛과 향이 조금 강한 게 잘 어울립니다. 타코를 한 입 베어 물고, 테킬라와 라임 향이 깃든 데스페라도스 맥주를 곁들이면 그 순간만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여름밤이 될 것 같네요.     ② 갈아 만든 배, 탱크보이를 닮은 ‘말표 배 에일’ 달달한 배의 풍미가 가득, 말표 배 에일. 사진 스퀴즈브루어리 인스타그램 구두약으로 유명한 ‘말표산업’과 춘천의 크래프트 양조장 ‘스퀴즈브루어리’가 협업해서 만든 세 번째 맥주입니다. 밤 향을 첨가한 흑맥주, 청포도 향을 넣은 청포도 에일에 이어, 배 농축액을 섞어 깔끔하게 만들었죠. 캔을 따자마자 아주 많이 익숙한 향이 코끝을 자극합니다. ‘갈아 만든 배’나 ‘탱크보이’에서 맡아본 그 배 향이죠.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차갑게 쟁여둔 ‘배 에일’을 한 입 마시면, 배의 단맛과 탄산이 시원하게 입안에 퍼져 나갑니다. 살짝 웃음이 날 수도 있습니다. ‘이게 정말 맥주라고 할 수 있는 건가?’라는 헛웃음일 수도 있고, ‘어라?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웃음일 수도 있습니다. 주위에 한 사람쯤 꼭 있는 ‘알쓰’(알코올 쓰레기의 준말이죠.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을 뜻합니다)에게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나는, 그런 가향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한 번 빠져들면 그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음식 중 하나가 평양냉면이죠. 이 평양냉면에 달달한 배 향이 가득한 ‘말표 배 에일’을 한 모금 마시면 또 웃음이 납니다. ‘이게 왜 어울리지?’, ‘왜 괜찮지?’라는 의외성에 터져버리는 웃음입니다. 배 에일의 단맛과 탄산이 냉면 육수의 은은한 육향을 살짝 받쳐주면서 입맛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냉면에 곁들이는 삶은 달걀마저 육수를 흐리게 한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평냉 마니아’들에게 지탄 받을 페어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해봅니다.     ③ 라거와 똑 닮게 잘 만든 ‘칭따오 논알콜릭(비알코올)’ 맥아 향을 그대로 품은 칭따오 논알콜릭. 사진 칭따오 인스타그램 알코올이 없는 맥주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엿기름(맥아)에 물을 넣고 가열(당화)해서 얻은 맥즙에 물을 타고 탄산을 주입하거나, 맥주에 열을 가해서 알코올을 날려서 만들기도 합니다. 또, 맥주와 더 비슷한 맛을 내기 위해 맥아 향이나 천연향을 가향하기도 하죠. 그런데, 대부분의 논알콜릭(비알코올) 맥주는 엿기름의 단맛이 많이 나는 경향이 있어서 인기가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칭따오 논알콜릭’은 ‘알코올이 없으면 맛이 없다’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트릴 만큼, 맥주를 똑 닮은 ‘논알콜릭 맥주’입니다. 미세한 산미, 그리고 풍성한 거품과 탄산, 깔끔한 맥아 향은 ‘진짜 라거 맥주’를 떠올리게 해줍니다. 술이 당기지만, 알코올 함유량 때문에 맥주 마시는 게 꺼려지는 날이라면, 무엇보다 ‘칭따오 논알콜릭’을 추천합니다.   〈푸드 페어링〉 찹쌀가루나 밀가루 옷을 입혀 달걀 물에 살짝 적셔 기름에 지져낸 육전은 술안주로 참 잘 어울립니다. 기력이 달리는 여름철에 보양식으로도 제격인 음식이죠. 육전을 먹다 보면, 자연스레 술 한잔이 당기게 됩니다. 하지만 알코올 함량이 신경 쓰인다면? 또는 몸에 열을 올리지 않으면서 깔끔하게 맥주 한잔하고 싶다면? 네, 그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순간 필요한 건? 바로 칭따오 논알콜릭입니다(웃음).        ■  「 Drink Tip 알코올이 없는 맥주는 ‘무알코올’ 혹은 ‘알코올 프리’ 최근 알코올이 없는 맥주가 인기입니다. 그런데 비알코올부터 논알코올, 무알코올 등 표기가 참 다양합니다. 맥주캔에 쓰인 ‘0.00’ 이나 ‘0.0’ 의 숫자도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다는 표현 같은데, 뭔가 아리송합니다. 궁금한 여러분을 위해 알려드립니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맥주는 ‘무알코올’, ‘알코올 프리(Alcohol free)’로 표기합니다. 비알코올, 논알콜릭(Non-alcoholic)은 알코올이 1% 미만으로 함유됐다는 뜻입니다. 즉, 맥주캔에 ‘0.0’이 쓰여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알코올이 없는 ‘무알코올’ 또는 ‘알코올 프리’인지 자세히 확인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하이트 제로 0.00%’의 경우는, 알코올이 전혀 없는 무알코올(알코올 프리)이고, ‘카스 0.0’의 경우에는 알코올이 1% 미만 함유된 논알콜릭(성인용 음료)으로 분류합니다.    」    손봉균 심플잇 오너셰프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

    2022.08.05 11:00

  • [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

    [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

    손봉균의〈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홉'은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된 재료로 맥주의 쓴맛과 개성에 영향을 준다. 사진 unsplash   어느 날 마신 술은 달고, 또 다른 날 마신 술은 쓰게 느껴진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술맛이 마실 때마다 다른 건, 개인의 컨디션이나 기분 탓도 있겠죠. 그런데 술을 만들고 유통하고 보관하는 과정에서 술 본연의 맛이 변했을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맥주에서 쓴맛이 느껴진다면, 맥주를 만드는 주원료 중에서 ‘홉(hop)’과 관련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홉에 함유된, 맥주의 쓴맛을 만드는 물질인 알파산과 베타산의 영향 때문입니다.   홉이라고 하니, 떠오르는 단어가 있으시다고요? 네, 흔히 맥주를 가리킬 때 쓰는 ‘호프(hof)’라는 단어가 있죠. 맥주를 마시고 싶을 때 “호프 한 잔 하자”거나“호프집에 가자”고 많이 이야기하니까요. 그런데 이때 쓰는 ‘호프’와 앞서 말한 ‘홉’은 완전히 다른 말입니다.   호프는 독일어로 마당이나 광장 같은 공간을 일컫는데, 맥주를 만들어서 궁에 공급했던 호프브로이(Hofbräu, 궁정 양조장)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OB맥주에서 시작한 생맥주 체인점 ‘OB Hof’를 시작으로 ‘호프’라는 단어가 널리 보급됐고, 표준국어대사전은 호프가 ‘잔에 담은 생맥주나 생맥주를 파는 맥줏집’을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호프와 달리, ‘홉’은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주된 재료 중의 하나로, 여러해살이 덩굴 식물의 꽃송이(hop cone)을 말합니다. 홉을 맥주 양조에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전통적으로는 맥주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천연 방부제 역할이 컸고, 지금에 와서는 맥주에 다양한 맛과 향을 불어 넣어서 더욱더 개성 있는 맥주를 양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편의점 맥주 중에서 홉의 개성을 잘 느껴 볼 수 있는 맥주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① 무더운 여름날 갈증 해소엔 ‘덕덕구스 세션 IPA’ 덕덕구스 세션 IPA는 구스아일랜드 브루하우스 서울에서 자체 개발한 레시피로 홉이 가진 열대과일의 향과 산뜻함이 살아있는 맥주다. 사진 gooseislandkr 인스타그램 캡처   I.P.A.는 인디아 페일 에일(India Pale Ale)의 약자입니다. 수제 맥주가 유행하면서 많이 알려진 맥주 스타일이죠. 간혹 ‘이파’라고 읽는 사람들도 있는데, 알파벳대로 ‘아이 피 에이’라고 읽습니다. IPA는 영국에서 만든 맥주를 인도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맥주의 유통기한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홉을 많이 넣어 만들면서 탄생했습니다. 전통적인 IPA는 6도 이상으로 알코올 도수가 높고 맥주의 맛과 향이 다소 무거운 것이 특징입니다.   기존의 IPA를 가볍게 만든 버전도 있습니다. 세션 아이피에이(Session IPA)입니다. 그중 ‘덕덕구스 세션 IPA’는 홉이 주는 경쾌한 쓴맛을 필두로, 홉이 가진 열대과일의 향과 산뜻함도 살아있는 맥주입니다. 알코올 도수도 4.7%로 낮춰 기존 IPA보다 부담 없이 마시기 좋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갈증을 해소하기 딱 좋은 맥주이죠.   〈푸드 페어링〉 시원함에 시원함을 더하듯, 과일 향이 살아있는 맥주에 과일 향을 더하는 페어링을 추천합니다. 맥주와 과일 화채를 함께 해보세요.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이나 포도를 넣은 화채도 좋고, 복숭아 통조림 화채도 좋습니다. 경쾌하고 산뜻한 세션 IPA의 시원함에 과일 화채가 주는 시원함과 달달함이 아주 조화롭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② 음식과 함께하면 더욱 맛있는 ‘플래티넘 인생 에일(페일에일)’ 플래티넘 인생 에일은 맛과 향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음식과 함께 마시면 더 좋다. 사진 플래티넘 크래프트 맥주 공식 홈페이지   IPA가 상한가를 치기 전에 먼저 만들어진, 영국인에게 사랑받은 맥주는 ‘페일 에일’입니다. 페일 에일은 홉의 쓴맛 때문에 ‘비터(bitter) 맥주’라고 불리기도 하죠. 영국의 술집인 펍(Pub)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의 맥주입니다. 페일(Pale)이 ‘창백하다’라는 뜻이라 ‘페일 에일’이라고 하면 밝은색 맥주로 오해할 수 있지만,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검은색 계열의 맥주보다 밝은색의 맥주였기 때문에 ‘페일 에일’이라는 명칭을 가지게 됐죠. ‘플래티넘 인생 에일’은 붉은 기가 살짝 도는 호박색의 페일 에일로, 양조에 사용한 홉 때문에 자몽과 귤의 향뿐만 아니라 열대과일인 패션프루트나 망고와 같은 진득한 과일 향도 갖추고 있습니다. 포인트는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입안을 가득 채우는 쓴맛의 여운입니다. 다만 맛과 향이 다소 강하기 때문에 맥주만 마시는 것보다 음식과 함께 마셔 볼 것을 더 추천합니다.   〈푸드 페어링〉 잘 구워진 번(빵)과 패티의 기름기가 조화로운 햄버거를 추천합니다. ‘육즈비가’(육즙이) 팡팡 터지는 버거를 한 입 크게 물고 오물오물 씹다가 페일 에일 한 모금과 함께 싸악 넘겨보세요. 홉의 쓴맛과 맥주의 탄산이 햄버거의 기름기를 경쾌하게 날려줍니다. 햄버거의 토마토, 치즈, 소스, 채소 등의 부재료와도 아주 조화롭게 어울리는 맥주입니다.   ③ 어머! 이건 꼭 사야 해, ‘맥스 스페셜 호프 에디션’ 하이트진로는 2009년부터 뉴질랜드, 미국 등 특정 국가에서 재배하는 홉을 사용한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맥스 인스타그램 캡처   편의점에서 자주 보던 맥스(Max) 맥주인데, 캔 디자인이나 색이 다르다 싶으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일단 ‘구매각’을 잡아야 하는 것이 바로 ‘맥스 스페셜 호프’ 한정판 에디션입니다. 하이트진로는 2009년부터 뉴질랜드와 호주, 아프리카, 독일, 미국, 영국, 체코 등 특정 국가에서 재배하는 홉을 사용해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덕분에 평소 마시는 맥스에 스페셜 홉이 추가된, 색다른 맥스(Max)를 맛볼 수 있죠. 특히, 지난해 2021년에는 시트러스 향이 가득한 미국 대표 홉(센테니얼 홉)을 사용한 ‘아메리칸 스페셜 호프 2021’과 열대과일의 산뜻함이 살아있는 뉴질랜드 홉(2021년에 수확한 홉)을 사용한 ‘뉴질랜드 스페셜 호프 2021’을 두 번에 걸쳐 선보였습니다. 기존의 맥스와 비교하면서 마셔보면, 스페셜 홉에 따라 달라진 맥주 맛의 차이를 느껴 볼 수 있습니다.   〈푸드 페어링〉 올 몰트 라거에 홉의 쌉쌀한 맛과 향까지 살아있는 ‘맥스 스페셜 호프 에디션‘은 노릇노릇 구워진 삼겹살과 함께 해보세요. 몰트의 구수함이 삼겹살의 맛을 올려주고 홉의 깔끔함과 쓴맛은 고기의 기름기를 싹 잡아줍니다.   손봉균 심플잇 오너셰프 cooking@joongang.co.kr      ■  「 DRINK TIP 병맥주가 캔맥주보다 맛있을까? 병맥주와 캔맥주는 모두 똑같은 생산 과정을 거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패킹(포장) 과정에서 다른 용기를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생산 과정은 같지만, 소비자에게 가는 과정에서 맛의 차이가 발생할 수는 있습니다. 빛과 산소, 온도는 ‘맥주의 3적’이라 할 만큼 맥주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데, 페트나 병보다 캔이 ‘맥주의 3적’에서 버틸 수 있는 보존력이 다소 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잔에 술을 직접 채워주며 ‘짠’하고 건배하는 것을 즐기는 우리 문화에 있어서 병맥주나 캔맥주가 더 맛깔나게 보일 수 있고, 병째로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병맥주가 캔맥주보다 맛이 있다는 설은 사실이 아니지만, 분위기나 기분 같은 요소들을 반영한 총체적인 맛의 개념에서 본다면, 어떤 용기에 담느냐가 맛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 관련기사"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쿠킹]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줄 우리 술, ‘꽃잠’과 ‘지란지교’바닐라 향, 맑은 황금색 위스키…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쿠킹]

    2022.06.23 08:00

  • "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손봉균의〈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라거(Lager)는 하면발효 맥주로 맛이나 향보다 탄산과 청량함이 강하다. 사진 pixabay   라거(Lager)와 에일(Ale). 맥주의 종류를 말할 때 항상 짝지어 나오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라거와 에일은 어떻게 다를까요? 많은 사람이 라거와 에일의 차이를 말할 때 “쉽게 말하면 라거는 하면발효 맥주고, 에일은 상면발효 맥주”라고 설명하곤 합니다. 전혀 쉽지 않다고요? 맞습니다. 맥주의 발효를 담당하는 효모가 발효하면서 가라앉느냐(하면발효) 떠오르느냐(상면발효)의 차이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사실 일반인에게는 확 와 닿는 설명이 아니죠. 효모가 가라앉든 떠오르든 마시는 사람에겐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시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명하면, 라거와 에일의 차이점은 맥주를 발효할 때 사용하는 효모에 있습니다. 이 효모로 인해 라거는 맛이나 향보다 탄산과 청량함이 강한 맥주가 되고, 에일은 라거보다 맛과 향이 더 풍부한 맥주가 되는 것이죠. 우리가 마트나 편의점에서 제일 쉽게 만날 수 있는 맥주는 라거 맥주입니다. 그중 국산 라거의 대표주자가 있죠. 카스와 클라우드, 테라, 하이트입니다. 그런데 눈 가리고 이 네 개 맥주를 마신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미각을 가진 사람이 아닌 이상 구별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라거는 맛과 향보다, 탄산과 청량함을 강조해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라거가 많은 사람에게 인기가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내기 위해, 아무 생각 없이 시원하게 마시기 딱 좋은 맥주이기 때문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라거가 맛과 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라거도 양조에 사용하는 주재료와 부재료에 따라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집니다. 이번에는 편의점에서 찾을 수 있는 라거 중에서 맛과 향이 더 가미된 스타일의 라거를 소개해보겠습니다.   ① 조금 더 진한 맛의 라거를 원할 때, ‘진라거’ 맛과 향이 진한 진라거는 콜라겐이 찐득찐득하고 단맛이 살아있는 족발과 잘 어울린다. 사진 손봉균   이름이 어딘가 낯익다고요? 맥주캔 디자인이 한 라면 포장지를 연상케 하는 이 맥주는 수제 맥주 브랜드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가 오뚜기와 협업해 선보인 제품입니다. 주재료인 맥아(싹 틔운 보리)의 진한 맛을 강조한 라거이죠. 맥주의 색과 맛은 양조할 때 사용하는 맥아를 열에 노출하는 온도와 시간에 따라 결정됩니다. 맥아를 강한 열에 오랜 시간 구울수록 맛과 향이 진해지죠. 진라거는 일반적인 라거에 사용하는 옅고 밝은색의 맥아보다 열을 더 가한 진한 색의 맥아(스페셜 몰트)를 사용해서 색뿐만 아니라 맛과 향이 더 진합니다. 홉이 주는 은은한 꽃 향과 과하지 않은 쓴맛도 진라거가 가진 매력 포인트입니다. 평소 마시던 라거가 문득 밍밍하다 느껴질 때, 진라거를 마시면 승률 9할대의 구원투수의 활약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푸드 페어링〉 진라거에 진라면을 맞추는 ‘깔맞춤’ 조합도 좋지만, 푹 삶아 콜라겐이 찐득찐득하고 단맛이 살아 있는 서울식 족발과 진라거를 함께 해보세요. 족발의 진득한 맛과 맥주의 진한 맛이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② 라벨부터 톡톡 튀는 마릴린 먼로 맥주, ‘크래프트브로스 라이프’ 라이프 라거의 은은한 맛은 찌거나 삶은 음식과 잘 어울린다. 사진 손봉균   일단 독보적인 맥주캔 디자인으로,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맥주이죠. 바로 미소를 띤 마릴린 먼로의 얼굴입니다. ‘크래프트브로스 라이프’(이하 라이프 라거)는 수제맥주 전문점 ‘크래프트브로스’가 매거진 ‘라이프(LIFE)’와 제휴한 맥주 시리즈입니다. 역사적 순간이나 유명인의 모습이 담긴 라이프지 사진을 맥주캔에 담아내고 있죠. 마릴린 먼로가 등장한 이 맥주는 밀맥주와 라거의 장점만 모아 양조했습니다. 맥주캔 라벨에 쓰인 ‘첫 모금은 밀맥주와 같이 부드럽고, 뒷맛은 라거처럼 깔끔합니다’라는 설명과 아주 딱 떨어지는 맛과 향을 가지고 있죠. 맥주 양조에 사용한 부재료인 오렌지 껍질, 유자 껍질, 고수 씨의 향이 은은하게 살아 있으면서 탄산과 청량함도 깔끔하게 녹아있습니다. 얼음 꽉 채운 잔에 유자 음료나 오렌지 음료를 살짝 섞어서 칵테일로 시원하게 마셔보는 것도 라이프 라거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입니다.   〈푸드 페어링〉 라이프 라거의 은은한 맛과 향은 불에 직접 구운 음식보다 찌거나 삶은 음식이랑 잘 어울립니다. 부들부들 잘 삶은 수육을 고소한 알배추 위에 올리고 감칠맛 가득한 새우젓을 살짝 더해 한입에 넣은 후, 라이프 라거 한 모금 마셔보세요. 음식의 조화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단번에 느낄 수 있을 겁니다.   ③ 에일이 가지는 홉 향을 가득 품은 라거, ‘홉하우스13 라거’ 진한 홉의 향과 기분 좋은 쓴맛을 가진 홉하우스 13 라거는 토마토소스 피자와 잘 어울린다. 사진 손봉균   흑맥주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기네스(Guinness) 맥주를 만드는 아일랜드 기네스사의 브랜드 ‘더 브루어스 프로젝트’에서 양조한 맥주입니다. 홉의 향을 부각해서 양조한 에일의 장점을 가득 품고 있는 라거 맥주이죠. 라거 맥주가 가지는 깔끔한 탄산과 청량함에 홉이 주는 독특한 향긋함과 기분 좋은 쓴맛까지, 모든 것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두루두루 갖춰진 맥주라 할 수 있습니다. 색깔은 약간 밝은 호박색을 띠지만, 그 속에 담긴 진한 보리의 맛과 홉의 조화는 개성적입니다. 한 번 마셔보면 그 매력에 흠뻑 빠질 수밖에 없죠. 또, 무광의 흰색 캔에 묵직한 검은색과 강렬한 빨간색으로 새겨진 맥주 패키징 디자인도 깔끔해서 멋스럽답니다.   〈푸드 페어링〉 진한 보리 맛과 홉의 향, 그리고 적절한 쓴맛을 두루 갖춘 홉하우스13 라거는 화덕에서 구운 토마토소스 피자와 잘 어울립니다. 특히 파프리카‧로즈마리‧후추 등의 맛을 가지고 있는 페퍼로니를 올린 토마토소스 피자라면 더할 나위가 없죠. ‘쌍 따봉’을 부르는 조합입니다.   손봉균 심플잇 오너셰프 cooking@joongang.co.kr     ■  「 DRINK TIP 편의점에서 맥주 찾기 규모가 큰 양조장의 맥주나 수입 맥주의 경우 CU, GS25, 이마트24,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거의 모든 편의점에 납품 가능할 정도의 유통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규모가 작은 양조장의 경우에는 여건상 편의점 한 개의 브랜드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 집 앞 편의점에 내가 원하는 맥주가 없다면, 그 맥주가 그 편의점 브랜드에 유통이 되는지 먼저 확인해 봐야 합니다. 만약 편의점 브랜드에 유통이 되는 맥주인데 집 앞 편의점에 없다면, 해당 편의점 직원께 발주 요청하면 수일 내로 만나 볼 수 있습니다. 」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 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쿠킹] 호텔·카페서 맛본 브런치 '에그 베네딕트', 집에서 만들려면[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쿠킹] 1년 기다린 대저 짭짤이 토마토, 제대로 즐기려면

    2022.05.03 22:31

  • [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

    [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

    손봉균의 〈맥주 한잔〉  편의점 맥주의 세계는 놀랄 만큼 방대합니다. 지금도 맥주의 종류와 맛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같은 종류의 맥주라 해도 제품에 따라 전혀 다른 향미와 맛을 가지고 있죠. 아직 내 입에 딱 맞는 맥주를 찾지 못했다면, 또는 방대한 맥주의 세계에 풍덩 빠지고 싶다면 ‘손봉균의 맥주 한잔’를 추천합니다. 맥주 전문가를 뜻하는, 국내 1호 씨서론(Cicerone) 손봉균 씨가 당신에게 딱 맞는 편의점 맥주 한 캔을 골라드릴 테니까요. 읽으면 읽을수록 내 취향의 맥주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맥주 한잔'에서는 국내 1호 씨서론이 방대한 편의점 맥주 중 당신에게 딱 맞는 한 캔을 골라서 소개한다. 사진 제공 CU   바쁘게 보낸 하루를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맥주가 당기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도 맥주는 빠지지 않죠. 쓸쓸한 날에도 맥주를 찾게 되고, 기쁜 날에도 맥주 한 잔이 필요합니다. 뭘 해도 맥주가 당기니, 따스하고 화창한 봄 날씨에 맥주가 당긴다고 해서 이상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 이유로, 봄을 맞아 부드럽게 마실 수 있는 밀맥주(Wheat Beer)를 추천해봅니다. 밀맥주는 뿌연 흰색에 가깝습니다. 밀 맥아가 주는 풍성한 거품과 그로 인한 부드러운 바디감이 특징이죠. 효모가 발효하면서 생기는 바나나‧정향‧고수‧감귤류 등의 다양한 향과 톡톡 터지는 탄산감도 밀맥주만의 매력입니다. 쉽게 말하면 과일향과 꽃향기가 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난히 향이 풍부해서 그런지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선호하기도 합니다. 또한 빵 좋아하는 빵덕(빵 덕후)들도 좋아할 맛입니다. 빵도 밀맥주도 둘 다 밀을 주재료로 만드니까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맛있는 밀맥주 세 가지를 추천하겠습니다.   ① 꾸준한 인기의 독일식 밀맥주 ‘파울라너 바이젠’   독일식 밀맥주의 대표주자인 파울라너 바이젠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진 paulaner brauhaus worldwide 공식 홈페이지   파울라너 바이젠은 독일식 밀맥주의 대표주자입니다. 편의점 맥주 판매 랭킹에서 항상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죠. 전통적인 독일식 밀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바나나와 정향의 향, 그리고 풍선껌 같은 시트러스(Citrus)와 후추의 스파이시(Spicy)한 향까지 두루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향도 풍성하지만, 맥주를 잔에 따를 때 나오는 풍성한 거품도 눈을 즐겁게 하는 맥주입니다. 참, 파울라너라고 쓰여 있다고 모두 밀맥주는 아닙니다. 독일 뮌헨에 있는 파울라너 양조장은 밀맥주 외에도 다양한 맥주를 만듭니다. 예를 들면 ‘뮌헨 라거’는 이름처럼 ‘라거’ 맥주입니다. 밀맥주를 찾는다면, 밀의 흰색을 뜻하는 바이스(Weiss)가 라벨에 붙어 있는지 꼭 확인하세요. 바이스비어(Weissbier)라고도 합니다. 독일어로 효모를 뜻하는 헤페(Hefe)와 밀알을 뜻하는 바이젠(weizen)이 합쳐진 헤페바이젠(Hefeweizen) 또한 밀맥주입니다.   〈푸드 페어링〉 광어‧우럭‧가자미 같은 흰살생선류와 잘 어울립니다. 고추냉이를 올려 간장에 콕 찍은 흰살생선회와 함께 먹는 독일식 바이젠은, 정말이지 추천에 추천을 거듭해도 부족합니다.   ②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벨기에식 밀맥주 ‘블루문’   벨기에식 밀맥주 블루문은 달콤 쌉싸름한 오렌지 향과 오묘한 고수의 향이 특징이다. 사진 블루문 코리아 인스타그램 캡처   벨기에식 밀맥주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탁한 맥주 색깔과 풍성한 거품, 경쾌한 탄산감, 그리고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오렌지 향과 오묘한 고수의 향이 진하게 녹아 있다는 점입니다. 오렌지와 고수 향은 벨기에 스타일의 밀맥주를 발효할 때 사용하는 효모가 주는 특징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오렌지 껍질과 고수 씨앗을 넣어서 양조하기 때문입니다. ‘블루문’은 사실 벨기에에서 직접 양조한 맥주는 아닙니다만, 편의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벨기에식 밀맥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입구가 넓은 큰 잔에 거품이 풍성하게 나도록 맥주를 따르고, 오렌지 슬라이스를 하나 얹으면 인스타그램에 올려도 손색없을 ‘갬성’ 사진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답니다.   〈푸드 페어링〉 고수가 들어간 음식과 궁합이 아주 좋습니다. 특히 토르티야에 여러 가지를 재료를 넣어 먹는 멕시코 전통 요리인 타코, 케사디야, 부리토와 아주 잘 어울립니다.   ③ 밀맥주 같지 않은 미국식 밀맥주 ‘구스아일랜드 어반위트312’ 미국식 밀맥주인 구스아일랜드 어반위트312는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 매력적이다. 사진 구스아일랜드 유튜브 캡쳐   독일식 밀맥주와 벨기에식 밀맥주의 풍부한 향이 부담되는 사람에겐 미국식 밀맥주를 추천합니다. 미국식 밀맥주의 특징은 아이러니하게도 밀맥주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독일식 밀맥주에서 나는 바나나, 정향의 향이나 벨기에식 밀맥주가 가지는 고수, 오렌지의 향이 거의 없는 것이 미국식 밀맥주의 특징이죠. 톡톡 터지는 탄산이 라거류의 맥주와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여기에 밀 맥아가 주는 부드러움, 아주 은은하게 풍기는 홉의 향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식 밀맥주의 향은 부담스럽고 평소 먹던 라거는 당기지 않을 때는 ‘구스아일랜드의 어반위트312’가 데일리 맥주로 딱입니다.   〈푸드 페어링〉 프라이드치킨으로 치맥을 즐길 때 라거를 대신해서 마셔보세요. 닭이 가지고 있는 단백질의 감칠맛에 기름이 더해지고, 여기에 미국식 밀맥주의 감칠맛이 더해져, 그야말로 감칠맛이 폭발하는 경험을 느낄 수 있답니다.   손봉균 cooking@joongang.co.kr      ■  「 DRINK TIP 라벨 색깔로 맥주 찾는 법   밀맥주는 원료인 밀과 효모를 표현할 수 있는 노란색, 흰색 컬러의 조화를 많이 활용해요. 밀을 연상하게 하는 색을 찾으면 쉽게 밀맥주를 찾아낼 수 있어요. 라거 맥주는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파란색과 흰색을 많이 활용해요. 풍부한 보리 맥아의 맛을 강조하는 라거는 황금색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요즘 뜨는 맛집,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한국인이 소주 찾을 때 미국인은 버번위스키 마신다[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쿠킹] 도미 한 마리가 통째로! 비주얼 끝판왕 안주[쿠킹] 맥주?와인?소주?막걸리…어떤 술이든 술술, 마성의 안주

    2022.03.29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