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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와인을 만든 로베르토 치프레소의 와인 25종 맛봤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명한 와인 뒤에는 와인 메이커가 있다. 프랑스 와인 페트뤼스(Petrus)를 전설로 만든 건 장클로드 베루에(Jean-Claude Berrouet)다. 많은 와인 메이커의 멘토로도 알려진 사람이다. 유럽이 제패한 세계 무대에 와인 불모지 미국을 화려하게 데뷔시킨 씨네 쿼넌(Sine Qua Non)은 만프레드 크랑클(Manfred Krankl)의 손에서 탄생했다. 변덕스러운 기후에서도 상징적인 와인을 만들어낸 천재로 통한다.

전통적으로 좋은 와인을 만드는 조건은 떼루아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품종과 토질, 태양의 삼박자가 만들어내는 신의 영역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사람의 감각, 그리고 새로운 재배방식과 양조기술을 더하는 와인 메이커의 활약이 돋보이는 추세다.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즌4’ 역시 와인 메이커에 주목했다. 시즌4에서 주목한 와인 메이커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로베르토 치프레소(Roberto Cipresso)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플라잉 와인 메이커 로베르토 치프레소. 사진 와인소풍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플라잉 와인 메이커 로베르토 치프레소. 사진 와인소풍

로베르토 치프레소는 교황 바오로 2세의 즉위 25주년 기념 와인과 이탈리아 통일 150주년 기념 와인을 만든 와인 메이커다. 그는 ‘플라잉 와인 메이커(Flying Winemaker)’로도 불린다. 세계의 와인 산지를 다니며 요청받은 와이너리의 컨설팅을 해주는 컨설턴트를 가리키는 말이다. 실제로 로베르토가 컨설팅한 와인 산지만 30여 곳에 달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르헨티나 말벡 와인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인물도 바로 로베르토 치프레소다.

‘와인 컨슈머 리포트 시즌4’의 1차 평가에서는 로베르토 치프레소의 와인 21종을 평가했다. 로베르토 치프레소가 직접 생산한 와인 7종과 그가 컨설팅한 와인 14종 등 총 21종이다. 가격대는 현지가 최소 12유로(1만6천 원)부터 100유로(13만 원)까지 다양했다. 평가에는 와인 전문가 14명과 애호가 68명이 참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평가에 나온 21종이 모두 실버 이상의 점수(그랑골드 2개, 골드 17개, 실버 2개, 브론즈 없음)를 받았다. 전문가와 애호가 모두 공통으로 그랑골드를 준 와인도 2종이나 나왔다. ‘치프레소 43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Cipresso 43 La Quadratura del Cerchio IGT Toscana 2018 14,5%)’와 ‘산타 카타리나 Sta 만토 네그로(Santa Catarina Sta MANTO NEGRO 2020, 14.5%)’다.

전문가 96점, 애호가 95점으로 그랑골드 1위에 오른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는 이탈리아 중부에 있는 토스카나(Toscana), 움브리아(Umbria), 마르케(Marche) 3개 주의 토착 품종을 블렌딩한 치프레소의 와인 프로젝트(치프레소 43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3개 주가 모두 북위 43도 지역에 위치해 치프레소 43이라 부른다. 프로젝트에서 총 5개의 와인을 생산했는데, 그중 라 콰드라투라 델 체르키오는 출시하자마자 평론가들로부터 92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았다. 유명 평론가 제임스 써클링(James Suckling)은 93점을 줬다.

2위는 전문가와 애호가 모두 95점을 준 ‘산타 카타리나 Sta 만토 네그로’다. 스페인의 말로르카(Mallorca) 지역의 토착 포도 품종으로 만들었는데 검은 망토라 부릴 정도로 짙은 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아르헨티나 말벡(Malbec) 와인은 나란히 3~4위를 차지했다. 농도 짙은 맛으로 유명한 말벡은 남프랑스 쿠아 보르도(Bordeux)에서 재배되던 토착 품종인데, 1853년 아르헨티나에서 재배를 시작하면서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와인이 됐다.

다만 선택은 갈렸다. 애호가는 말벡 와인 중에서도 ‘보데가 도밍고 몰리나 파차마마(Bodega Domingo Molina Pachamama Malbec 2016, 14.5%)’를, 전문가는 ‘마테르비니 핀카 페르드리엘(Matervini Finca Perdriel Malbec 2018, 14.4%)’을 선택했다. 점수 차는 1점 차의 박빙 승부. 하지만 가격 차이는 크다. 애호가가 선호한 와인보다 전문가가 꼽은 와인이 두 배는 비쌌다.

와인컨슈머리포트를 공동주관하고 있는 와인소풍 이철형 대표는 “국내 와인 소비가 늘며 소비자가 전문가 못지않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하며 “와인컨슈머리포트 전문 평가단의 실력이 해외 전문가나 전문잡지의 평과 상당히 유사한 점도 이번 품평회의 수확이다. 이제 생산량이 많지 않은 개성 강한 와인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라진 와인컨슈머리포트 시즌 4 '이렇게 달라집니다'

'국내 미수입된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 데뷔전'
'격월, 전문가와 소비자가 조를 이뤄 평가하는 격월 품평회 개최'

2013년 국내 주요 언론사 중에 처음으로 와인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시작한 와인 컨슈머 리포트는 그동안 와인 전문가 20명과 애호가 30명이 시중에 판매되는 와인을 모아서 평가하고 1위부터 10위까지 순위를 발표한 시즌1, 2014년 음식과 와인의 궁합 문화를 소개한 시즌2, 2016년 일반 소비자 판정단 수를 100명으로 확대해 진행한 시즌3을 선보였습니다.

시즌4는 새로운 와인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해 국내에 공식적으로 유통되지 않는 미수입 와인을 위주로 소개합니다. 평가 와인은 국제 품평회에서 입상한 와인, 플라잉 와인 메이커의 와인, 그리스·루마니아·몰도바·포르투갈·남아공 등 아직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특정 지역의 와인, 강소 부티크 와이너리나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스타 와이너리를 위주로 선정할 계획입니다.

평가 방식도 달라졌습니다. 세계 유명 품평회가 전문가 7~8명이 한 팀을 이루어 평가하는 것처럼 와인전문가 1명과 소비자 8명이 한 팀을 이뤄 평가하는 품평회를 개최합니다. 국내 첫 선을 보이는 와인인 만큼, 간접적으로 테이스팅 교육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평가는 최고와 최하점을 제외하고 평균 점수를 계산해, 소수점 이하를 절상하는데, 이 중 95점 이상을 그랑 골드, 90점 이상을 골드, 85점 이상을 실버, 80점 이상을 브론즈 등급으로 구분해 소개합니다.

◈ 와인 평가에 참여하려면…
3월 품평 와인은 동유럽 와인 강국 루마니아 와인이다. 루마니아는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등장할 정도로 유서 깊은 와이너리가 많다.평가는 국내 유명 와인 전문가와 조를 이뤄 진행한다. 일시는 23년3월18일 2시, 중앙일보 상암사옥. 신청자에게는 더중앙 플러스 무료 구독 혜택도 제공된다. 와인컨슈머리포트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황정옥·송정·안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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