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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은 가성비? 프리미엄 와인은 깊이부터 다르다 [쿠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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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호주 와인은 맛이 밝고 가벼워 마시기 편한 점을 매력으로 꼽는다. 합리적인 가격을 장점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호주 와인은 이러한 강점을 내세워 한국 와인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성장중이다. 하지만 호주 와인의 매력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난 9월 호주 대표 와인 브랜드 하디스 설립 170주년을 기념해,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알렌에서 진행한 간담회는 호주 프리미엄 와인의 매력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자리였다.

해산물의 풍미를 살린 전채 요리와 호주 최초 지역 블렌딩 와인 하디스 HRB 샤르도네. 사진 아영FBC

해산물의 풍미를 살린 전채 요리와 호주 최초 지역 블렌딩 와인 하디스 HRB 샤르도네. 사진 아영FBC

‘와인과 음식의 마리아주’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공식이 있다. 붉은 육류엔 레드와인, 해산물엔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라는 것 말이다. 붉은 육류에 레드와인을 마시면 와인 속 타닌이 입안에 남아있는 기름기를 씻어내고, 신선한 해산물에 화이트와인을 곁들이면 해산물 고유의 풍미를 돋아주고 비린 향을 상쇄시켜 주기 때문이다.

이날 첫 요리로는 청어, 성게알, 랍스터, 다시마칩 등이 올라간 아뮤즈 부쉬(Amuse-bouche,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전채요리)가 준비되었다. 함께 페어링된 와인은 하디스 HRB 샤르도네 2021년산. 호주 최초로 여러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 와인이다. 포도를 블렌딩 하는 기술은 빈티지별 품질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사용한다. 여러 가지 품종을 섞을 수도 있고, 품종은 유지하되 수확 지역을 섞을 수도 있다. 해마다 작황 상황이 다르니 그때마다 작황 상태가 좋은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해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 블렌딩은 주로 저가 와인에 활용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요즘같이 기후 이상 현상이 계속될 때는 블렌딩 와인들의 품질이 빛을 발한다. 특히 국토가 넓은 호주는 이 점에서 매우 유리하다. 어느 해 서호주의 포도 작황 상태가 나빠도 남호주의 작황 상태까지 나쁘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디스 HRB 샤르도네 역시 백도와 레몬, 크림의 섬세한 아로마와 산미가 신선한 해산물 고유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남아 있는 향을 깨끗하게 정리해주는 와인이었다. 자리에 함께한 글로벌 와인 그룹 ‘아콜레이드’의 24대 총괄 와인 메이커 헬렌 멕카시는 “이 와인은 그룹 내 와인 메이커들에게도 인기가 좋은 와인”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톱 4 와인그룹 아콜레이드의 총괄 와인 메이커 헬렌 맥카시. 사진 아영FBC

글로벌 톱 4 와인그룹 아콜레이드의 총괄 와인 메이커 헬렌 맥카시. 사진 아영FBC

물론 해산물 요리엔 산미 좋은 화이트와인을 빼놓을 수 없다. 다음으로 맛본 아일린 하디 샤르도네처럼. 아일린 하디는 창업 주 토마스 하디의 질부(姪婦)로,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하디스 가문을 이끌며 호주 와인 업계를 발전시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만든 와인이 바로 이 ‘아일린 하디’ 시리즈다. 이날 부드럽게 익힌 연어에 허브 넣은 버터 소스를 뿌린 요리와 곁들여 나왔는데 리치한 연어의 맛과 아일린 하디의 달콤한 과실 향과 산미가 입안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아일린 하디 샤르도네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잰시스 로빈슨에게 호주 최고의 샤르도네로 평가받은 바 있다.

호주 와인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품종이 바로 ‘쉬라즈’다. 쉬라는 원래 프랑스 론(Rhone) 지방의 토착 품종이었는데, 남호주의 따뜻한 기후에서 잘 자라 호주 대표 품종이 됐다. 아일린 하디 쉬라즈도 남호주의 맥라렌 베일의 포도로 만들어 진한 다크초콜릿과 자두, 향신료의 아로마로 꽉 채워진 것이 특징이다. 진한 과실 향과 함께 스파이시하고 깊이 있는 맛이 함께 나온 오리 요리와도 좋은 조합을 선보였다.

스파이시한 맛이 특징인 쉬라즈는 오리고기와 곁들여도 훌륭하다. 사진 아영FBC

스파이시한 맛이 특징인 쉬라즈는 오리고기와 곁들여도 훌륭하다. 사진 아영FBC

마지막 페어링은 제주 흑돼지와 토마스 하디 카베르네 쇼비뇽이었다. ‘토마스 하디’는 앞서 소개한 아일린 하디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창업주 토마스 하디를 기리기 위해 만든 플래그십 와인으로 그중 카베르네 쇼비뇽은 호주의 보르도라고 부르는 쿠나와라와 서호주의 마가렛 리버 두 지역의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다. 달콤한 자두와 멀베리의 과실 향과 함께 정향이나 넛맥 등 향신료의 아로마도 느껴진다. 특히 고소하고 담백한 제주 흑돼지 볼살 요리와 곁들였을 때 깊은 여운이 남는 맛이 인상적이었다.

한편, 하디스 와인은 1853년 토마스 하디가 남부 호주에 와인 양조장을 설립한 이래 5대에 걸쳐 운영되고 있는 호주 대표 와인 브랜드다. 남호주를 비롯해 호주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호주 와인 최초로 영국에 수출한 와인으로 유명하다. 현재도 영국 와인 시장에서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안혜진 쿠킹 에디터 an.h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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