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킹]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쿠킹]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 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1920년대 이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칵테일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진 해리스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 대표 술이라고 하면, 보통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하는 브랜디 ‘코냑’이나 와인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코냑과 와인은 프랑스에서 많이 소비되는 술이죠. 그럼 프랑스 칵테일은 어떨까요? 현업에 종사하시는 바텐더 혹은 믹솔로지스트(칵테일 전문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칵테일을 바로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들이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의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칵테일을 파는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파리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는 물론이고 프랑스풍의 식당 ‘브라셀리(brasserie)’에서도 칵테일을 많이 판매하니까요. 물론 훌륭한 술집과 클럽도 많이 있답니다.   1920년대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인에게 칵테일은 조금 낯선 술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칵테일이 언급된 것은 1889년 에밀 르프브르(Emile Lefeuvre)가 출판한 『미국, 영국, 이탈리안 술을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Méthode pour composer soi-mème les boissons américaines, anglaises, italiennes)』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이 나온 후 얼마간은 칵테일에 관해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듯합니다. 왜냐면 프랑스는 칵테일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술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특히 와인이 대세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큰 이슈가 발생하면서, 프랑스 파리의 칵테일 문화도 바뀌게 되죠. 바로 금주법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며 주류 업계의 여러 종사자, 그러니까 바텐더와 바 소유주 그리고 술을 원하는 소비자 같은 사람들이 유럽으로 넘어갔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음주문화가 성황이었다고 해요. 이렇게 칵테일 붐이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칵테일 문화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자리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의 몇몇 호사가들은 “칵테일의 발전은 프랑스 파리의 카페가 만들어 낸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미국의 금주법 같은 상황들이 겹쳐 있었고 다른 나라들도 칵테일이 발전하던 시기라 100%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많은 종류의 클래식 칵테일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건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재료를 이용해 프랑스에 있는 술집에서 탄생한 여러 종류의 클래식 칵테일들은 미국인, 아일랜드인, 영국인 바텐더들이 만들어 낸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파리에 위치한 해리스 뉴욕바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진 해리스 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그중에서 특히 유명했던 바텐더와 바가 있습니다. 파리에 있는 ‘해리스 뉴욕바(Harry’s New York Bar)’에서 근무하던 밥 카드(Bob Card)와 해리 맥켈혼(Harry Macelhone), ‘라 정글(La Jungle)’에서 근무하던 지미 차터스(Jimmy Charters)입니다. 그들 중 밥 카드는 해리스 뉴욕바에서 일하며 ‘터널(Tunnel)’이라는 칵테일을 개발해 1929년 국제 프로 바텐더 챔피언십에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     파리는 물론 프랑스 남부 해변 도시까지 칵테일 붐이 일어나면서 반작용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프랑스 와인 회사들은 19세기 후반까지 인기를 끌던 압생트(여러 식물의 추출물을 섞어 증류한 술입니다. 일명 ‘악마의 술’이라 불렸으며 향정신성 약물 및 환각제로 묘사되어 판매가 금지됐다가 1990년대에 일부 술의 레시피를 수정 보완해 재판매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 칵테일 불매운동, 반 칵테일 광고 캠페인 등을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상품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며 반대 운동을 한 것이죠.     그 와중에 몇몇 주류회사들은 오히려 칵테일의 유행을 기회로 삼아 각자 회사에서 판매하는 주류를 홍보했습니다. 노일리 프랏(Noilly Prat), 페르노(Pernod), 쿠앵트로(Cointreau) 등, 여러 회사가 자사 제품을 이용해 칵테일을 개발하고 홍보하면서 회사 매출을 올렸죠. 당시에 등장한 칵테일 중에는 ‘사이드카(The Side Car)’, ‘칵테일 프랑스(The Cocktail France)’, ‘알래스카(Alaska)’가 대표적입니다. 요즘은 클래식 칵테일 또는 빈티지 칵테일로 분류되고 있죠.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독하게 깔끔한 맛을 표현해내는 남자다운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The Boulevardier)’   프랑스를 대표하는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도수는 32.43%이다. 사진 김형규 “이탈리아에 네그로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블러바디에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네그로니와 흡사한 레시피의 칵테일이죠. 많은 미국 기자들이 1920년대에 파리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던 술집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외국 기자들이 자주 마시던 칵테일이 바로 ‘블러바디에’입니다. 블러바디에는 ‘큰 대로를 걸어 다니는 행인’이라는 뜻으로 Boulevard(대로)+ier(접미사)가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버번위스키의 독함이 느껴지고, 뒤에 깔끔하고 달콤함이 따라오는 술입니다.     재료 준비 라이 버번위스키 45mL, 캄파리 30mL, 스위트 베르무트 30mL, 오렌지 트위스트(가니시용),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가니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는다.   2. ➀에 얼음을 반쯤 채우고 20초 정도 잘 저어준다.   3.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에 완성한 칵테일을 넣은 후 가니시를 얹는다.     ② 브랜디의 섬세함과 상큼한 시트러스가 매력적인 ‘더 사이드카(The Side Car)’   더사이드카는 시트러스한 맛과 향이 가미된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이다. 도수는 24%. 사진 김형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즐겨 만드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사이드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얽혀 있습니다. ‘해리스 뉴욕바(Harry’s New York Bar)‘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더 리츠(The Ritz)‘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죠. 바를 찾는 단골손님이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술집을 찾아, 이 술을 자주 주문하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브랜디의 맛 뒤에 따라오는 오렌지와 레몬의 맛이 특징입니다.     재료 준비 브랜디 45ml, 오렌지 리큐르 30mL, 레몬주스 30mL, 오렌지 또는 레몬 껍질(가니시용), 칵테일 글라스 만드는 법   1. 가니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칵테일 셰이커 안에 넣은 후 얼음을 2/3 정도 채우고 뚜껑을 닫는다.   2. 내용물이 차가워지면서 잘 섞일 수 있도록 셰이커를 잘 흔들어준다.   3. 칵테일 글라스 안에 얼음을 제외한 칵테일만 조심스럽게 따르고 가니시로 마무리한다.         ■  「 DRINK TIP 맛있게 즐기는 법  ▪ 파리지앵 칵테일과 어울릴 1920~1930년대 플레이리스트 Jelly Roll Morton ‘Black Bottom Stomp’(1926) Louis Prima ‘Sing It Way Down Low’(1934) Miff Mole ‘The New Twister’(1927) ▪ 파리지앵 칵테일과 어울릴 영화 제목 :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감독 : 우디 앨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1920년대의 프랑스를 재현했는데요. 당신의 분위기를 화면으로 보면서 파리지앵 칵테일을 마셔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금주법 시대를 추억하며, 은밀한 칵테일 한 잔 [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 미각을 깨우는 식전 칵테일 한 잔!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문화 [쿠킹] 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2022.09.23 09:00

  • 미각을 깨우는 식전 칵테일 한 잔!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문화 [쿠킹]

    미각을 깨우는 식전 칵테일 한 잔!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문화 [쿠킹]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 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사 전후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 사진 Italy On This Day   음식과 음료에 둘러싸인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탈리아는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일단, 간식 시간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점심 전에 먹는 간식(스푼티노, spuntino),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메렌다, Merenda)도 있죠. ‘아페리티보(Aperitivo)’라는 것도 있습니다. 저녁 식사 전에 마시는 식전주입니다. ‘열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유래한 말로,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술입니다.     식후에 마시는 술도 있습니다. ‘그라파(Grappa)’라는 술인데, 와인 양조 과정에서 포도를 압착하고 남은 고형 포도, 즉 포마스(Pomace)라고 불리는 포도 찌꺼기를 증류한 브랜디의 일종입니다. 식전에 마시기도 하지만, 소화를 돕는다고 해서 주로 식후에 마시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라파에 에스프레소를 섞어 마시기도 합니다. 이름은 ‘카페 코레토(Caffe Corretto)’입니다. 카페 코레토에 어떤 그라파를 얼마나 섞을지는, 주문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바텐더나 바리스타가 직접 그라파를 넣어주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인 관행은 손님 취향에 따라 스스로 그라파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안티카 포뮬라 베르무트는 이탈리아에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주류다. 사진 Antica Formula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페리티보를 통해 식음료 문화를 보편적으로 잘 즐기고 있습니다. 아페리티보 문화가 발달한 게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Antonio Benedetto Carpano)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합니다. 허브를 연구하던 학자이자 증류업자인 카르파노가 1786년에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에서 주정 강화 와인의 일종인 ‘베르무트(Vermouth)’를 발명하면서부터이죠. 주정 강화 와인은 알코올 도수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 와인에 브랜디나 과즙을 첨가한 와인을 말합니다. 포트와인이나 셰리와인이 대표적인 주정 강화 와인입니다.     카르파노가 만든 베르무트의 이름은 ‘안티카 포뮬라(Antica Formula)’입니다. 카르파노는 본인의 와인 가게 맞은편에 있던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군주인 빅토리아 아마데우스 3세에게 베르무트를 진상했고, 왕은 굉장히 만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왕실에 베르무트를 들였다고 하죠. 기존 와인과 달리 맛이 달콤하고 향이 특별했던 베르무트는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왕실이 선택한 술이라는 유명세까지 더해져 카르파노의 와인 가게는 항상 문전성시였다고 합니다.     매혹적인 붉은 빛과 쓴 맛이 특징인 캄파리는 수많은 칵테일의 재료로 쓰인다. 사진 camparino 공식 홈페이지 가스파레 캄파리(Gaspare Campari)라는 음료 제조업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4세부터 카페에서 웨이터 겸 식기세척 일을 했던 그는 1860년 노바라(Novara)라는 마을에서 빨간색 술을 발명합니다. 이후 마을에 작은 카페를 열었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음료 레시피를 실험해 ‘캄파리(Campari)’라는 술을 만들게 됩니다. 캄파리 특유의 짙은 빨간색은 코치닐 곤충을 으깨 추출한 카민이라는 염료로 착색했는데, 오늘날에는 다른 방법으로 빨간색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후 밀라노로 이사한 가스파레 캄파리는 ‘캄파리 비터스(Campari Bitters)’를 만들어 또 한 번 인기를 얻습니다.     카르파노가 만든 ‘안티카 포뮬라 베르무트’와 가스파레 캄파리의 ‘캄파리’는 이탈리아에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주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칵테일은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 이 두 가지 말고도 훌륭한 술이 상당히 많습니다. 삼부카(Sambuca), 리몬첼로(Limoncello), 아마로(Amaro) 등이 있고, 그 안에서도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죠. 이탈리아를 감히 리큐르(Liqueur, 혼성주)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➀ 미각을 살려주는 마법의 묘약 ‘아메리카노 칵테일(Americano Cocktail)’ 첫맛은 쌉싸름하면서 뒤따라오는 달콤한 허브향이 특징인 아메리카노 칵테일. 도수 12%로, ‘국제바텐더협회(IBA: International Bartender Association)’ 공식 인정 칵테일이기도 하다. 사진 김형규 쓴맛을 가진 이탈리아의 식전주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 탄산수를 사용해 만든 칵테일입니다. 주로 식전에 마시거나 식후에 소화용으로 마시기도 하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이자 칵테일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이탈리아 칵테일 ‘네그로니(Negroni)’와 맛이 흡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네그로니보다 음용하기 편한 칵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칵테일이 그렇듯 기원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1860년 밀라노에 있는 술집 ‘가스파레 캄파리(Gaspare Campari)’에서 개발했다고 알려집니다. 1930년대 미국에서 활약하던 이탈리아 복싱 선수 프리모 카르네라의 별칭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죠.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칵테일로도 유명한데,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소설책 ‘카지노 로얄’에서 주문한 첫 번째 칵테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재료 준비 캄파리 30mL, 스위트 베르무트 30mL, 탄산수 30mL, 오렌지 슬라이스와 레몬 껍질(가니시용),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   만드는 법 1.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에 위의 재료를 전부 넣는다. 2. ➀에 얼음을 반쯤 채우고 20초 정도 잘 저어준다.     ➁ 한잔의 브런치 같은 칵테일, ‘벨리니(Bellini)’ 벨리니는 달콤한 복숭아 향과 맛,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청량감이 부드러운 칵테일이다. 도수는 24%이고, ‘국제바텐더협회(IBA)’ 공식 인정 칵테일이다. 사진 김형규 이탈리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유명한 칵테일입니다. ‘롱 드링크(천천히 즐기는 형태의 칵테일)’의 범주에도 속하는 칵테일로써, 달콤하며 부드러운 탄산이 인상적이죠.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해리스 바(Harry’s Bar)’의 헤드 바텐더 주세페 키프리아니(Giuseppe Cipriani)가 개발한 칵테일입니다. 이 칵테일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꽤 재미있습니다. 주세페는 호텔 유로파(Hotel Europa)에서 일하던 바텐더였죠. 그런데 호텔 바의 단골이던 해리 피커링(Harry Pickering)이라는 보스턴 출신 손님이 어느 날부터인가 바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전해 들은 사연은 이랬습니다. 해리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가족이 그의 모든 금전 거래를 중지시켰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세페는 해리에게 1만 리라를 빌려줬고, 2년 후 해리는 주세페에게 5만 리라로 빚을 갚았다고 합니다. 또 해리는 주세페에게 본인의 술집을 열라고 권하며, 술집 이름은 ‘해리스 바(Harry’s Bar)로 지어달라고 했다죠. 후에 해리스 바가 인기를 얻고 벨리니도 개발해 인기메뉴가 됐다고 합니다. 해리스 바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베니스의 술집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재료 준비 복숭아 퓌레 혹은 주스 30mL, 프로세코(이탈리아 스파클링와인) 90mL, 샴페인 글라스.    만드는 법 1. 샴페인 글라스에 복숭아 퓌레→프로세코 순서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붓는다. 이때 너무 급하게 따르면 거품이 만들어져 잔 밖으로 내용물이 쏟아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2. 가니시는 따로 없다.       ■  「 DRINK TIP 맛있게 즐기는 법    ▪ 칵테일이 더 맛있어지는 음악 페어링  레나토 카르소네(Renato Carosone) ‘Tu Vuò Fa' L'Americano’    레나토 카르소네(Renato Carosone) ‘Mambo Italiano’   토토 쿠티뉴(Toto Cutugno) ‘L’Italiano’       ▪ 이탈리아 식전주를 편하게 즐기는 법  대체로 이탈리아의 식전주는 쓴맛이 강한 것, 또는 독특한 허브향을 포함해 뒷맛이 달콤한 것이 주를 이룹니다. 이 같은 이탈리아 식전주를 조금 더 편하게 마시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얼음을 녹여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쓴맛이 강한 술에 오렌지나 레몬,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 과일들을 슬라이스 해 술잔 안에 같이 넣고 천천히 마시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탄산수 혹은 스파클링 와인을 살짝 섞으면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헤밍웨이는 낮술로 즐겼다…쿠바의 칵테일 국가대표, 모히토 [쿠킹][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쿠킹] 금주법 시대를 추억하며, 은밀한 칵테일 한 잔  

    2022.08.12 09:00

  • 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일본에선 어떤 칵테일 마실까? ‘하이볼’과 ‘미즈와리’ [쿠킹]

    호야 킴의〈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선술집 '이자카야'는 일본의 대표적 주류 문화이다. 사진 pexels   일본의 주류문화는 우리에게도 낯익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일단 거리가 가깝고, 현대의 사람들은 각국의 문화를 서로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일본에서는 한류를, 한국에서는 일본 문화를 많이 접할 수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의 대표적 주류문화로는 선술집 이자카야가 있죠. ‘이자카야’라고 하면 보통 안주 요리와 생맥주부터 떠올리지만, 하이볼(HighBall, ハイボール) 칵테일과 미즈와리(水割り)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이볼은 위스키 혹은 도수가 높은 술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칵테일인데,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습니다. 미즈와리는 ‘위스키에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을 뜻합니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위스키를 저렴하게 마시는 방법의 하나였죠. 미즈와리가 처음 알려진 건 1950년쯤으로 추측되지만, 패전 이후에 경제적인 성장을 하면서부터 더욱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일본은 서양식 바 문화를 굉장히 오래전부터 받아들였습니다. 메이지 유신 이전부터 서양식 바 문화를 즐기던 나라였죠. 특히 미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1860년쯤 요코하마(橫浜) 호텔 내에 문을 연 최초의 웨스턴 바를 시작으로 일본의 서양식 바 문화가 발전했습니다. 당시에는 바 벽에 있는 시계에 대고 권총을 쏘는 음주 게임도 즐겼다고 합니다. 후에 시간이 좀 흘러 1890년대에 독일 태생의 루이 에핑거(Louis Eppinger)라는 바텐더가 요코하마의 그랜드 호텔(Grand Hotel)에서 일하면서 밤부(Bamboo) 칵테일과 밀리언 달러(Million Dollar) 칵테일들을 판매했습니다.   일본 NHK 드라마 '맛상'은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와 그의 부인과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사진 NHK 홈페이지   일본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위스키 5대 생산국에 포함된 나라이기도 합니다. 위스키 생산국은 점차 늘어나는 중(대만과 인도 위스키도 인지도를 올리고 있죠)이지만, 위스키 강국이라 불리는 5대 생산국은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미국, 캐나다 그리고 일본입니다. 일본 위스키는 각종 세계 위스키 품평회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죠. 위스키에 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2014년엔 위스키를 소재로 한 드라마도 방영됐죠. NHK에서 제작한 ‘맛상(マッサン)’’이라는 아침 드라마입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츠루 마사타카(竹鶴政孝)와 그의 부인 제시 로베르타 코완(Jessie Roberta Cowan), 일명 ‘리타’와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드라마입니다.   ‘맛상’은 리타가 남편 타케츠루 마사타카를 부르던 애칭이라고 합니다. 당시 이 드라마의 폭발적인 인기로 주인공 타케츠루의 이름을 딴 닛카의 위스키 ‘타케츠루 17년’과 산토리의 ‘야마자키 12년’ 품귀 현상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이때 일본 위스키들의 평균 가격도 많이 상승했습니다. 2020년 8월 본햄스 홍콩 경매에서는 야마자키 55년산 위스키가 한화로 약 8억 9907만 원에 낙찰되는 일까지 벌어졌죠. 일본 위스키 경매가 중 가장 높은 기록이라고 합니다. 일본 위스키의 위상이 높아진 데는 드라마의 인기도 한몫을 했겠으나, 기저에는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이 제품생산에 적용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맛상'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요이치 증류소. 사진 일본정부관광국 홈페이지 캡처   드라마 ‘맛상’에는 실제 요이치 증류소가 배경으로 등장합니다. 산토리와의 계약 기간이 끝난 타케츠루가 독립하며 세운 증류소인데, 바로 지금 ‘닛카’의 전신입니다. 일본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요이치 증류소를 방문해 위스키를 ‘미즈와리’로 마셔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또, 일본만의 독특한 바 문화도 경험해보세요. 캐주얼한 분위기에 특이한 칵테일을 많이 접할 수 있는 서양식 바와는 달리, 일본식 바는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좀 더 차분하고 기술적이며 균형 잡힌 맛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서비스 방식도 다릅니다. 서양식 바는 손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친근함이 있다면, 일본식 바는 좀 더 정중하고 진중함이 느껴지죠.   ‘일본의 바’하면 제가 항상 떠올리는 곳이 있습니다. 도쿄 긴자에 위치한 ‘하이파이브(High Five)’라는 곳인데요. 일본식 바 문화를 경험하기 좋았던 장소입니다. 하이파이브의 특징은 커다란 구 형태의 얼음인 ‘아이스 볼’을 바텐더들이 직접 깎아준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커다란 얼음덩어리를 바텐더들이 칼로 조각해 볼 형태로 직접 만들었죠. 요즘엔 아이스 볼 얼음을 주문해서 사용하지만, 하이파이브에서는 아이스 볼을 깎는 바텐더들을 아직 볼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실 때 아이스 볼을 넣으면 얼음이 잘 녹지 않습니다. 덕분에 음료 본연의 맛을 크게 해치지 않죠. 시각적으로도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요.   일본인들은 칵테일도 좋아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선호하는 한 두 가지 칵테일 레시피를 알고 있다고 할 정도로 자주 칵테일을 마신다고 하죠. 최근에는 찻잎을 말려 가루로 만든 일본의 맛차(抹茶, まっちゃ)를 이용한 티 칵테일도 유행하고 있다고 하니, 저도 언젠가는 일본에 방문해 맛차를 이용한 티 칵테일을 즐겨 볼 계획입니다. 물론 아직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죠. 그래서 아쉬운 마음은 달래주고 여행 온 기분은 내줄 수 있는 칵테일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칵테일 레시피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고된 하루를 잊게 만드는 치트키 ‘위스키 하이볼(Whisky Highball)’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도 고깃집이나 선술집 같은 곳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하이볼 칵테일의 기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1895년 발간된 크리스 라울러(Chris Lawlor)의 『더 믹시콜로지스트(The Mixicologist)』라는 책에 기록됐다는 게 대표적인 이야기입니다. 1894년 패트릭 더피(Patrick Duffy)라는 사람이 한 유명 영국 여배우에게 만들어 줬다는 이야기도 있죠. 바텐더들끼리 음료에 관해 얘기하던 ‘슬랭(Slang)’이 시초라는 말도 전해집니다. 슬랭은 점잖지 않지만, 통속적으로 쓰는 말을 뜻하죠. 도수가 높은 술에 소다를 타는 방식을 바텐더들끼리 ‘하이볼’이라고 불렀다는 슬랭이 있었다는 설입니다. 하이볼은 무엇보다 뒷맛이 개운합니다. 도수가 높은 술에 탄산수를 섞어 만든 칵테일이라 그렇죠. 양념이 많이 들어간 안주나, 앉은 자리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며 하루의 고됨을 털어버리는 그런 술자리에 딱 어울릴 칵테일입니다.   도수 12%, 청량한 탄산감 뒤에 따라오는 부드러운 위스키 향의 ‘위스키 하이볼’.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위스키 60mL, 탄산수, 하이볼 글라스(맥주잔 혹은 약간 긴 잔을 사용해도 됩니다).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용량대로 위스키를 넣어준다.   2. 글라스 안에 얼음을 가득 넣고 취향에 따라 탄산수를 채운다.   3. 내용물들을 잘 저어 마무리한다.   ② 때로는 슈터, 때로는 마티니 ‘카미카제(Kamikaze)‘ 카미카제 칵테일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에 주둔하던 미국 해군기지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부터라고 알려져 있죠. 카미카제 칵테일에는 세 가지 재료만 들어갑니다. 보드카와 라임 주스, 오렌지입니다. 상큼함이 돋보이며 끝에는 적당한 묵직함이 따라오는, 대표적인 식전주 칵테일이죠. 마시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칵테일글라스에 따라 마시는 ‘마티니’ 스타일, 그리고 샷 잔에 따라서 한입에 마시는 ‘슈터’ 스타일입니다. 상큼한 맛 덕분에, 클럽이나 라운지처럼 격식 없고 신나는 장소에서는 ‘슈터’로 만들어 마시기도 합니다. 기분과 장소에 따라 원하는 방법으로 마시면 되는, 활용도 높은 칵테일입니다.   도수 24%, 은은한 시트러스 향 뒤에 따라오는 상큼한 맛의 ‘카미카제’.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보드카 45mL, 꼬인트루 15mL, 라임주스 20mL, 칵테일글라스, 레몬 트위스트 또는 라임 트위스트.   만드는 법 1. 재료를 전부 칵테일 셰이커 안에 부어준다.   2. 얼음과 함께 적당한 속도로 흔들어 섞어준다.   3. 글라스에 차 거름망을 이용해 내용물을 부어준다.   4. 레몬 트위스트 또는 라임 트위스트로 마무리한다.     ■  「 DRINK TIP 맛있게 마시는 법 ▪ 음악 페어링   타케우치 마리야(竹内 まりや) - Plastic Love ▪ 보드카 맛있게 마시는 방법   보드카는 냉동실에 보관해도 얼지 않습니다. 냉동실에 보관한 보드카가 얼음처럼 차가울 때 한 잔씩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한여름 더위를 날려 보낼 정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요. 한 가지 더! 만약 냉동실 안의 공간이 조금 여유롭다면 마티니 글라스는 냉동실에 보관하시는 걸 추천합니다. 칵테일을 만들어 마실 때 냉동실에 얼어 있던 글라스에 칵테일을 마시면 차가운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헤밍웨이는 낮술로 즐겼다…쿠바의 칵테일 국가대표, 모히토 [쿠킹]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쿠킹] 쓴맛 좀 아는 당신을 위한, ‘홉’ 풍미 가득한 맥주 추천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2022.06.30 09:00

  • 헤밍웨이는 낮술로 즐겼다…쿠바의 칵테일 국가대표, 모히토 [쿠킹]

    헤밍웨이는 낮술로 즐겼다…쿠바의 칵테일 국가대표, 모히토 [쿠킹]

    호야 킴의〈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오래전부터 칵테일 문화가 발전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 사진 unsplash   ‘미국-스페인 전쟁(1898년)’이 끝난 후인 1900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주둔 중이었던 한 미군 장교가 바카디(Bacardi) 럼에 라임 한 조각을 짜 넣고 콜라를 섞은 후, 같은 술집에 있던 사람들에게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쿠바 리브레(쿠바의 자유를 위하여)!” 바카디 럼과 라임, 콜라를 이용해 만든 칵테일의 이름이기도 하죠. 이번 칼럼에는, 자국의 이름이 들어간 칵테일을 보유한 나라 ‘쿠바’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쿠바 칵테일을 얘기할 때 연관 검색어처럼 줄줄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 리브레, 그리고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헤밍웨이의 유명한 말입니다.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는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이름이죠. 지금도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칵테일 ‘모히토’와 ‘다이키리’를 주문하는 필수 관광 명소입니다.   '모히토'가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라 보데기타. 사진 myguidecuba.com   쿠바에는 칵테일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많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쿠바가 예전부터 칵테일 문화가 보편적으로 발전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쿠바에서 칵테일이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관련돼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제가 미국의 금주령 이야기를 썼는데요. 바로 미국 금주령이 나비효과가 되어 쿠바 칵테일의 발전을 불러오게 됩니다. 쿠바와 미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대략 180㎞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미국에 본격적으로 금주령이 시행되자 미국인 관광객들과 바텐더들이 쿠바로 건너오게 됐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저렴한 물가 그리고 술과 함께 쾌락의 밤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 쿠바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쿠바엔 금주법이 없었죠(쿠바 리브레!). 당시 쿠바 바텐더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미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이것저것 레시피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쿠바는 미국-스페인 전쟁 전까지는 칵테일을 즐겨 마시는 나라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발 빠른 사업가들은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쿠바 호텔과 술집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쿠바에 바텐더들을 보냈죠.   1924년 설립된 ‘Club de Cantineros de Cuba(쿠바 바텐더협회)’. 사진 Club de Cantineros de Cuba 페이스북   쿠바에 미국인 바텐더들의 유입이 점차 많아지자 1924년 ‘Club de Cantineros de Cuba(쿠바 바텐더협회)’라는 단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설립 목적은 미국인 바텐더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회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 쿠바의 바텐더 단체로는 ‘Cuban Bartenders Association’, ‘Club de Cantineros de Cuba’ 이렇게 두 단체가 존재하며(둘 다 쿠바 바텐더 협회라는 뜻입니다), 세계 바텐더협회(International Bartender Association, IBA) 회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쿠바 칵테일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앞에도 언급했지만, 쿠바 칵테일을 말하며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빼놓을 수 없죠. 헤밍웨이가 쿠바의 호텔 ‘엠보스 문도스(Hotel Ambos Mundos)’에 살 때 아바나 구도심에서 가장 좋아하던 장소 두 곳이 바로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였습니다. 라 보데기타는 편의점처럼 운영되던 곳인데, 일부 단골손님들에게 스낵과 술, 음료들을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단골손님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는데 특히 지역의 작가, 음악가, 언론인들이 많이 방문했죠. 어느 날 단골 언론인 한 명이 벽에 본인의 서명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유명인이 벽에 서명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다이키리' 칵테일로 유명한 엘 플로리디타 바의 내부 모습. 사진 Wikipedia   엘 플로리디타는 원래 ‘피냐 데 플라타(Pina de Plata)’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가게인데요. 지금은 다이키리 칵테일의 요람이라는 뜻으로 ‘라 쿠나 델 다이키리(La cuna del daiquiri)’라고도 불린답니다. 참고로 이곳의 다이키리는 슬러시 형태로도 제공됩니다. 너무나 상징적인 칵테일이라 모히토와 다이키리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쿠바에는 두 가지 외에도 유명한 칵테일이 많습니다. ‘쿠바 리브레(Cuba Libre)’, ‘엘 프레시덴테(El Presidente)’, ‘엘 나시오날(El Nacional)’, ‘칸찬차라(Canchanchara)’도 쿠바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칵테일입니다.   미국과 달리 쿠바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또 아직 코로나 시대라 쿠바로의 여행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쿠바에 가지 못한다고, 쿠바의 칵테일을 맛보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가까운 바를 방문하거나 간단한 재료만 준비한다면 쿠바의 칵테일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쿠바를 상징하는 칵테일 레시피와 제가 추천하는 음악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자, 이제 여러 유명 인사들이 즐겼던 시원한 쿠바 칵테일들을 만들어보시죠.   ① 민초파와 반민초파도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칵테일 ‘모히토(Mojito)’ 모히토는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음료의 기원은 16세기 칵테일 ‘엘 드라케 (El Draque)’로 알려져 있는데요. 1586년 아바나를 방문한 영국의 해적 출신 선장이자 탐험가인 프란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 경의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레시피는 라임‧민트‧설탕으로 구성돼 있죠. 처음에는 약용으로 소비됐지만, 술꾼들이 그 맛과 효과를 즐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대사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칵테일이고,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낮에 즐겨 마셨던 칵테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모히토의 어원은 스페인어 ‘모자르(Mojar)’로 ‘젖어 있다’는 뜻입니다. ‘남미의 인디언들이 쿠바로 가져왔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보편적으로 모히토는 쿠바 전통 칵테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모히토는 달고 짜고 강한 양념들이 들어간 음식들과 특히 궁합이 좋습니다. 시원한 민트향이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꼭 여행지에서만이 아니라, 집에서 흔히 먹는 음식들과 함께 먹기에도 좋은 칵테일입니다.   도수 11.61%, 청량감 있는 민트향과 동시에 느껴지는 새콤달콤한 라임향,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럼주의 맛을 가진 ‘모히토’.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라이트 럼 45㎖, 생라임 3조각(웨지 형태), 무정제 설탕가루 2바스푼(혹은 티스푼), 생민트 (애플민트 혹은 스피아민트) 3줄기 또는 4줄기, 탄산수, 하이볼 글라스, 민트잎.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생라임 조각과 설탕 가루를 순서 상관없이 용량대로 전부 넣는다.   2. 라임 주스가 나오게끔 머들러(Muddler: 민트 잎이나 레몬껍질 등을 으깨 즙을 내는 도구)로 생라임을 꾹꾹 누른다.   3. 생민트를 추가한다.   4. 럼주를 잔 안에 부은 후 내용물들을 1차로 잘 섞는다. 5. 글라스 안에 얼음을 가득 넣은 후 탄산수를 붓는다.   6. 내용물을 다시 잘 섞고 가니시로 마무리한다.   ② 철광산의 이름에서 탄생한 보석 같은 칵테일 ‘다이키리(Daiquiri)’ 다이키리는 1898년 제닝스 콕스(Jennings Cox)라는 미국 광산 엔지니어가 쿠바 남동쪽 끝에 있는 광산 마을 다이키리에서 발명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10년 후, 미국 해군 의료 장교가 쿠바에서 워싱턴 DC로 레시피를 가져오면서 미국에 도입됐습니다. 후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죠. 다이키리는 두 가지 타입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클래식과 프로즌(Classic & Frozen) 타입입니다. 클래식은 칵테일 쉐이커를 이용해 만드는 방법이고, 프로즌은 블렌더(Blender)에 넣고 얼음과 함께 갈아서 마시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얼음과 함께 넣고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슬러시 형태로 나옵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즐겨 보세요.   도수 18.46%, 묵직한 럼주 맛 뒤에 따라오는 상큼한 시트러스향의 ‘다이키리’.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라이트 럼 60㎖, 라임 주스 30㎖(프레쉬 라임), 데메라라 슈거 시럽 20㎖, 칵테일글라스, 라임 트위스트.   만드는 법 1. 위 재료를 전부 칵테일 쉐이커 안에 부어준다.   2. 얼음과 함께 적당한 속도로 흔들어 섞어준다.   3. 글라스에 차 거름망을 이용해 내용물을 부어준다.   4. 라임 트위스트로 마무리한다.     ■  「 DRINK TIP 칵테일 맛있게 마시는 법 ▪ 음악 페어링 Dos Gardenias - Buena Vista Social Club ▪ 슬러시 형태의 칵테일을 만들 때 주의할 점 내용물과 얼음을 넣고 블렌더를 돌릴 때, 얼음 양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음을 너무 많이 넣으면 칵테일 맛이 없어지므로 중간중간 확인하면서 만들어야 적당한 슬러시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과일 시럽을 넣으면 더욱 맛있는 칵테일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산 베드렌 시럽 종류를 추천합니다. 」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2022.05.19 00:10

  •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낮술 한 잔에 삶이 새로워진다면? 영화 ‘어나더 라운드’와 ‘사제락’ [쿠킹]

    정인성의 〈영화로운 술책〉 여러분은 술에 무엇을 곁들이시나요. 맛있는 안주, 아니면 신나는 음악? 혹시 소설과 영화는 어떠세요? 재미있는 이야기와 함께 술을 마시는 시간은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해 줍니다. 술 마시는 바와 심야서점이 더해진 공간, ‘책바(Chaeg Bar)’가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죠. 책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술은 단순한 소품을 넘어 등장인물의 심리, 장면의 분위기, 상황의 메시지를 전달하곤 합니다. 책과 영화 그리고 술을 사랑하는 정인성 대표가 맛있는 술과 가슴속에 깊이 남을 명작을 함께 추천해 드립니다.   영화 '007 카지노 로얄'에서 르쉬프 역할로 등장한 매즈 미켈슨의 모습. 사진 007.com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만의 인생 ‘빌런’이 있다. 내가 응원하는 주인공을 괴롭히고 임무를 끝까지 방해하는 그런 나쁜 녀석들 말이다. 빌런이 극악무도할수록 영화의 긴장감은 올라간다. 보는 내내 온몸에는 땀이 맺히고, 끝난 뒤에는 ‘좋은 영화’라고 기억에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 빌런은 영화 ‘007 카지노 로얄’의 르쉬프다. 조커나 타노스처럼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빌런은 아니다. 하지만 제임스 본드를 고문하면서 육중한 추로 그의 낭심을 강타한 인물이라고 설명하면, 눈이 번쩍! 할지도 모르겠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마치 내 고통인 것처럼 아랫배를 어루만지며 괴로워했다. 나였으면 진작에 불었을 거야, 모든 것을 말했겠지, 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면서.   영화 속 르쉬프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이지만, 실제로는 피눈물을 흘리는 미스터리한 인물이기도 했다. 이 역할을 통해 덴마크 배우 매즈 미켈슨(Mads Mikkelsen)은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영원한 빌런이었던 그가 한없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격의 없이 춤추는 영상을 보게 됐다. 그것도 각양각색의 술을 마시면서. 영화 ‘어나더 라운드’의 트레일러였다. 서둘러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에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았다. 그날 밤, 키핑해 둔 ‘로얄 살루트(Royal Salute)’ 21년을 꺼낸 뒤 경건한 마음으로 재생 버튼을 눌렀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에서 술을 마시고 춤을 추는 매즈 미켈슨의 모습. 사진 엣나인필름   ‘인간은 혈중 알코올 수치가 부족하다. 0.05%가 유지되면 더욱 느긋해지고, 음악적이고, 개방적이 된다.’   기막힌 가설을 던지며 영화는 시작한다. 노르웨이 정신과 의사인 핀 스코르데루(Finn Skårderud)의 주장이란다. 혹시 실존 인물인가 궁금해서 구글링했더니 위키피디아에 사진까지 존재했다. 근거 있는 가설이었다. 참고로 혈중 알코올 0.05%는 소주로 두세 잔, 맥주로는 두 캔 정도 마시면 도달하는 수치다.   니콜라이는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하던 밤, 흥미로운 가설을 제안한다. 사진 엣나인필름   같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는 일상이 지루하고 때때로 우울하다. 수업에 열정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가족들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네 명이 모여 마흔 번째 생일을 축하하던 밤, 니콜라이는 가설을 던지며 실험을 함께 할 것을 동료들에게 제안한다. ‘언제나 0.05%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지할 것, 단, 저녁 여덟 시 이후엔 손대지 말 것’이란 제안이다. 여덟 시의 근거는 작가 헤밍웨이로부터 왔다. 그는 소문난 애주가였지만, 다음 날 새벽부터 글을 쓰기 위해 저녁 여덟 시 전까지만 술을 마셨다. 그렇게 그들은 매일 낮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목적은 엄연히 일과 삶의 기쁨을 위해서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에서 매즈 미켈슨은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는 역사 선생, 마르틴을 역을 맡았다. 사진 엣나인필름   매즈 미켈슨이 연기한 마르틴은 역사 선생이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외면받고, 학생들에게는 수업 내용을 지적받는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실험에 참여하며 수업 시작 직전에 보드카 ‘스미노프 레드’를 몰래 마신다. 보드카는 무향‧무색‧무취의 증류주다. 음주 사실을 숨기기에 이만한 술도 없으리라. 그리고 그는 수업에서 명강의를 펼친다. 감탄한 학생들은 박수를 보냈다. 마르틴만이 아니라 니콜라이와 페테르, 톰뮈까지, 모두의 삶에 활력이 생긴다. 0.05%는 기적의 수치였다. 이카루스가 태양을 향해 멈추지 않고 날아가듯, 그들 역시 더 높은 도수를 향해 간다. 마음먹고 숙소까지 잡은 날, 니콜라이는 동료들에게 한 칵테일을 소개한다. 그 이름은 바로 ‘사제락’. 보는 순간 놀랐다. 이 영화…, 정말 제대로인데?   사제락(Sazerac)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칵테일 중 하나로 알려졌다. 얼마나 오래됐냐 하면 1860년대에 있었던 미국 남북전쟁 이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들어가는 재료는 브랜디, 압생트, 페이쇼드 비터 그리고 설탕이다. 필록세라(포도 재배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는 진딧물)로 인해 유럽의 와인 생산량이 줄어든 이후로는 브랜디 대신 라이 위스키(호밀을 주원료로 만든 아메리칸위스키)를 병행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제락은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외양은 아니지만, 향과 맛은 매우 훌륭하다. 개인적으로 레몬 필과 압생트 그리고 라이 위스키의 융화된 향을 좋아한다. 사진 정인성   사제락의 핵심은 ‘페이쇼드 비터’다. 비터는 식물성 물질로 쓴맛을 내는 알코올 에센스다. 칵테일의 풍미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하는데, 비빔밥에 넣는 참기름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다. 사제락에 쓰인 페이쇼드 비터는 미묘한 단맛과 향긋한 꽃향이 나는데, 앙투안 페이쇼드라는 약재상이 1830년대에 개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가 브랜디에 페이쇼드 비터를 넣어 만든 게 바로 사제락이다. 덕분에 페이쇼드 비터는 사제락의 대체 불가능한 재료가 됐다.   영화에서 니콜라이는 사제락을 소개하며 레시피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이런 상냥한 영화가 다 있을까. 그의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믹싱 글라스(고등학교 과학 시간에 사용했던 비커를 떠올리면 된다)와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준비한다. 글라스 안쪽 면에 압생트를 골고루 묻히고 믹싱 글라스에 버번위스키 50㎖와 압생트 10㎖ 그리고 페이쇼드 비터 1대시(약 1㎖)를 따른 뒤 각설탕 하나를 함께 넣어 으깬다. 믹싱 글라스 안의 용액을 커다란 얼음과 함께 차가워질 때까지 젓는다. 용액이 차가워지면 얼음이 채워진 올드 패션드 글라스에 따르고, 오렌지 껍질을 사용해 향을 낸다. 압생트와 오렌지의 향이 절묘하게 더해져 달콤하고 쌉싸름한 맛의 사제락이 완성된다.   글라스 내부에 압생트를 묻히는 디테일을 보고 놀랐다. 토마스 빈터베르 감독은 분명 사제락을 즐겨 마셨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 속 레시피는 바텐더들이 만드는 방법과는 조금 다르다. 버번위스키를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며, 오렌지보다는 레몬으로 향을 낸다. 무엇보다도 사제락은 고유의 맛을 즐기기 위해 얼음 없이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얼음이 녹으면서 점차 맛있어지는 칵테일이 있지만, 사제락은 반대에 가깝다. 잘 만들어진 사제락은 눈물이 글썽여질 정도로 맛있다. 단, 30도가 넘으니 술 잘 마시는 분들에게만 추천한다.   삶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흥미로운 가설을 검증하는 니콜라이, 마르틴, 페테르, 톰뮈. 사진 엣나인필름   그런데, 감독은 수많은 칵테일 중에 왜 사제락을 넣었을까. 앞서 말했다시피 사제락은 세계 최초의 칵테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야말로 ‘시작’이란 의미가 있는 칵테일이다. 영화 속 네 명의 남자는 본격적인 실험을 앞두고 있다. 삶의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실험이다. 술에 관심 있는 니콜라이는 자신들에게 어울리는 칵테일로 자연스레 사제락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들의 실험은 과연 어떻게 끝났을까?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2021년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성은 인정받았으니, 집 어딘가에 보관해둔 술과 함께 영화를 볼 때가 됐다. 책바에서 이어폰 끼고 영화를 보면서 사제락을 함께 곁들이는 것도 추천한다.   정인성 책바 대표, 작가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쿠킹] 금주법 시대를 추억하며, 은밀한 칵테일 한 잔[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족발엔 이 맥주가 딱이더라"…전문가 추천, 편의점 라거 3종 [쿠킹]

    2022.05.12 00:10

  • [쿠킹] 금주법 시대를 추억하며, 은밀한 칵테일 한 잔

    [쿠킹] 금주법 시대를 추억하며, 은밀한 칵테일 한 잔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플레어 바텐딩'은 술병을 현란하게 돌리고 입으로 불을 내뿜는 등 미국 칵테일의 엔터테인먼트적인 특징을 잘 보여준다. 사진 World Flair Association 홈페이지   미국은 ‘칵테일’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고 정의 내려진 곳입니다. 1803년 신문 ‘더 파머스 캐비닛(The Farmer's Cabinet)’에 ‘칵테일’이라는 단어가 최초로 기록됐죠. 뒤이어 1806년 5월 13일자 뉴욕주 허드슨에서 발행하는 신문(The Balance, and Columbian Repository)에서 처음으로 칵테일을 술의 한 종류로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이 미국을 칵테일 종주국으로 생각합니다.   미국 칵테일은 변화무쌍하고 혁신적입니다. 또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플레어 바텐딩(Flair Bartending)’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했었죠. 술병을 현란하게 돌리고 가끔 입으로 불을 내뿜는 바텐더들의 모습이 기억나실 겁니다. 그럼, 요즘 트렌드는 어떨까요? 지금 미국에서는 무려 1830년대 뉴올리언스 스타일 칵테일과 빈티지 칵테일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하죠. 클래식 칵테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칵테일들이 인기라고 합니다.   HBO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1988~2004년)’ 스틸 컷. 사진 HBO 홈페이지   우리에겐 조금 특별한 날 칵테일을 마시는 이미지가 있지만, 미국에서는 칵테일을 마시는 것이 일상적인 일입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칵테일을 주문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하죠.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도 흔히 나오지만, 옛날 드라마에도 주인공들이 친숙하게 칵테일을 시킵니다. 예를 들어 HBO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1988~2004년)’에서는 주인공 캐리가 어디를 가든 ‘코스모폴리탄’을 주문합니다. NBC 드라마 ‘마이애미 바이스(Miami Vice, 1984~1989년)’의 남자 주인공은 여자를 만날 때 항상 ‘모히토’를 주문합니다. 이런 장면들이 절대 과장된 것이 아니라고 하네요. 심지어 미국 사람들 대부분은 좋아하는 칵테일 레시피 2~3개 정도는 외우고 있고, 직접 만들어 마실 수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칵테일 문화가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금주법’(Prohibition Law)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칵테일이 개발되고 칵테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때가 금주법 시대였죠. 금주법이 시행된 1920년대 초반부터 1933년까지 미국은 ‘주류 문화의 암흑기’를 겪었습니다. 칵테일은 물론 모든 술의 제조와 유통이 금지된 이때 미국 칵테일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됩니다. 금주법 시대 불법으로 유통되는 저급한 술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맛을 표현하는 칵테일들이 탄생하게 된 겁니다.   약용 알코올 사용 허가증. '금주법' 시대에 알코올을 약용으로 쓰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사진 네이버 지식백과   금주법 당시 미국에서 생산되던 많은 종류의 버번(Bourbon)위스키, 맥주, 그 외 다수의 주류 증류소 및 양조장이 문을 닫았고 하루아침에 수천 개의 술집이 폐업해야 했습니다. 합법적으로 술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자 사람들은 편법 혹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술을 구하기 시작했죠. ‘의학 치료’ 목적으로 일부 술을 생산할 수 있는 의사, 혹은 불법 밀주업자와 밀수업자에게 술을 구했다고 합니다. 국경을 마주하는 캐나다에서 몰래 술을 밀수해서 판매하는 밀수업자들이 판을 쳤던 세상이죠. 피해 사례도 많았습니다. 불법으로 생산된 술을 마시고 눈이 멀어버리거나 심장마비로 죽는 사람들이 생긴 겁니다. 게다가 밀수하는 술에는 세금이 매겨지지 않죠. 그 어마어마한 이권을 서로 차지하려는 갱들 간의 분쟁도 많았습니다. 이때 세를 불린 것이 그 유명한 마피아 ‘알 카포네’입니다.   금주법 시대에 일반인들에게 술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개인 무허가 술집, 스피크이지 바가 운영되었다. 사진 The Mob Museum 홈페이지   이 와중에 새로운 문화도 생겨납니다. 일반인들에게 술을 불법으로 판매하는 바가 문을 열었죠. 바로 ‘스피크이지(speakeasy)’라고 불리는 개인 무허가 술집입니다. 단속을 피하려고 숨겨진 공간에 ‘간판 없는’ 술집을 만들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암호를 공유해 손님을 가려 받았죠. 당시 스피크이지 바에서는 희한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는데, 경찰서 서장이나 사회 지도층 그리고 갱단의 두목들이 같은 바에 앉아 술을 마셨다고 합니다. 상상만으로도 흥미로운 광경이 아닐 수 없네요. 그런데 스피크이지 바에서 파는 술은 영 시원치 않았습니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술의 품질이 좋을 리가 없기 때문이죠. 바로 이 시기에 칵테일이 성행했는데요. 질 낮은 술맛을 감추기 위해 이것저것 섞어 맛을 낸 겁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그 옛날 금주법 시대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요. 운영시간 제한 등 몇 가지 방역 조치 때문에 바와 레스토랑, 식당 같은 장소에서 늦은 밤까지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실 수 없는, 그런 시간을 겪어왔기 때문이겠죠. 코로나19가 우리나라 ‘바 문화의 암흑기’를 만든 셈이죠. 물론, 금주법 시대보다는 코로나 시대가 나은 상황입니다. 그 옛날 미국은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불법이었으니까요.   4월의 칵테일은 금주법 시대 미국을 떠올리게 할 메뉴로 골라봤습니다. 당시 미국 스피크이지 바에 자주 울려 퍼졌던 재즈 음악을 들으며, 또 ‘거리두기’가 온전히 해제될 그 날을 상상하며 집에서 은밀하게 칵테일을 만들어보세요.   ① 무기의 이름을 가진, 한 송이 꽃 같은 겉바속촉 칵테일 ‘프렌치 75(French 75 seventy five)’ 금주법 시대에는 샴페인이 유행했습니다. 미국 본토에서 술을 만들 수 없게 되자 다른 나라에서 밀수로 술을 들여와 불법으로 유통했는데요. 멀리 프랑스에서까지 술을 들여오기 시작하면서 미국 땅에 샴페인이 퍼지게 된 거였죠. 당시 미국인들은 샴페인을 이용해 칵테일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청량감 있고 톡 쏘는 샴페인이 질 낮은 밀주의 맛을 가리기 제격이었기 때문이죠. 자연스럽게 샴페인을 이용해 만든 유럽 칵테일들도 유행하게 됐습니다. 그중 가장 인기 있었던 칵테일 중 하나가 ‘프렌치 75’입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프랑스의 75㎜ 곡사포(포탄이 곡선을 그리며 나가게 쏘는 포)에서 이름을 따온 칵테일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막 끝난 시점에 전쟁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탄생한 칵테일인데,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었습니다. 무기의 이름을 따왔지만, 연인과의 우아한 한 잔을 찾고 계신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칵테일입니다. 또 샴페인 한 병이 부담스러울 때, 간단히 샴페인 칵테일로 한잔하기도 좋습니다.   도수 15.32%, 새콤달콤한 레몬 맛과 진의 허브향, 그리고 샴페인이 조화를 이루는 ‘프렌치 75’.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진 30mL, 레몬주스 15mL, 심플 시럽 15mL, 샴페인 90mL, 샴페인 글라스, 레몬 껍질.   만드는 법 1. 쉐이커 안에 진과 레몬주스, 심플 시럽을 순서 상관없이 용량대로 전부 붓는다.   2. 큐브 얼음을 넣은 후 힘차게 흔들어(쉐이킹) 섞어준다.   3. 글라스 안에 담는다.   4. 샴페인을 잔 안에 조심스럽게 붓고, 레몬 껍질로 마무리한다.   ② 알 카포네 마피아 패밀리의 최애 칵테일 ‘더 사우스사이드 (The Southside)’ 금주법 시대는 마피아들의 전성시대였습니다. 가장 막강했던 세력은 바로 알 카포네 패밀리였습니다. 알 카포네 조직이 밀주 시장을 장악하면서 돈을 끌어모았고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거죠. 알 카포네 패밀리는 지금까지도 많은 누아르 영화의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당시 시대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데, 이때 영화 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화려한 연회 장면입니다. 자신들의 세를 과시하기 위해 값비싼 술과 음식들을 차려 놓고 파티를 즐기는 모습이죠. 이 장면을 볼 때마다 항상 그들의 손에 들린 술이 궁금했습니다. 인생의 쓴맛과 단맛은 모두 맛봤을 저들이 마시는 술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죠. 독한 허브향과 상쾌한 민트향이 어우러지는 ‘더 사우스사이드’는 알 카포네 패밀리가 자주 마시던 칵테일입니다. 알 카포네 패밀리가 시카고 사우스사이드 지역을 주름잡던 것에서 칵테일 이름이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시원하며 상큼 달콤한 맛을 가진 칵테일로, 당장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싶은 분들께 권합니다.   도수 17.14%, 독한 허브향과 알코올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상쾌한 민트향의 '더 사우스사이드'.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진 60mL, 레몬주스 30mL(또는 프레쉬 레몬), 심플 시럽 30mL, 생 민트 잎 5장, 칵테일 잔, 민트잎.   만드는 법 1. 생 민트 잎 5장을 손바닥에 얹어 놓고 살짝 손뼉 치듯 한 번 쳐준다.   2. 쉐이커 안에 모든 재료를 넣고 얼음과 함께 흔들어(쉐이킹) 섞어준다.   3. 글라스에 차 거름망을 이용해 내용물을 부어준다. 4. 민트 잎으로 마무리한다.     ■  「 DRINK TIP 칵테일 맛있게 마시는 법 ▪ 음악 페어링   Sweet Georgia Brown - Ben Bernie ▪ 보관 방법 민트 등의 허브는 실온의 물에 부드럽게 한번 씻은 후 그릇 아래 키친타월을 깔고 뚜껑을 닫은 후 그릇을 뒤집어서 보관하면 신선함이 조금 더 오래갈 수 있습니다. 」    김형규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 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쿠킹] '드라이브 마이 카'의 두 남자는 어떤 위스키를 마셨을까?[쿠킹] 과일향·꽃향 나는 밀맥주…편의점서 내게 딱 맞는 맥주 고르기[쿠킹] 와인과 찰떡궁합, 고소한 닭모래집…냄새 잡는 비결은

    2022.04.14 00:04

  • [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

    [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칵테일은 알코올음료를 베이스로 한 혼합 음료이다. 시리즈 첫 번째로 칵테일의 오랜 역사를 지닌 영국의 칵테일을 소개한다. 사진 pexels   칵테일은 어렵고 복잡한 술이 아닙니다. 알코올음료를 베이스로 부재료를 섞거나, 두 가지 이상의 알코올음료를 섞은 혼합 음료이죠. 칵테일은 미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다고 흔히 알고들 있지만, 사실 그 어원이나 기원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칵테일 종주국으로 거론되는 나라들로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있죠.   제게 있어서는, ‘칵테일’하면 영국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영국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만드는 증류소가 지역마다 곳곳에 있습니다. 술의 종류도 많고, 오랜 역사와 검증된 맛을 가지고 있죠. 같은 이유로 많은 종류의 칵테일이 만들어지고 표현되어온 역사를 지니고 있죠.   영국에서 칵테일을 먹기 시작한 건 1800년대로 추정합니다. 또 영국인은 칵테일의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죠. 클래식 칵테일은 물론이고 지금 가장 트렌디한 칵테일 이야기를 할 때도 영국이 빠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칵테일 한 잔에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부여하는, 참된 술꾼들입니다. 역사적인 인물을 기리거나 셀럽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담아 칵테일을 개발하기도 하며, 특정 집단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표현한 칵테일로 건배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하니까요.   지난 2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한 지 70주년을 맞았습니다. 영국 정부는 6월 2~5일을 연휴로 지정하고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 즉위 70주년 기념식)’를 열 예정입니다. 영국의 국가적인 행사를 즐길 겸 여행을 떠나면 좋겠지만, 어쩌겠습니까. 글로벌한 바이러스가 여행길을 막고 있으니 말이죠. 아쉬운 마음을 저와 함께 집콕 칵테일로 달래보시죠. 영국 왕실과 관계되고 또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칵테일을 모아봤습니다.   ① 여왕님이 즐기는 우아한 낮술 ‘더 퀸즈 듀보넷 칵테일(The Queen’s Dubonnet Cocktail)’ 영국의 상징과도 같은 엘리자베스 여왕과 관련이 있는 칵테일입니다. 무려 이름에 ‘여왕’이 들어가는 이 칵테일의 원래 이름은 ‘진 앤 듀보넷’이었습니다. 여왕이 즐겨 마신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더 퀸즈 듀보넷’으로 명칭이 바뀌었죠. 엘리자베스 여왕은 특히 점심 식전주로 즐겨 마신다고 합니다. 여왕님을 모시고 사는 독자분께 특히 추천합니다.   도수 23.2%, ‘더 퀸즈 듀보넷’은 쌉싸름한 허브와 달콤한 베리가 조화된 맛을 자랑한다.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탱커레이(Tanqurey) 진 30mL, 듀보넷(Dubonnet) 60mL, *온더록 글라스(온더록은 글라스에 얼음을 넣고 그 위에 술을 따르는 것을 뜻한다. 온더록에 쓰이는 잔을 온더록 글라스라고 한다. 얼음을 받칠 수 있게 바닥이 두텁고 통이 넓은 잔이다), 레몬 슬라이스 또는 레몬 껍질.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진과 듀보넷을 순서 상관없이 위의 용량대로 전부 붓는다.   2. 큐브 얼음 2개를 글라스 안에 넣는다.   3. 잘 저은 후, 레몬 슬라이스나 레몬 껍질로 마무리한다.   ② 케임브리지 공작부인의 취향 저격 ‘크랙 베이비(Crack Baby)’ 오랜 역사를 가진 칵테일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이 칵테일을 추천하는 이유는 캐서린 미들턴 왕세손빈이 좋아하는 칵테일이기 때문이죠. ‘보우지스(Boujis)’라는 런던 클럽에서 탄생한 크랙 베이비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기는 펀치 칵테일입니다. 캐서린이 이 클럽의 단골이었고, 클럽의 시그니처 칵테일 중 하나였던 크랙 베이비를 무척 좋아해 윌리엄 왕자와의 결혼식에서도 이 칵테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여러 사람이 즐기는 대용량 칵테일이지만 집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레시피를 살짝 변형해봤습니다.   도수 20.11%, 달콤한 블랙베리의 향, 새콤달콤한 패션 푸르트의 맛, 시원한 탄산이 조화를 이루는 ‘크랙 베이비’.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패션프루트 플레이버 보드카 45mL, 샴보드(Chambord) 30mL, 샴페인 90mL, 샴페인 잔 또는 칵테일 잔, 딸기 2알.   만드는 법 1. 칵테일 쉐이커 안에 딸기를 넣고 으깬다. 2. 샴페인을 제외한 재료들을 쉐이커 안에 부은 다음 얼음과 함께 힘차게 흔들어(쉐이킹) 섞어준다.   3. 글라스에 조심스럽게 내용물들을 붓는다.   4. 그 위에 샴페인을 살포시 붓는다. 5. 딸기 가니쉬로 마무리한다.     ③ 한국은 소맥, 영국은 맥맥 ‘블랙 앤 탠(Black & Tan)’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맥을 참 좋아합니다. 대한민국에 소맥이 있다면 펍(Pub)의 나라 영국에는 맥맥이 있습니다. 맥주와 맥주를 섞은 술입니다. 블랙 앤 탠이 대표적입니다. 영국 왕실에서도 즐겨 마신다는, 쌉싸름한 스타우트 맥주와 과일향이 나는 에일 맥주를 섞어 만들죠. 런던 여행의 추억을 한 잔 칵테일로 떠올리고 싶다면, 구하기도 쉽고 만들기도 쉬운 블랙 앤 탠이 그야말로 딱입니다.   도수 4.9%, 첫맛은 쌉싸름한 스타우트 맥주 맛이 반겨주고, 뒷맛은 과일향이 풍부한 에일 맥주가 목넘김을 부드럽게 해주는 ‘블랙 앤 탠’.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스타우트 맥주 250mL, 에일 맥주 250mL, 하이볼 글라스 또는 맥주잔.   만드는 법 1. 에일 맥주를 잔 안쪽 벽을 따라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반 정도 부어준다.   2. 글라스를 살짝 기울여서 ‘스타우트 맥주를 조심스럽게 에일맥주 위에 얹는다’는 느낌으로 천천히 부어준다.     ■  「 DRINK TIP 칵테일 맛있게 마시는 법 ▪ 음악 페어링 All about that bass - Postmodern jukebox European tour version ▪ 보관 방법 냉동실에 글라스를 보관해두면 더 시원하게 즐길 수 있어요. 진(Gin)은 실온에 보관할 수 있으나 냉동실에 보관 후 마시면 훨씬 더 부드럽습니다. 」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와인과 찰떡궁합, 고소한 닭모래집…냄새 잡는 비결은[쿠킹] 토마토·바질·참치에 탱탱한 소면 더한 초간단 술안주[쿠킹] 맥주?와인?소주?막걸리…어떤 술이든 술술, 마성의 안주[쿠킹] 솥 안에 봄맛이 가득, 주꾸미 취나물 솥밥

    2022.03.16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