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낮술로 즐겼다…쿠바의 칵테일 국가대표, 모히토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5.19 00:10

업데이트 2022.05.20 16:43

호야 킴의〈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오래전부터 칵테일 문화가 발전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 사진 unsplash

오래전부터 칵테일 문화가 발전한 쿠바의 수도 아바나. 사진 unsplash

‘미국-스페인 전쟁(1898년)’이 끝난 후인 1900년, 쿠바 수도 아바나에 주둔 중이었던 한 미군 장교가 바카디(Bacardi) 럼에 라임 한 조각을 짜 넣고 콜라를 섞은 후, 같은 술집에 있던 사람들에게 건배를 제의했습니다. “쿠바 리브레(쿠바의 자유를 위하여)!” 바카디 럼과 라임, 콜라를 이용해 만든 칵테일의 이름이기도 하죠. 이번 칼럼에는, 자국의 이름이 들어간 칵테일을 보유한 나라 ‘쿠바’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쿠바 칵테일을 얘기할 때 연관 검색어처럼 줄줄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습니다. 모히토, 다이키리, 쿠바 리브레, 그리고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입니다. “나의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나의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 Floridita)” 헤밍웨이의 유명한 말입니다.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는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이름이죠. 지금도 여행객들이 줄을 서서 칵테일 ‘모히토’와 ‘다이키리’를 주문하는 필수 관광 명소입니다.

'모히토'가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라 보데기타. 사진 myguidecuba.com

'모히토'가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단골 술집, 라 보데기타. 사진 myguidecuba.com

쿠바에는 칵테일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많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쿠바가 예전부터 칵테일 문화가 보편적으로 발전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쿠바에서 칵테일이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미국이 관련돼 있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제가 미국의 금주령 이야기를 썼는데요. 바로 미국 금주령이 나비효과가 되어 쿠바 칵테일의 발전을 불러오게 됩니다. 쿠바와 미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대략 180㎞ 정도 되는 거리입니다. 미국에 본격적으로 금주령이 시행되자 미국인 관광객들과 바텐더들이 쿠바로 건너오게 됐습니다. 아름다운 경관과 저렴한 물가 그리고 술과 함께 쾌락의 밤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곳이 쿠바였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쿠바엔 금주법이 없었죠(쿠바 리브레!). 당시 쿠바 바텐더들은 폭발적으로 증가한 미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이것저것 레시피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사실 쿠바는 미국-스페인 전쟁 전까지는 칵테일을 즐겨 마시는 나라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미국의 발 빠른 사업가들은 금주법이 시행되기 전에 미리 쿠바 호텔과 술집을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쿠바에 바텐더들을 보냈죠.

1924년 설립된 ‘Club de Cantineros de Cuba(쿠바 바텐더협회)’. 사진 Club de Cantineros de Cuba 페이스북

1924년 설립된 ‘Club de Cantineros de Cuba(쿠바 바텐더협회)’. 사진 Club de Cantineros de Cuba 페이스북

쿠바에 미국인 바텐더들의 유입이 점차 많아지자 1924년 ‘Club de Cantineros de Cuba(쿠바 바텐더협회)’라는 단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설립 목적은 미국인 바텐더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회원들을 교육하고 훈련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 쿠바의 바텐더 단체로는 ‘Cuban Bartenders Association’, ‘Club de Cantineros de Cuba’ 이렇게 두 단체가 존재하며(둘 다 쿠바 바텐더 협회라는 뜻입니다), 세계 바텐더협회(International Bartender Association, IBA) 회원으로 활동 중이라고 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쿠바 칵테일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앞에도 언급했지만, 쿠바 칵테일을 말하며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빼놓을 수 없죠. 헤밍웨이가 쿠바의 호텔 ‘엠보스 문도스(Hotel Ambos Mundos)’에 살 때 아바나 구도심에서 가장 좋아하던 장소 두 곳이 바로 ‘라 보데기타’와 ‘엘 플로리디타’였습니다. 라 보데기타는 편의점처럼 운영되던 곳인데, 일부 단골손님들에게 스낵과 술, 음료들을 판매했습니다. 그러다 단골손님들이 점점 늘기 시작했는데 특히 지역의 작가, 음악가, 언론인들이 많이 방문했죠. 어느 날 단골 언론인 한 명이 벽에 본인의 서명을 한 것을 시작으로 많은 유명인이 벽에 서명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다이키리' 칵테일로 유명한 엘 플로리디타 바의 내부 모습. 사진 Wikipedia

'다이키리' 칵테일로 유명한 엘 플로리디타 바의 내부 모습. 사진 Wikipedia

엘 플로리디타는 원래 ‘피냐 데 플라타(Pina de Plata)’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가게인데요. 지금은 다이키리 칵테일의 요람이라는 뜻으로 ‘라 쿠나 델 다이키리(La cuna del daiquiri)’라고도 불린답니다. 참고로 이곳의 다이키리는 슬러시 형태로도 제공됩니다. 너무나 상징적인 칵테일이라 모히토와 다이키리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사실 쿠바에는 두 가지 외에도 유명한 칵테일이 많습니다. ‘쿠바 리브레(Cuba Libre)’, ‘엘 프레시덴테(El Presidente)’, ‘엘 나시오날(El Nacional)’, ‘칸찬차라(Canchanchara)’도 쿠바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칵테일입니다.

미국과 달리 쿠바와 한국은 지리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또 아직 코로나 시대라 쿠바로의 여행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쿠바에 가지 못한다고, 쿠바의 칵테일을 맛보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가까운 바를 방문하거나 간단한 재료만 준비한다면 쿠바의 칵테일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쿠바를 상징하는 칵테일 레시피와 제가 추천하는 음악만 있으면 가능합니다. 자, 이제 여러 유명 인사들이 즐겼던 시원한 쿠바 칵테일들을 만들어보시죠.

① 민초파와 반민초파도 대동단결하게 만드는 칵테일 ‘모히토(Mojito)’
모히토는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음료의 기원은 16세기 칵테일 ‘엘 드라케 (El Draque)’로 알려져 있는데요. 1586년 아바나를 방문한 영국의 해적 출신 선장이자 탐험가인 프란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 경의 이름을 땄다고 합니다. 레시피는 라임‧민트‧설탕으로 구성돼 있죠. 처음에는 약용으로 소비됐지만, 술꾼들이 그 맛과 효과를 즐겼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영화 대사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칵테일이고,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낮에 즐겨 마셨던 칵테일로도 잘 알려져 있죠. 모히토의 어원은 스페인어 ‘모자르(Mojar)’로 ‘젖어 있다’는 뜻입니다. ‘남미의 인디언들이 쿠바로 가져왔다’는 설도 있습니다만, 보편적으로 모히토는 쿠바 전통 칵테일이라고 여겨집니다. 모히토는 달고 짜고 강한 양념들이 들어간 음식들과 특히 궁합이 좋습니다. 시원한 민트향이 입안을 깨끗하게 정리해 주기 때문입니다. 꼭 여행지에서만이 아니라, 집에서 흔히 먹는 음식들과 함께 먹기에도 좋은 칵테일입니다.

도수 11.61%, 청량감 있는 민트향과 동시에 느껴지는 새콤달콤한 라임향,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럼주의 맛을 가진 ‘모히토’. 사진 김형규

도수 11.61%, 청량감 있는 민트향과 동시에 느껴지는 새콤달콤한 라임향,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럼주의 맛을 가진 ‘모히토’.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라이트 럼 45㎖, 생라임 3조각(웨지 형태), 무정제 설탕가루 2바스푼(혹은 티스푼), 생민트 (애플민트 혹은 스피아민트) 3줄기 또는 4줄기, 탄산수, 하이볼 글라스, 민트잎.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생라임 조각과 설탕 가루를 순서 상관없이 용량대로 전부 넣는다.
2. 라임 주스가 나오게끔 머들러(Muddler: 민트 잎이나 레몬껍질 등을 으깨 즙을 내는 도구)로 생라임을 꾹꾹 누른다.
3. 생민트를 추가한다.
4. 럼주를 잔 안에 부은 후 내용물들을 1차로 잘 섞는다.
5. 글라스 안에 얼음을 가득 넣은 후 탄산수를 붓는다.
6. 내용물을 다시 잘 섞고 가니시로 마무리한다.

② 철광산의 이름에서 탄생한 보석 같은 칵테일 ‘다이키리(Daiquiri)’
다이키리는 1898년 제닝스 콕스(Jennings Cox)라는 미국 광산 엔지니어가 쿠바 남동쪽 끝에 있는 광산 마을 다이키리에서 발명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10년 후, 미국 해군 의료 장교가 쿠바에서 워싱턴 DC로 레시피를 가져오면서 미국에 도입됐습니다. 후에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널리 퍼졌죠. 다이키리는 두 가지 타입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클래식과 프로즌(Classic & Frozen) 타입입니다. 클래식은 칵테일 쉐이커를 이용해 만드는 방법이고, 프로즌은 블렌더(Blender)에 넣고 얼음과 함께 갈아서 마시는 방법입니다. 말 그대로 얼음과 함께 넣고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슬러시 형태로 나옵니다.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 즐겨 보세요.

도수 18.46%, 묵직한 럼주 맛 뒤에 따라오는 상큼한 시트러스향의 ‘다이키리’. 사진 김형규

도수 18.46%, 묵직한 럼주 맛 뒤에 따라오는 상큼한 시트러스향의 ‘다이키리’. 사진 김형규

재료 준비
라이트 럼 60㎖, 라임 주스 30㎖(프레쉬 라임), 데메라라 슈거 시럽 20㎖, 칵테일글라스, 라임 트위스트.

만드는 법
1. 위 재료를 전부 칵테일 쉐이커 안에 부어준다.
2. 얼음과 함께 적당한 속도로 흔들어 섞어준다.
3. 글라스에 차 거름망을 이용해 내용물을 부어준다.
4. 라임 트위스트로 마무리한다.

DRINK TIP 칵테일 맛있게 마시는 법
▪ 음악 페어링

Dos Gardenias - Buena Vista Social Club
▪ 슬러시 형태의 칵테일을 만들 때 주의할 점
내용물과 얼음을 넣고 블렌더를 돌릴 때, 얼음 양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얼음을 너무 많이 넣으면 칵테일 맛이 없어지므로 중간중간 확인하면서 만들어야 적당한 슬러시 형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서 과일 시럽을 넣으면 더욱 맛있는 칵테일 만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산 베드렌 시럽 종류를 추천합니다.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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