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중앙일보

입력 2022.09.23 09:00

업데이트 2022.09.23 09:41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 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1920년대 이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칵테일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진 해리스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1920년대 이후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칵테일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사진 해리스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프랑스 대표 술이라고 하면, 보통 프랑스 코냑 지방에서 생산하는 브랜디 ‘코냑’이나 와인을 떠올립니다. 실제로 코냑과 와인은 프랑스에서 많이 소비되는 술이죠. 그럼 프랑스 칵테일은 어떨까요? 현업에 종사하시는 바텐더 혹은 믹솔로지스트(칵테일 전문 지식과 경험을 지닌 사람)를 제외하고는 프랑스 칵테일을 바로 떠올릴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합니다.

분명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들이 파리를 포함한 프랑스의 여러 지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입니다. 칵테일을 파는 곳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파리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페는 물론이고 프랑스풍의 식당 ‘브라셀리(brasserie)’에서도 칵테일을 많이 판매하니까요. 물론 훌륭한 술집과 클럽도 많이 있답니다.
1920년대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인에게 칵테일은 조금 낯선 술이었습니다. 프랑스에서 최초로 칵테일이 언급된 것은 1889년 에밀 르프브르(Emile Lefeuvre)가 출판한 『미국, 영국, 이탈리안 술을 직접 만들어 먹는 방법(Méthode pour composer soi-mème les boissons américaines, anglaises, italiennes)』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이 나온 후 얼마간은 칵테일에 관해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듯합니다. 왜냐면 프랑스는 칵테일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술이 존재했기 때문이죠. 특히 와인이 대세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큰 이슈가 발생하면서, 프랑스 파리의 칵테일 문화도 바뀌게 되죠. 바로 금주법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며 주류 업계의 여러 종사자, 그러니까 바텐더와 바 소유주 그리고 술을 원하는 소비자 같은 사람들이 유럽으로 넘어갔고, 프랑스 파리에서는 음주문화가 성황이었다고 해요. 이렇게 칵테일 붐이 일어났고 자연스럽게 칵테일 문화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자리 잡게 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의 몇몇 호사가들은 “칵테일의 발전은 프랑스 파리의 카페가 만들어 낸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사실 미국의 금주법 같은 상황들이 겹쳐 있었고 다른 나라들도 칵테일이 발전하던 시기라 100% 동의하긴 어렵습니다. 많은 종류의 클래식 칵테일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건 사실이지만, 프랑스의 재료를 이용해 프랑스에 있는 술집에서 탄생한 여러 종류의 클래식 칵테일들은 미국인, 아일랜드인, 영국인 바텐더들이 만들어 낸 것들이 많기 때문이죠.

파리에 위치한 해리스 뉴욕바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진 해리스 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파리에 위치한 해리스 뉴욕바는 1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사진 해리스 뉴욕바 공식 홈페이지

그중에서 특히 유명했던 바텐더와 바가 있습니다. 파리에 있는 ‘해리스 뉴욕바(Harry’s New York Bar)’에서 근무하던 밥 카드(Bob Card)와 해리 맥켈혼(Harry Macelhone), ‘라 정글(La Jungle)’에서 근무하던 지미 차터스(Jimmy Charters)입니다. 그들 중 밥 카드는 해리스 뉴욕바에서 일하며 ‘터널(Tunnel)’이라는 칵테일을 개발해 1929년 국제 프로 바텐더 챔피언십에서 1등을 하기도 했어요.

파리는 물론 프랑스 남부 해변 도시까지 칵테일 붐이 일어나면서 반작용 현상도 발생했습니다. 프랑스 와인 회사들은 19세기 후반까지 인기를 끌던 압생트(여러 식물의 추출물을 섞어 증류한 술입니다. 일명 ‘악마의 술’이라 불렸으며 향정신성 약물 및 환각제로 묘사되어 판매가 금지됐다가 1990년대에 일부 술의 레시피를 수정 보완해 재판매하고 있습니다) 불매운동, 칵테일 불매운동, 반 칵테일 광고 캠페인 등을 시작했습니다. 프랑스 상품에 대한 보호를 요구하며 반대 운동을 한 것이죠.

그 와중에 몇몇 주류회사들은 오히려 칵테일의 유행을 기회로 삼아 각자 회사에서 판매하는 주류를 홍보했습니다. 노일리 프랏(Noilly Prat), 페르노(Pernod), 쿠앵트로(Cointreau) 등, 여러 회사가 자사 제품을 이용해 칵테일을 개발하고 홍보하면서 회사 매출을 올렸죠. 당시에 등장한 칵테일 중에는 ‘사이드카(The Side Car)’, ‘칵테일 프랑스(The Cocktail France)’, ‘알래스카(Alaska)’가 대표적입니다. 요즘은 클래식 칵테일 또는 빈티지 칵테일로 분류되고 있죠. 프랑스 칵테일 붐을 일으킨 그 시절의 파리지앵 칵테일 두 가지를 소개합니다.

① 독하게 깔끔한 맛을 표현해내는 남자다운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The Boulevardier)’  

프랑스를 대표하는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도수는 32.43%이다. 사진 김형규

프랑스를 대표하는 칵테일, 더 블러바디에. 도수는 32.43%이다. 사진 김형규

“이탈리아에 네그로니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블러바디에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네그로니와 흡사한 레시피의 칵테일이죠. 많은 미국 기자들이 1920년대에 파리에 거주하기 시작했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던 술집을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고 합니다. 당시 외국 기자들이 자주 마시던 칵테일이 바로 ‘블러바디에’입니다. 블러바디에는 ‘큰 대로를 걸어 다니는 행인’이라는 뜻으로 Boulevard(대로)+ier(접미사)가 합쳐져 생겨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처음엔 버번위스키의 독함이 느껴지고, 뒤에 깔끔하고 달콤함이 따라오는 술입니다.

재료 준비
라이 버번위스키 45mL, 캄파리 30mL, 스위트 베르무트 30mL, 오렌지 트위스트(가니시용),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

만드는 법  
1. 글라스 안에 가니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넣는다.
2. ➀에 얼음을 반쯤 채우고 20초 정도 잘 저어준다.
3.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에 완성한 칵테일을 넣은 후 가니시를 얹는다.

② 브랜디의 섬세함과 상큼한 시트러스가 매력적인 ‘더 사이드카(The Side Car)’  

더사이드카는 시트러스한 맛과 향이 가미된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이다. 도수는 24%. 사진 김형규

더사이드카는 시트러스한 맛과 향이 가미된 브랜디 베이스 칵테일이다. 도수는 24%. 사진 김형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아하고 즐겨 만드는 칵테일 중 하나입니다. 사이드카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얽혀 있습니다. ‘해리스 뉴욕바(Harry’s New York Bar)‘에서 탄생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더 리츠(The Ritz)‘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죠. 바를 찾는 단골손님이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술집을 찾아, 이 술을 자주 주문하면서 생겨난 이름이라고도 합니다. 브랜디의 맛 뒤에 따라오는 오렌지와 레몬의 맛이 특징입니다.

재료 준비
브랜디 45ml, 오렌지 리큐르 30mL, 레몬주스 30mL, 오렌지 또는 레몬 껍질(가니시용), 칵테일 글라스

만드는 법  
1. 가니시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칵테일 셰이커 안에 넣은 후 얼음을 2/3 정도 채우고 뚜껑을 닫는다.
2. 내용물이 차가워지면서 잘 섞일 수 있도록 셰이커를 잘 흔들어준다.
3. 칵테일 글라스 안에 얼음을 제외한 칵테일만 조심스럽게 따르고 가니시로 마무리한다.

DRINK TIP맛있게 즐기는 법 

▪ 파리지앵 칵테일과 어울릴 1920~1930년대 플레이리스트
Jelly Roll Morton ‘Black Bottom Stomp’(1926)
Louis Prima ‘Sing It Way Down Low’(1934)
Miff Mole ‘The New Twister’(1927)

▪ 파리지앵 칵테일과 어울릴 영화
제목 : ‘미드나잇 인 파리(Midnight in Paris)’
감독 : 우디 앨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1920년대의 프랑스를 재현했는데요. 당신의 분위기를 화면으로 보면서 파리지앵 칵테일을 마셔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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