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을 깨우는 식전 칵테일 한 잔!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문화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09:00

업데이트 2022.08.17 15:52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우리나라 사람만큼 칵테일 좋아하는 민족이 또 있을까요. 소주와 맥주를 섞은 소맥 아시죠? 그게 바로 칵테일입니다.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고 소주와 사이다를 섞는 것도 칵테일이죠. 주종이 많지도 않은데 우리는 유난히 섞는 걸 좋아합니다. 칵테일 좋아하는 여러분을 위해, 바텐더 호야 킴이 매달 맛있는 칵테일 이야기를 전합니다. 따라 만들 수 있는 레시피도 덧붙였답니다. 매일 같은 일상, 똑같은 방구석이라 해도 직접 만든 칵테일 한 잔만으로도 설레는 순간, 멋진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사 전후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 사진 Italy On This Day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사 전후 칵테일을 즐겨 마신다. 사진 Italy On This Day

음식과 음료에 둘러싸인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탈리아는 식문화가 발달한 나라입니다. 일단, 간식 시간을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점심 전에 먹는 간식(스푼티노, spuntino),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메렌다, Merenda)도 있죠. ‘아페리티보(Aperitivo)’라는 것도 있습니다. 저녁 식사 전에 마시는 식전주입니다. ‘열다’라는 뜻의 라틴어 ‘아페리레(Aperire)’에서 유래한 말로, 식사 전에 입맛을 돋우기 위해 마시는 술입니다.

호야 킴의 〈만날 술이야〉

식후에 마시는 술도 있습니다. ‘그라파(Grappa)’라는 술인데, 와인 양조 과정에서 포도를 압착하고 남은 고형 포도, 즉 포마스(Pomace)라고 불리는 포도 찌꺼기를 증류한 브랜디의 일종입니다. 식전에 마시기도 하지만, 소화를 돕는다고 해서 주로 식후에 마시죠. 이탈리아 사람들은 그라파에 에스프레소를 섞어 마시기도 합니다. 이름은 ‘카페 코레토(Caffe Corretto)’입니다. 카페 코레토에 어떤 그라파를 얼마나 섞을지는, 주문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바텐더나 바리스타가 직접 그라파를 넣어주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인 관행은 손님 취향에 따라 스스로 그라파를 추가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안티카 포뮬라 베르무트는 이탈리아에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주류다. 사진 Antica Formula 공식 홈페이지

안티카 포뮬라 베르무트는 이탈리아에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주류다. 사진 Antica Formula 공식 홈페이지

이처럼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페리티보를 통해 식음료 문화를 보편적으로 잘 즐기고 있습니다. 아페리티보 문화가 발달한 게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안토니오 베네데토 카르파노(Antonio Benedetto Carpano)의 이야기가 가장 유명합니다. 허브를 연구하던 학자이자 증류업자인 카르파노가 1786년에 이탈리아 토리노 지역에서 주정 강화 와인의 일종인 ‘베르무트(Vermouth)’를 발명하면서부터이죠. 주정 강화 와인은 알코올 도수나 당도를 높이기 위해, 일반 와인에 브랜디나 과즙을 첨가한 와인을 말합니다. 포트와인이나 셰리와인이 대표적인 주정 강화 와인입니다.

카르파노가 만든 베르무트의 이름은 ‘안티카 포뮬라(Antica Formula)’입니다. 카르파노는 본인의 와인 가게 맞은편에 있던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의 군주인 빅토리아 아마데우스 3세에게 베르무트를 진상했고, 왕은 굉장히 만족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왕실에 베르무트를 들였다고 하죠. 기존 와인과 달리 맛이 달콤하고 향이 특별했던 베르무트는 여성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왕실이 선택한 술이라는 유명세까지 더해져 카르파노의 와인 가게는 항상 문전성시였다고 합니다.

매혹적인 붉은 빛과 쓴 맛이 특징인 캄파리는 수많은 칵테일의 재료로 쓰인다. 사진 camparino 공식 홈페이지

매혹적인 붉은 빛과 쓴 맛이 특징인 캄파리는 수많은 칵테일의 재료로 쓰인다. 사진 camparino 공식 홈페이지

가스파레 캄파리(Gaspare Campari)라는 음료 제조업자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14세부터 카페에서 웨이터 겸 식기세척 일을 했던 그는 1860년 노바라(Novara)라는 마을에서 빨간색 술을 발명합니다. 이후 마을에 작은 카페를 열었고,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음료 레시피를 실험해 ‘캄파리(Campari)’라는 술을 만들게 됩니다. 캄파리 특유의 짙은 빨간색은 코치닐 곤충을 으깨 추출한 카민이라는 염료로 착색했는데, 오늘날에는 다른 방법으로 빨간색을 만든다고 합니다. 이후 밀라노로 이사한 가스파레 캄파리는 ‘캄파리 비터스(Campari Bitters)’를 만들어 또 한 번 인기를 얻습니다.

카르파노가 만든 ‘안티카 포뮬라 베르무트’와 가스파레 캄파리의 ‘캄파리’는 이탈리아에서 칵테일을 만들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주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의 아페리티보 칵테일은 그 종류가 굉장히 다양해, 이 두 가지 말고도 훌륭한 술이 상당히 많습니다. 삼부카(Sambuca), 리몬첼로(Limoncello), 아마로(Amaro) 등이 있고, 그 안에서도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죠. 이탈리아를 감히 리큐르(Liqueur, 혼성주)의 천국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➀ 미각을 살려주는 마법의 묘약 ‘아메리카노 칵테일(Americano Cocktail)’

첫맛은 쌉싸름하면서 뒤따라오는 달콤한 허브향이 특징인 아메리카노 칵테일. 도수 12%로, ‘국제바텐더협회(IBA: International Bartender Association)’ 공식 인정 칵테일이기도 하다. 사진 김형규

첫맛은 쌉싸름하면서 뒤따라오는 달콤한 허브향이 특징인 아메리카노 칵테일. 도수 12%로, ‘국제바텐더협회(IBA: International Bartender Association)’ 공식 인정 칵테일이기도 하다. 사진 김형규

쓴맛을 가진 이탈리아의 식전주 ‘캄파리’와 스위트 베르무트, 탄산수를 사용해 만든 칵테일입니다. 주로 식전에 마시거나 식후에 소화용으로 마시기도 하죠. 세계적으로 유명한 칵테일이자 칵테일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이탈리아 칵테일 ‘네그로니(Negroni)’와 맛이 흡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네그로니보다 음용하기 편한 칵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칵테일이 그렇듯 기원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1860년 밀라노에 있는 술집 ‘가스파레 캄파리(Gaspare Campari)’에서 개발했다고 알려집니다. 1930년대 미국에서 활약하던 이탈리아 복싱 선수 프리모 카르네라의 별칭을 따왔다는 이야기도 있죠.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칵테일로도 유명한데, ‘007’ 시리즈의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소설책 ‘카지노 로얄’에서 주문한 첫 번째 칵테일로 가장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재료 준비
캄파리 30mL, 스위트 베르무트 30mL, 탄산수 30mL, 오렌지 슬라이스와 레몬 껍질(가니시용),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

만드는 법
1. 올드 패션드 글라스(온더락스)에 위의 재료를 전부 넣는다.
2. ➀에 얼음을 반쯤 채우고 20초 정도 잘 저어준다.

➁ 한잔의 브런치 같은 칵테일, ‘벨리니(Bellini)’

벨리니는 달콤한 복숭아 향과 맛,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청량감이 부드러운 칵테일이다. 도수는 24%이고, ‘국제바텐더협회(IBA)’ 공식 인정 칵테일이다. 사진 김형규

벨리니는 달콤한 복숭아 향과 맛, 그리고 뒤에 따라오는 청량감이 부드러운 칵테일이다. 도수는 24%이고, ‘국제바텐더협회(IBA)’ 공식 인정 칵테일이다. 사진 김형규

이탈리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유명한 칵테일입니다. ‘롱 드링크(천천히 즐기는 형태의 칵테일)’의 범주에도 속하는 칵테일로써, 달콤하며 부드러운 탄산이 인상적이죠. 이탈리아 베니스에 있는 ‘해리스 바(Harry’s Bar)’의 헤드 바텐더 주세페 키프리아니(Giuseppe Cipriani)가 개발한 칵테일입니다. 이 칵테일이 만들어진 이야기가 꽤 재미있습니다. 주세페는 호텔 유로파(Hotel Europa)에서 일하던 바텐더였죠. 그런데 호텔 바의 단골이던 해리 피커링(Harry Pickering)이라는 보스턴 출신 손님이 어느 날부터인가 바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전해 들은 사연은 이랬습니다. 해리가 술을 마시지 못하도록 가족이 그의 모든 금전 거래를 중지시켰다는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주세페는 해리에게 1만 리라를 빌려줬고, 2년 후 해리는 주세페에게 5만 리라로 빚을 갚았다고 합니다. 또 해리는 주세페에게 본인의 술집을 열라고 권하며, 술집 이름은 ‘해리스 바(Harry’s Bar)로 지어달라고 했다죠. 후에 해리스 바가 인기를 얻고 벨리니도 개발해 인기메뉴가 됐다고 합니다. 해리스 바는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베니스의 술집 중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고도 전해집니다.

재료 준비
복숭아 퓌레 혹은 주스 30mL, 프로세코(이탈리아 스파클링와인) 90mL, 샴페인 글라스.

만드는 법
1. 샴페인 글라스에 복숭아 퓌레→프로세코 순서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붓는다. 이때 너무 급하게 따르면 거품이 만들어져 잔 밖으로 내용물이 쏟아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2. 가니시는 따로 없다.

DRINK TIP 맛있게 즐기는 법 

▪ 칵테일이 더 맛있어지는 음악 페어링

레나토 카르소네(Renato Carosone) ‘Tu Vuò Fa' L'Americano’ 

레나토 카르소네(Renato Carosone) ‘Mambo Italiano’  

토토 쿠티뉴(Toto Cutugno) ‘L’Italiano’ 

▪ 이탈리아 식전주를 편하게 즐기는 법
대체로 이탈리아의 식전주는 쓴맛이 강한 것, 또는 독특한 허브향을 포함해 뒷맛이 달콤한 것이 주를 이룹니다. 이 같은 이탈리아 식전주를 조금 더 편하게 마시는 방법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얼음을 녹여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쓴맛이 강한 술에 오렌지나 레몬, 자몽과 같은 시트러스 계열 과일들을 슬라이스 해 술잔 안에 같이 넣고 천천히 마시는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탄산수 혹은 스파클링 와인을 살짝 섞으면 더 부드럽게 즐길 수 있습니다.

김형규 복싱타이거 오너 바텐더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