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시피만 입력하면 최상의 커피가 자동으로…커피머신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쿠킹]

    레시피만 입력하면 최상의 커피가 자동으로…커피머신은 어디까지 진화할까 [쿠킹]

    프랑케 커피시스템의 스테판 니더베르거(Stefan Niederberger) 아태지역 부사장. 최신 기능을 결합한 미티코 라인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사진 프랑케 커피시스템 어느새, 밥집보다 카페가 많이 보인다. 작은 골목에는 아늑하고 개성 강한 카페들이 손님을 맞이하고, 큰 길가에는 이름난 카페들이 세련된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대체, 한국에는 얼마나 많은 카페가 있는 걸까? 2023년 전국의 커피전문점은 9만6386개(8월 기준, 국세통계포털). 5년 전인 2018년 4만9636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숫자다.    전국 카페 10만 개를 목전에 둔 상태지만 한국인의 카페 사랑, 그리고 카페 창업의 열망은 아직 뜨거워 보인다. 11월 8일부터 11일까지 코엑스 전관에서 열린 ‘2023 서울카페쇼’가 그 증거가 아닐까. 올해로 22회를 맞은 서울카페쇼는 36개국의 675개 업체와 3750개의 브랜드가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번 전시에는 커피머신 업계의 리딩 브랜드인 ‘프랑케 커피 시스템(Franke Coffee Systems)’도 참여했다.서울카페쇼가 개막한 지난 8일, 프랑케 커피 시스템의 스테판 니더베르거(Stefan Niederberger) 아태지역 부사장을 전시장 부스에서 만났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유와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 그리고 새로 론칭한 커피머신 미티코(Mytico Line) 라인에 대해 물었다.    ‘프랑케 커피 시스템’에 관해 소개해 달라.   “프랑케 그룹은 가정용 주방과 식품 서비스 시스템 등을 제조・공급하는 기업이다. 혁신적인 솔루션을 중요시하는 기업이기도 한데, 그중 특히 혁신적인 부서가 프랑케 커피 시스템이다. 프랑케 그룹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고, 프랑케 커피 시스템은 28년 정도 됐다. 커피의 풍미를 올려주는 ‘플레이버 스테이션’, 머신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나 밀크 시스템 같은 것들을 우리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커피머신에 관한 모든 것을 스위스에서 제조한다는 점도 프랑케만의 자랑이다.”   본격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한 건 언제인가.   “한국 파트너사인 원인터 시스템과 함께 2005년 프랑케의 전자동머신 A라인을 론칭했다. 그때 맥도날드와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진출은 올해다. ‘2023 서울카페쇼’에서 단독으로 미티코 라인(Mytico Line)을 정식 론칭했다. 미티코는 전통적인 디자인에 최신 기술을 결합한 자동머신이다. 한국 시장에 매우 적합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앞서 프랑케 커피 시스템이 혁신적인 기업이라고 설명했는데, 한국 역시 좋은 품질과 혁신의 아이콘으로 잘 알려진 나라다. 또 아시아의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미티코 라인이 한국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프랑케 커피시스템의 최신 기술을 모두 담은 미티코 라인. 바리스타가 레시피를 세팅하면 이후 바리스타가 내린 것과 같은 동일한 맛의 커피가 전자동으로 추출된다. 사진 프랑케 커피시스템 미티코 라인은 어떤 제품인가.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겐 ’프리미엄 커피‘에 관한 니즈가 있다. 그 니즈를 충족하는 것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일단 숙련된 바리스타가 충분히 필요하다. 매장이 여러 개라면 매장마다 맛은 물론이고 브랜드의 일관성도 있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수동머신을 쓰는 바리스타는 매일 아침 그라인더를 세팅하고 머신을 예열하고 템퍼링을 하는 등의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그럼에도 추출한 커피의 맛은 매번 차이가 생긴다. 그런데 미티코에는 이런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바리스타가 머신에 레시피를 세팅하면, 그다음의 일들은 머신이 자동으로 대신하기 때문이다. 즉, 미티코는 바리스타 레벨의 경험을 제공하는 머신이다. 디자인은 전통적인 수동 머신과 닮았지만, 완전한 자동머신이다.”     머신이 모든 걸 대신하면 바리스타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닌지. “카메라와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처음 자동카메라가 출시됐을 때 사람들은 수동카메라는 자동카메라로 완전히 대체될 것이고, 누구나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결과는 달랐다. 좋은 사진작가는 여전히 필요하고 좋은 바리스타 역시 마찬가지다. 단지 바리스타를 교육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든다. 미티코가 있다면 새로운 바리스타가 들어와도 당장 많은 교육을 하지 않아도 된다. 직원에게 라테아트를 가르치거나 커피 그 자체에 관한 교육에 집중할 수 있다.”      바리스타를 서포트하는 머신이라는 뜻인가.   “바리스타 관점에서 본다면, 그게 가장 큰 강점이다. 바리스타에게는 커피 지식과 레시피가 있다. 그 정보를 머신에 세팅하면, 머신은 자동으로 반복하며 커피를 만든다. 또, 카페를 찾는 손님들은 이전보다 더 다양한 경험을 원한다. 머신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바리스타는 소비자에게 집중할 수 있다. 원두와 블렌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등 더 풍성한 경험을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다.”    머신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이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시장을 분석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의 트렌드를 보고, 서비스업계의 트렌드, 소비자의 트렌드를 본다. 머신을 사용하는 작업자의 니즈도 중요하다. 우리의 고객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머신을 사용하는지, 어떤 문제가 주로 발생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즉, 우리 고객과 소비자, 이 둘의 목소리를 듣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다음에는 그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미티코 라인‘이다. 미티코는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이 가진 문제, 그러니까 직원이나 매장 운영, 커피맛의 일관성, 편의성 등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탄생한 제품이다. 또, 지속가능성에 관한 측면도 머신을 만들 때 늘 고려하는 부분이다.”     2023 서울카페쇼에 참여한 프랑케 커피 시스템. 미티코 라인은 아시아권에서는 호주 다음으로 한국에서 런칭했다. 사진 프랑케커피시스템 IOT(사물인터넷) 기능도 있다던데.   “일단 하나의 머신에 레시피를 세팅하면 다른 여러 개 머신에 같은 세팅을 적용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커피머신이 클라우드와 연결돼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첫 번째로는 카페 소비자의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프랑케의 클라우드와 머신 그리고 카페의 클라우드와 어플리케이션이 연결되면, 카페의 고객군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가 어떤 음료를 몇 시에 마셨는지 데이터를 분석해 커피 프로그램을 관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머신의 작동과 관리에 관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언제 어떤 기능이 왜 작동하지 않았는지 파악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정비다. 머신 기술자들이 원격으로 정비를 봐주기 때문에, 실제로 기술자가 매장에 방문할 확률을 20% 정도 줄일 수 있다. 네 번째는 커피머신의 메뉴를 랩탑이나 모바일, 아이패드 등을 이용해서 쉽게 수정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메뉴를 추가하거나 아침이나 저녁 메뉴를 변경하는 거다. 또 머신의 스크린을 직원 소통의 창구로 쓸 수도 있다. 실제로 몇몇 회사에서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고, 누구보다 우리 회사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다. 예를 들어 CEO가 직원들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을 때, 머신의 스크린에 띄우는 식으로 이용하곤 한다.”     미티코는 호주에서 먼저 론칭했는데 반응은 어땠나. “유럽과 호주에서 먼저 론칭했다.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특히 호주 멜버른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의 도시다. ‘멜버른 국제커피엑스포(Melbourne International Coffee Expo, MICE)’에서 ‘혁신상(Product Innovation Award for Coffee Preparation Equipment)’을 수상했고,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년에 한 번 열리는 외식산업박람회 ‘호스트 밀라노 2023(Host Milano 2023)’에서도 ‘혁신상(Smart Label Host Innovation Award)’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어떤 인상을 주고 싶은지.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같은 주요 글로벌 브랜드가 프랑케를 파트너로 선택했고 내년엔 더 많은 한국의 브랜드와 파트너가 될 예정이다. 이렇게 한국 로컬기업과 협업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물론 프랑케 커피 시스템은 B2B 기업이라 고객사에 집중하고 있지만, 고객사의 성공이 소비자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는 단순히 커피머신을 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 생태계를 만들어 파는 일에 가깝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사들이 그들의 소비자에게 일관된 방식으로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소비자에게 즐겁고 행복한 순간을 계속해서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다. 확실한 건 내년 한국의 많은 카페에서, 프랑케 머신으로 추출하는 커피를 맛볼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황정옥·이세라 기자 ok76@joongang.co.kr  관련기사 부스 80개로 시작해 25배 성장…서울카페쇼의 성공 비결은 [쿠킹] 호주 와인은 가성비? 프리미엄 와인은 깊이부터 다르다 [쿠킹] 제철 꼬막으로 만드는 밥도둑 반찬…식감·향 더하려면 ‘이것’ [쿠킹]

    2023.11.23 09:00

  • [쿠킹] 인생 커피 맛을 갱신해줄,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쿠킹] 인생 커피 맛을 갱신해줄,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 묽고 가볍게 떨어진다. 사진 김다정   “오늘 싱글 에스프레소는 뭐예요?” “‘케냐 야라 피베리(KENYA YARA PB)’입니다. 라즈베리 톤의 산미와 매끈한 마우스필(Mouthfeel, 음료를 입에 넣었을 때 느낌)이 참 좋습니다.”   “오, 그럼 블렌드 에스프레소 주시고, 케냐 싱글도 한 잔 주세요.” “일행분이 계신가요?” “아뇨. 제가 두 잔 다 마시려고요.” “그럼 블렌드 에스프레소를 먼저 드릴게요. 다 드신 후에 케냐 싱글 에스프레소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주셔도 되는데요.” “순서대로 드시는 게 더 맛있어서요.” “아, 네. 그럼 그렇게 부탁드려요.”   주문을 받고 머신 앞으로 오니, 우리 직원 ‘다운’ 님이 블렌드용 에스프레소 잔을 이미 세팅해 두었네요. 메뉴를 만들고 서빙하는 과정까지 바리스타들 간에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3년 넘게 함께 커피를 만들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일이기도 하죠. 그건 그렇고, 제가 블렌드 에스프레소를 마신 다음 ‘케냐 야라 피베리’라는 라이트 로스팅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마실 것을 권한 이유가 궁금하시겠죠. 이제 곧 그 이유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자. 순서대로 먹어봐요.” 직원들 앞에는 다크 로스팅 에스프레소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가 각각 놓여있습니다. 첫 번째 다크 로스팅, 두 번째 라이트 로스팅, 그리고 다시 다크 로스팅 순서입니다. 즉, 처음과 마지막 커피는 같습니다. 같은 커피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한번 살펴보는 거죠.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순서대로 맛을 보더니 미묘한 웃음을 짓습니다.     “아니 왜 다르지? 왜 달라요, 사장님?”   “어떻게 다르죠?”   “처음과 두 번째까진 다 맛있어요. 특히 두 번째 먹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는 평소보다 더 맛있는 거 같은데요?” “세 번째는 어땠어요?” “훨씬 다크해요. 첫 번째로 맛본 커피인데도 굉장히 다르게 느껴져요.”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는 다크 로스팅 에스프레소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사진)로 나뉜다. 사진 김다정   왜 그럴까요? 바로 ‘역치’ 때문입니다. 우리 감각은 모든 자극에 공평하게 반응하지 않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감각은 예민하고 불필요한 감각에는 둔해집니다. 그리고 같은 자극이 반복되어도 감각이 무뎌집니다. 다크 로스팅의 블렌드 에스프레소가 입속으로 들어오면 초콜릿 톤의 진한 향미가, 체리 톤의 산미가, 설탕 같은 단맛이 우리의 후각과 미각을 강하게 자극합니다.     에스프레소는 보통 농밀하고, 그로 인해 우리를 완벽히 커피에 몰입하게 합니다. 일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농도와 강도와 밀도의 음료이죠. 다크 로스팅한 에스프레소의 플레이버(flavor)에 장악된 우리의 감각은 불균형한 상태가 됩니다. 다크 로스팅의 맛에는 무뎌지고 그 외에는 예민해지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이때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가 입속으로 들어옵니다. 다크 로스팅 에스프레소와는 교집합이 적은, 새로운 에스프레소입니다. 이 순간 우리의 감각은 새로운 자극에 집중합니다. 네, 화사한 꽃향기와 섬세한 과일 향들을 하나하나 짚어낼 수 있죠. 내 감각이 원래 이렇게 좋았던가, 아니면 오늘따라 커피가 더 맛있게 된 건가, 생각할 정도로 말입니다. 아름답고 훌륭한 커피의 맛에 새삼 놀라게 되는 거죠.   ‘역치’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외부 자극에 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라고 나옵니다. 역치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작은 자극에도 반응한다는 뜻이고, 무뎌졌다는 말은 역치가 높아졌다는 말로 바꾸어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한다는 것은 가장 낮은 역치에 자극을 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맛본 황홀했던 커피 한 잔, 혹은 첫사랑의 경험처럼 말입니다.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는 그대로 마시다가 절반 정도 남았을 때 설탕을 넣어서 마시면 새로운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김다정   “그때 맛본 그 커피 맛을 다시는 만나지 못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커피가 아름다운 액체라는 것을 처음 느꼈던 순간의 이야기죠. 그런데 그 순간 이후로 커피의 아름다움에 관한 역치가 무한히 높아졌을지도 모릅니다. 더는 어떤 자극에도 반응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저는 이런 분들께 라이트 로스팅한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권하고 싶습니다.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가 커피에 관한 이전의 기억을 갱신해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는 조금 다르게 추출합니다. 에스프레소라고 하면 끈적하게 떨어지는 장면을 연상하지만, 라이트 로스팅 커피는 그보다 묽고 경쾌하게 떨어집니다. 다크 로스팅과 같은 방식으로 추출하면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텁텁한 커피가 만들어지죠. 추출법이란 재료인 원두의 상태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오늘은 19.5g의 원두를 포터필터에 담아 비교적 빠른 시간인 20초 동안 42g을 추출합니다. 밝고 매끈한 에스프레소의 표면이 아름답습니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장면을 같이 지켜보던 다운 님이 스푼과 설탕을 챙겨 손님께 커피를 내갑니다. 커피가 가진 향미와 특징을 차분히 설명하고서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옵니다. 그 과정을 지켜본 저는, 커피를 만드는 우리의 일상이 커피처럼 꽤 아름답다고 새삼 생각해봅니다.       ■  「 싱글 오리진 에스프레소를 마신 후 잔에 남은 달콤한 향까지 즐겨보자. 사진 김다정 ① 먼저 눈으로 매끈한 크레마를 감상합니다.   ② 잠시 사진을 찍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다음엔 향을 맡아 봅니다.   ③ 커피의 정보가 적힌 카드를 같이 서브해 주었다면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스푼으로 커피를 저어줍니다.   ④ 네 번째로 한 모금 입에 머금습니다. 그 순간 비강을 가득 채우는 향을 느껴봅니다. 한 모금 더 머금어 봅니다. 이번에는 혀를 자극하며 커피의 맛을 느껴봅니다. ⑤ 커피가 절반 정도 남았을 때 설탕을 넣어도 좋습니다. 과일 주스처럼 변한 에스프레소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⑥ 마지막으로 비운 잔에 남아 있는 달콤한 향을 맡아 봅니다. 그리고 새로운 하루를 즐겁게 맞이합니다.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커피집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카푸치노’를 주문하세요 [쿠킹] 멍하니 쉬고 싶을 날, 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이유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2022.10.14 07:00

  • [쿠킹] 커피집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카푸치노’를 주문하세요

    [쿠킹] 커피집의 진가를 알고 싶다면 ‘카푸치노’를 주문하세요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카푸치노는 커피집의 기술이 집약된 메뉴다. 사진 김다정 “왜 카푸치노를 추천하셨어요?”   “사장님이 커피집의 실력을 한잔의 커피로 알고 싶을 땐 카푸치노를 먹어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이모님에게 우리의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네.”   우리와 함께 일하는 연재씨의 이모님과 사촌 오빠가 카페를 찾아왔습니다. 가족에게 어떤 커피를 추천하는지 궁금해 멀리서 지켜보니 카푸치노를 권하더군요. 연재씨의 말대로, 카푸치노는 커피집의 기술이 집약된 메뉴입니다. 카푸치노 한 잔을 제대로 만드는 집이라면 다른 메뉴 역시 맛있을 확률이 매우 높지요. 저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연재씨는 우유를 준비합니다. 카푸치노에 사용할 에스프레소는 가능한 한 농밀하게 추출합니다. 빈틈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죠. 이때 빈틈은 ‘물’입니다. 필요 이상의 물이 섞인, 농도가 낮은 에스프레소로는 맛있는 카푸치노를 만들 수가 없으니까요.   카푸치노에 들어갈 에스프레소는 매우 농밀하게 추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진 김다정   아주 차갑게 보관한 우유를 스팀 피처에 190g 정도 담습니다. 커피머신의 스팀 봉에 맺혀있는 물은 빼줍니다. 우유에 물이 섞여 들어가지 않도록요. 스팀 봉을 당겨 스팀 피처 속으로 넣습니다. 우유의 수면에 스팀 팁이 살짝 잠기게 한 뒤 레버를 당깁니다. 뜨겁고 강한 공기가 우유 속으로 분사됩니다. 스팀 팁을 재빠르게 우유 수면으로 올려 우유 속으로 공기를 주입합니다. 공기는 우유 속으로 들어가 거품이 됩니다. 이때 스팀 팁과 우유 수면 사이의 공간을 미세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최대한 고운 거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거품이 커질수록 입에 닿는 촉감이 좋지 않기 때문이죠.     우유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더 뜨거워지기 전에 충분한 거품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뜨거운 우유에서 만들어진 거품은 거칩니다. 목표는 처음 스팀 피처에 담았던 우유 높이의 절반, 그러니까 부피가 150%가 될 때까지 거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거품을 충분히 만든 후 스팀 봉을 다시 수면 아래로 넣습니다. 스팀 봉의 방향을, 우유와 거품이 뒤섞인 이 액체 비슷한 물질이 스팀 피처 내에서 크게 회전할 수 있는 무게 중심으로 고정합니다. 이때 우유의 표면은 반짝이듯 윤기가 흐르는 느낌이 좋습니다. 푸석한 상태라면 실패죠. 스티밍을 멈추는 시점은 우유 온도가 65도를 넘기 전, 바로 지금입니다.     “스팀 잘 됐어요.” “에스프레소도 딱 좋아요. 그럼 부어 볼까요.”   진득한 에스프레소 위에 잘 쳐진 스팀 우유를 부어 카푸치노를 만든다. 사진 김다정   이 순간이 가장 극적입니다. 하루의 노고를 모두 잊게 하는 순간이죠.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일에는 고됨과 귀찮음이 동반되기 마련입니다. 커피를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인데, 고된 육체노동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정신노동이 동시에 진행돼 에너지를 상당히 소모하게 만들어요. 좋아서 시작한 일임에도 처음에는 하루를 오롯이 버텨내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런데도 이 순간, 매우 잘 쳐진 스팀 우유를 진득한 에스프레소 위에 붓는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순도 100%의 즐거움만 가득합니다.      붉은빛이 감도는 갈색의 에스프레소 사이로 하얀 스팀 우유가 침투합니다. ‘침투한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닙니다. 이때의 에스프레소와 스팀 우유는 어떤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고밀도의 액체(유동성 고체라 해도 어울릴 정도의) 상태니까요. 커피잔에 우유가 70% 이상이 차오르면 스팀 피처를 잔에 붙여 하얀 우유 거품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잔이 넘칠 듯 스팀 우유를 붓습니다. 넘칠 것 같지만 넘치지 않는 것은 액체의 표면장력 때문입니다. 잔 받침에 티스푼을 얹어 바로 손님에게 서빙합니다.   웻 타입의 카푸치노는 층 분리가 되기 전에 다 마시는 것이 좋다. 사진 김다정   카푸치노는 만든 즉시 먹어야 가장 맛있습니다. 그래서 카푸치노는 한 잔씩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간혹 일행인 손님 두 명이 모두 카푸치노를 주문할 때가 있습니다. 먼저 카푸치노를 받은 손님은 혼자 마시기 미안해 상대의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죠. 그러는 사이 공기보다 가벼운 거품은 커피의 수면으로 떠오르고, 무거운 액체는 중력이 작동하는 방향으로 가라앉죠. 소위 층이 분리되고 맙니다.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제 속은 타들어 갑니다.    “사장님, 아이스 카푸치노 만드셔야 합니다.”   거품기에 140g의 우유를 계량하던 연재 씨가 이모님의 얼굴을 연신 살피는 저를 채근합니다. “맛있다고 하시니까, 걱정하지 말고 샷 뽑으시죠”라면서요. 다시 에스프레소를 추출합니다. 필터 바스켓에서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를 면밀히 관찰합니다. 압력이 지나치면 에스프레소의 색이 탁하고, 부족하면 금세 노란색으로 옅어집니다. 붉은빛이 도는 진한 갈색의 에스프레소가 반짝거리며 떨어질 때가 가장 좋죠.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드는 과정. 사진 김다정   얼음이 들어가는 커피 메뉴는 쉽게 농도가 연해집니다. 가급적 더 진하게 추출하려는 이유죠. 특히 우유가 들어가는 메뉴가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행히 이번에 추출한 에스프레소도 만족스럽네요.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우유가 들어있는 거품기에 넣어줍니다. 이제 거품을 만들 차례이죠. 원리는 우유를 스티밍할 때와 흡사합니다. 단지 기계의 힘 대신 사람의 힘을 이용한다는 것이 다릅니다.     카푸치노는 향보다 식감이 먼저 느껴지는 커피입니다. 꽉 차 있는 밀도가 주는 포만감 때문인지 허기를 채워주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일까, 카푸치노는 ‘마신다’는 표현보다 ‘먹는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커피의 향은 카푸치노를 한 모금을 입에 머금고 삼키는 동안 고소하게 전해지기 시작하죠. 그러는 사이에도 거품과 거품이 아닌 것들은 조금씩 분리되어 버립니다. 그러고 보면 카푸치노란 ‘어떤 상태’에 해당하는 듯합니다. 완성한 후 아주 잠시만 허락되는 특별한 순간의 상태이죠.     “시간이 지날수록 층이 분리됩니다. 빨리 드시는 게 맛있습니다.”   카푸치노를 손님에게 드릴 때 빼놓지 않는 말이죠. “이건 좀 다르게 생겼네요. 카푸치노는 보통 하얀 우유 거품이 올라가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가 올라가지 않나요?” 그렇게 만드는 방식을 ‘드라이(dry) 타입’이라고 합니다. 거품을 따로 올려주죠. 그래서 거품층이 더 두껍게 올라갑니다. 거품층이 얇고 스팀 우유가 더 들어간 것을 ‘웻(wet) 타입’이라고 합니다. “아, 이거 진짜 맛있네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즐거워 보이는 손님의 표정에 안도합니다. 확신에 확신을 더해 만들지만, 커피가 우리 손을 떠난 뒤의 평가는 우리 몫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  「 DRINK TIP 카푸치노를 즐기는 법 드라이 카푸치노를 주로 먹어왔다면, 한 번쯤 “시나몬 빼고, 웻 타입으로. 뜨겁지 않게”라고 주문해보세요. 카푸치노는 완성되어서 나오자마자 마셔야 합니다. 커피를 모두 비울 때까지 손에서 컵을 내려놓지 않고 한 모금 두 모금 이어서 마셔보세요. 다 마셨다면 컵은 내려놓고 잠시 여운을 즐깁니다. 마지막으로 컵을 돌려주며 “잘 먹었다”고 말해보세요. 이때 바리스타와 눈을 맞추며 가볍게 웃어주면 더 좋습니다.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 [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 [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쿠킹] 멍하니 쉬고 싶을 날, 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이유    

    2022.09.02 07:00

  • [쿠킹] 멍하니 쉬고 싶을 날, 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이유

    [쿠킹] 멍하니 쉬고 싶을 날, 아메리카노가 어울리는 이유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아메리카노에 사용하기 위한 에스프레스를 추출하고 있다. 사진 김다정 저울 위, 샷 글라스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쳐다본다. 21초 동안 28.2g 추출한 짙은 갈색의 에스프레소다. 이 에스프레소 샷이 아메리카노에 사용하기 적당한지 생각 중이다. 마음에 걸리는 부분은 추출 시간이다. 근래 더워진 날씨를 고려하면 21초는 빠르다. 날씨가 더워지면 물은 점성이 약해져 물 같은 물이 되어버린다. 묽은 물은 커피의 향미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하고 날카로운 커피를 만든다.     이럴 땐 추출 시간을 더 길게 가져가는 게 유리하다. 커피에 압력을 가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보다 농밀한 에스프레소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추출 시간이 너무 길어도 곤란하다. 특정 시점을 넘어서 추출한 에스프레소는 다시 묽고 자극적인 맛이 된다. 결국 ‘적절함의 기준’은 날씨와 같은 환경 변수에 의해 달라진다. 항상 똑같은 레시피로 추출하면 늘 다른 커피를 만들게 되는 이유다. 매일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커피는 매일 레시피가 달라진다. 매일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 김다정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보통 핸드드립 커피인 ‘오늘의 커피’나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던 단골손님 수미 작가가 오늘은 아메리카노를 주문한다. 커피의 양을 0.3g 늘려 21.2g을 포터 필터에 담는다. 목표는 24초 내외에 27g에서 27.8g 사이를 추출하는 것이다. 진득한 에스프레소가 또르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커피가 맛있어지는 소리다. 추출되는 에스프레소의 색 변화나 점성의 변화 모두 양호하다. 24초 28g. 이만하면 적당하다.     샷 글라스에 담긴 에스프레소를 머그잔에 붓는다. 그다음 85도로 데워진 전기 포트의 물을 머그잔에 부어 준다. 촘촘하게 모여있던 커피의 입자들이 물속에서 흩어진다. 커피를 희석하는 물은 어떤 의미로는 ‘공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28g(에스프레소)에 190g(희석하는 물)의 공간이 더해지면, 커피의 밀도(농도)는 현저히 낮아진다. 아메리카노는 밀도가 낮은 커피다. 그래서일까, 비어 있는 공간에서 휴식을 느끼는 것처럼 편안함을 주는 커피다.     “무슨 생각 하세요?” 아메리카노를 내어드리며 손님에게 말을 건넨다. “저건 길쭉하게 생겼구나, 저건 또 저렇게 생겼구나, 하고 있어요. 멍 때리는 거죠. 오늘은 좀 멍하게 있고 싶네요.” 창밖 벤치에 앉아 있던 손님이 말한다. 텅 빈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던 손님은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키더니 이렇게 말한다. “카페라는 공간만큼 멍 때리기 좋은 곳도 없죠. 집과 직장을 넘어 제3의 공간이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 커피보다 맛이 풍부하고 부드럽다. 사진 김다정 “딱이에요. 부드럽고 달콤해서 편안해요.” 아무래도 필터 커피만 드시던 손님이라 맛이 어떤지 조심스레 여쭤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에스프레소 추출이란 결국 압력에 의해 커피를 ‘짜내는 것’이다 보니, 과장해서 말하면 이때 액체의 점성은 기름과 흡사하다. 반대로 종이필터에 걸러낸 핸드드립 커피는 투명하고 맑다. 그런가 하면 에스프레소를 물로 희석한 아메리카노는 핸드드립 커피보다 다소 텁텁할 순 있지만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진다. 특히 다크 로스팅 커피로 만든 아메리카노는 달콤하고 포근하다.     “커피의 향미가 화려할 때는 커피 자체를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다크 로스팅 아메리카노는 도리어 생각을 비우게 만들어 줍니다. ‘무위(無爲)’의 시간이랄까요. 좋은 시간 보내세요.” 짧은 설명만 보태고 자리를 뜬다. 손님이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다. 바리스타의 일은 커피를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다. 말을 건네야 할 때와 아닌 순간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아메리카노는 차가운 물 사이로 진득한 에스프레소를 부어 만든다. 사진 김다정 자리로 돌아와 다시 커피를 만든다. 이번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다. 잠깐 사이 에어컨 바람이 그라인더의 날을 식혀버렸기 때문에, 아까보다 곱게 커피를 갈아낸다. 커피양은 줄여 담는다. 진득하게 떨어지는 에스프레소를 보며 유리컵에 얼음을 담는다. 얼음이 담긴 유리컵에 물 150g을 담고 막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붓는다. 차가운 물 사이로 물감처럼 번져나가는 에스프레소를 잠시 바라보다 뚜껑을 닫고 빨대를 꽂는다.   “어휴. 안 되겠다” 카페를 찾은 과일가게 사장님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생수처럼 벌컥벌컥 들이키곤 “한 잔 더” 주문한다. 바쁜 현대인에게 각성과 갈증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또 다른 의미의 ‘생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또 드시냐는 질문에 스마트폰 게임을 하던 사장님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이번 건 천천히 마시려고.” 하지만 두 번째 커피도 금세 사라지고, 사장님은 빈 플라스틱 컵에 물을 담고 나갈 채비를 한다. “저 갑니다!” 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 DRINK TIP 아메리카노를 즐기는 방법   아메리카노는 하나의 형식입니다. 그 형식 안에는 다양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죠. 그러니 어떤 커피(내용)를 사용하는지 확인해 보세요. 다크 로스팅 블렌딩 커피부터 라이트 로스팅 싱글 오리진까지, 생각보다 아메리카노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커피랍니다. 요즘에는 아메리카노에 들어갈 원두를 선택할 수 있는 매장도 꽤 있으니, 주문할 때 원두를 고를 수 있는지 물어보세요.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은 후, 익숙하지 않은 느낌의 커피를 선택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낯선 향미의 커피가 어쩌면 새로운 일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줄지도 모르니까요.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

    2022.07.29 08:30

  •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1초 차이, 맛이 진득해졌다…'직원용 라떼'가 메뉴판 오른 사연 [쿠킹]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입속에서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섞이며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직원용 라떼'. 사진 정동욱 “이거 주문할 수 있는 건가요?”   손님의 손가락 끝이 가리키는 메뉴의 이름은 ‘직원용 라떼’입니다. ‘직원용’이라고 쓰여 있으니 주문할 수 있나 없나, 잠시 고민하셨던 모양입니다.   “직원들이 먹던 방식으로 만든 라떼입니다.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   손님이 ‘직원용 라떼’를 주문할 때는 보통 이런 상황이 펼쳐지곤 합니다. 손님은 시킬 수 있는 메뉴인지 물어보고, 저희는 커피 이름이 왜 ‘직원용 라떼’인지, 이 커피는 어떻게 즐겨야 더 맛있는지 설명하는 상황이죠. 여러분도 궁금하시지 않나요? 그래서 이번에는 ‘직원용 라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더 진하게는 안 되나요?” 세 번째 커피를 주문하던 한 손님이 이렇게 말했죠. 라떼를 진하게 요청하신 손님은 커피의 농도가 마음에 안 드셨던 모양입니다. “저렇게 만들어 주시면 안 되나요?” 손님은 커피 바 뒤에서 조그만 잔에 라떼를 만들어 먹던 저희 직원 지영이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찬 우유를 작은 피카디 잔에 담고, 포터필터에 원두를 담는다. 사진 정동욱   우리는 잠시 서로를 쳐다본 뒤 곧장 커피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작은 피카디 잔에 찬 우유를 얼음 없이 120g 정도 담습니다. 그리고 포터필터(Porter Filter)에 원두를 담습니다. 커피머신에 장착하는, 손잡이가 달린 동그란 통처럼 생긴 필터죠. 이때 커피는, 라떼를 만들 때보다 0.2g 줄인 커피 20.9g으로 담습니다. 우유의 양이 적다 보니 약간 빠른 추출이 더 조화롭기 때문이죠. 그래 봤자 1초 정도의 차이지만, 맛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커피 추출에서 1초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맛의 차이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추출이 21초에서 23초 사이가 괜찮다고 봤을 때, 20초로 추출한 라떼는 맛과 향이 날카롭고 씁쓸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달고 진득한 맛이어야 하는데, 묽고 날카롭게 느껴지는 거죠.   커피를 추출할 때 1초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큰 맛의 차이를 가져온다. 사진 정동욱   에스프레소 머신 트레이에 저울을 올리고 그 위에 우유가 든 피카디 잔을 올려 영점을 잡고 추출 버튼을 눌러줍니다. 포터필터 아래로 떨어지는 진득하고 반짝이는 마호가니 빛 에스프레소를 관찰합니다. 커피가 전체적으로 고르게 추출되는지 확인하는 것이죠. 만약 한쪽으로 치우쳐 추출된다면 소위 채널링(Channeling)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포터필터에 커피를 담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채널링이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자, 커피 층을 통과하는 물의 여정을 상상해 보시죠. 곱게 분쇄해 포터필터 안에 강하게 다져진 커피 층을 뚫고 나아가야 하는 물의 여정입니다. 힘겹게 커피 층의 저항을 이겨내던 물이, 커피가 약하게 다져진 부분을 발견한다면 어떨까요. 물은 당연히 그쪽으로 돌진하게 됩니다. 바로 채널링입니다.   “물은 게으르다.” 라떼아트의 창시자이자 미국 시애틀의 로스터리 카페 ’에스프레소 비바체‘의 CEO인 데이비드 쇼머의 책 『에스프레소』에 나오는 말입니다. 채널링이 발생한 곳에서는 과다한 추출이 일어나고, 채널링이 발생하지 않은 곳에서는 과소추출이 일어납니다. 역시 맛이 묽고 쓰게 느껴지며 기대하는 향미가 잘 발현되지 않습니다.   “이 맛이에요! 저 앞으로 이렇게 주시면 안 돼요? 이 커피를 뭐라고 부르면 되나요? 직원용 라떼?” 이후로도 이 손님은 직원용 라떼를 찾으셨고,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메뉴판에 ’직원용 라떼‘를 정식으로 올리게 되었습니다. 정식 메뉴가 된 후, 직원용 라떼를 손님에게 내어드릴 때는 반드시 이렇게 질문하곤 합니다. “드셔보신 적 있으신가요?”   '시그니처' 메뉴는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환경,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완성된다. 사진 정동욱   그다음으로는 직원용 라떼를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있는지 설명해드리죠. “차가운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가 올려져 있습니다. 커피를 드시면 먼저 진한 에스프레소가 입안으로 들어옵니다. 그 뒤로 차가운 우유가 따라 들어와 입속에서 에스프레소가 라떼로 변해가는 과정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섞이기 전에 드시고, 차가운 우유가 넘어올 때까지 컵을 충분히 기울여 보세요.”   입속에서, 에스프레소가 라떼로 변해가는 그 과정은 꽤 특별한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에스프레소가 더는 에스프레소가 아니게 되는 순간이죠. 에스프레소가 라떼로 변해가는 그 경계를 입속에서 느낄 수 있는 아주 흥미로운 경험입니다. 이게 뭐 그리 특별하냐고 되물으실 수도 있겠네요. 사람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에스프레소를 ’숏 블랙‘이라 부르는 호주에서는 라떼를 ’플랫 화이트‘라 부르죠. 새로운 이름은 새로운 개념을 인식하게 하고, 새로운 개념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듭니다. 우리는 이야기가 있는 대상을 더 입체적으로 인식하죠.   “여기 시그니처가 뭐예요?” 근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시그니처(signature), ‘서명’이란 뜻의 이 단어를 저는 ‘이야기’로 해석합니다. ‘그 커피집만의 이야기가 있는 메뉴’로 말입니다. 그러니 ‘시그니처 메뉴’를 찾는 손님의 말은, 다시 말하면 이 집만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뜻 아닐까요? 시그니처가 이야기라면, 시그니처는 메뉴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커피를 만드는 방식이나 도구, 혹은 커피를 만드는 사람, 즉 바리스타에게서도 시그니처는 있습니다. 바리스타가 해석한 커피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바리스타의 복장이나 커피를 만들 때 보이는 제스처 같은 것들이죠.   카페를 찾은 사람들은 커피만 소비하지 않습니다.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 혹은 그 환경에 담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함께 소비하죠. 그렇다고 어떤 이야기라도 다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급조한 이야기는 쉽게 잊힐 수밖에 없죠.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한 과정 정도는 있어야,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됩니다.   시간이 있을 때면, 평소 다 전하지 못한 ‘직원용 라떼’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기도 드립니다. “우유에 들어간 얼음이 녹으면 묽어집니다. 우유를 스티밍하면 성분이 변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우유는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라떼 역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용 라떼에 가공되지 않은 우유가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자, 직원용 라떼가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  「 DRINK TIP 시그니처 메뉴를 즐기는 법 요즘은 매장마다 한두 가지의 시그니처 메뉴를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바리스타에게 메뉴에 관한 설명을 부탁해 보세요. 재밌는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메뉴판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숨겨져 있습니다. 가령 메뉴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는 메뉴는 그곳에서 주력으로 선보이고 싶은 메뉴일 확률이 높습니다. 자신들이 어떻게 기억되고 정의되고 싶은가에 관한 답이 그곳에 있죠. 설령 그 위치에 해당하는 메뉴가 평범한 아메리카노라고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아메리카노가 그 집의 시그니처일 수도 있으니까요. 특별한 메뉴도 좋지만 결국 그 커피집이 추구하는 방향성에 관한 이야기가 시그니처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쿠킹] 좋은 인연 만나게 해줄 우리 술, ‘꽃잠’과 ‘지란지교’바닐라 향, 맑은 황금색 위스키…이 오크통에서 숙성시킨다 [쿠킹]

    2022.06.09 06:00

  • [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쿠킹] 그 많은 커피 중에 ‘오늘의 커피’가 꼭 필요한 이유

    정동욱의〈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원두가 분쇄되며 퍼지는 향을 통해서 '오늘의 커피'의 특성을 살핀다. 사진 김다정 "보라색이 떠올라요." "맞아요. 라벤더 향이 느껴져요."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기 위해 드리퍼에 끼울 필터를 준비하는 모습. 사진 김다정   새로운 커피를 출시하기 위해 시행한 샘플 로스팅의 결과를 직원들과 같이 확인하는 순간, 각자가 느끼는 커피에 관한 인상을 자유롭게 표현합니다. 로스터는 사람들의 의견을 취합해 커피 로스팅을 진행하죠. 커피의 인상을 표현할 때 나오는 단어는 과일이나 꽃처럼 구체적일 때도 있고 질감이나 색의 표현같이 추상적일 때도 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보라색이 떠올린다”는 표현이 나오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추상적인 표현조차 서로 공감한다는 겁니다. 커피를 색으로 표현한다는 건, 어쩌면 훈련된 바리스타가 향의 성격을 인지하고, 그 향을 연상케 하는 과일이나 꽃 혹은 다른 무엇을 인식해 그것을 다시 색으로 연결하는 인지능력의 결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즉 풋사과 계열을 연상할 땐 녹색, 재스민이나 라벤더의 계열은 보라색, 자몽이나 오렌지는 주황색 등으로 연상하는 것이죠.   저울 위 계량컵을 올리고 원두를 붓는 과정. 사진 김다정   저울 위에 계량컵을 올리고 영점을 잡아 줍니다. 비교적 서늘한 아침 기온을 감안해 16.2g을 계량합니다. 그라인더의 전원을 켜고 날이 회전하는 것을 확인한 뒤 원두를 붓습니다. 좁은 날의 틈을 통과하며 원두는 미세한 가루로 부서지죠. 커피의 향이 세상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며 코끝을 자극합니다. 계량컵 옆면을 손바닥으로 톡톡 두드려 향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 작업은 그날 만들 커피의 특성을 살피는 일입니다. 이제 서버 위에 드리퍼 또 그 위에 필터를 얹고는 미리 끓여둔 물을 붓습니다. 필터를 씻어주며 동시에 드리퍼와 서버를 데워주는 작업(린싱 Rinsing)이죠. 분쇄해서 가루가 된 커피를 막 린싱이 끝난 드리퍼에 부어줍니다.   저울에 15.8g이 표시된 것을 확인합니다. 분쇄 중에 생기는 손실 때문에 원두를 계량할 때는 일정량을 더 담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16.2g이 아니라 15.8g이 맞습니다. 타이머를 누른 후 잘 정돈한 커피 가루 위로 뜨거운 물을 부어줍니다. 정확히 40g을 부어준 후, 드리퍼를 들고 빙글빙글 돌려줍니다. 스월링(swirling)이라 하는 이 작업은 커피 추출이 고르게 일어나도록 커피 가루 전체에 물이 닿게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30초가 되면 60g의 물을 추가로 붓고, 50초엔 70g, 1분 10초에 다시 70g의 물을 부어준 후 기다립니다.   드리퍼를 빙글빙글 돌려주는 스월링(swirling)을 통해 커피를 고르게 추출한다. 사진 김다정   물은 커피 가루를 통과하며 커피가 되어 서버로 떨어집니다. 방울방울 떨어질 때마다 일어나는 액체의 표면장력과 중력 사이의 충돌이 어딘가 아름답게 보입니다. 커피를 추출하는 일을 직업으로 둔 사람으로서, 새로운 오늘이란 새로운 문제를 받아든 학생의 기분과 흡사하게 느껴집니다. 오늘의 환경에 적합한 커피는 어제의 커피와 다르기 때문이죠. 산미가 잘 발현되지 않는 날엔 산미를 보다 살리는 방향으로 추출해야 하고, 향미가 과하게 발현되는 날에는 적절하게 만들어 줄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이 ‘적절함’이 참 어려우면서도 중요합니다. 결국, 바리스타가 하는 일이란 ‘오늘’과 ‘커피’ 사이의 적절한 관계를 규정하는 일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는 날도 있습니다. 둘 사이가 너무나 멀고 멀어서, 도무지 사이를 좁힐 수 없는 날이죠. 혹시 ‘그런 날’을 겪은 분이 있다면, 너무 좌절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그건 당신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의, 그리고 우리의 노력과 상관없이 잘 나와주는 커피가 있는 것처럼, 어떤 노력을 기울여도 안 되는 날이 있습니다. 우리의 역할은 나쁜 날의 하한선, 좋은 날에도 그 하한선을 지키는 것에 있죠. 오늘의 커피는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그러니 같은 커피라도 ‘오늘의 커피’는 오늘만 마실 수 있는, 오늘만의 맛과 향을 가진 커피가 되는 거죠. 자, 오늘의 커피는 보라색이 떠오르는 다사야(dasaya)라는 커피입니다. 원두 봉투에 쓰인 글귀를 유심히 살피며 커피를 맛보던 손님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커피를 추출하는데 필요한 서버, 드리퍼, 필터. 사진 김다정   “정말 보라색이 떠오르네요.” “다사야라는 커피 이름이 에티오피아어로 보랏빛 풍경이라는 뜻입니다. 그렇게 느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커피를 그저 쓴맛 나는 검은색 액체로만 생각했는데, 커피가 맛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게 됐네요.”   이 순간이야말로, 바리스타가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때입니다. 다사야 커피의 정식 이름은 ‘에티오피아 구지 샤키소 다사야’입니다. 컵노트는 라벤더‧블루베리‧포도‧복숭아이죠. 커피의 맛과 향에서 이러한 인상(impression)을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커피에서 어떤 인상을 느끼는 그 순간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내 삶이 조금은 근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죠. 행복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그런 순간입니다. 만약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필요한 행복의 분량이란 것이 있다면, 오늘의 커피가 필요한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요.     ■ DRINK TIP. 핸드드립으로 ‘오늘의 커피’ 즐기는 법 「 드리퍼에 물을 부어 씻어주는 모습. 사진 김다정 카페에서 핸드드립으로 오늘의 커피를 주문했다면, 커피가 분쇄되는 그라인더 근처에 자리를 잡으세요. 커피가 분쇄되는 순간의 향이 참 좋기 때문이죠. 커피를 추출하는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슬쩍슬쩍 관찰하셔도 좋습니다. 그 모든 행동이 커피의 맛과 향을 만드니까요. 예쁜 잔에 담겨온 커피의 섬세한 맛과 향을 천천히 음미합니다. 바리스타가 건네는 카드나 혹은 메뉴판에 쓰인 커피의 정보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느껴지는 맛과 향, 상상되는 이미지의 정체를 어쩌면 그 속에 적힌 단어에서 발견하실지도 모릅니다.      커피는 뜨거울 때 다 드시지 말고, 천천히 식으며 변하는 향미를 관찰하면 좋습니다. 식을수록 산미가 드러나고 단 향의 여운이 길어집니다. 또, 맛과 향이 정점이 되는 온도는 커피마다 다릅니다. 뜨거울 땐 조금 여유롭게 드시되, 딱 좋다 싶을 땐 조금 서두르셔도 좋습니다. 커피가 좋았다면, 바리스타에게 한마디 짧게 건네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마도 행복한 얼굴을 마주하시게 될 겁니다. 」    정동욱 커피플레이스 대표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 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쿠킹] 1년 기다린 대저 짭짤이 토마토, 제대로 즐기려면[쿠킹]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매실의 반전 매력[쿠킹] “우리집에 놀러와요” 서울숲서 맛보는 특별한 ‘집밥’

    2022.04.28 00:10

  • [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

    [쿠킹]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

    정동욱의 〈커피 일상〉 커피는 참 이상합니다. 필수영양소가 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마시는 걸까요. 생존을 목적으로 진화한 인간에게 쓴맛은 독, 신맛은 부패한 음식을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단맛을 넘어 신맛과 쓴맛까지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죠. 커피가 바로 그렇습니다. 바리스타 정동욱의 ‘커피 일상’에서는 오랜 시간 각인된 본성마저 거스르며 이 검은 액체를 거리낌 없이 사랑하게 된 이유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커피 일상' 1화에서는 아침을 여는 커피, 에스프레소를 소개한다. 사진 정동욱 “사장님 모시고 이탈리아 한번 가고 싶어요.” “왜요? 제가 거기서 조금 더 배워야 할까요?”   매일 아침 9시, 젊어서 이탈리아 유학을 하신 59년생 손님은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위해 저희 가게를 찾으십니다. 자리에 앉을 것도 없이 바에 선 채로 커피를 받아 들고는 설탕을 넣고 천천히 저은 뒤 단숨에 커피를 털어 넣죠.   오픈 시간에 맞춰 오시는 손님 덕분에, 저희 가게 매일 아침 첫 세팅은 에스프레소입니다. 바리스타들은 그날그날 바뀌는 기온과 물의 특성을 확인하고 최상의 커피 맛을 내기 위한 세팅을 합니다. 특히 수온과 물의 TDS(Total Dissolved Solid, 총용존 고형량)가 중요합니다. TDS란 물속에 무기물과 유기물이 얼마나 녹아있는지 측정하는 일을 말하죠.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정동욱 대표의 모습. 사진 정동욱   오늘 아침은 기온이 낮네요. 다크 로스팅한 원두 17.5g을 곱게 갈아, 커피 가루를 담는 필터인 포터 필터에 커피를 넣고 가볍게 탬핑을 합니다. 탬핑은 포터 필터에 담긴 분쇄한 커피를 다지는 행위를 말합니다. 로스팅 시간을 길게 한 다크 로스팅 커피는 라이트 로스팅 커피에 비해 산미가 적고 묵직한 편이죠. 네, 오늘 같은 날씨에는 묵직한 커피가 어울릴 것 같네요.   포터 필터에서 떨어지는 갈색의 액체를 유심히 살펴본 후 맛을 봅니다. 아무래도 커피를 분쇄하는 그라인더의 워밍이 덜된 것 같네요. 다시 작업에 들어갑니다. 원두를 갈고 추출하고 맛을 보는 작업을 반복하며 오늘 환경에 맞는 최적의 커피 맛을 낼 추출 시간을 계산합니다. 드디어 손님에게 내어 줄 에스프레소가 완성됐습니다. 커피를 받은 손님은 이제야 제 질문에 답을 줍니다.   “아뇨. 그들이 커피를 얼마나 대충 만드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모습. 사진 pexels   커피를 아주 곱게 갈아 높은 압력으로 소위 짜내듯이 추출한 진한 커피가 에스프레소입니다. 길어야 30초면 완성될 정도로,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커피입니다. 그래서 이탈리아어로 ‘빠르다’라는 의미인 에스프레소(Espresso)가 커피 이름이 되었죠. 물의 양도 적게 들어갑니다. 그러니 맛은 농후하기 그지없죠. 커피에 익숙하지 않다면 즐기기 쉽지 않은 음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진한 액체가 있어야만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에스프레소를 삼킨 이후에야 비로소 “잠이 깬다”거나 “몸에 온기가 돌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다”고 표현하죠. 이는 카페인의 약리적 작용의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보다 어떤 의식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으로 에스프레소를 마시는 것이죠. 참 멋지지 않습니까?   에스프레소는 원두와 로스팅 방법에 따라 각기 다른 풍미가 있다. 사진 정동욱   간혹, 에스프레소는 기계가 만들어주는 커피, 핸드드립 커피는 손으로 내린 고급 커피라는 인식을 마주할 때가 있는데요. 이는 어림없는 소리입니다. 내리는 방법을 고급과 저급으로 구분할 수 없죠. 커피는 어떤 원두를 사용하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또 생두를 볶는 과정인 로스팅도 중요하죠. 각기 개성이 다른 원두를 섞어 만든 블렌딩 커피로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도 있지만 한 곳의 원산지에서 나온 원두로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드럽고 달큰한 맛을 내는 다크 로스팅의 블렌딩 커피도 있지만, 향긋한 꽃향기와 오렌지 톤의 산미가 경쾌하게 느껴지는 라이트 로스팅의 싱글 오리진 온두라스 커피 역시 에스프레소로 즐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진한 쓴맛 같기만 한 에스프레소지만. 그날의 날씨와 기분, 취향에 따라 매번 다른 아침을 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죠.   이런! 의식을 마친 손님의 아침이 드디어 시작된 모양입니다.   “진짜 맛있어요, 사장님. 좋은 하루 되세요.”     ■  「 DRINK TIP 에스프레소 즐기는 법   에스프레소를 먼저 한 모금 머금어 보세요. 커피의 향미가 입안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잔향이 옅어질 때쯤 다시금 한 모금 머금어 보세요. 이번에는 단 향이 짙게 느껴질 거예요. 잔을 모두 비운 후에는 데미타쎄(demitasse)잔에 남아 있는 단 향을 마지막으로 느껴보세요. 신맛이 좋은 라이트 로스팅 에스프레소의 경우 설탕과 만나면 과일주스처럼 변신합니다. 다크 로스팅 커피는 살짝 녹은 설탕에서 캐러멜과 달고나가 연상되는 단맛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에세이,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인생을 바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우리 술[쿠킹] 한국인은 소맥, 영국인은 맥맥[쿠킹] 상큼한 레몬 파운드 케이크, 직접 만들어 더 맛있게 먹는 법[쿠킹] 오트밀 디저트 레시피 중 단연 최고, 오트밀 쿠키

    2022.03.22 07:12

  • [쿠킹]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커피’ 한 잔 내리기

    [쿠킹] 내 입맛에 맞는 ‘맛있는 커피’ 한 잔 내리기

    “이상적으로 추출된 커피의 TDS(총 용존 고형물, Total dissolved solids)는 1.15~1.35%, 수율은 18~22% 정도다.”     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내린 정의다. TDS는 커피 한 잔에 녹아 있는 고형성분의 양을 말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커피 한 잔의 농도를 뜻한다. 추출 수율은 커피 한 잔을 추출하기 위해 사용한 커피의 양과 실제 내려진 커피 성분의 비율을 말한다. TDS는 과학적 분석의 근거가 되어 이상적인 커피 추출을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집에서 커피를 내리는데 이걸 꼭 알아야 하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럴 필요는 없다. 커피의 적절한 농도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이상적인 커피에 관한 정의를 함부로 내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있는 커피 한잔을 직접 내리고 싶다면 꼭 알아야 할 기본 상식이 있다.     커피의 적절한 농도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지만, 맛있는 커피 한잔을 직접 내리고 싶다면 알아야할 몇가지 상식이 있다. 사진 조원진. 우선 브루잉(Brewing)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브루(Brew)는 말 그대로 커피를 우려낸다는 의미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넓은 의미에서 모두 브루잉에 속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에스프레소머신을 사용하지 않는 핸드드립이나 사이폰처럼, 중력의 힘이나 미량의 압력을 이용해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브루잉이라고 정의한다.     그라인딩(Griding)에 관한 이해도 필요하다.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는 추출 방법 등에 맞춰 알맞게 추출할 수 있도록 분쇄하는 작업을 말한다. 원두를 적절한 크기로 고르게 분쇄하는 일은 맛있는 커피의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추출 방법에 따라 적합한 분쇄 범위가 있으며, 적절한 범위 안에서 분쇄도를 조절하면 동일한 커피로도 다른 맛을 표현할 수 있다. 참고로 분쇄한 원두는 향미의 손실이 빠르게 일어난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따라서 맛있고 신선한 커피를 내리기 위해서는 추출하기 전에 필요한 양의 커피를 갈아서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기본 개념을 이해했다면, 다음은 ‘맛있는 커피 6원칙’을 기억해 두자. ①신선한 배전두(볶은 커피) ②청결한 기구 ③신선한 물 ④기구에 맞는 적당한 굵기의 그라인딩 ⑤적당한 분량 추출시간, 그리고 ⑥온도 지키기다. 간단한 듯하지만 의외로 지키기 어려운 규칙들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추출해볼 차례다. 추출 방법으로는 프렌치프레스, 에어로프레스, 클레버를 골라봤다. 세 가지 모두, 집에서도 어렵지 않게 맛있는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 본연의 부드럽고 풍성한 향미를 즐기기 좋은 프렌치프레스. 사진 보덤 인스타그램. 먼저 ‘프렌치프레스(French Press)’는 이탈리아인 우고 파올리니(Ugo Paolini)가 토마토 주스 분리기에서 영감을 받아 고안한 커피 제조기구다. 1929년 오늘날의 프렌치프레스 형태가 등장했지만, 1950년대가 돼서야 프랑스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해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프렌치프레스용으로 굵게 분쇄한 커피를 15~18g 정도 넣고 90도 이상의 뜨거운 물 250㎖를 부어준다. 처음에 40㎖ 정도를 넣은 후, 30초 뜸을 들인 다음 나머지를 부어주면 더욱 좋다. 추출시간은 3분 내외가 적당하다. 프렌치프레스는 스테인리스 거름망을 사용해 커피의 오일 성분까지 놓치지 않고 추출할 수 있다. 커피 본연의 부드럽고 풍성한 향미를 즐기기에 좋다.   약간의 변화로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에어로프레스. 사진 pixabay. 에어로프레스는 2005년 미국의 스포츠용품회사 에어로비(Aerobie)가 만든 가압(수동) 방식의 추출 기구다. 주사기 모양의 형태를 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에어로비에서 판매했으나, 인기를 끌자 사업부가 독립해 별도 회사를 차렸다. 추출 방법이 다양하지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레시피는 다음과 같다.     깨알보다 가는 크기로 갈아낸 15~18g의 원두에 20~30㎖의 물을 부어 30초간 뜸을 들인다. 이후 200㎖의 물을 추가로 붓고 1분 30초를 기다린 후 손바닥으로 압력을 줘 추출한다. 에어로프레스는 약간의 변화만으로도 다양한 커피 맛을 경험할 수 있는 추출 기구다. 세계 에어로프레스챔피언십도 매년 열린다. 여러 국가를 순회하며 열리는데, 커피인들의 축제라고 할 만큼 참가자가 많다. 또, 온라인에는 세계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레시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기구, 클레버. 사진 클레버 인스타그램   클레버(Mr. Clever)는 대만의 표일배(飄逸盃) 제조회사인 EK인터내셔널에서 만든 커피 추출 기구다. 표일배는 원터치로 차를 편하게(飄逸: 태평하다는 뜻) 내려 먹는 잔(盃, 작은 잔을 의미)이란 뜻이다. 표일배에서 영감을 받아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만든 기구가 클레버다. 핸드드립을 할 때 사용하는 드리퍼와 유사하게 생겼지만, 하단 추출부를 여닫을 수 있어 프렌치프레스와 같이 침지식(혹은 침출식) 추출이 가능하다.     추출 방법도 어렵지 않다. 필터를 알맞게 접어 드리퍼처럼 생긴 기구에 올려놓은 후 깨알 정도의 굵기로 갈아낸 원두를 15~18g 정도 넣는다. 90도 이상의 물을 20~30㎖ 정도 부어 30~40초 동안 뜸을 들인다. 이후 200㎖의 물을 추가하고 2분~2분 30초 후에 클레버를 컵이나 서버 위에 올리면 추출구가 자동으로 열리며 커피가 내려진다.     앞서 당부한 6가지 원칙을 지킨다면, 어렵지 않게 내 입맛에 가장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내릴 수 있다. 추출한 커피의 맛이 내가 좋아하는 맛과 조금 다르다면 분쇄도와 물의 온도, 추출시간을 조절해보자. 커피가 쓰다면 분쇄도를 굵게 하거나 물의 온도를 낮추고, 추출시간을 줄이면 된다. 반대로 커피의 산미가 거슬린다면 분쇄도는 가늘게, 물의 온도는 높게, 추출시간은 길게 조절한다. 변수는 한 번에 하나씩만 조금씩 바꾸는 편이 좋다. 관련기사니 진짜배기 커피 무봤나… 3시간 걸려도 끄덕여지는 맛[쿠킹] 커피향 토스트 위 버터 한 조각, 주말 브런치 추천[쿠킹] 초콜릿향 가득 쫀득한 브라우니, 예쁘게 자르려면

    2021.09.13 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