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을 완성하는 건 페어링이다. 함께 먹으면 서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감칠맛이 강한 해산물은 산도가 있는 음료와 함께하면 위를 한없이 늘려주는 것처럼. 물론 잘못된 조합은 맛을 더하기는커녕 음식과 술 본연의 맛을 해친다.〈완벽한 한 끼 페어링〉에서는 함께해서 더 좋은 최상의 맛 단짝을 소개한다. 최근 트렌드로 떠오른 전통주와 와인·맥주 같은 주류부터 차까지, 각 분야의 전문가가 보석 같은 조합만 골라 소개한다. 이번 주는 와인바 비놀로지를 운영하는 요리연구가 정리나 대표가 보내왔다. 사냥꾼도 요리했을 만큼 쉬운 조리법에 고급스러운 맛, 여기에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까지, 멋진 연말 홈파티를 만들어줄 완벽한 조합이다.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 정리나의 코멘터리: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이탈리아엔 와인과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이하 카치아토레)가 있다. 닭고기에 와인을 넣고 오래 끓여내 부드러우며 풍미가 최고다. 한동안 카치아토레의 매력에 푹 빠져 자주 만들곤 했는데, 이탈리아 현지 친구도 엄지를 들며 ‘Buono! Buono!(좋다! 맛있다!)’를 연발했다.


이탈리아에서 사냥꾼들이 먹었던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 사진 김태훈
이탈리아 미식의 수도라 불리는 볼로냐(Bologna)에서 한 달 살기를 한 적이 있다. 워낙 작고 조용한 도시라 이웃 분들과 금세 친해져 홈파티를 자주 했다. 한번은 홈파티를 주최했는데 이웃이 만들어온 자줏빛의 닭요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와인을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요리라고 했는데 그 맛과 향이 기가 막혔다. 입에서 살살 녹는 부드러운 식감에 체리·딸기 등의 과실 향과 토마토소스의 산미까지! 닭요리가 이렇게 고급지다고? 이름을 물어보니 폴로 알라 카치아토레(Pollo alla Cacciatora)라고 했다.
반전은 이름에 있었다. 이탈리아어로 ‘사냥꾼식 닭요리’를 뜻한다. 본래 사냥꾼들이 야생에서 사냥한 꿩·닭·토끼 등을 먹다 남은 와인을 넣고 푹 익혀 만드는 요리라고 한다. 메인 재료가 닭과 와인인지라 프랑스 코코뱅(Coq au Vin)과도 유사하지만, 사냥꾼들이 즐긴 음식인 만큼 재료와 조리법이 훨씬 간단하다.


닭고기는 1~2시간 마리네이드 하면 닭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제거되고 식감은 더 부드럽다. 사진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