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단백질이 백미 2배↑…다이어트엔 슈퍼푸드 ‘귀리’

중앙일보

입력 2021.08.11 10:30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별로 먹지도 않는데 살이 쪄요.”
비만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참 많이 듣는 말이다. 살이 찌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정작 본인은 이유를 몰라 답답할 수 있다. 이때 의외로 식단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다. 살을 빼려면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섭취를 늘려야 한다. 그런데 한국인의 주식은 밥이다. 후식으로도 과일이나 떡, 케이크 같은 탄수화물을 먹는다. 즉, 탄수화물이 초과하기 쉬운 밥상이다.

밥을 먹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대신 환자들에게 백미보다 다른 곡식을 섞어 밥을 짓도록 권한다. 너무 많은 곡식을 섞을 필요도 없는데, 이때 현미와 함께 꼭 추천하는 곡식이 바로 ‘귀리’다.

귀리는 대표적인 슈퍼푸드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베타글루칸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식이섬유와 칼슘도 풍부해 곡물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앙일보.

귀리는 대표적인 슈퍼푸드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베타글루칸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식이섬유와 칼슘도 풍부해 곡물의 왕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앙일보.

‘귀리’는 슈퍼푸드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슈퍼푸드는 영양학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스티븐 프랫(Steven G. Pratt) 박사가 2004년 쓴 『난 슈퍼푸드를 먹는다』라는 책이 유명해지면서 널리 쓰기 시작한 말이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장수 지역 그리스와 오키나와의 식단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먹을거리 14가지를 선정해 섭취를 권장한 게 시작이다.

사실 슈퍼푸드를 정하는 별다른 기준은 없다. 면역력을 강화하고 심혈관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의 만성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재료들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슈퍼푸드는 정의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데, 그중에서도 귀리는 자주 포함되는 식품이다.

귀리의 핵심 성분이라고 할 수 있는 베타글루칸은 식이섬유이자 수용성 다당류 탄수화물로, 대식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 혈당 조절, 콜레스테롤 감소, 혈압강하, 항염, 항균, 암세포 증식 억제 등의 효과가 있어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병을 앓는 분들, 그리고 암 환자들의 식탁에 자주 오른다.

또한 귀리의 식이섬유는 현미의 3배, 백미의 22배다. 배변을 촉진하고 장 건강 회복에도 도움을 준다. 100g당 300~370kcal로 열량도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비타민과 마그네슘, 라이신, 칼륨, 아연, 트립토판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특히 현미의 4배에 달하는 칼슘은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곡물의 왕’이라는 별명을 붙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귀리는 소량만 섭취해도 포만감을 준다. 귀리를 분쇄한 가루를 우유에 타서 먹으면 바쁜 아침이나 늦은 저녁, 건강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귀리는 소량만 섭취해도 포만감을 준다. 귀리를 분쇄한 가루를 우유에 타서 먹으면 바쁜 아침이나 늦은 저녁, 건강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사진 pixabay.

귀리는 소량 섭취해도 포만감을 준다. 식물성 단백질이 백미의 2배 이상 들어있어서다. 사실 비만 환자들은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다. 야식이 잦거나, 바쁘면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데, 이 경우 보통은 다음 끼니에서 폭식하게 된다. 차라리 이럴 때는 귀리를 분쇄한 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으면 좋다. 공복감을 채워줘 간편하게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

귀리의 영어 명칭은 ‘오트(aots)’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오트는 귀리의 껍질을 벗겨 볶아서 납작하게 만든 것이다. 물이나 우유에 섞어 죽처럼 만든 오트밀(oatmeal), 즉 귀리 죽 형태로 서양에서 아침 식사로 많이 먹는다. 가공된 오트에 비해 껍질을 벗기기 전 상태인 통귀리가 식이섬유 함량은 월등히 높다. 다만 통귀리는 식감이 다소 거칠어서 빵과 시리얼, 과자 등으로 만들어 먹는 편이다. 가공된 오트를 구입해 우유나 요거트, 샐러드 등에 넣어 먹는 것도 방법이다. 가공 전 귀리를 고를 때는 모양이 길쭉하고 통통한 것이 좋으며, 이물질이 섞이지 않고 잘 건조된 것이 좋다.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몸에도 좋은 귀리지만, 한때는 홀대받은 역사가 있다. 한반도에 귀리가 유입된 것은 고려 시대로 추정된다. 당시 귀리는 말의 사료라는 인식이 있어서, 인기가 없었다. 논밭의 잡초로 취급하기 일쑤였다. 조선 후기 농업기술이 발달하면서는 간혹 귀리를 재배했다고 전해진다. 필수작물을 수확하고 난 후 다음 재배를 하기 전까지 남은 기간에 기호작물을 재배했는데, 그중 하나가 귀리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기가 없어서 재배량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현대에 들어 웰빙 식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자 국내 재배지가 늘었다. 하찮게 여겼던 귀리가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푸드 10위 안에 든 것이다. 흔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묻혀 있는 훌륭한 인물을 ‘창해유주(滄海遺珠)’라고 하는데 귀리의 역사가 바로 그렇다. 또 귀리의 비타민과 미네랄 등이 피부 발진을 줄이고 보습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귀리가 포함된 화장품 등이 줄지어 출시됐다. 재미있는 점은 기원전 2000년부터 아라비아인과 이집트인들은 귀리를 피부관리를 위해 사용해왔다는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들도 목욕할 때 귀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2019년 국내에서는 귀리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귀리의 ‘아베난쓰라마이드(AVN)’ 물질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저녁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아베난쓰라마이드는 곡물 중에는 유일하게 귀리에만 들어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특히 치매 예방 효과가 큰 아베난쓰라마이드 C type (AVN-C)가 수입산보다 국산 귀리에 15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어느 정도를 먹어야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귀리는 임신성 변비에 도움을 주지만, 과량 섭취 시 조산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pixabay.

귀리는 임신성 변비에 도움을 주지만, 과량 섭취 시 조산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pixabay.

마지막으로 귀리의 풍부한 섬유질은 임신성 변비에 도움을 준다. 풍부한 영양분은 태아의 성장 발육에도 좋다. 귀리는 당 지수(GI)가 낮아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에 임신성 당뇨의 위험도 낮춰줄 수 있다. 다만 임산부의 귀리 섭취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과량 섭취 시 조산의 위험이 있다는 논란이다.

이에 관한 정확한 근거를 찾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과량 복용은 주의하는 편이 좋겠다. 임산부가 아니어도 과량 섭취 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다. 귀리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성인 기준으로 20g이다. 귀리에는 퓨린(purine) 성분이 들어있어 과량 복용 시 통풍이나 신장결석 등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무리한 섭취로 설사와 복통을 유발할 수도 있다. 또한 귀리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섭취를 금하는 것이 좋다.

윤수정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환자들의 주치의이자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주 관심사가 건강이다 보니 건강한 음식과 식이요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압구정 로데오에서 SR의원을 운영 중이며 고려대학교 의료원 가정의학과 외래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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