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스트레스·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 바나나 꿀차 한잔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2021.07.14 11:46

업데이트 2021.07.14 16:41

벌써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여름을 맞게 되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이 줄었다. 마스크를 쓰고 손을 잘 씻어서 감기나 장염 같은 질환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병원을 찾았다가 오히려 병을 얻을까 두려운 사람들이 내원을 자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성황을 이루는 진료과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다. 초유의 바이러스 창궐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추측해볼 수 있다.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정신건강의학과에 관한 문턱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기를 꺼리거나, 다니고 있는 정신과가 멀어 단기간 약을 처방받기 위해 가정의학과를 찾는 분들도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서, 장기 처방은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도록 안내해드리지만 당장 급한 경우에는 단기 처방을 해드린다. 이때 가장 많이 접하는 환자들의 호소 증상이 바로 ‘불면’이다.

여름철 열대야와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불면의 원인이 된다. 사진 픽사베이

여름철 열대야와 코로나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불면의 원인이 된다. 사진 픽사베이

사실 불면증을 병으로만 보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잠을 못 자는 사람은 흔하고, 이들이 전부 환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열대야로 잠을 못 자기도 하고, 근심이 있거나 신경 쓸 일이 많아서 잠을 설치기도 한다. 또 직업적으로 밤낮이 바뀌거나, 야근이 잦은 것도 불면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보통 생활 습관이 불규칙한 경우, 그리고 우울한 기분이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불면에 영향을 준다. 심지어 코로나 19로 인한 걱정과 스트레스도 불면을 부른다. 코로나 19와 불면증(Insomnia)을 합쳐 ‘코로나섬니아(Coronasomnia)’란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다.

‘잠’은 우리 몸에 필수적인 생리현상이다. 평소 잠을 잘 자던 사람도 하루 이틀 잠을 설치면 컨디션이 바로 떨어진다. 수면 부족이 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트리고 인지 기능을 저하하며 비만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잠이 보약이다” “잘 먹고 잘 자고 화장실 잘 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옛 어른들 말에 틀린 게 하나 없다. 불변의 진리다.

숙면을 돕는 음식인 상추는 줄기를 꺽으면 나오는 우윳빛 유액에 숙면을 돕는 성분이 있다. 사진 픽사베이

숙면을 돕는 음식인 상추는 줄기를 꺽으면 나오는 우윳빛 유액에 숙면을 돕는 성분이 있다. 사진 픽사베이

잠이 잘 오지 않을 때는 숙면을 돕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방법이다. 잘 알려진 음식 중에는 ‘상추’가 있다. 상추의 줄기 부분을 꺾으면 나오는 우윳빛 유액에는 ‘락투카리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쓴맛이 나는 이 성분은 최면과 진통, 진정과 수면 유도 효과가 있어 실제로 수면에 도움을 준다.

그런데 저녁밥으로 상추쌈을 먹었다면 모르겠지만,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갑자기 상추를 찾아서 한두 장 씻어 먹자니 어쩐지 생뚱맞다. 그럴 땐 ‘바나나’를 추천한다. 바나나에는 수면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신경호르몬 ‘멜라토닌(melatonin)’이 들어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관장하는 뇌 속 호르몬이다. 빛이 없는 저녁에 분비가 늘고, 아침에 해가 뜨면 억제되며 잠에서 깬다. 또한, 멜라토닌은 항산화 및 면역을 자극하는 효능이 있다고도 알려져 있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바나나를 먹으면 숙면을 돕는다. 사진 픽사베이

잠들기 1~2시간 전에 바나나를 먹으면 숙면을 돕는다. 사진 픽사베이

바나나에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빛이 있는 낮 동안 만들어지는 세로토닌의 전구물질(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인 트립토판도 들어있다. 세로토닌과 멜라토닌의 합성에 관여하는 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 하나로, 반드시 음식을 통해 흡수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다. 바나나에는 근육 이완을 돕는 마그네슘도 들어있다. 잠들기 1~2시간 전에 먹으면 수면을 돕는다.

칼륨도 풍부하다. 칼륨은 숙면에도 도움이 되며 몸속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혈압을 낮추고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도 한다. 따라서 바나나는 칼륨 부족으로 인한 두통이나 근육 경련에도 도움이 된다. 최근 영국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 경기에서 많은 선수가 쉬는 시간에 바나나를 먹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바나나를 그대로 먹어도 좋지만, 늦은 저녁 부담스럽지 않게 ‘바나나 꿀차’로 마시면 더 좋다.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검은 반점이 생긴, 잘 익은 바나나를 고른다. 껍질을 벗겨 낸 바나나를 1㎝ 정도의 간격으로 썰어 병에 담고 적당량의 꿀을 부어 잘 섞은 다음 2~3일 정도 서늘한 곳에서 발효한다. 꿀은 설탕보다 발효를 촉진하고 생리활성 물질을 활성화하는 장점이 있다. 이후 건더기는 걸러내고 액체만 따로 냉장 보관한다.

잠이 오지 않을 때, 따뜻한 물 200㎖에 발효한 액체를 두 스푼 정도 넣고 섞으면 바나나 꿀차가 완성된다. 계핏가루를 더하면 풍미가 깊어지고 숙면에도 더 도움이 된다. 계피에는 폴리페놀 성분이 들어있어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나나를 껍질째 끓여 만드는 방법도 있으나 나는 발효시키는 방법을 선호한다. 바나나 껍질을 그대로 끓이려면 유기농 바나나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또, 발효하면 바나나의 트립토판 성분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어 좋다.

숙면을 위해서는 수면위생을 잘 지키는 방법도 중요하다. 수면위생이란 수면 건강을 위한 생활 습관을 말한다. 수면위생만 잘 지켜도 불면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면이 장기간 계속된다면 반드시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불면이 이어지면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만 아니라 컨디션이 저하돼 면역이 떨어지면 질병에 걸릴 위험 역시 커지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연결되어 있으니 충분한 숙면으로 여름철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란다.

숙면을 위한 생활 습관들
숙면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진 픽사베이

숙면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진 픽사베이

1. 낮잠을 피하고 잘 때만 눕기

2. 졸리지 않으면 눕지 않고, 졸릴 때 눕기

3. 잠들기 1~2시간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기

4. 카페인을 피하고 술, 담배 끊기

5. 늘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기(주말에도 유지)

6. 아침에 깨면 바로 일어나서 밝은 빛을 쬐기

7. 낮에 규칙적인 운동하기

8. 저녁에 과식, 자극적인 음식, 음주, 심한 운동, 다량의 물 섭취 피하기

9. 침대는 수면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기(책을 보거나 TV를 보지 않기)

10. 수면제나 진정제를 장기간 복용하지 않기

11. 잠자리에 누워 10분 정도가 지났는데도 잠이 오지 않으면 자리에서 일어나기. 다른 장소에서 독서를 하거나 라디오를 듣는 등 비교적 자극이 적은 일을 하다가 잠이 오면 다시 잠자리에 가서 눕기

12. 조용하고 매우 어둡고 시원한 수면 환경을 마련하기

출처=〈신경정신의학〉대한신경정신의학회, 〈Kaplan & Sadock's Synopsis of Psychiatry〉Sadock, Benjamin J.

▶윤수정은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환자들의 주치의이자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주 관심사가 건강이다 보니 건강한 음식과 식이요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압구정 로데오에서 SR의원을 운영 중이며 고려대학교 의료원 가정의학과 외래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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