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으로도’ 먹고 구워 먹으면 더 풍미 좋은 초당옥수수 [쿠킹]

    ‘생으로도’ 먹고 구워 먹으면 더 풍미 좋은 초당옥수수 [쿠킹]

      옥수수는 세계 3대 작물로 웬만한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사진 unsplash   우리는 옥수수를 여름 한 철 먹는 간식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옥수수를 섭취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세계 3대 작물이자, 가축의 사료로 많이 쓰이며, 웬만한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옥수수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봤다. 또, 요즘 인기가 좋은 초당옥수수에 관해 몰랐던 이야기도 실어봤다. ① 옥수수가 인간에 의지해 번식하는 식물이라고? 옥수수 알은 겉껍질에 싸여 있다. 껍질을 까서 씨를 분리해 심어야 해서, 인간의 도움 없이는 번식할 수 없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식량과학원 배환희 연구사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멕시코 산간에서 자생하는 ‘테오신트’는 옥수수의 유력한 조상으로 보는 식물이다. 테오신트 역시 겉껍질 안에 알이 있다. 그런 테오신트도 혼자 번식한다. 또, 식량원에서 실험을 해봤다. 옥수수 이삭이 껍질째 땅에 떨어져도 발아(씨앗이 싹을 틔우는 일)한다”고 설명한다. ② 만일 어느 날 옥수수가 없어진다면?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 같은 간식용 옥수수 외에, ‘알곡용 옥수수’라는 것이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아 수입해서 쓰는데, 한해 900만~1000만톤 정도를 수입한다. 수입한 옥수수의 80%는 가축의 사료로 쓰고 나머지는 주로 가공해서 전분을 뽑아 식품의 원료에 쓴다. 예를 들면 과자, 빵, 위스키, 맥주, 감미료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또 식용유나 마가린, 쇼트닝을 만들 때 쓰기도 한다.     옥수수 유전육종학을 연구하는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는 “옥수수 전분의 대체품으로 언급되는 것 중에는 타피오카 전분이 있다. 옥수수 전분보다 가격은 싸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액상과당(high-fructose corn syrup)이라는 것도 있다. 소 교수는 “식품과 청량음료, 일반 음료에 들어가는 값싼 감미료다. 이게 없으면 더 비싼 감미료를 써야 한다. 설탕은 비싼 감미료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옥수수가 없으면 가축의 사료는 물론이고 식품 산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③ 옥수수가 맛있어졌다는 신호 익는 시기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배환희 연구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배적 성숙기가 있고, 자손을 퍼트릴 수 있게 완전히 딱딱히 익은 생리적 성숙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익은 옥수수는 딱딱해서 먹을 수 없다. 다 익은 옥수수 알 중앙에는 ‘블랙 레이어’라고 하는 검은 점이 생기는데, 생리적 성숙기가 다 됐다는 뜻이다.     풋옥수수의 수확은 수염이 나오는 시점이 중요하다. 사진 공심채   사람이 먹는 풋옥수수의 수확은 수염이 나오는 시점이 중요하다. 배 연구사는 “초당옥수수는 수염이 나온 후 23~25일, 찰옥수수는 25~27일을 본다. 대략적인 경험치로 나오는 날짜인데. 이 시기가 오기 1~2일 전에 껍질을 살짝 까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알이 틈새 없이 꽉 차 있어야 한다. 틈새가 있다면 이르다는 뜻이다. 또, 찰옥수수는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들어가는 느낌이 있으며, 초당옥수수는 물이 터진다. ④ 옥수수를 당일배송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 배환희 연구사는 “옥수수는 ‘수확 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확하면 당이 전분으로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굳이 순서를 따지면 단옥수수→초당옥수수→찰옥수수 순이다. 바꿔 말하면, 가장 맛있는 옥수수는 밭에서 바로 딴 것이다. 소윤섭 교수는 “단맛이 강하지 않은 찰옥수수조차 밭에서 따서 바로 찌면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달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가는 동안 당이 많이 빠진다. 옥수수가 호흡하며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분이 만들어지고 딱딱해진. 겉껍질이 말랐다면, 알맹이도 딱딱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옥수수는 수확하면 당이 전분으로 바뀐다. 따라서 밭에서 바로 딴 옥수수가 가장 맛있다. 사진 공심채    옥수수가 전통적으로 새벽에 수확해, 당일 배송하는 이유다. 배 연구사는 “우선순위로 보자면, 농장 직거래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새벽에 따서 당일 배송한 옥수수다. 소 교수는 “그날 새벽에 수확한 옥수수를 얼음 포장하면 더 좋다”고 말한다. 온도를 낮춰주면 옥수수가 숨을 쉬질 않아서 노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종자화 되는(당이 떨어지고 딱딱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⑤ 배송받은 옥수수는 바로 찌는 게 좋다 모든 옥수수 전문가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옥수수는 신선할 때 바로 쪄서 냉장고에 넣고 하루 이틀 안에 먹는 게 좋다”는 것이다. 특히 초당옥수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져 쭈글쭈글해질 수 있으니 받자마자 쪄서 되도록 빨리 먹는 게 좋다. 당장 찌기 어렵다면 냉장 보관하는 편이 나은데, 1~2일 사이에 당도와 수분이 빠져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며칠 안에 다 먹기 어렵다면 쪄서 얼리는 방법도 있다. 다만 초당옥수수는 해동될 때 수분이 빠지며 쭈글쭈글해질 수 있지만, 그나마 품질은 챙길 수 있다. ⑥ 초당옥수수는 꼭 날로 먹어야 할까? 초당옥수수는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원래는 찌거나 조리해 먹는 음식이다. 사진은 '달콘'의 초당옥수수 밭. 사진 소윤섭 교수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가 맞다. 초당옥수수 브랜드 ‘달콘’의 이신영 대표는 “날로 먹는 옥수수라는 부분이 마케팅 포인트로 홍보가 많이 됐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원래는 익혀서 먹는 게 맞다. 물론 음식은 기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날로 먹어서 맛있다고 하는 분도 있고 익혀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하는 분도 있긴 하다”고 설명한다. 소윤섭 교수 역시 “생으로 먹는다고 선전이 많이 됐지만, 원래는 찌거나 조리해 먹는 음식”이라면서 “날로 먹어도 달고 맛있지만, 살짝 풋내가 있을 수 있다. 풋내는 품종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⑦ 끝달림이 부족한 것은 초당옥수수의 특징일까? 옥수수 끝까지 알이 차지 않는 현상을 ‘끝달림이 부족하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달림 부족은 모든 옥수수에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배환희 연구사는 “옥수수는 특이하게도 암수한그루(자웅동주: 난자를 생성하는 암꽃과 정자 기능을 가진 수꽃으로 분리된 단성화가 한 나무에 피는 것) 식물이다. 위에 있는 수꽃은 꽃가루를 쏘는데, 아래쪽 암꽃이 준비가 안 될 때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름철에 고온이 심하거나, 15~20일 안에 이식 재배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놔두거나 하면 영양이 부족해지며 끝달림 부족이 발생한다.     이신영 대표 역시 “끝달림 부족이 초당옥수수의 특징인 마냥 알려진 면이 있다. 농가의 재배 노하우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비료가 부족하거나 비가 많이 오거나 하는 문제로 식물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너지를 내지 못해 끝달림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또는 품종의 문제일 수도 있다. 초당옥수수가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도만 해도, 국내에는 품종이 몇 개 없었다. 이 대표는 “당시 수입한 품종은 주로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한 1세대 종자들이다. 형태가 짧고 끝부분이 날카롭게 생겼는데, 이 품종이 끝달림이 부족한 편이다. 품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에는 끝달림 부족을 개선한 품종이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⑧ 초당옥수수는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일까? 간식용 옥수수는 크게 찰옥수수와 단옥수수로 구분한다. 단옥수수는 유전자형에 따라 일반 단옥수수→고당도 단옥수수→초당옥수수로 나뉜다. 초당옥수수는 단옥수수 중에서도 당도가 가장 높아 ‘초당’이다. 당도는 보통 16~18브릭스다. 간혹 초당옥수수를 두고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소윤섭 교수는 “고당도면 당연히 열량이 높다. 초당옥수수 안의 당은 대부분 설탕과 포도당, 과당이다. 설탕이 있으니 많이 섭취하면 혈액 내 당 수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⑨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초당옥수수가 더 달까? 옥수수의 색깔은 품종의 특징이며 하얀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다. 사진 unsplash   이신영 대표는 “기본적으로 초당옥수수는 sh2 유전자가 함유된 것을 말하는데, 색깔에는 변이가 있다. 그래서 하얀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다. 색깔별로 뭐가 더 맛있다고 할 순 없다. 색깔은 품종의 특징이며 유전적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흰색 초당옥수수가 평균적으로 더 부드러운 측면은 있다고 한다. 노란색 초당옥수수에 비해 과피(껍질)가 부드럽다. 맛보다 식감의 차이다. ⑩ 옥수수,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초당옥수수는 솥밥으로 만들어도 스낵같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레스토랑 브랜딩 디렉터이자 푸드 콘텐트 디렉터 김혜준씨는 “예전의 옥수수는 사카린 넣고 쪄 먹는 추억의 간식이었지만, 초당옥수수가 유행하며 집밥 또는 브런치에 어울리는 음식이 됐다”고 말한다. 김씨는 “초당옥수수의 단맛은 무겁지 않고 청량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씹을 때 아삭하고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솥밥으로 만들어도 스낵같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샐러드나 피자 위에 가니시로 올려도 잘 어울린다. 마치 오이같이 싱싱한 채소를 먹는 느낌이 난다.” 김 대표가 초당옥수수로 자주 즐겨 먹는 요리는 솥밥이다. 옥수수 심은 밥을 지을 때 같이 넣고, 생옥수수 알은 칼로 잘라서 뜸 들일 때 넣는다. 완성한 솥밥은 달콤해서 장아찌처럼 짭조름한 반찬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소윤섭 교수는 “찰옥수수든 초당옥수수든 찐 걸 로스팅하면 맛이 더 좋다. 로스팅하면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고 말한다. 옥수수를 긴 스틱(젓가락도 좋다)에 꽂아 토치로 그을리면 노릇하게 구워진다. 가스레인지나 휴대용 버너에 구워도 된다. 포인트는 직화로 굽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버터를 발라도 되지만, 버터 향이 너무 강해서 옥수수 풍미가 덜할 수는 있다.   도움말=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배환희 농업연구사‧농업회사법인 자작(달콘) 이신영 대표‧김혜준컴퍼니 김혜준 대표 참고서적=『농업기술길잡이, 옥수수(2021년 개정판)』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쫄깃한 식감vs딸기보다 달다…찰옥수수·초당옥수수, 뭘 먹지 [쿠킹][쿠킹]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매실의 반전 매력연어구이 덮밥 고소한 레시피…소금에 연어 절여야 하는 이유 [쿠킹]육즙 팡팡, 허브향 솔솔…집에서 만드는 호텔식 함박스테이크 [쿠킹]

    2022.06.01 09:00

  • 소시지·스테이크·김밥·크로플, 강아지가 선택한 최고의 요리는 [쿠킹]

    소시지·스테이크·김밥·크로플, 강아지가 선택한 최고의 요리는 [쿠킹]

    “맛있는 간식을, 강아지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참가했어요. 닭가슴살을 갈고 채소를 다져서 소시지 모양으로 만들어 오븐에 구우면 되니까, 15분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어요.”     제 1회 댕댕푸드 대첩에 참가한 30명이 각자 준비한 요리를 만들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 21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펫푸드 요리대회 '제1회 댕댕푸드 대첩'에서 강아지 수제 소시지로 출전해, 1등(금손)을 차지한 박미진씨의 얘기다. 중앙일보 쿠킹과 전시전문기업 메쎄이상이 공동 주관하고, 이지바이오 후원으로 열린 이 날 요리 대회엔 레시피 심사를 통과한 30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1시간 동안 강아지를 위한 밀푀유·김밥·경단·크로플·푸딩·죽·만두·짜장면·함박스테이크·칼국수·주먹밥·피자·달걀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메인 재료인 닭가슴살 외에도 흑임자·블루베리·오트밀·퀴노아·고구마·배추·황태채·파프리카·두부· 당근·비트·브로콜리 등 강아지가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했다.      댕댕푸드 대첩에서 금손(1등)을 차지한 수제 소시지. 사진 메쎄이상 함박스테이크를 강아지가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멍박스테이크. 사진 메쎄이상   영양사부터, 키즈 베이킹 전문가, 타투이스트, 학생, 주부, 펫푸드 전문매장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까지 참가자의 직업은 다양했지만, 모두 “식구인 강아지에게 좋은 음식을 먹이고, 이러한 정보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아지죽’으로 출전한 참가자는 “동생처럼 키우고 있는 강아지가 선천적으로 심장병과 알레르기가 있어서 영양사라는 직업의 전문성을 살려 10년째 꾸준히 식이요법을 하고 있는데 컨디션을 잘 유지하고 있다”며 “다른 강아지들에게도 건강한 식습관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소 소문난 반려인으로, 사회를 맡은 개그맨 박성광은 “사람이 모일수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데, 참가자들의 레시피를 보며 놀랐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며 “오늘 대회를 시작으로 강아지를 위해 요리하고 함께 즐기는 문화가 생겨, 강아지들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댕댕푸드 대첩에서 심사중인 펫푸드스타일리스트 강정욱(왼쪽부터), 수의사 양바롬, 사료협회 김종복 회장. 중앙일보   이날 심사는 반려동물 영양학 수의사 양바롬씨와 펫푸드 스타일리스트 강정욱씨, 한국펫사료협회 김종복 회장 등 3명의 전문가와, 미리 선발된 강아지 9마리가 맡았다. 참가자들의 요리 과정을 지켜본 수의사 양바롬씨는 “영양 컨설팅이라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백질·탄수화물 등의 영양 밸런스, 채소와 과일을 얼마나, 또 어떻게 사용했는지 등을 주의 깊게 봤다”며 “참가자들의 강아지가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정욱씨는 “조리 과정에서의 위생 상태와 먹음직스럽게 담긴 플레이팅 등을 평가했다”고 했다. 김종복 회장은 "강아지의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뿐 아니라 평소 간식으로 챙겨줘도 좋을 레시피가 많아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강아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리트리버 ‘산이’의 보호자 조은비씨는 “30가지 음식을 1분 15초 만에 먹을 만큼 모든 음식을 잘 먹었는데, 특히 강아지죽을 가장 좋아했다”고 말했다.   '댕댕푸드 대첩'에서 강아지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리트리버 '산이'가 참가자들의 요리를 맛보고 있다. 중앙일보 대회 결과 금손(1등)은 간 닭가슴살과 채소를 종이호일로 동그랗게 말아 찜기에 쪄낸 ‘강아지 소시지’를 선보인 박미진씨, 은손은 각각 닭가슴살·브로콜리·당근을 갈아 함박스테이크 모양으로 만든 ‘멍박스테이크’를 준비한 박세은씨, 닭가슴살을 갈아 버터쿠키 모양으로 구운 ‘당닭링’을 만든 심세하씨가 차지했다. 1등에겐 상금 100만원, 2등에겐 각각 50만원의 상금을, 모든 참가자에게는 댕댕푸드 대첩 참가 자격증을 수여했다. 참가자들의 개성 넘치는 댕댕푸드 레시피는 중앙일보 쿠킹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관련기사사람 먹는 음식, 강아지 주면 안돼? 개그맨 박성광은 안타까웠다[쿠킹][쿠킹] 강아지 요리도 프렌치 스타일로, 닭가슴살 채소 테린[쿠킹] “엣취!” 환절기 반려동물 보양 한 그릇, 황태 수프

    2022.05.24 13:23

  • 쫄깃한 식감vs딸기보다 달다…찰옥수수·초당옥수수, 뭘 먹지 [쿠킹]

    쫄깃한 식감vs딸기보다 달다…찰옥수수·초당옥수수, 뭘 먹지 [쿠킹]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 양자택일의 기로에 자주 올라오는 주제다. 어떤 게 더 취향이냐고 묻는 양자택일이다. 이 질문에 옥수수 유전육종학을 연구하는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단지 옥수수라는 것만 같을 뿐, 너무 다른 품종이고 맛도 각자 다르다.” 마치 봄의 딸기, 여름의 수박 중에 어떤 게 좋냐고 물어보는 것과 같을 정도로 이 둘은 서로 다르다고 말이다.   곧 제철이 다가오는 옥수수에는 다양한 품종이 있다. 사진 unsplash   알다시피 찰옥수수는 쫄깃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하다. 전분이 모두 아밀로펙틴(식물에 존재하는 다당류로, 아밀로스와 함께 녹말을 구성하는 주요 성분이다)으로 구성돼 있어 찰기가 있다. 소 교수는 “찰옥수수는 찹쌀을 먹는 것과 같다. 우리가 보통 먹는 멥쌀에 비해 찹쌀은 불투명하고 더 찰기가 많다. 찰옥수수도 똑같다”고 설명한다.   초당옥수수는 참 달다. 얼마나 단지 이야기하기 전에 간식용 옥수수 분류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크게 찰옥수수와 단옥수수가 있고, 단옥수수는 유전자형에 따라 일반 단옥수수→고당도 단옥수수→초당옥수수로 나뉜다. 그러니까 초당옥수수가 가장 달다는 뜻이다. 당도는 16~18브릭스 정도다. 제철 딸기가 11~12브릭스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단맛이다. 수분 함량도 많다. 제주에서 아열대 채소를 생산해 제품화하는 ‘공심채’ 홍창욱 대표는 “밭에서 따서 깨물어 먹었더니 수분이 앞사람 얼굴에까지 튀었다”고 말한다. 과일 같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인지 젊은 사람의 선호도가 높다.   초당 옥수수 밭. 단옥수수의 재배는 2018년부터 다시 늘어났다. 사진 공심채   찰옥수수를 클래식에 비유한다면, 초당옥수수는 아이돌 정도가 아닐까. ‘클래식’답게 찰옥수수의 인기는 지금도 상당하다. 나름의 역사도 있다. 소윤섭 교수는 “찰옥수수 품종은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그전에는 재래종을 심어서 먹다가, 기술이 발전하며 재래종보다 이삭(낟알이 아니라 옥수수 하나를 뜻한다)이 크고 품질이 균일한 품종을 개발했다”고 설명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품종은 더 다양해졌는데, 이와 반대로 단옥수수의 재배면적은 점차 줄어들었다. 단옥수수 재배가 다시 늘어난 건 2018년이다. 초당옥수수가 인기를 끈 해다. 농진청에서 발간한 『농업기술길잡이, 옥수수』에 따르면, 단옥수수 종자 수입량(초당옥수수 포함)은 2018년 1.7톤, 2019년 8.1톤, 그리고 2020년 12.8톤으로 늘었다.     알곡용 옥수수가 무엇이길래 알곡 옥수수는 완전히 익어 딱딱한 노란 옥수수의 낟알을 하나하나 딴 것을 말한다. 사진 unsplash   그런데 이 자료에는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의 인기 흐름만큼이나 흥미로운 부분이 나온다. ‘알곡용 옥수수’의 재배면적 변화다. 식량과학원에서 옥수수를 연구하는 배환희 농업연구사는 “알곡 옥수수란 완전히 익어 딱딱한 노란 옥수수의 낟알을 하나하나 딴 것”이라고 설명한다. 보충 설명하자면 옥수수는 익으면 딱딱해진다. 종자를 남길 수 있는 생리적 성숙기다. 사람들은 딱딱하게 익기 전의 풋옥수수를 먹는다. 이때를 재배적 성숙기라고 한다.   다시 알곡용 옥수수 재배면적으로 돌아가 보자. 1965년은 4만9000ha지만, 1994년 6600㏊, 2005년 1500㏊로 줄더니 2010년부터는 아예 숫자가 적혀 있지 않다. 자료에 의하면 알곡 옥수수는 예부터 강원도나 충청북도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식량용으로 재배했으나, 1970년대에 쌀을 자급하면서 식용보다는 가공용이나 사료용으로 이용한다고 설명돼 있다. 요즘은 어떨까? 배 연구사는 “실제로 알곡 옥수수를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고 한다. 쓸데가 없어서 재배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한해 900만~1000만톤(2020년 수입량 1165만 5천톤)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소윤섭 교수는 이렇게 비유한다. “대략의 수치지만, 현대자동차에서 북미 지역에 자동차를 수출해서 번 돈과 옥수수 수입하는데 쓰는 돈의 규모가 비슷하다.” 한국은 전 세계 옥수수 수입량 2위다. 1위는 일본이다.   수입한 옥수수의 80%는 가축의 사료로 쓴다. 나머지는 식용이다. 그중 17%는 전분용이다. 가공해서 전분을 뽑아 식품원료로 쓴다. 이렇게 쓰임이 많은데 왜 수입에 의존하는 걸까? 소 교수는 “사료용으로 생산하려면 규모가 커야 하는데, 우리는 미국처럼 밭의 규모가 크게 정리되질 않아 기계화가 쉽지 않다. 또 수입하는 옥수수 물량을 국내서 직접 생산하려면, 전국의 논을 모두 밭으로 바꿔 옥수수를 생산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한다. 또 기계도 몇억씩 할 정도로 비싸다. 소규모로 생산하기엔 돈이 되지 않는데 비싼 기계를 수입하거나 개발할 수도 없다.   우연히 먹다 발견한, 맛있는 돌연변이 옥수수 상당한 단맛을 자랑하는 초당옥수수는 나중에 만들어진 돌연변이 품종이다. 사진 공심채   보통 ‘옥수수’하면 찰옥수수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알곡 옥수수’야말로 가장 일반적인 옥수수라고 한다. 오히려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는 나중에 만들어진 돌연변이다. 배환희 연구사는 “1990년대 들어 육류 소비가 많아지며 옥수수 수입이 늘었고, 이걸 찰옥수수와 구분하기 위해 사료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영어로는 ‘콘(corn)', '메이즈(maize)' 등으로 부르지만, 국내에서는 용도로 구분해 ‘알곡용’ 또는 ‘사료용’으로 부르게 된 것이다.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면 농업의 역사에서 돌연변이는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많았다. 세계적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도 돌연변이 종자의 유용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농작물 개발에 있어서 일반적인 문제는 이따금 발생하는 돌연변이 개체가 정상적인 개체보다 인간에게 더 유용하다는 점이다.(예를 들면 종자가 더 크거나 쓴맛이 덜해서)”라고 말이다. 배 연구사는 “작물을 여러 개 심으면, 백만분의 일 확률로 돌연변이가 생긴다”고 말한다. 우연히 먹었는데 더 맛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찰옥수수는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한 만큼 품종도 다양하며 대부분 국산이다. 소윤섭 교수는 “그중 강원도농업기술원 옥수수연구소에서 개발한 미백 2호(2005년)라는 우수한 품종을 전국에서 재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반면 초당옥수수 품종은 거의 수입이다. 초당옥수수 브랜드 ‘달콘’을 운영하며 옥수수 공부를 시작해 석사 과정까지 마친 이신영 대표는 “국내에서 재배하는 초당옥수수 품종의 99%는 미국산이다. 미국 품종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상황이다. 가끔 일본 종자를 수입하는 곳도 있는데, 미국 회사의 아시아 총판권을 가져온 게 일본”이라고 설명한다.   품종 개발의 포인트, 찰옥수수는 식감 초당옥수수는 단맛 높은 당도와 수분함량으로 인기가 많은 초당옥수수의 품종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진 공심채   그런데 미국 품종을 국내서 재배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이 대표는 “미국 중북부에는 옥수수만 집중적으로 재배하는 농업지대가 있다. 콘벨트(corn Belt)라고 부르는데, 태풍이 거의 없는 대륙성기후로 옥수수 재배에 가장 적합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이 있는 곳이다. 이런 환경에서 키우도록 만들어진 품종은 한국의 다이내믹한 기후를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한다. “한여름에 옥수수가 쓰러지거나, 기형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새 품종이 들어오면 잘 적응하는지 관찰해야 한다. 저온기에는 발아율이 덜 민감한 품종을 심고, 고온기에는 기형과가 어떻게 나오는지 테스트해서 시기에 맞는 품종을 심고 있다.”   인기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초당옥수수 품종 연구가 한창이다. 초당옥수수 품종을 개발할 때 중요시하는 맛의 포인트는 찰옥수수와 좀 다르다. 찰옥수수는 식감에 집중한다. 특히 과피(껍질)가 얇도록 개량하는 편이라고 한다. 껍질이 두꺼우면 질기고 이물감이 있다고 느껴서다. 초당옥수수의 핵심은 단맛이다. 어떤 것은 20브릭스가 넘기도 한다. 문제는 너무 달면 품종화가 쉽지 않다. 당 함량이 높을수록 전분 함량은 낮아지는데, 전분이 없을수록 씨앗에서 싹이 트는 ‘발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소윤섭 교수는 “전분을 만드는 효소, 그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킨 게 초당옥수수다. 전분으로 바뀌지 못한 당이 그대로 고여 단맛이 강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참 여러모로 까다로운 옥수수다.   힘겹게 새 품종이 나와도 그걸로 끝이 아니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이게 시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배환희 연구사는 “품종 하나를 육종하는 데 10년도 걸린다. 몇 가지 테스트를 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지도 보는데, 아무리 빨라야 3년”이라고 한다. 충북대 유전육종학 실험실과 함께 육종 연구 중인 이신영 대표도 고충을 털어놓는다. “미국과 비교하면 육종 규모부터 차이가 크기 때문에 더 좋은 품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또 개발해도 끝이 아니다. 옥수수는 면적을 많이 쓰는 작물이다. 종자로써 값어치를 하려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기반시설이 받쳐줘야 한다. 시설이나 부지를 확보하는 사업 등 다양한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   5월 중순, 초당옥수수 출하는 이미 시작됐다 초당옥수수는 빠르면 5월 중순부터 출하한다. 사진 공심채   그렇다면 옥수수는 언제부터 먹을 수 있을까? 초당옥수수는 빠르면 5월 중순부터 출하한다. 배환희 연구사는 “남쪽 지방에서 5월에 수확하는 옥수수는 대부분 하우스 재배나 터널 재배”라고 말한다. 5월 중순에 수확하려면 3월 초에는 심어야 한다. 3월보다 더 빨리 심는 곳도 있다. 소윤섭 교수는 “제주는 1월부터 온실에서 옥수수를 키우기도 한다”고 말한다.   수확이 빨라지는 이유는, 농가에서 선호하기 때문이다.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비단 옥수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우스‧터널 재배가 아닌 노지(자연 상태의 밭을 말한다)를 기준으로 본다면, 씨를 뿌리는 파종 적기는 4월 중순~말이라고 한다. 이때 심으면 초당옥수수는 6월 말, 찰옥수수는 7월 초나 중순부터 수확한다. 5월부터 초당옥수수를 실컷 먹고 7~8월에는 찰옥수수로 갈아탈 수 있겠다며, 속없이 좋아해 본다.   도움말=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배환희 농업연구사‧농업회사법인 자작(달콘) 이신영 대표‧농업회사법인 공심채 홍창욱 대표 참고서적=『농업기술길잡이, 옥수수(2021년 개정판)』 『총균쇠』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매실의 반전 매력[쿠킹] 1년 기다린 대저 짭짤이 토마토, 제대로 즐기려면 [쿠킹] 찌개는 그만! 술자리에도 잘 어울리는 순두부 프라이팬밥"중식당 뺨치는 바삭한 탕수육 비결? 두 번, 6분 이상 튀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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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23 05:00

  • 난 변비 아니라 필요없다? 당신이 몰랐던 파·당근·버섯 비밀 [쿠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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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닥터라이블리의 부엌에서 찾은 건강〉   우리 몸 안에는 수많은 미생물(Microbiome)이 존재한다. 사진 Michigan Health Lab 홈페이지   우리의 몸 안에는 세포 수보다 많은 미생물이 존재한다. 몸에 사는 각종 미생물을 총칭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고 부른다. 이 미생물들은 우리 몸의 면역 반응 조절, 대사 조절, 영양소 생산을 비롯해 정말 중요하고도 다양한 역할들을 수행한다. 이번 칼럼은, 우리의 몸을 총체적인 관점에서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두 번째 주제인 ‘마이크로바이옴’, 그중에서도 장내의 미생물 생태계인 ‘장내세균총’에 관한 이야기다.   건강한 면역 반응은 당뇨와 고혈압‧만성피로‧고지혈증 등의 만성 대사질환을 막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난 칼럼에서 강조한 내용인데, 혹시 잘 기억나지 않는 분을 위해 요점을 정리해보겠다. 건강한 면역 반응을 위해 우리는 ‘장의 염증’을 조절해야 하고, 그 첫 번째가 장벽이 흐물흐물해지는(장벽의 투과성이 증가하는) ‘장 누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장 누수를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두 가지가 밝혀져 있다. 그중 하나가 지난 칼럼에서 다룬 ‘글루텐’이고, 나머지 하나가 오늘 칼럼에서 다룰 ‘장내세균’이다.   장내세균총이 건강하지 못하면 장 누수가 발생한다. 흐물흐물해진 장벽을 타고 들어온 세균의 독소(Lipopolysaccarides, LPS)는 몸에서 과도한 면역 반응, 즉 ‘염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어려운 부분을 다 차치하고 말하자면, 우리 몸의 건강한 면역 반응을 위해서는 건강한 장내세균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내 몸의 장내세균총은 어떤 상황에서 건강해지고, 어떤 상황에서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될까?   장내세균은 장 누수를 일으켜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 Atlas Biomed 블로그   우리 몸은 정말 다양한 균들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 균들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유익균’, ‘유해균’으로 분류하는데, 사실 유해균이라 불리는 균들도 적은 양으로 존재할 때는 건강한 생태계의 일부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유해균이 과도하게 많아질 때다. 따라서 유익균과 유해균의 상대적 비율이 중요하다. 유익균이 많은 상태를 유지해 유해균이 생태계의 일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익균이 우세한 환경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가 먹는 음식’에 답이 있다. 음식은 나의 에너지원인 동시에 ‘내 장내세균의 먹이’다. 유익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면 유익균들이 자라고, 유해균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면 유해균들이 자란다. 그렇다면 유익균들이 풍부하게 사는 건강한 생태계를 위한 음식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늘 제안하고자 하는 음식은 바로 수용성 식이섬유다. 식이섬유의 중요성은 정말 많은 곳에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변비가 없어 괜찮다”며, 식이섬유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하지만 식이섬유는 단순히 장의 움직임을 개선해주는 성분이 아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 섭취를 통해 당뇨, 고혈압, 염증 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사진 pexels   식이섬유는 보통 수용성‧불용성으로 구분한다. 물에 들어갔을 때 물을 머금어 젤처럼 팽창될 수 있는 식이섬유를 수용성 식이섬유, 물에 의해서 팽창되지 않으면 (녹지 않으면) 불용성 식이섬유다. 그런데 식이섬유에는 물에 용해되는 특성 외에도 정말 중요한 특성이 따로 있다. 장내세균에 의해 발효되는 정도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대체로 장내세균에 의해 발효가 잘되지만, 불용성 식이섬유는 대체로 굉장히 제한적으로 발효된다. 식이섬유의 발효 정도가 중요한 이유는 장내세균총의 유익균이 수용성 식이섬유를 발효했을때 만들어지는 대사물,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 SCFA)’ 때문이다.      단쇄지방산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앞서 말했던 ‘장 누수’와 이로 인한 세균 독소의 침입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단쇄지방산이 대장 세포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돼 튼튼한 장벽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의 염증 조절에도 큰 역할을 한다. 실제로 단쇄지방산이 장내 환경에 영향을 줘 염증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염증성 장 질환이나 대장암의 발생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보고들이 있다. 또한, 당뇨 환자들의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여럿 보고된 적 있다. 체중 감량 및 적정 체중 유지에도 도움을 준다고도 알려져 있으니, 수용성 식이섬유의 중요성은 수차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그린빈, 베리류 등의 채소와 과일, 버섯류와 해조류 등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pixabay   그럼 어떤 수용성 식이섬유를 먹어야 할까? 추천하는 수용성 식이섬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그룹을 소개해보겠다. 첫 번째는 이눌린(땅속줄기나 알뿌리 등에 들어있는 다당류의 일종)이 많이 포함된 치커리‧양파‧아스파라거스‧마늘‧파 등이다. 두 번째는 펙틴(과일에 많이 들어있는 다당류의 일종)이 많은 채소와 과일이다. 당근이나 그린빈, 베리류의 과일이 있다. 세 번째는 베타글루칸(버섯류나 곡류에 있는 다당류의 일종)이 많은 버섯류와 해조류다. 밀과 보리 같은 곡류에도 베타글루칸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밀과 보리와 같은 곡류의 경우 탄수화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다가, 글루텐이 있어 염증이나 혈당 조절, 체중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알고 나면, ‘식이섬유’를 단순히 배변을 돕는 음식으로만 생각할 수 없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우리 몸의 장내세균총 중에서 유익균이 우세하도록 유지해주는 ‘유익균의 먹이’다. 또 유익균에 의해 대사되어 단쇄지방산을 생산해 튼튼한 장벽을 유지하고, 나아가 우리 몸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아주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우리가 건강한 수용성 식이섬유의 공급을 점차 늘려야 하는 이유다. 매일매일의 건강한 식습관이 당뇨 없이, 고혈압 없이, 또 염증 질환 없이 건강한 삶을 살게 하는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최지영 피부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관련기사[쿠킹] 소화불량?두통·피로 있다면 밀가루 한 번 끊어 봐야 [쿠킹] 깔끔한 케일쌈밥, 쌈에 곁들일 강된장 간 '이렇게' 해야[쿠킹] 1년 기다린 대저 짭짤이 토마토, 제대로 즐기려면다어이트 중인 당신을 위해…고단백 저지방 ‘참돔’의 모든 것 [쿠킹]

    2022.05.18 05:00

  • 사람 먹는 음식, 강아지 주면 안돼? 개그맨 박성광은 안타까웠다[쿠킹]

    사람 먹는 음식, 강아지 주면 안돼? 개그맨 박성광은 안타까웠다[쿠킹]

    강아지는 스스로 음식을 가려 먹을 수 없으니까, 평생 두살 아이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챙겨줘야 해요. 사람이 조금만 공부하면 강아지도 다양한 음식을 즐기면서 먹고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연예계에서도 반려인으로 소문난 개그맨 박성광. 공성룡PD   개그맨 박성광이 지난 3월 '펫푸드 영양사 자격증'에 도전해, 2급 자격증을 취득한 이유다. 자격증을 공부하기 전부터 광복이(박성광 반려견)를 위해 먹거리를 직접 만들었던 만큼, 자격증 취득은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었다. 가족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마음은, 상대가 강아지나 사람이나 마찬가지기 때문. 특히 우울증을 앓던 시기에 광복이를 만나 교감하며 마음을 치유한 그에게 광복이는 늘 고마운 존재다.    운명처럼 생일까지 같은 둘이 함께 한 시간이 올해로 8년째다. 그동안 광복이를 제대로 알기 위해 꾸준히 공부해왔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저런 행동하는 이유가 뭔지,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지 알고 싶었다. 앞선 2019년엔 ‘반려인 능력시험’에도 도전했다. 지금은 결혼해 아내가 키우던 가을·겨울이까지, 세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사는 ‘찐 반려인’인 그를 만났다.     개그맨 박성광이 기르는 강아지, 왼쪽부터 광복이, 가을이, 겨울이. 사진 박성광 인스타그램   ‘펫푸드 전문 영양사’ 자격증이란 자체가 생소해요,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요. 광복이가 저랑 많이 닮았어요. 입 짧은 것도 비슷한데, 자기가 좋아하는 건 잘 먹는데 채소처럼 싫어하는 음식은 쳐다보지도 않죠. 사실 강아지한테는 문제가 없어요. 문제는 사람인데, 그런 의미에서 광복이가 더 많은 걸 먹을 수 있는데 제가 몰라서 못 먹이고 있다는 생각에 공부했어요. 사료도 공부하고 먹거리도 공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격증에 도전하게 됐어요.     지난 3월 취득한 '펫푸드 전문 영양사 자격증'. 사진 박성광 인스타그램   광복이는 어떤 음식을 좋아하나요.  자격증 취득 전에도 강아지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줬어요. 예를 들어, 사람이 먹는 삼계탕은 닭을 통째로 넣는데 강아지용은 지방이 많으면 안 돼서 닭가슴살만 넣어요. 여기에 파프리카나 찹쌀, 참기름을 넣고 오래 끓여요. 직접 맛을 봤는데, 솔직히 물에 담근 닭고기 맛인데 강아지들이 정말 좋아해요. 잘 먹는 모습을 보니까 신나더라고요, 다른 메뉴를 만들기 위해 강아지 영양학도 공부했어요.   시중에 영양성분을 잘 배합한 사료나 통조림도 팔고, 종류도 다양해요. 그런데도, 직접 펫푸드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통조림은 일단 가공과정을 거치기도 하고 유통기한이 길잖아요. 직접 생고기를 사서 해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해요. 끓이거나 찌기만 해도 말이죠. 특히,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게 사람이 먹는 음식을 강아지에게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평생 사료만 주는 거예요. 강아지들이 먹어도 되는 건강한 식재료가 정말 많거든요. 음식을 직접 만들어 주면, 강아지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지 알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광복이는 계란 알레르기가 있어서 먹으면 눈물을 흘려요. 반려동물이 갑자기 어디가 아픈 게 아니에요. 분명 앞에 신호가 있는데, 그걸 못 알아채는 거고, 건강에 좋지 않은 그런 신호가 분명 음식하고도 연관이 있죠. 강아지는 스스로 음식을 가릴 수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평생 두살 아이라고 생각하면서 챙겨줘야 해요.   박성광은 광복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사진 박성광 인스타그램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정말 쉬운 펫푸드 레시피를 소개한다면. 강아지 치즈는 라면보다 만들기 쉬워요. 냄비에 물과 우유, 식초를 한두 숟가락 정도 넣고 끓여요. 끓으면 거품이 일어나는데 그때 불을 줄이고 7~10분 정도 더 끓이면 몽글몽글한 치즈가 떠올라요. 그걸 채로 건져내 식히면 완성이죠.      박성광은 펫푸드 영양사라는 전문성을 살려, 5월 21일(토) 오후 2시부터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리는 펫푸드 요리대회 ‘제1회 댕댕푸드 대첩’의 사회자를 맡았다. 서류 전형의 레시피 심사를 통과한 30명이 현장에서 요리를 만들고 이를 반려동물 영양학 수의사 양바롬씨와, 펫푸드 스타일리스트 강정욱씨, 한국펫사료협회 김종복 회장, 그리고 강아지 9마리가 심사해서 1·2등을 뽑는다. 바쁜 일정에도, 소식을 듣자마자 참석을 결정했다. “반려동물들이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을 수 있기 위해선 반려동물을 위해 직접 음식을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한 가지 더, 배움을 쉬지 않는 그의 성향도 있다. 참가자들이 만드는 레시피를 보며 한 수 배우고 싶은 마음이다.    ‘댕댕푸드 대첩’에 사회자가 아닌 도전자로 참가한다면 어떤 메뉴로 도전할 건가요.    김밥이요! 강아지 김밥은 정성이 많이 필요한 음식이에요. 닭가슴살을 찌고 검은깨와 섞어서 갈면 김처럼 검은색이 나는데, 이걸 바닥에 깔고 위에 강아지가 좋아하는 채소나 달걀 지단을 얹어서 돌돌 말아 만들죠. 사람 김밥처럼 정성이 많이 영양도 훌륭하고 미적으로도 정말 예뻐요. 처음 하면 잘 붙고 썰 때 옆구리가 터지는데, 몇 번 해보면 요령이 생겨요.     닭가슴살을 이용해 직접 만든 강아지 김밥. 사진 박성광 인스타그램 2021년엔 광복이의 모델료를 전액 유기견을 위해 기부했더라고요.  광복이가 기부한 거죠. 광복이를 데리고 돈을 벌고 싶지 않아요. 실제로 광복이가 일한 거니까, 친구들을 위해 쓴 거예요. 다행히 광복이와 저는 서로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다른 주인을 잘못 만났으면 유기견이 됐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쓰럽죠.     사람을 위한 요리도 하나요.  오이무침이나 더덕무침, 우엉무침 같은 반찬을 주로 만들어요. 요즘은 제철인 두릅요리도 자주 해요. 가장 자신 있는 요리는 참치 김치찌개예요. 참치 통조림에 있는 기름으로 김치를 볶고, 여기에 김치와 양파를 듬뿍 넣고 청양고추도 넣어서 끓여요. 오래 끓여야 맛있기 때문에 미리 끓이고 먹기 전에 한 번 더 끓여내는 게 맛의 비결이에요.      누구보다 2022년을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올해 남은 목표는.  올해 휴먼 코미디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영화감독으로 선보이는 네 번째 영화이자, 첫 번째 상업 영화예요. 많은 분이 제가 갑자기 영화를 찍은 줄 아시는데, 2011년부터 꾸준히 공부하면서 작품 만들었어요. 할수록 욕심이 생겨서 노력해왔는데, 솔직히 중간중간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죠. 그래도 도전하는 건 아름답잖아요. 목표 세우는 걸 좋아해요. 올해 또 다른 목표라면, 더 많은 분이 반려동물을 위해 요리를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도록, 펫푸드 요리책도 내고 싶어요.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영상= 공성룡·홍성철PD, 정연수 인턴     관련기사[쿠킹] 강아지 요리도 프렌치 스타일로, 닭가슴살 채소 테린[쿠킹] “엣취!” 환절기 반려동물 보양 한 그릇, 황태 수프[쿠킹] 고소한 두부볶음밥…찬밥 데워 넣어야 '이것' 줄일 수 있어[쿠킹] 호텔·카페서 맛본 브런치 '에그 베네딕트', 집에서 만들려면

    2022.05.17 05:00

  • [쿠킹]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매실의 반전 매력

    [쿠킹]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매실의 반전 매력

    살구꽃은 분홍빛을 띠며 매화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사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정현 농업연구사   우리 동네에는 이른 봄에 흰색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살구꽃이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 해 봄에 검색하니 앵두꽃이라고 말을 바꿨다. 정체가 모호해진 가운데 열매를 지켜보기로 했다. 꽃이 지고 몇 주가 지났을까, 나무에는 작고 동그란 초록색 열매가 열려 있었다. ‘매실이네’라고 생각한 다음 날, 누군가 나무에 “살구를 따지 마시오”란 팻말을 걸었다. 익으면 알 수 있겠지 했는데, 노란빛이 살짝 돌기 시작할 때쯤 열매는 모두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올해 봄, 포털 검색은 ‘살구꽃’이라고 입장을 다시 바꿨다.   매실일까 살구일까? 앵두는 확실히 아니다. 근처에 앵두나무가 많아 비교할 수 있어서다. 매화나 살구꽃 같지만, 검색을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박사님 찬스를 써보기로 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핵과 과일을 연구하는 권정현 농업연구사(박사)는 “살구꽃과 매화는 얼핏 보면 비슷하다”고 말한다. 흰색 매화(白梅 백매)처럼 누가 봐도 매화인 것도 있지만, 보통 분홍빛을 띠는 살구꽃과 비슷한 매화도 있다. 왜 비슷하냐면 이 둘이 ‘근연종’이기 때문이다. 생물 분류에서 유연관계가 깊은 종류를 말한다. 권 박사는 “유연관계란 교배해서 종자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는 뜻”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매실과 살구는 꽃가루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잡종 품종이 많은 이유다.   유연관계에 따라 분류도 나뉜다. 순수 매실‧살구성 매실‧중간계 매실‧매실성 살구‧순수 살구 등이다. 매실 유전자원을 연구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김윤경 연구관(박사)은 “일반적으로 순수 매실은 원종(어떤 품종이 본래의 성질을 가진 종자)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순수 매실은 향이 강하지만 과실은 작고, 살구와 교배한 매실은 과실이 큰 편이다. 매실 주산지인 광양이나 순천에서 많이 생산하는 ‘백가하’ 품종이 바로 살구성 매실이다. 순수 매실인 갑주소매의 과중이 5g 정도인 것에 비해 백가하는 30g 정도다. 또, 매실성 살구인 풍후는 과실 성분이 매실에 가까워 매실로 분류해 재배한다. 풍후는 40g 정도의 대과다.   씨를 통해 매실과 살구를 구분할 수 있다. 사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정현 농업연구사   매실과 살구가 얼마나 비슷한가 하면, 생산자들도 헷갈린다고 한다. 권정현 농업연구사에 따르면, 시장에서 산 매실로 절임과 청을 만들었는데 매실 향이 나지 않는다면서 매실인지 살구인지 확인해달라던 민원이 2~3년 전만 해도 많았다고 한다. 권 박사는 “아무래도 살구는 매실보다 향이 덜하다. 그해 매실이 귀하면 이런 민원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매실과 살구는 어떻게 구분할까? 과일만 봐서는 알 수 없다. 과육을 제거하고 씨를 봐야 한다. 매실 씨는 표면에 바늘로 콕콕 찌른듯한 구멍이 많다. 반면 살구씨는 표면이 매끄럽다.   겨울을 짧게 보내고 이른 봄에 피는 매화 매실나무를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은 개화 시기다. 독일의 원예학자이자 식물학자인 안드레아스 바를라게는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에서 “대다수 과일나무는 꽃이 비교적 늦게, 그러니까 대략 4월이나 5월에 핀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이때 꽃이 피는 게 “아주 좋은 일”이라고 말한다. 꽃을 망치는 냉해의 위험은 줄일 수 있고 곤충들이 돌아다니며 가루받이할 가능성은 높일 수 있어서다. 그런데 매화는 3월이면 핀다. 권정현 농업연구사는 “과일나무 중에서도 살구‧자두‧매실‧복숭아 등을 이르는 핵과 과일의 개화가 빠른데, 그중에서도 매실이 가장 빠르다”고 한다. 그다음이 살구‧자두‧복숭아‧체리 순이다. 그러니 벚꽃이 아직인데 흰 꽃이 피었다면 매화일 확률이 높다. 또 매화도 벚꽃도 아닌데 흰 꽃이 피었다면 자두꽃일 확률이 높다.   매화는 이른 봄에 피어 진하고 달콤한 향을 뽐낸다. 사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정현 농업연구사   그런데 매화는 왜 일찍 필까? 김윤경 연구관은 “저온에 필요한 시간이 다른 과수에 비해 짧아서”라고 한다. 정확히는 ‘저온 요구도’라고 하는데 종자가 싹을 틔우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일정 온도 이하의 시간이다. 김 박사는 “온대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겨울 동안 아주 서서히 다음 해 피울 꽃을 준비한다. 저온이 없으면, 그러니까 추위를 겪지 못하면 꽃눈분화가 안 되고 열매가 안 열릴 수도 있다. 반드시 필요한 시간인데, 매실나무는 이 기간이 짧아서 꽃이 빨리 핀다”고 설명한다.   일찍 꽃이 펴서 불리한 점은, 앞서 책에 나온 내용의 반대라 할 수 있다. 꽃을 망치는 냉해의 위험은 늘고 곤충들이 돌아다니며 가루받이할 가능성은 낮다. 그해 겨울 기상 조건, 나무의 영양 조건, 품종의 특징 등에 따라 꽃의 발육은 달라지는데,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지 못하면 ‘불완전화’의 발생이 많아진다. 씨방이 기형이거나 정상보다 암술이 작거나 하는 식으로 화기(꽃의 기관)를 갖추지 못한 것을 뜻한다. 실제로 매실은 다른 과수보다 ‘불완전화’의 발생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예쁜 꽃을 빨리 피우는 대가가 어째 만만하지 않아 보인다.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 큰 분류에서 보면 매실나무는 장미과(Rosaceae)에 속한다. 장미과 중에는 과일나무가 많다. 핵과인 매실‧살구‧자두를 포함해 배와 사과, 복숭아와 체리도 장미과에 들어간다. 김윤경 연구관은 “그중 향으로는 매화가 최고 아닐까 싶다. 진하고 달콤한 향이다. 매화는 꽃봉오리일 때 따서 씻은 후 냉동실에 넣어두거나 말려서 꽃차로 먹기도 한다. 꺼내서 뜨거운 차에 살짝 띄우면 꽃이 피는데 향이 참 좋다”고 설명한다.   홍매실 계통의 '남고'는 향과 맛이 좋고 익으면 붉은빛이 살짝 돈다. 사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정현 농업연구사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 매실을 두고 “생식하지 않는다”고 흔히 말하는데, 달리 안 먹는 게 아니라 맛이 셔서 그렇다. 광양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의 박종수 팀장은 “익으면 맛이 나아지긴 하는데, 그래도 거의 아무 맛이 없다. 잘 익어 단맛이 강한 다른 과일에 비하면 별다른 맛이 없다는 뜻이다. 식감은 살구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이런 점은 핵과 과일의 특징인 것 같기도 하다. 요리를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작가이자 과학자인 해럴드 맥기는『음식과 요리』에서 핵과 과일을 이렇게 설명한다. “전분을 비축하지 않으며, 따라서 수확 후에는 말랑말랑해지고 향이 발달하기는 하지만 당도가 향상되지는 않는다.”   신맛이 센 건 완숙 직전의 덜 익은 매실을 뜻하는 청매(또는 청과)다. 노란빛을 띨 정도로 익으면 황매라고 한다. 잘 익어서 향이 강하지만 과육이 물러 유통이 어렵다. 박종수 팀장은 “지금까진 청매실이 많았지만, 갈수록 황매실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청매와 황매가 익은 정도를 말한다면, 익은 빛깔에 따라 계통을 나누기도 한다. 익어서 노란빛이 도는 품종은 청매실 계통, 붉은빛이 살짝 돌면 홍매실 계통이라고 부른다. 대표적인 청매실 계통은 백가하, 홍매실 계통은 남고와 앵숙이 있다. 박종수 팀장은 “어림잡아 광양의 60%가 청매실 계통이고 40%는 홍매실 계통이다. 홍매실 계통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그중에는 남고 품종이 20%로 가장 많다”고 말한다. 향과 맛이 좋기 때문이다.   달고 아삭한 식감 vs 부드러운 과육과 강한 풍미 잘 익은 황매는 달콤한 향과 익은 매실 특유의 부드러운 신맛이 장점이다. 사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정현 농업연구사   청매와 황매, 둘 중에는 어떤 걸 고르는 게 좋을까? 사실 익지 않아 열매 속 핵이 굳지 않은 풋매만 아니라면, 더 좋고 나쁜 건 없다. 핵심은 향과 맛, 식감 중에 어떤 것을 살리느냐에 있다. 채소를 사용한 발효식품과 요리를 선보이는 발효카페 ‘큔’의 김수향 대표는 “청매는 시원한 신맛과 단단한 과육이 장점이다. 황매는 달콤한 향과 익은 매실 특유의 부드러운 신맛, 부드러운 과육이 장점”이라고 설명한다.   재미있는 점은 일본에서는 황매를 소금에 절여 신맛 가득한 우메보시를 만들고, 한국에서는 신맛 강한 청매로 당 발효를 한다는 것이다. 김수향 대표는 “신맛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한국은 주로 당 발효를 하는데 이때는 청매가 적합하다. 발효 후에 나오는 수분 빠진 꼬들꼬들한 매실을 고추장에 담가 반찬으로 활용하는 한국의 맛있는 지혜가 있다”고 말한다. 반면 일본은 매실을 통해 신맛과 산미료를 얻는 쪽에 집중한다.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부패로 인한 식중독을 막아주는 역할로써 매실이 중요시되었기 때문이라는 게 김 대표의 의견이다.   어떻게 먹든 자유지만, 사실 매실의 매력은 신맛에 있다. 당 발효를 하더라도 특유의 새콤한 맛이 포인트다. 박종수 팀장은 매실을 먹는 이유를 “구연산을 먹기 위해서”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매실 완숙과는 4~6% 정도의 구연산을 함유한다. 또 사과산, 수산도 포함돼 있다. 과실이 익을수록 구연산은 늘고 사과산은 준다. 권정현 농업연구사는 “신맛이 센 것은 사과산이다. 모두 영양 가치가 있지만, 구연산에 관한 연구가 더 많긴 하다”고 말한다. 가장 잘 알려진 구연산의 효능은 피로 해소, 그리고 소화불량과 위장장애 회복 등이다. 또 식중독 예방과 항균 효과, 그리고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청매실 계통은 5월 하순~6월 상순에 출하한다. 사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권정현 농업연구사   자 그럼, 올해 매실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박종수 팀장은 “농협과 협의해 수매 날을 정하는데 올해는 5월 25일쯤으로 추측한다”고 말한다. 출하는 두 번에 나눠서 한다. 청매실 계통은 5월 하순~6월 상순에, 수확기가 늦은 홍매실 계통은 6월 중하순이다. 그나저나 5월 말에야 매실을 만날 수 있다니! 매실 이야기를 너무 빨리 꺼냈나 갑자기 불안하다. 별수 있나, 작년 매실을 먹으며 올해 매실을 기다리는 수밖에. 매화는 이미 졌고, 5월의 봄꽃을 보며 매실을 곁들인 피크닉을 하는 것(출하가 한참 남아 하는 말은 딱히 아니다)도 좋지 않을까? 가볍게 한두 잔 정도라면, 매실주도 아주 괜찮은 피크닉 친구다. 고백하자면 실제로 해봤는데, 매실주 향이 꽃 향처럼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이야기가 있다. 정체 모를 꽃 사진을 권정현 농업연구사에게 메일로 보냈더니 “자두꽃”이라고 회신이 왔다. “자두꽃인데 살구꽃이라고 나온 것을 보면, 이미지 검색은 좀 더 개선이 필요해 보이네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물론 매실과 살구, 자두는 식물분류학적으로 가까운 종이지만…, 하여간 섣불리 꽃 이름 아는 척은 하지 말아야겠다.   도움말=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윤경 연구관‧권정현 농업연구사‧광양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 박종수 팀장‧발효카페 큔 김수향 대표 참고서적=『농업기술길잡이 자두‧매실(개정판)』 『핵과류 GAP 영농기술서』 『매실 유기재배 매뉴얼』 『실은 나도 식물이 알고 싶었어』 『음식과 요리』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 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잡기는 까다롭지만 쫄깃하고 단맛 나는 제철 참돔10분이면 끝…'바삭 쫄깃' 치킨 감쌌다, 요즘 핫한 이 재료 [쿠킹][쿠킹] 17년 쉬지 않고 달려온 아빠를 위한 막걸리 한 잔[쿠킹] 매콤·새콤·달콤·짭짤…밋밋했던 가지 맛이 미(味)쳤다!

    2022.04.25 09:00

  • 다이어트 중인 당신을 위해…고단백 저지방 ‘참돔’의 모든 것 [쿠킹]

    다이어트 중인 당신을 위해…고단백 저지방 ‘참돔’의 모든 것 [쿠킹]

    집마다 식문화야 다르지만 참돔이 밥상에 오르는 일은 고등어에 비하면 확실히 드물어 보인다. 평범한 밥상보다는 주로 고급 횟감, 또는 제사상에 올릴 생선찜 요리가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래서일까, 회가 아닌 참돔은 어쩐지 낯설고 조리도 서툴다. 자연산과 양식을 비교하는 법부터 조리법과 영양, 추천 음식을 알아봤다.   ① 자연산과 양식은 어떻게 구분할까 자연산 참돔의 꼬리 지느러미.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선홍빛 체색보다,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기 좋은 방법은 콧구멍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정재묵 박사는 “자연산은 콧구멍이 한쪽 면에 두 개다. 외부에서 두 개로 보이는데 안에서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양옆을 합하면 총 4개의 콧구멍이 있는데, 양식은 이 콧구멍이 한쪽에 하나씩”이라고 설명한다. 콧구멍 사이의 막을 ‘비공격피막’이라고 하는데, 콧구멍이 연결되는 ‘비공격피결손증’이란 증상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런데, 요새는 양식 기술이 발달해서 이마저도 거의 없는 추세라고 한다. 정 박사는 “가장 구분하기 쉬운 방법은 꼬리지느러미다. 자연산은 꼬리지느러미가 뾰족하다. 조류를 거슬러 헤엄을 많이 치기 때문이다. 양식은 지느러미 발달이 아무래도 자연산만큼 뾰족하진 않다”고 말한다.   ② 단백질은 많고 지방은 낮다 참돔 살코기를 간장 양념으로 조린 도미조림 덮밥.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참돔은 덮밥, 탕수요리, 지리, 비빔밥까지 다양한 요리로 즐길 수 있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참돔은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을, 고단백 저지방 식품이다. 물론 수산물 대부분이 고단백 식품이긴 하지만, 그중 참돔은 아미노산의 균형이 좋다. 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 장미순 박사는 “곡류나 고기에 부족한 라이신, 트레오닌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골고루 함유돼 있다”고 설명한다. 지방 함량은 생선에 따라 다르지만, 계절별 차이도 있다. 생선 대부분은 겨울에 지방이 붙는다. 지방이 많은 생선 중 하나가 고등어인데, 고등어도 여름에는 지방이 적고 겨울에 많다. 표준수산물성분표(2018년)에 따르면, 고등어의 경우 5~7월의 지방 함량이 5~9%이고, 9월 무렵에는 17% 정도가 된다. 반면 자연산 참돔의 지방은 2% 이하다. 성장을 위해 양질의 사료를 먹는 양식산 참돔의 지방은 자연산보다 조금 더 높은 7~8%다. 지방이라고는 하지만, 나쁜 지방이 아니라 DHA,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다.   ③ 비린내가 덜 나는 참돔 생선 비린내 원인의 90%는 피다. 정재묵 박사는 “피를 먼저 빼고, 내장을 제거한 후 척추 사이에 있는 빨간 핏대를 빼야 한다. 원래는 콩팥인데 핏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비늘을 제거한다”고 설명한다. 피를 바로 안 빼면 얼음에 빙장 해도 1~2일 만에 살이 무른다. 살이 무르는 또 다른 이유로는 신경도 있다. 정 박사는 “척추골을 따라 강선 철사를 넣어 신경을 파괴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일본어로는 ‘이케시메’라고 하는 신경 절단술이다. 횟감의 사후 경직 속도를 지연해 생선 살이 무르는 것을 연장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장미순 박사는 “DHA, EPA 등의 오메가-3나 오메가-6 같은 지방산에도 어취가 조금 있다”고 말한다. 장 박사는 “생선의 지방산은 산화하기 쉬운데, 지방이 산화하며 나는 산패취를 비린내라고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어획 직후부터 생기는 비린내와는 다르다. 정확히는 기름이 절은 듯한 냄새”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지방 함량이 낮은 편인 참돔은 비린내가 덜 나는 어종이기도 하다.   ④ 생선 손질? 초보라면, 손질된 것을 사자 생선 손질 초보라면, 참돔 손질을 직접 하는 건 피하도록 하자. 참돔은 잔가시가 없는 대신 뼈가 크고 세다. 심지어 비늘도 크다. 초보라면 겁먹기 쉬운 레벨이다. 장미순 박사는 “뼈가 굵고 센 데다, 가시를 제거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시중에 판매하는 손질된 제품을 사거나, 마트나 시장에서 손질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참돔을 고를 때는 눈이 맑고 뚜렷하며 비늘과 지느러미에 손상이 없는 게 좋다. 손으로 눌러서 탄력이 있는 게 좋은데, 만약 눌러서 뻣뻣하다면 냉동일 수도 있다.   ⑤ 참돔 조리가 처음이라면 참돔을 통째로 튀겨 탕수 요리를 해서 먹어도 좋다. 사진 정재묵 박사   생선요리란, 생선 살에 배어든 양념이 조화를 이룰 때 맛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참돔은 육질이 단단하고, 성분은 단백질이 대부분이다. 살도 두툼해서 양념이 잘 배지 않는 편이다. 게다가 단백질은 가열하면 응고돼 단단해진다. 물론 생선은 원래 단백질이 많지만, 다른 점은 지방의 차이다. 장미순 박사는 “우리가 주로 먹는 생선은 지방 함량이 높은 게 많다. 불에 가열하면 지방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는데, 먹으면 고기가 부드럽다”고 말한다. 반면 지방이 적은 참돔은, 양념이 배지 않으면 밍밍하고 오래 조리하면 퍽퍽하다고 느낄 수 있다. 장 박사는 “주로 굽거나 쪄서 간장 양념을 곁들이는 조리법이 발달한 이유가 아닐까 한다”면서 “토막을 얇게 쳐서 양념이 잘 배어들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양념이 세면 고유의 담백한 살맛을 가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⑥ ‘어두일미’라는 머리 참돔의 머리와 뼈는 맑은탕(지리)으로 요리하면 일품이다. 사진 명정구 박사   참돔 눈 주위에는 점질성으로 된 다당류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 끈적한 재질의 당 성분이다. 장미순 박사는 “그중 대표적 성분이 콘드로이틴 황산”이라고 설명한다. 피부 미용에 좋다고 한다. 또, 눈알에는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비타민B1이 함유돼 있다. 눈만이 아니라 턱 주위의 살은 쫄깃해서 맛이 좋기로 알려져 있다. 장 박사는 “아가미 운동, 즉 근육 운동을 많이 해서 식감이 쫄깃하다고 사람들이 선호하는 부위”라고 설명한다.   ⑦ 참돔 박사들의 참돔 요리 참돔회는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옅은 붉은빛에 붉은색 무늬를 가지고 있다. 사진 명정구 박사   정재묵 박사는 “최고는 활어회다. 활어 다음으로는 참돔을 통째로 튀겨 탕수 요리로 먹는다”고 말한다. 명정구 박사 역시 활어회를 최고로 쳤다. 제일 단맛이 나고 맛있어서다. 그다음 선호하는 건 양념구이다. “석쇠 불에 구운 참돔 위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먹으면 일품”이라고 한다. 고추장 양념은 고추장과 파, 마늘, 설탕 등을 섞은 양념이다. 마지막은 머리와 뼈를 푹 고아서 맑게 끓인 ‘지리’다. 명 박사는 “담백한 맛을 살리기 위해 고춧가루나 고추장은 넣지 않는다. 대신 마지막에 식초를 살짝 뿌린다”고 대답했다. 혹시 모를 비린내는 감추고 감칠맛은 올려준다.   도미저냐 산마늘 비빔밥.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장미순 박사는 참돔 비빔밥과 덮밥을 추천했다. 비빔밥은 참돔 살에 달걀을 입혀 기름에 지진 도미저냐에 산마늘(명이)을 곁들인 요리다. 저냐는 얇게 저민 생선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을 씌워 기름에 지진 음식이다. 산나물은 알싸한 마늘 맛이 나 생선과 잘 어울린다. 또, 참돔 살코기를 달짝지근한 간장 양념으로 조려 덮밥을 해도 맛있다. 조릴 때는 토막 낸 살과 함께 머리를 함께 넣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식품위생가공과 장미순 박사‧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정재묵 박사‧해양학자 명정구(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겸직 교수)박사 참고서적=『참돔, 이제 요리로 즐긴다(국립수산과학원)』 『사계절 해물비빔밥(국립수산과학원)』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생선요리의 과학』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 [쿠킹] 잡기는 까다롭지만 쫄깃하고 단맛 나는 제철 참돔 [쿠킹] 매콤·새콤·달콤·짭짤…밋밋했던 가지 맛이 미(味)쳤다! [쿠킹] 소화불량?두통·피로 있다면 밀가루 한 번 끊어 봐야 [쿠킹] 한국인이 소주 찾을 때 미국인은 버번위스키 마신다

    2022.04.08 06:00

  • [쿠킹] 소화불량‧두통·피로 있다면 밀가루 한 번 끊어 봐야

    [쿠킹] 소화불량‧두통·피로 있다면 밀가루 한 번 끊어 봐야

    〈닥터라이블리의 부엌에서 찾은 건강〉  글루텐은 밀가루 음식뿐만 아니라 보리와 호밀에 포함된 단백질을 말하는데 인간에겐 글루텐의 일부를 끝까지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다. 사진 pixabay   요즘 건강식을 지향하는 제품에 자주 따라붙는 단어가 있다. 바로 ‘글루텐 프리’다. 글루텐을 섭취하지 않는 것만으로 염증성 장 질환, 류머티즘 관절염 등의 자가면역질환뿐만 아니라, 조현병과 자폐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의 증상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글루텐 프리’가 많은 사람의 관심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글루텐은 빵‧국수‧라면‧파스타 등의 밀가루 음식뿐만 아니라 보리와 호밀에 포함된 단백질을 말한다. ‘글루텐 프리’가 등장한 본질적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인간에게 글루텐의 일부(글리아딘)를 끝까지 분해할 수 있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소화 과정에서 분해가 덜 된 글루텐 일부는 장벽을 약화할 수 있는데, 이 틈을 통해 장내로 들어오지 않아야 할 균과 음식물 등이 침투할 수 있다. 이때 우리 몸은 과도한 면역 반응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다양한 염증성 질환이 생기거나 악화된다.   밀가루, 디저트 음식에 포함되어 있는 글루텐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까. 사진 pexels   ‘글루텐은 정말 우리 몸에 나쁠까?’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에, 꼭 알리고 싶은 개념이 있다. 의학에는 전문가가 있다. 장기별로 각 분야의 전문의가 진료하며, 약이나 시술로 증상과 질환을 해결한다. 이 과정을 아주 단순화해 보면, ‘이 질환에는 이 약, 저 질환에는 저 약’ 같은 식이 된다. 그런데 이때 소외되는 것이 있다. ‘나’라는 개인이다. 병원에서 ‘나’라는 개인은 증상과 질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같은 질환,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고 해서, 그 문제가 나타난 경위까지 같을까? 당연히 아니다. 치료에도 개인화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 맞춤 의료가 가능해지기 전까지, ‘나’를 증상이나 질환으로 분류하지 않고 한 개인으로 봐 줄 수 있는 건 누구일까? 맞다, 오직 ‘나’뿐이다.   우리 몸을 총체적으로 건강하게 돌보기 위해서는 내 몸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진 pexels   우리 몸은 하나의 ‘작은 우주’라고 표현된다. 이 작은 우주를 총체적으로 건강하게 돌보려면 스스로 주도권을 잡고 내 몸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소화가 안 될 때 소화제를 먹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왜 소화가 안 됐는지 소화가 안 될 때 어떤 문제가 함께 생기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이번 칼럼부터는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춰 보려고 한다. 서두가 길어진 이유이기도 하다.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면역 반응과 염증’이다. 코로나 시대의 화두 역시 ‘면역력’이었다. 우리 몸의 면역계는 ‘적절히 조절’될 때 가장 좋다. 면역력이 높으면 건강이 좋은 것이겠거니 생각하지만, 예상외로 정말 많은 증상이 ‘면역 반응이 과해서’ 생긴다. 면역 반응이 과해서 생기는 질환을 통칭해 ‘만성 염증성 질환’이라고 한다. 비만‧당뇨병‧지방간‧노화‧만성피로‧과민성대장증후군‧고지혈증‧우울증 등이 만성 염증성 질환에 해당한다. 현대에 가장 만연한 병들이다.   비만, 당뇨, 지방간, 만성피로 등 만성 염증성 질환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식습관, 운동, 생활습관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진 pexels   문제는 이런 질환들이 약을 먹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식습관이나, 운동, 생활습관을 바꿔야 개선된다. 이런 사실을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사람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칼럼을 통해 ‘내 몸을 알아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안내하기로 마음먹은 후, 그 첫 번째 주제로 ‘글루텐’을 선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서 ‘과도한 면역 반응’은 여러 만성 염증성 질환들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즉, 이러한 반응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줄이면, 우리의 건강도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거하거나 줄여야 하는 원인 중에, 최근 중요한 인자로 떠오른 것이 ‘장의 염증’이다. 그 중에도 장의 투과성(intestinal permeability)과 관련이 있다. ‘장 누수’라고도 한다. 장의 투과성이 높아져서 장내 물질들이 우리 몸 내부로 들어오고 면역계가 과도한 면역 반응을 보일 경우, 만성 염증성 질환의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어디서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서두에 설명한 글루텐의 작용과 같다. 그렇다, 장 누수의 원인이 되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글루텐’이다.     글루텐을 면역 반응에 불을 지피는 악당으로 몰아가기 전에, 과학이 우리의 장에 대해 밝혀낸 역사적 흐름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인간의 장은 빈틈없이 아주 단단한 벽으로 이해됐다. 그러다 1993년, 장내 세포들 사이를 열고 닫을 수 있는 채널(zonula occludens)이 발견되면서 장에 ‘투과성’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리고 20여 년 전인 2000년, 이 채널을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 역할의 단백질(zonulin)이 장내 세포에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면서 장의 투과성을 조절할 수 있는 인자에 관심이 쏠렸다.   자, 그러면 ‘장벽을 여는 리모컨’을 누를 수 있는 건 무엇일까? 여기서 밀가루가 등장한다. 이 리모컨을 누를 수 있는 인자는 크게 두 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한 가지가 글루텐이고 다른 한 가지가 장내세균 불균형(bacterial overgrowth, dysbiosis)이다. 재미있는 점은 글루텐이 리모컨을 누르게 하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는 모두에게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밀가루는 모두의 장벽을 약화할 수 있으니, 모두에게 나쁜 것일까? 이 분야의 대가인 하버드대의 알레시오 파사노(Alessio Fasano)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분명 밀가루의 ‘글루텐’에 의해 영향을 받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 많지만, 전부는 아니”라고 말이다.   밀가루와 디저트 음식을 아주 조금만 먹어도 염증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이들이 있다. 사진 pixabay   사실,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밀가루 음식과 디저트를 매일 먹어도 염증성 증상이 거의 없는 사람들이 있고, 반면 아주 조금만 먹어도 여드름이 나거나 소화가 안 되는 등의 염증성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다시 말해, 밀가루 음식을 먹어도 특별한 염증성 증상이 없다면, ‘글루텐’이 리모컨을 눌러 장 투과성을 늘려도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일어나지 않는 사람일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이미 만성 염증성 질환을 갖고 있거나, 여드름‧두통‧피로‧생리통‧방광염‧질염 등 ‘염증’과 관련된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보자. 이들 몸에는 과도한 면역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 같은 염증 질환에 직면했을 때 약을 먹는 것에서 그칠 게 아니라, 내 몸의 면역 반응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면역 반응을 조절해주는 대표적 인자가 ‘글루텐’과 ‘장내세균총’이라는 것도 말이다. 한 가지 설명을 더 보태자면, 장내세균총을 좋게 만드는 경험적인 방법에도 ‘글루텐 줄이기’가 포함돼 있다.   '만성 염증'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글루텐을 잠시 끊어보는 것이다. 사실 ‘글루텐’이 누구에게는 괜찮고, 누구에게는 나쁜지 판별할 수 있는 생체 마커는 안타깝게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해볼 수 있는 최선의 접근법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글루텐 프리’를 했는데 전혀 증상이 좋아지지 않았다면, 그 사람은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다른 원인을 찾아가면 된다. 반면 ‘글루텐 프리’로 증상이 좋아졌다면, 글루텐이 내 면역 반응을 자극하는 중요한 인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긴 글이었기에, 여러분이 꼭 기억해야 하는 포인트를 몇 개 짚으며 마무리할까 한다. 첫 번째, ‘글루텐은 모두에게 나쁜 게 아니'지만, 염증성 증상이 있는 나에게는 나쁠 수 있다. 두 번째, 만성 염증성 질환과 염증성 증상들은 단순한 ‘증상 완화’만으로 낫지 않는다. 그러니 염증성 증상에 꽤 시달려왔다면 글루텐 프리를 시도해볼 만하다. 내 건강을 위한 시도이며, 꽤 단단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된 방법이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라는 사람을 ‘증상’과 ‘질환’으로 분류하지 않고 총체적 유기체로 봐줄 수 있는 사람 역시 나 자신뿐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스스로 돕는 방법을 터득할 때, 우리는 비로소 건강해질 수 있다.    최지영 피부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전문가의 레시피와 술 추천, 건강하게 먹는 팁, 꼭 가봐야할 맛집 정보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장내세균은 다양하게, 몸 염증반응은 줄여주는 놀라운 음식[쿠킹] 소식가도 두 그릇 먹게 하는 매력, ‘들기름 소금 국수’[쿠킹] 삼계탕보다 촉촉하고 깊은 맛, 『규합총서』 속 닭 요리[쿠킹] 식단 관리 중이지만 탄수화물이 당길 때 먹는 파스타

    2022.04.04 00:04

  • [쿠킹] 잡기는 까다롭지만 쫄깃하고 단맛 나는 제철 참돔

    [쿠킹] 잡기는 까다롭지만 쫄깃하고 단맛 나는 제철 참돔

    물고기 생김새를 보고 이름을 척척 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째서인지 생김새와 이름이 매칭되지 않으면 맛도 먹을 때뿐이다. 그래서일까 도미 머리 구이를 먹은 기억도 한참 만에 떠올렸다. 회 맛은 또 왜 이리 가물가물한지. 흰살생선의 왕이라고 불리는 도미의 머리와 살을 먹었는데도 맛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니, 뭔가 서글프다. 이번 기회에 도미와 안면을 좀 터볼까 한다.   눈 위는 푸른빛을 띠고 몸은 선홍색의 참돔은 바다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사진 명정구 박사   생김새를 찾아보니 아는 얼굴이다. 한 TV 프로그램에서 배우 유해진이 어렵사리 낚아 올린 그분 아닌가. 그런데, 이름이 도미가 아니라 ‘참돔’이다. 낚을 때 손맛이 있고 맛도 좋아 낚시꾼들이 가장 잡고 싶어 한다는, ‘돔’이란 이름이 들어간 물고기 중 하나다. 인기 많은 사람에게 소문이 무성하듯, 참돔 역시 인터넷에 떠도는 말이 많다. 포악하고 미식을 한다거나, 추운 걸 싫어하고 후각과 시각이 뛰어나며 굵은 낚싯줄은 물지 않을 정도로 영리하다는 등의 이야기들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참돔을 둘러싼 소문과 몇 가지 궁금한 것들을 확인해봤다.   ① 진짜 이름은?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정재묵 박사는 “도미라는 물고기는 세상에 없다”고 대답한다. 흔히 도미‧참도미‧돔이라고 부르지만, 정확히 ‘참돔(Red seabream)’이 맞는 이름이다.   ② 참돔은 미식할까? 제주도 서귀포 연안에서 만난 멸치 사냥 중인 참돔의 모습. 사진 명정구 박사 정재묵 박사는 “미식이 아니라 탐식한다”고 대답했다. 골라 먹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은 다 먹는 잡식성이다. 미식한다는 소문의 근거로 보이는 새우 같은 갑각류도 먹지만, 갯지렁이와 말미잘도 먹는다. 그럼 포악하다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정 박사는 “탐식성이 강한, 먹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 나온 말 같다”고 한다. 참돔 이빨은 날카롭진 않아도 단단하다. 그 이빨로 고동을 깨서 씹어먹거나 소라게를 깨고 안에 숨은 게를 잡아먹는다. 고동에 붙어사는 고동끈말미잘도 잘 먹는다고 한다. 다만 멸치와 오징어는 많이 먹지 않는데, 멸치는 빠르게 헤엄치고 오징어는 크기가 커서다. 대신 낙지와 주꾸미를 먹는다.   ③ 시각과 후각이 유난히 뛰어날까?   요즘 참돔 낚시의 트렌드는 ‘타이라바’라는 가짜 미끼라고 한다. 정재묵 박사는 “추가 알록달록하고 지렁이 비슷하게 연출된 가짜 미끼로도 잘 잡히는 어류가 참돔이다. 즉 시각에 반응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후각 역시 물고기의 중요한 먹이 탐지 기능이다. 어둡고 흐린 물속에서 특히 그렇다. 정 박사는 “후각으로 먹이를 찾는 대표적인 물고기는 상어다. 반면 참돔은 보통 낮에 먹이 활동을 한다”면서 “시각과 후각은 물고기 대부분이 비슷하다. 참돔의 시각이나 후각, 상피세포의 감각이 다른 물고기보다 상당히 뛰어나다는 말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물고기의 감각에 관한 내용은 생태학자 조너선 밸컴이 쓴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 자세히 나온다. 물고기는 물속에서도 사물을 뚜렷이 볼 수 있고 인간보다 더 많은 색을 보며, 음악을 구별할 정도로 청각에 민감하고, 어떤 물고기는 맛없는 먹이를 뱉어낸다고 한다.   ④ 추운 걸 싫어할까? 수온은 물고기 성장에 중요한 요소다. 정재묵 박사는 “수온이 따뜻하면, 또는 따스한 수온이 지속하면 물고기의 메커니즘이 좋아서 성장이 빨라진다. 반대로 추우면 성장이 더뎌 먹는 양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수온은 양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 박사는 “일본산 양식 참돔이 유명한 이유가 수온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주로 규슈지방에서 참돔양식을 많이 한다. 수온이 따뜻한 곳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 바다와 달리, 규슈 쪽은 겨울에도 수온이 많이 차가워지지 않는다. 우리 바다에서 1년 키운 거랑 일본에서 1년 키운 게 다를 수밖에 없다.”   ⑤ 선홍빛은 자연산 참돔의 상징? 자연산 참돔은 선홍빛을 띠지만 나이가 들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색이 바랜다. 사진 정재묵 박사 참돔은 30~200m 수심에 산다. 어류학자이자 해양학자인 명정구 박사는 “참돔의 선홍색은 비슷한 수심에 사는 물고기의 공통점”이라고 말한다. 빛은 수면을 뚫고 내려가면서 빨간색‧주황색‧노란색 같은 긴 파장의 색부터 흡수한다. 명 박사는 “빨간색 장갑을 끼고 바닷속으로 15m만 들어가도 빨간색이 청색처럼 보인다. 100m 수심에서는 연회색이 된다. 물고기의 붉은색은 100m 수심에서 살아가기 위한 자연스러운 색깔인 셈”이라고 말한다. 자연산에 비하면 양식 참돔은 코코아 색깔 정도로 어두운 편이다. 정재묵 박사는 “먹이도 다르지만, 수심이 다른 것도 이유다. 연안에 있는 양식장 가두리의 수심은 7~8m, 깊어야 10~15m다. 당연히 빛이 투과되는 양이 다르다.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져 색이 다르다”고 말한다. 물론 양식 기술이 좋아져 붉은빛을 내는 카로티노이드계 색소가 함유된 크릴 등의 갑각류를 먹이로 줘서 발색을 뽑지만, 아무리 잘 뽑아도 자연산을 따라갈 수는 없다고 한다. 그런데 자연산 참돔이라고 색이 늘 선홍빛인 건 아니다. 명정구 박사는 “나이가 들면 호르몬의 영향으로 색이 바랜다. 또 혼인색이라고 해서 산란기를 맞은 수컷도 색이 거무튀튀하게 바뀐다”고 설명한다.   ⑥ 금어기가 없다?   참돔과 같은 도밋과인 감성돔은 바닷속 50m 이내의 해조류가 있는 암초 지대나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 서식해 포획에 취약하다. 감성돔과 달리 참돔은 그나마 개체 수가 있는 편이다. 참돔은 깊은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할 때 연안으로 올라온다. 시기별로 서식지도 다르다. 명정구 박사는 “감성돔은 바다가 육지 쪽으로 깊이 들어와 있는 만에서 알을 낳는다. 이때 집중적으로 잡는 것을 막기 위해 5월을 금어기로 정했지만, 참돔은 산란장이 광범위하다. 제주 바다 어디쯤이란 말만 떠도는 정도로 산란장이 잘 밝혀져 있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금어기는 없다. 하지만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체장 24㎝ 이하는 방생해야 한다.   ⑦ 제철은 바로 지금!   여름이 가까워지면 참돔은 알을 낳으러 얕은 연안으로 이동한다. 산란하면 몸에서 단백질, 지방 같은 영양이 빠져나간다. 정재묵 박사는 “알을 낳고 활동이 다시 왕성해져 몸을 회복하는 시점, 그러니까 다시 살을 찌운 때가 제철이다. 5~7월까지 알을 낳는다고 보면, 8~10월에 살을 찌워 11월에서 4월 정도까지 맛이 좋다. 살이 오르고 지방도 차오르는 지금이 제철”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물고기의 맛은 먹이나 서식환경에 따라서 달라진다고 한다. 명정구 박사에 따르면 항구 가까이에 있는 물고기는 기름 냄새가 배고, 낙동강 하구 펄에 사는 물고기는 흙냄새가 난다고 한다. 또 연안에 사는 돌돔은 바위에 붙은 소라나 따개비를 깨 먹어서 약간의 갯내음이 있다. 명 박사는 “참돔은 산란 때만 연안에 온다. 겨울에는 수심 100m에 살며 새우나 게 등을 먹는 육식성이라 잡내가 없어 맛이 깔끔하다. 언제 먹어도 살에서 단맛이 난다. 연안 고기와 달리 살이 고급이라 그야말로 ‘참돔’이다. 참돔의 ‘참眞’은 ‘진짜’ 또는 ‘최고’라는 뜻”이라고 말한다.   ⑧ 너무 크면 회 맛 떨어질까?  어린 참돔은 체측에 붉은색 띠무늬들이 보이지만 성장하면서 없어진다. 사진 명정구 박사 참돔은 근육도 살도 단단하다. 익혀 먹어도 그렇지만 회로 먹으면 특유의 쫄깃함이 있다. 정재묵 박사는 “쫄깃함은 자연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회를 뜨자마자 살을 접으면 자연산은 탄력 때문에 바로 펴진다. 반면 양식은 근육의 단단함이 자연산보다 떨어져 탄력이 덜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참돔이 너무 크면 회 맛이 떨어진다’는 소문도 있다. 명정구 박사는 “너무 어리거나 너무 나이가 많으면 그럴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넙치(광어)도 너무 어리면 맛이 없다. 하지만 모든 생선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나이가 들고 크기가 커야 맛있는 생선도 있다. 보통 참돔은 3~4년 정도 자라면 산란한다. 어른이 됐다는 뜻인데, 이때부터가 맛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참돔은 수명도 길다. 정재묵 박사는 “20년 가까이 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한다. 명정구 박사는 “30년, 아주 오래 살면 50년도 산다고 한다. 나이가 많은 참돔은 1m가 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⑨ ‘돔’은 모두 같은 식구일까? 낚시꾼들 사이에서 맛 좋기로 꼽는 4대 돔은 돌돔‧벵에돔‧감성돔‧참돔이라고 한다. 분류학으로 보면, 4대 돔은 같은 농어목이지만 과는 다르다. 참돔과 감성돔은 대표적인 도밋과(그 외에 황돔과 붉돔도 있다)다. 돌돔은 돌돔과, 벵에돔은 황줄껌정이과다. ‘돔’이 가시 지느러미를 뜻한다는 소문도 있는데, 명 박사는 “아니”라고 대답한다. 정재묵 박사 역시 “그 어원이 어디서 시작된 건지 모르겠다”면서 “다만 돔이란 이름을 가진 물고기의 공통점이 참돔처럼 강한 등지느러미와 비슷한 지느러미를 가진 경우”라고 말한다. 또는 옥돔이나 자리돔처럼 예부터 즐겨 먹은 맛있는 물고기에게 ‘돔’이란 이름을 붙여 왔다고 한다. 명정구 박사는 “본래 ‘돔’이 붙은 물고기는 살맛이 있다. 또, 잡기도 까다롭다. 감성돔은 그물을 보면 뒷걸음질 친다는 말도 있다. 이처럼 잡기가 까다로워 이런저런 소문이 생긴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자연산 참돔의 머리.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참돔 얼굴은 이제 확실히 익힌 듯하다. 사실 확인을 하며 수십장의 사진을 보고, 또 생선가게에서도 참돔을 뚫어지게 보고 왔기 때문이다. 다음은 살맛 좋다는 참돔 맛을 볼 차례다. 숙성회를 시키고, 밀키트도 주문해본다. 회는 감칠맛이 좋고 부드러웠으며, 오븐에 구운 살코기는 쫄깃하고 담백하다. 과장해서 말하면 젤리처럼 씹는 맛이 좋다. 탄력과 식감으로는 머리 부분의 턱 살이 최고라던데, 머리는 아직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 옛날, 머리 구이를 시킨 것도 사실 내가 아니라 지인이었다. 고기보다 술을 더 마셨던 기억이 난다. 머리 맛은 언제쯤에야 알게 되려나.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정재묵 박사‧해양학자 명정구(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겸직 교수)박사.   참고서적=『물고기 박사가 들려주는 신기한 바다 이야기』 『물고기는 알고 있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제철 식재료,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1800년대 환절기 면역력 챙기기 위해 먹은 음식은 '이것'[쿠킹] 익히면 소화 잘되는 무…1900년대 인기 요리책서 찾은 왁적이[쿠킹] 오늘은 굽지 마세요…고소하고 달큰한 삼겹살 알배추찜[쿠킹] 와인과 찰떡궁합, 고소한 닭모래집…냄새 잡는 비결은

    2022.03.28 09:00

  • 감칠맛 더하는 대파, 쓰면 안되는 때가 있다 언제? [쿠킹]

    감칠맛 더하는 대파, 쓰면 안되는 때가 있다 언제? [쿠킹]

    대파는 우리 음식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조미 채소이자 향신 채소다. 크기별로 부르는 이름부터 좋은 파를 고르는 법, 입맛 돋우는 파채 겉절이를 만드는 법까지, 대파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모아봤다.     1. 크기에 따라 나누는 파 대파는 크기에 따라 대파, 실파, 엇파로 나뉜다.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대파는 보통 여름 대파와 겨울 대파로 나뉘지만, 크기에 따라서도 구분한다. 크기로는 대파와 실파, 엇파가 있다. ‘대파’는 이름처럼 큰 파를 뜻한다. 대파의 어린 파로, 잎이 실 같이 가는 파는 ‘실파’다. ‘엇파’는 실파와 대파의 중간 정도 크기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한지원 연구사는 “엄밀히 따지면 독립된 작형은 아니다”라면서 “파는 여름철 생육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오르는 편이다. 시세에 따라 다 자라지 않은 중간 크기의 파를 출하하기도 한다. 그걸 엇파라고 한다”고 설명한다.     2. 더운 걸 싫어하는 대파 파는 서늘한 온도를 좋아한다. 파가 잘 자라는 온도는 15~20℃다. 습기도 중요하다. 한지원 연구사는 “파는 건조함에 강하지만 습기에는 약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여름철 대파에는 해충이 많아 방제가 필수지만, 가을은 파가 자라기 쉬운 계절로 수분과 물 빠짐만 잘 관리하면 키우기 쉽다.     3. 연백부가 긴 것이 좋은 파 파는 흰색 부위가 긴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파의 흰색 부위를 연백부라고 한다. 재래종 파는 연백부가 길지 않지만, 마트에서 흔히 파는 외대파는 연백부가 길고 곧으며 굵은 게 좋다. 잎은 끝부분이 시들지 않고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 반대로 잎에 탄력이 없고 노란색 잎이 많거나 반점이 있는 것은 피한다. 잎이 많이 꺾인 것은 수확이나 유통 시에 관리가 부족했다는 뜻이다. 보관할 때는 씻지 않은 채로 신문지나 키친타월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둔다. 햇빛이 들지 않는 화분에 묻어서 보관하는 방법도 있다. 냉장고보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4. 파의 시원한 맛과 효능 송송 썬 파를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감칠맛과 풍미가 좋아진다. 사진 pixabay 대파로 육수를 내거나, 파를 송송 썰어 국이나 찌개에 넣으면 감칠맛과 풍미가 더 좋아진다. 그렇게 끓인 국을 한 모금 마시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식품과학자 권대영 박사는 “한국인의 ‘시원하다’는 맛있다는 뜻인데, 이 개념에 가장 가까운 건 ‘간이 맞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또 다른 의미도 있다. 권 박사는 “맛은 혀만이 아니라 장내 기관의 감각으로도 느끼는데, 따뜻한 국을 먹고 위장운동이 활발해져 소화가 잘될 때 ‘시원하다’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는 소화를 돕고 몸을 따뜻하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명나라 본초학자 이시진이 쓴 약학서 『본초강목』에 나오는 내용이다. 초기 감기일 때 파의 흰 뿌리를 달여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땀을 내 폐기능을 활성화하며 항균 작용을 한다고 나와 있다.   5. 파를 써야 할 때와 안 써야 할 때   파는 음식의 잡내를 잡고 풍미를 돋워줘 오래전부터 우리 음식에 많이 사용돼왔다. 그런 파라고 해도, “써야 할 때가 있고, 쓰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고 요리연구가 이미경 소장은 말한다. 이 소장은 “예를 들면 포항초 같은 시금치는 그 자체로 달고 맛있다. 그런데 여기에 파나 마늘을 많이 넣으면 시금치 향과 맛이 가려질 수밖에 없다”면서 “독특한 향을 내는 제철 나물에는 파를 쓰지 않는 편이 더 낫다”고 설명한다.   6. 파채로 만드는 상큼한 겉절이 파채와 숙주 또는 콩나물을 섞어 새콤달콤 맛있는 겉절이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사진 pixabay 이미경 소장이 추천한 파 겉절이다. 먼저 파는 10㎝ 길이로 토막을 내서 파채를 곱게 썰어 찬물에 담근다. 찬물에 담그면 매운맛이 살짝 빠지고 식감도 아삭해지기 때문이다. 또 보기 좋게 똘똘 말려 시각적으로도 풍성한 효과를 준다. 물에 한 번 담근 파채는 데친 숙주 또는 콩나물과 섞어서 양념과 함께 무친다. 고춧가루를 약간 넣고 새콤달콤하게 간을 한 파 겉절이다. 입맛이 없을 때 반찬처럼 먹으면 좋다.     도움말=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한지원 연구사‧네츄르먼트 이미경 소장‧식품과학자 권대영 박사 참고도서=『농업기술 길잡이 152 파(농촌진흥청)』 『한식 인문학』 『파속 식물 이야기(농촌진흥청)』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남쪽의 파잎이 녹색을 띠는 지금, 단맛 도는 대파의 계절[쿠킹] 부드럽고 향긋한 봄미나리와 고소한 소고기의 찰떡궁합[쿠킹] 겨울 추위 이겨낸 제철 봄동으로 만든 상큼한 겉절이[쿠킹] 속부터 꽉 찬 쫄깃함에 들·참기름 향이 고소한 특별한 떡국

    2022.02.25 09:34

  • [쿠킹] 찬바람에 스마트폰까지, 피로 호소하는 ‘눈’에 좋은 음식

    [쿠킹] 찬바람에 스마트폰까지, 피로 호소하는 ‘눈’에 좋은 음식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⑧ 블루베리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하는 습관은 시력을 저하시킨다. 사진 pixabay 퇴근 후 침대에서 즐기는 혼자만의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다. 이 시간을 함께하는 친구는 바로 스마트폰이다. 불을 끄고 잠이 들 때까지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하고 음악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이 소소한 달콤함의 이면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이 숨어있다. 바로 ‘시력 저하’다.   요새는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시력 저하를 호소하는 분들이 더 늘었다. 특히 밤에 불을 끄고 스마트폰을 보면 시력 저하는 가속화된다. 계절도 원인일 수 있다. 겨울에는 눈이 뻑뻑하고 피곤한 느낌이 자주 느껴질 수 있다. 다른 계절보다 기온과 습도는 낮고, 바람은 차가워서다. 실내도 마찬가지다. 히터를 틀어 건조하고 습도도 낮다.     눈 관련 증상이 생기면 즉시 안과에 내원하는 것이 좋다. 가정의학과 진료실에 “눈이 침침하다”는 환자가 찾아오면, 먼저 눈이 아닌 다른 질환이 아닌지 확인한다. 뇌혈관 질환이나 두통이 심한 경우에도 눈이 침침하거나 사물이 겹쳐 보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이렇게 찾아오는 환자 대부분은 ‘단순 시력 저하’로 진단되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스마트폰 사용이 많은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쉴 틈 없이 근거리를 오래 보는 것은 눈을 피곤하게 만들어 더욱 침침함을 유발한다. 또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어든다. 그로 인해 안구 표면이 마르게 돼 안구건조증을 초래하기도 한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먼 곳을 자주 응시하는 식으로 눈의 피로를 풀라고 조언한다.       눈 건강을 위해서는 루테인이나 지아잔틴 같은 영양제를 섭취할 수도 있지만, 블루베리를 꾸준히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눈이 침침하고 피곤하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음식으로는 블루베리를 먹도록 안내하고 있다. 블루베리 하면 안토시아닌이 떠오를 정도로 블루베리에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은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이다. 블루베리의 안토시아닌은 유해 활성산소 제거뿐 아니라 안구 혈액 공급 개선, 눈의 피로도 감소 등 시력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 인간의 눈 속 망막에는 로돕신(rhodopsin)이라는 자줏빛 색소체가 있는데, 이 로돕신이 빛의 자극을 뇌로 전달해 물체가 보이게 된다. 눈을 사용하고 있는 사이에 로돕신은 서서히 분해되는데, 안토시아닌은 로돕신의 재합성 작용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기능이 있어 눈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다.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단백질에 당이 결합해 눈의 단백질이 노화되며 일어난다. 안토시아닌 색소는 이러한 결합을 억제하는 작용도 한다. 즉 블루베리가 백내장 예방에 유효한 것은 단백질의 노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에 기인한 망막염과 백내장의 예방에 유효하다. 또, 블루베리에는 비타민A, 베타카로틴까지 함유돼 있어 시력 증진에 더욱 도움을 준다.     눈 건강에 좋은 블루베리. 실제로 눈의 불편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블루베리를 먹도록 안내한다. 사진 pixabay 처음에는 블루베리의 효능에 관한 기록이 없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영국의 조종사가 빵에 블루베리를 많이 발라 먹었더니 “희미한 빛 속에서도 물체가 잘 보였다”고 해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 시력 개선 효과가 증명됐다는 일화가 있다. 이탈리아, 프랑스, 일본 등에서는 블루베리에서 추출한 물질이 눈 건강에 효과가 있다는 승인을 받은 후 의약품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세계 10대 슈퍼푸드로 선정될만하다.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블루베리의 항산화 능력은 시력 증진뿐만 아니라 항암효과, 노화 방지, 피부 건강 증진에도 효과가 있다. 또 블루베리에 함유된 클로로렌산, 프로안토시아닌 등의 폴리페놀 성분은 각종 암 유발 물질을 배설하는데 기여한다. 따라서 유방암, 대장암, 식도암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블루베리는 장내 독소 생성을 억제해 장 건강에 좋다. 콜레스테롤 흡수를 억제해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블루베리는 100g당 45~50kcal다.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블루베리의 효능을 체험하려면 한두 차례 많이 먹는 것보다는 일정량을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권장량은 20알~30알이다. 블루베리를 고를 때는 붉은 기 없이 선명한 청색을 띠는 팽팽한 것을 골라야 한다. 생과는 10일에서 15일까지 냉장 보관해야 하고 그 이후에는 냉동보관 하는 것이 좋다. 블루베리는 냉동 보관해도 영양 손실이 없다. 냉동하면 오히려 안토시아닌 성분이 증가한다는 장점이 있다.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눈이 보배’라는 옛말은 틀림이 없다. 시력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음식과 영양제를 먹더라도 한번 잃으면 되돌리기 힘든 것이 바로 눈 건강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이후 우리 눈은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한 번도 쉬는 시간이 없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잠시라도 업무에서 벗어나 먼 거리를 응시해보면 어떨까. 눈에 힘을 빼고 멍하게 먼 곳을 바라보는 것이 눈 건강에는 도움이 된다. 눈의 건조증을 줄이려면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을 해주고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볼 때는 어두운 곳에서 보지 말고 스탠드 조명이라도 꼭 켜 두고 되도록 화면은 멀리 두는 게 좋다. 스마트폰에서 지원하는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켜 두고 블루라이트 차단 보안경을 함께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윤수정 가정의학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영양이 넝굴째…붓기 빼고 눈의 피로 풀어주는 호박 [쿠킹] 춥고 피곤하고 힘들 땐 단백질·비타민 풍부한 ‘명태’ [쿠킹]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의외의 안주, 밤 [쿠킹] 코로나19 예방하려면 우유·생선·버섯·새우로 '이것' 보충해요.

    2022.02.23 09:51

  • [쿠킹] 남쪽의 파잎이 녹색을 띠는 지금, 단맛 도는 대파의 계절

    [쿠킹] 남쪽의 파잎이 녹색을 띠는 지금, 단맛 도는 대파의 계절

    우리 집 파전은 대파를 쓴다. 파전에 쪽파를 쓰는 집이 더 많다는 건, 여기저기 쏟아지는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알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우리 집은 대파를 쓴다. 그런데 며칠 전 지인에게 파전 이야기를 꺼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파전은 쪽파지.” 가까운 지인의 쪽파 발언에 정체 모를 위기감을 잠시 느꼈지만, 그러다 곧 궁금해졌다. 대파든 쪽파든 둘 다 파인데 맛도 비슷하지 않을까? 내친김에 대파와 쪽파를 모두 준비해 두 가지 파전을 (내가 아니라 엄마가) 만들어봤다.      엄마의 파전은 할머니의 레시피라고 했다. 대파는 세로로 반을 가르고(파가 크면 1/4로 가른다) 틈이 없게 촘촘히 일렬로 붙여 팬에 올린다. 반죽은 파가 서로 엉길 정도로만 붓는다. 그다음 해물을 적당히 올리고 달걀 물을 얹은 후에 마저 부쳐낸다. 이때 파는 초록색보다 흰색 부분이 더 많다. 딱히 의도한 건 아니고 대파에 흰색 부분이 많아서다. 그런데 이 흰색 부위가 전으로 부치면 참 달고 고소하다.     파의 흰색 부위인 연백부는 육수를 내면 감칠맛이 난다. 중앙포토   파의 흰색 부위는 ‘연백부’라고 부른다. 구워도 맛있지만, 육수를 내면 감칠맛이 난다고들 한다. 국이나 찌개에 송송 썰어(이때는 초록색 부위도 함께 넣어야 보기 좋다) 넣는 파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 향은 개운하고 맛은 시원하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파는 참 신기한 채소다. 과일도 아닌데 달고, 고기나 해물도 아닌데 감칠맛이 나니까 말이다.     성분으로 보면, 대파는 가용성 탄수화물인 당질의 함량이 높다고 한다. 특히 연백부에 가용성 탄수화물과 비타민B가 많이 함유돼 있다. 국립농업과학원 식생활영양과에서 식품 성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최영민 박사는 “파와 양파, 쪽파, 대파에는 기본적으로 당이 함유돼 있다. 그중 파는 적게는 2g, 많게는 4~5g 정도 들어 있다”고 말한다. 식품에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은은한 단맛을 주는 천연당이다.     미량(성분표에 의하면 0.2g 정도)이지만 아미노산도 있다(사실 모든 식품에는 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최영민 박사는 “파는 오래전부터 양념 채소로 먹어온 작물이지만, 어떤 화학반응에 의해 전후의 맛 성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된 적이 없다. 이런 성분들이 단맛이나 감칠맛에 영향을 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파가 다른 재료들과 만나면서 맛과 향이 시너지를 내는 게 아닐까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맹물에 파를 넣고 끓이면, 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른다”고 요리연구가 이미경 소장은 말한다. 하지만 육수를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와 함께 파를 넣으면 확실히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식품공학자 최낙언 대표는 “체계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겠으나, 파 특유의 향이 맛의 원인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파, 양파와 마늘은 모두 파(Allium)속 식물에 속한다. 파속 식물 특유한 냄새는 황을 함유한 휘발성 냄새 물질에서 기인한다. 최 대표는 “이 물질은 향도 강하지만, 채소가 아주 조금의 감칠맛을 가지고 있어도 그 효과를 높여준다. 가열하면 황 물질이 감칠맛이나 단맛을 부스팅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대파는 여름보다 겨울에 단맛이 강해진다. 사진은 대파 밭.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단맛은 여름보다 겨울 대파가 더 좋다. 여름 대파는 맵고 질긴 편이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한지원 연구사는 “파가 잘 자라는 온도는 15~20도다. 더울 때는 잎이 마르는 ‘하고현상’이 생긴다. 그래서 여름 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 가을에는 병충해 피해가 없지만, 여름 파에는 해충도 많다. 이런 외부 환경을 방어하기 위해 질기고 매운맛이 강해진다. 겨울 대파가 더 맛있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겨울 대파도 질기다 할 수 있다. 나는 대파의 질김을 식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아주 가끔 파전을 먹다 질긴 파를 뱉은 적이 있다. 그럴 때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옛날에는 파가 이렇게 질기지 않았는데.” 재래종 파는 더 연했다고 한다. 또 요즘처럼 일자로 곧지도 않았고, 연백부가 지금처럼 길지도 않았다고 말한다.     요즘 나오는, 일자로 곧은 파는 ‘외대파’다. 외대파는 연백부가 굵고 길다. 연백(軟白)이란 줄기를 연하고 하얗게 만드는 일이다. 재배할 때 줄기를 흙으로 덮어 해를 못 보게 하면 된다. 앞에도 말했지만, 이 부위가 부드럽고 맛이 좋으며 향도 좋다. 반면 재래종은 일자로 곧지 않고 ‘분얼’한다. 한지원 연구사는 “쉽게 말하면 하나의 파에서 여러 개의 줄기가 나오는 것이다. 분얼하면 파가 휘어져 모양이 안 좋고 수량도 잘 안 나온다. 파를 선별하고 묶음 작업을 하는 일도 어렵다”고 말한다. 어느 때부터인가 점차 외대파가 많아진 이유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시장에서 분얼한 파를 자주 봤다. 더 연했는지 어떤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파는 부재료로 쓸 때가 많아 특별히 맛에 민감하지 않았던 것도 같다. 재래종 파 맛이 궁금해 토종 씨앗을 보존하는 씨앗도서관협의회 박영재 대표에게 연락해봤다. 박 대표는 “옛날에는 대파라고 하지 않고 그냥 ‘파’라고 불렀다”면서 “재래종은 겨울에도 뿌리가 살아남아 이른 봄에 다시 잎이 나왔다. 뿌리는 살린 채로 잎을 잘라 먹었다. 움파라고 부르는데 제일 연하고 깔끔한 단맛을 자랑한다”고 말한다.      움파는 겨울에 ‘움(땅을 파고 그 위에 짚으로 지붕을 덮어 만든 식품 저장고)’ 속에서 길러, 줄기를 싸고 있는 잎의 아래 부분(엽초)이 노랗게 연백된 파다. 또는 박 대표가 말한 것처럼 월동한 파의 베어낸 줄기에서 새로 올라온 연한 잎을 뜻하기도 한다. 이미경 소장 역시 “겨울 대파를 예전에는 움파라고 불렀다”면서 “요즘엔 사철 파가 나오니 굳이 움파를 먹을 필요가 없지만, 예전에는 이맘때쯤 움파를 통째로 김치에 넣거나 산적을 해 먹었다”고 말이다.      재래종은 외대파처럼 연백부가 길지 않다. 박대표는 “흙을 긁어모아 덮어주는 북돋우기(배토)가 필요하지 않아서”라고 설명한다. 그래도 잎이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재래종은 잎이 많아 ‘잎파’, 분얼해서 ‘분얼파’라고도 불렀다 한다. 이른 봄에 빨리 자라고 꽃대는 늦게 올라온다. 파 뿌리 윗부분은 동그랗다. 그건 재래종 쪽파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동그란 부분을 싸고 있는 껍질이 흰색이면 약파(당진이나 서산), 주황색이면 황파(경기도)”라고 불렀다고 덧붙였다.   쪽파(사진 위)와 대파.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다시 파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쪽파 파전 맛이 어땠냐면, 당연히 맛이 좋았다. 쪽파를 가지런히 모아 전으로 부쳤는데, 정말 부드럽게 씹어 넘길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에 대파 파전을 한 입 먹으면 마음이 다시 돌아선다는 것이다. 파의 감칠맛과 단맛이 훨씬 풍부해서 “역시, 대파야”하고 만다. 태어나서부터 죽 대파 파전을 먹어왔으니 어쩔 도리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파전은 쪽파”라는 이미경 소장도 “단맛은 대파”라고 인정한다. “양념을 만들 때 대파를 쓰는 건 단맛 때문이다. 파의 흰 부분이 단맛을 내는데 쪽파는 흰 부분이 적지만 대파는 흰 부분이 길고 두껍다. 또, 대파가 주는 깊은 맛이 있다. 그래서 김치를 담글 때 쪽파만 넣으면 싱겁다며 대파를 섞는 집도 있다.”   단점은 앞서 말했듯 질감에 있다. 이 소장은 “베어 물었을 때 아삭하게 끊어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쪽파는 수분이 많지 않아 아삭하고 깔끔하게 입으로 넘어간다. 또, 대파는 푸른 잎에 진액(점질물)이 많다. 역시 호불호가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일까, 몇몇 지인과 취재원에게 물어볼 때마다 “파전은 쪽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쪽파의 압승이다.     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됐다. 할머니의 레시피와 엄마의 레시피가 다르다는 사실이다. 엄마에게 캐물어서 알아낸 할머니 레시피는 이렇다. 먼저 파(재래종)를 솥에 찐다. 할머니는 “불을 살짝 올린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가마솥에 큰 채반을 올리고, 그 위에 파를 가지런히 놓은 후 살짝 찐다. 찐 파는 반을 가를 필요가 없다. 부드러워져 촘촘히 모양을 잡기도 쉽다. 솥뚜껑에 파를 올려 굽는다. 반죽은 파들이 엉길 정도로만 넣는다. 해물은 없다. 파와 반죽, 달걀물만 넣는다. 오직 겨울 파로만 맛을 낸 진짜 파전이다. 엄마는 “파를 찌는 건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파의 깊은 맛을 포기할 수는 없었고, 대파를 반으로 가르는 것으로 합의를 본 것 같다. 그렇게 우리 집 식구들은 질기면 뱉어내며 대파에 길들어졌고, 대파 마니아가 됐다.    겨울 대파는 봄에 심어서 가을부터 출하한다. 중부지방은 김장철에 대부분 출하하고, 따뜻한 남부지방은 이듬해 3월까지 대파가 나온다. 그러니까 지금은 남쪽의 파잎이 녹색을 띠며 생생할 때다. 그래도 4월을 넘기지는 않는다. 꽃대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대파는 꽃대가 올라오기 전이 단맛이 돈다. 사진은 대파 꽃. 사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찐 대파로 파전을 해보면 좋을 텐데. 얼마나 달고 입에서 살살 녹을까? 관건은 ‘살짝 불에 올린 파’ 같다. 요리 초보는 망할 것이 불 보듯 뻔해서 엄마를 졸라봤지만 바로 거절당했다. “이것도 고마운 줄 알고 먹어”라면서. 맞는 말이다. 게다가 뭐, 찌지 않은 대파여도 맛있는 건 사실이다. 겨울이 다 가기 전에 대파로 파전 한 번 해보시길 여러분께도 권해본다. 물론, 대파의 씹는 맛을 사랑하는 분들만 도전하셨으면 좋겠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도움말=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한지원 연구사, 네츄르먼트 이미경 소장, 편한식품정보 최낙언 대표, 씨앗도서관협의회 박영재 대표, 국립농업과학원 식생활영양과 최영민 박사 참고도서=『농업기술 길잡이 152 파(농촌진흥청)』『파속 식물 이야기(농촌진흥청)』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2022.02.16 09:29

  • [쿠킹] 장내세균은 다양하게, 몸 염증반응은 줄여주는 놀라운 음식

    [쿠킹] 장내세균은 다양하게, 몸 염증반응은 줄여주는 놀라운 음식

    닥터라이블리의 부엌에서 찾은 건강 5. 발효음식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 그만큼 식습관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진 셔터스톡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 프랑스의 법관이자 미식가였던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이 책 『미식 예찬』에 쓴 말이다. 무려 1826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에도 자주 언급되는 유명한 말이기도 하다.   미식과 좋은 식문화를 강조하던 사바랭의 이 말은, 시간이 흐르고 몇몇 사람을 거치며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의미로 바뀌어 전달됐다고 한다. 음식이 건강을 지배한다는 믿음으로 바뀐 셈이다. 비록 사바랭의 의도와 달랐다고는 해도,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뿐만 아니라,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해 실제로 우리 몸을 변화시키는 것이 사실이다.     이때, 한 가지 더 변하는 게 있다. 바로 ‘장내세균총’이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다양한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 중에서도 소화기관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을 일컫는다. 장내세균총은 최근 쏟아지는 수많은 연구의 주제인 동시에, 그 많은 건강기능식품 중에 ‘유산균’이 가장 핫한 카테고리가 된 원인이기도 하다.   ‘장내세균총’은 우리가 먹는 음식에 의해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식단의 변화가 장내세균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것만 해도 매우 다양하다. 그중 2주간의 식단 변화만으로도 유의미한 장내세균총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물론 식단이 유지되지 않으면 기존의 장내세균총으로 돌아간다는 보고도 함께 있지만 말이다. 즉, 내가 먹는 음식에 따라 ‘나의 장내세균’도 함께 변한다는 뜻이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장내세균총이 몸 전체의 염증반응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질병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장내세균총을 좋게 만든다고 이미 알려진 것은 식이섬유다. 그런데 식이섬유보다 더 효과적으로 장내세균을 다양화시키고, 유의미하게 체내 염증반응을 줄이는 것으로 확인된 음식이 있다. 저명한 생물학 저널 『셀 Cell』에 2021년 실린 적 있는 음식이다. 나는 이 논문을 읽은 후 내 식사에 당장 이것을 추가했다. 바로 ‘발효음식’이다.     이 논문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10주간 발효음식을 풍부하게 먹은 실험군의 경우 장내세균총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혈액과 대변에서 채취한 여러 염증 지표들이 감소했다. 이는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먹은 다른 실험군에 비해 더 유의미한 결과였다. 특정 음식의 양을 늘림으로써 우리 몸의 염증반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장내세균총의 다양성 감소가 당뇨와 고혈압,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만성 질환의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 역시 다양한 논문에 의해 밝혀진 적 있다. 발효음식의 풍부한 섭취가 단기적으로는 장내세균총을 더 다양하게 만들고 몸 전체의 염증반응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만성 대사성‧염증성 질환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표적인 발효 음식인 한국의 김치. 사진 세계김치연구소   여담이지만, 이 논문을 읽는 내내 은근한 자부심이 들었다. 논문에서 아주 좋은 발효음식의 한 종류로 ‘김치’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우리 김치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김치’ 외에 식사에 간편하게 도입할 수 있는 발효음식들로는 어떤 게 있을까? 사실 발효음식은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성도 많이 들어간다. 한 마디로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을 위해, 몇 가지 음식을 추천해 보려 한다. 요리를 잘하지 못해도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골랐다.     첫째는 ‘사우어크라우트’이다. 쉽게 말하면 양배추 절임인데, 잘게 썬 양배추를 발효시킨 독일의 전통 음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만드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채 썬 양배추를 소금에 절인 후 약 5일 정도 발효하면 된다. 두 번째는 일본의 건강식 낫또다. 콩에 특정한 발효균을 더해 만들어낸 음식으로,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하다. 별다른 조리가 필요 없어 반찬처럼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     콩으로 만든 낫또는 별다른 조리없이 그대로 먹으면 된다, 중앙포토   마지막은 ‘애플 사이다 비니거’다. 마트에서 흔하게 보는 사과 식초와 다른 점은, 초모(醋母)가 포함된 식초라는 점이다. 보통 사과 식초는 주정(소위 말하는 술)을 넣어 초산 발효만 시킨다. 초모가 포함된 사과 식초는 사과에 발효균을 넣어 오랜 기간의 알코올 발효와 초산 발효를 둘 다 거친 제품으로, ‘초모(또는 초막. 영어로는 mother라고 표기돼 있다)’라고 하는 발효과정에서 나온 뿌연 물질이 함께 들어있다. 초모가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식단에 추가한다면 발효식품이 주는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발효식품을 섭취할 때 주의할 점도 있다. 양을 갑자기 늘릴 경우, 장내 환경이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복부 팽만감, 가스 찬 느낌 등의 불편감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천천히 양을 늘리는 편이 좋다. 그렇다면 얼마나 섭취하면 좋을까? 앞의 논문에서 10주 동안의 식단 변화 후 유의미한 염증 감소 효과를 보인 발효음식의 양은, 김치로 따지자면 1.5컵 정도였다. 참고삼아 양을 언급하긴 했지만, 앞서 추천한 음식들을 비롯해 다양한 발효음식을 조합해 천천히 양을 늘려간다면 굳이 양을 계산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쯤 되면 “그냥 유산균을 먹으면 되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다. 여기서 꼭 알아 둬야 할 부분은, 발효음식은 유산균 뿐만 아니라 그 유산균이 가장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음식으로 같이 제공해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발효음식 중 젖산 발효를 통해 신맛이 나는 발효음식의 경우, 여기에 포함된 유산균의 대사물이 우리 몸의 면역세포에 작용해 항염증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 그러니 균 자체에 치중하여 유산균 제품을 먹는 것보다는 유산균이 만들어진 좋은 환경과 그 환경에서 비롯된 유익한 대사물을 함께 섭취할 수 있는 발효음식을 추천한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발효음식을 먹는 민족이 아닌가. 밥상에 평범하게 올라오던 발효음식의 진가를 다시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최지영 피부과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한 살 더 먹은 나를 위해, 내 몸의 염증 잡는 건강 채소 [쿠킹] 햄·소세지 줄이고 해산물 섭취 늘려야하는 명확한 이유 [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

    2022.02.09 09:10

  • [쿠킹] 딸기 A to Z…흰 그릇에 담아야 하는 이유부터 보관팁까지

    [쿠킹] 딸기 A to Z…흰 그릇에 담아야 하는 이유부터 보관팁까지

    최근에는 동네 슈퍼나 마트, 백화점 식품관과 온라인상점에서 딸기 품종을 골라 살 수 있다. 원하는 품종을 취급하는 딸기농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산 품종 종류부터 싱싱한 딸기를 고르는 법,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한다.     1. 어떤 품종이 있을까? 딸기는 품종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다르다.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딸기 신품종을 개발할 때 첫 번째로 보는 것은 고품질의 과실 생산이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최수현 연구사는 “당도와 경도가 높아 유통성이 좋은 딸기를 생산해야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로 보는 것은 병해충에 강한 품종이다. 이를 위해 야생종 딸기를 도입해 새 품종을 개발하기도 한다. 야생종 딸기가 재배종 딸기와 다른 맛과 향, 색소, 그리고 병해충 저항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국산 딸기 품종 16가지   ① 설향: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일본 품종 아키히메와 레드펄을 교배해 만들었다. 설향이란 이름은 ‘눈 속에서 빨갛게 익은 맛있는 딸기’란 의미다. 생육이 왕성하고 병해충에 비교적 강하며, 수량이 많고 과일이 큰 대과성(평균 과중 21g) 품종이라 농가에서 선호하는 품종이다. 다만 경도가 다소 낮다. 당도가 높진 않지만(보통 10.4브릭스. 겨울에는 당도가 더 올라간다) 겨울에는 산도가 낮고 과즙이 많아 상쾌한 맛이 있다.    산도가 낮고 과즙이 풍부한 설향. 사진 농촌진흥천국립원예특작과학원   ② 금실: 2016년 경남농업기술원. 매향×설향을 교배한 중대과성 품종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평균 당도(11.4브릭스 정도)가 높다. 신맛보다 단맛이 강하며 설향보다 딸기향이 진하다. 자세히 맡아보면 은은한 복숭아 향, 혹은 허브향 같은 냄새가 난다. 경도가 높아 씹는 맛이 있다. 비타민C와 안토시아닌 함량이 풍부한 품종이기도 하다.   딸기향이 진하고 씹는 맛이 좋은 금실.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③ 죽향: 2012년 담양군농업기술센터. 매향×레드펄을 교배해서 만들었다. 향이 진하며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다. 금실과 마찬가지로 중대과성(평균 17.2g) 품종이며 비타민C가 풍부하다. 12월부터 출하되는 품종으로 과피(겉부분)가 단단해서 유통에 유리하다.   과피가 단단한 죽향.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④ 매향: 2001년 충남농업기술원. 설향보다 먼저 육성한 딸기다. 도치노미네×아키히메를 교배했다. 과실이 단단해 주로 수출에 주력하는 품종이다. 고품질의 과실 생산이 가능하지만, 병해충에 약하고 환경 영향에 민감한 편이라고 한다. 당도는 12.4브릭스 정도로 높고 산미는 적다.   과실이 단단해 수출에 주력하는 매향.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⑤ 킹스베리: 2016년 충남농업기술원. 평균 과중 30g의 특대과성 품종이다. 즉, 크기가 크다. 설향의 1.5배 정도 크기로, 먹으면 포만감이 있다. 경도가 낮은 대신 과육이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하다. 단맛과 함께 특유의 향이 난다. 복숭아향과 더불어 사과향, 파인애플향도 느낄 수 있다. 완전히 익을수록 신맛이 적고 단맛이 강하다.   열매가 크고 당도가 높은 킹스베리. 사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⑥ 고슬: 2016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고슬은 제주도 방언으로 ‘가을’이란 뜻이다. 7월 아주심기 후 9월 추석에 수확하는 가을‧겨울 품종이다. 일 년 내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반려식물로 키우기에도 좋다고 한다. 열매가 크고 당도가 높으며, 단단하다.   ⑦ 메리퀸: 2017년 담양군농업기술센터. 설향×매향의 교배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산도가 낮다. 과육이 치밀해서 씹는 맛이 있다. 경도도 단단해 장거리 수송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딸기 모양이 예뻐 선물용으로 제격이다. 품종 특성은 우수한데 재배 농가에 따라 상품성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⑧ 아리향: 2017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평균 무게는 24~30g 정도의 대과성 품종이다. 다른 품종에 비해 50% 이상 크기도 한다. 단맛은 설향과 비슷한 10.4브릭스 정도이고 신맛과 적당한 밸런스를 이룬다. 크기가 크고 경도도 단단한 편이라 선물용으로 좋다.     ⑨ 알타킹: 2017년 경북농업기술원. 크기가 큰 대과성 품종이다. 꽃 피는 시기가 빠르며 수량성이 높고 과실이 단단해 유통성이 좋다. 복숭아향, 또는 꽃 향 같은 향긋한 냄새가 있으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단맛이 난다. 약간 덜 익은 듯할 때 먹으면 가장 맛있다고 한다.   ⑩ 비타베리: 2018년 충남농업기술원. 오렌지빛이 도는 빨간색이 특징이다. 이름처럼 비타민C가 풍부한데, 설향보다 33.4% 높다고 한다. 당도도 높은 편이라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가 좋은 딸기다. 은은한 복숭아향과 가벼운 꽃 향을 가지고 있으며 식감은 아삭하다. 식감이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의 조화가 좋은 비타베리. 사진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⑪ 숙향: 2012년 충남농업기술원. 대과성 품종이다. 이름은 ‘익을수록 맛있는 딸기’란 뜻이다. 색깔이 짙고 과일이 단단해 물러짐이 거의 없다고 한다. 3월 이후의 고온에도 품질을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당도는 7.2~8.7브릭스 정도로 높지 않지만, 신맛이 적다.     ⑫ 두리향: 2017년 충남농업기술원. 숙향×매향을 교배한 품종이다. 과즙이 풍부하고 독특한 향이 있다. 대과성 품종이며 당도와 경도는 설향보다 약간 높은 편이고 신맛은 적다.     ⑬ 하이베리: 2017년 충남농업기술원. 과실 모양이 양호하고 독특한 향기가 있어 풍미가 좋다.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김현숙 팀장에 따르면 “묵직한 꽃향과 장미향이 난다”고 한다. 당도가 높고 새콤달콤한 맛이 있으며 과피(겉부분)가 단단해 봄철에도 저장성이 높다.   ⑭ 써니베리: 2017년 충남농업기술원. 숙향×매향을 교배했다. 두리향과 같은 부모 아래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다. 평균 과중은 15g 정도로 작은 편이지만 다른 품종에 비해 경도가 단단하고 기형과 발생이 적다. 저장성이 좋아 수출용으로 기대받고 있다.   ⑮ 대왕: 2010년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당도는 11.1브릭스 정도로 특별히 높진 않지만, 신맛이 낮고 과즙이 풍부해 상쾌한 맛이 난다. 색깔은 선홍색이며 겉모양이 좋고 경도가 높다. 수량성보다 고품질에 중점을 둔 딸기다. 육질이 치밀해 씹는 맛이 있다.     ⑯ 싼타: 2009년 경북농업기술원. 매향×설향을 교배한 품종이다. 평균 23g의 대과성 품종이며 10월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밝은 선홍색을 띠며, 향과 과즙이 풍부하다. 12월~2월 중에는 단맛과 풍미가 좋으며 저장 유통성도 좋다.     ※1~5번은 2021년 기준 국내 점유율 순이다. 6번부터는 국내 점유율이 1% 미만인 품종들로 순서는 상관없다. 농촌진흥청과 각 지역의 농업기술원에서 육종한 품종만 취급했다. 주로 농촌진흥청 자료를 토대로 했으며 맛 테스트에 참여한 피실험자들, 도움말을 준 취재원들의 의견을 참고했다.       2. 어떤 것을 고를까?   딸기는 작은 것보다 큰 게 맛있다. 사진은 매향.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딸기는 작은 것보다 큰 게 맛있다. ‘우공의딸기정원’ 곽연미 대표는 “제대로 키웠다면 알이 큰 딸기가 품고 있는 당 함유량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싱싱한 딸기가 가장 맛있다. 싱싱한 딸기는 모양이 고르고, 붉은색 표면에 윤기가 있다.     딸기연구소 김현숙 팀장은 “씨가 다이아몬드 패턴을 이루며 고르게 박힌 것이 좋은 딸기”라고 설명한다. 사실 본래 딸기의 열매는 ‘씨’다. 우리가 열매라고 생각해 먹는 부분은 ‘화탁’이 자라서 육질화된 것으로, 정확히는 ‘위과(헛열매)’다. 화탁이나 화상, 꽃턱이라고 하는데, 꽃받침과 꽃잎, 수술, 암술 등 꽃의 모든 기관이 달린, 꽃자루 위쪽의 볼록한 부분을 말한다. 김현숙 팀장은 “애초에 씨(그러니까 원래의 열매)가 많아야 큰 딸기가 만들어진다. 보통 처음에 피는 1번 꽃에 씨가 많다”고 설명한다.     좋은 딸기는 붉은 착색이 과실 끝까지 고르게 퍼져있는 편이며 꽃받침이 마르지 않고 진한 초록색이어야 한다. 그런데 딸기의 색은 품종마다 조금 다르긴 하다. 예를 들어 알타킹은 덜 익은 듯할 때가 당도가 높은 편이다. 새빨간 딸기에 비하면 미세하게 선홍빛 느낌이 있다. 비타베리 역시 오렌지빛의 빨간색을 띤다. 하여간 품종이 가진 고유의 색깔이 선명한 게 좋다.   보관할 때는 꼭지를 때지 않고 서늘한 곳에 둔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기의 윤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게 가장 좋다. 최수현 연구사는 “보관할 때는 수분이 마르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면서 “수분이 마르지 않도록 딸기가 담긴 용기를 비닐로 한 번 더 감싸 냉장 보관하면 평소보다 2~4일 더 신선하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또, 딸기는 먹기 전에 씻는다. 초록색 꼭지는 물에 씻은 후 떼어야 수용성비타민이 덜 파괴된다.     3.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곽연미 대표는 “딸기를 슬라이스해서 샐러드로 만들면 맛있다”고 말한다. 드레싱은 올리브오일을 써서 강하지 않게 만들고 여러 가지 채소를 더하면 새콤달콤한 샐러드가 완성된다. 김현숙 팀장은 “딸기에 든 비타민C와 신맛을 담당하는 유기산 같은 성분을 배가하는 것이 우유와 생크림이다. 비타민C와 유기산은 우유에 든 칼슘과 철분 흡수를 돕는다. 또 생크림과 우유가 유기산의 신맛을 중화한다”며 “딸기가 케이크와 잘 어울리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최수현 연구사도 비슷한 말을 한다. “신선한 딸기는 생과로 먹지만, 시간이 지나 무른 딸기는 포크로 으깨서 우유와 섞으면 맛있는 생딸기 우유가 된다”고 한다.     생딸기 우유를 만들 때는 으깬 딸기:우유의 비율이 1:1이거나 1:1.5 정도가 적당하다. 우유를 많이 넣으면 싱거워지기 때문이다. 또, 요즘 딸기는 달아서 꿀이나 설탕을 넣지 않아도 맛있다. 한 가지 더, 금실이나 메리퀸처럼 경도가 높은 딸기는 으깨는 데 생각보다 힘이 든다. 과육이 부드러운 설향이나, 킹스베리가 적당하다.     딸기는 흰색과 잘 어울린다. 실제로 흰 접시에 담으면 딸기가 더 달게 느껴진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마지막으로 빨간 딸기는 우유의 흰색과 참 잘 어울린다. 딸기가 주는 향긋한 냄새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결국 ‘단맛’이다. 그리고 믿기지 않겠지만 흰 접시에 담으면 딸기 맛이 더 달게 느껴진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의 심리학자 찰스 스펜스가 쓴 『왜 맛있을까』에 그 실험 결과가 설명돼 있다. “똑같은 딸기 무스라도 검은 접시보다 흰 접시에 담아냈을 경우 10% 더 달고, 15% 더 풍미가 좋으며 훨씬 더 마음에 든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이다. 그러니 딸기를 먹을 때는, 꼭 흰색 접시에 담아서 먹도록 하자.   도움말=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김현숙 팀장·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최수현 연구사·우공의딸기정원 곽연미 대표   참고서적=『2018 딸기 수출 길라잡이(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딸기 40 개정판(농촌진흥청)』 『지역에 스며든 우리 품종 이야기(농촌진흥청)』『왜 맛있을까』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상큼함vs달콤함, 당신의 딸기 취향은[쿠킹] 맛도 좋고 속도 편한, 식사가 되는 키위 레시피 [쿠킹] 오븐 없이 10분이면 만드는 이탈리아 디저트로 홈카페 완성 [쿠킹] 그리스 겨울 과일, 키위로 10분 만에 만드는 건강식과 디저트      

    2022.01.29 09:00

  • [쿠킹] 영양이 넝굴째…붓기 빼고 눈의 피로 풀어주는 호박

    [쿠킹] 영양이 넝굴째…붓기 빼고 눈의 피로 풀어주는 호박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⑧ 호박   수술 후 환자의 회복에 도움을 주는 식재료, 호박. 사진 pixabay ‘호박이 넝쿨째 굴러떨어졌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뜻밖에 좋은 일이 생김을 이르거나, 어떤 사람이 집안에 복을 가지고 온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요즘에는 사시사철 시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호박이 어쩌다 ‘좋은 일’과 관련지어진 것일까?     호박은 조상들의 끼니를 해결해주는 채소였다. 호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정확하지 않은데, 중국이나 일본을 거쳐 1600년대 초에 들어왔을 것으로 추정한다. 조선 시대에 호박은 ‘승소’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승려가 먹는 채소라 해서 ‘승소(僧蔬)’다.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먹다가 점차 유행하며 양반들도 먹게 되었다고 한다.     조선 말기가 되어서야 호박은 서민의 부식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알려진다. 당시 호박은 구황작물이기도 했다. 다산 정약용이 지은 『남과탄(南瓜歎, 1784년)』’이라는 시에 구황작물로써 호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밭에서 기르던 호박으로 끼니를 때운 일, 그마저도 다 먹고 없자 옆집 호박을 훔쳐 온 여종을 나무라는 아내의 이야기가 담긴 시다. 여기서 ‘남과’는 호박을 뜻하고 ‘탄’은 ‘탄식할 탄(歎)이’다. ‘호박 탄식’, 또는 ‘호박 넋두리’라는 의미다.     요즘에는 호박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진료 현장에서는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을 위한 식재료로 호박을 많이 사용한다. 수술 후에는 혈관 조직이 손상되는데, 이때 염증반응(손상된 조직과 혈관을 회복하려는 염증반응이다)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하고 혈관 내의 혈장 성분이 혈관 밖으로 나오면서 부종이 발생한다.     호박은 수술 후 화자의 회복뿐 아니라 임산부의 붓기를 빼는데 도움을 준다. 사진 pixabay사진 pixabay   부종으로 고생하는 것은 임산부도 마찬가지다. 출산이 가까워지면 출혈과 수분 손실에 대비해 몸 안에 많은 양의 수분을 비축하게 돼 산후 부종이 쉽게 생긴다. 호박은 이런 붓기를 없애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뇨작용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체내 불순물을 제거하고 콜레스테롤을 배출해 주기 때문에 수술 후의 붓기나 산후 붓기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호박은 식이 섬유가 매우 풍부해 포만감을 주며 배변 활동도 돕는다. 소화흡수를 돕는 당질, 비타민A와 C 등이 다량 함유돼 있어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컨디션이 저하된 환자의 회복식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실제로 유배 생활 중이던 정약용이 호박죽을 끓여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일화도 있는데, 제법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단백질이나 자극적인 음식 등을 제한해야 하는 장염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장염을 앓는 환자들에게 당분간 제한해야 하는 음식들을 설명하면 “그럼 대체 어떤 음식을 먹을 수 있나”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권할 수 있는 것이 호박죽이다. 호박은 90%가 물로 이뤄져 있다. 장염 환자는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면서도, 소화에 부담이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가 좋지 않아 음식을 잘 씹기 힘들고 영양분 섭취가 불리한 환자에게도 회복식으로 그만이다.   트립토판도 다량 함유돼 있다. 트립토판은 세로토닌의 전구체로, 우울감이나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밖에도 비타민 C와 비타민 E가 풍부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며, 마그네슘‧레시틴‧리놀산 등도 풍부해 근육 결림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또, 칼륨‧철분‧구리‧글루탐산‧알라닌 같은 아미노산 또한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칼로리까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도 좋다.       호박의 기능은 이게 끝이 아니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애호박이나 늙은 호박의 덩굴손 부위에서는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는 염증 억제 물질로 연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호박의 항암효능도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폐암과 유방암, 방광, 전립선 및 성 기능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 눈 건강에도 좋다. 비타민A와 루테인, 지아잔틴이 들어있어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야맹증 및 황반변성 등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오랜 세월 먹어 온 식재료인 만큼, 호박을 사용한 음식도 참 다양하다. 무엇보다 우리가 자주 먹는 한식에 감초처럼 들어간다. 된장찌개, 고추장찌개, 꽃게탕 같은 찌개나 탕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전이나 볶음, 나물로도 많이 활용한다. 호박은 죽으로 먹어도 맛이 좋은데, 단호박부터 늙은 호박까지 회복기의 보양죽으로 인기가 많다. 또한, 호박은 그 자체로 달고 맛이 좋아 최근에는 빵이나 음료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애호박은 흠집이 없고 꼭지가 신선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사진 pixabay   조선호박이라고 부르는 둥근 호박이나 애호박은 속이 노랗고 무르며 달큰한 맛을 내는데, 수분이 많아 부침이나 볶음 같이 국물 없는 요리에 적당하다. 속이 하얗고 단단하며 약간 씁쓸한 맛이 도는 돼지 호박은 식감이 좋아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 요리에 적당하다. 죽을 만들 때는 늙은 호박이나 단호박을 사용한다.     애호박을 고를 때는 흠집이 없고 꼭지가 신선하며 색 전체가 비슷하고 고른 것이 좋다. 단호박은 짙은 녹색을 띠며 표면이 거친 것이 달고 맛있다. 단호박은 후숙해서 먹으면 맛이 더 좋은데, 숙성 전은 무겁지만 후숙된 것일수록 무게가 가볍다. 늙은 호박은 모양이 둥글고 묵직한 것이 좋으며, 겉에 흰 가루가 많이 묻어 있을수록 당도가 높다. 늙은 호박의 움푹 파인 골이 많고 굵기가 일정하며 선명한 것이 맛이 좋다.     흔히 사람들은 ‘못생긴’ 얼굴을 말할 때 ‘호박’으로 비유를 하곤 하지만, 사실 호박은 씨앗과 줄기, 잎, 열매까지 버릴 것이 없는 고마운 작물이다. 호박잎은 여름철에 주로 먹는데 섬유소가 풍부하고 열량이 낮으며 많은 영양을 함유하고 있다. 호박씨에는 불포화 지방산과 비타민E가 풍부하고, 찜이나 전, 술로 만들어 먹는 호박꽃은 칼륨이 풍부하고 항염 성분이 있다.     이처럼 호박의 쓰임과 효능을 알고 나면 “호박 같다”는 말은 오히려 이롭고 고맙다는 말로 바꾸어 쓰는 게 낫다. 앞으로는 호박으로 만든 음식을 본다면, ‘영양소가 풍부한 호박이 넝쿨째 들어왔구나’라고,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보면 어떨까 한다.   윤수정 가정의학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춥고 피곤하고 힘들 땐 단백질·비타민 풍부한 ‘명태’ [쿠킹]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의외의 안주, 밤 [쿠킹] 코로나19 예방하려면 우유·생선·버섯·새우로 '이것' 보충해요. [쿠킹] 빨간 맛이 궁금해, 위장 보호하고 다이어트에 좋은 ‘비트’  

    2022.01.26 09:00

  • [쿠킹] 상큼함vs달콤함, 당신의 딸기 취향은

    [쿠킹] 상큼함vs달콤함, 당신의 딸기 취향은

    딸기를 사러 갔다. 빨갛게 익어 모양 좋게 진열된 딸기에서 달콤한 향이 뿜어져 나온다. 자세히 보니 이름표들이 달려 있다. 그중에 ‘금실’이 눈에 띈다. 그 순간, 누군가 두 개 있던 금실 중 하나를 집어간다. 왜인지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노련한 직원이 한마디 거든다. “오늘 마지막 금실입니다.” 결국, 자석에 끌리듯 하나 남은 금실을 얼른 집어 들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우리 딸기 품종은 18개다. 사진은 국내점유율 2위인 금실.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금실은 우리 딸기 품종 중 하나다. 농촌진흥청 발표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는 우리 딸기 품종은 18개(실제로는 더 많다)다. 그중에 2021년 국내점유율 2위를 기록한 품종이 금실이다. 2위라고는 하지만 점유율은 고작 4%다. 3위 ‘죽향’은 2.8%, 4위 ‘매향’은 2.5%다. 반면 1위 점유율은 84.5%다. 주인공은 바로, 한 번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설향’이다.     이들이 태어난 해를 보면 조금 이해가 간다. 설향은 2005년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에서 선보였고, 금실은 2016년 경남농업기술원, 죽향은 2012년 담양군농업기술원 출신이다. 국내 딸기 시장을 주도하는 설향만 놓고 봐도 올해로 17년밖에 되지 않았다. 설향보다 먼저 만들어진 딸기가 충남농업기술원의 ‘매향’인데, 출생연도는 2001년이다. 역사가 짧은 만큼 이제야 품종 다양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국내 딸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설향.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내 딸기 역사가 짧다고는 하지만, 그중 설향의 점유율이 유난히 높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단 먹는 사람 입장에서 보자면, 설향은 맛이 좋다. 다른 딸기에 비해 당도가 높은 편은 아니라고 하는데, 산도가 낮고 과즙이 많아 시원하고 상쾌한 맛이 있다. 키우는 사람 입장에서 설향은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준 자식과도 같다. 사실, 설향보다 먼저 나온 매향은 맛과 모양이 우수하고 경도도 단단했지만, 재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반면 설향은 병해충 저항성이 높다. 딸기는 보통 흰가루병에 약한 편인데 설향은 흰가루병에 강하다. 또 균일한 딸기를 많이 수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맛과 모양이 우수하지만 재배가 어려운 매향.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설향에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도 딸려 있다. 2002년 우리 정부는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에 가입했고 외국산 품종에 관한 로열티를 지급하게 됐다. 가입 10년 안에 품종보호대상을 전체 작물로 확대해야 했다. 일본 품종 딸기가 국내 98%를 차지했던 시절이다. 그리고 2006년 한국과 일본의 딸기 로열티 협상 당시 일본은 한 포기당 5원씩, 연 30억 원의 로열티를 요구했다. 동시에 일본 품종인 ‘레드펄(육보)’과 ‘아키히메(장희)’를 일본으로 수출하는 일도 금지했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딸기 품종 육성에 돌입한 계기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최수현 연구사는 “공동 연구를 통해 우량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은 전국 도농업기술원,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2006년 딸기연구사업단을 출범했다”고 말한다. 물론 UPOV에 가입한 후에야 딸기 연구를 시작한 건 아니다. 규모가 작긴 했으나 국내 딸기 육종 연구는 1970년대 초반 농촌진흥청 원예시험장(현재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시작했다. 1994년도에는 지역 특화연구소들이 생겼으며, 이때 충남농업기술원 ‘논산딸기시험장(지금의 딸기연구소)’도 설립됐다. 그때부터 이어진 연구가 2001년 매향, 2005년 설향이란 결과물로 나왔다.     설향은 국내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갔다. 2006년 8.6%에서 시작해 2008년 36.8%, 2009년 51.8%를 거쳐, 등장한 지 10년만인 2015년에 81.3%를 찍었다. 그 결과 2021년 국산 딸기 품종 보급률은 96.3%에 달했다. 같은 해 일본 품종인 장희의 보급률은 3.6%다. 참고로 2005년 국산 품종 보급률은 9.2%다. 설향이 등장하고 딸기 생산액은 15년 사이 1.9배가 늘었다. 채소 작물 중 가장 규모가 큰 게 바로 딸기다.     탄탄해 보이는 딸기 시장이지만, 그 가운데 우려도 있다. ‘우공의딸기정원’을 운영하는 곽연미 대표는 “한 품종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좋기만 한 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선 소비자는 다양한 딸기 맛을 즐길 수 없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딸기맛’ 역시 설향이 베이스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또, 만에 하나 바이러스라도 퍼지게 되면 시장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각 지역의 농업기술원에서 다양한 품종을 육종하는 이유다.    설향과 금실 맛을 비교해보니 금실은 설향에 비해 향이 진했다. 사진 이세라   이런 배경을 알고 나니 금실 맛이 더 궁금해진다. 마침 집에 있던 설향과 맛을 비교해보기로 했다. 실험 대상은 가족과 지인뿐인, 무척이나 사적이고 소박한 테스트다. 먼저 향을 비교해봤다. 금실은 설향에 비해 향이 진했다. 피실험자 중 한 명은 “허브향이 난다”고 표현했으며 먹을수록 향이 진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피실험자는 “향을 좋아하는 사람은 선호할 것 같고, 반대라면 불호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 자료를 살펴보면, 금실에는 ‘약한 복숭아향’이 있다고 설명돼 있다. 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에서 신품종 개발을 담당하는 김현숙 팀장은 “딸기라고 해서 딸기향 한 가지만 나는 게 아니다. 유전적으로도 복잡하고 다양한 향이 관여한다. 딸기라고 느끼는 고유의 향도 있지만, 포도와 복숭아, 파인애플, 멜론의 향이 나기도 하며, 머스크향도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도 복숭아향이나 포도향이 강한 딸기를 육종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금실만이 아니라 킹스베리, 알타킹, 하이베리, 죽향 같은 품종들도 다양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설향은 과즙과 과육이 부드럽게 퍼지고 청량한 맛이 특징이다. 사진 농촌진흥청국립원예특작과학원   맛은 어떨까. 김현숙 팀장은 “설향은 이온 음료 ‘2%’와 비슷한, 상큼하고 시원한 맛”이라고 표현하는데, 일리가 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과즙과 과육이 부드럽게 퍼지고 청량음료처럼 상쾌하다. 이에 비해 금실은 “첫맛부터 달콤하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첫맛은 금실, 뒷맛은 설향이 좋다”는 말도 있었다. 금실은 과육이 쫀쫀해서 씹는 것만으로 경도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그 예로 일주일 가깝게 금실을 냉장 보관했는데 거의 무르지 않았다. 최수현 연구사는 “경도가 높은 금실은 수출도 많이 된다. 현재 재배면적이 점차 증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리하면 “잘 무르지 않고 향이 좋은 금실은 선물용으로 제격”이며 “설향은 가격 대비(다른 품종들이 설향보다 비싼 편이다) 맛이 훌륭하다”는 것이 총평이다. 생각지 못한 의견(?)도 나왔다. “지금은 진짜 딸기 제철이 아닌데…”라는, 한 피실험자의 항의 같은 의견이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한때 딸기는 봄기운이 완연한 5~6월이 제철이었으니까. 철이 빨라진 결정적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품종에 있다. 그 대표 품종은 역시 ‘설향’이다. 최수현 연구사는 “이전에 주로 먹던 일본 품종 육보에 비하면 설향은 수확이 빠르다”고 설명한다.   또 다른 이유는 재배법이다. 김현숙 팀장은 “새 품종이 나오면 그에 맞는 재배법을 연구한다. 이전에는 반촉성재배가 주를 이뤘는데, 설향이 나오면서 촉성재배가 시작돼 겨울부터 생산이 가능해졌다. 촉성재배 품종이 대량으로 쏟아지며 제철도 빨라졌다”고 설명한다. 촉성재배는 난방을 이용해 생육 단계를 앞당기는 시설 재배 작형이다. 최수현 연구사는 “9월에 딸기를 심어 10월 말 보온을 시작하고 11~12월에 첫 수확이 이루어지는 촉성재배가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딸기 작형이 됐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어릴 때부터 설향을 먹고 자란 사람들은 딸기를 겨울 과일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딸기가 지금처럼 달지 않아 설탕에 찍어 먹던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딸기의 진짜 제철은 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다만 제철을 ‘수요와 공급이 많아지는 때’로 정의한다면 딸기를 겨울 과일이라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 최수현 연구사는 “딸기는 겨울부터 생산돼 봄에 생산량이 가장 많다. 품종에 따라 수확 시기가 달라지는데, 가장 빠른 수확은 10월~12월이지만 생산량이 많은 건 3월이다. 길게는 6월까지도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로 딸기 제철은 겨울부터 봄까지 늘어났다고 보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맛은 겨울이 최고다. 곽연미 대표는 “딸기는 추운 겨울에 서서히 익기 시작한다. 햇살을 오래 받아 자라는데, 그렇다는 건 광합성을 오래 해서 당 성분을 많이 저장한다는 뜻이다. 겨울에 딸기가 맛있는 이유”라고 말한다. 또 겨울은 야간 온도가 낮아 과실 내의 당 축적과 함께 과실 비대도 천천히 일어난다. 그만큼 크고 맛있는 딸기가 생산된다. 반면 날씨가 상대적으로 따뜻해지면 빨리 익고, 그만큼 당도가 떨어진다.     딸기 품종 비교. 사진 왼쪽과 가운데는 알타킹, 오른쪽은 킹스베리다. 사진 이세라 딸기맛 비교에 재미가 들려 다른 품종들도 맛 테스트를 해봤다. 덜 익은 듯할 때가 가장 달다는 알타킹은 향긋한 냄새가 좋고, 킹스베리는 단맛과 향이 강화된 설향의 큰 버전 같다. 죽향은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고 메리퀸은 무엇보다 모양이 예쁘다. 맛 테스트의 장점은, 비교해서 먹을수록 취향이 뚜렷해진다는 점이다. 반면 부작용도 있다. 딸기값으로 ‘탕진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품종마다 수확 시기가 달라서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여러 품종을 한 상자에 넣어 팔면 좋을 텐데’ 같은 쓸데없는 상상을 잠시 해본다.     위안 삼아보자면 딸기는 비타민C 함량이 높다. 품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딸기는 대개 100g에 60mg 내외의 비타민C를 함유하는데, 어른이 하루에 필요한 하루 섭취량 역시 60mg 정도다. 딸기 5~6개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붉은 색소인 안토시아닌, 항산화 물질 플라보노이드와 엘라그산, 식이섬유 펙틴이 들어있어 항암작용, 노화 방지, 면역력 증대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연초부터 탕진 중이지만, 적어도 1월 안에 내 몸에 비타민C가 부족할 일은 없지 싶다.     도움말=충남농업기술원 딸기연구소 김현숙 팀장·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최수현 연구사·우공의딸기정원 곽연미 대표 참고서적=『2018 딸기 수출 길라잡이(농촌진흥청)』 『농업기술길잡이 40 개정판 딸기(농촌진흥청)』 『지역에 스며든 우리 품종 이야기(농촌진흥청)』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오븐 없이 10분이면 만드는 이탈리아 디저트로 홈카페 완성[쿠킹] 제철 우엉으로 만든 고소한 강정, 떫은 맛 없애려면[쿠킹] 신선한 생굴을 우아하게 먹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쿠킹] 춥고 피곤하고 힘들 땐 단백질·비타민 풍부한 ‘명태’

    2022.01.19 09:00

  • [쿠킹] 한 살 더 먹은 나를 위해, 내 몸의 염증 잡는 건강 채소

    [쿠킹] 한 살 더 먹은 나를 위해, 내 몸의 염증 잡는 건강 채소

    닥터 라이블리의 〈부엌에서 찾은 건강〉    ④ 십자화과 채소   새해 다짐으로 건강관리를 목표로 정했다면 음식부터 신경써야 한다. 사진 pixabay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이럴 때면 우리는 새해 다짐 중에 ‘건강관리’를 빠트리지 않고 채워 넣는다. 그런데, 건강관리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가 먹는 음식’이다. 우리는 각자 고유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그 유전자만으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유전자들이 병을 발생시키는 방향으로 지속해서 발현될 때, 병이 생긴다. 그리고 이 유전자들은 환경에 의해 발현이 조절된다. 환경에는 스트레스와 환경오염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이 바로 ‘음식’이다.     음식은 단순히 우리 몸의 에너지 원료가 아니다. 우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한 신호다. 이 관점으로 보자면, 음식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은 아주 명확해진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전자는 더 많이 발현하게 하고, 건강을 악화시키는 유전자는 적게 발현하게 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꽃잎 네 개가 십자 형태로 이루며 자라는 십자화과 채소는 여러 만성질환 개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항암 작용에도 도움이 된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청경채, 콜리플라워, 케일 등이 있다. 사진 pixabay   물론 이런 이유로 ‘어디에 좋은’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음식들이 정말 많지만, 이번에 소개할 이 음식의 성분만큼 다양한 연구에서 여러 가지 효과가 입증된 음식은 많지 않다. 염증을 줄여주고 고혈압, 당뇨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만성질환의 개선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항암 작용에까지 도움이 된다고 밝혀진, ‘십자화과 채소’다.     십자화과 채소는 꽃잎 네 개가 십자 형태를 이루며 자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브로콜리와 양배추, 배추, 청경채, 콜리플라워, 케일, 물냉이 등의 채소가 여기에 속한다. 이들 채소에는 아주 특별한 성분이 있다. 앞서 설명한 항염증 작용, 만성질환 개선, 항암 작용 등의 효과를 가진다고 알려진 ‘글루코시놀레이트’다.     글루코시놀레이트는 황이 포함된 굉장히 특이한 성분으로, 이 성분 자체에도 굉장히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연구가 많이 되었고, 앞서 말한 효과들의 핵심이 되는 성분이 바로 ‘설포라판’이다. 설포라판의 가장 대표적인 작용은 항염 작용이다. 설포라판은 우리 몸의 염증을 일으키는 핵심 시스템(NF-kB)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로 인해 우리 몸의 정말 다양한 염증 작용을 줄여줄 수 있다.     염증이라고 하면 보통 피부에 나는 여드름 같은 것을 생각하기 쉽지만, 염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훨씬 더 광범위하게 우리 몸에 영향을 미친다. 정말 흔하게 마주치는 만성질환의 시발점에도 언제나 염증이 있다. 고혈압과 심혈관 질환을 예로 들어보겠다.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져서 발생하는 이런 질환들에서는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질문할 필요가 있다. “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일까?”   건강한 혈관에는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는다. 혈관 벽에 염증이 생겨 문제가 생겼을 때, 콜레스테롤이 제 한 몸 던져 혈관의 상처를 막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니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콜레스테롤이 쌓이게끔 한, 원인 제공자인 ‘혈관 벽의 염증’을 먼저 줄여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염증을 줄이는 설포라판이 다양한 동물 실험과 사람 대상 연구에서 혈압 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연구결과는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최근에는 설포라판이 혈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대규모 임상 시험도 진행 중이다.    항염에 이어 ‘항암 작용’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다양한 세포 수준의 연구 및 동물실험 연구에서 설포라판은 세포분열주기를 막아 세포 증식을 억제함으로써 여러 가지 암의 발생과 진행을 억제해준다는 결과가 밝혀져 있다. 인간 대상 연구가 많지는 않지만, 전립선암이나 유방암 등의 사람 대상 연구들에서도 십자화과 채소의 섭취가 암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밝혀진 바 있다. 또한, 대기오염이 아주 심한 지역의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십자화과 채소의 섭취가 환경오염물질과 발암물질의 체내 배출을 증가시켰다고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브로콜리, 양배추 등의 십자화과 채소는 발암물질의 체내 배출에도 도움을 준다. 사진 pixabay   즉, 십자화과 채소는 암의 진행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암의 발생을 자극하는 물질의 배출을 증가시켜 암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식단에 어떤 성분을 추가한다는 것만으로도 ‘항암’ 작용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울 뿐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설포라판은 우울증과 뇌 기능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람 대상 연구에서, 설포라판이 안전하게 우울증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알츠하이머를 연구하는 동물실험 모델에서는 ‘뇌 기능 보호’의 효과를 가지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쯤 되면, 당장 내일 식단에 양배추나 브로콜리를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십자화과 채소를 우리 식탁 위에 올리기 전에,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조리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십자화과 채소는 짧은 시간 쪄서 먹는 것이 좋다. 십자화과 채소에는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방해하는 성분(고이트로젠)이 있어 생으로 먹을 경우, 갑상선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짧은 시간의 열 조리만으로도 이런 영향은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또, 물에 삶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우리가 섭취하려고 하는 설포라판의 전구물질(어떤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재료가 되는 물질)들이 상당량 물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좋은 채소를 나의 식사에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내 몸의 염증을 줄이고 여러 가지 만성질환과 암까지 예방할 수 있다면, 이 이상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건강관리법이 또 있을까? 한 살 더 먹은 나의 몸, 나의 세포들을 위해 오늘 당장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살짝 쪄낸 브로콜리나 양배추를 먹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지영 피부과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햄·소세지 줄이고 해산물 섭취 늘려야하는 명확한 이유 [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

    2022.01.12 09:00

  • [쿠킹] 춥고 피곤하고 힘들 땐 단백질·비타민 풍부한 ‘명태’

    [쿠킹] 춥고 피곤하고 힘들 땐 단백질·비타민 풍부한 ‘명태’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⑦ 명태 날씨가 추울수록 면역력이 떨어지므로, 다른 계절보다 관리가 더 필요하다. 사진 pixabay.   요즘 몸이 힘든 건 겨울 탓이 맞다. 추운 날씨에는 혈관이 수축해 혈액순환 장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면역력도 떨어질 수 있다. 이때는 몸이 추위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당연히 다른 계절보다 관리가 더 필요하다.     특히 연말연시에는 피로감이나 숙취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병원을 찾아 수액을 맞길 원하는 사람도 꽤 있다. 수액이 가장 빠른 수단인 것은 맞지만, 병원까지 올 여건이 안 되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북엇국을 추천해 본다. 북어는 명태를 완전히 말린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추운 날씨에 안성맞춤인 식재료다. 아스파르트산, 글루탐산, 알라닌, 글리신, 메티오닌, 트립토판, 라이신 같은 아미노산과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해소를 돕기 때문이다. 또 알코올을 분해하고 간 해독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겨울철 북어나 황태로 끓인 국은 피로와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중앙포토   영양분이 많은 명태는 출산 후 몸조리에도 유용하다. 산후조리를 잘 하지 않으면 평생 고생한다는 말이 있듯이, 출산 후에는 몸의 면역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저하된다. 특히 겨울 출산은 따뜻한 계절에 비해 더 힘들 수 있다. 이때는 체내 노폐물을 원활하게 배출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양질의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것이 필수다. 흔히 먹는 미역국 외에도 북엇국, 황탯국처럼 명태를 이용한 음식이 도움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필수아미노산이 많아서 영양 보충과 해독을 돕기 때문이다.   아미노산 중에는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어떤 화합물을 만들어내는 모체가 되는 물질)인 트립토판이 많이 들어있어 두뇌발달, 기억력 향상, 치매 예방이나 불안감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햇빛과 수면을 통해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정서가 안정되고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해줘, 산후 우울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칼슘과 인, 무기질도 풍부해 산모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좋다.     덕장에서 얼리고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 식감이 부드러워진 것을 황태라고 한다. 사진 pixabay.   육류나 가금류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의 단백질 보충을 위해서도, 명태는 훌륭한 영양 공급원이 된다. 말리지 않은 보통 크기의 명태 한 마리에는 단백질 20.3g, 인 202mg, 철분 4.2m, 칼슘 100mg, 당질 0.9mg 이 함유돼 있고 비타민도 풍부하다.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은 다른 생선에 비해 높다. 명태를 완전히 말린 북어는 단백질 함량이 더 늘어난다.   명태는 살 뿐만이 아니라 껍질도 먹으며 알과 창자는 젓갈로 담가 먹는다. 버릴 게 없는 생선으로도 유명하다. 최근 콜라겐 섭취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흡수율이 높은 어류 콜라겐이 주목 받는데, 명태 껍질은 대표적인 콜라겐 덩어리다. 피부 미용과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명태 알에는 비타민A가 풍부해 시력 보호를 해주며 피부와 점막을 보호하기도 한다.     영양만 많은 게 아니다. 명태는 부르는 이름도 많고 그 유래도 다양하다. 예부터 한국인이 사랑해온 생선 중 하나인 명태는 잡는 시기와 잡는 방법, 건조하거나 가공하는 법, 크기와 포장에 따라서도 이름이 다르다. 전해지는 이름만 수십 가지가 넘는다. 그중에도 많이 알려진 이름은 생태와 동태, 황태, 코다리, 북어, 노가리, 짝태, 먹태 정도다.     어린 명태를 바짝 말린 노가리. 중앙포토.   갓 잡은 것은 생태, 잡은 것을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하게 얼린 것은 동태,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코를 꿰어 반건조한 것은 코다리다. 수분이 없게 바닷바람에 바싹 말린 것은 북어, 어린 명태를 바싹 말린 것은 노가리다. 또 겨울에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해 식감이 부드러운 것은 황태라고 한다. 짝태는 소금을 살짝 뿌려 말린 북어를, 먹태는 건조될 때 껍질이 검게 마른 북어를 이른다.     그럼 ‘명태’라는 본래의 이름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조선 말기 문신 이유원이 쓴 문집 『임하필기』에 명태 이름의 유래가 나온다. “명천에 태씨 성을 가진 어부가 낚시를 하다 처음 보는 물고기를 잡아 고을 관청의 도백이라는 사람에게 바쳤는데, 도백은 그 물고기가 맛있어 이름이 뭐냐고 물었지만 아는 이가 없었다. 명천의 태씨 어부가 잡았다고 하여 ‘명태’라 부르기로 했다”고 한다.     이름이 수십 가지나 되지만, 정작 명태의 유래는 물고기의 이름이 없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니 아이러니하다. 그 외에도 조선의 인문지리서 『신승동국여지승람』에는 ‘무태어(無泰魚)’로 기록돼 있으며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 서유구가 어류에 관해 저술한 책 『난호어목지』에는 ‘명태어(明鮐魚)’라 기록돼 있다. 함경도에서는 명태 간으로 기름을 짜 등불을 밝히는 데 썼기 때문에 ‘밝게 해주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명태(明太)’라고 불렀다고도 전해진다. 또 명태 간을 먹으면 시력이 좋아진다고 해서 명태로 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태는 눈이 맑고 아가미가 선홍색인 것을 고른다. 중앙포토.   명태를 고를 때는 눈이 맑고 아가미가 선홍색을 띠며 내장이 흘러나오지 않은 것을 고른다. 껍질은 흰색을 띠고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좋다. 손질할 때는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가위로 지느러미와 꼬리를 잘라준다.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 내 랩을 씌워 놓으면 하루 이틀 냉장 보관도 가능하다. 또 조리하기 바로 전에 씻는 것이 좋다. 미리 씻어 놓으면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리할 때는 살이 쉽게 부서질 수 있으니 많이 뒤적이지 않는 편이 좋다. 한 번 구운 뒤에 요리하면 구수한 맛이 증가하고 비린내도 덜 난다.   윤수정 가정의학과 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한 겨울 산속에서 얼었다 녹았다 반복해, 더 깊어진 국물 [쿠킹]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의외의 안주, 밤 [쿠킹] 코로나19 예방하려면 우유·생선·버섯·새우로 '이것' 보충해요. [쿠킹] 빨간 맛이 궁금해, 위장 보호하고 다이어트에 좋은 ‘비트’

    2021.12.22 09:00

  • [쿠킹] 크리스마스 파티에 생굴과 술이 없으면 파티가 아닌 이유

    [쿠킹] 크리스마스 파티에 생굴과 술이 없으면 파티가 아닌 이유

    생굴엔 친구처럼 굴이 따라온다. 사진 pixabay.   생굴에 초장을 찍어 먹는 사람도 있고, 레몬을 뿌려 먹는 사람도 있다. 뭘 곁들일지는 ‘취향의 문제인데, 이 취향 목록에 한 가지 더 추가될 법한 항목이 있다면 ’술‘이 아닐까 싶다 굴을 말할 때 유난히 술이 친구처럼 따라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를 들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굴 위에 싱글 몰트 위스키를 부어 먹은 일이 유명해진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에서 하루키는 껍질에 담긴 생굴에 위스키를 부어 먹은 후, 위스키가 섞인 굴 즙까지 마셔버린다.     생굴과 샴페인의 궁합도 자주 거론되는데, 코펜하겐대학에서는 그 이유를 연구까지 했다고 한다. 앙금이라 불리는 효모 찌꺼기의 감칠맛이 굴의 감칠맛과 더해져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란다.     스페인과 호주 등에서 요리를 배운, 레스토랑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에게 굴과 술이 잘 어울리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굴이 가진 특유의 향이 있다. 향이란 결국 휘발성이라, 술과 함께 먹으면 풍미가 살아난다. 또 굴을 먹을 때 뒷맛에서 쓴맛이 날 때가 있는데, 술은 굴의 쓴맛도 잡아준다.” 생굴은 샴페인과도 잘 어울린다. 효모 찌꺼기의 감칠맛이 굴의 감칠맛과 더해져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풍미를 돋우는 술이라면 샤블리(Chablis) 와인이 아닐까. 프랑스 부르고뉴 최북단에 있는 와인 생산지로, 이곳 토양이 조개껍질 화석이 퇴적한 석회질 토양이라 해산물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샤블리는 산미가 강하다.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를 쓴, 요리하는 과학자 이강민 전북대 명예교수는 “신맛은 입맛을 상큼하게 돋우고 다른 맛과 합해져 조화로운 맛을 낸다”고 설명한다.     풍미를 대비시키는 술도 있다. 흑맥주라 불리는 스타우트다. 『술 잡학사전』이란 책에는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쌉쌀한 스타우트에 아주 짠 굴을 짝짓는 식으로 풍미를 대비시키는 방식”을 설명한다.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는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굴축제의 주요 후원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강민 교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굴”이란 말을 덧붙였다. 박사학위를 위해 프랑스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이 교수는 “프랑스인은 겨울에 굴을 즐겨 먹는다. 특히 크리스마스 파티에 생굴이 없으면 파티가 아니라고 할 정도다. 산미가 있는 화이트 화인으로 입안을 씻으면서 굴을 먹는다”고 말한다.     이번 겨울에는 생굴에 술 한 잔 곁들인 소박한 파티라도 열어봐야겠다. 어떤 술이 입맛에 맞을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도움말=레스토랑 떼레노 신승환 셰프·전북대 생명과학부 분자생물학과 이강민 명예교수 참고 자료=『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신선한 생굴을 우아하게 먹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쿠킹] 12월 홈파티 필수 음료 '뱅쇼' 레시피, 감기 예방은 덤[쿠킹] 매운 풍미에 두툼한 갈비 뜯는 재미까지, 향라갈비[쿠킹] 육향 가득한 양고기엔 두툼한 바디감의 레드와인으로

    2021.12.21 09:00

  • [쿠킹] 신선한 생굴을 우아하게 먹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쿠킹] 신선한 생굴을 우아하게 먹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그렇다. 굴은 보통 생으로 먹는다. 뚜껑이 열린 채로 얼음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 소스와 함께 식탁에 올라온다. 껍데기 안에 맺힌 물기로 온몸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굴은 겨울이면 체내에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해둬, 단맛이 난다. 사진 픽사베이 책 『우아하게 랍스터를 먹는 법』에 나온 생굴 먹는 법이다. 저자는 맛있는 요리와 식사법에 관한 글을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미국인 애슐리 브롬이다. 생굴이 식탁에 오른 순간을 묘사한 부분이 생생한데, 이어지는 다음 문장은 어쩐지 귀엽기까지 하다. “먹는 법을 잘 익혀 친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     사실 한국인으로서는 신선한 글귀다. 우린 원래 굴을 날로 먹어왔기 때문이다. 생굴에 초장을 찍어 먹고 김장김치를 담글 때도 넣으며 몇 가지 채소를 더해 양념으로 무쳐 먹기도 하니까. 그런데 사실, 책에서 진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 뒤에 나오는 굴을 주문하는 단계다.     “굴을 시킨다. 낱개로 주문할 수도 있고 12개, 6개씩 팔기도 한다. 전용 포크를 이용해 껍질에서 알맹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 이때 육즙을 흘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소스를 곁들이지 말고 먹어보자. 온전한 굴 향을 느껴본 후에 어떤 맛을 더할지 정하자. 굴이 담긴 껍질을 입술에 대고 즙과 함께 모두 입에 넣는다.”   선사시대부터 굴을 먹어온 흔적(교과서에도 나오는 ‘패총’이다)이 발견된 우리에게도, 굴을 낱개로 파는 문화는 신선하다. 굴을 낱개로 시켜 먹는 전문 레스토랑을 ‘오이스터 바’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3~4년 전부터 유행이 시작됐다. 그런데 오이스터 바에서 낱개로 파는 굴은 흔히 마트나 시장에서 사는 것과는 좀 다르다. 일단 알이 크다. 그리고 껍질째 판다. 이런 굴을 보통 ‘개체굴’이라고 한다.     개체굴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굴 양식법을 간단히나마 설명해야 한다. 우리나라 굴 생산은 경상남도가 85.7%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단단한 줄에 꿰어 바닷물에 내려놓는 수하식 양식(서해 양식법은 또 다르다)으로 굴을 기른다. 수십 개를 덩이째로 키워 ‘덩이굴’이라고도 하는데, 껍질(패각)을 제거해 ‘알굴’로 판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봉지 안에 모아 놓은 굴이다.   통영의 한 굴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굴을 까고 있다. 중앙포토.   개체굴은 알굴과 달리 껍질째로 판다. 아예 종자부터 낱개의 개체 형태로 기르고 판매해서 ‘개체굴(single oyster)’이다. 그래서 알이 크고 모양이 예쁘다. 아니, 알이 크고 모양을 예쁘게 잡기 위해 성형을 잘한 굴이다.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고급 식문화로 인식하는 식재료다.   개체굴을 검색하면 3배체 굴이란 표현도 자주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의 강현실 박사는 “보통 생물은 염색체 한 쌍(2배체)을 가지고 있는데, 3배체(3n) 굴은 3쌍의 염색체가 있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시작된 기술로, 수정란 단계에서 염색체 수를 조절하거나 4배체 수컷과 2배체 암컷을 교배해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염색체 이야기가 길어지면 머릿속이 아득해질 수 있으니, 요점만 짚어보자. 3배체 굴은 생식 활동이 억제돼 있어 자손을 만들지 않는다. 생식소 발달에 쓸 에너지를 성장에 사용하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고 육질의 비만이 우수하다. 또 굴의 산란기는 여름인데, 이때 난소에서 분해된 독소가 나오기도 한다. 반면 산란하지 않는 3배체 굴은 여름은 물론이고 연중 먹을 수 있다.     모든 개체굴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개체굴 중에는 일반(2배체) 개체굴도 있다. 강현실 박사는 “일반 굴을 패각에 양식해, 껍질이 붙어 있는 각 굴 형태로 파는 개체굴이다. 양육 기간이 길면 크기가 큰 굴로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여름철 산란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며,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소비한다.     개체 형태로 길러 껍질째 파는 개체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 그렇다면 개체굴의 맛은 어떨까? 사실 개체굴은 상품 가치가 높아 주로 수출된다고 하니, 맛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문득 다른 게 궁금해졌다. 보통 남해산 굴은 우윳빛이 나는 색깔에 검은 테두리가 분명하며, 알이 크고 부드럽다. 서해산 굴은 크기는 작아도 풍미가 진하다. 그럼 개체굴도 서해와 남해의 맛이 다를까? 아니, 그전에 산지별로 굴 맛이 다른 이유는 뭘까?     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의 정희도 박사에게 물었더니, 명쾌하면서도 어딘가 과학자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굴의 맛이란 영양성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굴의 먹이원, 그러니까 굴이 어떤 걸 섭취하느냐에 따라 정도가 맛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굴의 주된 먹이는 플랑크톤이다. 또 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과 염도 등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정희도 박사는 “플랑크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굴이 사는 해역의 플랑크톤이 어떤 종류로 얼마나 조성됐느냐가 맛을 결정한다. 이런 환경에 따라 굴이 에너지로 저장하는 유리아미노산 등의 정도가 달라질 테고, 그 결과 맛도 달라진다.” 같은 남해산 굴이라 해도 해역에 따라 먹이 조건이 다르고 그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럼 환경이 바뀌면 굴 맛도 달라질까? 실제로 남해산 굴을 서해에서 키워본 연구가 있었다고 정희도 박사는 설명한다. 남해의 양식은 굴을 24시간 바닷물에 담가 기르는 방식을 쓰는데, 이렇게 자란 남해산 굴을 조수 간만의 차이가 있는 서해의 갯벌에 노출해 관찰한 연구다.     결과는? 신기하게도 맛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의 아미노산 조성이 바뀌었다”고 정희도 박사는 말한다. “주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 그리고 DHA와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증가했다”고 한다. 자, 여기서부터는 취향의 문제다. “감칠맛이 늘었다”는 말에 반응했다면, 당신은 굴의 진한 맛과 향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반대라면 향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굴이 잘 맞는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남해산이건 서해산이건, 제철을 맞은 굴이 달다는 사실이다. 굴이 겨울을 지내려고 체내에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하는 때가 ‘제철’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철 굴은 글리코겐과 타우린, 엑스분의 양이 많다. 굴은 다른 어패류에 비해 탄수화물이 많은데, 주성분이 글리코겐이다. 효과적인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은 열량으로 쉽게 변환되며 소화 흡수가 잘 된다. 또 타우린은 감칠맛을 내는 주성분이며,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해준다.     단맛이 오른 굴은 생굴로 먹는 걸 추천한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 단맛이 오른 굴은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지만, 예로부터 굴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다들 “생굴이 최고”라고 말해왔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옥(李鈺)은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책 『백운필』에서 “석화는 회로 먹으면 최고”라고 말했다. 회 다음으로는 무침이 낫고 그다음은 젓갈, 굴전, 그리고 마지막이 국을 끓여 먹는 일이라고 했다.   알렉상드르 뒤마도 생굴을 최고로 쳤다.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을 남긴 프랑스 소설가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 『뒤마 요리사전』을 보면 “미식가들은 식초, 후추, 염교로 특별한 굴 전용 소스를 만든다”면서도 “정말로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고 산 채로, 식초도, 레몬도, 후추도 곁들이지 않고 먹는다”고 쓰고 있다.     동서양 미식가들이 생굴이 최고라는 것에 암묵적 합의라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도, 굴을 어떻게 먹을지는 당신의 취향에 달렸지만 말이다.     ■ 못다 한 굴 이야기 「 ① 굴은 우리 몸에 결핍되기 쉬운 아연, 구리, 철, 셀레늄 등의 필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아연은 갑상선 호르몬, 인슐린, 성호르몬 같은 각종 호르몬의 작용을 도와준다. 또한, 굴에는 간 기능 회복에 좋은 아미노산, 타우린, 베타인류도 풍부하다.     ② 알굴을 고를 때는 살이 통통한 것을 고른다. 다만 날로 먹을 때는 껍질이 있는 굴을 고르는 편이 선도 면이나 맛에서도 좋다. 레스트랑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는 “껍질은 먹기 전에 깐다”면서 “미리 제거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껍질 안에 갇힌 물이 빠지면서 굴 고유의 향이 빠진다”고 설명한다.     ③ 우리나라 개체굴 양식은 2007년 12월 태안 유류 유출 사고로 훼손된 서해안 굴 양식업을 복원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수산물 수출 전략품목 육성 사업(2014년~2016년)’ 일환으로 서해안 간석지를 활용한 ‘갯벌 참굴 양식’을 도입하면서 시작했다.     ④ 개체굴은 생산자에게도 장점이 있다. 알굴은 껍질(패각)에서 살을 분리하는 박신(Shucking) 과정을 거치는데, 개체굴은 박신 없이 소비자에게 직판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가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기존 양식에 쓰던 수하연 줄(코팅사) 등을 쓰지 않으며, 부표 사용량을 저감(기존 양식의 40% 수준)하는 장점이 있어 친환경 양식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⑤ 3배체 굴의 종묘 생산을 위해서는 4배체 어미굴(모패 parent shellfish)의 확보가 필수다. 어미굴을 사서 수정을 시켜 종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어미굴은 특허와 관련이 있다. 특허를 낸 기업이 4배체 참굴 어미굴과 4배체 생산기술을 세계 각국에 판매하거나 기술 이전 로열티를 받고 있다.     ⑥‘스텔라 마리스’ ‘클레어’ 같은 외국 이름을 가진 개체굴이 있다. 강현실 박사는 “스텔라 마리스는 굴 생산 업체의 이름인데, 보성 녹차, 하동 녹차라고 이름 지어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일종의 브랜드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강현실·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의 정희도   참고 자료=『남해안 개체굴 양식방법 연구(국립수산과학원)』 『국내 개체굴 양식산업 발전 방향(국립수산과학원)』 『2020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해양수산부)』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12월 홈파티 필수 음료 '뱅쇼' 레시피, 감기 예방은 덤[쿠킹] 매운 풍미에 두툼한 갈비 뜯는 재미까지, 향라갈비[쿠킹] 익숙한 요리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마법 오일, 샐러드에도 잘 어울려요.[쿠킹] 육향 가득한 양고기엔 두툼한 바디감의 레드와인으로

    2021.12.15 10:25

  • [쿠킹] "프랑스 요리는 어렵다는 편견, 가정식 맛보면 달라져요"

    [쿠킹] "프랑스 요리는 어렵다는 편견, 가정식 맛보면 달라져요"

    어려서부터 음식, 특히 양식을 좋아했어요. 양식 셰프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찾아볼수록, 모든 답이 프랑스를 향하더라고요.   프렌치 레스토랑 ‘윌로뜨’의 이승준 셰프가 20년 전, 프랑스로 떠난 이유다. 토목공학을 공부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던 안정감도, 요리를 시작하기엔 조금 늦은 20대 중반의 나이도 프랑스 요리를 배우고 싶은 열정을 막지 못했다. 부르고뉴 디종의 와인 학교에서 와인을 공부한 그는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해 특급호텔에서 경력을 쌓았고 프랑스 디종에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셰프로서 길을 묵묵히 걷던 그는 2016년 서울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 셰프는 “언젠가 내 나라에, 프랑스에서 배운 요리를 선보이고 싶었고, 그게 나의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촌에서 시작한 레스토랑은 두 번의 이사를 했고 올 초, 지금의 자리인 청담동에서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동안 5년이 흘렀고, 그동안 이 셰프는 한국에 올 때의 각오대로 프랑스 요리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레스토랑의 주방을 지키며, 방송에서 프랑스 요리를 소개했다. 프랑스에 가보지 못한 직원들을 모두 데리고 프랑스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 셰프의 애정과 노력이 가득 담긴, 윌로뜨에서 그를 만났다.    요리 경험이 없는, 20대 후반의 외국인이었는데, 요리 학교가 아닌 레스토랑에 취업한 이유는요.    와인 학교를 졸업한 후, 레스토랑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야 요리를 더 빨리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레스토랑에 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200여통 보낸 끝에야, 미쉐린 원스타 레스토랑 스테판 데호보(Stephane Derbord) 셰프에게 회신이 왔죠. 견습을 시작했는데 정말 녹록지 않았어요. 남들보다 배워야 할 게 많고, 그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노력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2년 동안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며 배웠어요.     실제로 노력과 성실함은 그를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 스테판 셰프는 그를 호텔 바리에르 르 푸케츠 파리(Hotel Fouquet'sBarriere Paris)에 추천했다. 이곳은 프랑스의 아카데미라 불리는 ‘세자르 영화제’ 공식 피로연 장소이자, 전(前)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의 당선 피로연을 연 곳으로, 이 셰프는 파트장을 맡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파리 하얏트 방돔, 하얏트 마들렌에서 셰프로서의 경력을 쌓았고,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현지에 열기도 했다.     세자르 영화제의 연회를 준비한 50여명의 셰프들, 이들은 연회를 시작하기 전 연단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시민들을 맞이한다. 사진 이승준 한국에도 프렌치 레스토랑이 많이 늘었지만, 여전히 프랑스 요리를 어렵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에서 프랑스 요리가 고급스럽게 포장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특급호텔이나 파인 다이닝 등에서 주로 접하잖아요. 식사 시간도 길고요. 한국에선 ‘밥 먹을 때 말하면 복이 달아난다’고 하지만, 프랑스에선 단순히 음식을 먹는 시간을 넘어, 일상을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거든요. 가정집에선 코스는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죠.     프랑스 가정집에선 어떤 요리를 즐겨 먹나요.   집집마다 대대로 내려오는 레시피가 있을 만큼 프랑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요리가 많아요. 송아지 고기나 생선을 화이트소스로 끓여낸 블랑케뜨, 닭고기를 감자·토마토·양파 등의 채소와 함께 구워먹는 뿔레호띠가 대표적이예요.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달걀 요리인 키슈, 노르망디의 전통 음식으로 에멘탈 치즈와 달걀, 토마토, 잠봉을 넣은 크렙 콩쁠레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 중 하나예요. 이름은 낯설어도, 가정식 요리를 맛보면 볼수록 프랑스 요리가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최근 피코크에서 출시한 이승준 셰프의 닭가슴살 블랑케뜨. 사진 SSG 최근 밀키트 제품도 선보였어요. 메뉴로 블랑케뜨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밀키트 시장에서 프랑스 요리를 찾기 어렵더라고요. 블랑케뜨는 한국에서 생소한 요리지만, 프랑스에선 한국에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처럼 자주 먹는 요리여서 더 소개하고 싶었어요. 화이트소스는 프렌치 요리의 기본으로, 요리에 익숙하지 않으면 제맛을 내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소스 만드는 과정을 밀키트로 대신하면 누구나 손쉽게 블랑케뜨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부드러운 식감의 닭가슴살을 넣어 누구나 편안하게 맛볼 수 있고요.   윌로뜨를 운영하며,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원칙이 있나요.    자연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이요. 여기에서 자연주의는 자연에서 나는 식재료로 요리하는 것을 뜻해요. 농부들과 직거래해서 신선한 식재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허브나 잎채류는 뿌리가 땅에 닿아 있을 때 최상의 맛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한, 직접 기른 허브나 잎채류를 채집해 요리에 사용하려고 노력해요. 파슬리나 민트 같은 허브는 조그만 화분에 직접 키워 보면, 사 먹는 것과 향이 달라요. 한번 키워 보세요.     윌로뜨는 시즌마다 새로운 주제의 스토리텔링을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해요.   매번 똑같은 요리를 선보일 순 없다보니, 시즌마다 고민 끝에 한 가지 주제를 정해 메뉴를 만들어요. 올겨울엔 프랑스의 국민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아무래도 20~30대를 프랑스에서 살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좋아하는 프랑스 배우, 그림, 노래가 생겼어요. 제가 유독 힘들 때 습관처럼 찾았던 노르망디의 에트르타가 가수 에디트 피아프의 고향이예요. 이번 시즌에 그의 삶을 요리에 담았어요. 불우한 어린 시절 한 그릇 가득 먹고 싶었던 블랑케뜨, 그 시절 성공한 사람들의 전뮤울이라 했던 모렐 버섯과 샴페인으로 만든 적채카르파치오 등으로 코스를 구성했어요.       5년 동안 다녀간 손님 중 어떤 분들이 기억에 남으세요.   추억을 함께한 분들이 많아요. 매년 1년에 딱 한 번 찾아와, 스스로 주는 선물이라며 홀로 다이닝을 즐기는 손님도 있고, 외국에 사시는데 한국에 오실 때마다 찾아와주시는 노부부도 계시죠. 소개팅으로 왔다가 상견례, 임신 축하, 아이 돌잔치 등 가족이 된 후 기념하고 싶은날 찾아오는 부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한 후 부모님께 선물로 밥을 사달라며 함께 찾아온 고3 학생도 있고요. 음식은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 마음을 나누는 통로가 되거든요. 마음의 선물, 위로가 필요할 때 맛있는 요리가 필요한 이유죠.   에디트 피아프에서 영감을 받아 구성한 윌로뜨의 메뉴. 사진 윌로뜨 파인 다이닝에서 멋진 프렌치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지만, 코로나 19 확산으로 홈파티나 홈다이닝을 계획하는 분들도 많으신데요. 프렌치 스타일의 홈 다이닝 메뉴를 추천해 주세요. 블랑케뜨 같은 밀키트를 활용하면 편하게 홈파티를 열 수 있죠(웃음). 메인 요리와 함께 니스와즈 샐러드를 준비해보세요. 참치와 감자, 달걀을 넣은 프랑스 니스 지방의 샐러드로 가볍고 산뜻해 입맛을 돋우는 전채 요리로도, 메인 요리와 함께 내도 잘 어울려요. 프랑스 요리에 와인이 빠질 수 없는데요, 블랑케뜨와 니스와즈로 차린 홈 다이닝엔 부르고뉴 샤르도네를 추천합니다. 보나뻬띠(Bon appétit)!    ※이승준 셰프의 프렌치 스타일 홈파티 준비하기 클래스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세요.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영상 박재현·공성룡PD, 강민영·강지율 인턴.        관련기사[쿠킹] 감자, 토마토, 안초비 넣어 손쉽게 만드는 프랑스 국민 샐러드[쿠킹] 집보다 근사한 곳에서 레스토랑 메뉴로 차려낸 ‘홈 파티’ A-Z[쿠킹] 한 입 먹으면 바닥까지 긁게 만드는 프랑스 요리 ‘따띠플렛’    

    2021.12.13 09:00

  • [쿠킹] 햄·소세지 줄이고 해산물 섭취 늘려야하는 명확한 이유

    [쿠킹] 햄·소세지 줄이고 해산물 섭취 늘려야하는 명확한 이유

      닥터 라이블리의 〈부엌에서 찾은 건강〉  ③ 오메가3·오메가6, 두 가지 밸러스의 비밀    오메가3는 세포막 사이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세포막의 유연성을 높여준다. 사진 픽사베이 사람들은 오메가3가 눈에 좋다거나 뇌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만, 오메가3의 진면목을 알기 위해서는 ‘세포막’과 ‘염증을 조절하는 지방’을 이해해야 한다. 이걸 이해하고 나면 오메가3가 눈이나 뇌처럼 어느 장기에만 좋은 수준이 아니라, 우리 몸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포막’은 무엇일까. 세포는 생명을 이루는 기본 단위로, 우리 몸 모든 곳에 존재한다. 이 세포들의 경계를 이루는 ‘막’이 세포막이다. 세포막은 ‘지방’으로 구성된다. 올챙이처럼 생긴 지방 분자들이 꼬리를 맞대고 두 개의 층을 형성하고 있다.     지방의 종류는, 지방 분자들의 올챙이 꼬리가 꺾이는 방향과 움직임 정도에 따라 다양하다. 세포막에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올챙이들, 즉 꼬리가 거의 일자로 뻗어서 움직임이 크지 않은 지방산들이 많다. 여기에 ‘오메가3’라고 불리는 특이한 지방산이 그 사이사이에 쏙쏙 끼어 들어가 있는데, 오메가3 지방산(그중에서도 DHA)은 굉장히 활발한 올챙이, 즉 꼬리가 많이 꺾이면서 굉장히 열심히 움직이는 올챙이다.     그런데, 얌전한 지방산들만 있으면 서로 간의 간격이 좁아 상대적으로 단단한 세포막을 형성한다. 반면, 움직임이 활발한 오메가 3가 포함될 경우 올챙이 사이의 공간을 넓혀 세포막의 유연성을 높인다.   세포막은 올챙이 모양의 지방이 꼬리를 맞댄 2중층 구조로 되어 있다. 이 사이사이에 오메가3 지방산이 포함되어 세포막의 유연성을 증가시킨다. 이미지 canva.   우리의 세포들은 세포 외부와 내부에서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활동하는데, 신호전달 과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세포막과 세포막 내의 단백질들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 움직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중 하나가 오메가3로 인해 발생하는 세포막의 유연성이다.     최근에는 세포막에 오메가3가 포함된 정도를 잴 수 있는 검사가 시행되고 있다. 이 검사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예측하는데 가치가 있다는 논문들도 다수 발표되고 있다. 세포막 내 오메가3 비율이 질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염증을 조절하는 지방’이다. 우리 몸에는 염증을 조절하는 ‘필수 지방산’의 양대 산맥이 있다. 바로 ‘오메가3’와 ‘오메가6’다. 오메가3와 오메가6는 같은 효소를 공유하며 여러 염증 조절 물질들을 만든다. 오메가3는 염증을 줄이는 ‘항염증’ 물질을 많이 만드는 반면, 오메가6는 염증을 높이는 ‘염증 촉진’ 물질을 많이 만들어낸다. 이때 핵심은 ‘같은 효소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오메가6가 많아 효소를 차지해버리면 오메가3에 작용할 효소는 없어지며, 결과적으로 항염증 물질을 만들 수 없게 된다.     항염증 물질을 많이 만들기 위해선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이 중요한다. 공장식으로 키워진 육류에는 오메가3보다 오메가6의 비율이 10배 넘게 차이난다. 사진 픽사베이   많은 시간을 거치며 진화해온 우리 몸의 오메가3:오메가6 비율은 1: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비율에서 우리 몸은 적절하게 세포막 유연성을 확보하고, 항염증과 염증 작용의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현대인의 식사에서 얻는 오메가3:오메가6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 나라마다, 또 음식의 종류나 문화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서구식단 기준으로 본 비율은 1:15를 넘어선다. 또, 공장식으로 키워진 닭고기나 돼지고기의 경우 1:10이 넘는 비율을 보인다.     이 숫자는 현대사회에서, 고기를 먹으며 살아가는 우리는 필연적으로 오메가6의 과다, 오메가3의 결핍 속에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우리는 오메가3:오메가6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세포막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도 우리는 오메가3가 필요하다는 것을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오메가3가 우리 몸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제대로 이해한다면 오메가3를 보충하는 방법의 접근도 달라진다. ‘몸에 좋다고 하니 오메가3 영양제 챙겨 먹으면 되겠지’라던 생각이 ‘오메가6의 섭취를 줄여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바뀔 수 있다.   내가 제안하는 전략도 같다. 첫 번째로 오메가6의 섭취를 가능한 줄여야 한다. 오메가3 영양제를 한 움큼 먹는다고 해도, 더 많은 오메가6가 효소들을 차지해버리면 우리가 원하는 오메가3의 항염증 작용은 얻을 수 없어서다.   튀김감자의 경우, 오메가3는 거의 없고 오메가6이 많다. 햄과 소시지도 마찬가지다. 두 가지 음식만 줄여도 오메가6의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줄여야 할 대표적인 음식은 튀긴 가공식품과 육류가공품이다. 튀긴 가공식품 중 하나인 감자칩의 경우 오메가3가 거의 들어있지 않고 오메가6만 가득 포함돼 있다. 햄과 소시지 등의 육류가공품에는 오메가3:오메가6 비율이 무려 1:22에 이른다고 한다. 이 두 가지를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하게 오메가6 섭취를 줄이는 실천법이 될 수 있겠다.   연어는 대표적인 오메가3가 많이 들어있는 생선이다. 산화되지 않은 신선한 상태로 먹었을 때 섭취 효과가 더 크다. 사진 픽사베이 두 번째 제안은 오메가3:오메가6의 밸런스가 조금 더 잘 맞춰진 고기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최근 오메가3:오메가6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오메가3가 더 균형 있게 포함된 고기(자연 방목하며 목초로 사육한 소고기나 오메가3 돼지고기 등)이 판매되고 있다. 밖에서 사 먹는 고기는 조절할 수 없더라도 집에서 먹는 고기에서 오메가3를 늘리고 오메가6를 줄여볼 수 있다.   세 번째는 연어·고등어·멸치·굴 등의 해산물이나 아마씨 등으로 오메가3를 충분히 섭취하는 방법이다. 아마의 씨앗이자 향신료인 아마씨의 경우 요리할 때 갈아서 음식에 넣어주면 좋다. 산화하지 않은 신선한 상태의 오메가3를 공급하는 동시에 음식 맛까지 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음식으로 오메가3를 보충하는 일이 어려울 때는 영양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오메가6 줄이기’를 병행하지 않으면 오메가3의 항염증 효과는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꼭 기억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 오메가3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 해도 어떻게 얼마나 아느냐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방향이 바뀌어버린다.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만 하는 이유다. 영양을 공부하면서 내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이기도 하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오메가3:오메가6의 균형을 맞추는 식단으로 세포를 말랑말랑하게, 염증을 줄이는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최지영 피부과전문의 cooki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설탕보다 뒤끝 심한 '이것', 건강 적신호를 켜다 [쿠킹] 피부·혈관 노화 막으려면, 굽거나 튀기는 것은 피하세요. [쿠킹] 영양 만점, 육즙 풍부한 고등어 어디까지 먹어봤니?[쿠킹] 며느리도 안 준다던 가을 고등어, 비린내가 걱정이라면

    2021.12.08 09:00

  • [쿠킹]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의외의 안주, 밤

    [쿠킹]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의외의 안주, 밤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⑥ 밤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군밤을 들고 지나간다. 봉지 속으로 보이는, 잘 구워진 밤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군밤이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걸 보면 어느새 겨울이 오긴 했나 보다.   ‘밤’ 하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4년째 꾸준히 우리 클리닉을 찾아 주는 분이다. 학식이 깊은 성공한 사업가로, 너무 바쁜 탓에 건강관리가 꼭 필요해 주치의를 해드리고 있다. 한번은 아침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꼼꼼히 점검하며 진료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매일 ‘밤’을 서너 알 챙겨 먹는다고 해서 참 인상적이었다.   밤의 효능에 관해 알면, 이렇게 바쁜 분이 왜 매일 밤을 챙기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밤에는 탄수화물·단백질·칼슘·식이섬유·지방·무기질·칼륨·비타민C·비타민B1·비타민D·엽산·인·베타카로틴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그중 비타민C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를 늦추고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또 감기를 예방하고 피로해소를 돕는다.     밤에는 비타민 B1인 티아민도 풍부하다. 티아민은 탄수화물 대사를 비롯한 에너지 대사에 필수인 수용성 비타민이다. 에너지 섭취량이 많을수록 티아민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세포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티아민의 결핍은 세포로 이루어진 신체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티아민은 신경세포와 근육 활동에도 필요한 영양소다. 따라서 티아민이 결핍되면 다리의 힘이 풀리고 쉽게 피로해진다. 눈에서 눈물이 나고 피부에 이상 감각이 생길 수 있으며, 정서적 불안이나 초조, 소화불량, 심장비대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각기병'이라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배아가 제거된 흰 쌀밥에는 티아민이 부족하다. 사진 우상조 기자 티아민은 곡류에 다량 함유돼 있지만, 우리 주식인 ‘배아가 제거된 흰 쌀밥’에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주식이 쌀인 한국인들은 티아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쌀밥 외에 옥수수나 밤을 추가로 섭취해 티아민 결핍을 채워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도정된 흰쌀보다는 덜 도정된 쌀을 먹는 게 좋다는 견해가 많다.     밤을 술안주로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비타민 B1(티아민)이 알코올 분해에 있어 가장 독보적인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알코올 중독 환자가 오면, 수액에 무조건 티아민이 들어간다. 숙취 해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것도 바로 티아민이다. 그러니 밤을 술안주로 먹는다면 알코올 분해에 일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술의 양을 더 늘려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해 비타민D 결핍을 겪는 사람이라면, 밤을 더욱더 챙길 필요가 있다. 밤에 비타민D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비타민A도 함유하고 있어서 야맹증을 막아준다. 설사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밤에 함유된 탄닌 성분이 설사를 멎게 해주기 때문이다. 필수 지방산인 리놀렌산도 풍부한데,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심혈관 질환의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정말 여러 가지로 유용한 ‘밤’이다.   밤은 10월,11월에 수확해 겨울내 두고 먹는 대표 간식이다. 사진 픽사베이   실제로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옛말이 있다. 밤 효능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다. 선조들은 요리에도 밤을 많이 사용했는데, 궁중요리에는 물론이고 관혼상제에도 빠지지 않은 과실이 바로 밤이다. 영양가까지 풍부해 식량 대용으로도 재배한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밤의 수확기는 10~11월이다. 가을에 수확해 저장해두고 겨울을 나는 동안 간식으로 많이 사용한다. 날로 먹어도 맛있고, 굽거나 쪄서 먹기에도 좋다. 간단히는 고기를 찌거나 밥을 지을 때 넣어도 된다.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약밥이나 떡을 만들 때도 밤이 들어가지만, 밤 라떼, 밤 식빵, 밤으로 만든 잼처럼 새로운 메뉴로도 즐겨 먹는 식재료다. 갈아서 이유식에 넣기도 하며, 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밤을 고를 때는 알이 굵고 단단하며 윤기가 나는 것을 골라야 한다. 껍질이 깨끗하고 손으로 들어봤을 때 묵직하며, 구멍이 없는 것을 고른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깨끗이 닦으면 변색을 방지할 수 있다. 저장할 때는 물기를 제거하고 바람에 하루 정도 말린 후 비닐 팩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오래 저장할 때는 속껍질까지 벗긴 후 물에 담갔다가 말려 냉동하는 것이 좋다. 익혀서 보관할 경우 삶은 즉시 찬물에 담그면 속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밤은 다른 견과류에 비해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권하기도 한다. 단맛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고 식이섬유는 많은 편이라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므로 많은 양을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열량이 조금씩 달라진다. 밤 1개(약 10g) 기준으로 생밤은 16kcal, 삶은 밤은 13kcal, 군밤은 20kcal 정도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군밤보다 삶은 밤을 먹는 게 낫다. 밤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개 이내다. 그 이상 섭취할 경우 체중증가, 혈압상승, 복통, 변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2021.11.24 09:00

  • [쿠킹] 살 꽉 찬 대게, 가성비까지 생각한다면 지금을 노려라

    [쿠킹] 살 꽉 찬 대게, 가성비까지 생각한다면 지금을 노려라

    금어기가 끝난 11월 포항은 대게맞이로 분주하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바람이 매서워지기 시작하는 11월이면 포항은 일 년 중 가장 바빠진다. 금어기가 풀린 항구엔 대게잡이에 나섰다 돌아오는 배들로, 어장은 과메기를 말리느라, 인근 물류센터는 전국으로 대게와 과메기를 보내느라 분주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찾은 구룡포읍 석병리에 위치한 대한민국농수산 물류센터는 대게 포장작업이 한창이었다.    매일 새벽 물류센터에 대게가 입고된다. 대한민국농수산의 공대형 상품기획 팀장은 “대게는 깊은 바다에서 살기 때문에 배가 멀리 나가는 날은 독도 인근까지 나가 망을 펼쳤다 끌어올린다”고 설명했다. 수족관 가득 대게가 차면 오전 내 크기와 수율, 무게에 따른 선별·분류작업이 이뤄지고, 오후엔 포장 작업이 이어진다. 아이스박스에 살아있는 대게와, 이를 싱싱하게 보내기 위해 얼음을 채우는 빙장 포장을 한 후 테이프를 꼼꼼하게 두른다. 직원들의 손길이 바빠지면 센터 한쪽엔 금세 전국으로 나갈 박스들이 가득 쌓인다. 이날 하루, 3톤의 대게가 전국으로 향했다.       대게라고 하면 흔히 큰(大)게를 떠올리는데, 이는 오해다. 몸통에서 뻗어 나간 다리가 대나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종 보호를 위해 5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금어기다. 이 때문에 금어기가 풀리는 11월이 시작되면, 달큰하고 부드러운 대게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의 주문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금어기 동안, 대게는 껍데기를 벗어(탈피) 성장한다. 탈피한 직후엔 대게는 성장은 끝났지만 갑각이 물렁물렁해 살이 빠지기 쉽다.      대게는 살아있는 상태에서 얼음을 채워 보내는 것이 좋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대게를 주문할 때마다 고민되는 게 있다. 바로 크기다. 대게는 보통 몸통의 세로 사이즈로 크기를 나눈다.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살이 꽉 찬 정도를 뜻하는 살수율이다. 살수율이 80% 이상인 것을 추천하는데 배나 다리를 눌렀을 때 속이 비어있지 않고 단단하게 차 있는 것이 좋다. 박달대게는 대게 중에서 크기가 크고 살이 꽉 찬 최상품을 부르는 말로, 단단하고 속이 꽉 차 물에 가라앉는 박달나무에 빗댄 호칭이다.   그럼 대게가 가장 맛있는 때는 언제일까. 전문가들은 12월부터 1월까지를 꼽는다. 공대형 팀장은 “12월과 1월엔 탈피 직후의 게가 없어, 게의 퀄리티가 균일하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대게 고수들에겐 먹는 시기가 따로 있다”며 “11월 말부터 12월 초”라고 귀띔했다. 연말과 연초엔 대게살이 더 꽉 차는데, 여기에 시기적 특수성까지 더해져 찾는 사람이 늘어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대게가 남았다면, 찐 상태로 지퍼백에 담아 냉동 보관한다. 생물 그대로 냉동 보관하면 살이 흘러내려, 먹으려고 꺼냈을 때 살이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Today`s Tip 대한민국농수산 공대형 팀장의 대게 즐기기   대게찜  대게는 물이 끓은 후에 배가 위로 보이도록 쌓고 뚜껑을 덮어 찐다. 중앙포토. 살아있는 대게를 받았다면, 입 부분을 젓가락으로 찌르고 꾹 눌러 바닷물을 빼준다. 또한 대게를 찔 때는 찜기 하단에 물을 넣고 물이 팔팔 끓은 다음에 대게를 넣는데 이때 배가 위로 보이도록 쌓고 뚜껑을 닫는다. 물이 끓기 전에 대게를 넣으면 살과 내장이 흘러내릴 수 있다. 가정용 가스레인지로는 25~30분 정도 찐다. 이때 불은 센 불이 좋다. 약한 불에 찌면 덜 쪄져서 내장이 흘러내려 검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찐 후엔 불을 끄고 10분 정도 뜸을 들이는데, 이때까지 뚜껑을 열지 않아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대게라면   바닷가 앞에서 맛보는 대게라면은, 일품 요리 부럽지 않은 맛이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라면은 바닷가 현지에서도 즐겨 먹는 주식이자 간식이다. 인심 좋게 대게 한 마리를 넣어 끓인다. 그야말로 일품요리가 부럽지 않다. 끓이기도 간편하다. 끓는 물에 라면과 함께, 작은 사이즈의 대게를 통째로 넣어서 끓이면 완성이다. 다만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대게는 삶은 대게, 즉 자숙 대게를 넣어야 한다. 생물 대게를 그대로 끓는 물에 넣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는 데다 환경 변화에 민감한 대게의 살과 내장이 녹아 검게 변하고 비릿한 냄새가 나기 쉽다. 참! 더 맛있게 먹는 팁도 있다. 공대형 팀장은 “다시마나 해초를 함께 넣으면 감칠맛과 풍미가 살아나 더욱 맛있다”고 말했다.    포항=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 중앙일보 쿠킹에서는 요리 전문가의 레시피와 일상 속 건강한 팁을 소개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주 수요일 요즘 뜨는 레시피, 건강하게 먹는 팁 등이 궁금하신 분들은 쿠킹의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관련기사[쿠킹] 바게트로 쉽게, 프랑스 피자 '피살라디에르'를 집에서 즐겨보세요.[쿠킹] 호빵부터 돈가스까지, 겉바속촉을 완성하는 와플메이커 레시피[쿠킹] 집보다 근사한 곳에서 레스토랑 메뉴로 차려낸 ‘홈 파티’ A-Z[쿠킹] 영양 만점, 육즙 풍부한 고등어 어디까지 먹어봤니?

    2021.11.23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