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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크리스마스 파티에 생굴과 술이 없으면 파티가 아닌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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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굴엔 친구처럼 굴이 따라온다. 사진 pixabay.

생굴엔 친구처럼 굴이 따라온다. 사진 pixabay.

생굴에 초장을 찍어 먹는 사람도 있고, 레몬을 뿌려 먹는 사람도 있다. 뭘 곁들일지는 ‘취향의 문제인데, 이 취향 목록에 한 가지 더 추가될 법한 항목이 있다면 ’술‘이 아닐까 싶다 굴을 말할 때 유난히 술이 친구처럼 따라오는 경우가 많아서다.

예를 들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굴 위에 싱글 몰트 위스키를 부어 먹은 일이 유명해진 것처럼 말이다. 에세이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에서 하루키는 껍질에 담긴 생굴에 위스키를 부어 먹은 후, 위스키가 섞인 굴 즙까지 마셔버린다.

생굴과 샴페인의 궁합도 자주 거론되는데, 코펜하겐대학에서는 그 이유를 연구까지 했다고 한다. 앙금이라 불리는 효모 찌꺼기의 감칠맛이 굴의 감칠맛과 더해져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란다.

스페인과 호주 등에서 요리를 배운, 레스토랑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에게 굴과 술이 잘 어울리는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굴이 가진 특유의 향이 있다. 향이란 결국 휘발성이라, 술과 함께 먹으면 풍미가 살아난다. 또 굴을 먹을 때 뒷맛에서 쓴맛이 날 때가 있는데, 술은 굴의 쓴맛도 잡아준다.”

생굴은 샴페인과도 잘 어울린다. 효모 찌꺼기의 감칠맛이 굴의 감칠맛과 더해져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생굴은 샴페인과도 잘 어울린다. 효모 찌꺼기의 감칠맛이 굴의 감칠맛과 더해져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사진 pixabay

풍미를 돋우는 술이라면 샤블리(Chablis) 와인이 아닐까. 프랑스 부르고뉴 최북단에 있는 와인 생산지로, 이곳 토양이 조개껍질 화석이 퇴적한 석회질 토양이라 해산물에 잘 어울린다고 한다. 무엇보다 샤블리는 산미가 강하다. 『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를 쓴, 요리하는 과학자 이강민 전북대 명예교수는 “신맛은 입맛을 상큼하게 돋우고 다른 맛과 합해져 조화로운 맛을 낸다”고 설명한다.

풍미를 대비시키는 술도 있다. 흑맥주라 불리는 스타우트다. 『술 잡학사전』이란 책에는 맥주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쌉쌀한 스타우트에 아주 짠 굴을 짝짓는 식으로 풍미를 대비시키는 방식”을 설명한다.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는 아일랜드에서 열리는 굴축제의 주요 후원사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이강민 교수는 “크리스마스 파티에는 굴”이란 말을 덧붙였다. 박사학위를 위해 프랑스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이 교수는 “프랑스인은 겨울에 굴을 즐겨 먹는다. 특히 크리스마스 파티에 생굴이 없으면 파티가 아니라고 할 정도다. 산미가 있는 화이트 화인으로 입안을 씻으면서 굴을 먹는다”고 말한다.

이번 겨울에는 생굴에 술 한 잔 곁들인 소박한 파티라도 열어봐야겠다. 어떤 술이 입맛에 맞을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도움말=레스토랑 떼레노 신승환 셰프·전북대 생명과학부 분자생물학과 이강민 명예교수
참고 자료=『나는 부엌에서 과학의 모든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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