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술과 함께 하면 좋을 의외의 안주, 밤

중앙일보

입력 2021.11.24 09:00

윤수정의 건강한 습관 ⑥ 밤 

길에서 마주친 누군가가 군밤을 들고 지나간다. 봉지 속으로 보이는, 잘 구워진 밤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군밤이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걸 보면 어느새 겨울이 오긴 했나 보다.
‘밤’ 하면 늘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4년째 꾸준히 우리 클리닉을 찾아 주는 분이다. 학식이 깊은 성공한 사업가로, 너무 바쁜 탓에 건강관리가 꼭 필요해 주치의를 해드리고 있다. 한번은 아침 식사를 어떻게 하는지 꼼꼼히 점검하며 진료한 적이 있는데, 그분이 매일 ‘밤’을 서너 알 챙겨 먹는다고 해서 참 인상적이었다.

밤의 효능에 관해 알면, 이렇게 바쁜 분이 왜 매일 밤을 챙기는지 이해할 수 있다. 밤에는 탄수화물·단백질·칼슘·식이섬유·지방·무기질·칼륨·비타민C·비타민B1·비타민D·엽산·인·베타카로틴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다. 그중 비타민C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항산화 성분으로 노화를 늦추고 피부 관리에 도움을 준다. 또 감기를 예방하고 피로해소를 돕는다.

밤에는 비타민 B1인 티아민도 풍부하다. 티아민은 탄수화물 대사를 비롯한 에너지 대사에 필수인 수용성 비타민이다. 에너지 섭취량이 많을수록 티아민이 많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세포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즉, 티아민의 결핍은 세포로 이루어진 신체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티아민은 신경세포와 근육 활동에도 필요한 영양소다. 따라서 티아민이 결핍되면 다리의 힘이 풀리고 쉽게 피로해진다. 눈에서 눈물이 나고 피부에 이상 감각이 생길 수 있으며, 정서적 불안이나 초조, 소화불량, 심장비대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각기병'이라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배아가 제거된 흰 쌀밥에는 티아민이 부족하다.  사진 우상조 기자

배아가 제거된 흰 쌀밥에는 티아민이 부족하다. 사진 우상조 기자

티아민은 곡류에 다량 함유돼 있지만, 우리 주식인 ‘배아가 제거된 흰 쌀밥’에는 매우 부족하다. 따라서 주식이 쌀인 한국인들은 티아민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쌀밥 외에 옥수수나 밤을 추가로 섭취해 티아민 결핍을 채워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점 때문에 도정된 흰쌀보다는 덜 도정된 쌀을 먹는 게 좋다는 견해가 많다.

밤을 술안주로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비타민 B1(티아민)이 알코올 분해에 있어 가장 독보적인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응급실에 알코올 중독 환자가 오면, 수액에 무조건 티아민이 들어간다. 숙취 해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것도 바로 티아민이다. 그러니 밤을 술안주로 먹는다면 알코올 분해에 일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술의 양을 더 늘려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햇빛을 많이 보지 못해 비타민D 결핍을 겪는 사람이라면, 밤을 더욱더 챙길 필요가 있다. 밤에 비타민D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또 비타민A도 함유하고 있어서 야맹증을 막아준다. 설사 환자에게도 유용하다. 밤에 함유된 탄닌 성분이 설사를 멎게 해주기 때문이다. 필수 지방산인 리놀렌산도 풍부한데, 저밀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줘 심혈관 질환의 환자들에게 적합하다. 정말 여러 가지로 유용한 ‘밤’이다.

밤은 10월,11월에 수확해 겨울내 두고 먹는 대표 간식이다.  사진 픽사베이

밤은 10월,11월에 수확해 겨울내 두고 먹는 대표 간식이다. 사진 픽사베이

실제로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옛말이 있다. 밤 효능을 알고 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말이다. 선조들은 요리에도 밤을 많이 사용했는데, 궁중요리에는 물론이고 관혼상제에도 빠지지 않은 과실이 바로 밤이다. 영양가까지 풍부해 식량 대용으로도 재배한 대표적인 구황작물이다.

밤의 수확기는 10~11월이다. 가을에 수확해 저장해두고 겨울을 나는 동안 간식으로 많이 사용한다. 날로 먹어도 맛있고, 굽거나 쪄서 먹기에도 좋다. 간단히는 고기를 찌거나 밥을 지을 때 넣어도 된다. 전통적으로 만들어온 약밥이나 떡을 만들 때도 밤이 들어가지만, 밤 라떼, 밤 식빵, 밤으로 만든 잼처럼 새로운 메뉴로도 즐겨 먹는 식재료다. 갈아서 이유식에 넣기도 하며, 죽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밤을 고를 때는 알이 굵고 단단하며 윤기가 나는 것을 골라야 한다. 껍질이 깨끗하고 손으로 들어봤을 때 묵직하며, 구멍이 없는 것을 고른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물기를 깨끗이 닦으면 변색을 방지할 수 있다. 저장할 때는 물기를 제거하고 바람에 하루 정도 말린 후 비닐 팩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오래 저장할 때는 속껍질까지 벗긴 후 물에 담갔다가 말려 냉동하는 것이 좋다. 익혀서 보관할 경우 삶은 즉시 찬물에 담그면 속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다.

밤은 다른 견과류에 비해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권하기도 한다. 단맛에 비해 지방 함량이 적고 식이섬유는 많은 편이라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므로 많은 양을 먹으면 살이 찔 수 있다.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열량이 조금씩 달라진다. 밤 1개(약 10g) 기준으로 생밤은 16kcal, 삶은 밤은 13kcal, 군밤은 20kcal 정도다.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군밤보다 삶은 밤을 먹는 게 낫다. 밤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개 이내다. 그 이상 섭취할 경우 체중증가, 혈압상승, 복통, 변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