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신선한 생굴을 우아하게 먹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중앙일보

입력 2021.12.15 10:25

업데이트 2022.03.25 09:32

그렇다. 굴은 보통 생으로 먹는다. 뚜껑이 열린 채로 얼음 침대에 다소곳이 누워 소스와 함께 식탁에 올라온다. 껍데기 안에 맺힌 물기로 온몸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굴은 겨울이면 체내에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해둬, 단맛이 난다. 사진 픽사베이

굴은 겨울이면 체내에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해둬, 단맛이 난다. 사진 픽사베이

책 『우아하게 랍스터를 먹는 법』에 나온 생굴 먹는 법이다. 저자는 맛있는 요리와 식사법에 관한 글을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미국인 애슐리 브롬이다. 생굴이 식탁에 오른 순간을 묘사한 부분이 생생한데, 이어지는 다음 문장은 어쩐지 귀엽기까지 하다. “먹는 법을 잘 익혀 친구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자.”

사실 한국인으로서는 신선한 글귀다. 우린 원래 굴을 날로 먹어왔기 때문이다. 생굴에 초장을 찍어 먹고 김장김치를 담글 때도 넣으며 몇 가지 채소를 더해 양념으로 무쳐 먹기도 하니까. 그런데 사실, 책에서 진짜 눈길이 가는 부분은 이 뒤에 나오는 굴을 주문하는 단계다.

“굴을 시킨다. 낱개로 주문할 수도 있고 12개, 6개씩 팔기도 한다. 전용 포크를 이용해 껍질에서 알맹이를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 이때 육즙을 흘리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소스를 곁들이지 말고 먹어보자. 온전한 굴 향을 느껴본 후에 어떤 맛을 더할지 정하자. 굴이 담긴 껍질을 입술에 대고 즙과 함께 모두 입에 넣는다.”

선사시대부터 굴을 먹어온 흔적(교과서에도 나오는 ‘패총’이다)이 발견된 우리에게도, 굴을 낱개로 파는 문화는 신선하다. 굴을 낱개로 시켜 먹는 전문 레스토랑을 ‘오이스터 바’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3~4년 전부터 유행이 시작됐다. 그런데 오이스터 바에서 낱개로 파는 굴은 흔히 마트나 시장에서 사는 것과는 좀 다르다. 일단 알이 크다. 그리고 껍질째 판다. 이런 굴을 보통 ‘개체굴’이라고 한다.

개체굴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굴 양식법을 간단히나마 설명해야 한다. 우리나라 굴 생산은 경상남도가 85.7%로 대부분을 차지하며, 주로 단단한 줄에 꿰어 바닷물에 내려놓는 수하식 양식(서해 양식법은 또 다르다)으로 굴을 기른다. 수십 개를 덩이째로 키워 ‘덩이굴’이라고도 하는데, 껍질(패각)을 제거해 ‘알굴’로 판다. 마트에서 살 수 있는, 봉지 안에 모아 놓은 굴이다.

통영의 한 굴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굴을 까고 있다. 중앙포토.

통영의 한 굴 작업장에서 직원들이 굴을 까고 있다. 중앙포토.

개체굴은 알굴과 달리 껍질째로 판다. 아예 종자부터 낱개의 개체 형태로 기르고 판매해서 ‘개체굴(single oyster)’이다. 그래서 알이 크고 모양이 예쁘다. 아니, 알이 크고 모양을 예쁘게 잡기 위해 성형을 잘한 굴이다. 유럽과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고급 식문화로 인식하는 식재료다.

개체굴을 검색하면 3배체 굴이란 표현도 자주 나온다.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의 강현실 박사는 “보통 생물은 염색체 한 쌍(2배체)을 가지고 있는데, 3배체(3n) 굴은 3쌍의 염색체가 있다는 뜻이다. 외국에서 시작된 기술로, 수정란 단계에서 염색체 수를 조절하거나 4배체 수컷과 2배체 암컷을 교배해 생산한다”고 설명한다.

염색체 이야기가 길어지면 머릿속이 아득해질 수 있으니, 요점만 짚어보자. 3배체 굴은 생식 활동이 억제돼 있어 자손을 만들지 않는다. 생식소 발달에 쓸 에너지를 성장에 사용하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고 육질의 비만이 우수하다. 또 굴의 산란기는 여름인데, 이때 난소에서 분해된 독소가 나오기도 한다. 반면 산란하지 않는 3배체 굴은 여름은 물론이고 연중 먹을 수 있다.

모든 개체굴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개체굴 중에는 일반(2배체) 개체굴도 있다. 강현실 박사는 “일반 굴을 패각에 양식해, 껍질이 붙어 있는 각 굴 형태로 파는 개체굴이다. 양육 기간이 길면 크기가 큰 굴로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여름철 산란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며,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만 소비한다.

개체 형태로 길러 껍질째 파는 개체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

개체 형태로 길러 껍질째 파는 개체굴.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

그렇다면 개체굴의 맛은 어떨까? 사실 개체굴은 상품 가치가 높아 주로 수출된다고 하니, 맛이야 의심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문득 다른 게 궁금해졌다. 보통 남해산 굴은 우윳빛이 나는 색깔에 검은 테두리가 분명하며, 알이 크고 부드럽다. 서해산 굴은 크기는 작아도 풍미가 진하다. 그럼 개체굴도 서해와 남해의 맛이 다를까? 아니, 그전에 산지별로 굴 맛이 다른 이유는 뭘까?

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의 정희도 박사에게 물었더니, 명쾌하면서도 어딘가 과학자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굴의 맛이란 영양성분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굴의 먹이원, 그러니까 굴이 어떤 걸 섭취하느냐에 따라 정도가 맛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굴의 주된 먹이는 플랑크톤이다. 또 물에 녹아 있는 미네랄과 염도 등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정희도 박사는 “플랑크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굴이 사는 해역의 플랑크톤이 어떤 종류로 얼마나 조성됐느냐가 맛을 결정한다. 이런 환경에 따라 굴이 에너지로 저장하는 유리아미노산 등의 정도가 달라질 테고, 그 결과 맛도 달라진다.” 같은 남해산 굴이라 해도 해역에 따라 먹이 조건이 다르고 그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이유다.

그럼 환경이 바뀌면 굴 맛도 달라질까? 실제로 남해산 굴을 서해에서 키워본 연구가 있었다고 정희도 박사는 설명한다. 남해의 양식은 굴을 24시간 바닷물에 담가 기르는 방식을 쓰는데, 이렇게 자란 남해산 굴을 조수 간만의 차이가 있는 서해의 갯벌에 노출해 관찰한 연구다.

결과는? 신기하게도 맛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존의 아미노산 조성이 바뀌었다”고 정희도 박사는 말한다. “주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과 아스파트산, 그리고 DHA와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증가했다”고 한다. 자, 여기서부터는 취향의 문제다. “감칠맛이 늘었다”는 말에 반응했다면, 당신은 굴의 진한 맛과 향을 선호하는 사람이다. 반대라면 향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운 굴이 잘 맞는다고 보면 된다.

물론 어느 쪽이어도 상관없을 수 있다. 중요한 건 남해산이건 서해산이건, 제철을 맞은 굴이 달다는 사실이다. 굴이 겨울을 지내려고 체내에 탄수화물을 많이 저장하는 때가 ‘제철’이기 때문이다. 특히 제철 굴은 글리코겐과 타우린, 엑스분의 양이 많다. 굴은 다른 어패류에 비해 탄수화물이 많은데, 주성분이 글리코겐이다. 효과적인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은 열량으로 쉽게 변환되며 소화 흡수가 잘 된다. 또 타우린은 감칠맛을 내는 주성분이며,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를 억제해준다.

단맛이 오른 굴은 생굴로 먹는 걸 추천한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

단맛이 오른 굴은 생굴로 먹는 걸 추천한다.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원.

단맛이 오른 굴은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지만, 예로부터 굴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다들 “생굴이 최고”라고 말해왔다. 조선 후기의 문인 이옥(李鈺)은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책 『백운필』에서 “석화는 회로 먹으면 최고”라고 말했다. 회 다음으로는 무침이 낫고 그다음은 젓갈, 굴전, 그리고 마지막이 국을 끓여 먹는 일이라고 했다.

알렉상드르 뒤마도 생굴을 최고로 쳤다. 『삼총사』와 『몬테크리스토 백작』 등을 남긴 프랑스 소설가다. 그가 마지막으로 쓴 책 『뒤마 요리사전』을 보면 “미식가들은 식초, 후추, 염교로 특별한 굴 전용 소스를 만든다”면서도 “정말로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고 산 채로, 식초도, 레몬도, 후추도 곁들이지 않고 먹는다”고 쓰고 있다.

동서양 미식가들이 생굴이 최고라는 것에 암묵적 합의라도 한 모양이다. 그런데도, 굴을 어떻게 먹을지는 당신의 취향에 달렸지만 말이다.

못다 한 굴 이야기

① 굴은 우리 몸에 결핍되기 쉬운 아연, 구리, 철, 셀레늄 등의 필수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다. 아연은 갑상선 호르몬, 인슐린, 성호르몬 같은 각종 호르몬의 작용을 도와준다. 또한, 굴에는 간 기능 회복에 좋은 아미노산, 타우린, 베타인류도 풍부하다.

② 알굴을 고를 때는 살이 통통한 것을 고른다. 다만 날로 먹을 때는 껍질이 있는 굴을 고르는 편이 선도 면이나 맛에서도 좋다. 레스트랑 ‘떼레노’의 신승환 셰프는 “껍질은 먹기 전에 깐다”면서 “미리 제거하면 신선도가 떨어지고, 껍질 안에 갇힌 물이 빠지면서 굴 고유의 향이 빠진다”고 설명한다.

③ 우리나라 개체굴 양식은 2007년 12월 태안 유류 유출 사고로 훼손된 서해안 굴 양식업을 복원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수산물 수출 전략품목 육성 사업(2014년~2016년)’ 일환으로 서해안 간석지를 활용한 ‘갯벌 참굴 양식’을 도입하면서 시작했다.

④ 개체굴은 생산자에게도 장점이 있다. 알굴은 껍질(패각)에서 살을 분리하는 박신(Shucking) 과정을 거치는데, 개체굴은 박신 없이 소비자에게 직판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가공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또 기존 양식에 쓰던 수하연 줄(코팅사) 등을 쓰지 않으며, 부표 사용량을 저감(기존 양식의 40% 수준)하는 장점이 있어 친환경 양식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⑤ 3배체 굴의 종묘 생산을 위해서는 4배체 어미굴(모패 parent shellfish)의 확보가 필수다. 어미굴을 사서 수정을 시켜 종자를 만들기 때문이다. 어미굴은 특허와 관련이 있다. 특허를 낸 기업이 4배체 참굴 어미굴과 4배체 생산기술을 세계 각국에 판매하거나 기술 이전 로열티를 받고 있다.

⑥‘스텔라 마리스’ ‘클레어’ 같은 외국 이름을 가진 개체굴이 있다. 강현실 박사는 “스텔라 마리스는 굴 생산 업체의 이름인데, 보성 녹차, 하동 녹차라고 이름 지어 부르는 것과 비슷하다. 일종의 브랜드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도움말=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강현실·서해수산연구소 갯벌연구센터의 정희도
참고 자료=『남해안 개체굴 양식방법 연구(국립수산과학원)』 『국내 개체굴 양식산업 발전 방향(국립수산과학원)』 『2020년 수산물 생산 및 유통산업 실태조사(해양수산부)』 『우리가 사랑한 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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