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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으로도’ 먹고 구워 먹으면 더 풍미 좋은 초당옥수수 [쿠킹]

중앙일보

입력

옥수수는 세계 3대 작물로 웬만한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사진 unsplash

옥수수는 세계 3대 작물로 웬만한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사진 unsplash

우리는 옥수수를 여름 한 철 먹는 간식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많은 옥수수를 섭취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세계 3대 작물이자, 가축의 사료로 많이 쓰이며, 웬만한 가공식품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옥수수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봤다. 또, 요즘 인기가 좋은 초당옥수수에 관해 몰랐던 이야기도 실어봤다.

① 옥수수가 인간에 의지해 번식하는 식물이라고?
옥수수 알은 겉껍질에 싸여 있다. 껍질을 까서 씨를 분리해 심어야 해서, 인간의 도움 없이는 번식할 수 없다는 말이 돌기도 한다. 식량과학원 배환희 연구사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멕시코 산간에서 자생하는 ‘테오신트’는 옥수수의 유력한 조상으로 보는 식물이다. 테오신트 역시 겉껍질 안에 알이 있다. 그런 테오신트도 혼자 번식한다. 또, 식량원에서 실험을 해봤다. 옥수수 이삭이 껍질째 땅에 떨어져도 발아(씨앗이 싹을 틔우는 일)한다”고 설명한다.

② 만일 어느 날 옥수수가 없어진다면?
찰옥수수와 초당옥수수 같은 간식용 옥수수 외에, ‘알곡용 옥수수’라는 것이 있다. 국내에서는 거의 재배하지 않아 수입해서 쓰는데, 한해 900만~1000만톤 정도를 수입한다. 수입한 옥수수의 80%는 가축의 사료로 쓰고 나머지는 주로 가공해서 전분을 뽑아 식품의 원료에 쓴다. 예를 들면 과자, 빵, 위스키, 맥주, 감미료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또 식용유나 마가린, 쇼트닝을 만들 때 쓰기도 한다.

옥수수 유전육종학을 연구하는 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는 “옥수수 전분의 대체품으로 언급되는 것 중에는 타피오카 전분이 있다. 옥수수 전분보다 가격은 싸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액상과당(high-fructose corn syrup)이라는 것도 있다. 소 교수는 “식품과 청량음료, 일반 음료에 들어가는 값싼 감미료다. 이게 없으면 더 비싼 감미료를 써야 한다. 설탕은 비싼 감미료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옥수수가 없으면 가축의 사료는 물론이고 식품 산업에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다.

③ 옥수수가 맛있어졌다는 신호
익는 시기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배환희 연구사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재배적 성숙기가 있고, 자손을 퍼트릴 수 있게 완전히 딱딱히 익은 생리적 성숙기가 있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익은 옥수수는 딱딱해서 먹을 수 없다. 다 익은 옥수수 알 중앙에는 ‘블랙 레이어’라고 하는 검은 점이 생기는데, 생리적 성숙기가 다 됐다는 뜻이다.

풋옥수수의 수확은 수염이 나오는 시점이 중요하다. 사진 공심채

풋옥수수의 수확은 수염이 나오는 시점이 중요하다. 사진 공심채

사람이 먹는 풋옥수수의 수확은 수염이 나오는 시점이 중요하다. 배 연구사는 “초당옥수수는 수염이 나온 후 23~25일, 찰옥수수는 25~27일을 본다. 대략적인 경험치로 나오는 날짜인데. 이 시기가 오기 1~2일 전에 껍질을 살짝 까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일단 알이 틈새 없이 꽉 차 있어야 한다. 틈새가 있다면 이르다는 뜻이다. 또, 찰옥수수는 손으로 살짝 눌렀을 때 들어가는 느낌이 있으며, 초당옥수수는 물이 터진다.

④ 옥수수를 당일배송으로 받아야 하는 이유
배환희 연구사는 “옥수수는 ‘수확 후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수확하면 당이 전분으로 빨리 변하기 때문이다. 굳이 순서를 따지면 단옥수수→초당옥수수→찰옥수수 순이다. 바꿔 말하면, 가장 맛있는 옥수수는 밭에서 바로 딴 것이다. 소윤섭 교수는 “단맛이 강하지 않은 찰옥수수조차 밭에서 따서 바로 찌면 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달다”고 말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가는 동안 당이 많이 빠진다. 옥수수가 호흡하며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전분이 만들어지고 딱딱해진. 겉껍질이 말랐다면, 알맹이도 딱딱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옥수수는 수확하면 당이 전분으로 바뀐다. 따라서 밭에서 바로 딴 옥수수가 가장 맛있다. 사진 공심채

옥수수는 수확하면 당이 전분으로 바뀐다. 따라서 밭에서 바로 딴 옥수수가 가장 맛있다. 사진 공심채

옥수수가 전통적으로 새벽에 수확해, 당일 배송하는 이유다. 배 연구사는 “우선순위로 보자면, 농장 직거래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새벽에 따서 당일 배송한 옥수수다. 소 교수는 “그날 새벽에 수확한 옥수수를 얼음 포장하면 더 좋다”고 말한다. 온도를 낮춰주면 옥수수가 숨을 쉬질 않아서 노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종자화 되는(당이 떨어지고 딱딱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⑤ 배송받은 옥수수는 바로 찌는 게 좋다
모든 옥수수 전문가가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옥수수는 신선할 때 바로 쪄서 냉장고에 넣고 하루 이틀 안에 먹는 게 좋다”는 것이다. 특히 초당옥수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분이 빠져 쭈글쭈글해질 수 있으니 받자마자 쪄서 되도록 빨리 먹는 게 좋다. 당장 찌기 어렵다면 냉장 보관하는 편이 나은데, 1~2일 사이에 당도와 수분이 빠져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며칠 안에 다 먹기 어렵다면 쪄서 얼리는 방법도 있다. 다만 초당옥수수는 해동될 때 수분이 빠지며 쭈글쭈글해질 수 있지만, 그나마 품질은 챙길 수 있다.

⑥ 초당옥수수는 꼭 날로 먹어야 할까?

초당옥수수는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원래는 찌거나 조리해 먹는 음식이다. 사진은 '달콘'의 초당옥수수 밭. 사진 소윤섭 교수

초당옥수수는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원래는 찌거나 조리해 먹는 음식이다. 사진은 '달콘'의 초당옥수수 밭. 사진 소윤섭 교수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가 맞다. 초당옥수수 브랜드 ‘달콘’의 이신영 대표는 “날로 먹는 옥수수라는 부분이 마케팅 포인트로 홍보가 많이 됐다. 생으로도 먹을 수 있지만, 원래는 익혀서 먹는 게 맞다. 물론 음식은 기호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날로 먹어서 맛있다고 하는 분도 있고 익혀 먹어야 더 맛있다고 하는 분도 있긴 하다”고 설명한다. 소윤섭 교수 역시 “생으로 먹는다고 선전이 많이 됐지만, 원래는 찌거나 조리해 먹는 음식”이라면서 “날로 먹어도 달고 맛있지만, 살짝 풋내가 있을 수 있다. 풋내는 품종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⑦ 끝달림이 부족한 것은 초당옥수수의 특징일까?
옥수수 끝까지 알이 차지 않는 현상을 ‘끝달림이 부족하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끝달림 부족은 모든 옥수수에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배환희 연구사는 “옥수수는 특이하게도 암수한그루(자웅동주: 난자를 생성하는 암꽃과 정자 기능을 가진 수꽃으로 분리된 단성화가 한 나무에 피는 것) 식물이다. 위에 있는 수꽃은 꽃가루를 쏘는데, 아래쪽 암꽃이 준비가 안 될 때가 있다”고 설명한다. 여름철에 고온이 심하거나, 15~20일 안에 이식 재배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 놔두거나 하면 영양이 부족해지며 끝달림 부족이 발생한다.

이신영 대표 역시 “끝달림 부족이 초당옥수수의 특징인 마냥 알려진 면이 있다. 농가의 재배 노하우나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비료가 부족하거나 비가 많이 오거나 하는 문제로 식물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에너지를 내지 못해 끝달림이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또는 품종의 문제일 수도 있다. 초당옥수수가 알려지기 시작한 2017년도만 해도, 국내에는 품종이 몇 개 없었다. 이 대표는 “당시 수입한 품종은 주로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재배한 1세대 종자들이다. 형태가 짧고 끝부분이 날카롭게 생겼는데, 이 품종이 끝달림이 부족한 편이다. 품종마다 차이는 있지만, 최근에는 끝달림 부족을 개선한 품종이 도입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⑧ 초당옥수수는 저열량 다이어트 식품일까?
간식용 옥수수는 크게 찰옥수수와 단옥수수로 구분한다. 단옥수수는 유전자형에 따라 일반 단옥수수→고당도 단옥수수→초당옥수수로 나뉜다. 초당옥수수는 단옥수수 중에서도 당도가 가장 높아 ‘초당’이다. 당도는 보통 16~18브릭스다. 간혹 초당옥수수를 두고 다이어트 식품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소윤섭 교수는 “고당도면 당연히 열량이 높다. 초당옥수수 안의 당은 대부분 설탕과 포도당, 과당이다. 설탕이 있으니 많이 섭취하면 혈액 내 당 수치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⑨ 노란색과 흰색이 섞인 초당옥수수가 더 달까?

옥수수의 색깔은 품종의 특징이며 하얀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다. 사진 unsplash

옥수수의 색깔은 품종의 특징이며 하얀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다. 사진 unsplash

이신영 대표는 “기본적으로 초당옥수수는 sh2 유전자가 함유된 것을 말하는데, 색깔에는 변이가 있다. 그래서 하얀색도 있고, 보라색도 있다. 색깔별로 뭐가 더 맛있다고 할 순 없다. 색깔은 품종의 특징이며 유전적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흰색 초당옥수수가 평균적으로 더 부드러운 측면은 있다고 한다. 노란색 초당옥수수에 비해 과피(껍질)가 부드럽다. 맛보다 식감의 차이다.

⑩ 옥수수,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초당옥수수는 솥밥으로 만들어도 스낵같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초당옥수수는 솥밥으로 만들어도 스낵같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사진 대한민국농수산

레스토랑 브랜딩 디렉터이자 푸드 콘텐트 디렉터 김혜준씨는 “예전의 옥수수는 사카린 넣고 쪄 먹는 추억의 간식이었지만, 초당옥수수가 유행하며 집밥 또는 브런치에 어울리는 음식이 됐다”고 말한다. 김씨는 “초당옥수수의 단맛은 무겁지 않고 청량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씹을 때 아삭하고 가벼운 느낌이 드는데, 솥밥으로 만들어도 스낵같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샐러드나 피자 위에 가니시로 올려도 잘 어울린다. 마치 오이같이 싱싱한 채소를 먹는 느낌이 난다.” 김 대표가 초당옥수수로 자주 즐겨 먹는 요리는 솥밥이다. 옥수수 심은 밥을 지을 때 같이 넣고, 생옥수수 알은 칼로 잘라서 뜸 들일 때 넣는다. 완성한 솥밥은 달콤해서 장아찌처럼 짭조름한 반찬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소윤섭 교수는 “찰옥수수든 초당옥수수든 찐 걸 로스팅하면 맛이 더 좋다. 로스팅하면 풍미가 훨씬 좋아진다”고 말한다. 옥수수를 긴 스틱(젓가락도 좋다)에 꽂아 토치로 그을리면 노릇하게 구워진다. 가스레인지나 휴대용 버너에 구워도 된다. 포인트는 직화로 굽는 것이다. 취향에 따라 버터를 발라도 되지만, 버터 향이 너무 강해서 옥수수 풍미가 덜할 수는 있다.

도움말=충북대 식물자원학과 소윤섭 교수‧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배환희 농업연구사‧농업회사법인 자작(달콘) 이신영 대표‧김혜준컴퍼니 김혜준 대표
참고서적=『농업기술길잡이, 옥수수(2021년 개정판)』

이세라 쿠킹 객원기자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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