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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에 한번 모여 ‘말 연습’ … 리더십 생기고 연단 공포증 사라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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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천안 패밀리 스피치클럽 회원들이 ‘나에게 쓰는 편지’를 주제로 발표한 스피치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바야흐로 말과 소통의 시대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말이 곧 경쟁력이며 취직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말 잘하는 사람이 각광받는 세상이다.

지난 9일 오후 7시 천안 불당동의 한 세무사 사무실. 천안 패밀리 스피치클럽 회원들이 모여 류은숙(43)씨의 스피치를 경청하고 있었다. ‘나에게 쓰는 편지’라는 주제로 시작된 이야기는 3분 동안 진행됐고 14명의 회원들은 류씨의 스피치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간간이 메모를 하기도 했다.

천안 패밀리 스피치(speech)클럽은 ‘말’을 잘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자기개발을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로 지난 2008년 1월에 ‘윤치영 스피치 아카데미 천안강좌’의 수강생들이 모임을 만들었다. 스피치로 유명한 윤치영 강사가 바쁜 일정으로 강좌를 그만 두게 되자 아쉬움을 느낀 26명의 회원들이 모임을 결성한 것이다. 다양한 직업군의 회원들은 4년 동안 꾸준하게 스피치 모임을 이어오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둘째 주 금요일에 만나 자유 주제 한 가지와 사회자가 미리 제시한 공통 주제로 각각 3분 동안 돌아가며 스피치를 진행한다.

이날 15명의 회원들은 돌아가며 스피치를 마친 후 서로의 스피치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시작했다. 자세의 정중함부터 표정의 자연스러움, 논리력과 이해력을 포함해 전달력과 표현력 등을 평가하는 시간이었다.

장순경(46)씨는 “기승전결이 잘 짜진 스피치는 끝나고 나면 감동을 준다”며 “‘나에게 쓰는 편지’는 일상적인 주제였지만 살아오면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지는 경험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원들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리더십은 물론 폭넓은 대인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스피치 모임에 참여하면서 연단공포증과 좋지 않은 발표 습관을 바로잡은 일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입을 모았다. 어린이집 원장인 김순숙(51)씨는 “사람들 앞에 서면 하늘을 쳐다보며 말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쉽게 고쳐지지 않던 습관이었는데 얼마 전에는 500여 명의 관중들이 모인 자리에서 떨지 않고 사회를 봤을 정도로 좋아졌다. 스피치모임을 통해 나도 모르게 훈련이 됐구나 생각하니 이 시간이 더욱 각별해졌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회원들은 모두 자신도 모르는 버릇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사람들 앞에 서면 떨려서 말을 더듬거나 머리 긁적이는 회원도 있는가 하면 시종일관 바닥을 보며 말을 하는 회원, 말을 하다가 보면 말의 리듬에 빠져들어 자신도 모르게 말이 빨라지는 회원도 있었다.

천안 패밀리 스피치클럽을 이끌고 있는 서용욱(47) 회장은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 서면 아이컨텍(Eye Contact)을 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많았다”며 “회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제스처까지 함께 의논한다. 서로 고쳐야 할 습관들을 지적하고 조언해 주면서 조금씩 발전해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발적인 학습 모임이다 보니 아쉬운 부분도 많다고 한다. 오랫동안 만나 온 회원들이라 서로 익숙해져 스피치를 할 때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또 철저한 준비 없이 주제만 생각하고 참석해 임기응변으로 모면하려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서 회장은 “스피치 배양 능력을 키우는 일이 가장 큰 목적이다. 회원 모두에게 공평하게 3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스피치도 결국은 경험과 연습에서 나온다. 어떤 자리에서든 침착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연습해 경험이 누적되다 보면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이어 “천안 패밀리 스피치클럽은 단순한 친목도모가 아닌 학습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간단한 건배사는 물론 자신만의 독특한 화술을 익히고 자신감을 기르고 싶은 분이라면 누구든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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