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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이어 … 애기봉 등탑 점등 주민과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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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으로 중단됐던 애기봉 등탑 점등 재개를 둘러싼 논란이 기독교단체와 주민들 간에 일고 있다. 사진은 2010년 12월 등탑에 불 밝힌 장면. [중앙포토]

지난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중단됐던 김포 애기봉(愛妓峯)의 등탑 점등 재개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기독교단체가 올해 등탑 점등을 허가해 달라고 신청하자 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대북 인권단체와 민통선 주변 지역주민들 사이에 대북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남남(南南) 갈등이 애기봉 등탑으로 옮겨붙은 형국이다.

 애기봉 점등을 주도해 온 민간 종교단체인 한국기독교군선교연합회는 최근 국방부에 애기봉과 통일전망대 등 전방지역 세 곳에 등탑을 설치하고 점등식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자세한 일정이나 계획 등은 이야기할 수 없다”며 “국방부의 결정이 나는 대로 점등행사를 진행하고 2년 만에 높이 30m의 애기봉 철탑에 불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중단됐던 애기봉 등탑 점등은 천안함·연평도 사건이 터진 2010년에 재개됐다. 대북 심리전을 강화하겠다는 대응전략의 일환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김정일 위원장 사망이란 예외적 상황을 맞아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점등 계획을 철회하긴 했지만 올해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군선교연합회의 입장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김포지역 주민들이 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주민과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대북 전단 살포·애기봉 등탑 반대 김포대책위원회는 지난 21일 점등 반대집회를 현지에서 열었다. 이들은 “올해 다시 애기봉 등탑에 불을 밝힌다면 12월 대선을 앞두고 북풍 공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국방부는 기독교단체의 등탑 점등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국방부가 등탑 점등을 승인하면 애기봉 출입구를 봉쇄하고 실력 저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20일에는 국방부를 찾아 최전방 성탄 트리 점등 허가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전달했다.

 김포시도 난감한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포시 관계자는 “주민들의 불안이 커 점등 승인이 나기 전에 국방부와 해당 종교단체에 등탑 설치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기봉과 통일전망대 등은 군사분계선(MDL)에서 불과 2.5∼3㎞ 떨어져 있어 북한 주민들이 등탑의 불빛을 육안으로 볼 수 있다. 이적 김포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애기봉은 실향민이 많이 찾는 안보 관광지인데 등탑 점등과 전단 살포 등으로 위험지역이 되면서 관광객이 줄고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북 심리전이란 측면과 주민 불안이란 요소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점등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포=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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