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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성추문 검사 응분 조치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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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동부지검 석동현(52·사법연수원 15기) 지검장이 ‘성추문 검사’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23일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검찰 일각에서 수뇌부 책임론까지 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석 지검장은 이날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뇌물 검사) 김광준 검사 사태로 조직의 위신이 추락한 상태에서 조직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이번 사태를 접하는 순간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4박5일간의 해외순방을 마치고 전날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조속히 감찰 조사를 해서 해당 검사에게 응분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검사가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대통령이 한심해했다”고 전했다. 일부 검사는 검찰 내부게시판에 “검사인 게 부끄럽다” “검찰총장이 퇴진할 사안이다”는 등 격한 발언들을 쏟아냈다.

 대검 감찰본부가 또 다른 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해 감찰 중인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감찰본부는 “광주지검 모 검사(36)의 편파수사 및 향응수수 의혹이 있어 감찰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감찰본부 본격 조사=대검 감찰본부는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확인된 서울동부지검 A 검사(30)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피해자 B(43·여)씨는 사건 직후 서울의 한 성폭력상담센터에 상담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A검사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에 대해 감찰본부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은 친고죄 사항이어서 A 검사와 B씨가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한 만큼 강제 처벌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에 따라 형법상 직권남용이나 뇌물죄 등의 적용은 가능하다. 감찰본부는 위법사실이 드러날 경우 감찰을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B씨 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주말 빈 사무실에서 자신에 대한 처분권을 가진 검사가 겁먹은 피해자에게 성적 접촉을 요구한 것에 대해 피해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평범한 주부인 B씨는 A 검사의 요구에 따라 주말에 검찰청에 나간 것이며, 사흘 뒤에도 A 검사의 요구에 따라 바깥에서 만나 모텔에 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B씨가 먼저 합의금을 요구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A 검사는 서울동부지검 자체 조사에서 “B씨가 주말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해서 토요일에 부른 것이며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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