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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하겠다고 난리"…대체 동대표가 뭐길래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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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1. 지난 9월 경기도 양주시 덕정동의 한 아파트 동대표 선출 과정에서 투표함을 훔쳐 태운 혐의(재물손괴)로 이 아파트 주민 전모(43)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2. 서울고법 민사9부는 지난 6월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당선된 임모씨가 “학력 허위 기재를 이유로 당선무효 결정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 연 관리가 12억원에 달하는 단지인 만큼 동대표의 청렴성이 필요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요즘 아파트 동대표와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심지어 아파트 동대표 선거가 국회의원 선거를 방불케 하는 단지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선거 못지 않아

의사·변호사 등이 입후보하는 것은 기본이고 선거 기간 중 국회의원처럼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흑색선전을 하기도 한다.

대체, 아파트 동대표가 뭔데 이러는 걸까.

아파트 동대표는 현행법상 국회의원·지방의원처럼 직선제로 선출해야 하는 법적 주민대표다.

관련법상 세입자는 안되고 소유권을 갖고 있는 자가 직접 해야 한다. 이 같은 동 대표는 아파트 단지의 대표권과 의결권을 갖고 있는 중요한 자리다.

아파트 관리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와 감독권도 갖고 있다. 동대표를 아무나 뽑으면 안되는 이유고, 동대표 후보로 의사·변호사 등이 대거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마디로 주민에 의해 선출된,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나라로 치면 국회의원과 같은 셈이다.

주민을 위해 일한다는 점에서 통장과 비슷하기도 하나 통장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위촉·임명한다는 것이 다르다. 동 대표로 구성된 입주자대회의는 아파트 규모 등에 따르겠지만 보통 1000가구 규모의 단지라면 40~50억원을 다룬다(연간 관리비 총액).

청렴성 등 잘 보고 투표해야

이 많은 돈을 주무르는 사람이 바로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하는 동대표다. ‘캐시 플로’만 본다면 웬만한 중소기업 임원이 부럽지 않은 자리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관리업체를 선정하는 데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관리사무소 소장과 직원·경비들에 대한 인사권까지 쥐고 있다.

권한이 막강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직무집행정지·업무방해 등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를 둘러싼 법정싸움이 수없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공동주택 관리비는 약 52900억원에 달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돈을 움직이다 보니 문제가 불거지는 것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단지 규모가 클수록 동대표의 권한은 커지는 중요한 자리다. 누구나 동대표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도, 아무나 뽑는 것도 곤란하다.

앞선 법원의 판단처럼 주민의 권리과 재산을 다루는 자리인 만큼 청렴성 등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또는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며 동대표 투표를 등안시했다면 앞으로 관심을 갖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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