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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찰 수 없는 시계, 아무나 볼 수도 없는 시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5~16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파텍 필립 월드투어’ 행사가 열렸다. 지난해 우림FMG와 손잡고 한국에 처음 진출한 스위스 시계 브랜드 ‘파텍 필립’이 전 세계를 돌며 상품 116점을 공개하는 이벤트였다.

이 브랜드는 고급시계 매니어 사이에서도 인기가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시계 전시장엔 VIP 고객과 일부 언론 매체만 초청했다. 파텍 필립은 특정 상품의 경우 적게는 5개 정도만 생산한다. 브랜드에서 ‘대중적인 모델’로 분류된 것도 수백 개 정도만 제작한다. 특급 VIP라 해도 매장에 들러 상품 전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없는 브랜드다. 전시 제품 대부분은 올 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고급 시계박람회 ‘바젤 월드’에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지만 이 행사 역시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입장이 허용됐다.

week&이 지면을 통해 서울 전시를 소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명품 시계를 눈으로라도 즐기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또 좋은 시계를 고르는 안목을 높이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파텍 필립 월드투어’에 나온 제품 중 10개를 골라 소개한다.

1 모델명 ‘셀리스티얼’은 독특한 시계다. ‘투르비옹’ ‘문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1초 미만의 시간을 재는 장치) 등 요즘 고급 시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치들 외에 특징적인 기능이 담겨 있다. 밤하늘의 움직임, 별자리, 달의 궤도가 시계 문자판에 표현돼 있어 모델명이 ‘셀리스티얼’, 즉 ‘하늘’로 명명됐다. 별과 달의 움직임을 계산한 결과는 250억 개 이상으로 조합된다. 이를 오차 없이 구현하기 위해 315개의 부품이 쓰였다.

2 전 세계 24개의 시간대를 모두 표현해 주는 ‘월드 타임’ 시리즈는 시계 수집가들 사이에서도 구하기 힘든 모델로 꼽힌다. 파텍 필립에서 정확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지만 1년에 10개 미만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수집가들 사이에선 ‘제품을 사자마자 2배 가격에 되팔 수 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문자판 중앙에 세계 지도가 그려져 있다. 에나멜로 그린 것으로 전통 시계 장식 기법인 ‘클로와조네’ 공법이 사용됐다.

3 한번 태엽을 감으면 열흘 동안 동력이 유지되는 시계 ‘5101R’이다. 중력과 자기장에 의한 오차를 보정하는 ‘투르 비옹’도 달려 있다. 고급 시계류에선 외형이 거의 같더라도 투르비옹이 있으면 수억원을 호가하고, 없으면 수천만원대다. 그런데도 이 시계엔 문자판에 투르 비옹을 볼 수 있는 창이 없다. 파텍 필립 쪽은 “투르비옹이 움직이는 데 오일이 사용된다. 오일이 자외선에 영향을 받아 오차를 일으킬 가능성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4 지난해 첫선을 보인 신작 무브먼트 ‘CH29-535PSQ’가 탑재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5270G’ 모델이다. 달의 움직임을 시계에 표현한 ‘문페이즈’의 정교함이 자랑이다. 천체물리학에 따르면 초승달이 다시 초승달로 변할 때까지는 정확히 29.53059일이 걸린다. 그래서 대부분 시계의 문페이즈는 29일을 주기로 달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이대로 두면 1년에 8시간 오차가 생기는데 이 모델 문페이즈는 오차를 11분 47초로 줄여 정확도를 높였다.

5 고급 시계 시장은 대개 남성용 모델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아직까지 여성용 최고급 시계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파텍 필립은 1999년부터 여성 컬렉션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트웬티포’라는 이름을 붙였다. 여성용인 만큼 일부 모델엔 시곗줄과 시계 테두리뿐 아니라 시계 문자판까지 모두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모델도 제작되고 있다. 보석·금속의 표면을 다듬고 윤을 내는 ‘폴리싱’ 작업에만 숙련 기술자 1명이 90분
동안 공을 들여 제품을 완성한다.

6 ‘드레스 워치’인 ‘칼라트라바’ 시리즈에서 ‘ref. 5123’이 올해 ‘바젤 월드’에서 새로 선보였다. 최근의 시계 디자인 트렌드는 ‘러그’가 짧아진 것인데 이런 경향이 반영돼 있다. ‘러그’는 시계 본체와 시곗줄을 연결하는 부분의 명칭이다. 시곗줄도 이전 모델에 비해 폭이 좁아졌다. 전체적으로 활동적이면서 젊은 분위기를 내는 요즘 시계 유행에 맞춰 진화한 모델이다. 시계 뒷면이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돼 있어 무브먼트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7 부품 275개가 들어갔지만 두께 3.88mm에 불과한 초박형 무브먼트 ‘240Q’가 쓰인 여성용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시·분·초를 나타내는 기본 기능 외에 날짜나 세계시간 표시 등 고급 기능이 있다. ‘레이디스 퍼스트 퍼페추얼 캘린더’가 본래 이름이다. 3시와 6시 방향에 월, 윤년, 요일 등을 표시하게 돼있다. 테두리 부분에 95개의 다이아몬드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시계 후면은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투명하다.

8 ‘울트라신 셀프와인딩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이다. 지난 4월 스위스에서 열린 고급 시계박람회 ‘바젤 월드’에서 발표됐다. ‘쿠션 셰이프’로 된 시계 테두리는 금으로 장식돼 있다. 면을 둥글린 사각형을 시계 제조업자들은 ‘쿠션셰이프’라 부른다. 4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윤년을 보정할 필요 없이 연월일을 표시해 주는 ‘퍼페추얼 캘린더’, 달의 움직임을 표현한 ‘문페이즈’가 장착 돼 있다. 태엽을 한번 감아 놓으면 동력
이 48시간 유지된다.

9 전통적인 손목시계 형태를 유지한 채 81년째 생산되는 파텍 필립 대표 모델이 ‘칼라트라바’다. 1932년 첫 선을 보였다. 슈트 차림에 잘 어울리는 ‘드레스 워치’로 불린다. 무브먼트 두께 2.55mm. 칼라트라바 시리즈 중 ‘ref.5119’의 시계 테두리엔 시계의 금속 장식 미학이 뛰어난 ‘클루 드 파리’ 세공법이 쓰였다. 이 기법은 각각의 시계 제조업자들이 예술적인 세공 방식을 자랑하기 위해 가문의 문장처럼 사용해 온 것이다.

10 모델명 ‘노틸러스’는 고급 시계 제작 분야에서 유별난 존재로 기록돼 있다. 1976년 첫선을 보인 이 컬렉션은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시계 본체를 만들고 최대 방수 수심도 120m나 됐다. 요즘 나오는 고급 시계도 다이버용이 아닌 한 방수 수심이 30m 정도이니 당시에는 꽤 독특한 존재였다. 디자인 역시 모서리를 둥글린 8각형으로 특이했다. 2006년 노틸러스 출시 30주년에는 모서리가 더 둥글어져 둥근 사각형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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