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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차 금지 미지정’ 핑계 단속 안 해 학생 안전 위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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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16일 오후 2시 온양고 정문을 지나는 시민들이 인도에 세워진 차를 피해 걷고 있다. 오른쪽은 온양고 후문 쪽에 차들이 불법 주차 돼 있는 모습.

#1 온양고등학교 2학년 이상진군은 얼마 전 친구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외출을 했다가 아찔한 사고를 당할 뻔했다. 인도 위에 차를 피해 차도로 나갔다가 뒤에 오는 트럭에 부딪힐 뻔했기 때문이다. 이군은 “인도에 세워져 있는 차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정작 차도에 있는 차량을 보지 못했다”며 “운전자도 내가 차도로 갑자기 나와 당황했던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길에 있는 폐휴지를 모으는 이옥분(61·여·가명)씨도 이 일대를 지날 때마다 인도 위에 차량들 때문에 큰 불편을 느낀다. 이씨는 “이쪽을 지날 때마다 수 차례 차도와 인도를 번갈아 가며 걸어야 한다”며 “그냥 걷는 것도 아니고 짐이 있으니까 더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2 온양고에서 근무하는 강성현(39)씨의 하루 일과 중 하나는 학교 인근에 불법 주차 단속이다. 특히 정문 앞은 수시로 들러 불법 주정차량이 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불법주정차량을 신속히 빼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차에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도 있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화를 걸면 “당신이 뭐냐”는 식으로 차주들이 반발하기 때문이다. 조 씨는 “시 공무원이나 경찰이 아닌 단순히 학교 관계자이기 때문에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차를 빼달라고 부탁하면 “금방 빼겠다”고 해놓고 장시간 동안 차를 안 빼기도 하고 오히려 역성을 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온양고등학교 인근 인도와 도로에 불법 주정차량이 많이 일대를 지나는 보행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단속해야 할 관할 기관에서는 ‘주정차 금지구역 미지정’이라는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들의 자체 단속으로 불법 주정차량이 예전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 뿌리는 뽑히지 않고 있다.

실제로 16일 오후 2시 온양고 정문 앞에는 인도를 점령한 일부 차량들 때문에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반대편 인도도 상황은 마찬가지. 온양온천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인도는 낮 시간대인대도 불구하고 차들이 군데군데 주차돼 있었다. 이 때문에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차도로 나가 있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었다. 시민 장혜진(32·여)씨는 “버스정류장 바로 위 인도에 세워진 차들 때문에 버스 기사가 승객이 없는 줄 알고 그냥 지나간 경우가 빈번했다”며 “바로 앞에 학교가 있어 학생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양고 맞은편에서 10여 년간 철물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익수(59)씨는 “학생들이 하교 시간에 한꺼번에 몰려나오면서 사고가 날뻔한 아찔한 장면을 수 차례 목격했다”며 “학교 측에서만 단속을 할 것이 아니라 시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19일, 하교 시간대인 오후 9시쯤 온양고 주변을 관찰한 결과 아산시청 천안 방향과 온양온천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100여 m 구간에 30여 대의 차량들이 불법 주차돼 있었다. 특히 자녀를 태우러 온 학부모 차량들까지 겹치면서 일대가 마비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후문 쪽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아이들이 차를 피해 한 줄로 가는 걸어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재학생 염상진(18)군은 “정문과 후문에 주차돼 있는 차들 때문에 하교 시 큰 불편을 느낀다”며 “주변이 어두운 까닭에 차들이 잘 보이지 않아 더 위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양고 주변에 불법주정차가 빈번한 이유는 학교가 도심권에 위치해 있어 유동 차량이 많기 때문이다. 도로 폭은 좁고(왕복 4차선) 온양온천역과 재래시장이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게 학교측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아산시와 경찰서 등에서는 불법주정차 단속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몇몇 학부모는 아산시 홈페이지 게시판에 직접 “온양고 일대를 중심으로 불법 주정차 단속이 시급하다”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시에서는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시 관계자는 “온양고 인근 불법주정차 구역으로 아직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순찰·계도를 강화하고 아산경찰서와 협의를 통해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온양고 관계자는 “현재 정문 쪽은 자체 단속으로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확실히 개선되진 않고 있어 고민이다”라며 “관할기관의 적극적인 단속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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