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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노숙자 봉사활동 … 오바마 대통령에 상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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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에 재학 중인 박주선(왼쪽), 김형대씨가 `2012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 상장을 들고 최재섭 교수(거운데)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조영회 기자]

남서울대학교(총장 공정자) 학생들의 작은 선행이 미국 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남서울대 국제유통학과에 재학 중인 김형대(26)·박주선(22)씨가 지난 8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2012 미국 대통령 자원봉사상’(The President’s Volunteer Service Award)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이들은 현지에 머무르는 동안 LA 다운타운을 찾아 노숙인들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음식을 만들어 나눠 주고 근처에 널린 쓰레기를 치우는 등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씨와 박씨는 여름방학 기간 중 팀원들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노스리지)로 한 달간 ‘n+ 글로벌 전공체험’을 떠났다. 이들은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노숙자(Homeless) 봉사프로그램’을 보고 ‘볼 것도 많고 배워야 할 것도 많은 미국에서 봉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최재섭 지도교수로부터 해외봉사가 갖는 의미와 필요성을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본격적으로 봉사에 대한 구체적인 회의를 갖고 각자 용돈을 모아 음식과 물건들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봉사 당일 학생들은 새벽에 일어나 숙소에서 1시간 떨어진 LA 다운타운(Downtown) 외곽지역으로 이동했다. 봉사지역에 갈수록 깔끔한 도시의 모습은 사라지고 지저분한 분위기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봉사에 앞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듣는 학생들의 표정에 긴장감이 묻어 나왔다.

이어 봉사가 시작됐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노숙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외모를 가진 학생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경계의 눈빛을 보내던 노숙자들은 식사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정성 어린 모습에 안도감을 가진 듯 조금씩 다가섰고 어느새 주변에는 수십여 명의 노숙자들이 몰렸다. 학생들은 책상을 준비해 뷔페와 같은 형태로 음식을 종류별로 진열했다. 학생들은 노숙자와 대화하며 먹고 싶은 음식을 접시에 올려주고 남은 음식까지 가져 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노숙자들과 함께 노래 부르며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봉사 이후에는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비닐봉투를 들고 각 구역을 나눠 청소를 하는 등 봉사의 의미를 더했다. 학생들의 진심 어린 노력에 감동 받은 지역 봉사단체가 백악관에 자원봉사상 대상자로 두 학생을 추천했고 심사를 거쳐 두 학생에게 전해 달라며 대학 측에 상장을 전달했다.

두 학생이 상을 받게 된 이면에는 최재섭 교수의 남다른 봉사정신이 숨어 있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연구교수로 1년간 활동할 당시 한인교회와 미국교회에서 청소년들의 여름캠프를 돕기 위해 자비를 털어 후원한 것 외에도 모금활동을 통해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올해 학생들의 전공체험을 지도한 최 교수는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속에서도 학생들의 정서적인 유대를 강화시키기 위해 봉사 프로그램을 계획했다.

  김형대·박주선씨는 “미국 글로벌 전공문화체험을 통해 또 한번 내 자신의 시야가 넓어지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며 “표면적으로는 힘이 있고 경제력이 가장 높은 미국이지만 세계 경제 위기의 여파로 노숙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런 경험을 하면서 ‘미국까지 와서 봉사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잘못됐다는 생각이였음을 알게 되는 등 많은 것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재섭 교수는 “남서울대는 기독교 대학이고 실력이나 지성도 중요하지만 영성이나 사회에 기여하는 섬기는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일도 중요하다”며 “학생들이 잠시 다녀가는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그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작지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인데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강태우 기자

◆남서울대 n+ 글로벌 전공체험=매년 300여 명의 재학생이 팀을 구성해 방학기간에 세계 각지의 우수대학으로 지도교수와 함께 떠나는 체험활동이다. 전공체험학습과 어학연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어 재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남서울대만의 특화된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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