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떨리는 춤추는 몸짓, 나의 가장 큰 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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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베이비’로 대만에서 공연하는 행위 예술가 강성국씨. [연합뉴스]

쉴 새 없이 몸이 떨리는 1급 뇌성마비 장애인 강성국(32)씨. 몸으로 무대를 꾸미는 ‘대한민국 1호’ 장애인 행위예술가다. 그가 23~24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식스 센스(Sixth Senses) 페스티벌’에 초청받아 공연한다. 이 페스티벌은 2001년 시작된, 장애인 행위예술가들의 예술 축제다.

 그가 행위예술을 시작한 건 지난 2003년. 우연히 예술치료 워크숍에 참석했다 행위예술의 매력에 빠졌다. 이후 매년 춘천마임축제·한국실험예술제에 꾸준히 참석하며 이름을 알렸다. 2009년 홍대앞 문화예술상 신인류예술가상과 2010년 모스크바 프로시어터 페스티벌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몸을 쓰는 게 불편한 장애인이 어떻게 행위예술을 할까. 강씨는 “일상생활에서 부자연스러운 몸짓이 무대 위에서는 춤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될 수 있다”며 “떨리는 몸이 행위예술가로서 나의 가장 큰 무기”라고 말했다.

 이번 대만 공연 제목은 ‘오! 베이비’. “나의 2세가 나보다 더 잘생기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나의 소망을 담은 작품입니다.” 비장애인 연인을 만나 결혼해 아이를 갖지만 자신의 장애가 유전될까 두려워하는 심정을 표현했다. “장애인이 느끼는 가장 큰 벽은 몸이 아니라 사회의 인식”이라는 그는 “예술을 통해 장애인은 사랑이 어렵다는 편견을 바꿔놓고 싶었다”고 한다. 강씨는 “장애라는 요소가 반영됐지만, 결혼과 2세에 대한 고민은 모두에게 보편적인 게 아닌가”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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