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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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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조계종 백양사가 서옹 스님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참사람 운동’을 다시 추진한다. 생전 스님이 펼쳤던 자비 실천 운동이다. 이를 추진하는 미산 스님은 “21세기에 맞는 과학적 언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전남 장성의 조계종 고불총림(古佛叢林) 백양사가 실추됐던 명예 회복에 나선다.

5대 종정을 지낸 전 방장(方丈·총림의 최고 책임자) 서옹(西翁·1912∼2003) 스님이 생전 펼쳤던 ‘참사람 운동’의 불을 다시 지핀다.

 지난 봄 백양사는 방장·주지 자리를 둘러싼 내분이 ‘승려 도박 동영상’으로 확산되면서 1400년 고찰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조계종의 개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높아졌다.

 서옹 스님 입적 후 지지부진했던 ‘참사람 카드’를 꺼내든 건 사찰 내부 단속은 물론 대승 불교 본연의 자비행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참사람 운동은 쉽게 말해 불교의 진리를 깨달은 참사람(眞人)을 대대적으로 양성해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기여할 바를 찾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움직임의 중심에 서울 상도선원장 미산(彌山·54) 스님이 있다. 서옹 스님의 제자의 제자, 즉 손상좌인 스님은 초기불교 연구로 영국 옥스포드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때 참사람수행원 원장을 맡은 적이 있어 운동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스님이 생각하는 참사람 운동은 불교의 문턱을 낮추는 대중화 운동이었다.

 -참사람 운동, 좀 생소하다.

 “참사람은 참진리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참진리는 인간과 우주만유의 이치다. 참선을 통해 이를 명쾌하게 깨달은 사람이 대중을 교육하고 자비를 실천해야 참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늘어나야 우리 사회가 근본부터 바뀌어 현대 사회의 각종 병폐가 해결된다. 일종의 문명사적 통찰이 바탕에 깔린 운동이다.”

 -어떻게 펼칠 계획인가.

 “전국 각지에 간화선 수행센터나 복지센터를 건립하고 환경 운동 단체, 국제 구호 단체 등과도 연계할 수 있다. 구체적 프로그램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큰스님(서옹)의 사상에 뿌리를 두되 형식은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서옹 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사상 연구 연구소 설립, 세미나와 법회도 계획 중이다.”

 -지금까지 이런 대승적(大乘的) 실천이 불교계에 없지 않았다.

 “참사람 운동은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맞는 언어와 도구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뇌과학도 활용할 수 있다. 그래야 요즘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인다.”

 -자연과학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하나.

 “가령 상도선원에서는 ‘자애미소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람들은 대개 하루 종일 자신의 얼굴 표정을 의식하지 못하고 산다. 수시로 거울 앞에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는 습관을 들이면 자신을 사로잡는 망상이나 감정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다. 입꼬리 움직임이 오감 신경을 자극해 뇌 바깥쪽 경막(硬膜)을 이완시키기 때문이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거다. 그 미소의 느낌을 붙잡아 가슴으로 끌어내린 후 지속시키라고 가르친다. 이게 일종의 ‘마중물’이 돼 참선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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